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선' 윤선주 작가라면 의사들 멜로로 풀진 않을 거다 

MBC 새 수목드라마 <병원선>은 그 소재가 독특하다. 이 드라마가 소개되기 전까지 병원선이라는 존재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존재하며 의료상황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섬을 중심을 의료 활동을 벌이는 이 병원선은 그래서 그 소재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그런 배가 있고 그 배를 타고 소외된 지역을 찾아다니며 의료행위를 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지해주고 싶은 소재니까. 

'병원선(사진출처:MBC)'

게다가 병원선이라는 존재가 상정하는 건 의학드라마라는 우리에게는 익숙하면서도 극적 상황들이 가능한 장르물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섬과 섬 사이를 오가는 배로서의 병원선이 있기 때문에 바다가 주는 그 풍광이나 때 아닌 자연재해 같은 또 다른 극적 상황이 가능해진다. 물론 섬사람들과 병원선 사람들이 갖게 되는 끈끈한 인간애나 휴머니즘은 당연해지는 기대요소다. 

또한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매력과 성장과정 역시 기대요소 중 하나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외과의 송은재(하지원)가 병원선으로 오기까지 보여준 면면들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손을 벌벌 떠는 신참 앞에서 수술 도중 그런 손이 환자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다고 호통치며 척척 수술을 해내는 장면만으로도 이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충분히 빠질 수 있었던 것. 

최연소 과장이 되고픈 욕망을 가진 인물이지만 섬마을에 사는 엄마가 수술이 필요해 보내는 마을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그녀는 결국 엄마의 죽음 앞에서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린다. 그녀가 병원선으로 자청하여 오게 되는 그 과정은 그래서 성공에 대한 욕망을 좇는 현대인들에게는 어떤 공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런 치열한 삶이 행복을 찾아주지는 않는다는 것. 그래서 병원선으로 와 섬사람들을 위한 의사로서 살아가는 일은 챙기지 못한 엄마에 대한 부채감으로 시작된 일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첫 회만으로도 독특한 의학드라마로서 기대감이 넘치는 작품이지만, 동시에 남는 불안요소들도 적지 않다. 우리네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멜로가 그것이다. 연애라는 것과는 담을 쌓고 지내온 송은재라는 캐릭터가 병원선에서 만나게 되는 곽현(강민혁)과 결국 멜로관계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지점은 기대와 불안감을 동시에 갖게 만든다. 

물론 멜로를 원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지만, 최근 들어 본격 장르드라마에 대한 요구 또한 적지 않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던 아버지의 아들로서 곽현은 실력과 외모 평판까지 사실상 모든 걸 다 가진 인물이다. 그런 그와 송은재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에 대한 관심은 그래서 커질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은 멜로의 등장이 이야기를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던 드라마들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적어도 <병원선>에서의 이야기만큼은 적절한 선이 유지됨으로써 본래 하려고 했던 휴머니즘과 성장드라마에 초점이 맞춰지기를 기대하는 면이 있다. 만일 이 부분의 균형이 깨진다면 이 좋은 소재의 드라마가 평이한 멜로로 흘러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하는 힘은 <병원선>의 작가가 우리에게는 <불멸의 이순신>, <황진이>, <대왕 세종>, <비밀의 문> 같은 주제의식이 유독 강한 작품들을 내놓은 윤선주 작가라는 점이다. 병원선이라는 특별한 공간 위에서 청년의사들이 보여주는 생명에 대한 예의나 그를 통한 성장기는 그래서 <병원선>에 대한 가장 큰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JTBC 드라마의 신기원 ‘품위녀’, 무엇이 그리 특별했을까

욕심쟁이 드라마다. <품위 있는 그녀>는 결국 많은 이들이 예상한 대로 마지막 회 12%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기록하며 JTBC 미니시리즈 사상 신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백미경 작가는 전작인 <힘쎈여자 도봉순>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성공시키며 JTBC 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다. 

