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이래도 압력이 없었다 말할 수 있을까

 

KBS <개그콘서트>에 돌아온 민상토론은 그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유민상과 김대성이 함께 하던 리얼 사운드라는 코너의 주제로 검찰청에서 곰탕 먹는 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유민상이 주제가 바뀌었다고 심상찮은 분위기를 전하자 곧바로 무대는 민상토론으로 재배치되었다. 송준근은 곧바로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를 거론하며 그 사안을 토론 주제로 올렸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돌아온 민상토론의 풍자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다. 운동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대표적인 운동권 개그맨이 된 유민상은 좌측에 앉았고, 고향이 대구라며 대표적인 친박 개그맨이 된 김대성은 우측에 앉았다. 김대성이 먼저 유민상에게 최순실씨는 아시지 않냐?”고 묻고는 안다고 말하자 대뜸 누나 동생 하는 사이로 몰아붙여 그를 최순실의 최측근으로 만들었고, 거기에 장난 하지마 죽는다 너라고 유민상이 으름장을 놓자 저거 보십시오. 저렇게 자기 권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라고 김대성이 다시금 몰아세웠다.

 

본적도 없고 알지도 못합니다.” 유민상의 극구 부인에 대해서도 김대성은 많이 들어본 이야긴데? 아 요즘 뉴스에 나오는 분들이랑 똑같이 말을 하고 있습니다. 형 입을 다 맞춘 거야?”라고 되물어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모든 정황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부인하는 그들에 대한 풍자를 이어갔다.

 

연설문을 유출하고 수정했다는 최순실 게이트의 내용도 그대로 패러디됐다. 대본 종이에 무언가를 적는 유민상에게 김대성이 지금 연설문을 뜯어 고치고 있습니다.”라고 묻는가 하면, 문고리 3인방이 아니라 4인방이었다고 몰아붙이자 김대성이 화가 나 대본을 집어던지자 유민상이 어이구 이 귀한 개콘 대본을 어디로 유출시키고 있습니까?”하고 되물었다. 마침 최순실 분장으로 뒷자리에 관객으로 앉아 있는 이수지가 그 대본을 주워 뜯어고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민상토론은 대놓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담기도 했다. 갑자기 시작한 맞춤범 퀴즈에서 최순실 게이트라는 문구가 나오자 당황한 유민상이 왜 그래 진짜.. 이거 아니야...”라고 한 말에 토론을 진행하는 송준근은 아 이게 아니다? 그럼 이게 맞는 거다?”하며 박근혜 게이트라는 푯말을 들어 보였다. <개그콘서트>가 지금껏 했었던 풍자들 중 이처럼 직접적으로 대통령을 겨냥한 풍자는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다.

 

최순실의 최측근으로 몰아세워진 유민상이 자신이 아니라며 손가락 하나를 들어 부인하자, 송준근이 한 명만 조사 받으면 된다? 그게 누굽니까? 설마?!”하고 외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모든 의문점이 대통령을 향해 있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조차 고압적인 모습을 보인 유병우 전 수석에 대한 풍자 역시 빠지지 않았다. 김대성이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요? 당신이 검찰이야?”라고 묻자 유민상이 그래? 당신이 검찰이야? 검찰에 가서 얘기하겠다잖아요? 자기는 검찰에 가도 저렇게 팔짱끼고 웃으면서 조사받을 수 있다..”고 김대성을 몰아세웠다. 그러자 김대성이 노려보는 시선을 보여줘 검찰에 출두할 때 기자들의 질문에 노려봤던 유병우 전 수석의 모습을 그대로 패러디해보였다.

 

마침표는 유민상이 왜 그래 진짜. 내가 이러려고 개그맨이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라는 말로 찍혔다. 그리고 나 이제 어떻게 해야 돼 진짜?”하고 물으며 마침 뒷좌석에 앉아 있던 최순실 분장을 한 이수지를 바라보고 그녀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장면은 현 사태를 압축해놓은 듯한 뉘앙스를 만들었다.

