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도 ‘놀면 뭐하니’ 유산슬 프로젝트 참여, 진화하는 기자간담회

 

유재석은 기자간담회를 한 지 꽤 오래되었다. 할 이유가 별로 없어서였다. 방송을 통해 충분히 말 대신 행동으로서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던 유재석이 기자간담회를 했다. 물론 그건 유재석이 아니라 유산슬의 기자간담회였지만.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준비한 유산슬 기자간담회가 특별했던 건, 이 프로그램의 특성상 유산슬에게 사전고지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기자들에게 초대장을 보냈지만 유산슬 모르게 사전 정보 유출이 되지 않게 해달라는 당부가 있었고 기자들은 그 약속을 지켰다. 연말 송년회 등 행사에서 그 간담회에 나온 기자들을 여럿 만났고 전화 통화도 했지만 유산슬의 기자간담회가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필자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김태호 PD와 기자들 사이에 모종의 공모(?)가 제대로 이뤄진 것이었다. 유산슬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한다는 사실에 기자들도 기꺼이 설레는 마음으로 참여했던 것. 중식집에서 유산슬을 먹으며 트로트 신인 유산슬을 기다리는 기자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건 기자들 역시 <놀면 뭐하니?>에 참여하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

 

갑작스런 기자간담회에 당황해하다가 조금씩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가지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 과정들은 충분히 흥미로웠다. 트로트 신인 도전을 하고는 있지만 유산슬은 트로트업계에 보석 같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로 이 도전이 가진 진짜 의도를 드러냈고, 열심히 <놀면 뭐하니?>를 찍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또 한때 위기설이 나왔지만 <놀면 뭐하니?>를 통해 기사회생했다는 기사들에 대한 소회도 전했고 이 프로그램처럼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하는 것에 대한 의미도 짚어주었다. “트렌드를 만들 능력은 안 되지만 트렌드를 따라갈 생각은 더욱 없다”는 말에는 유재석이 가진 예능에 대한 생각이 묻어나 있었다. 그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그가 가진 겸손한 자세를 드러내는 말이었다.

 

흥미로웠던 건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한 유산슬에 답변이 실제로 기사화됐고, 그렇게 나온 기사 제목들이 방송 프로그램에 편집되어 들어간 지점이다. 그건 마치 기사들이 순식간에 쏟아져 나오는 그 광경을 고스란히 방송에 담아내면서 동시에 예능적인 포인트를 잡아낸 편집이었다. 기자들의 프로그램 참여는 그렇게 실제로 기사가 나오고 그 기사제목이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유산슬의 기자간담회가 흥미로운 부분은 이런 과정을 통해 기자들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느낌을 줬다는 것이다.

 

최근 기자간담회도 진화하고 있다. 보통의 기자간담회는 기자들이 앉아있는 공간에 출연자들이 죽 들어와 인사를 하고 질의 응답을 받는 정도로 이뤄지곤 한다. 하지만 유산슬 기자간담회처럼 아예 프로그램화하는 새로운 경향이 만들어지고 있다. SBS <맛남의 광장> 기자간담회 역시 마찬가지 형태였다. 기자간담회에서 프로그램 특색에 맞게 음식을 직접 만들어 기자들에게 서빙하고 그 내용들이 방송에 나갔던 것.

 

기자간담회는 그저 치러야 해서 하는 듯한 행사처럼 진행되어온 면이 있다. 그래서 기자들에게조차 꼭 가야하나 하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유산슬 기자간담회처럼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맞는 색다른 시도들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기자간담회가 제작진도 출연자도 또 기자들도 시청자들도 모두 즐거울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사진:MBC)

‘놀면 뭐하니? 뽕포유’, 유재석도 놀라워하는 유산슬의 행보라니

 

김태호 PD를 만난 유재석은 먼저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물론 그건 나쁜 의미의 한숨이 아니라, 도무지 알 수 없는 자신의 행보가 유산슬의 매니저를 자처하는 김태호 PD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한숨이다. 그 자리에서 김태호 PD는 역시 예상 밖의 제안을 한다. 이번엔 SBS <영재발굴단>이란다. 지난 KBS <아침마당> 출연에 이어서.

 

MBC <놀면 뭐하니?> ‘뽕포유’ 프로젝트는 유재석이 헛웃음을 지을 정도로 예측 불가의 전개를 보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 속에서 박토벤 박현우가 일찌감치 “자넨 영재야”라고 했던 그 말이 떠오르는 와중에 <영재발굴단> 작가가 김태호 PD에게 보낸 메시지 속에는 트로트 영재 정동원군의 단독콘서트에 출연해달라는 간곡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투병하시는 할아버지를 위해 무대에 서는 자리인 만큼 정동원군이 좋아하는 유산슬이 함께 무대에 서면 좋을 것 같다는 것.