'품위 있는 그녀(사진출처:JTBC)'

하지만 이 작품이 얻은 건 단지 시청률만이 아니었다. 스릴러 장르에서부터 사회 풍자극, 치정극 같은 다양한 장르적 색채들을 한 드라마 안에 녹여놓은 완성도 높은 대본이 있었고, 김희선과 김선아를 중심으로 빈틈없는 연기의 향연이 있었다. 보통 시청률과 화제성을 가져가고, 대본과 연출과 연기가 삼박자를 이룰 때 가장 이상적인 드라마라고 할 때, <품위 있는 그녀>는 그 기준에 모두 부합한 드라마였다. 

<품위 있는 그녀>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끈 건 무엇보다 강남 부호들의 위선적인 삶을 들여다본다는 쾌감이었다. 겉보기엔 화려해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불륜과 치정과 돈 관계로 얼룩진 구질구질함이 이 드라마가 폭로해낸 것이었다. 욕망으로 얼룩진 그 삶이 실체와는 너무나 멀리 떨어진 허망한 것이라는 걸 백미경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통찰해냈다.

단지 폭로의 쾌감만 있었다면 <품위 있는 그녀>가 가슴까지 어떤 울림을 주는 드라마가 되어주지 못했을 것이다. 박복자(김선아)라는 인물이 이 세계에 들어와 파란을 일으키는 이야기지만, 드라마는 후반으로 갈수록 이 인물에 대한 동정적인 시선을 담아냈다. 그토록 꿈꾸던 진정한 품위와 우아함의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결국 파국을 맞는 그 삶을 통해 우리네 서민들이 갖는 욕망과 그 욕망의 끝을 동시에 보여줬다. 

그러면서 어떤 길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인가를 그 세계로부터 탈주해 나와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우아진(김희선)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려냈다. 진정한 삶의 행복과 가치는 돈으로 얻어질 수 없는 것이고, 자신이 어떤 행동을 평상시에 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걸 ‘품위 있는 그녀’의 캐릭터를 통해 드러냈다. 그것이 진정한 ‘품위’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

이처럼 자못 무게감이 있는 메시지를 백미경 작가는 지극히 대중적인 작법들을 통해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는 이야기로 그려냈다. 이미 첫 회부터 예고된 것이지만 박복자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마지막 회까지 그대로 이어졌고, 작가가 공언한 것처럼 드라마가 끝나기 10분 전에서야 그 진범이 밝혀지는 것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 진범이 누구인가가 사실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런 장치가 있어서 시청자들은 끝까지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누가 범인인가를 추측하게 만드는 그 장치를 통해 여러 용의자들(?)의 실체에 더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도 했다. 마지막 회의 또 다른 떡밥으로서의 풍숙정 김치의 정체는 그 실체가 조미료였다는 게 밝혀짐으로써 어떤 통쾌함을 안겨주면서도 이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를 전했다. 맛도 모르면서 비싸게 산다고 진짜 맛이 아니라는 것. 품위가 그러하듯이.

<품위 있는 그녀>는 지금껏 JTBC 드라마가 추구해온 완성도 높은 드라마에 대중성까지 확보해낸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남았다. 메시지를 담은 캐릭터, 그리고 그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흥미로운 이야기, 그 이야기를 살아있는 인물로 만들어내는 연기와 연출... 좋은 작품의 교과서 같은 면을 보여준 작품이다.

‘품위녀’, 김선아는 왜 돈을 얻고도 허망해진 걸까

“박복자씨, 당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난 처음부터 그걸 알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나쁜 짓을 하면 행복할 수가 없는 거예요.” JTBC 금토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에서 우아진(김희선)은 박복자(김선아)에게 그렇게 말한다. 마침 박복자는 과거 호텔에서 우아진을 처음 봤을 때 그녀가 입었던 하얀 원피스를 자신도 만들어달라고 말하던 참이었다. 도대체 왜 박복자는 그 하얀 원피스에 집착하고, 우아진은 그런 그녀를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걸까.

'품위있는 그녀(사진출처: JTBC)'

화려한 장식이 들어간 색색의 원피스가 아닌 하얀 원피스를 입은 우아진. 아마도 박복자는 그런 우아진의 모습을 처음 접하며 거기서 우러나오는 ‘품위’를 자신도 갖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부모 없이 자라 버림받는 비천한 삶을 살아가는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그것. 하지만 도무지 자신을 가질 수 없을 것만 같은 가치. <품위 있는 그녀>가 그려내는 모든 사건의 시작이 바로 거기서부터였다면 박복자의 욕망이 그리 잘못된 것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게다. 그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인지상정이니 말이다. 

