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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동전투’, 유해진이 외치는 독립에는 남다른 울림이 있다

 

영화 <봉오동전투>에 대해 주인공 유해진은 “반일감정보다 영화의 힘으로 굴러가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그렇게 말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영화는 1920년 만주 봉오동에서 독립군 부대가 일본군을 대패시킨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그걸 담는 방식에서 마치 <삼국지>의 한 대목을 보는 듯한 전략과 전술이 등장하고, 이를 구현해내는 액션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봉오동전투>는 만일 일제라는 부분을 떼놓고 보면 하나의 액션영화로 볼 수도 있을 게다. 일단 주인공 3인방이 액션영화에 등장하는 저마다 다른 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이다. 황해철(유해진)은 항일대도를 휘두르며 총으로 공격하는 적진에 들어가 일본군들을 추풍낙엽처럼 쓸어버리는 영웅이고,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류준열)는 빠른 발로 종횡무진 적들을 교란시키는 영웅이며, 해철의 오른팔인 마병구(조우진)는 백발백중의 저격수다.

 

그러니 이들 3인방의 캐릭터는 그 자체로 <봉오동전투>가 보여줄 액션의 스타일들을 담아낸다. 즉 황해철이 대도를 휘두를 때는 마치 중국 무협영화를 보는 듯 하고, 이장하가 산 속을 달려 나가는 풍경은 추격 액션이 더해진다. 마병구의 저격 장면은 스나이퍼들이 대결하는 총기 액션을 보는 것만 같다.

 

이처럼 액션이 분명한 <봉오동전투>지만, 이런 3인방의 캐릭터는 그냥 설정된 건 아니다. 그것은 실제 역사에 기록된 <봉오동전투>가 어떻게 화력으로 무장한 일본 정규군을 아군의 손실을 거의 최소화한 채 무너뜨렸는가 하는 대목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봉오동전투는 화력에서도 군대의 수에 있어서도 절대 열세였던 독립군이 봉오동이라는 지형지물을 제대로 이용하는 전력과 전술을 써 대승하게 된 전투다.

 

그런데 그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방식이 이들 세 캐릭터가 가진 능력과 연관된다. 즉 일본군 주력부대를 항아리처럼 생긴 봉오동이라는 지역으로 유인해내는 것이 이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일이 되고, 그래서 발 빠른 이장하가 적들을 계속 자극하면서 퇴각해 그들을 봉오동으로 끌어 들이며, 그 과정에서 숨어 적을 사살하는 저격수와 결국 맞붙게 됐을 때의 백병전에서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인물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래서 그 특이한 봉오동 주변의 지역을 마치 지도처럼 찍어내 보여주며 그 능선과 협곡을 오르내리며 벌이는 전투 장면들은, 그것이 독립군이 일제에 맞서 거둔 성취라는 걸 빼놓고 봐도 충분히 흥미롭다. 하지만 유해진이 “반일감정보다”라고 표현했어도, 지금의 대중들에게 이 감정을 빼놓고 영화를 보기는 어려울 게다. 영화 속에서 독립군들이 외치는 “대한독립만세!”에서 ‘독립’의 의미가 지금 상황과 겹쳐져 ‘경제 독립’으로 들리는 건 그래서다.

유해진의 말처럼 꼭 “반일감정”만으로 이 영화를 볼 필요는 없다. 거기에는 충분한 액션 서사가 주는 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치밀어 오르는 ‘반일감정’을 억누를 필요도 없을 게다. <봉오동전투>를 통해 보이듯 독립군들의 그런 숭고한 희생들이 있어 지금 대등하게 경제 전쟁을 벌이는 우리가 있는 것이니.(사진:영화'봉오동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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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하숙’, 어째서 이 소소함에 우리는 빠져들었을까

 

“언제가 제일 행복했냐고 했잖아요.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서 완전 배부른 상태에서 노래를 들었을 때 제일 행복했어요. 시원한 바람도 솔솔 들어오고 밖에 보이는 창문에는 파란 하늘이 보이고 그 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스트레스 많이 받잖아요. 한국에 있을 때는 일해야 되고 공부해야 되고 빨리 자리 잡아야 되고... 여기는 그냥 그런 것도 없이 매일 걸으면서 한 끼 먹고 이런 게 되게 행복하잖아요. 걷고 밥 먹는 것만으로도 내가 행복한 사람인데 근데 왜 이렇게 한국에서 풍족하고 좋은데서 살았으면서 스트레스 받으면서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tvN 예능 <스페인 하숙>이 만난 어느 젊은 순례자는 자신이 살아왔던 한국에서의 삶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었다. 그는 행복이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매일 걷고 한 끼 먹고 하는 일이 행복이라는 걸 순례길을 걸으며 깨닫게 되었고, 행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목으로 그토록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고 공부해야만 했던 한국에서의 삶을 낯설게 느끼고 있었다.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세계일주 여행을 하고 있는 다른 순례자는 그의 말에 공감하는 눈치였다. “주어진 상황에서 행복을 찾으면 최소한 불행해지지는 않겠죠.” 그 역시 고민이 있어 이 긴 여행을 떠나온 것이었고, 지금도 그 해답을 찾고 있었다. “그냥 회사 다니고 있었는데.. 그냥 그냥 살 것 같은 그런 기분..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나온 여행인데 그 정도로는 답이 명확하게 나온 것 같지는 않아.” 하지만 “갖고 있는 걸 놓으면 할 수 있다”는 그의 말처럼 그 결단만으로도 그는 벌써 해답에 가까워지고 있을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순례자는 도대체 ‘가진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얘기했다. “저는 갖고 있는 게 되게 사실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되게 많았고 그리고 제가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 건 하나도 가진 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너무 힘들었어요. 여기 올 때는 사실은 처음에는 도피였어요. 걸으면서 잊고 싶었어요. 돌아갈 때쯤이면 뭐 하나라도 해결책이 나오겠지. 근데 제가 여기 온 다음에 제가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는데 두 개 정도 일은 잘 풀렸어요. 근데 어제 한 개는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나는 여기에 대해서 아무 것도 관여한 일이 없었는데...”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이 우리는 늘 손아귀에 무언가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행복은 그 쥐고 있는 것에 비례한다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그걸 쥐고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자신이 그걸 쥐고 있지 않으면 행복이란 파랑새는 날아가 버릴 것처럼. 하지만 순례자가 말하듯 그건 착각일 뿐이었다. 자신이 없이도 될 일을 되고 안 될 일은 안 된다. 쥐고 있다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당신을 쥐고 있는 지도.

