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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내 인생’, 가진 자들의 위선 고발하는 서민 자매들

최도경(박시후)이 “자꾸 신경 쓰인다”고 말할 때 서지안(신혜선)의 얼굴은 무표정 그 자체다. 얘기를 들어주는 그 얼굴에 감정은 1도 섞여있지 않다. 최도경은 내놓고 자신의 호의와 마음을 드러내는 중이지만, 서지안은 안다. 그가 입만 열면 말하는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것도 또 이런 호의도 사실은 위선적이라는 걸. 최도경은 입만 열면 자신은 해성그룹의 오너가 되도록 태어났다고 말한다. 그래서 정해진 혼사도 사업 계약하듯 당연히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것이 결국 가진 자의 위선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서지안은 알고 있다. 

호의라면 상대방이 그 배려를 받아야 호의라고 할 수 있지만, 최도경이 내미는 호의는 자신을 위한 일이다. 재력을 가졌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제’까지 실천하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기애가 그 호의의 실체라는 것. 진짜 호의를 베풀 것이라면 먼저 서지안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데 최도경은 ‘젠틀맨’이라는 자신의 허상에만 붙잡혀 있다. 서지안이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는 이유다. 서지안은 그 허상뿐인 가진 자들이 호의라며 내미는 화려한 식탁과 옷과 돈과 차가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세계라는 걸 알았다. 그러니 괜히 건드리지 말라는 것.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지안의 가족들은 출생의 비밀이 터지면서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건 가진 자들의 위선을 고발하고 나선 서지안과 서지수(서은수)라는 자매에 대한 새삼스런 발견이다. 서지안이 최도경을 밀어내며 그 위선을 고발하고 있다면, 서지수는 해성그룹의 재벌가의 딸로 들어가 뼛속까지 가진 자의 허위로 똘똘 뭉쳐 있는 노명희(나영희)와 그 세계를 공격하는 중이다. 

밥 먹을 때는 소리를 내지 말라고 하고, 마치 그들은 먹는 것조차 다른 걸 먹는다는 식으로 훈계를 하려 드는 노명희에게 서지수는 “왜 그래야 하는데요?”라고 되묻는다. 서지수를 해성그룹의 딸로 바꾸기 위해 그의 물건들을 허락도 없이 방에서 치워버리자 굳이 쓰레기차까지 쫓아가 그걸 가져와서는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가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면서 이렇게 “함부로 남의 물건을 버리는 건 예의냐”고 따진다.

자신이 엄마라고 강변하는 노명희에게 “낳기만 하면 엄마냐”고 되묻고 그럴 거면 나가라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나갈 테니 방 하나 구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자신이 성장하는 동안 한 게 아무 것도 노명희에게 그 정도는 요구할 수 있다며. 특히 자신을 길러준 부모들을 단죄하려 했었다는 걸 들은 서지수는 대노하며 “그럴 자격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화를 낼 자격은 “자신 뿐”이라는 것.

<황금빛 내 인생>이 흥미로운 건 이 서지안과 서지수라는 평범했던 서민층 자매가 사건을 겪으면서 좀 더 자신의 진면목을 발견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지안은 늘 당당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자신 안에 존재했던 ‘속물근성’을 발견하고는 그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그런 자신에 대한 부정은 이제 주변 사람들에 대한 부정으로까지 이어진다. 가족이라고 모든 게 용서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는 새삼 깨닫는다. 결국 가족이라고 해도 자신은 자신 스스로 서야 한다는 걸 그는 알게 된 것.

서지수는 늘 순응하며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잘 적응해 밝게 살아왔지만 이 일을 겪으며 자신 안에 있는 의외로 당당한 면모들을 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늘 언니의 그늘 아래서 커왔지만 이제 스스로 서야한다는 걸 그는 알고 있다. 그래서 갑자기 부모가 둘이 생긴 상황 속에서 결국 중요해진 건 자신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서지안과 서지수는 이 아픈 성장통을 통해 자신의 일을 찾아가고 있다. 서지안은 그토록 희구했던 대기업 입사가 허구였다는 걸 알게 되었고, 목공일 같은 본래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는 걸 발견해가고 있다. 서지수는 예전부터 그랬지만 환경이 갑자기 바뀌었다고 해서 자신이 하려 했던 제빵의 길을 접지 않는다. 아니 어떤 면에서 보면 그 일을 할 때만이 자신이 행복하다는 걸 알고 있다. 

