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 천재설'에 대해 본인은 이렇게 답했다

“능력 있는 친구들을 빨리 알아보고 내 것처럼 빼 쓰는 능력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지난 2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콘텐츠 인사이트’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온 나영석 PD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이 “천재를 요구하지 않는 시대”라고도 했다. 그보다는 “좋은 동료들”을 더 많이 옆에 두는 게 좋다는 것. 

나영석 PD의 이 이야기는 최근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화두가 되고 있는 ‘협업’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꺼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KBS 시절부터 협업이 얼마나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의 시너지를 올리는가를 경험해왔던 PD다. 혼자서는 힘겨웠던 신출내기 연출자 시절 그에게 손을 내밀어줬던 이명한 PD와 이우정 작가가 있어 그는 비로소 날개를 펼 수 있었다. 

그가 CJ로 이직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이명한 PD와 이우정 작가가 거기 이미 포진해 있었고 그들과 함께 하는 작업에 대한 신뢰가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결국 CJ로 와 tvN 예능의 대기록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 기반이 ‘협업’에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지난 한 해 동안의 성과가 남다르게 다가올 법 했다. 지난 한 해 그는 내내 후배들과의 협업을 통해 <윤식당>, <강식당>, <알쓸신잡> 같은 빛나는 성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냐는 필자의 질문에 나영석 PD는 “후배들과의 협업을 계속 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 나영석 PD가 홀로 자신의 프로그램을 새롭게 런칭하기를 기대했던 필자에게는 다소 실망스런 답변이었지만, 이제 그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건 이제 혼자 작업하는 것보다 함께 작업하는 협업이야말로 그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런 협업의 중요성은 이미 신원호 PD가 저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을 두고 밝힌 바 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들을 보고 그가 천재가 아니냐고 말하곤 한다. 그토록 많은 취향들을 담아내고, 그 많은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들을 꼼꼼히 펼쳐내는 것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들이다. 하지만 신원호 PD는 일찍이 그것이 여럿이 함께 하는 작업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예능 방식으로 작가와 PD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획부터 캐릭터, 대사까지 하나하나 회의를 통해 만들어나가는 그의 방식은 협업이 어째서 지금의 제작 방식에 중요한 화두가 되는가를 보여준다. 많은 이들의 아이디어와 생각과 취향이 녹아들기 때문에 작품은 훨씬 다채로워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폭넓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힘이 바로 그 협업에서 나온다. 

<미생>, <시그널>을 연달아 성공시킨 김원석 PD는 지금의 성공하는 작가들의 대부분이 ‘협업’을 얼마나 잘 해나가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한 바 있다. 놀랍게도 그 역시 나영석 PD가 얘기한 것처럼, 성공하는 작가들은 대부분 같이 협업하는 작가들의 가능성을 내 것처럼 빼쓰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라고 했다. 

한때 ‘사단’이라고 하면 그저 관계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기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단’이라는 말의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졌다. 나영석 개인이 아닌 나영석 사단이라고 부르고, 신원호 개인이 아닌 신원호 사단이라고 부르는 데는 그 밑바탕에 그 성취가 혼자 이룬 것이 아닌 여럿이 함께 한 협업을 통한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이제 성공하는 콘텐츠의 기본 조건으로 ‘협업’은 중요한 화두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사단의 탄생’은 이제 보다 강력한 콘텐츠를 위한 기본전제가 되어가고 있다.(사진 : 한국콘텐츠진흥원)

'강식당'의 대성공, 과연 '강세차'로도 이어질까

tvN 예능 프로그램 <강식당>이 최종시청률 8.3%(닐슨 코리아)를 남기며 종영했다. 단 5부작이었지만 꽤 강렬한 인상을 남긴 <강식당>에 벌써부터 시즌2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애초에 이벤트적인 성격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이벤트로만 끝날 것 같진 않다. 시청자들이 요구하고 있고, 그 성과도 분명하게 나왔으니 시즌2를 못할 게 뭔가. 

출연자들도 그걸 의식한 것인지 새로운 아이템을 프로그램 말미에 떡밥처럼 흘려놓았다. ‘강호동까스’에서 ‘이수근까스’가 나왔던 것처럼 <강식당>에서 <이수근식당>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또 이수근이 의욕적으로 이야기한 것처럼 여름에 맞춰 ‘강세차’ 같은 걸 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흥미로운 건 <강식당>의 탄생과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신서유기>에서 송민호의 이른바 ‘송가락 사건’으로 비롯돼 <신서유기 외전>으로 만들어졌다. 놀라운 균형감각으로 코끼리코를 15바퀴 돌고도 정확히 슈퍼카 2대를 손가락으로 콕콕 찍어내 결국 나영석 PD의 두 손을 들게 만들었던 사건. 그로 인해 나영석 PD는 “<강식당>이든 <꽃청춘>이든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겠다”고 말했던 것이 현실화된 것.

