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651)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440)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184,700
Today27
Yesterday315

‘죽어도 좋아’, 발칙한 상상력으로 전하는 을들을 위한 위로

“약 바르고 치료하고 뭐든 하면 몸에 난 상처는 나을 수 있겠죠. 하지만 사람 가슴을 후벼 판 상처는요 영원히 남아요 돌이킬 수 없어요.” KBS 수목드라마 <죽어도 좋아>에서 이윤미(예원)는 내부고발자라는 누명을 쓰고 직원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비판을 받는다. 계약직이라는 이유까지 들먹이며 쏟아내는 팀장의 모욕에 이윤미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 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이루다(백진희)는 백진상(강지환)을 찾아가 어떻게 회사가 이럴 수가 있냐고 토로한다. 그러자 백진상은 회사는 그럴 수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회사에 인격이 있겠나. 회사의 목표는 성장뿐이야.” 

사실 드라마에 등장하는 하나의 대사지만, 백진상의 말은 씁쓸하게도 공감되는 면이 있다. 매일 같이 출근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샐러리맨들이 힘겨운 건 진상을 부리는 상사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아무런 감정도 없이 오로지 성장만을 목표로 굴러가는 회사라는 차가운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 시스템이 갑과 을을 만들고, 그 갑은 을들을 몰아세워 실적이라는 지상과제를 얻어내게 만든다. 그것으로 갑의 행위는 회사라는 무감한 시스템이 요구하는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행위가 된다. 그러니 회사를 선택하는 순간부터 을들을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선택의 길은 남아서 견뎌내던가 아니면 나가던가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죽어도 좋아>는 이러한 직장생활에서 샐러리맨들이 느끼게 되는 무력감을 공감대로 끌어와 거기에 타임루프라는 판타지를 통한 위로를 전한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을들이 느끼는 건 자신이 어떤 선택을 통해 그 시스템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이루다에게 타임루프라는 고난(?)인 동시에 기회인 설정을 부여한다. 처음에는 팀장 백진상이 죽게 되면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그 타임루프가 마치 다람쥐가 빠져버린 쳇바퀴처럼 이루다를 괴롭히지만, 그는 조금씩 알게 된다. 자신의 다른 선택으로 다른 미래가 펼쳐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윤미가 그런 공개 모욕을 당해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그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이루다는 백진상에게 “번개에 맞아 죽으라”는 저주를 퍼붓는다. 그가 죽어야 다시 똑같은 하루가 반복될 것이고, 그 반복 속에서 그가 다른 선택을 통해 미래도 바꿀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간 하루에서 이루다는 이런 공개 비판 상황이 만들어진 근본적인 원인이 ‘기밀공문’을 유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 사실을 밝히겠다 결심한다. 그런 용기만이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생각한 것.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백진상과 강준호(공명)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백진상은 회사의 문제를 담은 기밀공문을 유포했다는 걸 강인한(인교진) 사장이 문제삼아 공개 비판까지 하려했다는 걸 감사팀에 알려 감사를 하게 만들었고, 강준호는 직원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팀 내에서 신뢰하지 못하는 인물을 꼽으라는 회사의 요구에 팀장들을 지목하자고 제안한다. 결국 이루다의 용기 있는 결심이 발단이 되어 백진상과 강준호가 움직이게 되고 결국 이윤미가 공개 모욕을 당하는 그런 상황들이 벌어지지 않게 된다. 

이루다의 선택으로 상황이 바뀐다는 이야기는 무력감을 느끼는 샐러리맨들에게는 하나의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거기에는 능동적인 선택이 존재하고, 그것을 바뀌는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름처럼 진상으로 갑질 하는 백진상 팀장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생사여탈권을 이루다가 쥐고 있다는 사실은 직장 내 을들에게는 통쾌한 카타르시스가 아닐 수 없다. 

<죽어도 좋아>는 그래서 웃다가 짠해지다가 분노했다가 속이 다 시원해진다. 그런데 그 일련의 감정들을 느끼고 공감하다 보면 직장 내의 시스템들이 가진 문제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 문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선택들을 해야 하는가 역시 이루다라는 인물의 타임루프를 통해 보여준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백진상이라는 팀장을 온전히 제대로 된 상사로 갱생시킬 수 있다면... <죽어도 좋아>는 그런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드라마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툭하면 불거져 나오는 일베 논란, 근데 왜 하필 지금일까

 

이것은 유명세일까. tvN <응답하라1988>로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에 갑자기 일베 논란이 벌어졌다. 그가 예전에 SNS에 올린 절벽 사진과 두부운운하는 글귀가 화근이 됐다. 이 사진과 글귀의 조합이 그가 일베라는 증거라는 주장이 나왔고 그것은 인터넷을 타고 일파만파 커져가며 마치 기정사실인 양 유포되었다.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류준열의 소속사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측은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이 주장이 사실 무근이며 나아가 억측에 달라붙는 추측성 댓글과 게시물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준열 본인도 직접 나서 저는 일베가 아닙니다라고 얘기했고 자신이 올렸던 사진과 글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물론 이러한 해명이 모든 걸 말끔하게 지워버릴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벌어지는 무수한 논란들과 그에 대한 해명이 그 자체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류준열 당사자의 해명은 당연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거기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모두 그를 지지하는 쪽으로 바뀔 수는 없는 일이다.

