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밖은 유럽’, 의외로 이 분들 흥행 보증수표라는 건

텐트 밖은 유럽

“이게 유와 진이라는 가수가 부른 노래예요.” tvN <텐트 밖은 유럽>에서 새로운 캠핑장으로 이동하는 차안에서 유해진이 차창 밖으로 들어오는 공기에 “아 상쾌한 공기를...”이라고 말하자, 진선규가 즉석에서 아무렇게나 “상쾌한 공기를-”하고 선창한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유해진이 “마시며-”하고 뒤를 이어간다. 뒤늦게 합류해 이런 분위기가 아직은 익숙치않은 박지환이 “누구 노래에요?”하고 묻자 운전을 하던 윤균상은 미소를 지으며 ‘유와 진’이라고 유럽에서 활동하는 가수라고 말한다. 

 

유해진과 진선규가 <텐트 밖은 유럽>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나 어느새 척 하면 착 하는 호흡을 보여주는 걸 보면, 이들이 본업인 연기의 영역에서 어떤 인물들인가를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호흡이다. 그러니 누구와 합을 맞춰가고 전체 작품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며 보여주는 것이 다른 연기까지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힘이 된다. 

 

물론 영화 <공조2:인터내셔날(이하 공조2)>에서 유해진과 진선규가 캐스팅된 점은 <텐트 밖은 유럽>이 기획되고 그들이 나란히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과 무관하진 않을 게다. 영화 홍보를 위해 예능 프로그램과 공조(?)한 셈인데, 이 프로그램만의 묘미와 재미가 톡톡하니 이런 방식의 홍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무엇보다 좋은 건 영화 속에서는 미처 다 보지 못했던 이들의 진솔하고 매력적인 면면들을 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텐트 밖은 유럽>은 물론 윤균상이야 막내로서 작품 속에서 늘 전면에 서는 역할을 해왔지만, 상대적으로 악역이거나 조연(사실 주연이나 다름없지만) 역할을 많이 해왔던 유해진, 진선규, 박지환의 반전된 면면을 보는 재미가 톡톡하다. 이것은 유럽의 스위스나 이탈리아 같은 그저 보고만 있어도 눈이 시원해지는 풍광 속에서 소박한 캠핑을 하면서도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을 주는 이 프로그램의 반전 그대로다. 

 

그런데 여기 출연한 유해진, 진선규 그리고 박지환을 다시금 그들이 해왔던 작품들을 통해 되새겨보면 의외로 이들이야말로 흥행 보증수표였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먼저 이번 추석에 원탑 흥행을 거둔 <공조2>에서 유해진과 진선규가 진짜 공조(?)했고, 올해 코로나19를 뚫고 나와 천만 관객을 거둔 <범죄도시2>에서 박지환이 하드캐리했다. 물론 전 시즌이었던 <범죄도시>에서는 진선규와 박지환이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타짜>부터 <베테랑>, <공조>, <택시운전사>, <1987>, <완벽한 타인>, <승리호> 등등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유해진이야 이미 영화는 물론이고 <삼시세끼> 어촌편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흥행이 보증된 배우이고, <범죄도시>부터 <극한직업>, <승리호> 같은 영화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로 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진선규도 마찬가지의 길을 걷고 있는 배우다. 박지환 역시 꽤 오래도록 미친 존재감의 조역을 해오며 최근 들어 <범죄도시2>, <한산:용의 출현> 같은 영화는 물론이고 특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부정 연기를 마치 느와르처럼 보여줘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다. 

 

이러니 이들만큼 핫한 배우들이 있을까. <텐트 밖은 유럽>은 이렇게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한 배우들의 작품 밖에서의 매력을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독특한 아재미와 유머로 편안하면서도 이지적이며 빵빵 터지는 웃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맏형으로서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유해진과, 최근 <작은 아씨들>에서 어마어마한 카리스마를 선보인 아내 박보경에게 “여봉-”하며 닭살 멘트를 하염없이 날리는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진선규, 그리고 너무나 감성적이어서 시인을 넘어 도인 같은 면면을 보여주는 박지환이 그들이다. 이 매력의 공조는 프로그램도 성공시켰다. 최고 시청률 5.5%(닐슨 코리아)를 기록한 것. 

