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머니' 유난 떠는 연예인 자식교육 우리가 왜 봐야 하나

 

2회 짜리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회가 방영되자마자 엄청난 관심과 논란이 쏟아져 나오자 MBC <공부가 머니?>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이 사교육을 부추는 게 절대 아니라고 강변하며 2회를 보면 그걸 알 수 있을 거라 했다. 하지만 2회를 보고 나서도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2회는 1회가 보여줬던 대치동 학원 사교육 이야기는 들어 있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불편함이 남는 건 왜일까.

 

2회에는 전 마라토너 이봉주네 부부와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 이야기였다. 이봉주 부부는 아이가 S대학교는 갔으면 좋겠지만 첫 고등학교 중간고사 성적을 보니 어려울 것 같아 고민에 빠졌다. 아무래도 학원을 보내야할 것 같지만 아이는 단호하게 혼자 공부하겠다고 맞서고 있는 것. 결국 엄마가 무작정 학원을 끊어서 다니게 해서 성적이 조금 올랐지만 그것이 학원 때문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아이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을 하고픈지 해야 하는 지를 잘 모르고 있고, 또 한 가지에 진득하게 집중하지 못하는 데 있었다. 관찰카메라와 검사 결과를 통해 문제의 원인이 드러났다. 결국 스스로 결정하기 전에 먼저 결론을 내리고 할 일을 말해버리는 부모의 개입이 그 원인이었다. 17살이 난 된 아들이지만 차로 등하교를 해주고, 밥 먹는 일부터 세수하는 일, 심지어 양말 신는 것까지 하나하나 부모가 해주는 상황. 검사결과 아이는 높은 영재성을 갖고 있었지만 어려서 막연히 이봉주를 닮아 운동을 잘할 거라 믿고 갖가지 운동을 시켰던 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

 

이봉주 부부의 이야기는 결국 부모의 과한 애정이나 개입이 아이의 ‘자기주도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거였다. 그 메시지 자체는 시사하는 바가 충분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이 방영분을 보며 느끼는 건 여전히 어째서 우리가 잘 사는 연예인들 자식교육 이야기를 봐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방송에 직접 등장하진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안 해본 것 없을 정도로 많은 운동을 가르쳤다는 건 일반 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또 아침마다 차로 태워다 주고 또 데려오고 하루 종일 아이를 위해 지극정성을 다하고, 문제집을 사러가서도 마음의 위안이라도 얻기 위해 더 많은 문제집을 사놓는 그런 일도 서민들의 자녀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이어 나온 유진의 5살 딸 아이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그것 역시 어린 아이가 갖고 있는 타고난 인성을 잘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 메시지였지만, 그 이야기는 다른 말로 하면 여기서 제시되는 솔루션이 일반화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그런 솔루션을 받아야 아이가 어떤 성향인지, 어디에 재능이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이고, 거기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서민들 중 이제 5살짜리 아이를 위해 이런 맞춤 솔루션을 받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공부가 머니?>가 가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여기 솔루션을 받기 위해 등장하는 이들이 일반 대중들과 같다고 보기 힘든 연예인과 그 자녀들이라는 점이다. 그 안에서는 아이의 미래가 어떻고, 상위 몇 프로이며, 좋은 교육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마치 일반화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들과 삶의 환경 자체가 다른 보통의 서민들에게 그런 이야기는 ‘저들만의 세상’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대중들이 우리네 입시교육 안에서 느끼는 박탈감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게다.

 

파일럿 프로그램인 <공부가 머니?>는 지난 주 첫 방송이 4.1%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기록한 데 이어 이번 회에는 이보다 높은 4.3%를 기록해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KBS <해피투게더4> 3.1%, SBS <접속 무비월드>는 2.4%였다. 시청률만이 아니라 화제성도 높았다. 이렇게 된 건 우리 사회가 공부, 그것도 입시교육 앞에서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이 정도 성과라면 프로그램으로서는 정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규로 돌아오려면 먼저 상당한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누구를 위한 ‘공부’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연예인들처럼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이들의 자녀 교육 이야기는 앞으로도 불편함을 줄 수밖에 없다. 그보다는 우리와 같은 보통 서민들이 처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자녀를 잘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입시와 사교육만이 아닌 진짜 공부에 대한 좀 더 과감한 방향성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사진:MBC)

<진짜사나이> 명운까지 쥔 여군특집, 그 성공의 조건

 

MBC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돌아온다. 이번이 시즌3. 시즌1에서 여군특집은 <진짜사나이>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남자들이 박박 기어서 만들어낸 존재감을 단 몇 주만에 뛰어넘었다. 남자들의 군대 체험이야 그런가 보다 했지만, 여자들이 화생방실에 들어가 눈물 콧물을 쏟아내고 유격 훈련장에서 각별한 전우애를 보여주자 그 체험은 더 반짝반짝 빛났다. 혜리의 단 몇 초에 불과한 앙탈은 그녀를 스타덤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게다가 여군특집은 자칫 남성 시청자들만의 전유물처럼 보이던 <진짜사나이>의 시청층을 여성으로까지 넓혀놓았다. 엄마로서 군대 체험을 하는 모습에 엄마들은 코끝이 찡해졌고,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모습은 젊은 여성 시청자들을 공감시켰다. 그들의 땀과 눈물은 그걸 바라보는 여성들에게는 사회생활의 그것을 자꾸만 환기시키는 힘을 만들어냈다. 여군특집이 일회성의 이벤트에 머물지 않고 <진짜사나이>라는 프로그램에 중요한 이유는 이거다. 여성 시청층을 끌어안는다는 것.

