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NS’, 이솜과 안재홍의 솔직 과감 19금 블랙코미디가 통한 까닭

LTNS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LTNS>는 시작부터 과감하다. 지금껏 티빙에서 이런 드라마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솔직 과감한 19금 상황들이 적나라하게 전개된다. 그래서 수위 높은 장면들과 직설적인 성적 내용들을 담은 대화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상하게도 불쾌하거나 음습하지 않고 유쾌하다 못해 발칙하다. 도대체 이런 톤 앤 매너는 어떻게 가능하게 된 걸까. 

 

<LTNS>는 제목부터 직설적이다. ‘Long Time No Sex’를 뜻하는 제목처럼 우진(이솜)과 사무엘(안재홍)은 섹스리스 부부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자극이 되지 않아 다양한 ‘노력’을 한다. 그런데 잘 들여다 보면 이들이 섹스리스가 된 이유가 특이하다.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져서도, 또 나이들어서도, 나아가 무슨 성적 문제가 있어서도 아니다. 현실에 쪼들려서다. 

 

“집이 이제는 애물단지가 돼가지고 이자를 맨날 100만원씩 내는데 여기서 일해봐야 그 돈을 갚기가 제가 너무 버겁고, 코로나는 제가 뭐 어떻게 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저는 그냥 열심히... 지금 너무 답답하고 어디다가 얘기해도 뭐 어떻게 되는 건지...” 결혼 후 7년이 지난 이들 부부는 TV 속 한 시민의 하소연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대출까지 무리하게 해서 집을 샀는데 집값은 뚝뚝 떨어지는데다 대출 금리는 치솟는 상황이다. 

 

우진은 김치 볶음 반찬 하나에 맨 밥을 먹고 있고, 사무엘은 아내의 옷에 떨어진 단추를 꿰매주고 있다. 그러면서 밖에서 커피를 사먹었다고 우진의 지청구를 듣는다. 택시운전을 하는 사무엘은 졸려서 사고가 날 것 같아 그랬다고 했지만 이들은 커피 한 잔도 밥 한 끼도 심지어 집에서 쓰는 물도 아껴 써야 할 정도로 쪼들려있다. 그 시민의 울먹이는 하소연을 보던 우진이 소화 안된다며 다른 거 보자고 돌린 채널에서는 웃음소리가 왁자하게 흘러나오지만 이들의 표정은 굳어있다. 뭘 해도 감흥조차 느낄 수 없게 만드는 여유 없는 현실 속에서 이들은 위로하듯 각자 자위를 한다. 

 

즉 이들의 ‘LTNS’에는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이 끼어 들어 있다. 그리고 이 현실의 밑그림 위에 매 회 그려지는 불륜 커플들의 이야기에도 이러한 사회적 함의가 더해진다. 물론 그 방식은 블랙코미디다. 그래서 우진과 사무엘의 짠하디 짠한 ‘불륜 추적’과 이를 통해 불륜 커플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과정은 음습하기보다는 유쾌하면서도 페이소스가 담긴 웃음을 전해준다. 실제 현실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어딘가 꽉 막힌 현실에 ‘섹스’와 ‘불륜’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던지는 일침 같은 통쾌함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평범했던 이들 섹스리스 부부가 불륜 커플들을 추적해 그 증거를 찾아내고 그걸로 협박해 돈을 버는 일을 함께 하게 되는 계기가 된 사건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어느 날 우연히 친구 정수(이학주)의 바람 이야기를 사무엘이 듣고 아내 우진에게 이야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우진이 친분이 있는 정수의 아내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겠다고 말하자 정수가 찾아와 돈을 주겠다며 그걸로 해결하자고 제안하고 실제로 그게 이뤄지면서 ‘이렇게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다. 

