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어촌편에 이서진이 섞여 만든 또 다른 기대감

 

"도련님은 일어나셨나?" tvN 예능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아침잠이 유독 많은 이서진을 도련님이라고 부르며 유해진은 특유의 농담을 던진다. 전날 늦게까지 웃고 떠드느라 잠을 설쳤지만, 워낙 부지런한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이다. 전날 몇 시에 자도 아침이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그들. 마치 일 개미 같은 모습이다.

 

반면 "게스트가 뭘 해요?"라며 죽굴도에 손님으로 들어와 '찐 게스트'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있는 이서진은 마치 베짱이 같다. 유해진이 굳이 손님이 왔으니 제대로 된 어촌의 먹거리를 대접하고 싶어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하고, 차승원이 쉬지 않고 움직이며 미리미리 저녁거리들을 준비하고 있는 그 와중에도 이서진은 바다가 잘 보이는 세끼하우스의 마루 한 편에 기대 앉아 있다.

 

햇볕이 점점 그 자리를 침범해오고 살에 닿기 시작하자 금세 그늘이 진 '백숙정'으로 자리를 옮기고 또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차승원이 그런 모습이 너무나 우스운 듯 "너무 안하는 거 아냐"라고 유머 섞인 질책을 던져도 요지부동. 그래도 무언가를 하긴 해야겠는지 눈에 밟히는 설거지를 하고 가져온 미니선풍기로 축축해져 잘 붙지 않는 장작에 불을 피우려 매운 연기에 눈이 벌개진다.

 

괜스레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하고 있는 유해진이 맘에 걸려 그런 걸 뭐 하러 하냐는 식으로 툴툴대지만 막상 그렇게 잡아온 쏨뱅이로 매운탕을 끓여내자 맛나게도 잘 먹는다. 차승원의 말대로 이상하게 밉지 않은 캐릭터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지 못하는 이서진에게 "도련님 꿀물 타드려야지"하며 음료를 따라 주는 유해진의 얼굴은 그래서 싱글벙글이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또 마음 한 편으로는 이서진에게 어떤 정 같은 게 담긴 표정이다.

 

백숙을 일찌감치 펄펄 끓는 솥단지에 넣어 끓여놓은 후, 잠깐 벌어진 배드민턴 대결에서도 이서진의 캐릭터는 일관성이 있다. 한 편을 먹은 손호준은 결국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나만 힘들 줄 알았어"하며 투덜대며 웃고, 이서진은 초등학교 때 배드민턴부였다는 이야기와는 사뭇 달리 공을 칠 의욕도 잘 보이지 않는다.

 

어딘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유해진과 차승원 그리고 손호준은 그 누구보다 서로에 대한 마음들을 잘 끄집어내고 표현하는 인물들이다. 하루 종일 낚시를 하는 유해진의 고충을 차승원은 너무나 잘 이해하고, 수확 없는 날도 풍성한 저녁을 차려 내주는 차승원의 음식에 유해진은 항상 "맛있다"며 그 고마움을 드러낸다. 막내로 있지만 손호준은 두 사람을 진짜 동생처럼 끈끈하게도 따른다.

 

하지만 이런 훈훈하고 따뜻한 조합에, 물론 마음은 따뜻하지만 겉으로는 '차도남'의 이미지를 풀풀 풍기며 표현 자체를 잘 안하는 이서진이 들어가니 어딘가 그 관계에 균형이 맞은 듯한 느낌을 준다. 너무 열심히 일해서 한 끼를 차려 먹는 광경이 주는 다소 짠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소박한 풍족함 같은 게 <삼시세끼> 어촌편이 주는 정서라면, 베짱이처럼 찐 게스트의 면모를 드러내며 진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하는 이서진과 이들이 툭탁대며 만들어내는 케미와 웃음들은 지금까지 어촌편에서는 잘 느끼지 못했던 톡 쏘는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그들끼리 슬쩍 꺼내놓은 이야기로, '꽃보다 중년' 어떠냐는 제안은 그래서 솔깃해진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당장은 어렵겠지만 이 시국이 지나고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이번 죽굴도에서 한 자리에 모인 '손이 차유'가 꾸려나가는 '꽃보다 중년'이 사뭇 기대된다. 이제 오십 줄에 접어든 중년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적 교감이 궁금하고, 무엇보다 이들의 안 어울릴 듯 어울리는 그 조합이 괜찮아서다. 만일 진짜로 이게 이뤄진다면 그 땐 아마도 이번 <삼시세끼> 어촌편이 쏘아올린 또 다른 수확으로 기록되지 않을까.(사진:tvN)

'삼시세끼', 차승원·유해진과는 확연히 다른 이서진의 존재가치

 

게스트로 왔지만 게스트라기보다는 본래 주인 같은 그런 느낌이다. tvN 예능 <삼시세끼-어촌편 시즌5>의 마지막 게스트로 등장한 이서진은 그가 이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의 원조(?)라는 걸 확실히 보여줬다. "게스트가 하긴 뭘 해요?" 너무 아무 것도 안하는 것 아니냐는 차승원과 유해진의 농담에 그렇게 대꾸하는 이서진은 새삼 그것이 <삼시세끼>의 본래 기획의도였다는 걸 깨닫게 만들었다.