 

유재석의 헛웃음은 정동원군의 사연을 들으면서 진중해졌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픈 그 마음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김태호 PD는 그런 유재석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콘서트 당일에 있는 KBS <해피투게더4>에 양해를 구해 녹화시간을 당긴 후 정동원군의 콘서트 무대에 함께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유재석의 유산슬로서의 행보는 이제 지방행사와 홍보 등으로 본격화됐다. 만남의 광장에서 일일 매니저로 김도일, 조세호와 함께 지방행사를 하게 된 유산슬은 중간 중간 미리 준비되어진(아마도 김태호 PD가 사전에 깔아놓은 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망향휴게소에서는 트로트 선배들인 전여진과 이병철을 만나 화장실 앞 홍보를 했고, 구례5일장에 들러 박상철과 함께 흥 넘치는 시장의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순천의 기적의 도서관에서는 리모델링 재개관 행사에 참여해 아이들로 이뤄진 합창단과 ‘사랑의 재개발’, ‘합정역 5번출구’를 함께 부르는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일정 속에서 돋보인 건 지방행사 특유의 흥 많은 분들의 참여였다. 망향휴게소에서 만난 어르신은 모자를 벗었다 썼다 반복하며 민머리를 보여주는 특유의 춤동작으로 연예인들조차 빵빵 터지게 만들었고, 구례5일장에서는 쉬지 않고 춤을 추는 흥 많은 어르신으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기적의 도서관에서는 순수한 그 목소리들이 어우러져 유산슬과의 독특한 하모니를 만들었다.

 

이 즈음에서 생각해보면 과연 유재석이 아닌 유산슬이라는 캐릭터의 파괴력을 실감하게 만든다. 물론 동일인이지만, 유느님이라 일컬어져 온 유재석의 캐릭터에 트로트 신인 유산슬이 얹어지며 생겨난 확장성은 그 스스로도 놀랄 정도다. 그가 어떤 특정한 상황에 들어가 자신이 왜 이런 걸 하고 있지 하며 보여주는 그 헛웃음 속에는 유산슬이 만들어내는 확장의 힘이 담겨져 있다.

 

유산슬의 행보는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새로운 캐릭터를 입히자 유재석의 가능성은 또 다른 방향으로도 한없이 커져나간다. 물론 이를 잘 받아 자기만의 캐릭터로 만드는 유재석의 능력이 전제된 것이지만, 그런 세계를 열어 놓은 김태호 PD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자신이 어쩌다 하게 된 새로운 캐릭터와 그 행보들에 스스로도 놀라는 상황이라니.(사진:MBC)

‘놀면’ 유재석 라면 끓이기 관찰하며 작곡을? 김태호의 놀라운 퓨전

 

이 정도면 퓨전의 끝판왕이 아닐까 싶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유산슬(유재석)은 그 예명 때문에 중식업계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유재석 때문에 유산슬이라는 음식이 널리 알려졌고 매출도 올랐다는 것. 유재석은 갑자기 호텔 중식당에서 자신을 초대해 감사패를 수여하고 자신들이 만든 유산슬을 그들이 보는 앞에서 맛봐야 되는 그 상황을 난감해했다.

 

하지만 그건 유재석이 또 다시 그려나갈 새로운 미션의 첫 걸음에 불과했다. 유재석은 유산슬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나선 여경래 셰프에 이끌려 억지로 웍을 잡았고 그렇게 스스로 유산슬을 만들었지만 맛은 실패였다. 그 과정은 유산슬이 유산슬을 먹고, 유산슬이 유산슬을 만드는 ‘말장난 개그’ 같은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유산슬을 실패하고 유재석이 그냥 내뱉은 “라면은 잘 끓인다”는 말이 사단(?)이 되었다.

 

갑자기 팔순의 할머니가 홀로 운영하는 어느 작은 라면집에 불려간 유재석은 영문을 몰라하며 할머니가 끓여주는 라면을 맛있게 먹었고, 일이 있다며 할머니가 나간 사이 손님이 찾아왔다. 그 때 울린 김태호 PD의 전화. 라면을 끓여주라는 미션이었다. 그 말을 듣고 유재석은 황당해 하며 “미친...”이라고 말해 그 당황한 심경을 고스란히 드러냈지만, 곧 늘 그래왔듯이 열심히 손님들을 맞고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유재석이 유산슬이란 예명을 갖고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고 중식업계 감사패를 받은 후 유산슬 만들기를 하다 갑자기 라면집에서 라면을 끓이는 상황. 영문도 모르고 계속 이리 저리 이끌리는 유재석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상황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김태호 PD가 그린 큰 그림의 일부에 불과했다.

 

놀라웠던 건 김태호 PD가 유산슬의 새로운 노래를 ‘유벤져스’(박토벤 박현우, 정차르트 정경천, 작사의 신 이건우)에게 의뢰했고, 애초 유산슬이 부르는 ‘유산슬’이라는 곡을 위해 중식당에 유재석을 투입시켰던 것. 하지만 유산슬을 잘 만들지 못하게 되자 기획은 ‘라면’으로 바뀌었고 유재석이 라면집에서 일하는 장면을 보면서 유벤져스가 즉석에서 노래를 만드는 기상천외한 풍경이 연출되었다.