 

여기서도 주목되는 건 정수가 바람을 피우면서 했던 사랑에 대한 얼토당토한 이야기다. “두 개까지는 사랑이지만 세 개부터는 사랑이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즉 두 명을 만나는 건 불륜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하는 정수의 이야기는, 여유가 없어 섹스의 욕구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무엘과 우진의 처지를 두고보면 ‘부익부 빈익빈’의 감정을 끌어올린다. 그래서 우진과 사무엘은 그런 불륜까지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이들에게 좀 뜯어내는게 뭐 어떠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예측불허 고자극 불륜 추적 활극’. 정수와의 첫 번째 불륜 에피소드에서 그려지듯이 드라마는 한 줄로 된 소개처럼 사건이 어떻게 튈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튀어나간다. 매 회 벌어지는 불륜 에피소드들은 사내 불륜커플, 중년의 불륜커플, 동성커플 등등 그 소재도 자극적이고 다양한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또 예사롭지 않은 사회적 맥락들이 담겨있다. 이를 테면 두 번째 에피소드인 사내 불륜커플의 경우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20분 안에 차에서 먹으면서 섹스하는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그건 ‘연애 비용’이라는 부제처럼 연애에 있어서도 시간과 돈을 아끼게 된 현실 세태에 대한 블랙코미디적 시선이 더해져 있다. 

 

세 번째 에피소드인 중년 불륜 커플의 경우에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제대로 된 대우조차 받지 못한 채 살아온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키스조차 해보지 못한 중년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으로 그려내고,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의 동성 불륜 커플 이야기에는 사랑을 ‘나쁜 짓’으로 만들어버리는 세상에 대한 일침이 숨겨져 있다. 그저 19금의 수위 높은 자극이 아니라 이러한 깊이있는 접근이 있었기 때문에 ‘고자극 19 불륜’을 담은 드라마가 유쾌한 웃음을 빵빵 터트리게 만들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의 이런 유쾌한 지점들은 이솜과 안재홍이 이토록 과감한 수위의 작품을 선택하고 나아가 작정한 듯 과감한 연기에 도전한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특히 안재홍의 경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스크걸>을 통해 ‘은퇴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변태적인 성적 이미지로 그려진 면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그가 본래 갖고 있었던 코믹하고 유쾌한 이미지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19금 드라마라고 해도 충분히 유쾌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가능하다는 걸 이 작품이 증명하고 있고, 안재홍 역시 거기에 화답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니. (사진:티빙)

'삼토반', 시대의 권력과 맞서는 상고 출신 삼총사가 주는 판타지들

 

이종필 감독의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는다. 그 시기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시대의 변곡점처럼 기억되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앞두고 그 징후들이 보이던 때이고, 나아가 그 거품의 극점을 향해 달리던 이른바 '세계화'의 그림자가 사회 전체를 뒤덮었던 때다.

 

그 시대 삼진그룹에 다니는 상고 출신 여사원들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회사생활을 일상으로 삼았다. 그들은 아침 일찍 출근해 밤새 어질러진 사무실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상사들의 커피를 타서 일일이 갖다 주며 심지어 구두까지 닦아 대령해놓는 그런 허드렛일들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게다가 회사는 세계화 시대를 맞아 영어 토익 600점 이상을 받으면 상고 출신 여사원들도 대리 승진을 할 수 있다고 공표한다. 물론 그 짧은 시간에 그런 결과를 낸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실무 능력 베테랑의 '선배님'이지만 실상은 커피 타 나르는 일이 주업무(?)인 생산관리3부의 이자영(고아성),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대졸 출신 여사원에게 아이디어를 도용당하고 자신은 회의 시간에 햄버거나 나르는 일을 하는 마케팅부 정유나(이솜) 그리고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이지만 회계부에서 가짜 전표 맞추는 일을 하는 심보람(박혜수)이 영어토익반에 함께 한다.

 