 

'7년 짬바'로 소개된 이서진은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배를 타고 죽굴도로 들어오면서부터 순순히 따르기보다는 투덜대며 "괜히 왔다"고 말하는 그는 어차피 세 끼 먹으면 되는 거니 빨리 먹고 빠져나와야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사실 방송에서 보면 죽굴도에서의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의 일상은 너무나 부럽기까지 한 힐링으로 다가오지만, 실상은 배를 타고 가야하고 어쨌든 동네가게 하나 없는 그 곳에서 삼시 세 끼를 해먹으며 버텨야 하는 다소 고단함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워낙 부지런하고 또 낙천적이기까지 한 유해진, 차승원, 손호준이기 때문에 이들은 물고기 한 마리 잡히지 않는 날에도 어딘지 풍족한 느낌을 준다. 물론 이번 죽굴도에서는 수확까지 꽤 좋았다. 첫날부터 거대한 전복을 잡았고, 5년 만에 참돔을 낚은 데다, 대왕문어, 쏨뱅이 같은 풍족한 물고기들이 세 끼 밥상 위에 올라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풍족함 뒤에는 쉴 새 없이 요리를 고민하는 차승원과 바다에 나가 입질 없는 낚시에 노심초사하는 유해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충실한 보조로 쉴 틈이 없는 손호준이 있었다.

 

이서진이 가져온 휴대용 선풍기가 풍로에 연통을 붙여 만든 '강력햐'를 대체하는 광경은 그가 얼마나 이들과는 다른 캐릭터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력햐' 역시 손으로 돌려 불을 피우는 것이지만, 이서진은 그 대신 휴대용 선풍기를 찾아냈고 그것도 들고 있기 귀찮아 벽돌로 고정시켜 놓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귀찮은 건 딱 질색으로 여기는 그의 성격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은 또 하는 젠틀함과 더해져 만들어낸 노련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삼시세끼>가 지금처럼 시즌을 거듭하고 어촌편에 산촌편까지 연달아 성공하는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이서진이라는 귀차니스트 캐릭터의 공이 컸다. 그간 나영석 PD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토록 많은 미션들을 내주고 출연자들을 애써 움직이게 했던 것과는 달리, <삼시세끼>는 애초부터 그 정반대를 추구하던 예능이었다. 뭘 자꾸 하는 예능이 아니라 되도록 뭘 하지 않는 예능이 그것이었다. 거기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투덜대는 귀차니스트 이서진은 맞춤이었다. 그 귀찮음 때문에 세 끼를 차려 먹는 일도 그토록 재미있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죽굴도에 들어온 이서진은 확실히 남다른 그만의 매력을 끄집어냈다. 유학 갔다 막 고향으로 온 휴대용 선풍기라는 신문물(?)을 들여온 도시남자의 면면은 풍로를 돌리고 있던 시골사람 같은 유해진과 대비되어 웃음을 주었고, 불을 피우는데 있어서도 한쪽에 불이 잘 붙지 않자 손호준에게 "포기해"라며 그걸 포기하고 대신 붙어있는 불을 활용하는 그만의 스타일을 보여줬다. 설거지 할 때조차 늘 앉는 자리와 동선이 정해져 있어 자리를 바꿔야 한다고 손호준은 말했지만, 이서진은 간단하게 밥상 같은 도구를 옮겨 줌으로써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줬다. 귀차니스트로서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려 하던 데서 나오는 <삼시세끼> 7년 짬바 노련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죽굴도에 이서진이 게스트로 합류하면서 나영석 PD는 새삼 <삼시세끼>의 농촌편, 어촌편 그리고 산촌편이 하는 정상회담 같다고 말했다. 이서진이 마침 산촌편 대표인 염정아로부터 가져가서 같이 먹으라고 육포를 보내왔다는 걸 말해줘서였다. 그러고 보니 같은 <삼시세끼>라도 농촌편, 어촌편 그리고 산촌편이 조금씩 다른 재미와 스토리가 있었다는 게 느껴졌다. 그건 결국 출연자들의 개성에 따라 달라진 재미들이었다.