 

그래서 <텐트 밖은 유럽>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만만찮은 필모와 연기의 세계가 어떻게 깊어지고 대중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는가가 느껴진다. 그건 ‘유와 진’이 척하면 착하고 받아내는 그런 호흡과 앙상블이다. 이들이 연기의 세계에서 체화된 이런 모습들은 <텐트 밖은 유럽>을 보고 있으면 마치 저들과 하나가 된 것 같은 훈훈한 유대감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의 공조는 그래서 <텐트 밖은 유럽> 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그들이 함께 해온 영화, 드라마 속에서도 빛나는 중이다. (사진:tvN)

‘텐트 밖은 유럽’, 명품 배우들의 소박한 여행이 주는 매력

텐트 밖은 유럽

이 프로그램 어딘가 언발란스하다. 눈은 호강이라고 할 정도로 호사스러운 풍경들을 마주하고 있는데 이들이 그 곳에서 하는 여행은 소박하기 이를 데 없다. 호사스러움과 소박함.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가 섞여있는데 그게 너무나 마음을 잡아 끈다. 도대체 tvN <텐트 밖은 유럽>이 보여주는 이 언발란스한 매력의 정체는 뭘까. 

 

“이태리에서 자전거 탄다잉-” 스위스에서 이태리로 넘어와 캠핑장에 자리한 유해진과 진선규 그리고 윤균상은 인근 가르다 호수 주변을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사실 풍광으로 보면 호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바다 같은 가르다 호수를 눈에 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호사스럽다. 시쳇말로 ‘눈호강’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그곳에서 하고 싶어 하는 건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는 것이다. 

 

으리으리한 자동차가 아닌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자전거.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그 속도와 눈높이 때문에 자동차를 탔다면 놓쳤을 아름다운 풍광들을 마주하게 된다. 마치 동화 속 마을에 들어온 것처럼 아기자기한 거리와 집들이 그렇고, 길가 가득 심어진 올리브 나무들이 그렇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잠시 멈춰 서서 유해진처럼 사진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가며 마주하는 나무에 피어난 꽃들을 괜스레 손으로 만져본다. 

 

길을 잃기고 하고, 그래서 현지 주민에게 어색한 영어로 호수 가는 길을 묻지만, 역시 영어가 어색한 주민이 마구 쏟아내는 이태리 말 앞에 당황하는 순간을 마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화려한 영어가 아니라도 소박한 보디랭귀지로 다 통하고, 길은 달리다 보면 결국 원하던 호숫가로 그들을 인도해주니 말이다. 마치 보상처럼 호수가 내주는 파도소리와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이들은 그래서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을 갖는다. 

 

유럽을 여행한다는 건 우리에게는 어쩐지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어떤 걸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텐트 밖은 유럽>은 이런 우리의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호화로운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의 호사스러운 음식들, 유창한 영어와 잘 꾸며진 리조트 수영장 같은 걸 떠올릴 수 있지만, <텐트 밖은 유럽>은 그건 진짜 유럽이 아니라고 말한다. 

 

호텔 대신 캠핑장을 선택한 것부터가 신의 한 수고, 그 콘셉트의 여행에 딱 맞는 유해진을 위시해 소박하고 진솔한 매력이 넘치는 진선규와 멍뭉미에 착하디 착한 윤균상 그리고 뒤늦게 합류하는 따뜻한 인간미가 가득한 박지환이 섭외된 것 역시 이 신의 한 수에 또 한 수를 더한 선택이 됐다. 이들은 캠핑장에 앉아 마트에서 산 아라비아따 소스를 넣은 파스타에 오징어 숙회를 즉석에서 만든 초고추장에 찍어 먹지만 그걸 ‘이탈리식 가정식 만찬’이라고 표현한다. 

 

아침에 일어나 텐트를 열면 눈앞에 쏟아지는 스위스와 이태리의 풍광을 마주하는 호사가 있지만, 그들은 그 곳에서 소박한 하루를 보내며 즐거워한다. 아침에 일어나 조깅을 하다 꼭 여기 현지인들이 하는 것처럼 자신도 하고 싶었다며 가르다 호수에 뛰어든다. 아침으로 사과 한 개를 먹고 누룽지에 달걀찜을 먹는다. 

 

냉장고에 넣어둬야 할 반찬을 냉동고에 넣어 둬 꽁꽁 언 반찬을 마주하면서도 그 당혹스러움을 농담으로 즐겁게 받아들인다. 여름엔 “얼장아찌(언 장아찌)”라고 너스레를 떤다. 또 이탈리아 커피인 줄 알고 샀던 게 설탕이라는 걸 알고는 베트남 인스턴트커피를 마시지만 오페라 음악까지 틀어놓고 이탈리아 기분을 낸다. 대단할 것 없는 여정을 보여주지만 그 곳이 이태리고 그 곳의 자연과 문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는 걸 이들은 진심으로 드러낸다. 

