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욕망 (81)
주간 정덕현
‘품위녀’ 김선아, 통쾌한데 불편한 이유는 뭘까저들이 사는 세상은 우리와는 완전히 다르다. 강남의 부호들로서 뭐든 사고 싶은 건 사고 하고 싶은 건 하는 그들이다. 그들이 사는 집 자체가 서민들에게는 현실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문을 통과해 들어가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되는 대저택에, 도대체 방이 몇 개인지도 알 수 없는 집안. 게다가 그 집에서 주인들을 위해 일하는 아주머니들. JTBC 금토드라마 가 보여주는 강남의 부호들이 사는 모양은 보통의 서민들에게는 위화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이 걱정 하나 없이 살아갈 것 같은 이들이 하는 짓들을 보면 가관이다. 불륜은 마치 공기처럼 퍼져 있고, 심지어 공공연히 아내에게 내놓고 내연녀 이야기를 하는 남편도 있다. 아는 언니의 남편과 바람을 피우고 자신의 ..
가 갖고 있는 흥미로운 심청전의 재해석 심하게 멍청해서 심청이다? SBS 에서 인간세상으로 나온 인어에게 허준재(이민호)는 그렇게 반 농담을 섞어 ‘심청’이란 이름을 붙여준다. 사실 바다와 관련 있는 심청이란 고전소설의 인물이 인어의 이름으로 떡하니 붙여진다는 건 흥미로운 접근방식이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 바다로 뛰어든 효녀. 하지만 용왕에 의해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인물. 인어란 가상의 존재가 결국은 그렇게 바다로 사라져버린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수많은 그리움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면, 심청 역시 그 부활의 기저에는 비슷한 맥락이 깔려 있지 않았을까. 그저 코미디의 하나로 농담 반 진담 반 ‘심청’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이 아니라는 게 명확해진 건 그녀가 사랑하는 허준재..
김은숙 작가, 그 많은 경계들을 능수능란하게 넘나드는 가슴에 칼이 박힌 채 바로 그것 때문에 영겁을 살아가는 존재. 간단해 보여도 이런 캐릭터를 도깨비에 부여한 건 tvN 가 참신해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도깨비의 이미지는 상당히 다른 무게감을 이 캐릭터에 안겨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도깨비의 이미지가 뭔가. 혹부리 영감에게 속아 혹과 도깨비 방망이를 바꿀 정도로 아둔한 존재로 그려지기도 하고, 도토리 깨무는 소리에 집 무너지는 줄 알고 줄행랑을 치는 겁많은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등의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것을 토대로 보면 도깨비는 ‘인간을 살해할 만큼 악독하지 않고, 인간의 꾀에 넘어가 초자연적 힘을 이용당하는 미련함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신..
드라마가 펼치는 상상의 나래, 어디까지 갈까 드라마는 현실의 반영이다? 그렇다면 초현실적인 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반영할까. 올 한 해 드라마의 한 경향이라고 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가 초현실적인 판타지를 만난 멜로다. tvN 이 사랑하는 여자의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남자주인공의 멜로를 그렸고, MBC 는 웹툰 속 주인공을 사랑한 여자주인공의 멜로를 그렸으며, JTBC 이나 tvN 는 마녀, 귀신과 사랑에 빠진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러고 보면 올해의 대미를 인어가 등장하는 SBS 과 도깨비가 등장하는 tvN 가 장식하고 있다는 건 꽤나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멜로드라마가 초현실적인 존재들을 등장시켜 그들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하게된 건 우선 드라마의 이야기성이 점점 더 상상의 나래를 펴기..
현 시국을 예견한 의 소름끼치는 폭로들 “그 사람들 기분 좋게 돈 쓰게 하고 또 돈 벌고 그런 걸 두루 돕는 게 내 일이야. 먹이사슬. 계급 그런 말 들어봤어?” “꼭대기는 그 여자가 아니라 돈이다. 아니구나. 진짜 꼭대기는 돈이면 다 살 수 있다고 끝도 없이 속삭이는 마귀.” JTBC에서 방영됐던 의 대사들이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 아니 최근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시국을 이미 는 예견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지 등장인물의 이름과 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거론되는 이름이나 병원 이름이 소름끼치도록 똑같고, 그 상황도 딱 맞아떨어져서가 아니다. 라는 드라마가 하려던 이야기가 지금 현재 뉴스에서 그대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는 상류층에 기생해 살아가며 스스로를 ‘우아한 노비’라 부르는 혜원(김..
가 깊은 몰입감은 어디서 나왔나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 새 마지막 회란다. 이것은 어쩌면 tvN 라는 작품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 아닐까. 시작부터 시종일관 액션으로 밀어붙인 는 막바지에 이르러 피투성이가 된 채 뛰고 또 뛰는 김제하(지창욱)의 액션과 극한의 상황에까지 몰려 있지만 그 안에서도 상대방과 목숨을 걸고 하는 최유진(송윤아)의 체스판 정치 게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두 축은 사실상 가 가진 막강한 몰입감의 원천이었다. 에서 김제하는 한 마디로 하드캐리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이 드라마에서 온전한 정신을 갖고 살아가는 인물이라고는 그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대권을 쥐기 위해 대결하는 장세준(조성하)의원이나 그를 조력하는 최유진은 물론이고 그 반대편에 ..
, 거대병원과 돌담병원의 대결구도가 말하는 것 “복수하려면 저들보다 나은 사람이 되라.” SBS 월화드라마 에서 돈 없고 빽 없어 아버지의 죽음을 맞게 된 어린 강동주(윤찬영)에게 다가와 남긴 김사부(한석규)의 그 말 한 마디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결국 이 드라마는 한 편의 ‘복수극’이라는 것. 하지만 그 ‘복수극’이 여타의 복수극들과는 사뭇 다르리라는 것. 이 예감을 보다 확실하게 만드는 건 이 드라마가 그려내고 있는 거대병원과 돌담병원이라는 대결구도다. 어찌된 일인지 거대병원에서 예사롭지 않은 실력을 가진 외과의였던 김사부는 산 속에 위치해 환자들이 전혀 찾아올 것 같지 않은 돌담병원의 외과과장으로 지내고 있다. 그리고 프로포즈를 받는 날 난 사고로 남자가 죽고 상심한 윤서정(서현진)이 등산을 ..
빈틈 많아도, 상상력을 끝까지, 의 가치 우리에게도 이런 드라마가 가능하다니 놀라운 일이다. 종영한 MBC 는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에서 좀체 보기 힘든 시도를 보여줬다. 웹툰의 세계와 현실 세계가 뒤엉켜버리는 어찌 보면 빈틈도 많고 복잡한 이야기는 어떻게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든 걸까. 의 가장 가치는 결국 상상력이다. 만일 우리가 웹툰의 세계에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시작은 거기서 부터였을 것이다. 웹툰의 주인공인 강철(이종석)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허구의 캐릭터가 각성하는 걸 자신을 삼켜버릴 괴물로 인식한 작가 오성무(김의성)가 맥락 없이 그를 죽이려 하고, 오로지 강철에게 강력한 동인을 심어주기 위해 그의 일가족을 몰살시킨 ‘얼굴 없는 진범’ 역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각성하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