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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박하는 계모, 출생의 비밀, 신파... ‘하나뿐인 내편’의 진부한 현주소

시간을 한 30년 넘게 되돌린 것 같다. KBS 새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은 아주 오래된 신파극의 설정이 고스란히 재연되어 있다. 병에 걸린 아내를 어떻게든 살리려 돈을 빌리러 갔다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두 차례의 살인과 강도, 결국 아내는 사망하고 살인죄로 감옥에 가게 되는 현대판 장발장 강수일(최수종). 그를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해 고아원에 보내진 그의 딸을 자신의 딸처럼 키우는 김동철(이두일). 그 집안에서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며 자란 콩쥐 혹은 신데렐라 김도란(유이), 도란을 구박하고 친딸인 김미란(나혜미)만을 챙기다 결국 그 출생의 비밀을 터트리는 소양자(임예진), 그 충격에 집을 나간 도란을 찾아 나섰다가 사고로 김동철이 죽게 되자 그 집에서 쫓겨나 울며 걸어가는 도란을 우연히 발견해 뒤따라가는 친아버지 강수일...

<하나뿐인 내편>은 우리가 그토록 많이 봐왔던 아침드라마의 그 흔한 설정들이 뒤범벅되어 있다. 그래서 단 2회가 방영됐을 뿐이지만, 시청자들은 대충 이 드라마가 어떤 이야기로 흘러갈 지를 가늠한다. 결국 아버지임을 숨긴 채 김도란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돕는 강수일의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신파 설정), 김도란과 재벌2세 왕대륙(이장우)이 조금씩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김도란의 친아버지가 살인자였다는 사실은 그들의 사랑에 장애물이 될 것이다(출생의 비밀 설정).

물론 이런 예측은 말 그대로 예측일 뿐이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 전개가 나올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하지만, 드라마의 대사나 연출을 보면 그런 기대감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하나뿐인 내편>에는 그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혼잣말을 하는 인물들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 사실 연극적인 연출에서 시작한 독백 혹은 방백은 최근 들어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것이 너무나 현실감을 깨기 때문이다.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야 그럴 수 있지만 세상에 혼잣말을 하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혼잣말은 이 드라마의 대본이 너무나 이야기 전달에만 집중하고 있는가를 잘 드러낸다. 인물의 대사와 행동들이 겹쳐지며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이 그 상황을 이해하게 해야 하지만, 이 드라마는 아예 그걸 인물의 혼잣말로 설명한다. 물론 한두 차례 꼭 필요한 상황에서야 그럴 수도 있지만, 이 드라마는 아예 그것이 하나의 작법처럼 반복적으로 쓰이고 있다. 

게다가 작품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너무나 전형적이다. 죄책감과 가족에 대한 헌신이 더해져 유일한 ‘내 편’인 딸을 위해 뭐든 해주려 할 강수일이 그렇고, 외로워도 힘들어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그 딸 김도란이 그렇다. 왕대륙은 너무나 전형적인 재벌2세의 모습 그대로다. 2회 만에 뒷목 잡게 만드는 소양자 같은 인물도 마찬가지다. 

이야기 전개도 자연스럽게 흘러간다기보다는 극적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한 의도적 작가의 개입이 너무나 많다. 도란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금옥(이용이) 같은 인물이 등장하게 되면서 김동철은 도란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려 하고, 그 일이 사단이 되어 소양자가 그 출생의 비밀을 터트려버린다. 그 과정은 굉장히 빠르게 전개되고 있지만 어딘가 의도적인 흐름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되다보니 연기도 주목되지 않는다. 연기도 어느 정도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어야 돋보이는 법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가족드라마로 들어온 최수종도, 너무 주말드라마에 많이 나와 그 캐릭터가 반복되고 있는 듯한 유이도, 또 매력을 좀체 느끼기 어려운 이장우도 매력을 느끼기가 어렵다. 

