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김태호가 그토록 꿈꾸던 예능이 예술이 되는 세계

 

이번엔 음악 릴레이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릴레이 카메라가 슬쩍 보여준 바 있던 체리필터 드러머인 손스타에게 드럼을 배우는 유재석의 얼떨떨한 모습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건 ‘유플래쉬’라는 <놀면 뭐하니?>의 또 다른 ‘확장 아이템’의 밑그림이었던 것.

 

그저 어린아이가 첫 걸음을 떼듯 처음 든 스틱으로 유재석이 어색하지만 만들어낸 몇 개의 비트를 노트북에 담아 유희열과 이적에게 들려준 김태호 PD는 그걸 바탕으로 음악을 제작했으면 한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다만 그 방식을 릴레이 카메라처럼 ‘릴레이 방식’으로 해달라는 것.

 

마치 <영재발굴단>처럼 유재석을 ‘드럼 지니어스’로 소개하고, 그가 만들어낸 초보적인 비트를 바탕으로 다양한 작곡가와 연주자 프로듀서의 손을 거쳐 음악을 만든다는 그 아이디어에서 역시 핵심은 ‘확장’이었다. 어찌 보면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보잘 것 없는 소스로 시작하지만 어마어마한 아티스트들의 손을 거치며 그것이 어떤 놀라운 결과물로 변신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게다가 작게 시작한 소소한 일을 큰 일로 벌리는데 일가견이 있는 김태호 PD는 이 프로젝트를 유재석의 단독 연주회로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다른 소스들은 영상으로 대치하고 유재석만 단독으로 무대에 올려 드럼을 치는 연주회를 시도하겠다는 것. 유재석은 그 의도에 당황하고 어이없어 했지만, 바로 그 지점은 이 예술적인 프로젝트가 예능과 만나는 부분이기도 했다.

 

애초 <놀면 뭐하니?>가 릴레이 카메라 형식의 실험적인 시도를 했던 의도에서도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확장’이었다. 유재석으로부터 시작되지만 다양한 사람들로 카메라가 이동하면서 지금껏 예능이라는 영역에서는 좀체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이 포착되게 하는 것. 그 거대한 그림은 하나의 예술 프로젝트처럼 보이는 면이 있었다. 이를테면 우리는 그렇게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지만 거대하게 연결된 관계들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랄까.

 

릴레이 카메라가 그 연결되어 확장 가능성이 충분한 세계에 대한 확인이라면, 이번 이른바 ‘유플래쉬’로 시도되는 음악 릴레이는 그 세계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이다. 예를 들어 음악을 그 위로 던져 넣으면 다양한 인물들이 개입되어 시작에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웠던 ‘협업의 작품’이 가능하다는 것.

 

만일 ‘유플래쉬’의 음악 릴레이가 흥미로운 과정을 더해 놀라운 결과로 이어진다면, <놀면 뭐하니?>는 이 ‘확장시키는 세계’ 위에 뭐든 던져 넣고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로 나타나는지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보여줄 수 있을 게다. 때론 누군가를 돕기 위한 세계의 확장이 될 수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는 실험이 될 수도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우리 사회가 가진 진면목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게다.

 

또한 이 확장되고 연결된 세계가 결국은 자연스럽게 보여줄 ‘위계 없는 세상’의 풍경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음악이라고 하면 특정한 전문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지만, 유재석 같은 초보도 참여해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는 걸 이번 ‘유플래쉬’가 보여주듯 말이다. 위계로 나눠지는 세상이 아니라 연결되고 확장되는 세상. 그것이 아마도 <놀면 뭐하니?>를 통해 김태호 PD가 실험해보려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건 어쩌면 김태호 PD가 그토록 꿈꾸던 예능이 예술이 될 수 있는 세계를 보여주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사진:MBC)

‘무한도전’과 김태호 PD에게 휴식기가 갖는 의미는 뭘까

거의 하루가 멀다 하고 MBC 예능 <무한도전>의 향배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김태호 PD의 하차선언과 함께 3월 말을 기점으로 프로그램이 종영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MBC가 출연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출연자들 역시 전원 하차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마치 <무한도전>이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뉘앙스처럼 보도되었지만, 또 다른 매체는 이를 뒤집었다. 김태호 PD “<무한도전>은 계속 됩니다”라는 말로 이런 의혹들을 불식시켰다. 