 

다시 처음 이야기를 꺼냈던 순례자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근데 저는 매일 매일이 스트레스인거에요. 누구 잘되는 사람 보는 것도 힘들고 매일매일 스트레스 받으면서 살았는데.. 내 두 발로 걷고 숨 쉬고 숙소 도착해서 빨래만 해도 행복하잖아요. 밥 먹고 이러는 게 행복하다는 게...”

 

그렇다. <스페인 하숙>이 열흘 간의 알베르게를 통해 보여주려 한 건 바로 이들의 이야기에 담겨 있는 것처럼 ‘행복의 소소함’이 아니었을까. 때론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오지만 때론 단 한명도 오지 않는 날도 있다. 하지만 찾아올 손님을 기다리며 매일 일어나 청소하고 요리를 준비한다. 그저 한 끼 식사이고 하룻밤의 잠자리지만, 그 한 끼 식사와 하룻밤의 잠자리는 누군가에게는 인생 전체를 통틀어 잊지 못할 행복이 된다. 그러니 그 한 끼와 하룻밤은 심지어 숭고한 어떤 일이다.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이 하루 종일 준비하고 준비하는 그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편안해진 것은 대단한 것도 아닌 그 소소함을 위한 노력들이 진정한 행복의 실체를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어서가 아닐까. 마지막 날 단 한 명의 손님도 오지 않자 이들은 마치 손님이 오는 것처럼 몰래카메라를 하거나 상황극을 만들며 허허 웃는다. 그리고 함께 둘러 앉아 손님을 위해 준비했던 음식을 먹는다. 손님이 많이 오거나 적게 오거나 그리 행복의 크기가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밥 한 끼의 따뜻함에 누군가의 기분 좋은 농담에 웃는 것이 어쩌면 우리네 삶과 행복의 실체라고 <스페인 하숙>은 말하고 있다. 우리가 <스페인 하숙>에 빠져들었던 바로 그 소소함과 위대함이 바로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실체라고.(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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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하숙’, 마음까지 푸근한 차승원의 한 끼와 유해진의 금손

매일 먹는 밥 한 그릇이지만, 어떨 때는 그 한 그릇이 남다른 포만감을 주기도 한다. 특히 스페인 이역만리에서 수십 킬로를 빵을 씹어 먹으며 며칠씩 걸어온 순례자들이라면 어떨까. 그들에게 느닷없이 제공되는 따뜻한 밥 한 그릇에 제육볶음, 된장찌개는 남다른 포만감을 주지 않을까. 단지 배가 부른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채워지는 포만감.

tvN <스페인 하숙>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어느 작은 마을에 ‘한국식 스타일’로 알베르게를 운영하겠다고 나선 뜻은 아마도 그런 마음의 포만감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알베르게에 굳이 ‘스페인 하숙’이라고 우리 식의 이름을 떡하니 붙여놓고 하숙집 특유의 정감을 더해놓은 건 그래서일 게다. 실제로 그 한글 푯말을 보고 찾아와 리셉션에서 유해진을 마주한 한 우리네 순례자는 “여기가 한국인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페인 하숙’은 그래서 유해진이 새벽이면 일어나 ‘아침마다’ 조깅을 하며 마주하는 이국의 작은 마을 풍광이나, 차승원과 배정남이 그 날의 식단을 위해 마을로 나가 장을 볼 때를 빼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하숙집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유해진의 유쾌한 너스레나 차승원의 아끼지 않고 퍼주는 음식에 고향의 인심이나 정 같은 게 느껴져서 더더욱,

특히 차승원이 하루 종일 준비해서 내놓는 밥 한 끼는 너무나 정성이 느껴져 보는 이들마저 흐뭇하게 만든다. 첫 날 ‘스페인 하숙’을 찾은 한국인 순례자의 저녁 한 끼를 마치 임금님 밥상으로 준비하는 모습이 그렇다. 한국에서 가져온 엿기름 티백을 이용해 디저트용 식혜를 만들고,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 만든 제육볶음과 된장찌개에 쌈 채소, 직접 만든 쌈장까지 정성이 담겼다. 후식으로 커피는 물론이고 식혜와 과일 그리고 파이까지 내주는 차승원의 모습에서 기분 좋아지는 건 그것이 장사가 아니라 ‘손님 대접’의 마음이 느껴져서다.