그래서 도대체 <하나뿐인 내편>이 하려는 이야기는 뭘까. 그건 이미 제목에 담겨져 있는 것처럼, ‘세상에 내편 하나 있으면 누구나 살아갈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신파와 출생의 비밀이 버무려져 결국 그 귀착점은 다시금 오래 전부터 전가의 보도처럼 메시지로 등장했던 ‘가족주의’다. 물론 가족드라마가 ‘가족주의’를 드러내는 건 어쩌면 태생적인 한계일 수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 지금의 달라진 우리네 가족의 양태 속에서 어떤 고민 같은 게 담겨져야 하는 게 아닐까. 

만일 그 가족주의가 혈육의 끈끈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신파적 설정으로 그려진다면 <하나뿐인 내편>은 그나마 있는 편들도 잃을 지도 모른다. 그건 너무 알고 있는 이야기, 그것도 아침드라마를 구성하는 달라진 시대와 맞지 않는 틀을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KBS 주말드라마가 지금껏 유지되어온 힘은 가족드라마의 틀을 지켜내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우리 시대가 맞닥뜨리고 있는 가족의 변화를 담아내고 고민해보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별 기대감이 사라진 채 틀어놓고 있는 아침드라마와 다를 게 뭔가.(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우결> 논란, 연예인의 연애는 죄인가

 

점입가경이다. 연초에 터진 오연서 열애설로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는 꼭 그런 방식으로 해명을 했어야 했을까. 물론 어떤 식으로든 <우결>측의 해명은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우결>이 결국은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일 뿐이고 물론 어떤 상황에 돌발적으로 진심이 드러나지만 그것은 마치 연기자가 연기를 할 때 배역에 몰입되는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었어야 했다. 그러니 진짜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지는 말아달라는 내용이었어야 맞다.

 

'우리 결혼했어요'(사진출처:MBC)

하지만 내용은 엉뚱하게도 마치 <우결>이 진짜이고 파파라치식 보도에 의해 폭로된 열애설은 가짜라는 식의 해명이었다. 물론 열애설이 실제로 진짜인지 아니면 오연서의 말대로 그저 친한 선후배 관계인지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그들의 사생활일 뿐이기 때문이다. 왜 사생활과 방송이 일치해야 하는가. 만일 그래야 한다면 결혼한 배우들은 멜로 연기는 하지 말아야 하고, 한다고 하더라도 그 연기의 진정성을 의심받아야 할 것이다. 또 미혼이라도 멜로에 들어가면 사적인 연애는 포기하거나 극도로 숨겨야 할 것이다. 이게 논리적으로 맞는 이야기인가.

 

해명하는 방송분량에서 이준과 마주앉아 한껏 어색한 이야기를 건네고 굳이 방송에서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 그 열애설을 부정하는 오연서를 혹자들은 ‘가식적’이라고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방송에 나오는 장면들이 주는 뉘앙스만 읽으려 하지 왜 그 방송이 나오고 있는지, 혹은 그 장면 앞에 버젓이 카메라가 그들의 이야기들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다. 이것은 공식적인 해명 기자회견이 아니라, <우결>이라는 방송의 한 분량으로서의 해명일 뿐이다.

 

그 안에서 아마도 오연서는 진심으로 이준에게 미안했을 것이다. 왜 안 그럴까.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는 동료로서 의도치 않게 피해를 준 것이니 말이다. 열애설이 사실이라고 해도 오연서라는 한 약자가 <우결>이라는 프로그램 안에서 커밍아웃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물론 말한 대로 열애설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저 사실을 말한 것일 테고.