 

사실 이런 일은 애초에 이런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어쨌든 안타깝게도 류준열은 최고로 뜨거운 위치에 서게 된 상황에서(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그 의미 없이 올린 사진과 글귀가 뜨거운 논란으로 변하는 소셜포비아에 직면하게 됐다.

 

연예인들의 일베 논란은 의외로 뜨겁다. 일베에 대한 대중들의 혐오감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중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연예인들에게 일베라는 단어가 겹쳐지는 건 엄청난 파장을 만들어낸다. 물론 연예인의 일베 논란이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는 하지만 그 진위도 알 수 없고 증거로 내세운 것도 너무 조악한 이 상황에 이토록 대중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는 건 어딘지 소모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왜 하필 지금 류준열의 일베 논란인가.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면 이 논란으로 가려진 다른 더 중요한 사안들이 우리들 앞에 놓여져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사실 그토록 많은 연예 가십을 이용한 사안 덮기의 음모론 역시 그 진위를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실제로 공교롭게도 그 시기에 갑자기 터져 나온 연예계 논란이 당대의 중대 사안들을 덮어버린 사례를 우리는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작년 벌어진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나, 이로 인해 지목된 이완구 국무총리의 끝없는 말 바꾸기 논란, 때마침 겹쳐진 세월호 1주기가 쏟아내는 정치권 이슈들 같은 중차대한 정치권 사안들이 나왔을 때,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장동민이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여성비하 발언이 인성 검증 논란으로 이어지고, 여기에 이태임과 예원의 반말 욕설 논란이 벌어지면서 시선이 흩어졌던 것을 떠올려 보라.

 

물론 오비이락일 수 있다. 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연예인 논란이(그것도 확실치도 않은 문제제기로 벌어지는) 당대의 중대 사안들을 덮어버리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류준열 일베 논란이 시끄러운 가운데 지금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테러방지법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갑자기 나온 류준열 일베 논란이 그저 유명세라고? 이런 중대 사안이 연예인 논란으로 가려져 이득을 보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생각해볼 문제다.

Posted by 더키앙

자숙했던 이태임과 방송 강행했던 예원이 만든 차이

 

사실 이태임과 예원 모두 잘한 건 없다. 방송 프로그램을 찍던 중에 발생한 태도와 욕설 논란은 정확히 보면 두 사람 모두 일정 부분 잘못이 있다. 물론 그것은 사적인 영역이라 공적인 잣대를 갖고 뭐라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노출되기 마련인 연예인이라는 특성과 최근 리얼리티 예능이 들여다보는 것이 이제는 겉면만이 아닌 그 내면이라는 사실은 이 사안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사진출처:MBC)'

사적인 영역이지만 어쨌든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 속에서 두 사람은 모두 잘한 것이 없다. 그래서 두 사람은 모두 서로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이태임과 예원은 서로 다른 대중들의 시선을 받게 되었다. 처음 후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는 사실만 대서특필되면서 그 인성까지 의심받았던 이태임에 대한 지금의 대중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일정기간 자숙의 시간을 가진 후 방송복귀를 결정한 그녀에게 대중들은 응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그것은 실제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나온 반전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욕설 부분만 강조해서 호도된 이태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은 실제 동영상 속의 예원이 눈을 치켜뜨고 던진 "제가 마음에 안 들죠?"라는 말 한 마디에 녹아버렸다. 대신 그간 마치 모든 잘못이 이태임에게만 있다는 듯 침묵하고 사과 받아주는 모습을 보여줬던 예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예원 역시 이 반응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방송이었다. 이태임이 잠시 방송에서 물러나 자숙했던 반면, 예원은 자신이 출연하고 있던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끝까지 하차하지 않고 방송을 마무리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런 사안들을 문제 삼아 하차시킨다는 것이 과도한 선택이라 여겼을 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했다는 점이다. 실제 동영상을 본 시청자들로서는 <우리 결혼했어요>가 가진 알콩달콩함이 거짓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또한 그 안에서 쏟아내는 눈물이 자칫 이미지를 바꾸려는 의도처럼 여겨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사안이 터지고도 몇 주 동안 계속 강행한 방송은 고스란히 예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더 쌓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실상 논란이 벌어지면 그 사안의 진위와 상관없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대중들의 정서에 반하는 결정들이다. 만일 이런 선택을 하게 되면 그것은 자칫 사안을 떠나 대중들과 대결하는 듯한 인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만일 예원이 이 사안이 터졌을 때 그냥 지나치거나 덮으려 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잠시 방송을 떠나는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난 후 다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이태임과 예원. 둘 다 잘한 건 없는 사안이었지만 그 대처에 있어서 너무나 다른 선택이 너무나 다른 결과를 낳았다.