<황금빛 내 인생>은 그래서 ‘황금빛’의 허구에 한때 눈이 멀었던 이들이 그 실체를 파악하고 저마다 ‘내 인생’을 찾아내려 하고 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황금빛’ 인생일 것이니. 금수저 흙수저로 나누어 금수저에 대한 환상을 드러내는 현실이지만, 그 금수저가 가진 위선을 이토록 신랄하게 건드리는 드라마도 없을 게다. 그 어떤 사회극보다 신랄해진 주말드라마라니. 서지안과 서지수의 일침이 은근 통쾌하게 다가오는 이유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웃긴데 섬뜩하고 짠하기까지, ‘품위녀’의 정체가 궁금하다

제목은 <품위 있는 그녀>인데, 거기 등장하는 이들은 그다지 품위 있어 보이지 않는다. 강남의 부유층으로 살아가는 그녀들은 한정판 명품백에 패션모델이나 입을 듯한 옷을 입고 브런치를 즐기거나 요가를 하고 마음수련 모임을 갖기도 한다. 그건 멀리서 보면 꽤 있어 보인다. 심지어 품위까지.

'품위있는 그녀(사진출처:JTBC)'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그들이 살아가는 진면목을 들여다보면 품위는커녕 돈이면 다 된다는 천민자본주의의 천박함이 묻어난다. 앞에서는 언니 동생 살갑게 굴지만 뒤에서는 그 언니의 남편과 바람이 나고, 꽤 그럴 듯한 레지던스를 갖고 있지만 대담하게도 그 곳에서 내연남과 불륜에 빠진다. 사장 직함을 갖고 있는 남자들은 골프를 치며 바람 필 궁리나 하고 있고, 그 남자들의 아내들 역시 성형외과에서 보톡스를 맞거나 요트를 빌려 젊은 남자들과 한바탕 질퍽한 술판을 벌인다. 이들에게서 품위를 찾기는 어렵다. 

그들과는 조금 다른 것처럼 보이는 우아진(김희선)도 크게 보면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디자인을 전공해 스스로 악세사리를 만들어 달고 다니지만 그건 예술에 대한 허영에 지나지 않는다. 예술가를 발굴해 키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예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 가치를 높여 더 비싼 값에 작품을 소유하려는 투자의 의미가 더 강하다. 자신이 그렇게 키운 팝아트 화가가 남편과 바람이 나는 줄도 모르고. 

시아버지인 안태동(김용건) 회장의 생신파티에서 그 우아해 보이는 우아진이 걸맞지 않게 구성진 트로트를 부르며 우스꽝스런 춤을 추는 장면은 그래서 멀리서 그럴 듯하게 보이는 이들의 삶이 가까이서 보면 코미디에 가깝다는 걸 제대로 그려낸다. 그들의 삶이 위악스럽게 여겨지고 나아가 어딘가 섬뜩한 느낌을 주는 건 그 전혀 다른 이중성 때문이다. 

그 저택으로 안태동의 간병인으로 들어온 박복자(김선아)는 품위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다. 구성진 사투리를 쓰는 모습에 뽀글 파마를 하고 명품백과는 전혀 인연이 없어, 안태동이 명품백을 사주자 화장실에서 소리 내어 눈물까지 흘리는 인물이다. 애초부터 그저 간병인이 아니라 이 저택의 안주인을 노리고 들어온 그녀는 절실하다. 온 몸을 던져 자신을 내보내려는 이들과 대항하고, 저택의 안주인이 되려 제 몸을 다치게 하는 자작극을 벌이기까지 한다. 

허술한 듯 보이는 인물이 어느 순간 정색을 하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저는 하녀가 아닌데요”라고 말하는 모습은 섬뜩하다. 그것은 간병인이라는 위장이 벗겨지는 순간이면서 동시에 늘 상명하복으로 체계화되어 있던 이 저택의 시스템이 위협을 받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내쫓으려는 이 저택의 며느리들 앞에서, 그녀는 안태동 회장을 온 몸을 던져 구하는 자작극을 벌인 끝에 회장의 마음을 돌린다. 얼굴에 멍투성이인 그녀가 병원을 박차고 나와 저택으로 돌아온 후 그 곳을 활보하고 다니는 장면은 그래서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부유층 그녀들이 그 위악스런 모습으로 웃음을 주면서도 동시에 어떤 불편한 섬뜩함을 주는 반면, 이 가난하고 처절한 박복한 여인의 모습은 정반대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겉으로 보면 섬뜩한 미저리의 이미지지만 어딘지 이 절박함에서 짠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도대체 이 짠함의 정체는 뭘까. 