이러한 상고 출신 여 삼총사를 주인공을 세운 건 다분히 현재의 여성주의적 관점이 투영된 선택으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의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노동'이 이 영화가 그려내는 회사의 위기와 이를 이겨내는 판타지 스토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개연성 때문이기도 하다. '오지랖'으로 대변되는 이자영이 우연히 공장에 갖다가 보게 된 폐수 유출을 그냥 보고 넘기지 못하는 것이나, 이 사건을 알리기 위해 정유나 같은 행동파가 나서고 뭐든 척척 계산해내는 심보람이 제 역할을 해내는 것이 그렇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시대가 모욕하는 여성들의 현실을 전면으로 끌어오면서 동시에 외환위기의 전조로 보이던 글로벌 투기자본들이 벌이는 음모들에 맞서는 작은 영웅들과 이들과 연대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회사에서는 천시됐던 이들의 능력들은 의외로 거대한 글로벌 투기자본들의 음모를 분쇄하는데 활용되고, 이로써 삼진그룹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1990년대를 향수하게 만드는 이들의 옷이나 스타일들 그리고 음악 같은 것들이 더해지면서 복고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이 영화는 기실 스토리에 있어서도 현실보다는 판타지를 선택한다. 실제로는 1997년 IMF 체제로 이어지며 글로벌 투기자본에 의해 여기저기 무너졌던 당대의 현실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그래서 이들의 승리와 그로 인해 보상받는 회사 내에서의 달라진 위상 같은 것들이 현실로 느껴질 리 없다. 결국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가장 먼저 회사 밖으로 내몰린 건 바로 잉여 노동 취급 받던 여성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영화의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 선택은 이 영화가 1990년대를 시대로 가져왔지만 2020년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 때는 우리가 막아내지 못했고 또 변화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마땅히 그렇게 막아내야 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에둘러 판타지로 말해주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여성 삼인방이 등장하면서도 그 흔한 멜로 하나 들어가 있지 않고, 대신 이들의 끈끈한 연대의식이 전면에 담긴 점이 눈에 띤다. "마이 드림 이즈 커리어우먼"이라고 외쳤듯이 영화가 온전히 일의 세계 속에서의 여성들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이자영과 정유나 그리고 심보람이라는 삼총사 캐릭터가 굉장한 투사가 아닌 평범하지만 그 속에 '사회적 선'에 대한 비범함을 가진 존재들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벌레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이들의 외침처럼 그 때나 지금이나 우리네 삶 어딘가에서 그저 포기하지 않고 꿈틀대는 그 누군가가 있어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으니.(사진:영화'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제3의 매력’ 항상 애쓰는 서강준과 늘 미안한 이솜의 서투른 사랑

준영(서강준)은 뛰고 또 뛴다. 강력계 형사로서 범인을 잡기 위해 뛴다. 그 범인을 빨리 잡고 영재(이솜)를 만나러가기 위해 또 뛴다. 그게 JTBC 금토드라마 <제3의 매력>의 준영이다.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 그래서 범인을 잡거나, 영재가 환하게 웃을 때 자신도 행복해지는 것. 그래서 잘 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것이 준영이다. 

하지만 영재는 준영과는 다르다. 그는 ‘잘 못하겠는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되게 잘 못하겠더라. 오빠가 속상해할까 봐도 그렇고. 그게 습관이 됐나봐.”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오빠 앞에서 그는 뭔가를 잘 하려 노력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준영과 만나며 느끼게 되는 사소한 감정들을 그에게 애써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그 때 그 때 드는 사소한 감정들을 준영이한테 바로 다 얘기했더라면 달라졌을까? 아마 그래도 준영이는 날 이해하려고 노력했겠지? 아마 그러면 난 계속 더 미안했겠지.” 그래서 준영은 늘 애쓰게 되었고, 영재는 늘 미안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사랑하면 할수록 더더욱 힘들게 되었다. 

그건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서투른 스물일곱 살, 사랑이 익숙하지 못한 이들의 엇나감이다. 함께 섬으로 의료봉사를 갔던 날, 두 사람은 어느 노부부의 집을 찾아가 머리를 해주고 돌아온다.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사랑하는 노부부의 따뜻한 눈길들을 보며 행복해한다. 하지만 돌아와서도 영재와 함께 지내지 않고, 그 집에서 고쳐주겠다고 가져온 라디오에 준영은 집착한다. 뭐든 자기 앞에 있는 것들을 해내려고 노력하는 건 그의 습관이 되었다.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 상처받을 일이 없었을 게다. 그것이 준영이 경찰이 되고 또 강력계에서도 표창을 받는 힘이 되었을 테니. 하지만 사랑은 그렇지 않다.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때론 부담이 되기도 한다. 특히 영재처럼 노력하지 않으려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상대방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자신이 노력하는 만큼 영재가 미안해하고 힘들어한다는 사실은 그래서 고스란히 준영에게도 힘겨운 시간으로 되돌아온다. 

