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의 콜라보 대잔치, ‘맛있는 녀석들’에 이효리, 펭수까지

 

더 이상 못 넘을 선이 없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인생라면’이라는 제목으로 유재석의 라면집을 오픈하면서 초대한 손님들은 다름 아닌 연말 시상식의 주역들이었다. 최근 대세라 불리는 장성규는 물론이고 장도연, 양세찬, 조세호, 김구라, 박명수가 찾아왔고, 모두 떠나고 박명수만 남아 있을 때 찾아온 정준하는 새삼스럽게 과거 <무한도전>의 한 대목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무한도전>에 대한 그리움을 “삶의 일부분”이라고 표현하며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가 그 때를 회고하고, 그러면서도 여전한 박명수와 정준하의 치고 박는 케미에 유재석이 “여전하다”고 환한 웃음을 짓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그 때의 향수를 떠올리게 했다. 그들이 떠나고 밤늦게 찾아온 양세형과 홍현희가 특유의 깐족 콘셉트로 유재석의 뒷목을 잡게 만들며 웃음을 주었고 그렇게 ‘인생라면’은 끝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김태호 PD는 그렇게 간단히 이 코너를 끝내지 않았다. 그날 밤 이연복 셰프를 찾아간 유재석은 즉석에서 쉽게 만들어내는 짜장라면과 짬뽕라면을 전수받았다. 이로써 여경래 세프에게서 배운 유산슬 라면까지 ‘인생라면’의 메뉴는 세 개로 늘어났다. 다음 날 다시 라면집을 연 유재석에게 드디어 특급 콜라보의 세계가 열렸다.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유민상, 김준현, 김민경, 문세윤이 찾아온 것.

 

김태호 PD의 제안으로 성사된 <맛있는 녀석들>과의 콜라보였다. <맛있는 녀석들> 4인방 역시 그 곳에 유재석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PD들끼리 입을 맞춰 양측 출연자들에게 사전 고지를 해주지 않은 것. 이로써 기막힌 장면이 연출됐다. 두 개의 프로그램이 한 공간에서 부딪치는 장면이다.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를 찍고 있고 4인방은 <맛있는 녀석들>을 찍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다. 요리보다 토크가 더 좋은 유재석이 계속 이야기를 하려 하자 4인방은 자신들도 방송을 찍고 있다며 그렇게 하지 말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요리에 집중하라 요구한다. 유재석은 그래도 토크 본능을 참지 못하고 이야기를 쏟아낸다.

 

놀라운 장면은 4인방이 시작한 본격 먹방에서 펼쳐졌다. 각자 한 그릇씩 먹는 줄 알았는데 복불복 벌칙으로 먹지 못하게 된 김준현을 제외하고 3명은 모든 메뉴를 한 그릇씩 달라고 했던 것. 본 메뉴가 나오기 전부터 배고프다며 밥에 참치캔을 까서 애피타이저(?)로 먹고 유산슬 라면, 짜장라면 그리고 짬뽕라면을 코스로 먹은 후, 김준현이 즉석에서 만든 김치비빔라면을 후식으로 마무리하는 놀라운 광경.

 

<놀면 뭐하니?>는 지금껏 방송에 있어서 다양한 경계들을 넘나드는 실험을 해오고 있다. 유산슬로 활동하며 KBS <아침마당>과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함으로써 방송사 대통합을 이뤄냈고 ‘인생라면’ 코너를 통해 여경래 셰프, 이연복 셰프를 출연시키는 쿡방에 이어 <맛있는 녀석들>의 먹방까지 콜라보를 성사시켰다. 그리고 이날 방송에서 다음 주 예고된 대로 이효리와 이상순 출연은 물론이고 이미 지난해 공약된 대로 EBS를 찾아간 유재석이 펭수와 재회하는 또 다른 콜라보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놀면 뭐하니?>는 마치 마블의 여러 슈퍼히어로들이 각각의 세계관을 갖고 있지만 <어벤져스> 같은 프로젝트로 합쳐지듯이 여러 예능 프로그램들의 세계관을 순식간에 묶어내고 있다. <아침마당>의 세계관과 유산슬의 조합이 그렇고, <맛있는 녀석들>의 세계관과 ‘인생라면’의 조합이 그러하며, 펭수와 유산슬의 만남이 그렇다. 지금껏 어떤 경계로 나눠져 있던 서로 다른 세계관이 만나 그 부딪침을 통해 색다른 웃음과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예능영역에서의 진정한 통섭이고 지금 <놀면 뭐하니?>를 통해 김태호 PD가 그려내고 있는 큰 그림이다.(사진:MBC)

‘개콘’, 유민상 같은 캐릭터 발굴만 더 된다면...

