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이 보여준 음악을 듣는 새로운 방법

<슈퍼스타K>의 성공 이후, 우리의 음악 프로그램들은 거의 대부분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스토리텔링을 반복해왔다. <프로듀스101>이나 <쇼미더머니> 같은 프로그램들은 그나마 아이돌, 힙합 같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그 명맥을 잇고 있지만,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그 수명을 거의 다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이 무슨 죄가 있으랴. 음악 프로그램이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찾지 않은 것이 죄라면 죄일 뿐. 

'비긴어게인(사진출처:JTBC)'

JTBC <비긴 어게인>은 그런 점에서 이러한 오디션 형식이 아닌 여행과 버스킹이라는 형식 속에 음악을 담아내려 한 시도가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이런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과거 MBC <나는 가수다>가 성공을 거둔 후 임재범을 주인공으로 시도했던 <바람에 실려> 같은 음악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미국을 여행하며 즉석에서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하고, 또 간이 콘서트를 열기도 했던 그 프로그램은 당시 오디션 전성시대에 만들어진 새로운 스토리텔링 기법의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비긴 어게인>은 제목에 담긴 것처럼 존 카니 감독의 음악 영화들의 스토리텔링을 음악 프로그램으로 가져왔다. 영화 <원스>의 배경이 됐던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소라, 윤도현, 유희열 그리고 노홍철이 날아가 그 영화 속 버스킹이 등장했던 그 곳에서 버스킹을 한다는 것이 콘셉트다. 영화라는 원천적인 스토리의 밑그림이 있고, 그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던 명곡들을 유희열의 반주와 함께 이소라와 윤도현이 부른다는 그것만으로도 사실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마력 같은 힘이 집중되는 건 역시 이소라다. <나는 가수다>의 첫 방송 때 ‘바람이 분다’를 불러 단 몇 초만에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던 가수가 아닌가. <비긴 어게인>에서도 이소라가 노래를 부르는 그 대목에서는 알 수 없는 힘이 그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에 집중하게 만든다. 크게 부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읊조리는 것처럼 조곤조곤 부르는 그 목소리는 마치 쉽게 깨질 것 같은 유리병 같아서 듣는 이들조차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듣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에 얹어지는 것이 어떤 스토리의 진정성이다. 이미 <원스>를 봤던 많은 관객들이 그 감동의 원천이 바로 거기 등장하는 이들의 진정성을 통해서였다는 걸 확인했듯이, <비긴 어게인> 역시 음악인들이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교감을 가지려는 그 진정성이 발견된다. 버스킹이라는 소재 자체가 그것을 그렇게 만든다. 길거리, 모르는 낯선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만들고 노래를 듣게 하며 그 노래에 심지어 감동을 하게 만드는 그 마법 같은 순간이 그 버스킹이라는 행위 속에는 자연스럽게 얹어진다. 

무엇보다 외국에서 우리네 가수들이 버스킹을 한다는 설정은 저 <윤식당>에서 윤여정이 만들어 내놓은 음식을 외국인들이 어떻게 먹는가를 바라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하다. 국적이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음식처럼 음악도 사람과 사람을 공감시키는 그 힘을 발휘할 것인가. 윤도현의 긴장감 속에는 그래서 어떤 기대감이 뒤섞인다.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 역시 똑같이 느껴질 정도로. 

<비긴 어게인>에서 이소라는 더블린의 숙소에서 연습 삼아 ‘바람이 분다’를 불렀다. 그녀는 완벽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노래를 평가했지만 거기 함께 연주한 유희열이나 노래를 듣는 노홍철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그 노래에 깊게 빠져들었다. 더블린, <원스>, 버스킹 그리고 진심으로 마음을 얹어 부르는 노래. 이 새로운 스토리텔링 속에서 그녀의 노래가 어떤 힐링으로 다가온 이유다.