그것은 이 저택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사실은 우리가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많은 현실들을 거의 축소해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택의 권력 시스템을 보라. 가진 자들과 못 가진 자들의 경계가 명확하고,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신봉건주의적 세계가 그 안에 펼쳐져 있다. 태생적으로 부자의 자식으로 태어난 이는 회사에서는 잠이나 자고 내연녀와 바람이나 피면서도 잘 살아간다. 반면 그 못가진 채 태어나 신분을 뛰어 넘으려 하는 자는 몸은 물론 심지어 영혼까지 팔아야 한다. 

<품위 있는 그녀>는 그 장르가 그래서 복합적으로 걸쳐져 있다. 이 강남의 부유층들이 하는 짓들은 풍자적인 의미로 웃음이 터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극의 한 편을 본 것마냥 마음이 불편해지고, 그 세계로 뛰어든 박복자는 공포영화의 한 인물처럼 섬뜩하지만 또 그 절박함에서 짠한 비극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딱 그렇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다. 웃기지만 불편하고 섬뜩하지만 짠한 그 현실이 <품위 있는 그녀>를 자꾸만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Posted by 더키앙

‘품위녀’, 부유층의 위선을 들여다보는 재미란

저들의 모습은 과연 품위일까 아니면 위선일까. JTBC 새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가 던지는 문제의식은 도발적이다. 강남을 전면에 내세우고 초재벌은 아니지만 준재벌에 가까운 부유층의 삶을 들여다본다. 패션쇼에나 어울릴 법한 옷을 걸치고 한정판 명품백으로 치장한 강남의 사모님들이 브런치를 하는 모습은 꽤 있어 보이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품위하고는 거리가 멀다. 19금 유머는 물론이고 불륜에 대해서도 그다지 윤리의식 같은 건 없어 보이는 대화들이다. 

'품위있는 그녀(사진출처:JTBC)'

그리고 그것은 그저 대화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들 중에는 같은 자리에 있는 이의 남편과 바람을 피우는 이가 존재한다. 강남에 산다는 것에 대한 특권의식 역시 대단해 함께 자리하고 있는 학원을 운영하는 선생에게 “아무나 받지 말라”고 말하기도 한다. 화제가 아이들 교육문제나 남편 관리 게다가 성형 같은 수준에 머물고 돈 자랑은 그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이야깃거리인 양 시종일관 등장한다. 

그 속에 앉아 있는 우아진(김희선)은 그들과는 어딘가 달라 보이지만, 사실 잘 들여다보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남편이 외도를 할 운명이라는 타로점집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걸 막기 위해 눈썹 성형을 실제로 시키는 인물이고, 아이 교육에서도 은근히 상류층의 의식을 드러내며 이것저것 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또 디자인을 전공해 갖고 있는 안목이라고 팝 아트를 하는 예술가를 후원하지만 진정한 예술에 대한 후원이라기보다는 돈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처럼 <품위있는 그녀>는 겉으로 품위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위선을 떨고 있는 강남의 부유층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드라마는 박복자(김선아)의 시선으로 그녀들의 위선을 들여다본다. 그녀는 우아진의 시아버지인 안태동(김용건)회장의 간병인으로 들어온 인물이다. 우아진 앞에서는 어딘지 모자란 듯한 모습으로 사투리를 쓰지만 돌아서면 완전히 다른 모습을 가진 인물. 우아진이나 박복자나 위선을 떨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품위 있어 보이려 하거나 혹은 한껏 자신을 낮추고 있거나.

우아진과 박복자의 위선 그 밑바탕에서 꿈틀대는 건 욕망이다. 우아진은 이 부유층의 삶에 자신을 동화시키려 한다. 그래서 그 특권을 누리고 싶어한다. 박복자는 그것이 위선이라는 걸 알면서도 세상이 태어날 때부터 그어놓은 선을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넘으려 한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안태동을 유혹하고 그를 뒷배로 삼아 이 부유층의 삶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물론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품위있는 그녀>가 가진 흥미로움은 상류층의 삶을 들여다보는 수준이 아니라, 그 삶이 갖고 있는 가식들을 들춰내는데서 나온다. 박복자라는 인물은 그걸 들춰내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결국 살해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저들의 위선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우아진은 이름처럼 끝까지 우아함과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박복자에 의해 뒤틀어진 삶은 어느 순간 우아진 역시 그녀와 똑같이 욕망에 휘둘린 인물이라는 걸 드러내지 않을까. 첫 방송에서부터 <품위있는 그녀>가 끄집어내고 있는 기대감은 바로 그 ‘폭로’의 쾌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Posted by 더키앙