그러고 보면 <신서유기>에서 위너가 출연하는 <꽃보다 청춘>과 <강식당>이라는 두 개의 프로그램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강식당>의 성공은 이러한 ‘외전’예능들이 여기서 머물지 않을 거라는 걸 예감케 한다. 물론 단 며칠간의 식당에 도전하고는 너무 힘들어 “앞으론 <신서유기>나 열심히 할게요”라고 그들은 말하고 있지만 그래서인지 이들이 하는 또 다른 도전들이 궁금해진다.

사실 <신서유기>의 외전예능이라고 얘기했지만 <강식당>은 이들의 ‘실제 식당 도전’이라는 콘셉트를 담았다. 그래서 <강식당>은 독특한 예능의 두 범주가 섞여 있었다. 그것은 <신서유기>가 가진 캐릭터쇼적인 요소가 실제 제주에서 식당을 여는 리얼리티쇼의 요소와 접목된 것이다. 강호동과 이수근을 중심으로 은지원, 안재현, 송민호는 이미 <신서유기>를 통해 자신들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이제는 실제 새로운 현실 영역으로 뛰어드는 도전을 시도한 것. 

여기서 떠오르는 건 MBC <무한도전>이다. 이런 형태의 도전기가 바로 <무한도전>이 지금껏 해왔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때때로 상황극 같은 걸 통해 자신들의 캐릭터를 강화하고 그 캐릭터들은 때로는 현실 영역 속으로 뛰어들어 도전을 감행한다. 이 두 가지 엮어지면서 <무한도전>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같은 과정과 성과를 냈다고 해도, <신서유기>로부터 <꽃보다 청춘> 그리고 <강식당>으로 이어지는 성과들은 더 커 보인다. 그건 하나의 새로운 브랜드들이 ‘외전’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탄생하고 각각의 브랜드도 시즌2라는 이름으로 증식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할 수 있게 된 건 나영석 사단이 해온 ‘시즌제’ 덕분이다. <강식당> 같은 시도를 단 5부작으로 완성도 높게 끝낼 수 있는 ‘시즌제’는 또 다른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또한 윤여정의 <윤식당>에서 강호동의 <강식당> 같은 패러디도 가능하다. 시즌제는 레귤러가 갖는 지속성은 떨어지지만 맺고 끝음이 분명하고, 또 지금처럼 나영석 사단이 여러 프로그램의 씨앗을 틔워놓은 상태에서는 접목 또한 가능해 훨씬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tvN이라는 방송사 브랜드를 구축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무한도전>처럼 그토록 다양하게 해왔던 도전들이 저마다의 프로그램으로 브랜드화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테면 ‘무한상사’ 같은 코너는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고 볼 수 있고, ‘무한도전 가요제’도 마찬가지다. 또 그 많았던 스포츠 관련 도전들이나 이번에 파퀴아오가 출연했던 해외 스포츠스타들과의 이벤트 역시 또 하나의 브랜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것들이 모두 <무한도전>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묶이는 게 좋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더 많은 프로그램들로 저마다의 브랜드를 구축해 다양한 <무한도전> 왕국을 만들어내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이전부터 김태호 PD가 그토록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시즌제’가 전제되어야 한다. 

시즌제는 휴지기를 갖겠다는 뜻이 아니라 한 아이템들을 보다 완성도 높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템들을 그저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브랜드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걸 <신서유기 외전> 성격으로 만들어져 큰 성공을 거둔 <강식당>이 보여주고 있다. MBC는 왜 <무한도전>에 이런 시즌제를 도입하지 않는 걸까.(사진:tvN)

망하거나 멘붕이거나, ‘강식당’의 기묘한 관전 포인트

내놓고 <윤식당>을 패러디했다고 밝혔고 <신서유기>로부터 탄생해 외전을 내세웠지만 tvN<강식당>은 ‘자기복제’가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했다. 하지만 3회가 방영된 지금 <강식당>은 <윤식당>의 그림자를 지웠다. <윤식당>과 비교되기보다는 <강식당>만의 색깔이 뚜렷하다는 게 증명되고 있어서다. <윤식당>이 윤여정이 가진 푸근한 느낌을 주는 힐링 예능에 가깝다면, <강식당>은 강호동이 가진 다소 거칠지만 웃음만은 빵빵한 리얼리티 예능에 가깝다.