 

우리는 흔히 진짜와 진정성을 혼동한다. 배우에게 있어서 진짜는 말 그대로 진실을 말하는 것이지만 진정성은 다르다. 그것은 어떤 연기를 함에 있어서 진심을 담는다는 이야기지 진짜가 된다는 것은 아니니까. 이건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즉 진짜 부부가 아니라고 해서 진정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상황에 대한 몰입도의 문제니까. 사실 열애설이 터지기 전까지 오연서의 몰입도는 나쁘지 않았다. 가상부부지만 그 상황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먼저 이번 논란에서 전제해야 할 것은 <우결>이 마치 시트콤이나 드라마 같은 가상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 리얼리티의 심도는 깊다. 대사까지 촘촘히 짜여진 대본이 주어지는 건 아니고 대신 상황이 주어지며 그 안에서의 반응은 즉흥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진짜와 가상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하와이에서 이준과 오연서가 첫날밤 콘셉트로 침대 위에서 스킨십을 보여줄 때, 바로 그 장면을 찍는 카메라가 그 앞에 주욱 서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바로 이 <우결>이 가상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사실이 그렇다) 오연서의 열애설(실제 열애인지도 알 수 없지 않은가!)은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다. 물론 <우결>처럼 리얼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그 혼돈을 가져올 수도 있는 사생활을 숨기지 않은 관리 부주의가 분명 있지만 그것이 죽을 죄는 아니다. 연예인이라고 해도 누군가를 만나거나 좋아하는 것이 죄가 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물론 <우결>의 제작진이 처한 상황도 이해가지 않는 건 아니다. <우결>같은 리얼을 무기로 삼는 프로그램이 그 실체를 숨기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그것도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 할 일이다. 이번처럼 이미 드러날 대로 드러났고 또 자칫 한 여배우가 논란에 휘말려 있는 지경에 여전히 진짜를 고집하는 건 프로그램의 윤리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방송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방송은 점점 리얼리티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그래서 실제로도 어떤 프로그램은 진짜 그 자체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프로그램이 그런 것은 아니다. 또 진짜만이 진정성을 가질 수 있다는 착각도 버려야 할 것이다. 진정성이란 결국 가상일 수밖에 없는 예술장르를 이야기할 때 나오는 개념이다. 가상이라도 좋은 프로그램에는 진정성이 녹아날 수 있다는 것. 왜 <우결>은 진정성 있지만 그래도 가상이라고 얘기하지 못했을까.

Posted by 더키앙

너무 많은 사건들, 김대희표 체념의 공감

 

작년 대선에서 5060세대들이 한 목소리를 내며 그 투표의 힘을 보여줬을 때, 2030세대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멘붕”이었다. 그토록 많은 SNS 상에서의 결집된 젊은 목소리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정반대의 결과에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때 SNS 상에서 떠도는 농담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개그콘서트>의 ‘어르신’ 코너에 등장하는 일명 ‘소고기 할아버지’ 김대희의 목소리를 딴 것이었다. “○○○가 당선되면 뭐하겠노...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먹겠제...”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사실 이 ‘소고기 할아버지’가 그토록 임팩트 있는 개그라고 처음부터 생각되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비슷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며 “소고기 사먹겠제-”를 연발하는 것으로 얼마나 그 개그가 지속될 수 있을까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웬걸? 김대희의 목소리는 점점 더 대중들을 빨아들였다. 이미 한 생을 거의 다 살아서 이제 큰 기쁨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한 소고기 할아버지의 체념의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도대체 이 기이한 힘은 어디서 온 걸까.

 

대선 이후 자신이 투표한 후보가 당선되지 않은 나머지 48%의 멘붕에 이어, 마치 상징적인 사건처럼 ‘웃음 전도사’였던 황수관 박사가 별세했다. 그리고 2013년이 되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연초가 되자마자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과 논란이 쏟아져 나왔다. 김태희와 비의 열애설은 비의 군복무가 불성실했던 것이 아니냐는 논란으로 이어졌고 그건 또 연예사병이란 존재가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찬반논란으로도 번졌다.

 

오연서와 이장우의 열애설이 터지면서 엉뚱하게도 프로그램에 불똥이 튀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던 중, 또 놀라운 비보가 전해졌다. 고 최진실씨의 전 남편이었던 조성민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최진실, 최진영 그리고 조성민까지 이어진 이 불행의 가족사는 남아있는 아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제 겨우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2013년이지만 너무 많은 사건들이 쏟아진 느낌이다.