 

아마도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그림은 처음 등장했을 것이었다. 라면 끓이는 모습을 관찰카메라로 보며 유벤져스는 ‘인생라면’이라는 곡을 즉석에서 쓰고 곡을 붙이기 시작했다. 15분이면 한곡을 만들어낸다는 박토벤과 자기는 5분이면 된다는 정차르트는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졌고 그 사이에서 중재하며 작사를 해내는 이건우의 진땀이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들었다. 특히 박토벤과 정차르트의 톰과 제리 같은 툭탁대는 ‘케미’는 그 어떤 콤비의 개그보다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애초 작은 일에서 시작한 어떤 미션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확장되는 것이 <놀면 뭐하니?>가 가진 특별한 예능적 틀이라면, 이제 김태호 PD는 이 흐름에 갖가지 퓨전까지 뒤섞기 시작했다. 세상에 라면을 끓이게 하고 그걸 관찰하며 그 짧은 시간에 노래를 작곡하게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니. 김태호 PD의 상상을 초월하는 기획 능력과, 이런 황당한 상황도 척척 받아 수행해내는 유재석의 실행력이 더해져 <놀면 뭐하니?>의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앞으로 유재석은 또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까.(사진:MBC)

나영석과 김태호가 유튜브 시대에 대처하는 방식

 

이건 기존 방송사의 시스템과 1인 크리에이터의 기묘한 조합이 아닐까. 최근 김태호 PD와 나영석 PD의 행보를 보면 이들이 지금의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새롭게 적응해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건 현재 방송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예능 PD들이 가진 위기감일 수 있는데, 그 진원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바로 유튜브다.

 

젊은 세대들이 유튜브 콘텐츠들을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보다 더 많이 보기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의 이탈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데다가, 유튜브라는 채널의 특성이 주는 가벼움(?)과 자유로움이 기존 방송사들의 예능 프로그램을 점점 너무 무거운 기성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버리고 있어서다. 유튜브의 가벼움과 자유로움이 가능한 건, 1인 크리에이터라는 유튜버들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이 제작 인원이 최소화되어 기동성이 뛰어나고 한 사람이 활약하는 것이라 집중도와 몰입도도 좋기 때문이다.

 

1년 간의 휴지기를 마치고 돌아온 김태호 PD가 시작한 MBC <놀면 뭐하니?>는 그 고민의 산물이다. 기존 <무한도전> 시절처럼 여러 출연자들이 등장해 캐릭터쇼를 하던 방식을 과감하게 지워버리고, <놀면 뭐하니?>는 오롯이 유재석을 전면에 내세웠다. 릴레이 카메라 같은 카메라 실험을 마친 후, ‘유플래쉬’와 ‘뽕포유’ 프로젝트를 통해 유재석은 좀더 1인 크리에이터에 가까워졌다. 드럼에 도전하고 트로트에 도전하는 식의 무언가 자기도 모르게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1인 크리에이터. 유튜브의 성격이 김태호 PD의 독특한 방식으로 해석되어 만들어진 또 다른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영석 PD도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신서유기 외전 :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가 그 첫발이었다. 놀랍게도 이 프로그램은 유튜브에서 전편이 공개되고 정규방송에서는 단 5분 정도 분량이 공개되었다. 애초부터 본격적인 유튜브 방송을 염두에 둔 것이다. 처음 시작한 직관 방송에서 100만 구독자 공약으로 ‘달나라 여행’이라는 무모한 약속을 꺼내놓은 나영석 PD는 이로써 큰 화제를 끌어 모았다. 실제 100만 구독자를 돌파하자 구독취소 운동을 벌이기도 하고, 가까스로 시한에 맞춰 취소가 이뤄져 달나라 여행을 가지는 않게 되었지만 어쨌든 이 이벤트는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유튜브 방송을 기획하고 시작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강호동. 강호동의 <라면 끼리는 남자(일명 라끼남)>이 방송을 예고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사전 미팅 영상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라면 한 그릇을 맛있게 먹기 위해 별의 별 일들을 다 하게 되는 강호동의 이야기라는 그 발상 자체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 방송은 tvN에서도 20분짜리로 정규 편성되어 방영된다. 여러 모로 유튜브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라는 방증이다.

 

결국 <라끼남> 같은 행보는 향후 나영석 PD가 유튜브를 통한 다양한 시도들을 할 것이라는 걸 예고한다. 김태호 PD가 유재석을 1인 크리에이터로 세워 미션에 투입하듯, 강호동을 1인 크리에이터로 계속 새로운 미션에 투입할 수도 있고, 나영석 사단의 다양한 인물들을 저마다 개성에 맞게 1인 크리에이터로 발굴해낼 수도 있을 게다.

 

이미 김태호 PD나 나영석 PD는 예능의 한 트렌드를 풍미했던 연출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유튜브 같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트렌드 속에서 고여 있지 않고 새로운 변화와 적응을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이들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유재석과 강호동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다.

 

한 때 예능판 전체를 쥐락펴락했던 이 스타 연출자들과 스타 MC들이 나란히 유튜브 시대에 맞춰 성공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들의 행보가 전체 예능판이 향후 걸어가야 할 새로운 길을 내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 길이 과연 어디까지 가게 될까. 그 정해지지 않은 길은 이들의 변화무쌍한 콘텐츠들을 계속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되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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