 

자숙이란 잘못된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있지만, 잘잘못을 떠나 불편한 이미지가 생겨난 연예인 당사자를 위한 회복의 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숙했던 이태임과 달리 방송을 강행했던 예원은 그 회복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이태임과 예원 해프닝은 자숙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려보게 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스타, 이점만큼 리스크도 커져버린 까닭

 

JTBC는 결국 이영돈 PD가 출연하는 두 프로그램을 모두 내려버렸다. <에브리바디>는 본래 종영을 준비 중이었던 걸로 알려졌지만 야심차게 준비했던 <이영돈 PD가 간다>2월에 시작해 3월에 폐지된 비운의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이영돈 PD가 간다(사진출처:JTBC)'

프로그램의 폐지 발표는 사안이 터지고 조금 지난 후에 이뤄졌지만, 사실 이 결단은 이영돈 PD가 식음료 광고를 찍었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바로 그 때 이미 JTBC의 긴급회의를 통해 정해진 사안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신뢰에 금이 가게 한 행위이기 때문에 더 이상 방송을 한다는 건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영돈 PD의 이번 논란과 방송 폐지결정은 지금 현재 방송가가 갖고 있는 스타 리스크에 대한 단면을 보여준다. 방송사가 이영돈 PD 같은 스타를 영입하는 이유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 스타가 가진 이미지나 신뢰를 방송사가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JTBC는 손석희 앵커를 영입해 시사 보도 분야에 대한 대중적인 신뢰를 가져온 바 있다. 이미 예능과 드라마에서 어느 정도 대중적 지지를 갖고 있는 JTBC는 이영돈 PD를 통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교양에 대한 인지도 제고를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스타를 데려와 어떤 성과를 가져가려면 그 스타가 지속적인 이미지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영돈 PD는 그릭 요거트를 탐사보도의 아이템으로 하면서 타 업체의 식음료 광고를 찍는 상식 이하의 행동을 했다. 무엇 때문인지 그는 그런 행위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프로그램 폐지가 결정된 후 이영돈 PD는 다시는 광고를 찍지 않겠다며 자숙하겠다고 했다.

 

최근 대중들이 스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깐깐해졌다. 이태임과 예원 사태가 보여주듯 사적인 상황에서 벌어진 일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이 사태로 인해 이태임은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예원 역시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하차하라는 대중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런 사안은 스타 개인에 머물지 않고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으로도 이어진다. 스타 리스크는 이제 껴안았다가는 프로그램마저 날아가는 후폭풍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병헌을 두고 벌어진 50억 협박사건은 고스란히 그가 출연한 영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협녀><내부자들>은 일찌감치 제작이 끝났지만 이병헌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개봉 시기가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이 사건은 일단락된 분위기지만 그것이 남겨놓은 여파는 아직도 남아있다. 이 여파가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벌어진 김태우와 길건의 계약문제를 두고 벌어진 진실공방으로 인해 김태우가 출연하고 있는 <오 마이 베이비> 역시 세간의 도마 위에 올랐다. 소속사와 소속 연예인 사이에 벌어지는 분쟁은 사실 보는 관점에 따라 완전히 달리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대중들의 시선은 을의 위치에 있는 소속 연예인쪽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김태우가 눈물을 쏟아내며 이 문제를 길건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리하게 된 건 이런 정서적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다. 역시 문제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 과연 이런 일을 겪은 김태우가 <오 마이 베이비>에서 예전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이영돈 PD의 사례처럼 스타 의존도가 거의 100%인 프로그램은 문제가 생기면 접을 수밖에 없다. 스타 의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거기에 따르는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스타와 상관없이 프로그램이 안정적이고 탄탄하다면 이런 문제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세금문제가 논란이 되어 장근석이 통편집됐지만 승승장구했던 <삼시세끼> 어촌편은 단적인 예다. <삼시세끼>는 그 프로그램의 단단한 힘으로 오히려 더 승승장구했다. 스타에 대한 의존보다는 프로그램 포맷 자체가 가진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진 시점이다.