<나가수>에서 하나도 더 나가지 못한 지상파 음악 경연 예능들

 

너무 비슷해서 때로는 그게 어떤 프로그램이었는지조차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음악경연 프로그램들 이야기다. MBC가 금요일에 방영하고 있는 <듀엣가요제>, SBS가 수요일 밤과 일요일 저녁에 각각 방영하고 있는 <신의 목소리><판타스틱 듀오>를 보다보면 어디선가 봤던 가수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판타스틱 듀오(사진출처:SBS)'

<신의 목소리>에 출연하는 박정현, 거미, 윤도현, 김조한 등은 누가 봐도 과거 MBC에서 했던 <나는 가수다>를 떠올리게 하는 가수들이다. 사실상 <나는 가수다>가 재발굴 했던 가수들이 모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판타스틱듀오> 첫 회에 무대에 오른 임창정, 이선희, 김범수 역시 <히든싱어><나는 가수다>가 이미 재조명했던 가수들이다. <듀엣가요제>에 출연했던 솔지, 민경훈, 루나, 강균성 같은 가수들은 <복면가왕>이 주목시켰던 가수들이다.

 

이렇게 어디선가 이미 주목됐던 가수들이 한 자리씩 차지해 비슷한 레퍼토리의 곡들을 반복하게 된 까닭은 분명 있다. 결국 가창력으로 소름 돋는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동일한 콘셉트이기 때문에 그 가창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가수들을 찾다보니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 된다는 것이다. 제작자들은 국내에서 가창력 하나만으로 확고한 무대를 보여주는 가수들은 한정되어 있다고들 말한다.

 

사정은 있으나 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식상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이들 프로그램들은 일반인과의 콜라보레이션이나 대결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장착하고는 있다. 하지만 <신의 목소리><판타스틱 듀오> 그리고 <듀엣가요제>가 모두 똑같이 비슷한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역시 이들 프로그램들을 식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창력을 뽐내는 음악 경연 예능 프로그램은 이미 너무 많이 나와서 시청자들에게는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음악의 묘미가 마치 가창력하나만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이들 프로그램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대중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다. 음악은 고음만 있는 게 아니라 저음도 있고, 또 가사도 있으며 최근에는 그저 듣는 수동적인 재미가 아닌 창작의 재미에 더 대중들은 흥미를 갖게 되었다.

 

오디션 프로그램들 역시 가창력대결을 보여주던 시대는 일찍이 지나가 버렸다. 가창력이 아닌 음악적 개성을 한껏 드러내는 참가자들이 더 중요해졌다는 건 최근 들어 싱어 송 라이터들이 유독 많이 나오고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힙합 오디션이 그나마 대중들에게 뜨거운 오디션 프로그램이 되는 이유 역시 이 장르가 결국 개인의 마음을 담은 창작이라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악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과 정서가 달라지고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지상파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최근 음악 경연 프로그램들은 하나 같이 옛날 <나는 가수다>적 시절에 시간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중들의 관심이 가지 않고 있다는 건 시청률 지표 역시 말해준다. <듀엣가요제>7.6%(닐슨 코리아)에서 시작했지만 6%대로 주저앉았고, <신의 목소리>는 파일럿 때는 10.4%를 기록했지만 정규로 편성되고 나서는 4,5%에 머물러 있다. <판타스틱 듀오>도 파일럿에서는 8.4%를 기록했지만 주말 예능 시간대에 정규 편성되면서 6%대로 뚝 떨어졌다.