 

피렌체로 들어가는 길이 마치 충남 당진이나 남양주랑 비슷하다고 하는 박지환이나 유럽의 도로를 달리며 경부선 같다고 말하는 이들의 소박한 말들이 유럽이라는 공간과 부조화를 이루는 지점에 <텐트 밖은 유럽>이 주는 매력이 존재한다. 이들이 만끽하다는 건 유럽이라는 공간에서도 누리는 소박한 하루다. 그런데 그것은 시청자들에게도 진짜 유럽의 공기를 전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고 보니 유럽이라는 눈호강 풍광 속에 펼쳐진 텐트라는 소박함은 이들 배우들의 면면과도 똑 닮았다.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명품배우들이지만 인간미가 넘쳐나는. (사진:tvN)

'나 혼자 산다'가 만드는 독특한 관계망, 그 끈끈함

일주일 내내 전현무와 한혜진의 결별 이야기와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동시 잠정하차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성인 남녀가 만나 사귈 수도 있고, 또 헤어질 수도 있는 일에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계속 회자되고 있는 건 어딘가 좀 과한 느낌이다. 

물론 <나 혼자 산다>의 주축이었던 두 사람의 하차가 이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심각한 수준의 파장을 일으킬 것 같지는 않다. 윤균상이 게스트로 출연했던 방영분은 향후 잠정적으로 전현무와 한혜진이 하차한다고 해도 이 프로그램이 끄떡없을 거라는 걸 보여주는 것만 같다. 

<역적>에서 홍길동 역할로 선 굵은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윤균상. 하지만 일상에서는 전혀 다른 고양이들의 윤집사가 그의 진짜 모습이었다. 훤칠한 키가 어딘가 강인한 인상을 주는 윤균상이지만,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들 앞에서 한없이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다. 사실 이런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여주고 거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 이것이 <나 혼자 산다>가 가진 진짜 힘이 아닐까 싶다.

고양이 발톱과 털을 깎아주고 매일 하는 운동이라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그 모습은 특별한 것 없는 일상이지만, 여기에 더해지는 편집과 스튜디오에서 덧붙이는 이야기들은 이것을 독특한 예능의 웃음으로 만들어낸다. 계단 오르는 운동을 보이기 전에 카리스마 넘치는 연예인들의 몸 만드는 장면을 전제로 슬쩍 편집해 넣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예능화’는 쉽게 가능해진다.

그리고 어느 카페에서 윤균상이 만난 이준혁과 심희섭과의 수다는 과거 <역적>을 찍었을 때의 이야기들과, 밀리터리 덕후인 이준혁의 엉뚱한 유머가 뒤섞이며 편안한 재미를 준다. 취미라고 보기에는 과한 듯 모형 총을 가방 가득 갖고 나타난 이준혁이 군대에서 먹는 비상식량과 맛다시 같은 걸 꺼내놓는 장면에, 마치 방문판매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더해지자 그 상황 자체가 우습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윤균상이 마치 친형들처럼 따르는 이들과의 따뜻하고 편안한 관계가 보는 이들마저 흐뭇하게 만든다. <역적>을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그 때의 장면들도 떠올리게 할 만큼.

요리보다는 조리를 잘 한다는 윤균상이 라면에 햄, 소시지 그리고 마라 소스를 넣은 부대찌개를 끓여내고, 소면을 삶아 골뱅이와 맛다시를 버무려 내놓은 안주에 찾아온 친구들과 술 한 잔 곁들인 수다를 떠는 장면도 그렇다. 그건 우리 누구나 한번쯤 하는 일상 중 하나가 아닌가. 그러니 저 반짝반짝 빛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들이 우리와 똑같은 일상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공감대가 생겨난다. 

술만 마시면 노래를 부른다는 윤균상이 그 노래 부르는 장면을 화면으로 보며 창피해 어쩔 줄 몰라하는 장면은 관찰카메라가 잡아내는 일상에 자신도 모르는 모습이 담긴다는 걸 보여준다. 술에 취해 노래 부르고 들을 때는 그토록 좋았던 그 순간들이 영상으로 들여다보자 적나라한 실체를 드러낸다. 그 민망한 순간을 스튜디오에서 MC들이 공유하며 함께 괴로워하는(?) 장면에 웃음이 터지는 건 그래서다.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요해진 건 시청자들이 그 출연자들에게 느끼는 친밀감이다. 멀리 떨어진 어떤 존재를 바라보는 관점이 아니라, 나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일상을 공유하는 존재를 들여다본다는 그 지점은 <나 혼자 산다>가 갈수록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그래서 윤균상처럼 한번 슬쩍 나와 그 일상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이제는 마치 친구 같은 친밀함을 갖게 되고,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이면 다음에 또 만나고픈 아쉬움을 갖는 것. 