드디어 바닥을 친 걸까? 900회 특집 이후 조금씩 KBS <개그콘서트>의 색깔이 살아나고 있다. 물론 아직 두드러진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새롭게 마련된 코너들에서 한동안 잘 느껴보지 못했던 ‘재기발랄함’이 느껴진다. 정체기를 넘어 침체기에까지 들어섰던 <개그콘서트>에서 작은 희망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그 중심에서 도드라지는 인물은 단연 유민상이다. <개그콘서트>의 선배답게 그는 여러 코너들 속에서 자기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웃음을 선사한다. 오프닝 무대에 새롭게 마련된 ‘힘을 내요 슈퍼뚱맨’은 유민상의 뚱보 캐릭터를 슈퍼히어로 캐릭터로 만들어놓은 후, 영웅과 악당의 상황을 반전시키는 참신한 발상으로 웃음을 주었다. 즉 슈퍼히어로가 악당을 갖가지 방법으로 무너뜨리지만, 그 때마다 악당의 당하는 모습에 시민들이 동정심을 느껴 오히려 슈퍼히어로에게 손가락질을 한다는 설정. 굉장히 어린아이 놀이 같은 설정이지만 그 안에는 선악구도로 나누어 강자(국가)들이 약자를 힘으로 누르는 논리에 대한 비판의식 같은 것이 느껴진다. 

유민상은 <개그콘서트>에서 늘 먹히던 ‘뚱보’ 캐릭터 중 한 명이지만, 그 특징은 ‘당하는 뚱보’라는 점이다. ‘힘을 내요 슈퍼뚱맨’이 그렇듯, 새로 마련된 ‘퀴즈카페’에서도 그는 난감한 퀴즈에 어떤 답도 내기 어려워 어쩔 줄 몰라 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원빈과 이나영, 비와 김태희 그리고 지성과 이보영 커플을 차례로 보여준 후, 어떤 커플이 여자가 가장 아까운 커플인가를 묻는 질문을 던지거나,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사진을 보여준 후 어떤 색깔이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냐는 질문을 던지고 초록색을 선택하자 그 사진을 확대해 사실은 녹조라떼가 퍼진 장면을 보여줘 당황하게 만드는 식이다. ‘퀴즈카페’는 과거 유민상이 출연했던 정치풍자 코너였던 ‘민상토론’과 궤를 같이 하는 새로운 코너다. 

송영길과 호흡을 맞춘 ‘볼빨간 회춘기’도 유민상의 강점을 잘 보여주는 코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코너는 이제는 운신도 쉽지 않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 큰 소리로 외치듯 대화해야 하는 어르신들이 마치 ‘불량할배’처럼 대결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는 코너다. 힙합 음악에 맞춰 건들대며 들어오는 등장부터 웃음을 주는데다, 대결이라고 해도 제기차기 한 번 한 것에 졌다고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는 수준이다. 송영길의 연기가 돋보이는 코너지만 그와 양갱 하나를 두고 대립관계를 만들어내는 유민상의 역할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요소가 되고 있다. 

사실 최근 SBS <웃찾사>가 폐지되고 KBS <개그콘서트>마저 예전 같지 않다며 공개코미디 프로그램이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위기라는 것도 어찌 보면 간단한 해법으로 풀릴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웃음과 재미를 찾는 일이다.