 

‘소고기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점점 마음 한 구석을 파고들게 된 것은 아마도 이런 시끄럽고 슬프고 아픈 현실의 소식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현재와 관련이 있을 게다. 인생을 달관한 자의 체념의 목소리. 마치 당장 죽을 것처럼 힘겨워하고 분노하고 슬퍼하지만 인생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겠냐는 듯한 그 ‘소고기 타령’은 의외로 우리를 허허롭게 웃게 만든다. 늘 긴장상태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혹은 생존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우리에게 던져지는 ‘소고기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우리의 그 긴장상태를 관조적으로 비웃음으로써 우리를 이완시켜준다.

 

사실 ‘어르신’이라는 <개그콘서트>의 코너는 작년 국민드라마로 추앙받았던 <추적자>의 박근형 캐릭터에서 따온 것이다. 그 특유의 사투리가 섞인 목소리로 “욕봐래이-”하고 말하던 박근형의 그 노회함을 김원효가 뒤틀어서 웃음으로 만들어냈던 것. 그 노회함을 비트는 이 개그에서 김대희가 만들어낸 ‘소고기 할아버지’의 달관은 의외의 수확이 되었다.

 

참 많은 일들이 우리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니 거의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정신없는 현실들 속에서 때론 화가 나고 때론 슬퍼하고 또 때론 지나치게 행복해 했다면 가끔 저 ‘소고기 할아버지’의 ‘소고기 타령’을 떠올려 보시라. 자칫 염세적으로 되거나 체념을 넘어 비관에 이르면 곤란하겠지만, 잠시 동안의 ‘소고기 타령’ 생각은 마치 가끔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한숨처럼 우리를 위안해줄 것이다. 너무나 복잡한 세상, 바로 그것이 소고기 할아버지에 점점 공감하게 되는 이유일 테니 말이다.

Posted by 더키앙

<우결> 논란이 환기시킨 사생활 엿보기에 대한 불감증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라는 프로그램이 사생활과 밀접하다는 것은 이미 그 제목에서부터 드러난다. 즉 결혼이라는 사적인 영역을 들여다보겠다는 의도가 그 안에는 들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결혼을 도둑촬영 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결혼이고, 그 대상이 일반인이 아니라 연예인이라는 점은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엿본다는 다소 우리네 정서에 민감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에 일종의 착시로서의 안전장치를 제공한다. <우결>은 그래서 어찌 보면 리얼한(?) 드라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드라마.

 

'우리 결혼했어요4'(사진출처:MBC)

하지만 가상과 현실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는 이 아슬아슬함은 보는 이들에게 ‘안전한(?) 도촬 장면을 훔쳐보는 것 같은 자극을 주기 마련이다. 시청자들은 ‘저건 드라마 같은 가상일 거야’하고 치부하며, 남의 사생활을 바라본다는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문제를 가볍게 회피하면서, 동시에 저건 진짜 리얼한 반응이 맞을 거라는 본능적인 자극을 즐긴다. 게다가 이것이 다름 아닌 연예인의 사생활이라는 점은 대중들로 하여금 이 양가적 감정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연예인 사생활은 <우결> 같은 프로그램이 나오기 이전에도 이미 연예 매체를 통해 일상적으로 유통되던 가십이었으니까.

 

바로 이런 양가적 입장을 받아들이던 대중들의 입장에서 보면, <우결>에서 이준과 가상 부부로 출연한 오연서가, <오자룡이 간다>라는 일일극을 통해 가까워진 이장우와 열애 중이라는 보도는 그 자체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만일 이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꾸로 <우결>이라는 프로그램에게는 섭섭한 일이 될 수도 있을 게다. <우결>이 보여준 일련의 리얼한 장면들이 사실은 모두 가상이었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들켜버렸다는 얘기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결>은 늘 이 상황이 가상이긴 하지만 거기서 나오는 반응들은 리얼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옴으로써 이준과 오연서가 실제로도 가깝다는 걸 강조해왔다.

