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독립 프로를 만드는 것이

 

2010년 <남자의 자격>이 처음 시도했던 ‘하모니’라는 소재의 합창단 미션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합창단 모집에서부터 저마다의 끼를 보여주었고, 그 저마다의 끼들은 박칼린이라는 지휘자를 만나 하나의 하모니로 묶여지면서 보는 이들을 감동하게 만들었다. <남자의 자격> MC들 역시 합창단 단원으로 참여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잘 유지시켰다. 오디션과 음악, 하모니가 있고 무엇보다 그것을 만들어가는 개성 넘치는 단원들의 이야기가 있었던 ‘하모니’편은 아마도 <남자의 자격>이 거둔 최고의 성취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남자의 자격'(사진출처:KBS)

하지만 2011년 ‘청춘합창단’이라는 소재로 돌아온 ‘하모니2’는 합창단으로서는 분명 성취를 이뤘지만 <남자의 자격>으로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2010년 첫 ‘하모니’ 미션에서 마지막 경연에 불현듯이 나타나 보는 이들에게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실버합창단’은, 2011년 ‘청춘합창단’이라는 아이디어의 성공을 일찌감치 예감하게 했을 것이다. 그것은 실제로도 그랬다. 이미 희끗희끗한 머리칼에 주름진 얼굴을 한 어르신들은 그러나 ‘청춘합창단’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여전히 지지 않는 ‘청춘의 하모니’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남자의 자격>이 이 청춘합창단과 어떤 고리를 갖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청춘합창단은 성공했지만 그것은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보였다. 굳이 연결하자면 청춘합창단의 지휘와 노래를 국민할매 김태원이 맡았다는 것 정도. 하지만 다른 MC들은 거의 실종상태였다. 윤형빈과 이윤석은 열성적으로 합창단에 임했지만 대부분 편집되었고(오롯이 어르신들에 초점을 더 맞추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김국진이나 양준혁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가끔 전현무의 밉상 짓이 눈에 띄었을 뿐, 심지어 이경규의 존재감도 드러나지 않았다.

 

편집의 실수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자의 자격>이 무언가 새로운 도전이나 미션을 찾아내려 하지 않고 이미 한 번 성공했던 미션을 반복하는 인상을 지웠다는 점이다. <남자의 자격>이 일종의 미션이 주어지는 도전 프로그램 성격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반복’ 혹은 ‘우려먹기’의 이미지가 얼마나 프로그램에 타격을 주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또 합창단이란다. 그것도 지금 현재 시즌2 출범으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먼저 ‘합창단’ 시즌3를 반드시 하겠다고 한 것은 너무 지나친 집착 혹은 고집이 아닌지.

 

합창단이라는 소재가 나쁜 게 아니다. 그 합창단이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좋지 않은 것이고, 또 이 프로그램과의 연결고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 뜬금없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소재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은 걸 왜 굳이 하려고 하는 걸까. 이것은 <남자의 자격>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짐을 지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본래 시즌2 성격이었던 ‘청춘합창단’ 역시 시즌1을 했던 신원호 PD는 그다지 찬성하는 입장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를 거부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새로 시작하는 정희섭 PD도 같은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합창단이라는 소재는 분명 매력적이다. 따라서 이 소재를 계속 하고 싶다면 차라리 독립적인 ‘합창단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일정한 주제를 갖고 단원을 모으고 그들을 하나의 하모니로 묶어내는 과정은 매번 흥미로울 수 있다. 또 지휘자를 누구로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스토리가 나올 수도 있다. 음악이 있고 새로운 캐릭터들이 있으며 이들이 엮어가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왜 안되겠는가.

 

다만 <남자의 자격>이라는 틀 안에 있을 때 이 ‘합창단’이라는 소재는 자칫 본말이 전도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합창단이 <남자의 자격>을 거꾸로 지워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합창단을 할 때는 반짝 관심을 끌 수 있겠지만, 그 미션이 끝나버리면 본래의 <남자의 자격>으로 돌아가기가 어려워진다. 소재는 좋지만 조합은 좋지 않다. 이미 시청자들은 <남자의 자격>이 함께 한 2010년도의 하모니를 통해 충분히 감동을 받았다. 그러니 우려먹기보다는 각자의 길을 가게 해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남격>, 멤버교체보다 중요한 것

 

<남자의 자격>이 시즌2를 준비 중이다. 기존 멤버였던 전현무, 윤형빈, 양준혁이 하차하고 새 멤버로 차인표, 김준현, 심태윤이 합류할 예정이다. 기존 멤버들 중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이윤석은 그대로 남기로 했다. PD도 교체됐다. 조성숙PD 대신 <해피투게더> 등을 연출했던 정희섭PD가 수장을 맡았다. 벌써부터 새 멤버에 대한 찬반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로써 <남자의 자격>은 변화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남자의 자격'(사진출처:KBS)