새벽에 일어나 밥을 안치고 미역을 불려 고기로 국물 맛을 낸 따뜻한 미역국을 끓여내고, 아침식사를 주문하지 않은 외국인 손님들을 위해 잼을 바른 빵에 치즈와 계란을 넣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정성스런 도시락을 챙겨준다. 그건 우리네 하숙집에서 느껴지던 남다른 풍경처럼 다가온다. 일이기도 하지만 마치 진짜 엄마처럼 하숙생들을 챙겨주기도 하는 한 끼 밥상에 담긴 푸근함 같은.

유해진은 하숙집의 전형적인 아저씨 모습이다. 뭐 불편한 건 없나 살피고 고장 난 거나 없는 걸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그런 아저씨. ‘이케요(IKEYO)’라고 이케아를 패러디해 붙인 유해진이 만든 DIY 물건들은 투박하지만 그의 손길이 닿아 어딘지 파는 물건과는 다른 정감이 느껴진다. 식기건조대가 부족하다는 말에 물이 밑으로 빠질 수 있게 나무로 결까지 만들어 넣는 세심함이 그렇고, 그럭저럭 쓸 수는 있지만 어딘지 허술한 물건에서 오히려 느껴지는 편안함이 그렇다. 그를 ‘금손’이라 부르는 건 맥가이버처럼 잘 만들어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손길이 닿은 물건의 특별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장사가 아니라 대접을 하는 차승원의 한 끼나,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그 때 그 때 자신이 직접 만들어내는 유해진의 금손은 바로 <스페인 하숙>이 그 먼 곳까지 가서도 우리식 하숙의 푸근한 느낌을 주는 이유다. 거기에는 자본의 세상에서 살면서 우리가 늘 겪는 거래의 현실을 벗어나, 인간과 인간이 오롯이 마주하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지친 순례자에게 정성을 다하는 대접에 우리가 느끼는 흐뭇함의 정체가 바로 그것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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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하숙’, 믿고 보는 유해진·차승원에 배정남까지 더해지니

유해진은 유쾌했고 차승원은 따뜻했으며 배정남은 엉뚱했다. 이렇게 저마다 개성이 다른 세 사람이지만 그 조합은 최강이었다. 유해진 특유의 아재개그로 탄생한 ‘차배진(차승원, 배정남, 유해진)’이라는 세 사람의 지칭이 입에 착착 달라붙듯이, 이들의 조합은 우스우면서도 따뜻하고 편안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재미를 주었다.

나영석 사단의 새 예능 프로그램 tvN <스페인하숙>은 유해진과 차승원 조합이 말해주듯 <삼시세끼-어촌편>의 연장선 위에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면들이 섞여 있었다. 색다를 수밖에 없는 건 그 공간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는 점 때문이고, 그 곳에서 그 길을 걷는 여행객들에게 따뜻한 한식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하숙집을 운영한다는 미션 때문이다. 

이것은 섬마을에 들어가 자신들끼리 지내는 일상을 담아냈던 <삼시세끼-어촌편>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익숙함이 느껴지는 건 이미 <삼시세끼-어촌편>을 통해 우리가 잘 알고 있던 차승원과 유해진이라는 인물의 매력이 고스란히 이 프로그램에서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른바 ‘주방팀’과 ‘설비팀’으로 나뉘어 주방은 차승원이 맡고 설비는 유해진이 맡는 그 역할 분담이 그렇다. <삼시세끼>에서 그랬듯 뭐든 척척 맛난 요리로 만들어내는 차승원과 뭐든 필요한 건 맥가이버처럼 뚝딱 만드는 유해진의 익숙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면모들이 보여졌다. 

스페인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직접 구입한 재료들로 제육볶음을 만들고 된장찌개를 끓이는 차승원은 역시 시원시원하면서도 섬세한 특유의 요리 실력을 보여줬다. 그가 만든 요리를 처음 맛본 배정남은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유해진은 아재개그를 입에 장착한 주방팀의 하청업체로서 ‘이케요(?)’를 설립했다. 식기건조기가 부족하다고 하자 나무를 자르고 이어 붙여 금세 만들어내는 유해진에게 차승원은 “역시 금손”이라고 치켜 올렸다.

배정남은 막내로서 차승원의 요리를 열정적으로 돕지만, 금세 체력이 방전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무엇보다 솔직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낯선 이국마을사람들과도 금세 친해지는 친화력을 보였다. 스페인의 하숙집이기 때문에 그곳 현지인들과 교류해야 하고 또 찾는 손님들과 어우러져야 하는 그런 부분들을 배정남은 채워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우습고 따뜻한 조합이 이 산티아고 순례길에 있는 하숙집과 너무나 잘 어울렸던 건 그 길과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부여하는 남다른 ‘엄숙함’과 ‘진지함’ 같은 것들과의 어우러짐 때문이다. 이들의 유쾌함과 손님을 기다리는 마음, 그리고 어떻게든 손님들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챙기려는 그 마음은 굳이 그 멀고도 먼 길을 걷는 이들을 둥지처럼 넉넉하게 보듬어주는 느낌을 주었다.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라도 나만의 새로운 길을 찾아내기 위해 고행을 자초하는 순례길. 사람들은 그 순례길을 걷다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서로를 껴안아준다고 한다. 물어볼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길을 걷는다는 그 행위는 마치 저마다 다른 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똑같은 버거움으로 공감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스페인하숙>에서 첫 손님의 등장에 호들갑을 떠는 ‘차배진’의 모습을 보며 우리들의 마음도 흐뭇해진다. 그건 그 길 위에서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을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안아주고픈 그 마음과 같을 게다. 