 

사실 <개그콘서트>에서 날선 현실 풍자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꽤 이전부터 나왔었다. 그 날카로움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채운 건 유행어의 남발과 비하가 섞인 몸 개그의 연속 같은 것들이었다. <개그콘서트>가 힘이 빠진 건 바로 이런 현실이 코미디에 투영되지 않으면서 그저 표피적인 웃음에 머무르면서였고, 또한 이렇게 식상해진 코너들이 변화하지 않고 무한정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제기된 것이 외압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입장은 항상 외압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짜 그랬을까. 최근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지난 주부터 과감해지기 시작한 <개그콘서트>의 풍자는 어쩌면 직접적이지는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 압력은 존재했었다는 걸 반증해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다음 주에도 민상토론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계속됩니다.” 이렇게 민상토론은 끝을 맺었지만 앞으로도 <개그콘서트>는 계속 이런 풍자 정신을 이어갈 수 있을까. 간절히 바라게 된다. 본래 개그의 한 지평인 풍자가 <개그콘서트>의 현실 감각을 채워줄 수 있기를.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개콘>의 도약, 웃음과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최근 KBS <개그콘서트>의 새로운 코너들이 주목된다. 지난 94일 새롭게 등장한 세젤예와 이어서 지난 18일 새로 시작한 나가거든이 그 주목되는 코너들이다.

 

'나가거든(사진출처:KBS)'

세젤예세상에서 제일 예민한 사람들을 내세워 밀도 높은 웃음을 만들었다. 이 코너의 특징은 유민상이 하는 이야기마다 사사건건 예민하게 반응하는 손님들을 내세워 쉴 새 없이 웃음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손님으로 등장하는 네 사람은 각각 특정하게 예민한 상황들을 갖고 이 가게를 찾는다. 그 상황들은 각양각색이다. 여자 친구와 헤어졌거나 시골출신이거나 취직시험에 연달아 떨어진 상황들도 있고, 여러 차례 성형을 했거나 핵존심이거나 뚱뚱하다는 것 때문에 예민한 상황들도 있으며, 외국인처럼 생겼거나 거지 차림을 해 오해를 받는 상황들도 있다. 이런 상황들이 서로 겹쳐지며 딴 이야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들을 통해 주인인 유민상을 몰아세우는 과정은 큰 웃음을 연달아 터트린다.

 

하지만 이 코너는 단지 웃음을 위한 웃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예민한 사람들이 저마다 갖고 오는 상황들은 사실상 우리네 현실의 풍경들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시골 출신이면 받기 마련인 소외감도 있고, 취업문제도 있으며, 성형공화국과 다이어트에 민감한 우리네 세태도 깔려 있다. 그러니 웃음 뒤에 남는 현실적 공감대가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새로 등장한 나가거든은 영화 <터널><개그콘서트> 식으로 제대로 패러디함으로써 웃음에 풍자를 더했다. 재난상황에 빠진 홍현호가 전화를 걸어 구조요청을 하려 하는데 그의 위급한 상황과는 딴판으로 여유를 부리는 바깥세상의 사람들과 대비를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 특유의 황당하고 억울한 표정 연기가 압권인 홍현호가 그 중심점을 잘 잡고 있고, 판넬로 가려져 그가 통화하는 다양한 인물들이 한 명씩 등장하는 구성도 괜찮다.

 

특히 재난 상황에 관련부처에 전화를 걸지만 시설과와 산림과가 저마다 그게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며 외면하는 상황은 톡 쏘는 현실 풍자를 담아냈다. 본래 <터널>이라는 영화가 건드린 부분이기는 하지만 역시 이를 취재하려는 언론의 선정성 또한 나가거든이 보여주는 풍자적인 웃음의 핵심적인 소재로 등장했다.

 

<개그콘서트>가 과거와 비교해 위기상황에 몰리게 된 건 웃음과 의미 사이에 균형을 잘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개그 코너는 웃음이 빵빵 터져야 그 개그로서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와 맥락을 갖지 못할 때는 그저 휘발되어 버리는 속성이 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의미와 맥락만을 찾다가 정작 웃음을 잃어버리면 그건 개그 코너라고 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니 이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는가가 관건이 되는 것.