변화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지경이기 때문이다. 초창기 신원호PD가 프로그램을 이끌었을 때는 확실히 <남자의 자격>만의 색깔이 분명했다. 중년 아저씨들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으로서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역력했고, 도전 과제 자체도 ‘전투기 조종’이나 ‘지리산 종주’, ‘마라톤’ 같은 좀 더 땀의 진정성을 갖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제작에 있어서도 확실히 달랐다. 소재 기획에서만 봐도 ‘하모니’나 ‘자격증’ 같은 굵직한 장기 아이템들이 시도되었고,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도 결과보다는 과정을 촘촘히 채워 넣음으로써 중년의 도전 그 자체가 전하는 의미를 분명히 해주었다. <남자의 자격>은 그간 어딘지 소통되지 못하는 듯 여겨졌던 중년 아저씨들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예능이었다.

 

하지만 신원호PD가 퇴사하고 조성숙PD 체제로 넘어오면서 프로그램의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다. ‘귀농’ 미션은 어느 날 갑자기 뚝 끝나버렸고, 대박 소재였던 ‘하모니’의 후속편인 ‘청춘합창단’은 지나치게 의도 과잉으로 편집되면서 전편만큼의 성과를 갖지 못했다. 특히 합창단의 어르신들을 주목한다는 이유로 멤버들이 실종된 것은 큰 문제로 지목됐다. 한껏 기대를 갖게 했던 ‘탭댄스’ 미션도 대거 편집되어 수개월을 준비해온 멤버들의 과정이 생략되는 파행을 보여주기도 했다.

 

즉 소재가 나쁘지 않았으나 그것을 다루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고 그러다 보니 멤버들의 열의도 점점 식어간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되다보니 의욕이 상실될 수밖에 없었고 그저 한 회 한 회를 때우는 인상이 짙어졌다. 변화는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남자의 자격>이라는 의미와 재미에 있어서 좋은 아이템이 이대로는 사장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들을 멤버 교체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먼저 중요한 것은 새롭게 재정비된 제작진들의 마인드다. 전체적으로 멤버들의 연령대가 높기 때문에 제작진이 이들을 장악하고 콘트롤하지 못한다면 제 아무리 뛰어난 새 멤버가 수혈된다고 해도 요령부득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경규가 양날의 칼이라는 점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의 핵심이 된다.

 

사실상 이경규 없는 <남자의 자격>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경규라는 대선배에 휘둘리는 <남자의 자격>은 성공하기가 어렵다. 이것은 멤버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선후배 관계의 수직구조가 프로그램의 전면에 나서게 되면 <남자의 자격>의 핵심적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아저씨들의 권위 깨기 같은 수평적 시선이 흐트러지게 된다. <남자의 자격>이 작금의 위기에 봉착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이 수평적 시선이 깨지면서 어딘지 선배의 후배 가르치는 분위기가 프로그램의 뉘앙스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젊은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에 불쾌감마저 느낄 수 있다.

 

<남자의 자격>의 새 멤버들을 갖고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는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이윤석에게 있다. 이들이 공고하게 갖고 있는 수직적인 관계구조가 깨지지 않는다면 <남자의 자격>은 그 어떤 새 멤버가 들어온다고 해도 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군림하려 하려는 이경규나 그것을 잘 받쳐주는 이윤석, 그리고 2인자로서 안주하고 있는 김국진과 김태원이 갖고 있는 안정적인 틀은 그래서 <남자의 자격>에는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결국 열쇠는 정희섭PD에게 달려있다. 얼마나 멤버들의 진심을 잘 끌어내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중년을 다루는 예능에서 더 중요한 건 그들과 적당하게 유지되는 긴장감이다. 그것이 없다면 <남자의 자격>은 시즌을 거듭해도 달라지는 느낌을 주기가 어렵게 된다. 알다시피 시즌을 바꾼 후에 달라지지 않는 예능이란 살아남기 어렵다.

경험치를 갖고 절절히 공감해주는 그들, '남자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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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사진출처:KBS)

혜민이는 18년 동안 살았지만 과묵한 아빠랑 아직도 잘 친해지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했다. 김국진은 말이 없는 만큼 아빠 생각이 깊은 거라고 했다. 효진이는 말라서 차갑게 보여 고민이라며 눈물까지 흘렸다. 김국진은 실수하고 뭐가 잘 안될 때 고칠 수 있으면 고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고칠 수 없는 단점은 자기의 장점으로 바꾸라고 했다. 보경이는 얼굴이 빨개지는 게 고민이라고 했다. 김태원은 그것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말해주었다. 송아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학생은 이름 때문에 고민이라고 했다. 김태원은 이름을 가치 있게 만드는 건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긴 얘기도 아니고 그저 짧게 짧게 답변을 해주었지만 고민 한 가득 갖고 온 아이들의 얼굴은 금세 밝아졌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촌철살인의 힘을 발휘하게 한 걸까. 그것은 답변이 무엇을 가르치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얘기해주었기 때문이다. 과묵한 아빠는 김국진 자신이었고, 말라서 고민한 효진이는 역시 말라서 고민했던 김국진 자신이었다. 또 송아진이라는 이름은 김태원이 처음 그룹을 만들었을 때의 '부활'이라는 이름의 촌스러움 그대로였다. 그들은 아이들의 고민에 답변을 해준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이 겪었던 똑같은 경험을 끄집어내 고민을 함께 나눈 것이었다.