실로 복잡하고 때론 인상이 절로 찌푸려지게 만드는 세상이다. 그런 길을 반복적으로 오고가던 이들이라면 저 먼 나라로까지 날아가 고행하듯 걷는 길이 어째서 우리의 마음을 잡아 끄는가가 이해될 것이다. <스페인하숙>은 그런 마음들이 오고간다. 차승원의 따뜻함과 유해진의 유쾌함 그리고 배정남의 엉뚱하지만 금세 가까워지는 친화력이 낯선 곳을 힘겹게 걷는 이들을 꼭 껴안아주는 그런 순간들이 벌써부터 우리를 훈훈하게 만드는 이유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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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배우 유해진의 진가

우리는 조선어학회라는 곳이 있었다는 걸 교과서를 통해 한번쯤 본 적이 있다. 또 아무리 몰라도 주시경 선생이나 최현배 선생의 이름 정도는 알 것이다. 하지만 한글을 지킨다는 것이나 우리말 사전을 편찬한다는 일이 일제강점기에 어떤 의미인가는 크게 실감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직접적인 항일투쟁을 했던 김구 선생이나 김원봉 선생 같은 독립투사의 삶과는 조금 다르게 느낀다는 것.


이것은 아마도 ‘글’이 갖는 엘리트적인 선입견이 그 실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리기 때문일 게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영화 <말모이>의 주인공이 류정환(윤계상) 같은 뜻을 갖고 한글을 지키기 위해 사전 편찬을 해온 엘리트가 아니라, 극장 직원으로 일하다 쫓겨나 길거리에서 소매치기를 하기도 하는 전형적인 생계형 인물 김판수(유해진)라는 점은 굉장히 중요한 시점 선택으로 보인다.

이 작품의 극본을 쓰고 연출을 한 엄유나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던 영화 <택시운전사>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말모이>는 조선어학회 사건이라는 역사적 현장 속으로 들어가면서 김판수라는 평범하고 어찌 보면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을 중심으로 세운다. 김판수가 류정환의 가방을 소매치기하며 악연으로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과거 감방에서 인연이 있던 조갑윤(김홍파)의 추천으로 김판수가 조선어학회에서 잡일을 도와주게 되면서 갈등과 화해를 이어간다.

김판수를 그저 그런 밑바닥 인생으로 바라보며 자신과 선을 그어온 류정환이 조금씩 그의 진심을 알게 되는 과정은 그가 한계를 드러냈던 엘리트주의가 깨져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관객들은 김판수라는 평범한 인물의 시선으로 당대에 한글을 지킨다는 일이 어떤 의미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사전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사투리를 모으고, 전국 교사들이 함께 모여 표준어를 정하는 그 지난한 과정들을, 일제의 감시와 폭력 속에서 해낸다는 건 그 어떤 독립투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이면서 동시에 중요한 메시지이기도 한 대목은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대사를 김판수가 길거리 사내들을 모아놓고 실연해 보이는 장면이다. 전국에서 올라온 그 길거리 사내들은 조선어학회가 사전편찬을 위해 사투리를 수집하는 일에 날개를 달아준다. 사전을 편찬하고 한글을 지키는 일은 결국 그 말을 사용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고, 그래서 함께 해나가야 하는 일이라는 걸 그 장면이 보여준다.

결국 류정환은 김판수를 통해 자신이 그토록 한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삶이 사실은 저들 민초들을 위한 일이고, 또 저들이 있어 자신이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김판수는 아이들을 위해 어떤 일이든 해온 사람이지만 차츰 류정환을 통해 ‘적어도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의 길이 무엇인가를 알아간다. 그래서 김판수라는 이름 없이 민들레처럼 스러져간 민초들의 희생이 있어 역사적인 기록에 남은 조선어학회나 몇몇 선구자들 역시 존재했다는 걸 이 영화는 말해준다.

엄유나 감독이 “평범한 대사에도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배우”라고 칭찬한 유해진은 이 작품에서 절대적인 힘을 보여준다. 그것은 감독이 말했듯 이 영화가 “평범한 사람들의 귀한 마음을 다룬 작품”이기 때문이다. 유해진은 김판수라는 인물이 가진 평범하지만 귀한 마음을 지극히 보통의 서민들 입장에서 천연덕스럽게 연기해냄으로써 그의 진가가 어디에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는 교과서에서나 봤던 역사적 사실에 특유의 너스레로 숨결을 불어넣어준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그 거칠지만 선한 웃음이 선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유해진은 스스로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가를 입증해냈다.(사진:영화'말모이')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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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삼시세끼’에 원하는 건 완벽한 요리가 아니다