 

시청자들은 식상하다는 데 이러한 별다른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하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들이 속속 편성되는 까닭은 뭘까.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는 것이 명절의 파일럿 경쟁이다. 지금 현재 예능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명절에 파일럿으로 들어와 그 시험대에 오르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래서 음악 경연 프로그램은 명절 파일럿으로는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온 가족이 다 모여 크게 집중하지 않고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 형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절에 반짝했다고 해서 정규로 들어와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게 최근 이들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 물론 <복면가왕> 같은 프로그램 역시 명절에 파일럿으로 나온 것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전혀 다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었다. 즉 파일럿이라고 해도 정규로 들어왔을 때 역시 경쟁력을 가지려면 그만한 참신함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명절 파일럿이 만들어내는 착시효과만을 더 이상 신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SNL>, 왜 시사풍자보다 19금이 세졌을까

 

<SNL코리아>는 왜 최일구 아나운서 대신 유희열이 필요했을까. ‘위캔드 업데이트’ 코너에 고정 크루로 들어온 유희열은 ‘감성변태’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능글능글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19금 코미디로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신동엽이 이엉돈 PD로 나온 ‘몸으로 풀다’에서 서로 젖병에 담은 모유를 나눠먹는 장면은 실로 이 두 변태(?)들의 시너지를 최고조로 보여준 압권이었다. 유희열 말대로 그들은 19금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는 ‘메시와 호날두’ 같은 느낌이었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하지만 유희열이 들어온 ‘위캔드 업데이트’는 특유의 야릇한 분위기가 주는 19금 유머는 강화되었지만 특유의 시사풍자 코드는 약화된 게 사실이다. 서울 심야버스 확대 운행을 언급하면서 “아쉬워하는 분들도 많다”며 야릇한 웃음을 던지고, 데니스 로드맨이 방북해 김정은을 만난 이야기에서 그들의 나이차가 30년 차가 난다며 갑자기 그 정도 나이차가 나는 수지에게 영상편지를 보낸다. “수지야 근데 너 지금 뭐 입고 있니?”

 

손석희 앵커 복귀에 대해서도 그 의미를 살짝 비틀기보다는 “자기와 비슷한 이미지”라며 자신의 위캔드 업데이트 복귀에 맞춰 복귀하는 것이 ‘위기의식’ 때문이 아니냐는 식으로 웃음을 주었다. 과거의 장진 감독이나 최일구 아나운서가 했던 ‘위캔드 업데이트’가 시사 문제를 비틀어 그 시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던 반면, 유희열의 그것은 시사 문제를 끌어오긴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는 사적인 이야기로 돌아오고 있다.

 

물론 이것은 유희열의 탓이 아니다. <SNL 코리아>가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텔레토비’가 없어지고 그 유사한 형태로 생긴 ‘tvN 동화 행복한 세상’은 인어공주 이야기를 가지고 ‘일본 방사능 유출 공포’에 대해 다뤘지만 ‘여의도 텔레토비’ 만큼의 날선 시사 풍자는 보여주지 못했다. 이것은 <SNL 코리아>의 다른 코너들에서도 똑같이 보여지고 있는 현상이다.

 

승리가 호스트로 나온 지난 <SNL 코리아>는 거의 전 코너들이 풍자를 다루기보다는 19금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 코너인 ‘더 테러 라이브’는 이 본래 영화가 보여주던 계급정서는 쏙 빠지고 대신 야한 생각하면 팬티 속의 폭탄이 터진다는 식의 19금 코미디를 보여주었다. 테러범 여동생으로 클라라가 등장해 신동엽에게 야릇한 상상을 하게 만들고 그걸 참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시루떡 보이즈’는 홍대클럽, 헬스클럽, 실버클럽, 파이트클럽 등 각종 클럽을 다니며 부비부비 하는 남자들을 보여주었다. 내용이 있다기보다는 과장된 동작들의 반복이 주는 단순한 웃음이 대부분이었다. ‘승리의 품격’은 폼생폼사의 승리가 점점 망가지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는데 여기에도 클라라가 여주인공으로 출연해 승리와 야릇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하룻밤을 위해 자취방을 대실해준다는 ‘승리의 자취방 대실 서비스’나, 흘린 걸 닦아주는 여자 때문에 더 야한 부위에 일부러 흘리는 남자들을 보여주는 ‘심야식당’ 역시 19금을 내세운 야한 설정으로 꾸며진 코너들이었다.