 

하지만 시즌2는 결과적으로 보면 성공적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시즌1의 아우라가 너무 컸던지라 쉽게 비교대상이 되었고 거기 출연한 여자 연예인들은 자꾸만 시즌1의 그녀들을 따라하는 것만 같은 오인의 리액션들을 보여주었다. 방송 역시 시즌1과 그리 다르지 않는 비슷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줬기 때문에 시즌1으로 한껏 올랐던 기대감은 더 큰 실망감으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시즌3는 어떨까. 이미 캐스팅된 리스트는 기대할만 하다. 거기에는 제시 같은 조금 센 언니도 있고 유선처럼 대단히 인간적으로 다가오지만 의외의 강단이 있을 것 같은 인물도 있다. 4차원 캐릭터인 사유리는 외국인이지만 자신은 한국인이라며 진정성 있는 군 체험을 할 것이라고 밝히며 기대감을 높여놨고, 윤종신의 아내 전미라의 합류 소식은 윤종신의 깐족 내레이션이 합쳐질 지에 대한 관심도 만들어낸다. 이밖에도 신소율 같은 예능에서는 희귀한(?) 인물의 합류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들과 함께 김현숙, 박규리, 한채아, 한그루, CLC 유진까지 모두 10명이 이번 여군특집 시즌3에 투입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들 10명이 모두 끝까지 군대 체험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진짜사나이>는 최근 서바이벌 형식으로 출연자가 중간에 퇴소하는 새로운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 바 있다. 그렇다면 여군특집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진짜사나이> 여군특집 시즌3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럭저럭 체험을 흉내 내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 그 끝을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필요해 보인다. 이제 어정쩡하게 혜리 흉내를 내거나 건드리기만 해도 펑펑 울던 눈물의 훈련 장면들은 더 이상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끌기가 어려워졌다. 오히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의외의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을 거라는 점이다.

 

시즌1에서 맹승지는 각개전투를 하다가 소대장에게 지적을 받자 원래 여자는 이렇게 한단 말입니다하고 외쳤다가 이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건 여자가 그렇게 하는 거지 군인은 그렇게 안합니다.” 이제 시즌3에서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건 그저 군대 체험을 하는 여자가 아니다. 잠시 여자라는 입장을 접어두고 진짜 군인으로서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 반전의 땀이 여자의 눈물을 압도하는 순간이 시즌3의 성공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그리고 그 성공은 <진짜사나이>라는 조금은 주춤해진 프로그램의 지속가능한 도약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하면 다르다, 토토가 특집이 재조명한 것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특집은 과거 90년대 가수들을 재조명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되는 건 SES의 슈다. 사실 과거 SES 시절에 슈는 상대적으로 유진이나 바다의 존재감에 가려 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무한도전> 토토가에서 바다보다 더 주목된 이는 슈였다. 그녀가 가수로서의 여전한 노래실력과 춤을 선보인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세 아이의 엄마로서의 를 보여줬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슈에 대한 반응이 폭발한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것은 <무한도전>만이 갖고 있는 과정에 주목하는 특징이 슈라는 인물의 재조명에 가장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결과 그 자체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모토는 물론 지금은 이미 최고가 된 그들이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열심히 하는 그 진정성이 더 중요하고, 어쩌면 실패하더라도 그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더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인이 된다.

 

그러니 여전히 전성기 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여전히 폭발적인 가창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바다보다 이제는 세 아이의 평범한 엄마가 된 슈의 변화가 더 대중들의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녀의 는 그래서 과거 아이돌이 보여줬던 것이라기보다는 마치 한 평범한 아줌마들이 가끔 일상을 벗어났을 때 보여주는 그런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평범한 시청자들로서는 공감대와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90년대 젊은 시절을 살았던 시청자라면 그 때 팬으로서 있었다 하더라도 누구나 청춘의 찬란함을 떠올릴 것이다. 그랬던 그들이 이제 나이 들어 아이들의 엄마 아빠가 되어 중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그런 변화를 똑같이 보여주는 슈의 모습에서 얼마나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었겠는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 자연스러운 모습을 슈는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녀가 무대 위에 올라 한 때의 즐거운 시간여행을 체험한 후 내려와 전하는 감흥은 아마도 이 토토가를 찾은 관객들이 콘서트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벌써부터 시즌2’는 언제 할 거냐는 얘기가 나오는 건 그래서 당연하게 다가온다. 그 모습에 급기야 바다가 눈물을 터트리는 것도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얼마나 시간을 멈춰 무대 위에서만큼은 변함없는 모습을 보이려 안간힘을 쓰며 살아왔을 것인가. 하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무화시켜버리는(사실 토토가는 노래를 잘하고 무대를 잘 꾸미는 것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무대를 경험한 그녀에게는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무한도전> 토토가는 말 그대로 이 프로그램에도 대박을 만들었다.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이 토토가의 형식이 이제 <무한도전>의 성격을 제대로 보여주는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달려온 <무한도전>은 이제 그 시간의 변화를 오롯이 담아내는 프로그램이 되기도 했다. 과거 대한민국 평균 이하였던 구성원들이 이제 최고의 위치에 올라 저마다 가정을 꾸린 가장의 모습으로 변화한 것은 <무한도전>의 팬들과 마찬가지의 변화일 것이다.

 

<무한도전>은 그 변화를 자연스럽다고 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나이든 결과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찬찬히 보여줌으로서 거기서 의미를 발견해주기 때문이다. SES 슈나 터보의 김정남이 새롭게 조명되는 건 그래서다. <무한도전>은 이제 그 존재 자체가 시간의 변화를 담아내는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 한 시대와 세대의 감성이 그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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