<제3의 매력>이 담고 있는 준영과 영재의 이별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건, 그것이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사랑하지만 서투르고 모자라서 생긴 일이라는 점 때문이다. 사랑에 있어서 ‘노력한다는 건’ 그래서 어쩌면 양자를 모두 힘겹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수재(양동근)가 사고로 장애를 가진 후 병수발을 들던 연인을 애써 “보기 싫다”며 밀어낸 건 그 ‘노력’이 사랑하는 사람을 얼마나 힘겹게 만드는가를 알기 때문이다. 이 상황이 오면 헤어짐은 상대방을 위한 마지막 사랑의 행동이 된다. 

“서툴러서 아팠고 모자라서 미안했던 시간들. 고마웠고 설레었고 사랑했던 순간들. 찬바람이 불 때 바람 앞에 곧게 서 있는 나무가 되었으면. 추운 겨울엔 햇빛이 되고 더운 여름엔 그늘이 되었으면.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우리의 스물일곱이여. 안녕.”

범인을 검거한 공으로 경찰서장의 표창을 받는 날, 준영은 상을 받지 않고 대신 사직서를 낸다. 그리고 차를 몰아 영재가 있는 곳으로 간다. 그 곳 먼발치에서 영재를 바라보다 돌아선다. 준영은 드디어 알게 됐다. 마치 상을 받기 위해 종종대며 노력해왔던 그것들이 얼마나 서투른 사랑이었는가를. 

그는 과연 더 이상 뛰고 또 뛰지 않으며 사랑할 수 있을까. 스물일곱의 서투름을 넘어서 좀더 성숙해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어느 섬에서 만난 노부부의 그 편안하지만 한없이 느껴지던 진정한 사랑에 도달할 수 있을까. 잔잔하고 소소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을 겪었을 스물일곱 준영의 사랑이야기가 가슴 아픈 공감으로 다가오는 이유다.(사진:JTBC)

‘제3의 매력’이 끄집어낸 서민 판타지, 그 놀라운 매력

못이기는 채 미팅에 나왔지만 그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한 온준영(서강준). 딱 봐도 그럴 법한 모습을 보여준다. 두꺼운 안경에 치아교정을 한 채 그 자리에서도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한 문제집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누가 봐도 연애 숙맥에 의외로 자존심 강하고 섬세하지만 깐깐한 성격처럼 보이는 그런 인물이다. JTBC 금토드라마 <제3의 매력>이 이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웠다는 건 둘 중 하나다. 드라마가 시시하던가 아니면 그 시시해 보이는 인물이나 일상들이 사실은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는 매력을 갖고 있는가를 보여주던가.

그 온준영 앞에 나타난 이영재(이솜)는 그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지하철 치한을 그냥 보고 넘어가지 못해 경찰서까지 가는 오지랖의 소유자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오빠 이수재(양동근)와 함께 살아가면서 대학은 포기했다. 대신 헤어샵에서 일하며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간다. 그러던 그가 온준영을 만나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매일 같이 일하느라 쉴 틈 없던 그는 온준영과 신나는 하루를 보낸다. 뒤늦게 가방이 바뀐 걸 알고 헤어샵에서 다시 온준영을 만난 이영재는 그 어색한 분위기에서 그의 머리를 해준다. 머리가 성감대인 것도 모른 채. 그 달달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은 첫 키스를 나눈다. 

<제3의 매력>이 담고 있는 연애담은 이처럼 우리가 많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봐왔던 그런 판타지들과는 사뭇 다르다. 신데렐라가 등장하고 왕자님이 등장하는 그런 로맨틱 코미디와는 더더욱. 여기에는 그저 우리와 똑같은 서민들의 삶이 있고, 그 삶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사랑의 순간들이 있다. 온준영과 이영재의 사랑은 그런 것이다. 사랑으로 신분이 상승하는 신데렐라나 원하는 건 뭐든 해줄 수 있는 왕자님 같은 이야기들은 이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건 평범한 서민들의 연애담이다. 그것은 평범해보여도 한 사람의 운명을 뒤흔드는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결코 소소한 게 아니다. 다만 더 거창하고 화려하게만 보이던 으리으리하고 운명적인 사랑의 판타지들만이 그럴 듯하게 드라마에서 다뤄져 소소하게 여겨져 왔을 뿐이다. 실상 그 소소해 보이는 것들을 깊게 들여다보면, 거기 놀랍게도 우리의 가슴을 휘어잡는 놀라운 ‘제3의 매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온준영이 다니는 대학의 화학과에서 주최한 일일호프에 참석하는 것으로 두 사람은 ‘오늘부터 1일’의 연애를 시작하는 듯 보였지만, 이영재가 사실 대학생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 자리에 함께 온 고등학교 동창에 의해 폭로되고, 두 사람의 1일은 그렇게 끝나버릴 위기에 처한다. 온준영은 이영재를 찾아가 대학생인지 아닌지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너희들처럼 한가하게 연애할 시간도 없다며 “꺼져버리라”는 이영재의 독설을 들은 채 뒤돌아서게 된다. 