하지만 박복자는 그 품위를 얻을 수 있는 것이 돈이라고 오해했을 게다. 거기서부터 비뚤어진 욕망이 비롯된다. 안태동을 유혹하고 그의 진심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려 했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안태동의 재산을 모두 가로채지만 결과는 어땠을까. 그것이 그토록 그녀가 원했던 우아진에게서 보이는 그 품위를 얻게 했을까. 

부유층의 동태를 그들의 집에서 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감청함으로써 파악하고 이를 통해 그들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으려 하는 풍숙정의 오풍숙(소희정)은 절대로 박복자가 그 세계에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제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그녀는 여전히 ‘하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박복자 스스로도 넘치는 돈을 가졌지만 자신이 본래 얻으려 했던 그 ‘품위’는 얻지 못했다는 걸 깨닫는다. 결국 그녀는 우아진을 찾아와 그녀처럼 자신도 만들어달라고 애원한다.

우아진은 처음부터 박복자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다. 그것은 그녀가 처음 우아진을 만났을 때 칸딘스키와 마티스를 알아보고 예술에 대한 어떤 동경 같은 걸 읽어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저 돈에 대한 욕망과는 다른 개인적 성취나 성장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이내 돈에 대한 욕망으로 비뚤어지기 시작한다. 결국 우아진이 다시 박복자의 마음을 돌리는 순간에 칸딘스키와 마티스를 언급하는 대목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것은 애초에 박복자가 가졌던 본래의 마음으로 되돌리는 열쇠 역할을 하는 것이니까.

<품위 있는 그녀>는 첫 회에 박복자가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그런 장치를 만든 건 이 드라마가 그녀의 폭주 끝에 벌어진 살인사건이 있었고, 그 진범은 과연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을 계속 유지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이 장치가 가진 의미심장함은 ‘죽음’을 이 욕망에 대한 폭주 직전에 슬쩍 꺼내 보여줬다는 점이다. 

드라마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우아진이 함께 하는 마음공부 모임에서는 저마다 유서를 써와 읽는 시간을 가진다. 결국 우리 모두는 죽는다는 것을 전제하고 바라보면 박복자가 가진 그 욕망의 허망함이 공감된다. 제 아무리 돈을 많이 얻었다고 해도 그것으로 삶의 ‘품위’가 얻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삶의 품위란 죽음을 전제로 바라볼 때 그 삶이 얼마나 자신에게 진심어린 삶이었는가를 통해서만이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안태동 회장의 집은 그런 점에서 보면 욕망의 허위로 가득 채워진 곳이다. 그 곳에는 주인들도 혹은 일하는 사람들도 똑같이 그 욕망의 수레바퀴 안에서 휘둘린다. 박복자는 그 부유함이 삶의 품위를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하고 그 세계 속으로 뛰어들지만 그것은 욕망의 수레바퀴에 휘둘리는 일일 뿐이라는 걸 엄청난 재산을 얻은 후에 돌아오는 허망함 속에서 깨닫는다. 우아진은 그 세계 속에서 그나마 자신을 지키며 살아오던 인물이지만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후 그런 삶이 그 속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탈출하는 인물이다. 결국 우아진은 홀로서고 그 누구와 비교되지 않는 자신만의 삶에 충만함을 느낌으로써 품위를 얻는다. 

<품위 있는 그녀>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건 이 안태동 회장의 집에서 벌어지는 욕망과 진정한 삶 사이의 긴장감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누구나 느끼는 갈등 상황이라는 점이다. 누구나 강남의 부유층들이 살아가는 삶을 막연히 동경하고 그래서 그렇게 살기 위해 돈을 벌려고 하지만, 그들의 실제 삶이 과연 동경할만한 것인가 그리고 그 품위라는 것이 돈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그래서 막바지에 이른 <품위 있는 그녀>에서 궁금해지는 건 박복자를 누가 살해했는가 하는 그 의문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박복자가 그 세계 속으로 들어와 죽음에 이르기까지 느끼는 감정의 동요와 변화들이 어떠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 죽음의 끝에서 그녀는 과연 진정한 삶의 품위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될까. 그래서 그녀가 동경하던 우아진의 삶이 사실은 외부가 아닌 자신의 내면에 존재했다는 걸 알게 될까. 칸딘스키와 마티스를 동경하던 그 마음 속에.