만일 요리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이만한 프로그램도 없을 듯싶다. 늘 사먹기나 했던 베트남 쌀국수를 직접 닭 국물을 우려내고 거기에 갖가지 듣도 보도 못한 향신료로 동남아 특유의 향을 내서 만들어 먹고, 직접 화덕에 구워낸 빵을 뚜껑을 잘라내고 안을 파 만들어 둔 크림소스스파게티로 안을 채워 넣어 빠네를 만들어먹는다. 요리 프로그램에서 한 요리사가 선보였던 배국수를 직접 배를 갈아 불고기를 얹어 먹는다. 음식들이 너무나 화려하다.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의 달라진 풍경이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유해진과 차승원이 나왔던 <삼시세끼> 어촌편에서는 그토록 잡기 힘들었던 물고기도 이번 ‘바다목장편’에서는 잘도 잡힌다. 감성돔을 세 마리씩이나 잡아 이서진은 이제 “돔 지겹다”는 농담을 할 정도다. 회를 쳐서 먹어봤던 터라 감성돔씩이나 갖고 튀겨 먹는단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 내놓은 생선튀김 요리도 예사롭지 않다. 살을 발라낸 생선을 튀겨 플레이팅을 만들고 그 위에 살만 튀겨내 얹어 완성된 요리. 그렇게 만들어진 요리를 먹는 리액션은 이미 나오기 전부터 예상한 그대로다. “맛있어” 하며 놀라는 얼굴.

요리는 잘해도 느릿느릿해서 새벽이 다돼서야 저녁을 먹게 만들었던 에릭, 일을 하면서도 시종일관 투덜투덜대던 이서진, 어딘지 시골의 삶이 어색해 어리버리하게 여겨졌던 윤균상. 하지만 이번 시즌을 보면 모두가 이런 부족한 면들을 채워 넣은 느낌이다. 연습을 많이 한 티가 역력한 에릭은 손놀림이 재게도 빨라졌고, 이서진은 투덜대기는커녕 시키지 않은 일도 알아서 척척 해내며 제빵왕의 면모까지 갖췄다. 윤균상도 마찬가지다. 불을 피우거나 재료 준비를 하거나 바다목장을 돌보고 산양유를 짜내 마을 어르신들의 정자에 갖다 놓는 일이 척척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 모든 게 완벽하게 굴러가는데 어딘지 아쉽다. 이건 <삼시세끼>가 아닌 듯싶다. 일단 <삼시세끼>가 갖가지 음식을 해먹는 요리 프로그램은 아니지 않았나. 그것도 득량도라는 지역이 가진 특산물이나 그곳에서 나는 식재료들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뭍에서 가져온 재료들로 요리를 하는 건 <삼시세끼>라는 취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번 시즌에 특히 게스트들로 꽉 채워진 부분도 그렇다. 끊임없이 새로운 게스트들이 등장하고 그들과의 이야기를 담다보니 득량도라는 섬이 가진 소소한 이야기나, 그 속에서 생활하며 갖게 되는 출연진들의 색다른 경험 같은 건 많이 희석된 느낌이다. 게스트를 초대했으니 그들을 조명하는 건 당연한 예의일 것이다. 하지만 그 예의가 만든 그 게스트들에 대한 조명은 정작 그 곳의 호스트들을 새로운 요리를 하는 사람들 정도로 비춰지게 했다.

자막에 슬쩍 등장했던 것처럼, <삼시세끼>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아버렸던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그것은 채워지기보다는 비워질 때 더 그 한가로움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어딘지 너무 꽉 채워져 빈 구석이 주는 즐거움이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너무 화려한 음식은 <삼시세끼> 특유의 소박한 맛을 지워버렸고, 불 하나 피우기 위해 입으로 불고 손으로 부채질을 하던 풍경이 손선풍기를 척척 들이댐으로써 편리함을 얻은 대신 불편함이 주는 노동의 질감을 사라지게 했다. 물고기가 안잡혀 애써 잡은 물고기를 다음 날 보여주기 위해 유해진이 만들어낸 이른바 ‘피시뱅크’ 같은 서민적인 따뜻함과 헛헛함 같은 것들이 이번 시즌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실로 음식부터 게스트까지 화려했다. 그리고 그 일상의 풍경들도 빈 구석 없이 완벽하게 굴러갔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아쉬움이 가득했던 <삼시세끼>였다. 그나마 이번 시즌에서 프로그램에 정감을 만든 건 정자에 앉아 마치 자식들을 보듯 걱정하고 좋아하고 덕담을 해주셨던 득량도의 어르신들이다. 그 어르신들이 주었던 조금 부족해보여도 충분했던 소박함과 따뜻함이 본래 <삼시세끼>의 맛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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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 유해진의 구수함, 현빈을 빛나게 한다

 

만일 유해진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일단 이렇게 상상해보는 것만으로 영화 <공조>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형사물이라면 으레 기대하게 되는 멋진 액션은 거의 배우 현빈의 몫이다. 그리고 그는 그 어떤 배우들보다 북한 특수부대 형사 림철령의 온 몸을 던지는 액션을 말 그대로 그림처럼 만든 장본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수한 모습의 유해진이라는 존재감을 벗어난 <공조>라는 영화는 어딘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사진출처:영화<공조>

<공조>의 이야기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영화 <쉬리>에서부터 <베를린>까지 북한 특수부대 출신들이 살인무기같은 이미지로 그려져 액션장르의 새로운 캐릭터로 자리잡아온 것처럼 <공조> 역시 철령이라는 상상불허의 북한에서 임무를 부여받고 내려온 형사를 중심에 세워두고 있다. 그리고 이 인물과 파트너가 되어 공조수사를 펼치는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는 위조지폐 동판을 갖고 탈북해 남한으로 들어온 차기성(김주혁)을 추적한다.