 

그나마 비판적인 시선을 담은 것이라고는 ‘꽃보다 할배’라는 코너로 예능의 베끼기를 풍자한 것이 유일했다. 자신도 베끼자며 ‘전국 안녕하세요 꽃보다 진짜사나이 할배 무한도전 하러 어디가? 스플래시’라는 프로그램을 찍는 장면은 그나마 속 시원한 풍자의 한 면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시사 풍자 코드는 거의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클라라가 코너 전편에 거의 들어가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도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SNL>의 핵심은 균형에 있다. 즉 시사 풍자 같은 조금은 무거운 주제의 코미디와 19금 코미디 같은 야하고 가벼운 코미디가 적절히 균형을 잡았을 때 이 프로그램만의 독특한 매력이 생겨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정치나 시사 분야가 가진 권위적인 부분들을 상당 부분 무너뜨리면서 웃음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난다. 또한 19금도 그저 저질스런 코미디로 전락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시사 풍자 같은 코너들이 없는 19금 코미디는 자칫 시사적인 이슈들을 뭉개버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19금으로 덮어진 어설픈 시사 끌어오기는 그래서 오히려 마취적인 역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SNL코리아>가 클라라를 크루에 합류시킨 것에 이어 유희열이 ‘위캔드 업데이트’를 진행하게 된 데는 그래서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클라라야 지금 가장 핫한 야한 이미지로 떠오른 인물이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희열은 어떨까. 그는 특별히 현실적인 이슈에 대해 그다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던 인물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자리를 잡기 전에 그 시간대 음악프로그램의 MC가 윤도현에서 이하나로 넘어가던 시절의 잡음들을 떠올려 보라. 유희열은 현실적인 이슈 바깥에 존재하면서도 시청자들을 잡아끄는 매력의 소유자가 아닌가. 그러니 이 뜨거운 ‘위캔드 업데이트’의 자리를 적절히 식혀주고 그 방향을 19금쪽으로 틀어놓는 데 그만한 인물이 없는 셈이다.

 

사실 유희열이나 클라라는 잘못된 것이 없다. 그들은 <SNL코리아>가 원하는 새로운 방향성에 의해 새롭게 투입되어 자신이 잘 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보여줄 뿐이다. 다만 이들의 투입으로 보여지는 <SNL코리아>에서 점점 실종되어가는 날선 시사풍자 코미디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도대체 무엇이 잘 나가던 <SNL코리아>에 이런 급격한 변화를 만든 것일까. 실로 아쉬울 따름이다.


‘나는 가수다’ 출연 이후, 가수들에게 무슨 일이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나는 가수다’가 시작된 지 채 1년도 안된 상황이지만, 이제 어디서든 우리는 이 괴물 같은 프로그램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그 힘은 이 무대에 섰던 가수들을 통해 드러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전 틀어주는 광고 속에서도 우리는 이들을 발견하고, TV는 물론이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 메인 광고에도 등장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대학생이라면 축제 무대에서, 직장인이라면 행사 무대에서, 혹 지역민이라면 인산인해를 이룬 콘서트장이나 지역 축제에서 이들을 발견했을 것이다. 심지어 여행길 우연히 들른 휴게소의 불법복제 음반 가판대에서도 우리는 이들을 발견한다. 가수들. 그것도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까지 대중들에게 그처럼 익숙하지만은 않았던 그들이 이제는 방송프로그램, 광고, 콘서트, 음원차트, 행사 등을 거의 독식하고 있는 상황. 도대체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의 출연 이후 이 가수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임재범, 김범수, 박정현, 윤도현 등 ‘나는 가수다’ 출신 가수들의 방송 출연 이후 성적표를 들여다봤다.