 

귀차니스트의 매력이 빛나는 이서진의 농촌편이 있었다면, 열심히 노력하지만 때론 수확이 없는 날도 나름 웃으며 풍족함을 보여주는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의 어촌편이 있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척척 돌아가던 염정아의 산촌편이 있었다. 캐릭터마다 저마다 주는 재미가 달랐지만, 그 중에서도 이서진은 확실히 <삼시세끼>가 가진 본래의 공기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때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고만 싶은 그런 시청자들의 마음을 툭툭 건드리는.(사진:tvN)

'삼시세끼', 물고기·문어 한 마리에 이토록 행복할 수 있는 판타지

 

살다보면 이런 날도 온다? tvN 예능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유해진은 오랜만에 얼굴 가득 웃음이 피어났다. 낚시를 하러 갈 때면 으레 "오래 걸려" 하며 옆에서 같이 고생할 제작진을 먼저 걱정하던 유해진이었다. 몇 시간 째 같은 바위 위에서 미끼를 갈아 끼우며 묵묵히 던져 놓는 낚싯대지만 그의 모든 신경은 항상 그 낚싯대 끝에 가 있었다. 어떻게든 물고기 한 마리라도 잡아야 매 끼니를 준비하는 차승원에게도 또 막내 손호준에게도 면이 서는 그였다.

 

함께 낚시를 하겠다며 나섰다가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만 절감한 차승원은 돌아와서는 새삼 유해진이 "힘들었겠다"고 말한다. 잡고 못 잡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심리적 부담감이 컸을 거라는 것. 그래서 몸이 힘들어도 몇 시간씩 그 자리에 서서 낚싯대를 드리웠을 거라는 거였다. 시청자들은 이미 그간 만재도에서부터 그가 겪었던 부담감을 영상을 통해 경험한 바 있었다. 그래서 차승원의 그런 공감은 뭉클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살다보면 좋은 날도 오기 마련이라고 말하듯, 유해진은 거의 포기 직전에 흔들리는 낚싯대를 발견하고 결국 쏨뱅이 두 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사실 이전에 배를 타고 나가 잡았던 엄청난 크기의 참돔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작아 보이는 쏨뱅이 두 마리였지만, 기다림 끝에 겨우 잡아서인지 그 물고기들만으로도 유해진의 입 꼬리는 한없이 올라갔다. 그 날도 P(Potato 감자)나 SP(Sweet Potato 고구마)로 때우는 게 아닌가 생각하던 유해진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만면에 웃음 가듯 낚아서 돌아온 유해진을 보며 차승원은 그 어느 때보다 기뻐했다. 그 어려움을 몸소 겪어본 터라 더더욱 그랬을 게다. 하지만 그건 그 날 만찬(?)의 끝이 아니었다. 통발을 확인하러 간 유해진은 놀랍게도 꽤 큰 붕장어가 들어 있는 걸 발견하고는 환호를 질렀다. 결국 그 날은 쏨뱅이 튀김에 붕장어 구이를 반찬으로 풍족하고 행복한 저녁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엔 비가 내리는 통에 낚시를 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유해진은 걱정부터 앞섰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차승원은 괜스레 물회 양념을 미리 만들어 놓는 등 어딘지 낙관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통발을 확인하러 갔다가 유해진은 문어가 잡혀 있는 걸 발견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나.

 

한 마리가 워낙 커서 다른 작은 놈은 바다에 놔주고 왔다는 유해진에게서 과한 욕심 없는 이들만이 얻게 되는 행복의 크기가 느껴진다. 손호준이 먹고 싶다는 문어짬뽕을 즐겁게 만드는 차승원의 잰 손끝에서도 느껴지는 행복감. 사실 이 죽굴도에 처음 들어와서 첫 날에 우연히 전복을 찾아내 먹은 후에 수확이 없어 구황작물(?)로 끼니를 때우며 너스레로 애써 웃었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들이 이 곳에서 얻은 수확이 의외로 많았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전복, 문어, 참돔, 쏨뱅이에 붕장어까지 풍족한 섬 생활이었다는 것.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삼시세끼> 어촌편5는 그래서 요즘처럼 답답한 시기에 작은 위로 하나를 던졌다. 힘겨운 나날들이지만 살다보면 그래도 좋은 날도 온다는 것이고, 그래서 힘들어도 웃으며 지내다보면 언젠가 돌아봤을 때 꽤 풍족하고 행복한 날들이었다고 회고할 수도 있다는 것. 물론 그건 물고기, 문어 한 마리에도 자족할 수 있는 마음에서 가능한 것이지만.(사진:tvN)