 

림철령과 강진태라는 파트너 구성은 한 쪽은 액션을 다른 한 쪽은 웃음과 인간미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많은 브로맨스형 형사물을 떠올리게 한다. <투캅스> 시리즈가 연상되기도 하고, 외화 중에는 <리셀웨폰>의 멜 깁슨과 대니 클로버를 떠올리게 한다. 즉 형사물 액션이 만들어내는 스펙터클이 하나의 볼거리로 제공되지만 동시에 거기에 담겨지는 코미디적이고 드라마적인 요소들이 또 하나의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물론 현빈의 안구정화 액션들은 보는 이들을 시원하게 만들지만, 그만큼 주목되는 게 유해진의 너스레 연기다. 만일 현빈의 액션만으로 채워졌다면 <공조>는 어딘지 비현실적인 형사물이 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유해진의 인간미가 더해지면서 현실감을 갖게 됐다. 유해진이 연기하는 생계형 형사 진태의 모습은 말도 안되는 액션을 보여주는 현빈 뒤에서 슬쩍 슬쩍 끼워 넣어주는 추임새만으로도 그 존재감을 확실히 발휘한다.

 

이 영화는 그래서 액션만이 재미요소의 전부는 아니다. 철령이 공조수사를 하면서 함께 지내게 되는 진태 가족들과의 이야기는 코미디 그 이상의 깨알 같은 재미들을 만들어낸다. 진태의 아내로 등장하는 배우 장영남과 처제 연기를 한 임윤아는 그래서 이 영화의 주인공들인 유해진이나 현빈 만큼 영화에 확실한 색깔을 만들어낸다. 웃음은 물론이고, 가족이 만들어내는 어떤 따뜻함 같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는 것.

 

유해진은 확실히 대체불가 연기자가 됐다는 걸 <럭키>이은 <공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물론 과거 <전우치> 같은 작품에서도 전우치만큼 재밌는 초랭이라는 역할을 연기해 주목받은 적이 있고, 비교적 최근작인 <그 놈이다> 같은 작품에서는 코미디만이 아닌 스릴러까지 그의 연기 폭이 넓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공조>는 현빈 같은 배우 옆에서도 자기 색깔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연기자라는 걸 다시금 증명해줬다.

 

유해진 만큼 잘생긴 미남배우들과의 브로맨스를 다양하게 연기한 배우가 있을까. 물론 영화는 아니지만 tvN <삼시세끼>에서 차승원과 호흡을 맞춘 유해진이 그렇고, <전우치>에서 강동원 옆에 서서 해학을 담당했던 유해진이 그렇다. 이번 <공조>에서는 현빈과의 브로맨스가 그 어떤 작품들보다 조화를 이뤘다고 평가된다. 그가 아니었다면 도무지 만들어지기가 쉽지 않았을 따뜻함 같은 것들을 심지어 형사물에서 느끼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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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재미 요소 줄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즐거운

 

비가 추적추적 오는 득량도의 밤. tvN <삼시세끼>의 윤균상은 정말 술 마실 분위기가 나는 날이라고 했다. 빗소리에 장작 타는 소리가 들려온다. 에릭은 문득 이서진의 다음 시즌이 궁금하다. “형은 만일 다음 시즌에 삼시세끼를 또 가면 어촌이랑 농촌이란 계곡이 있어 어떤 걸 원해?” 이서진은 엉뚱하게도 축산이라고 말한다. 그 말에 윤균상은 재미있겠다고 맞장구를 쳐주고 에릭은 예전 꿈이 목장 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인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그리고 이어지는 나이 이야기. 이제 서른을 맞은 윤균상이 스물다섯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자 에릭은 나이는 지나면 지날수록 빨라진다고 얘기한다. 이서진은 나이 마흔 다섯을 지나면 산 날보다 살 날이 작다는 걸 느낀다고 다소 쓸쓸한 소회를 꺼내놓는다. 술 한 잔이 곁들여진데다 윤균상의 말처럼 빗소리 장작소리에 고즈넉해지는 밤. 그들의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한데 이상하게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번 득량도에서의 <삼시세끼> 어촌편은 지난 시즌들과 비교해 재미적 요소가 많이 사라진 게 사실이다. 과거 만재도에서의 유해진과 차승원이 했던 <삼시세끼> 어촌편을 떠올려보라. 낚시에 피시뱅크에 화려한 요리와 게스트들까지 한 마디로 재미요소들이 버라이어티했다. 하지만 이번 득량도의 <삼시세끼>는 다르다. 거의 전 편이 에릭의 요리와 그 요리 때문에 조금씩 변해가는 이서진과 윤균상에 집중되어 있다.

 

이런 사정을 가장 잘 보여준 건 그들 스스로도 재미요소가 적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뭍으로의 탈출을 시도하는 장면이다. 보통 이런 일탈이 벌어지면 더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만큼 재미요소도 많아지는 게 정상이다. <삼시세끼> 정선편은 시장으로 마실만 한 번 가도 이야기들이 쏟아지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들의 탈출은 돈을 챙겨오지 못한 사정 하나로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다.