 

적어도 최근 새롭게 등장한 두 코너, ‘세젤예나가거든은 이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균형이 잘 잡힌 개그 코너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물론 지금도 <개그콘서트>의 코너들은 전체적으로 보면 이 균형이 깨진 것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세젤예나가거든같은 신규 코너들이 조금씩 자리를 채우기 시작한다면 <개그콘서트>의 새로운 도약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개콘> ‘세젤예’,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불편하게 하나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임우일이 카페에 들어와 시원한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라고 하자 주인인 유민상이 시럽 넣어드릴까요?”하고 되묻는다. 카페에 가면 통상적으로 물어보는 질문이지만 시골 사람으로 무시받는 것에 특히 예민한 임우일이 한 마디 쏘아붙인다. “왜 시골 사람들은 쓴 커피 못 마실 것 같아서요?”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KBS <개그콘서트>에서 지난주부터 새로 시작한 세젤예라는 코너의 한 장면. ‘세젤예는 인터넷에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이를 지칭하는 신조어지만, <개콘>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예민한 사람들을 뜻한다. 카페를 찾은 이 예민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특히 예민한 구석을 갖고 툭하면 불편함을 토로하며 주인인 유민상을 복장 터지게 만든다.

 

예쁜 개그우먼 김승혜는 늘 자신에게 들이대는 남자들이 불편하고, 지금껏 모태솔로로 살아온 이수지는 연애 이야기만 하면 발끈한다. 얼굴이 완전 노안인 송준근은 자신이 사실은 고등학생이라며 나이 이야기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혼자 오셨냐고 유민상이 묻자 김승혜는 마치 작업을 거는 사람에게 쏘아붙이듯 혼잔데요 왜?” “그쪽 제 스타일 아니거든요!”하며 오버하고, 답답한 유민상이 누구 연애 못해서 환장한 사람 있나하고 혼잣말을 하자 옆에서 이수지가 그걸 듣고는 지금 제 얘기하시는 거 맞죠? 저 모태솔로라고 놀리는 거잖아요!”라고 반응한다.

 

유민상이 저도 서른여덟 살인데 모태솔로라구요. 같은 처지라구요.”라고 답답함을 토로하자 이수지는 한 술 더 떠 같은 처지? 전 서른 세 살이에요. 뭐가 같은 처지예요. 어 너도 5년 동안 쭉 남자 없을 거다?” 하고 배배 꼬인 심사를 드러낸다. 한편 누가 봐도 나이 들어 보이는 송준근에게 시원한 맥주도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그는 저 고등학생이에요!”하고 발끈한다. 송준근은 지난 회에서는 외국인처럼 생긴 외모로 저 외국인 아니에요!”하고 계속 외쳐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사실 어찌 보면 말장난 개그처럼 보이는 세젤예는 그러나 작은 일에도 민감해하고 발끈하는 지금의 세태를 담아내고 있다. 아마도 개그를 하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민감한 세태가 특히 공감가는 대목일 것이다. 그저 웃기려고 한 말이 굉장히 민감하고 예민하게 해석되면서 의외로 큰 불편함으로 돌아오는 걸 여러 차례 느꼈을 테니 말이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입장은 저 유민상처럼 고구마 백 개를 입에 넣은 듯 답답했을 게다.

 

그런데 왜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이토록 예민해진 걸까. 그저 웃고 넘어가면 될 일들을 웃지 않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때로는 자신을 공격하는 걸로 알아들으며 화를 내는 건 아무래도 그만큼 여유가 없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담아내는 것처럼 보인다. 이른바 프로 불편러들의 세상은 작은 일에도 예민해져버릴 정도로 각박해진 우리네 현실을 드러낸다.

 

세젤예는 저 마다의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불편한 구석들 때문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웃음이 터진다. 누군가에게는 우리 가게라는 표현이 왜 당신과 제가 우리냐는 불편함으로 돌아오고, 또 누군가에게는 남의 가게라는 표현이 왜 저쪽하고는 우리고 나는 남의 가게에요라는 대거리로 돌아온다. 한쪽의 이야기는 다른 쪽의 불편함을 유발하며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래서 세젤예의 웃음은 쉴 틈 없이 터져 나온다.

 

세젤예는 실로 오랜만에 <개그콘서트>에서 보는 현실 풍자가 가미된 웃음이면서 동시에 다른 코너들과 비교해 그 밀도도 높은 웃음을 선사한다. 한참 웃고 나면 그 밑에 깔린 세태에 대한 풍자가 묘한 페이소스까지를 느끼게 해주는 그런 웃음. 이런 참신한 코너들이 좀 더 많아져야 최근 들어 위기라고까지 불리는 <개그콘서트>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개콘><SNL>, 풍자 좀 하게 해주면 안 되나

 