임재범, 단 세 곡으로 100억 원대 가치를 만들다
임재범은 우리네 록의 역사에서 한 지점을 차지하는 록커지만,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기 전까지 힘겨운 삶을 살아왔다. 록이라는 장르는 대중들에게서 점점 멀어졌지만, 록커라는 자존심이 그로 하여금 대중들과의 야합(?)을 허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달랐다. 가수의 정체성을 묻는 이 예능 프로그램은 임재범의 록커로서의 날개를 다시 달아주었다. 그는 이 무대에서 ‘너를 위해’, 남진의 ‘빈 잔’ 그리고 윤복희의 ‘여러분’ 단 세 곡을 부르고 맹장수술 때문에 자진 하차했다. 하지만 이 세 곡이 가진 임팩트는 컸다. 단 세 곡만으로도, ‘나는 가수다’에서 9개의 음원을 내놓고 최대의 음원수익을 가져간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와 비교될 정도다. 평균적으로 4,5억 원의 음원수익을 올렸다고 평가되는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만큼 임재범도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수익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그는 국내 최대 음반 매니지먼트사인 예당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는데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계약금만 10억 원이 넘었을 거라고 한다. 이것은 예당 측에서 밝힌 임재범 개인의 경제효과가 무려 10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통해서도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이미 광고계에서 특 A급 대우를 받고 있는데 통상적으로 A급대우가 연간 출연료 5억 원 정도를 받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의 출연료는 6,7억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박지성, 박태환, 김연아 같은 특A급 스포츠스타들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이런 광고 제안이 현재 7,8군데에서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 액수는 5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콘서트 수익과 행사 수익 또한 빼놓을 수 없다. 100만 원대의 암표가 논란이 됐을 정도로 폭발적인 임재범의 콘서트는 연말까지 콘서트가 잡혀진 상태이고, 그의 행사비는 한 회 출연에 5,6천만 원까지 치솟아 올랐다. 전속계약을 맺은 예당 측이 8,9개월이면 계약금 이상을 간단히 벌어들일 수 있으리라 판단하는 건 속단이 아닌 셈이다.

임재범의 ‘나는 가수다’ 임팩트가 특히 컸던 점은 그가 가진 거친 매력의 캐릭터와 그간 살아왔던 록커로서의 삶이 파괴적인 가창력을 가장 잘 돋보이게 해주는 이 프로그램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분’ 같은 곡은 임재범이 살아왔던 삶의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대중들의 심금을 울렸다. 여기에 이른바 김건모 재도전 여파로 1달 간 방영되지 않으면서 그만큼 증폭되었던 기대감도 한 몫을 차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새로 시작하는 자리에 임재범은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준 주인공이 되었던 것이다.

대세 김범수, 비주얼의 역습
임재범이 새로 시작한 ‘나는 가수다’의 수혜를 입었다면, 김범수는 재도전 여파로 잠정 중단된 프로그램의 수혜를 입은 가수다. 가온차트에 의하면 그가 잠정 중단 직전에 부른 이소라의 ‘제발’은 전체 디지털 종합 차트 1위를 기록했는데, 2월28일부터 6월25일까지 무려 다운로드 231만4723건, 스트리밍 2365만3211건으로 약 2600만 명이 온라인을 통해 들었다고 한다. 즉 국민의 절반이 이 노래를 들었다는 얘기다. 즉 이렇게 된 데는 ‘제발’이 1위를 기록한 후 한 달여 간 ‘나는 가수다’의 새로운 음원이 등장하지 않았던 효과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김범수의 노래에 대한 관심은 고스란히 최근 그가 발표한 정규 7집 앨범 파트2로 이어졌다. 타이틀곡인 ‘끝사랑’을 비롯해 수록된 7곡 모두가 음원차트 10위 권에 오른 것. 음반의 음원수익만으로도 수억 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하지만 명예졸업을 하기까지 누적된 음원들로 인해 5억 원에 달하는 음원수익을 얻은 것보다 더 큰 것은 그가 ‘비주얼 가수’로의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한때 심지어 ‘얼굴 없는 가수’로 생활했던 그가 이제 광고에서까지 ‘대세’가 된 것은 그의 가창력을 통해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꾼 ‘나는 가수다’의 무대 덕분이다. 그는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광고 캠페인 '버스 콘서트'의 모델로 발탁돼 데뷔 13년 만에 CF촬영을 했다. 또 가전제품과 금융업계 쪽과도 얘기가 진행 중이어서 최소 2,3개의 광고를 더 찍을 전망이라고 한다. 물론 처음 찍는 만큼 광고료는 1억 원 미만으로 책정되어 있지만 이것이 ‘비주얼 가수’에게 상징하는 바는 크다.