 

낚시도 재미의 중요한 요소지만 낚시는 그 특성상 물고기가 잡히는 장면까지의 기다림이 지루할 수밖에 없다. 유해진은 그 지루함을 특유의 정서와 너스레로 풀어내면서 채워넣어줬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서 낚시의 재능을 새롭게 알게 된 윤균상이 물고기를 척척 잡아주는 장면과 이서진이 한 마리를 잡아 명예회복을 하는 장면을 빼고 나면 그다지 분량이 많지 않다. 기대했던 강태공 에릭의 낚시도 심지어 감성돔을 잡았지만 워낙 작아 풀어줘야 했기 때문에 그리 큰 감흥은 없었다.

 

빗소리 들려오는 밤, 에릭이 슬쩍 그 아쉬움을 꺼내놓는다. “전체적인 거는 다 잘 맞고 다 좋은데 딱 하나 아쉬운 거는 웃음 포인트 하는 게 형밖에 없는 게 아쉬운 거지.” 에릭은 스스로 알고 있다. 자신이 그리 웃기는 캐릭터는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그런 에릭에게 이서진은 말한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야. 결국 사람은 그찮아 정혁아. 그냥 진심인거야. 내가 보기에는. 진심은 언젠가는 통하게 돼있어. 나는 결국 그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실 이서진의 이 이야기는 <삼시세끼>가 왜 많은 예능의 MSG를 빼놓고도 그렇게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가를 잘 설명해준다. 예능이지만 웃음의 포인트에만 집착하지 않고 대신 그 상황과 그 속에서의 인물들이 말하는 진심을 전해준다는 것이 <삼시세끼>가 가진 놀라운 반전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예능적 의미로 보면 재미없는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는새로운 것들이 보이게 됐다는 것.

 

그 진심의 힘은 신뢰를 만들고 그래서 다소 심심할 수 있는 재미라고 해도 기꺼이 맛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한다. 그건 이들이 이야기하는 요리와도 같다. “봐봐 아무리 맛있게 요리를 해도 먹는 사람이 그걸 즐겁지 않으면 맛있지가 않아.” 우리는 어느새 <삼시세끼>라는 요리를 그것이 어떤 것이든 기꺼이 즐겁게 맛보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요리의 즐거움에 괜스레 우리도 즐거워지게 됐다. “요리는 정혁이형이 다 했는데 괜히 맛있다고 하면 내가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하는 윤균상처럼.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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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2.05 22:39 blue0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쵸? .. 뭔가가 따뜻하고, 흐믓하고, 편안해지고... 같이 덩다라 미소짖게되는...
    꿈같은.... 화면도 더 이뻐지고 따뜻하고 풍성해지고... 매직~!
    삼시세끼 팀에 너무 너무 감사한다는...
    더키앙님의 리뷰도....

<1>, 가수들에서 이젠 배우들로 채워진 속사정

 

박보검에 이어 유지태 그리고 이젠 김유정이다. 최근 정준영이 나가고 난 빈 자리 때문일까. KBS <12>의 게스트 출연이 부쩍 잦아졌다. 그게 특별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순 없다. <12>처럼 오래도록 방영된 장수 프로그램이 게스트를 활용하는 건 비슷비슷한 패턴을 벗어나는 데는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이런 사정은 간단하게 시청률이 반증한다. 박보검이 나왔을 때 <12>은 무려 19.9%(닐슨 코리아)의 대박 시청률을 기록했고 유지태도 17.4%를 찍었다. 그러니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한껏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유정의 출연 역시 기대되는 대목인 건 사실이다.

 

흥미로운 건 <12>의 구성원들이 초창기 가수들 중심으로 채워졌던 것과 비교해 지금은 배우들 구성이 훨씬 많아졌다는 점이다. <12> 초창기를 이끌었던 출연자들을 떠올려 보라. 웃음을 담당하던 강호동과 이수근을 빼놓고 나면 이승기, C, MC, 은지원, 김종민이 모두 가수들이었다.

 

이렇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건 어쨌든 리얼 버라이어티가 가진 리얼한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예능인이 아닌 다른 직업군의 출연자들이 필요했다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연기를 직업으로 가진 배우들보다는 노래라는 또 다른 예능의 동력을 갖고 있는 가수가 훨씬 더 자연스러우면서도 다채로운 재미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만 해도 여전히 배우들은 가수들보다 예능 출연하는 것 자체가 낯설고 꺼려지는 어떤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12>의 공기를 만드는 건 차태현이나 윤시윤 같은 배우들이다. 물론 웃음은 데프콘이나 김준호, 김종민에서 나오지만 프로그램의 색깔은 이들 배우들에게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전 구탱이형 김주혁이나 잠깐 출연하기도 했었던 유해진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이미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배우들의 연기가 아닌 진솔한 모습은 오히려 더 시선을 잡아끌게 되었다. 가수들보다 훨씬 더 감춰져 있었기에 오히려 반전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건 나영석 PD의 영향이 크다. 그는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를 통해 일련의 배우들을 예능의 스타로 만들어낸 바 있다. <꽃보다 할배>의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 그렇고, <꽃보다 누나>에 나온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이 그러하며, <삼시세끼>의 이서진과 차승원 그리고 최근 에릭까지 연달아 배우들을 성공적으로 예능 스타로 등극시켰다. 물론 이것은 tvN의 전략적 선택으로 드라마와 연계하는 예능의 시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늘 새로운 얼굴을 찾아내야 하는 예능의 특성상 배우군이 그 신천지가 된 이유도 있다.