‘품위녀’, 김희선이 보여주는 품위란 무엇인가

JTBC 금토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는 왜 ‘품위’를 얘기하고 있는 걸까. 부유한 삶이 마치 ‘품위’를 가져다 줄 것처럼 보이지만 이 드라마는 그것이 틀렸다는 걸 시작부터 끄집어내 놓는다.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하는 강남의 아줌마들은 명품으로 도배를 한 모습으로 앉아 있지만 전혀 품위를 느끼기가 어렵다. 

'품위있는 그녀(사진출처:JTBC)'

그들은 대화는 한 마디로 속물적이다. 누가 무슨 한정판 명품을 샀는가 하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에 중산층의 학생들이 오는 것을 꺼리는 특권의식을 드러낸다. 나아가 누가 누구와 바람이 났느니 하는 뒷얘기가 수다의 소재로 오른다. 요트를 빌려 한 턱 내는 파티에는 그녀들을 시중 들 젊은 사내들이 올라탄다. 품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돈이면 뭐든 다 되고, 충분히 부유함에도 돈을 더 벌 수 있거나, 그 돈으로 치장하는 것이 자신의 격을 올릴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 속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 우아진(김희선)이다. 그녀는 자신이 부유하다고 해서 그것을 드러내고 갑질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모임 사람들과 적당히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긴 하지만, 그녀가 집안일을 하는 아주머니들을 대하는 모습은 그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것은 속물적인 그녀의 집안사람들과도 그녀가 다른 점이다. 

그녀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은 그녀의 딸이 엄마에 대해 하는 말에서 드러난다. “엄마가 그랬어. 상대방이 부족하다고 내가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내가 더 부족한 사람이 되는 거라고.” 그녀는 최소한 가진 것을 위세로 내세우는 인물이 아니다. 그래서 집안일을 하는 아주머니들은 그녀를 마치 딸처럼 생각해 조언과 위로를 해주기도 한다. 그녀는 그 아주머니들의 지지를 받는다. 

그 집에 안태동 회장(김용건)의 마음을 얻어 그 안사람 자리를 차지한 박복자(김선아)는 가난을 뛰어넘기 위해 온 몸을 던져 그 위치에 오르지만 그녀 역시 품위라는 걸 찾아보기 어렵다. 그녀는 칸딘스키에 대해 척척 얘기할 정도로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진 인물이지만, 그녀가 하는 행동은 저 브런치 자리에서 속물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이들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결국 안사람 자리를 차지한 그녀는 그 권력을 이용해 집안일을 하는 아주머니들을 제 마음대로 움직이려 한다. 어딘지 음모가 엿보이는 새로운 사람을 메이드로 뽑아 자신의 측근으로 세우려 한다. 

<품위 있는 그녀>에서 그려지는 세계가 우리가 사는 사회의 축소판처럼 여겨지고, 그 축소판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이나 아니며 어떻게든 선을 넘어 그 권력을 쟁취한 자들이 모두 품위 없는 짓들을 벌이고 있다는 건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 작품은 결국 우리 사회가 가진 ‘천민 자본주의’의 속성을 ‘품위’라는 관점으로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결국 품위는 어떻게 얻어지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이 드라마는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 답변을 하는 인물이 바로 우아진이다. 물론 그녀 역시 이 속물적인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고통이지만 그렇다고 그녀는 거기에 굴복하거나 그들처럼 속물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바람 난 남편과 딸의 미술선생을 불러 말 몇 마디로 그들을 굴복시키는 모습이나 갑자기 시어머니로 들어오게 된 박복자에게 결혼 전 계약서를 쓰게 하는 대목은 그래서 더 통쾌하게 다가오고, 이 우아진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감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우아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품위라는 것이 돈이나 권력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다. 그녀에 대해 심지어 일하는 분들까지 지지를 보내는 건 그녀가 평상시 해왔던 타인을 인격적으로 대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녀가 딸에게 “상대방이 부족하다고 내가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내가 더 부족한 사람이 되는 거”라고 말했듯, 저 속물적인 천민자본주의의 실체를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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