카라, 농담에 울려면 '라스'엔 왜 나왔나

 

농담이 과했던 걸까. 아니면 반응이 과했던 걸까. “내가 알고 있는 거 말하면 구하라는 끝이다.” 극구 꺼리는 연애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해 도발한 것이지만 분명 규현이 던진 이 농담은 과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까마득한 후배지만 발끈해서 “오빠도 당당하지 못하잖아요”라고 맞받아치는 구하라의 모습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이내 진짜 눈물을 흘리며 “진짜 화나서...”라고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은 <라디오스타>만의 장난스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서둘러 MC들이 미안함을 표시하며 분위기를 바꾸려 노력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애교를 보여 달라는 MC들의 부추김에 강지영이 또 눈물을 보인 것. <라디오스타>에서 이런 요구는 그다지 과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구하라에 이은 강지영의 눈물은 MC들과 이 프로그램이 마치 경쟁하듯 게스트 울리는 악취미를 가진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방송 말미에 강지영은 자신이 운 이유에 대해 “당황스러웠다”고 했고 “구라 오빠의 목소리가 갑자기 무서웠다”고 했다.

 

<라디오스타>가 스스로 방송을 통해 밝힌 것처럼 게스트의 눈물은 그다지 새로운 일은 아니다. ‘게스트를 울리는 토크쇼’라는 지점은 무수한 토크쇼들 속에서 <라디오스타>만의 변별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연예인들이 홍보하러 토크쇼 나온다는 사실에 대중들이 식상해질 즈음, 게스트를 배려하기보다는 시청자를 배려하는 <라디오스타>가 살아남은 이유이기도 하다. 게스트가 심지어 운다고 해도 시청자들이 궁금해할만한 것들은 돌려서 말하지 않고 직접 던진다는 것이 바로 <라디오스타>만의 덕목이다.

 

카라가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게다가 그들의 이번 <라디오스타> 출연이 처음도 아니다. 그러니 뻔히 어떤 질문이 나올 거라는 건 그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김구라가 말하듯 연애 이야기 같은 건 숨기기보다는 자꾸 꺼내놔야 오히려 관심도 떨어지는 법이다. 과한 농담일지라도 그것을 여유 있게 받아치고 또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보다 성숙된 카라의 새로운 매력이 대중들에게 어필했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이것은 그녀들이 자처해서 신곡을 홍보하기 위해 나온 자리다. 그 사실은 토크쇼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부터 이미 뮤직비디오를 보는 MC들의 장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공지된 상황이다. 그런데 신곡 홍보를 위한 출연이라는 사실을 시청자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러니 프로라면 무언가 <라디오스타>만을 위한 그만한 재미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어야 하지 않을까.

 

예능 프로그램이다. 예능이 심각해지지 않고 웃음을 주려면 농담을 농담으로 받을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관객을 웃기기 위해 누군가의 뺨을 때리는 장면에서 뺨 맞은 당사자가 울어버리면 희극은 갑자기 비극이 되어버린다. 이것은 예능의 기본적인 성격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구하라와 강지영의 조금은 뜬금없는 눈물은 <라디오스타>의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고, MC들을 순식간에 누군가를 울린 가해자로 만들어버렸다.

 

최근 계속되는 논란 때문인지 아니면 시청률에 대한 강박 때문인지 <라디오스타>의 질문 강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느껴진다. 하지만 각각의 팬클럽을 갖고 있는 규현과 카라가 대놓고 붙는 장면의 연출은 실로 아슬아슬하게까지 여겨지게 만든다. 농담이 눈물로 변하는 이 장면은 그래서 규현에게도 카라에게도 또 <라디오스타>에도 적절했다 여겨지지 않는다. 그것은 자칫 팬클럽 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그램 말미에 와서 “구하라에게 규현이란” 이란 공식질문에 구하라가 “하늘같은 선배님”이라고 답하며 급화해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라디오스타>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무한도전'은 어떻게 현실과의 거리를 유지했나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과연 연애를 조작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진 않을 게다. 하지만 조작을 통해 성공했다고 해도 그건 진정한 성공이 아닐 지도 모른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패러디한 '무도 연애조작단'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영화와 실제 상황은 그만큼 다르다는 걸 말해준다. 영화에서는 결과가 중요할 지 모르지만, '무한도전'에서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본래 '무한도전'은 도전의 성공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중요한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보면 '무도 연애조작단'은 역시 '무한도전'다운 결과물을 선보인 셈이다.