실로 <강식당>이 <윤식당>을 이겨내는 방식은 기발했다고 보인다. 그것은 아예 처음부터 성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망하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했고(물론 그것도 쉽지 않지만), 처음 경험하는 식당 개업에서의 어떤 성과에 집중하기보다는(이를 테면 손님들의 반응 같은) 물밀 듯이 밀려드는 손님들과 다양한 주문 때문에 멘붕에 빠져버리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주는 리얼한 웃음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화내지 말아요. 우린 행복한 강식당이니까요.” 이 말이 이토록 웃긴 멘트인지 새삼 놀라게 되는 건 강호동이 그간 갖고 있는 자신만의 캐릭터 덕분이다. <1박2일> 시절부터 버럭대기 일쑤고 심지어 주먹질(?) 앞서는 모습으로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 캐릭터를 세우고, 바로 그 캐릭터가 주는 두려움을 다른 출연자들과의 케미를 통해 웃음으로 만들어오는데 익숙한 그다. 굉장히 세보이지만 은지원 같은 어린이 캐릭터(?)에 쉽게 무너지고, 이수근 같은 은근히 놀려먹는 여우 같은 캐릭터에 당하는 모습이 주는 웃음. 강호동은 자신이 어떻게 소비될 때 빵빵 터지는 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강식당>에 처음 등장한 강호동은 “내가 무슨 요리냐”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황당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도전하는 게 중요한 가치라는 걸 내세우며 백종원 스승에게 돈가스와 오므라이스 특별 레시피를 전수받고 제주도에 강식당을 열게 된다. 첫 날 식당 운용이 만만찮다는 걸 경험하고 둘째 날 준비되지 않았던 포장 손님에 수프가 다 떨어지는 사태를 맞으며 혼이 나가버리는 출연자들이 서서히 감정이 피어오르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만들더니, 그 순간부터 강호동은 ‘화를 다스리려는’ 모습으로 포복절도의 웃음을 꺼내놓는다.

끝없이 ‘침착’을 외치고 ‘행복’을 주장하지만 실상은 속에서 강호동은 부글부글 끓는 모습을 드러내고, 그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있는 이수근은 대놓고 강호동이 하는 말 하나하나에 토를 달며 그의 부아를 끌어올려놓는다. 결국 마음의 안정을 위한 ‘화면 조정 시간’이라며 제주도의 풍광 속에 묘한이가 놓여 있는 장면이 흘러나올 때 우리는 그 가려진 장면 뒤에 벌어졌을 강호동의 이수근 응징(?)을 상상하며 웃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은 그간 이들이 해온 관계를 통한 캐릭터쇼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설정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그들은 제주도에서 강식당을 연 것이고, 그 곳을 찾은 분들은 실제 손님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제 리얼리티 카메라 속에서 그들은 식당 영업이 갖는 ‘어려움’을 보여줄 뿐이다. 물론 워낙 예능감이 좋은 이들이라 그 어려움을 드러내는 방식에서 웃음의 포인트를 알고 있을 뿐. 여기서 이들의 캐릭터쇼와 리얼리티 카메라는 절묘한 조합을 만들어낸다.

결국 <강식당>이 <윤식당>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었던 힘은 ‘식당 개업의 어려움’이라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를 <신서유기>를 통해 단단히 다져진 캐릭터들과 관계 속에서 보여줬기 때문이다. 망할 걸 뻔히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그걸 실행하는 모습이나 정신없는 영업의 리얼한 현장 속에서 감정조차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주면서 동시에 <윤식당>과는 다른 관점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끈다. 

아마도 식당 개업이라는 현실은 <윤식당>이 보여주는 것처럼 말랑말랑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백종원이 <푸드트럭>을 통해 보여주는 것처럼 더 살벌한 세계이고 망해서는 절대 안 되는 그런 간절함과 절실함이 존재하는 곳이니 말이다. 하지만 <강식당>은 그런 성공의 강박과는 상관없는 ‘망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낮은 기대치로 시작한다. 성공보다는 손님과 직원의 ‘행복’을 주장한다. 세상에 이런 식당이 있을까. 그 곳의 현실은 멘붕의 연속이지만 이상하게도 웃음을 주는 그 곳이 마음에 끌린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강식당>은 그 희비극을 리얼하게 담아낸다. 누가 봐도 괴로운 멘붕 상황이지만 그것을 슬쩍 틀어 우스운 상황으로 보여준다. 이런 희비극을 틀어 보여주는데 있어서 그 누구보다 확실히 주목되는 건 강호동과 이수근의 존재감이다. 역시 오래도록 해온 코미디 공력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이들은 <강식당>을 통해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사진:tvN)