이처럼 혼란이 가중되는 이유는 13년을 이어온 이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마치 프로그램이 사라질 것처럼 얘기되는 건 그 아쉬움과 불안감이 작용한 탓이다. 하지만 MBC도 공식적으로 밝혔고, 김태호 PD도 밝힌 바대로 <무한도전>은 일정 기간 휴식기를 거쳐(가을 정도에) 다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혼선이 남은 부분이 있다. 그것은 김태호 PD가 돌아와 만드는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인지 아니면 새로운 프로그램인지 아직 확실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팬들 입장에서는 <무한도전>이 돌아오는 걸 기대하겠지만, 김태호 PD 입장에서 보면 지금 형태 그대로의 <무한도전>으로 돌아오는 건 휴식기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일일 수 있다. 그래서 충분히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식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물러나 이 상황을 생각해보면 김태호 PD가 그 어떤 프로그램을 새롭게 가져오고, 또 심지어 거기에 새로운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해도 시청자들로서는 큰 의미에서 그것 역시 <무한도전>의 또 다른 행보라고 충분히 인지할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이것이 가능한 건 지금껏 <무한도전>이 걸어왔던 길들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사실 매회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다름없는 아이템들을 시도했던 독특한 형식이 바로 <무한도전>이었다. 그건 <무한도전>이라는 브랜드로 묶여있을 뿐, 사실 독립적인 하나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보면 그렇게도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심지어 몇몇 아이템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발화되어 다른 독립적인 프로그램으로 진화한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김태호 PD가 시도할 새로운 프로그램 역시 크게 보면 그 <무한도전>의 연장선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무한도전>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해주는 건 그간 13년 간을 함께 해온 출연자들이다. 하지만 그간 많은 출연자들이 나가고 들어왔고, 어떤 아이템의 경우에는 무수한 외부출연자들이 출연해 함께 프로그램을 빛내기도 했다. 이를테면 소지섭 같은 배우나 유병재, 이적, 유희열, 김제동 같은 인물들은 고정 출연자는 아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큰 의미에서 <무한도전> 패밀리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니 사실 누가 들어온다고 해도 김태호 PD가 시도할 새로운 도전들 속에서 그건 또 다른 <무한도전>이라고 볼 수 있을 게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은 어느새 김태호 PD 역시 그저 제작자가 아니라 <무한도전>을 구성하는 멤버로 인지하고 있다. 그러니 그가 없는 <무한도전>은 의미가 없다고 시청자들도 또 출연자들도 말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건 거꾸로 보면 그가 만들고 존재하는 프로그램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무한도전>의 또 다른 행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지금 현재 <무한도전>의 핵심적인 변화란 ‘휴식기’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건 이미 이전부터 김태호 PD가 그토록 요구해왔던 ‘시즌제’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즌제는 기존의 <무한도전>의 틀에서 훨씬 확장된 기획들을 가능하게 한다. 어떨 경우에는 지금의 출연자들이 함께 하는 기획이 가능하지만, 어떨 경우에는 그들 없이 새로운 인물들을 세운 김태호 PD의 시도가 가능하다. 

보다 큰 틀로 이해하면 김태호 PD의 선택은 보다 더 오래 <무한도전>을 이어가기 위한 행보라고 말할 수 있다. 여러모로 리얼리티 시대에 접어든 현재, 캐릭터쇼로 시작됐던 <무한도전>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즌제가 갖는 완성도와 변용들이 요구되는 시점이니 <무한도전>이 지금껏 해왔던 행보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건 스스로 생명을 단축시키는 길이다. 김태호 PD는 이미 큰 그림 안에서 새로운 <무한도전>을 준비 중이다.(사진:MBC)

<은밀하게 위대하게>, 아직도 식상한 연예인 몰카인가

 

아직도 여전히 몰래카메라? MBC 새 주말예능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는 <진짜사나이>의 빈자리를 차고 들어왔지만 너무 안이한 기획이 아니었나 싶다. 몰래카메라라는 콘셉트가 신선함을 주기 어려운데다, 새로움의 요소도 그리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사진출처:MBC)'

물론 차별점으로 내세운 게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이경규 혼자 하던 몰래카메라를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는 윤종신, 이수근, 김희철, 이국주, 존박 이렇게 다섯 명이 이른바 출장 몰카단이라는 이름으로 수행한다. 하지만 이 다섯 인물들이 이경규 혼자 하던 몰래카메라만큼의 재미를 뽑아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인원은 많지만 확실한 역할이 잘 보이지 않는 것.

 

첫 회에 나간 설현과 이적을 대상으로 한 몰래카메라는 어설픈 느낌이 강했다. 타로 점을 보고 그 점괘가 그대로 벌어지는 장면들을 연출한 설현의 몰래카메라는 너무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여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보였다. 제 아무리 점괘에 따라 하루 일이 벌어진다는 설정이라고 해도 너무 잘 맞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이제는 몰래카메라를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경규가 처음 몰래카메라를 시도할 때만 해도 이 정도의 상황들이 의심될 수 있는 여지는 없었다. 몰래카메라라는 것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히 이상한 상황을 맞이하면 연예인들이 이거 몰래카메라 아냐?”하고 묻는 건 이제 예삿일이 될 정도다. 그러니 설현의 몰래카메라는 과거와 비슷하다고 해도 더 어설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링고스타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동석하게 되는 설정의 몰래카메라를 시도한 이적의 경우는 더 어색했다. 일단 분장 자체가 너무 티가 났다. 보는 시청자들 역시 몰입이 잘 안될 정도. 중간에 이적이 의심을 하는 순간은 그래서 긴장감을 높이긴 했지만 그건 이 상황 자체가 얼마나 부자연스러운가를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급 전개하며 일찍 몰래카메라임을 밝히고 끝을 맺는 장면도 더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상황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다.