사실 '무도 연애조작단'이라는 소재는 자칫 잘못하면 자극적인 엿보기가 될 수도 있었다. 마치 '치터스' 같은 타인의 사생활을 숨어서 바라보며, 그 사생활에 개입하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도 연애조작단'은 만만한 아이템이 아니다. 성공시키기 위해 지나치게 MC들이 개입했다가는 큰 논란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것은 현실조작이 되는 셈이니까.

하지만 '무한도전'은 모든 과정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베테랑다운 절제력을 보여주었다. 강복씨가 의뢰한(?) 여성이 남자친구가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 멤버들이 그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바로 그 여성을 찾아가 이 모든 걸 다 밝힐 것인지 아니면 일단 강복씨에게 그 의사를 물어볼 것인지 고민하는 장면은 대표적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질질 끌지 말고 속전속결로 결과를 알아보자는 박명수와 달리, 정형돈은 강복씨와 그 여성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맞섰던 것. 만일 여기서 고민 없이 행동했다면 그 결과는 의외의 파장을 만들었을 공산이 크다.

중요한 건 이 기대와는 다른 결과들에 대해서 멤버들이 개입하기 보다는 저들끼리 의견 충돌을 일으키는 과정 자체를 '무한도전'은 웃음으로 바꾸었다는 점이다. 귀가 얇은 정준하는 박명수와 정형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상황을 보여주었고, 박명수가 유재석에게 "넌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정준하는 결국 유재석의 결정에 따르려는 박명수를 비꼬면서 큰 웃음을 주었다. 이로써 며칠 후 강복씨에게 이 모든 사실을 알리고, 그녀에게 전화통화를 통해 이 상황을 전한 '무한도전' 멤버들은 오히려 강복씨를 걱정하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하는 훈훈함을 보여줄 수 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그 순수한 마음이 드러났고, 또 그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이의 따뜻한 마음도 드러난 셈. 결과는 실패였지만 과정은 성공이었던 셈이다.

한편 오랜 친구로 지내오면서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은정씨는 무심한 척 보이는 남자친구 바울씨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애인인 척 연기자를 투입하기도 했다. 마치 숨어서 명령을 내리는 아바타 소개팅 같은 느낌을 주었지만, '무한도전'은 여기서도 그 이상의 선을 넘지 않았다. 박명수는 엉뚱한 명령을 내려 웃음을 주려고 했지만, 주변 멤버들이 만류한 것. 오히려 프로그램은 박명수를 '아바타 중독자'로 캐릭터화해서 웃음을 주었다.

영화관에서 모든 걸 밝히고 은정씨의 속마음을 얘기하는 장면도 편집을 통해 몰래카메라의 자극을 상쇄시켰다. 결국 친구로 남기로 함으로써 '연애조작(?)'이 실패했다는 것을 미리 보여준 후, 마지막에 후일담처럼 이 몰래카메라의 상황을 살짝 보여준 것. 흔쾌히 이 상황을 받아들인 바울씨의 사전 허락을 통해 이 모든 영상들이 방영되고 있다는 것을 그 편집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만일 방송이 좀 더 이들의 상황에 개입을 했다면 어쩌면 이 '연애조작'은 성공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리얼이 아니고 말 그대로 조작이 된다. 따라서 '무한도전'은 '조작'이라는 단어를 소재에 붙였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적절한 현실과의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모두가 바라는 판타지가 아니라 결국 실제 현실대로의 실패라는 결과가 나온 것은 다행스럽게도 지극히 '무한도전'다운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아도 과정만으로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무한도전'은 '연애조작단'을 통해서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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