 

<12>이 한 때 가수들에서 이제는 배우들로 채워지게 된 건 이런 예능 전체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최근 <무한도전>에 출연한 아수라 출연진들이나, <시그널> 김은희 작가가 합류해 만든 무한상사<곡성>의 쿠니무라 준이 등장하는 등 배우들의 예능 출연은 이제 낯선 것이 아니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영화나 드라마 홍보가 아니라고 해도 배우들 스스로도 선호하게 된 트렌드가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능 출연은 배우들의 활동에 장애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걸 유해진 같은 배우는 확실히 보여준 바 있다. 물론 자기만의 연기 영역이 확실한 배우지만 유해진이 <삼시세끼> 어촌편에 출연하면서 좀 더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것이 영화 <럭키>의 대박에 영향을 미쳤다는 건 그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일이다. 물론 차승원의 <고산자>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건 차승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작품 자체가 대중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소재였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차승원은 <삼시세끼>의 이미지를 <고산자>로 가져와 자칫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 경쾌함을 부여한 바 있다.

 

한 때는 왜 그런 것까지 해야 하는가 하고 고개를 저었던 배우들이 이제는 예능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지금껏 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능성의 지대이면서, 동시에 본업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에 연이어 출연하는 배우들은 바로 이런 흐름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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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부족한 <럭키>, 유해진의 엄청난 저력

 

영화 <럭키>의 진짜 행운은 유해진이 아니었을까. <럭키>는 개봉 4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같은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 <아수라>가 개봉한 지 20일이 다 되어가지만 고작 250만 관객에 머물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비교되는 결과다.

 

사진출처: 영화 <럭키>

영화에 들어간 공력을 보면 <아수라>가 압도적이다. 제작비도 <아수라>가 홍보비를 포함해 110억 정도가 들어간 반면 <럭키>40억이 투입됐다. 무엇보다 쟁쟁한 주연급 배우들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아수라>의 캐스팅은, 지금껏 조연으로만 주로 서 왔던 유해진이라는 배우에 기대하고 있는 <럭키>와 너무나 비교된다.

 

그렇다고 객관적으로 말해 <럭키>라는 작품이 굉장한 완성도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전형적인 코미디 장르로서 기억상실이 된 킬러가 무명배우로 희망 없이 살아가는 청년의 삶을 대신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았다. 조금은 과장된 코미디 설정들이 웃음을 주며 후반부에 이르면 어떤 따뜻함 같은 걸 느낄 수 있는 영화.

 

물론 소소한 재미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대단할 것 없다 여겨지는 <럭키>라는 작품이 이만큼의 관객 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요소는 결국 유해진이라는 배우다. 이 배우가 단독 주연으로 선 영화라는 점은 <럭키>에 대한 막연한 지지 같은 걸 하게 만든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와중에도 그다지 크게 웃기다고 생각할 수 없는 장면에서조차 웃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다.

 

그건 아마도 영화 속 캐릭터 때문이라기보다는 유해진이라는 이미 우리에게는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잘 알려진 인물이 주는 친근함 때문이 아닐까. 유해진이 얼굴에 잔뜩 힘을 주고 인상을 쓰는 첫 장면의 비장함이 관객들에게는 먼저 웃음이 터져 나오게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배우가 가진 시골스러운 면면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 강력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효과일 것이다.

 

물론 <럭키>라는 영화 자체가 전혀 흥행에 기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작품에는 특이하게도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편에 깔려 있다. 즉 무명배우의 삶을 대신 살게 된 유해진이 구박받던 엑스트라에서 점점 주연에 가까운 인물로 성장하는 과정은 우스우면서도 통쾌함을 준다. 어떤 배역을 맡느냐에 따라 멸시받기도 하는 무명배우들의 삶이 마치 우리네 삶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해진이라는 배우가 <럭키>를 통해 그 무명배우의 삶을 연기한다는 점은 여러모로 영화와 현실 사이를 잇는다는 점에서 특별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건 어쩌면 <주유소 습격사건>의 단역으로 등장해 지금의 톱스타가 된 유해진이라는 배우의 진짜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놓은 듯한 착시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럭키>는 제목 그대로 유해진이라는 행운이 있어 성공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물론 굉장한 기대는 금물이다. 하지만 유해진이라는 배우의 친근하고 따뜻하며 본인이 진지할 때조차 웃음을 줄 수 있는 인물을 온전히 주인공으로 들여다보는 그 시간은 충분히 재미를 준다. 어딘지 부족한 영화지만 유해진이라는 배우의 아우라는 그 부족한 부분을 제대로 채워주는 행운이 되어 주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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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0.18 19:03 시쿤둥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삼시세끼빨로 아줌마에게도 인지된 착한 유해진씨가 나온대서 -티켓파워 완성!
    허나 웃길만한데서 빵!!이 아니라 피식웃김.
    개콘작가라도 보조작가 쓰지 그랬어?

  2. 2016.10.19 00:19 바다를사랑한 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울 아덜하고 잼나게 봤으요~~
    해진오빠에 트랜드마크 입을찌져지게 벌린듯 입매무새가 역쉬나 ㅋㅋ
    일품, 명품 럭키 배우 해진 오빠야~~
    홧팅 해진 오빠야~~~

  3. 2016.10.19 17:36 신고 BlogIcon 린냥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럭키 저도 몇일 전에 봤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빵빵 터지지는 않았지만 괜찮게봤던 영환것같습니다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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