 

보도가 나왔을 때 오연서 소속사측의 반응은 “드라마 촬영을 하며 만남을 가져 서로 알아가는 단계로 보인다”고 밝혀 열애설에 수긍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4일 발표된 소속사의 공식자료는 실로 애매했다. 두 사람은 “같은 드라마에서 연인 역할로 등장하다 보니 부딪히는 시간도 많고 학교 선후배 관계이기도 해 친한 사이가 됐다”고 말하면서도 아직 “정식으로 사귄다고 말하기도 부담스러운 입장”이며 “더 많은 시간이 지나 감정이 통하면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연인 관계로 단정 짓기에 조심스럽고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애매모호한 관계라는 얘기다.

 

하지만 하루 지나 발표된 <우결>측의 공식 입장은 ‘열애설 공식 부인’이었다. 알아보니 “좋은 선후배 사이”이지 “이성적인 감정은 전혀 없으며 열애설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렇게 소속사 측의 발표와 <우결>측의 입장에서 온도차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 사안이 <우결>이라는 프로그램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양측의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었을 게다. 당장 하와이에서 촬영된 분량들을 모두 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준과 오연서 커플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세 커플 모두가 함께 모여 있으니 이 방송분량의 문제는 단지 이들 커플의 문제로만 다룰 수 없게 된다. 그 피해는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게 강행된 방송분량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미 드러날 대로 드러난 사실을 알고 있는 시청자라면 이준과 오연서가 ‘첫날밤’ 콘셉트로 침대에 함께 누워 손깍지를 끼는 장면을 보며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게다. 게다가 이번 시즌 들어서 <우결>은 그 표현 수위를 더 높이기까지 했다. 과거에도 커플이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있었지만 그래도 각자의 방에서 자는 모습으로 연출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번 하와이 여행은 아예 내놓고 ‘첫날밤’이라는 타이틀로 야릇한 대화와 스킨십을 나누는 장면으로 연출되었다. 하필 오연서의 행동이 가식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과도함까지 얹어진 격이다.

 

그런데 이 갑작스런 열애설로 가식과 과도함이 새삼 느껴지는 지점에서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다. 프로그램의 진정성이 훼손된 상황에서 저런 장면들은 왜 굳이 연출해서 보여주는 것일까. 아무리 가상이라고 해도 사랑 같은 진정성 있는 감정이 사라진 곳에 남는 것은 자극밖에 없다. 그 자극은 결국 <우결>이라는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연예인의 내밀한 사생활을 엿본다는 것에서 나오는 것일 게다. 아무리 설정이지만 저토록 첫날밤의 침실까지 들여다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게 된 우리들은(특히 청소년들에겐 더더욱) 얼마나 타인의 프라이버시에 둔감하게 된 걸까.

 

사실 오연서의 마음이 어느 쪽에 있는 것일까 하고 궁금해 한다는 사실조차 사생활이 아무렇지 않게 소비되는 시대에 대한 우리의 불감증을 잘 말해주는 일이다. 그래서 오연서 열애설로 번진 이번 <우결>의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사생활 소비의 측면을, 둔감해진 대중들에게 각성시킨 결과가 되기도 했다. 진짜 사생활이 노출되면서 그것이 <우결>과 부딪친 것은, 그 자체로 <우결>이 보여준 것이 다름 아닌 연예인들의 사생활 소비였다는 것을 일깨워준 셈이니 말이다.

 

사생활 노출에 대한 대중들의 감각의 차원에서 바라보면, 오연서가 누굴 진짜로 좋아하는가 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제 버젓이 사생활을 팔고 사는 데 있어서 이제는 둔감해진 우리의 정서가 될 것이다. 연예인들의 일이라고 치부하며 그저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것은 곧 우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타인의 사생활을 바라보고 즐길 때, 그것은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내 자신의 사생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할 시점이다. 그것이 오연서의 마음이 이준인지 아니면 이장우인지를 궁금해 하고 있는 우리들이 진짜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아닐까. <우결>은 우리에게 그 디스토피아를 보여주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우결>, 리얼보다 시트콤이 오히려 낫다

 

김태희-비에 이어서 오연서-이장우의 열애설. 연초부터 불거져 나온 일련의 열애설은 그 자체로는 사실 그다지 중대한 사안도 아니다. 연예인이건 누구건 서로 만나 좋은 감정을 가질 수도 있고 사귈 수도 있다. 물론 팬들 입장에서는 약간의 실망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요즘처럼 개방적인 시대에 팬들이라고 그 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할까.