김범수의 대박 수익은 결국 그의 가장 큰 장기인 무대에서 나온다. 즉 콘서트와 행사 수입이다. 지난 8월 김범수의 전국 콘서트의 시작을 알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의 ‘겟올라잇!’ 콘서트는 총 1만 명의 객석을 가득 메울 정도로 성황리에 끝이 났고, 11월까지 총 11개 도시를 돌며 전국 투어가 이어질 예정이다. 보통 회당 수익으로 1억 원 정도를 받는 상황을 감안해보면 10억 이상의 수익을 낸다는 얘기다. 여기에 대학축제나 기업행사 수익 또한 쏠쏠하다. 한 번에 3,4000만 원의 최고 대우 출연료도 출연료지만 부쩍 늘어난 행사횟수는 가희 제2의 전성기라 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김범수에 대한 방송가의 입장이다. 그간 ‘얼굴 없는 가수’로 섭외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김범수는 최근 ‘승승장구’에 1인 게스트로 출연했고, ‘힐링캠프’에 초대되어 특유의 예능감을 뽐냈다. 진정한 비주얼 가수로 탈바꿈한 김범수의 창창한 앞날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박정현, 음악 요정의 탄생
임재범과 ‘너를 위해’를 불렀을 때부터 박정현의 가창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박정현의 이미지는 ‘노래 잘하는 가수’ 그 이상을 넘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 특유의 자유자재로 고음과 저음을 넘나들며 한 편으로는 속삭이듯 다른 한 편으로는 절규하듯 부르는 창법은 심지어 ‘가창력만 자랑하는 가수’로 여겨지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탓에 어색한 한국어는 대중들과의 거리를 더 멀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를 통해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을 뒤집었다. 그저 노래를 잘하는 게 아니라 마치 연극을 하듯 노래를 잘 표현하는 그녀를 발견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무대 바깥에서의 여전히 소녀 같은 순수함을 보게 되었다. 왜소한 체구는 엄청난 가창력과 반전을 이루며 그녀의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크게 만들었고, 어색한 말투는 귀여움으로 바뀌었다. 노래를 통해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그녀는 노래라는 아우라를 날개로 가진 요정이 된 것이다.

명예졸업을 하기까지 9곡 거의 모두를 음원차트에 올려놓은 박정현은 중간 중간 발표한 드라마 OST 등을 합쳐 5억 원 이상의 음원수익을 확보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계속 음반을 발표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그간의 상황과 비교해볼 때 이건 거의 벼락에 가깝다. 특히 콘서트와 행사에서 박정현의 존재감은 더더욱 빛나고 있다. 지난 5월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단독콘서트는 5회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또 그녀는 김범수, 윤도현과 함께 가을 대학 축제와 행사 섭외대상 1순위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부가수익으로 놀라운 점은 그녀가 14년 만에 처음으로 CF를 찍었다는 점이다. 음료브랜드 '아침에 주스'에 이어 친환경 유기농 생리대 브랜드인 '나트라케어', 보험, 제약광고까지 연이어 모델로 발탁된 그녀는 지금도 10여 개 업체로부터 모델 제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광고료는 1억 원 미만으로 알려져 있지만 박정현으로서는 이른바 요정으로 불릴 만큼의 가창력과 외모를 이미지로 가졌다는 큰 의미가 있다.