KBS <개그콘서트> ‘11’ 코너에서 이상훈은 서로 비슷하여 견줘볼 필요가 없다는 뜻을 묻는 유민상의 질문에 여당과 두 야당이라고 답했다. 여당도 두 야당도 모두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는 뜻을 담아낸 풍자다. “친인척이나 가족을 보좌관으로 채용하지를 않나. 홍보 리베이트에 휩싸이지를 않나. 가장 도덕적이어야 할 분들이 이러면 어쩌느냐.” 그의 속 시원한 한 마디 한 마디는 시청자들의 답답한 마음을 잠시나마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이어지는 풍자. “두 얼굴을 가진야누스를 묻는 질문에 이상훈은 부산 경찰관들이라며 최근 부산에서 벌어진 경찰관들의 여고생 성관계 사건을 꼬집었다.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일 뿐이지만, 그것이 개그의 소재로 삼아지는 것만으로도 대중들은 어떤 통쾌함을 느꼈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닌가. 이것은 바로 세태를 꼬집는 풍자가 가진 힘이다.

 

이 날 이상훈의 풍자가 더 특별하게 여겨진 것은 그가 지난 5월 어버이연합으로부터 피소되어 지난달 30일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던 사실 때문이다. <개그콘서트>에서 이상훈은 계좌로 돈을 받기 쉬운 것을 무엇이라고 하느냐는 질문에 어버이연합이라고 답한 후, 그 이유로 가만히 있어도 계좌로 돈을 받는다. 전경련에서 받고도 입을 다물고 전경련도 입을 다문다.”고 말한 바 있다. 어버이연합은 이를 문제 삼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사실 대중들에게 어버이연합이 하는 일련의 말과 행동들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질타를 받아왔다. 항간에는 어버이라는 단어를 어버이연합이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명예훼손을 이야기하지만 대중들에게는 어버이연합이 어버이를 훼손하는 느낌이다. 물론 정치적 사안들이야 다른 역학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개그와 코미디의 영역만큼은 그것이 무엇이든 내버려두는 게 그나마 답답한 현실에 작은 숨통이라도 틔워주는 일이 아닐까.

 

사실 이러한 외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개그콘서트>의 전성기 시절 최효종은 국회의원을 폄하했다며 강용석에게 고소당했고, 메르스사태를 풍자했던 민상토론이 결방되자 외압논란이 터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민상토론은 아예 이런 외압설을 소재로 끌어와 누가 하지 말라고 합니까?”라고 질문을 던져 대중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tvN <SNL코리아>는 본래 시사풍자와 19금 개그가 균형을 이루는데서 그 정체성이 만들어졌던 프로그램이다. 초기 위켄드 업데이트여의도 텔레토비같은 코너로 신랄한 시사풍자를 보여줬던 <SNL코리아>는 그러나 지금 이런 색깔이 사라진 지 오래다. 시사풍자가 갖는 품격이 사라지자 19금 개그의 선정성과 자극만 많아진 느낌. <SNL코리아>의 이런 변화에 대해서도 외압설이 끊이지 않는다. 어째서 <SNL코리아>는 그 날카로웠던 풍자를 거둬들였을까.

 

물론 누가 하지 말라고 합니까?”하고 물을 정도로 직접적인 외압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하지만 단체들이 심지어 고소까지 하는 이런 환경 속에서 개그맨들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실제로 <개그콘서트>의 많은 개그맨들은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면 개그를 짜거나 할 때 소재나 표현에 있어 위축된다고 말한다.

 

적어도 웃음의 지대에서만큼은, 또 대중들이 향유하는 대중문화에 대해서만큼은 좀 자유롭게 내버려두는 여유를 줄 수는 없을까. 만일 얼토당토않은 풍자라면 대중들도 호응할리 없고, 그런 호응 없는 풍자를 굳이 개그맨들이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말은 거꾸로 말하면 풍자는 어떤 식으로든 자체적인 기능에 의해 아무렇게나 만들어질 수 없다는 얘기다. 그만큼 공감을 추구하고 공감 받는 개그라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하더라도 수긍해주고 받아들이는 게 진정한 어른들의 자세가 아닐까.

 

항간에는 개그가 점점 재미없어진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그들이 마음껏 표현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그런 사회 분위기인가를 한번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 개그맨이 고소당하는 이런 웃지 못할 개그들이 현실에 넘쳐나는 한, 우리네 희극인들은 더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잖아도 웃을 일 없는 세상, 풍자라도 시원하게 해줬으면. 답답하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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