 

Posted by 더키앙

연예인 진실공방, 사생활이라는 판도라의 상자

 

길건이 소속사 소울샵 엔터테인먼트와의 법적 분쟁에 대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소울샵측이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소울샵의 보도자료 내용에 의하면 길건은 불성실하게 활동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소속사에서 죽겠다는 식으로 협박하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소울샵 측이 활동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그래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사진출처:소울샵 엔터테인먼트

어느 쪽의 말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큰 틀에서 보면 이건 늘 있어왔던 소속사와 소속 연예인 사이에 벌어지곤 하던 분쟁의 하나로 보인다. 길건의 주장에 의하면 김태우와 계약해서 활동할 때만 해도 회사 분위기가 좋았지만 기존 경영진이 바뀌고 새로운 경영진으로 김태우의 아내 김애리 이사와 장모 김민정 본부장이 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녀의 진술대로라면 인간적인 모욕감까지 느꼈다는 것이다.

 

그런데 길건이 기자회견을 갖기 몇 분 전 소울샵 측에서는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소리가 나오지 않는 영상 속에서 길건은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소리가 없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그녀가 그리 흥분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 내용도 알 수 없는 CCTV 영상을 소울샵 측은 왜 공개한 것일까. 그것도 기자회견을 갖기 몇 분 전에.

 

그리고 과연 이런 폭로성 동영상 공개는 정당한 일일까. 무슨 범죄 행위를 증명하는 증거자료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적인 자리에서의 일도 아닌 이런 사적인 영상을 마구 공개하는 건 지나친 행위가 아닐까. 그것이 법정 같은 법적 판결을 위해 한정된 공간에서 보여지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인터넷에 공개하는 건 엄청난 폭력이다. 이것은 마치 한 사람의 공적인 옷을 홀딱 벗겨 대중들 앞에 세우는 격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사생활 공개, 아니 나아가 폭로가 이렇게 자연스러운 일처럼 자행되게 된 걸까. 최근 이태임과 예원을 두고 벌어진 논란을 들여다보면 실로 개탄스러운 사생활 폭로의 지경에 이른 우리네 현실을 보게 된다. 반말을 했건 안했건, 또 힘겨운 환경 속에서 과한 욕설이 나왔건 안 나왔건 그건 공적인 자리에서의 행위가 아니었다.

 

과거 초치기에 쪽 대본이 난무하던 드라마 촬영 현장에 가면 늘상 있는 일이 갖은 욕설과 눈물이라는 건 아는 이들은 다 아는 얘기다. 그만큼 현장은 늘 신경이 곤두세워지는 곳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공개되거나 폭로되는 일은 없었다. 그게 정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건 어디까지나 사적인 행위이고 특별한 상황에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태임의 입에서 욕이 나왔다는 건 그 욕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욕이 나오는 현장 상황이 더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들의 지극히 사적인 영상을 공개했다. 그 영상에 대한 해석을 두고 논란이 쏟아져 나온다. 예원이 결국은 거짓말을 했다는 것. 이 부분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이 동영상 공개 뒤에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이 사안이 이상한 쪽으로 흘러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이태임측도 예원측도 모두 상대방에게 사과와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사자 간에 문제가 있었는데 양측은 서로 화해하려 한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이미 공개된 지극히 사적인 동영상은 이 사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사안을 작동시키고 있다.

 

사생활에서 누구나 때로는 잘못을 저지른다. 잘못된 태도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잘못된 말을 뱉어내기고 하며 때로는 잘못된 행위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를 상해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면 우리는 그냥 넘어간다. 그것은 한때의 감정적 실수일 수 있고, 무엇보다 공적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연예인들의 진실공방 속에서 당연한 듯 공개되는 동영상의 폭로전은 이 사적인 일을 공적인 잣대 위에 올려놓는 행위다. 그 사적인 동영상들은 법적인 것과 무관하게 당사자들의 이미지를 파괴하는 힘을 발휘한다. 진실공방의 격한 분위기 속에서 어떤 언론들은 그 진실을 끄집어내기 위한 파파라치성 탐사가 대중의 알권리라고 포장하지만, 사실 이건 폭력이다.

 

이것이 저 연예인들이라는 특정 직업인들의 문제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 사적인 장면들의 공개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우리가 누군가의 사적인 동영상을 진실공방의 이름으로 당연한 듯 들여다보고 있는 순간, 우리들 역시 각자의 사생활이 누군가에 의해 공개돼도 된다는 암묵적 허용을 하고 있는 셈이니까. 누군가 연예인이라는 이름으로 이 사생활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그 부작용들은 지금 현재 무수한 분쟁 속에서 폭로되는 사생활로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Posted by 더키앙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