 

'우리 결혼했어요'(사진출처:MBC)

하지만 이 열애설이 중대해지는 건 그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다른 사실들 때문이다. 김태희와 비의 열애설이 비의 불성실한 군복무 문제로 번졌던 것처럼, 오연서와 이장우의 열애설은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로 불똥이 튀었다. <우결>에서 이준과 알콩달콩한 상황을 보여주었던 오연서의 진실성이 의심됨에 따라, <우결>의 진정성 자체가 흔들리는 지경에 이른 것.

 

물론 이번 열애설로 오연서와 이장우가 함께 출연하는 MBC 일일극 <오자룡이 간다>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우결>은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드라마 속 커플은 진짜 커플로 밝혀진 셈이고, 반대로 가상 결혼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반응은 리얼임을 강조했던 버라이어티쇼 속의 커플은 가짜 커플로 드러난 셈이다.

 

하긴 가상 결혼을 내세운 <우결>을 완전한 리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대본에 의한 연기는 아니라는 것을 제작진은 늘 강조해왔고, 특정 상황 속에 벌어지는 감정들만은 진짜라는 걸 대중들에게 어필해오던 <우결>이 아닌가. 만일 이것이 그저 가상일뿐이고 대본에 의한 것이라면 <우결>에 출연했던 많은 커플들이 흘린 눈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한다는 말인가.

 

어쨌든 지금까지 <우결>의 핵심은 이 ‘가짜지만 진짜인’ 상황이 만들어내는 가상과 리얼 사이의 긴장감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연서-이장우의 열애설이 터진 마당에 <우결>은 더 이상 리얼을 강조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런 마당에 오연서가 이준과 가상 부부로서 <우결>를 찍으며 어떻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웃음은 연기가 되고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오연서의 상대인 이준의 입장에서 보면 이 상황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가상부부로 엮어졌다는 것만으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니까. 함께 계속 출연한다면 이준 역시 거짓 연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예 내놓고 불륜인 아내 설정으로 오연서와 이준의 상황을 부여하면 모르겠지만, <우결>은 <사랑과 전쟁>이 아니지 않은가.

 

바로 이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 <우결>은 지금이 최대의 위기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것은 프로그램 내에서의 오연서와 이준 커플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다른 커플들도 다시 쳐다보게 되는 빌미를 제공한다. “저거 다 대본이고 설정이야”라고 인지되는 순간 <우결>이 지금껏 가상과 리얼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세워놓은 탑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시즌부터 이른바 ‘우결 마을’이 만들어지면서 <우결>이 점점 시트콤화 되어가고 있는 것은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는 의외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리얼을 강조하기보다는 아예 시트콤을 더 강조하는 편이 이제는 <우결>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 훨씬 진정성 있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진짜 상황’이라고 자꾸 강변하지 말고, 차라리 ‘이건 연기 상황’임을 드러내는 편이 낫다. 연기를 하다보면 진짜가 나오기도 하니까.

 

그리고 이 연기를 하다 보니 진짜가 나오는 상황은 사실상의 <우결>의 맨얼굴이다. 그간 연기는 없고 리얼이라고만 강조해서 가려졌던 부분이지만, 이미 맨얼굴이 드러난 지금, 그걸 감춘다고 해서 가려질 수는 없을 것이다. 오연서-이장우 열애설은 <우결>의 가장 약한 아킬레스건을 건드렸지만 이 상황은 어쩌면 <우결>의 새로운 변화의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위기는 과연 기회가 될 수 있을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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