이런 이미지 변신이 가져온 효과는 방송출연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녀는 ‘무릎팍 도사’에 게스트로 출연한 데 이어 ‘위대한 탄생2’의 멘토로서 자리하고 있다. 과거 방송 출연이 전무했던 그녀로서는 엄청난 변화인 셈이다.

윤도현, 가장 대중적인 록커의 탄생
윤도현은 록커이면서도 방송 출연에 있어 활발한 활동을 해온 이례적인 경력을 갖고 있다. 즉 록커이면서도 대중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갖춘 인물이라는 얘기다. 그런 그가 ‘나는 가수다’라는 제 물을 만났다. 노래에 방송에 익숙한 토크 능력까지 갖춘 그는 이소라 하차와 함께 ‘나는 가수다’의 MC 역할을 맡기도 했다. ‘윤도현의 러브레터’로 최고 주가를 올리다 프로그램이 바뀌면서 방송활동이 위축됐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나는 가수다’는 윤도현이 다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되어준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역시 명예졸업은 아니지만 끝까지 노래를 불러 가장 많은 음원을 차트에 올림으로써 명예줄업을 한 박정현, 김범수만큼의 음원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이러한 음원 수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록커’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그 역시 광고계가 주목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는 정엽과 함께 해태 ‘부라보콘’을 또 정엽, 김건모와 함께 진로 ‘참이슬’ CF에 나란히 출연했다. 이밖에도 특유의 바른 이미지 덕분에 공익광고에도 등장하는 등, 그의 광고 이미지는 다양한 연령대를 포괄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윤도현의 광고료는 A급에 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역시 록커 윤도현의 자리는 무대다. 윤도현의 행사는 대학에서 특히 빛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록이 가진 젊음의 느낌이 어필하는 탓이다. 대학 축제 섭외에 있어 작년보다 두 배 이상이 들어왔다는 YB는 올해 5월 한 달 동안 매주 4,5회의 대학축제 무대에 섰다고 한다. 3,4000만 원의 가장 높은 수준의 행사료를 받는 YB의 경우 이 한 달 동안 약 5억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도현의 진가는 음악 프로그램이 날로 많아지는 현재의 방송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검증된 진행능력과 가수로서의 실력, 게다가 대중적인 호감도까지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인기는 록이라는 음악에 있어서의 비인기종목(?)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는 가치를 갖는다. 대중적인 록커, 윤도현. 그로 인해 이제 록은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장르로 다가오게 되었다.

재미 못 본 백지영, 재미 본 정엽, 김연우, JK김동욱
모두가 ‘나는 가수다’를 통해 재미를 본 건 아니다. 대표적인 가수가 백지영이다. 백지영은 ‘나는 가수다’ 초반에 확실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보였지만 재도전 여파로 한 달 간 방송이 중단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하차선언을 함으로써 이런 모든 부가수익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 그녀가 하차선언을 한 것은 물론 8집 앨범 발매를 위한 것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앨범은 ‘나는 가수다’의 경연곡에 밀려 음원차트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음반 활동 자체를 조기 중단하게 된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나는 가수다’ 하차를 후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첫 번째 탈락자가 됐던 정엽이나 노래 두 곡 부르고 탈락했던 김연우, 그리고 어이없게도 노래를 부르다 멈추고 다시 불러서 스스로 하차하게 된 JK김동욱은 짧은 출연이었지만 대중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남김으로써 ‘나는 가수다’ 효과를 톡톡히 입은 가수들이다. 이들은 ‘나는 가수다’ 출연 이후 콘서트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방송이 짧았던 만큼 큰 아쉬움이 콘서트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나는 가수다’를 통해 확실한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낸 정엽은 윤도현과 함께 두 편의 광고를 찍었고, 김연우는 ‘라디오스타’ 같은 토크쇼를 통해 숨겨둔 예능감을 선보이며 이른바 ‘연우신’으로 불리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본 원고는 <우먼센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