전현무와 한혜진의 잠정 동반 하차는 아쉬운 면이 있지만 그래도 <나 혼자 산다>가 잘 될 거라는 건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고 잠시 떨어져 있어도 여전히 유지되는 관계의 지속성 때문이다. 이처럼 이 프로그램에는 어느 순간 조금 편안해졌을 때 다시 돌아와 근황을 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윤균상 편을 보면서 이 인물이 언젠가 또 이 프로그램을 통해 관계를 이어갈 거라는 예감처럼,(사진:MBC)

지상파 월화극, 조정석과 윤균상이 살아나려면

등장하는 주연들만 놓고 보면 이만한 기대작이 없다. MBC <투깝스>의 조정석이 그렇고, SBS <의문의 일승>의 윤균상이 그렇다. 전작이었던 작품들 속에서 이 두 배우가 거둔 성취는 도드라진 면이 있어서다. 조정석은 <질투의 화신>으로 코미디 연기의 대가임을 증명한 바 있고, 윤균상은 <역적>을 통해 감정 선이 남다른 카리스마와 액션 연기가 모두 가능한 배우라는 걸 입증한 바 있다. 그래서 <투깝스>와 <의문의 일승>에 시청자들이 채널을 고정시키게 된 데는 아마도 이 배우들의 지분이 가장 크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잔뜩 기대감을 갖고 들여다본 이들 드라마는 어쩐지 생각만큼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물론 이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투깝스>에서 조정석은 사기꾼인 공수창(김선호)의 영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차동탁(조정석)이라는 인물을 연기해낸다. 차동탁이 굉장히 진지한 캐릭터라면 공수창은 어딘지 뺀질이에 바람둥이 캐릭터인지라, 이 둘을 오가는 조정석의 1인2역이 이 드라마가 주는 코미디의 원천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공수창 역할을 맡은 김선호는 드라마에서는 새로운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그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만일 이 드라마가 어느 정도 성과를 가져간다면 아마도 가장 큰 수확은 김선호의 발견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어딘지 남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가진 ‘영혼 빙의’ 같은 황당한 설정 때문만은 아니다. 브로맨스 코미디가 만들어내는 웃음은 분명하지만, 그래서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웃음도 좋지만 그 속에 깔린 페이소스나 지향점 같은 것이 없는 코미디는 그저 휘발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투깝스>가 그 괜찮은 연기조합에도 불구하고 조금 황당한 느낌을 주는 건 그래서다. 

이런 문제는 <의문의 일승>도 마찬가지다. 윤균상의 역시 믿고 보는 몰입도 높은 연기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설정이나 개연성은 너무 허술하다. 감옥을 들락날락한다는 그 설정 자체가 그렇고, 그 사형수 김종삼(윤균상)이 가짜 형사로 신분 세탁이 되어 비자금 천억 원의 행방을 찾는다는 이야기 전개도 어딘지 황당하다. 물론 그 비자금 이야기가 내포하고 있는 적폐에 대한 뉘앙스는 이 드라마의 메시지가 현실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는 걸 암시하지만.

이건 이야기나 설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는 과정의 문제로 보인다. <의문의 일승>은 빠른 전개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어떤 상황을 납득시키기 보다는 빨리 전개하고 그 속에 반전과 위기를 넣어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는’ 쪽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이러다 보니 디테일이 부족해지고 그 부족한 디테일은 개연성 부족으로 다가온다. <의문의 일승>이 보완해야 할 건 이야기의 속도보다는 이 인물의 행동 동기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디테일한 개연성이 아닐까. 

그래서 <투깝스>나 <의문의 일승>은 조정석이나 윤균상 같은 배우들이 만들어낸 기대감을 생각해보면 2% 부족한 아쉬움을 갖고 있다. <투깝스>가 그 코미디 속에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를 담아내는 부분이 부족하다면, <의문의 일승>은 빠른 전개만큼 이를 납득시키고 몰입시키는 디테일들이 부족하다. 이 각각의 부분들이 향후 어떻게 채워질 것인가가 월화극 지상파 성패의 향방을 가르지 않을까. 과연 마지막에 웃는 배우는 누가 될까. 조정석일까 윤균상일까.(사진출처: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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