그리고 7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저마다의 위치에 서 있다. 온준영은 형사가 되었고 이영재는 헤어디자이너가 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그 아픈 헤어짐의 상처를 안고 살아왔던 온준영은 아무렇지도 않게 옛날처럼 대하는 이영재가 밉게 다가오지만, 그 때 벌어졌던 사건을 듣고는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이영재가 독설을 던진 그 날, 사고로 그의 오빠가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온준영은 자기 생각만 했던 자신이 오히려 미워진다. 그래서 한달음에 이영재에게 달려가 사과한다. “미안해. 아무 것도 몰라서... 내가 너무 미안해.” 

그 순간 이영재는 뭉클해진다. 그래서 울컥하는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지지만 이내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 짧은 순간, 이영재와 온준영의 소소해 보였던 사랑은 위대해진다. 너무나 평범한 한 형사와 헤어디자이너가 만나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머리를 매만져주고 그래서 입맞춤을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이 마법처럼 느껴진다. 스물의 나이에 ‘1일’을 겪은 두 사람은 그렇게 스물일곱의 나이에 다시 ‘2일’을 시작한다. 

<제3의 매력>을 보면 우리가 어째서 누구에게나 위대했던 저마다 가졌을 법한 ‘사랑의 연대기’를 소소하게 치부하고 타인의 판타지만을 욕망했던 자신에게 미안해진다. 어째서 그 많은 멜로드라마들이 주인공들에게 재력, 외모, 권력만을 중요한 매력으로 그려냈을까. 그래서 사랑 속에 그 헛된 신분상승 판타지를 담아내려 했을까. 

그래서 이 드라마는 마치 그간 매력으로 그려지지 않던 보통 서민들의 일상적인 사랑담과, 그 속의 평범한 사람들이 내적으로 보여주는 너무나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들을 ‘제3의 매력’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스펙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그 사람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려 애쓰며, 너무 다른 취향을 가졌어도 그것이 오히려 너무나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그런 매력. 뽀글파마를 해도 귀여워 매만져주고 싶고, 오지랖이 넓어도 그것이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보고 싶은 그런 매력.

이 드라마는 ‘제3의 매력’을 가진 많은 배우들을 다시 보게 만든다. 먼저 서강준을 다시 봤다. 이렇게 매력이 넘치는 배우인 줄은 몰랐다. 코미디와 멜로를 버무릴 줄 아는 이 배우는 술에 취해 토악질을 해도 귀엽게 느껴진다. 이솜을 다시 봤다. 평범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그 평범함 속에 이토록 매력적인 면면이 있었다는 걸 이 드라마를 주의 깊게 보신 분들은 이해할 것이다. 그밖에도 이 드라마에는 ‘제3의 매력’을 뽐내는 조연들이 넘쳐난다. 남다른 추리능력으로 오빠를 당황하게 만드는 동생 온리원을 연기하는 박규영, 워낙 생활연기의 진수를 보여줘 왔지만 이 작품 속에서는 더더욱 빛나는 이영재의 오빠 이수재를 연기하는 양동근, 톡톡 튀는 매력으로 웃음까지 책임지는 이영재의 절친 백주란 역할의 이윤지, 온준영의 절친으로 귀여운 카사노바 같은 현상현 역할의 이상이 등등... 실로 드라마 제목과 걸맞는 조연 구성이다.

1.8%(닐슨 코리아)로 시작했던 시청률이 3회에 2.8%로 뛰더니 4회에는 3.3%를 기록했다. 이 수치적 지표가 말해주는 건 아마도 시청자들도 이 드라마가 가진 ‘제3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는 게 아닐까. 볼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는 <제3의 매력>은 그렇게 지금껏 멜로드라마들이 소외시켜왔던 보통 서민들의 판타지가 가진 놀라운 매력을 끄집어내고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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