착한 의사에서 속물 의사로, <용팔이>가 그리는 세상

 

역시 주원은 의사가운이 잘 어울린다. <굿닥터>에서 자폐를 가진 서번트 증후군의 시온 역할에서 주원은 마음까지 보듬어주는 착한 의사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 착한 의사라는 존재는 그래서 거꾸로 병원 조직에까지 스며든 권력 시스템을 에둘러 비판하는 인물로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 의사가운을 입은 <용팔이>에서 주원이 연기하는 김태현은 이런 착한 의사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돈을 준다면 어디든 달려가는 속물의사다.

 


'용팔이(사진출처:SBS)'

용한 돌팔이’. 이것이 조폭들 사이에서 김태현이 용팔이로 불리는 이유다. 칼부림과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는 조폭 세계. 하지만 병원은 갈 수 없는 그들을 위해 용팔이는 어디든 왕진을 간다. 조폭들도 고귀한 생명이니 하는 의사 윤리의식 따위는 거기에 없다. 용팔이가 그 위험한 왕진을 감행하는 이유는 하나, 바로 돈이다.

 

일반외과 레지던트 3년차지만 대단한 수술 실력을 가진 덕분에 병원 과장들의 구원투수로 불려 다닌다. 그들이 잘못 해놓은 수술 때문에 죽게 생긴 환자들을 수두룩 살려내지만 그렇다고 일반적인 의학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존경어린 시선이나 선배 의사들의 칭찬 따위는 없다. 그는 오로지 과장들의 승률을 높여주는 구원투수로서만 취급된다. 김태현 역시 그런 걸 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대신 그는 VIP 환자 가족으로부터 사례를 받는 걸 당연시 한다.

 

의사라고 하면 생명을 살리는 직업으로서 그려지기 마련인 의학드라마에서 용팔이는 그 모든 행위를 거래관계로 바꿔놓는다. 돈이 오고가면 어디든 왕진을 가고, 누군가를 살려내면 거기에 합당한 돈을 받는다. 그걸 갖고 의사의 윤리 운운하는 과장에게 그는 당당하다. 과장 역시 VIP병동에서는 사례비를 받기 때문이다.

 

그토록 반복되어온 의학드라마라고 해도 <용팔이>가 그리는 의사는 다르게 다가온다. <용팔이>는 의사를 성인으로도, 존경받는 인물로도, 그렇다고 오로지 병원 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야심가로도 그러지 않는다. 용팔이는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건 그래서 거래다. 제대로 된 물적 대가를 받는 것으로 꿈이나 이상 혹은 포부를 접으며 살아가는 인물이 바로 용팔이다.

 

물론 의사라는 특정한 직업인으로서 그려지고 있지만 용팔이의 이러한 삶의 태도는 여러모로 현재의 청춘들을 그대로 닮아있다. 이미 태생부터 결정되는 삶의 양태는 결코 노력한다고 해서 넘어설 수 없는 벽이 된 지 오래다. 제 아무리 용쓰고 노력해도 가난하게 태어난 이들이 가난을 벗어날 수 없게 된 것이 우리네 사회의 불행한 구조이지 않은가. 그러니 포기하고 현실적이고 때로는 속물적이라고 부르는 삶을 사는 것이 뭐가 잘못됐단 말인가.

 

물론 용팔이의 그런 속물적인 삶의 선택 이면에는 평생 투석을 받으며 살아가야 할 자신의 여동생이 있다. 그 만만찮은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돈을 벌어야 한다. 아니 그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조차 죽을 수도 없는 인물이다. 자신의 죽음은 여동생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속물화된 세상 속에서도 그 순수함을 지켜내던 <굿닥터>가 이제는 대놓고 속물을 선언하고 나선 <용팔이>로 돌아왔다는 건 의미심장한 일이다. 속물의사 용팔이가 부정적인 인물이 아니라 꽤 공감 가는 인물로서 받아들여지는 건 그 짧은 몇 년 사이 우리네 현실이 얼마나 더 절망적인 청춘들을 낳고 있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용팔이>는 그래서 의사가운처럼 잘 차려입은 옷으로 그럴 듯하게 꾸며지고 있지만 사실은 위선 가득한 세상에 일침을 날리는 존재로 다가온다.