 

'삼시세끼', 유해진의 너스레에 숨겨진 외로움과 고단함

 

"야 진짜 해진씨가 고생 많이 했겠다. 계속 만재도부터 혼자.. 아 정말 그니까 이렇게 계속 있었을 거 아니야. 허리 아픈데.." tvN 예능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간만에 유해진을 따라 낚시에 나간 차승원이 손호준에게 그렇게 말한다. 뭐라도 잡아오겠지 하고 기대하지만 저녁에 터덜터덜 빈 양동이를 들고 들어오며 괜스레 멋쩍은 듯 농담과 너스레를 늘어놓던 유해진의 얼굴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그 너스레 속에 숨겨진 외로움과 고단함을 차승원은 그 몇 시간의 갯바위 낚시를 통해 슬쩍 들여다보게 된 것이었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손호준씨가 (같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을 많이 못하잖아요. 계속 낚싯대만 보고 있으니까. 만재도에서 특히나 예전에 죽 만들어서 배달했을 때 7시간 정도를 비탈 있는 바위에서 낚시를 했거든요. 근데 처음에는 낚시 나갈 때 바다도 보고 나름 괜찮겠다 그랬는데 그게 아니더라는 거야. 외롭고 고단하고.. 그리고 심적인 부담감. 왜냐하면 뭐라도 잡아와야 하는데 이런 거. 되게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은 거야."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차승원은 유해진의 무거웠을 어깨에 대해 이야기했다. 바닷가에 낚싯대만 던져 놓으면 척척 물고기가 잡힐 것 같지만, 두 시간이 지나도 입질조차 없는 게 현실이었다. 게다가 비탈이 있는 곳에 서 있기도 힘들고, 차가운 바닷바람에 몸도 얼얼해지는 그런 시간들 속에 유해진은 서 있었다.

 

하지만 특유의 유머와 농담을 유해진은 계속 던졌다.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맨에게 "오래 걸려"라며 서있지 말고 앉아 있으라 얘기해주며 웃는 유해진의 모습에서 못 잡았을 때의 그 마음의 무게를 더욱 느낄 수 있었다. 쉽지 않은 낚시에도 타인을 먼저 챙기는 유해진이 아닌가. 그러니 자신이 잡아올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을 이들이 느낄 실망감을 어찌 그가 모를까.

 

그래도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건 역시 차승원이다. 무전기로 괜스레 아무 것도 못 잡으면 저녁에 대안이 있냐고 묻자 차승원은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유해진의 농담이 이어진다. "뭉툭한 건?" 차승원은 그 농담을 또 받아준다. "뭉툭한 건 있어." "그걸로 먹자." 없고 부족해도 웃을 수 있는 건 그 없는 상황조차 농담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다.

 

유해진의 부담감을 제대로 알게 된 차승원은 유해진에게 무전으로 "대안을 생각해놨다"며 김치부침개를 해먹자고 한다. 그 말에 유해진은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그것도 맛있다"고 말하고, 차승원은 부담을 덜어주는 말을 툭 던진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자구." 그런 이야기들을 옆에서 듣고 있던 손호준이 마치 유해진의 너스레가 전염된 듯 농담을 던진다. "내일 날씨도 안 좋고 그러면 저번에 갔던 레스토랑 한 번 더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 농담에 차승원은 빵 터진다. 그건 지난 번 먹을 게 없어 감자, 고구마를 삶고 구워내 마치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것처럼 유해진이 유쾌한 상황극을 했던 걸 말한다.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유해진이 끊임없이 던지는 아재개그와 너스레다. 그는 힘들 수도 있는 상황에도 그걸 슬쩍 뒤집어 농담을 던짐으로써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끝없는 너스레와 농담은 차승원이 직접 겪어보고 알게 된 것처럼 쉽지 않은 부담감과 고단함을 슬쩍 감추고 다른 이들을 웃게 만드는 데서 나온 것이었다.

 

물론 5년 만에 참돔을 잡아 며칠 간 참돔으로 몇 끼를 해먹을 정도로 풍요로운(?) 시간들도 있었지만, 어쩌면 꽤 많은 다른 시간들은 늘 부족했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삼시세끼> 어촌편을 보며 느껴왔던 풍요로움과 여유는 실제 먹거리가 풍족해서가 아니라 없어도 마법처럼 풍족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차승원과, 헛헛함을 너스레와 유머로 채워 정신적 포만감을 주는 유해진 그리고 '없이 살아도(?)' 잘 따라주고 그림자처럼 챙겨주는 손호준이 있어서였을 게다. 마치 누구나의 가족이 그러하듯이.(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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