<개그콘서트>가 최근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이렇다 할 대표적인 캐릭터가 잘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이다. 등장하기만 해도 어떤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캐릭터가 존재하는 무대와 그렇지 않은 무대는 확연히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유민상 같은 ‘당하는 뚱보’ 캐릭터가 최근 <개그콘서트>의 여러 코너에서 일관되게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물론 <개그콘서트>에는 유민상 이외에도 충분히 발굴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개그맨들이 많다. 예를 들어 ‘볼빨간 회춘기’에서 발군의 연기를 보여주는 송영길이나, ‘명훈아 명훈아 명훈아’에서 당하면서도 톡톡 쏘는 캐릭터를 선보이는 정명훈, ‘배틀트집’에서 돋보이는 이상훈, 김기열, 송준근, 그리고 개그우먼으로서 다양한 코너에서 맹활약하는 이수지, 박소라 등등의 개그맨들이 그렇다. 

유민상의 사례처럼 이들 각각의 개그맨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살릴 수 있는 코너들이 개발되어 이들 개그맨들의 캐릭터가 안착될 수 있다면 어떨까. <개그콘서트>는 어쩌면 이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흔들리는 <개콘>, 그래도 유민상이 있다

 

뭘 하든 국민들은 다 불만이 있기 마련이에요. 집값이 오르면 오른다고 불만. 내리면 내린다고 불만. 이게 다 사회 불만세력들 때문이야. 가만히 보면 평양에서 내려온 간첩이 있어. 간첩이!” KBS <개그콘서트>의 시국풍자 개그 대통형에서 총리 역할을 유민상은 총리 역할을 연기한다. 불쑥 색깔론을 드러내는 총리 유민상에게 철없는 대통령 서태훈이 묻는다. “평양냉면 좋아하세요?” 그렇다고 하자 이어지는 말. “간첩이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사실 대통형의 이런 대사들은 그 자체로 웃음을 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대사가 어디선가 익숙하게 들었던 것들이고 그것이 분통을 터트리게 했었던 이야기들이라는 걸 떠올리고 나면 그런 이야기를 하는 총리에게 한 방 먹이는 대사는 통쾌해진다. 여기서 중요한 건 유민상의 역할이다. 그는 제대로 꼰대 정치인의 역할을 연기하면서 동시에 한 방 먹을 때의 리액션을 취해줘야 한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입을 댓발 내밀면서 -”하고 소리를 내는 모습. 어떤 정치인을 떠올리게 하는 그 모습에서 빵 터진다.

 

촛불정국이 계속이고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현재, ‘대통형같은 시국 풍자 개그의 강도는 과거에 비하면 훨씬 세졌다. “청와대에서는 올림머리하는데 90분이나 걸린다거나 웬놈의 주사가 청와대에 그렇게 많나며 이건 청와대가 아니라 청와대부속병원 아니냐는 대사, “5년 있다 방 빼야 되는데 뭐 그 전에 뺄 수도 있다는 대통령의 말, 재벌들이 힘들다는 이야기에 힘들긴 뭐가 힘들어요.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도 않고 몇 십억씩 그냥 선의로 주더만하고 쏘아붙이는 대사 등은 지금의 시국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 풍자들은 잠시나마 시청자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런 시국풍자가 지금 같은 시국을 맞아 갑자기 튀어나오기보다 평상시에도 계속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물론 알게 모르게 압력을 느끼는 그 고충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풍자라는 것이 더 필요했던 거 아니냐는 역설이 설득력을 얻는다. 풍자란 결국 힘 있는 자들 앞에서 직접 이야기하지 못해 에둘러 현실을 꼬집는 것이니 말이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개그콘서트>대통형같은 코너가 어떤 진정성을 갖게 되는 건 유민상 같은 고참 개그맨이 그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이미 작년 민상토론을 통해 에둘러 할 말을 못하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의식을 보여준 바 있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말들을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발언으로 싸잡아 몰아세우는 그 상황 속에서 유민상은 특유의 그 억울한 리액션으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최근 시국에 맞춰 민상토론2’가 새롭게 시작되면서 또다시 유민상은 그 코너의 중심을 잡아줬고, 그 연장선으로 등장한 대통형에서도 꽉 막힌 총리 역할로 웃음을 주고 있다. 이번 새롭게 만들어진 민상토론2’대통형이 시국에 맞춰 갑자기 생겨난 코너로서 어떤 아쉬움을 주긴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과거나 지금이나 자기 역할을 해온 유민상이 있어 어떤 최소한의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것.