그게 무슨 실제적인 큰 도움이 되었을까. 아니다. 말하기보다는 들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민은 해결되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고민이라 생각하는 것들은 사실 인생을 더 살아온 이들에게는 그다지 큰 고민이 아닌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아이들에게 그것은 큰 고민이 되었을 뿐이다. 늘 듣는 귀로만 앉아 그저 공부 공부만을 묵묵히 해야만 하는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게 속내를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누군가 귀를 열고 그 앞에 앉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만이 갖는 독특한 특징은 바로 이런 자세에서 나온다. 평균나이 마흔 두 살의 이 중년사내들은 저마다 그 짧지 않은 시간들을 살아오면서 쌓아온 경험치들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어딘지 기운 빠져 보이고 실제로 체력도 예전 같지 않지만, 어떤 미션을 치루는 것을 보면 놀라울 만큼 삶의 지혜들이 쏟아져 나온다. 흔히들 도전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자칫 무리할 수 있기 마련이지만, 이들은 열심히 하면서도 힘겨운 걸 힘겹다고 말한다. 겪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미션을 반드시 성공하고 말고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이미 삶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규는 유재석이나 강호동처럼 전면에 서서 미션 성공을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위치에서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을 분명히 알고 그걸 자연스럽게 밝힌다. '하모니'편에서도 그는 옆자리로 살짝 물러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무리하지 않는 점은 '남자의 자격'이 갖는 어떤 품격을 만든다. 상담은 물론 전문가들의 영역일 수 있지만, 그래도 자기들의 경험치를 가져와 열렬히 고민들을 공감해주는 아저씨들이 그 어떤 전문가들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는 건 그 때문이다.

흔히들 나이를 무슨 죄라도 되는 양 얘기하곤 한다. 평균 나이 마흔 두 살의 아저씨들은 그러나 그 어떤 나이보다 빛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건 가르치지 않아도 그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전해준다. 참 열심히들 사는 구나. 저 나이에서도 할 수 있는 해야 할 것들은 넘쳐나는구나. 좀 몸이 안 따라주면 어떤가. 열심히 사는 모습 자체가 아름다운 걸. '남자의 자격'이 때론 자격있는 멘토처럼 여겨지는 건 그 때문이다.

'남자의 자격', 사랑받을 자격을 얻은 아저씨들

카메라가 돌아가는데도 어디서든 거침없이 옷을 훌렁훌렁 벗어젖히는 이경규. 저질 체력으로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 하는 김태원. 그런 모습이 등장할 때면 어김없이 달라붙는 자막. '아! 아저씨...!' 이 짧은 장면과 자막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아저씨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것이니까. 하지만 '남자의 자격'에서 이 자막은 다른 의미 하나를 더 덧붙인다. 그것은 그저 부정적인 의미로서의 아저씨가 아니라, 스스로 나이 들어감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귀여운 솔직함과 그러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긍정적인 아저씨의 이미지다.

물론 1년 전, 이들은 그저 아저씨였다. 이경규는 여전히 버럭 대면서 독주하려 했고, 몇몇 토크쇼를 통해 예능감을 선보였던 김태원은 남다른 토크 센스를 과시했지만, 체력이 필수인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거의 시체 수준이었다. 김태원이 국민할매로 등극하면서 국민약골 이윤석은 묻혀버렸고, 김국진은 이경규 잡는 역할을 시도했으나 곧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김성민은 아직 그 4차원 캐릭터가 이해되지 못했고, 윤형빈은 쟁쟁한 선배들 아래서 기를 펴지 못했으며, 이정진은 아예 캐릭터가 없었다. 그러니 이 캐릭터와 팀워크가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 아저씨들의 매력은 쉽게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아저씨들이 24시간 감금(?)되어 금연을 시도하고, 해병대에서 안 되는 몸을 굴리고, 무엇보다 뜨거운 남자의 눈물을 선보이면서 그 매력은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왔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하늘 위에서 서로의 이름을 외치고, 굳어진 몸으로 청춘들과 소통하고자 2PM의 춤을 연습하며, 하나로 연결된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그들의 형제 같은 팀워크가 빛나기 시작했다. 뒤늦게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웨이크 보드를 타면서 새로운 취미를 도전하며, 신입사원으로 돌아가 그 고단함을 통해 청춘의 꿈을 되새겼고, 그 아저씨들의 꿈은 전투기 조종사가 되어 하늘을 날고, 감동적인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며, 지리산을 종주하면서 실제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더 이상 그저 아저씨가 아니었다.