Posted by 더키앙

'나쁜 남자', 위선적인 세상을 뒤집다

세상은 얼마나 위선적일까. 가진 자들은 뭐든 손만 뻗으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고, 불필요하다면 언제든 버릴 수 있지만, 그렇게 돈으로 산 세계에 진심은 남아있지 않다. 그저 행복한 척 웃고 있지만 사실은 거래에 가까운 삶을 그저 버티고 있을 뿐. 그렇다면 '나쁜 남자'가 그려내는 못 가진 자들은 어떤가. 늘 가진 자들에게 당하는 순박한 존재들인가. 그렇지 않다. 그들도 못 가진 걸 갖기 위해 가진 자들 앞에서 가면의 사랑을 서슴없이 하는 존재들이다. '나쁜 남자'는 그 사이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가진 자들의 품속에 억지로 던져져 홍태성이란 이름으로 살 뻔했으나, 곧 버려지면서 심건욱(김남길)이란 괴물이 탄생했다. 심건욱이 누군가의 위험한 대역을 대신하며 살아가는 스턴트맨이라는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그런데 심건욱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버린 해신그룹 홍회장(전국환)의 가족들에게 접근해서 하려는 복수극이 남다르다. 그는 폭력으로 물리적인 상처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당한 것처럼 그들에게 치유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기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가면의 사랑'이다. 그는 해신그룹의 막내딸인 홍모네(정소민)의 마음을 뒤흔들고, 동시에 장녀인 홍태라(오연수)에게 접근한다. 심건욱이 그토록 쉽게 그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위선적인 세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홍모네는 이 돈 냄새와는 상관없는(관심이 없는) 야성적인 남자에게 빠져들고, 홍태라는 정략결혼이라는 진심 없는 삶 속에서 이 거침없는 남자에게 흔들린다.

한편 심건욱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홍태성(김재욱)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한다. 이 상황에 갑자기 이들 사이에 나타난 문재인(한가인)이 의도적으로 홍태성(사실은 심건욱)에게 접근할 정도의 속물근성을 갖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러나 그녀는 심건욱이 진짜 홍태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그의 진심에 끌린다. 하지만 유리가면을 구하기 위해 간 일본 출장에서 진짜 홍태성을 만나게 되면서 문재인의 마음은 갈등을 일으킨다. 가난한 진심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위선이라도 화려함을 택할 것인가. 이 양 갈래 사이에 놓인 이 드라마의 멜로는 따라서 심건욱이 하려는 복수와 그대로 맞닿아 있다. 그녀가 돈이 아닌 진심을 선택하는 순간, 심건욱은 어쩌면 구원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진정한 복수가 될 지도.

유리가면을 홍태성이 제 어머니 앞에서 복수하듯 집어던져 깨뜨릴 때, 순간 이 모든 가면의 상황들을 깨져버리고 제 모습을 드러낸다. 홍태성에게 "네가 그렇게 깨뜨릴 물건이 아냐"하고 대드는 문재인에게 오히려 뺨을 올려 부치며 "네가 뭔데, 선을 넘어오는 거야?"하고 말하는 신여사(김혜옥). 그만큼 위선의 세계는 견고한 듯 보이지만, 던지면 쉽게 깨져버리는 유리가면처럼 약하기 그지없다.

'나쁜 남자'가 매력적인 것은 이 자본 위에 세워놓은 세계의 위선과 속물근성을 이 심건욱이라는 사내가 적나라하게 헤집어놓는 통쾌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이 끈이 떨어진 자신의 백을 맨 채, 명품 백을 바라보는 장면이나, VVIP고객을 위한 홍보용 콜렉션인지도 모르고 신여사에게 선물로 받은 옷을 돈 때문에 환불하는 장면에는, 자본이 만들어놓은 부에 대한 선망과 속물근성에 대한 혐오가 뒤섞여 있다. 이것은 남녀 간의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사랑은 과연 진심인가, 아니면 또 다른 속물근성의 하나인가. '나쁜 남자'는 지금 이것을 우리에게 묻고 있다. 그가 '나쁜 남자'인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없는 척 쓰고 있는 유리가면을 그가 거침없이 벗겨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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