 

그러고 보면 <개그콘서트>에서 이제 고참의 위치에 선 유민상의 존재감이 새삼 느껴진다. 현재 세젤예에서도 또 사랑이 Large’에서도 그는 독보적인 자신만의 캐릭터를 세우고 있다. ‘사랑이 Large’처럼 과거 아빠와 아들코너에서도 보여줬던 뚱뚱한 캐릭터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역시 유민상이 진가를 발휘하는 건 민상토론’, ‘세젤예’, ‘대통형등에서 일관되게 보여주는 억울하게 당하는 캐릭터다.

 

최근 들어 <개그콘서트>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건 결국 개그맨들이 세대교체가 되면서 새로운 세대가 <개그콘서트>의 중심을 잡지 못한데서 나오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누구보다 캐릭터 소화 능력이나 연기력이 수준에 올라있는 유민상은 늦게 피어난 개그맨이지만 지금 확실히 <개그콘서트>의 중심 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개콘> 풍자의 부활에서 느껴지는 개그맨들의 고충

 

민상토론2’에 이어 새롭게 선보인 <개그콘서트>대통형은 더 직접적으로 현 시국에 대한 풍자를 담았다. ‘민상토론의 콘셉트는 시사나 정치에 대해 할 말은 있지만 해서는 안 될 것 같은상황을 통해 웃음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니 시사 풍자는 직접적이기보다는 애써 빙 둘러가는 형태로 이뤄졌다.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어라고 변명하면서 풍자하는 방식이었던 것.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반면 대통형은 대놓고 서태훈이 대통령 캐릭터로 등장하고 유민상이 국무총리, 이현정이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호가 교육부 장관, 김대성이 문체부 장관, 홍현호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출연한다. 국정 운영의 파행에 대한 직접적인 풍자를 담는다는 점에서 민상토론의 간접적인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깨톡으로 회의하려는 대통령 이야기나, 높은 자리에 있어 머리가 아프다고 하니 내놓는 비아그라, 10억을 들여 만들었다는 골품체조’, 취업이 어렵다는 말에 대통령도 5년 계약직인데 그걸 다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서태훈의 이야기나, “누구는 말만 하니까 말도 주고 돈도 주더라는 비선실세 최순실 이야기 등등 현 시국에 대한 풍자가 대놓고 다뤄졌다.

 

풍자라는 것이 그러하듯이 보는 이들의 답답한 속을 잠시나마 시원하게 풀어내는 그 힘을 대통형은 그대로 보여줬다. 이런 시사 풍자 개그가 다시금 등장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만 해도 용감한 녀석들이나 사마귀 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같은 시사 풍자가 신랄했던 개그 코너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사마귀 유치원으로 최효종이 피소된 바 있고, ‘용감한 녀석들은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 조치를 받기도 했다. 2014년 등장했던 닭치고같은 코너는 애초에는 신랄한 정치풍자를 담고 있었지만 서서히 이런 색채는 빠지고 대신 몸 개그로 변화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나마 그 때까지는 이런 시사 개그들이 계속 명맥을 이었다. 하지만 2015년에 들어서 시사 풍자 개그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그나마 등장한 민상토론이나 횃불투게더같은 코너는 오히려 제대로 풍자하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내는 코너였다. 게다가 ‘1 1’ 코너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등장해 시사풍자를 보여줬던 이상훈은 어버이연합에 의해 피소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보수단체에 고소당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는 일들은 의외로 개그맨들 본인들은 물론이고 프로그램 제작진에도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필자가 만났던 한 개그맨은 이런 압력이 의외로 크다며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걸 털어놓은 적도 있다. 그 개그맨은 이렇게 스트레스에 시달릴 바에는 아예 시사 풍자 같은 걸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나마 지금 <개그콘서트>의 시사 풍자에 대한 분위기가 달라진 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학교든 회사든 길거리든 어디서든 시국에 대한 비판여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상토론2’에 이어 더 신랄해진 대통형같은 코너가 나오는 것에 반가움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짠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개그맨들이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다. 다른 건 몰라도 코미디 같은 웃음의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가감 없는 표현의 자유를 열어주는 일. 그게 그리도 어려운 일일까. 이런 작은 숨통 하나 틔워주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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