그들은 물론 여전히 모이면 17대1의 전설을 논하고, 때론 건강검진을 무슨 공포체험처럼 여기는 입만 열면 허풍에 겁 많은 전형적인 아저씨들이지만, 때론 젊은이들과 함께 걸 그룹에 열광하기도 하며, 때론 만학의 꿈을 꾸기도 하는 젊음을 잊지 않은 아저씨들이기도 하다. 이 수많은 아저씨들의 모습을 1년 동안의 갖가지 도전과제를 통해 발견함으로써 우리는 이제 막연하고 전형적인 '아저씨'라는 이미지를 바꿀 수 있었다. 세월이 청춘을 깎아냈어도 아저씨들 역시 현실에 힘겨워하면서도 여전히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도전하는 남자들이었다.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남자.

'남자의 자격' 1년이 가진 의미는 거기 출연하는 일곱 명의 남자들이 아저씨 그 이상의 의미를 보여주며 우리의 가슴 속에 들어왔다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나아가 현실에 치이고, 세월에 치여 이제는 단단한 돌멩이처럼 보이지만 그 속은 여전히 가녀리고 따뜻한 우리네 실제 아저씨들의 이미지를 되찾아준 것에 진짜 의미가 있다. 그래서 가족과 사회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온 아저씨들이 여전히 꿈을 향해 달려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 자체가 '사랑받을 자격'이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데 그 가치가 있다. 그러니 1년을 통해 자격 있는 남자가 된 아저씨들은 그들만이 아니다. '남자의 자격' 1년, 우리 주변의 아저씨들, 그들은 모두 자격 있는 남자가 되었다.

'남자의 자격'이 걸어온 일 년

1. 남자 그리고 두 번 결혼하기 : 김태원의 두 번째 결혼식. 이외수 멘토로 출연
2. 금연 : 24시간 감금(?) 버라이어티 시도
3. 해병대 병영체험 : 적극적인 김성민, 약골 이윤석 넘는 국민할매 김태원
4. 남자 그리고 육아체험 
5. 남자 그리고 꽃중년 되기
6. 남자 그리고 남자의 눈물 : 눈물도 리얼로 승화한 버라이어티의 새로운 시도
7. 스피치 훈련
8. 일곱 남자들의 아이큐가 궁금하다
9. 남자, 1대100에 출연하다
10. 남자 그리고 하늘을 날다 : 김성민, 도움 없이 혼자 패러글라이딩 성공
11. 남자 그리고 아르바이트의 추억 : 이경규 중국집 아줌마에게 굴욕
12. 남자 그리고 젊은 그대 : 2PM 춤 연습, 이게 춤인지 뭔지...
13. 남자 그리고 자전거 여행
14.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남자들의 자세 : 17대1의 전설. 남자들의 허풍
15. 남자들의 아지트 : 아지트를 짓기 위한 못질 버라이어티
16. 수상스포츠에 도전하다 : 끝없이 쓰러지면서 포기 않은 이경규의 웨이크 보드 도전
17. 신입사원 도전기 : 엉뚱한 아저씨들의 신입사원 체험기
18. 동갑내기 이성친구 : 여자의 자격?
19. 남자의 자격표 위대한 밥상 : 어머니표 밥상 차리기
20. 남자 하늘을 날다2 : 전투기 조종사 체험. 쓰러진 이윤석, 하늘 난 김성민, 김국진
21. 남자 그리고 아내가 사라졌다 : 남자들의 살림하기
22. 남자 그리고 09학번 : 만학의 꿈
23. 남자 달리다 : 마라톤으로 보여준 아저씨들의 마이웨이
24. 남자의 자격증 : 1년 프로젝트 시작
25. 송년의 밤 : 일일찻집
26. 장수만세 : 공포의 건강검진
27. 남자 지리산을 가다 : 설경까지 선사한 지리산 등반 도전
28. 1980년 그때를 아십니까 : 추억의 시간여행 속으로
29. 남자 그리고 자동차 : 자동차 정비
30. 체험 삶의 현장 : 현장에서 먼지 덮인 밥 먹기. 땀방울의 현장
31. 남자 그리고 아마추어 : 남자의 자격 밴드 이야기
32. 남자 열광하라 : 아저씨들 소녀시대와 카라를 외치다
33. 널 위해 준비했어 : 선물
34. 단식24시 혹은 이경규 몰래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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