관심 집중된 ‘강식당’, 힐링보다는 멘붕 예능

새로 시작한 tvN 예능 <강식당>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시작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이미 제주도에서 식당을 열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갔고, 강식당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어 추첨을 통해 손님을 받는다는 기사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기존의 나영석 사단의 프로그램들이 주로 호의적인 기대감을 안고 시작했던 것과 달리, <강식당>은 크고 작은 잡음들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첫 방송. 평일 밤 케이블로서는 높은 5.4%(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냈다. 당연한 결과다. 

tvN ‘신서유기 외전-강식당’의 멤버들. 왼쪽부터 은지원 이수근 강호동 송민호 안재현. 강호동이 들고 있는 것이 ‘강식당’의 시그니처 메뉴 ‘강호동까스’다. CJ E&M 제공<강식당>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호불호가 나뉘게 된 것도 당연하다. 그건 태생적으로 <윤식당>을 강호동 아니 <신서유기> 버전으로 패러디한 데서부터 안고 있던 숙명이다. <윤식당>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건 그 낯선 타국에서 자그마한 한식당을 연다는 그 자체가 주는 ‘힐링’ 때문이었다. 장사를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덜어내고 음식을 통한 외국인들과의 소통에 집중했고, 이윤을 남기려 안간힘을 쓰는 ‘현실 장사’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장사를 하고 나면 바로 가게 앞의 바닷가로 풍덩 뛰어들어 쉴 수 있는 일터의 판타지를 담아냈다.

이런 힐링의 분위기를 좋아했던 시청자들에게 <강식당>은 그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첫 방이 보여준 <강식당>의 색깔은 힐링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이 음식점을 열고 직접 요리를 해내야 하며 손님들을 맞이해야 한다는 그 현실 자체가 주는 ‘멘붕’이 <강식당> 첫 방이 보여준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런 멘붕이 <윤식당>에도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윤식당>이 그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부각시켰던 건 식당 직원(?)들의 갈등이 아니라 더 끈끈해지는 동료애 나아가 유사가족애 같은 것이었다. <강식당>은 시작 전에 새벽 3시까지 고기를 펴는 중노동을 하고, 가게 오픈 첫 날 한꺼번에 들어온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슬슬 올라오는 갈등들을 담아냈다. 강호동이 연실 “화내지 말아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런 <강식당>의 남다른 분위기를 드러낸다.

<강식당>은 <윤식당>과는 달리 진짜 음식점을 오픈할 때 겪을 수 있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리얼리티쇼 형태로 잡아낸다. 그러면서 <신서유기>의 유전자라고 할 수 있는 멤버들의 남다른 캐릭터들을 이 멘붕 상황 속에 집어넣어 웃음의 포인트를 잡아낸다. 그들은 손님을 맞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그 장면들, 이를 테면 평생 음식을 먹기만 했지 만들어보지는 못했다는 강호동이 요리를 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는 장면이나, 강호동 이미지에 걸맞는 거대한 돈가스를 내놓고 놀라는 손님에게 남기면 우리 형이 다 먹을 거라고 말하는 장면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예고편에서 슬쩍 보여줬듯이 <강식당>은 애초에 실패담을 목적으로 했는지도 모른다. 하루 재료 준비를 위해 쓴 돈이 그 날 번 돈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꺼낼 때 나오는 황당한 웃음이나, ‘사장이 더 많이 먹는’ 이라는 <강식당> 앞에 붙은 수식어가 주는 웃음 속에는 모두 실패가 주는 웃음의 포인트가 담겨져 있다.

이것은 그래서 <윤식당>에서 따온 <강식당>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은 <신서유기 외전>이라는 지칭이 더 어울리는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신서유기>가 중국이나 베트남에 가서 드래곤볼을 얻기 위해 이런 저런 게임을 벌이며 그들이 보여주는 것이 생고생이나 당하는 자들이 선사하는 웃음이라고 할 때, <강식당>은 일종의 음식점 개업이라는 생고생 미션을 던져놓고 멘붕에 빠진 그들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주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강식당>은 나영석 사단이 해온 여러 프로그램들의 유전자들을 콜라보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1박2일>의 그림도 있고, <집밥 백선생>도 있으며 <윤식당>도 있고 <신서유기>도 들어 있다. 이것을 ‘퓨전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청자라면 충분히 즐거운 나영석 월드의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퓨전이 아닌 ‘복제의 식상함’으로 다가오는 시청자들에게는 정반대의 느낌을 줄 테지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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