 

이경규가 했던 몰래카메라가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그 시기가 이른바 연예인의 신비주의가 벗겨지던 시점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인해 연예인들의 탈신비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이어졌기 때문에 그것을 제대로 수행해내는 몰래카메라가 대중들의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셀프카메라 시대다. 연예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민낯을 올리는 상황이 아닌가. ‘탈신비같은 것이 갖는 재미가 예전 같을 수는 없다.

 

그래도 연예인의 꾸밈없는 모습을 발견하게 해준다는 점은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갖는 가장 큰 재미의 지점일 수 있다. 하지만 첫 회를 통해 확인된 건 그것이 당사자들을 크게 놀라게 할 정도로 은밀하지도못했고 그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에게도 어떤 감동을 줄만큼 위대하지도못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지금 같은 시국에 누군가를 속이는 콘셉트의 예능이 잘 어울리는가 하는 지적까지 나오게 된 것은 이런 약점들이 너무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단순한 연예인 몰래카메라라는 설정만으로는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과거에는 몰래카메라라는 설정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제 몰래카메라가 그만큼 익숙해진 현재, 그 설정이 무언가 다른 스토리로 진화하지 못한다면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승원, 유해진, 이서진, 나영석의 중년남자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나영석 PD는 이제 올해로 마흔이 되지만 그가 줄곧 프로그램을 함께 해온 남자들은 대부분 40대였다. tvN <삼시세끼> 강원도편의 이서진이 그렇고, 이번 스핀오프로 열풍을 만들고 있는 어촌편의 차승원과 유해진이 그렇다. 나영석 PD는 또 <꽃보다>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마음 편하게 찍었던 것이 <꽃보다 청춘>이라고 했다. 페루에서 찍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윤상, 유희열, 이적이 모두 40대다. 도대체 왜 나영석 PD는 왜 40대 남자들을 이토록 선호하는 것이고 또 그들에게서는 어떤 매력이 나오는 것일까.

 

이서진, 차도남과 그린 라이프 사이

tvN <삼시세끼> 강원도편에서 단연 주목받은 인물은 이서진이다. 나영석 PD와 서로 툭탁대며 갈등을 주로 보여주는 관계지만 그러면서도 해야 할 건 다 하는 인물이다. 나영석 PD<삼시세끼>가 잘된 이유로 서슴없이 이서진을 꼽기도 했다. 투덜대면서도 할 일은 하는 이 이중적인 모습은 <삼시세끼>처럼 어찌 보면 아무런 미션이나 도전이 없어 밋밋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흥미진진하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나영석 PD와 각을 세우는 모습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긴장감과 갈등요소를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면서도 어느 순간이 되면 이서진은 또 그 시골생활의 불편함을 즐기는 모습 또한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이서진의 이 양면적인 반응에 공감하는 것은 그것이 도시의 삶과 시골의 삶에 대한 도시인들의 양가적 입장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골 삶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아니라 난 이런 생활 진짜 싫어라고 말하는 이서진의 이야기가 더 진정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것은 불편한 삶에 대한 투덜댐이다. 하지만 그렇게 불편한 시골 삶이 모두 나쁘기만 한건 아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나면 보이는 새로운 것들이 있다. 도시에서 보지 못했던 별빛과 듣지 못했던 빗소리, 한 끼 식사가 주는 소중함, 찾아주는 친구에 대한 설렘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도시의 치열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거기서 벗어나 조금은 나만의 내밀한 공간을 원하는 건 지금의 중년들이 꿈꾸는 삶이다. 개발시대의 아버지들을 보며 자라난 이들은 일에만 몰두한 삶이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를 목도하며 살아왔다. 그러니 이들은 일과 함께 동시에 휴식과 자신만의 놀이를 원한다. 이서진은 그런 마음으로 도시를 떠났으나 막상 겪으면 불편함이 먼저 다가오고 그러면서도 또한 그 시골 삶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중년들의 정서를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다.

 

차승원과 유해진, 이 브로맨스 혹은 가상부부

어촌편이 그려낸 중년들, 차승원과 유해진은 이서진과는 그 결이 약간 다르다. 이서진이 시골 삶이 낯선 투덜이 도시인이었다면, 차승원과 유해진은 이런 삶 자체도 즐길 줄 아는 이른바 선수들이다. 나영석 PD 본인도 놀랐을 정도라는 차승원의 요리 실력은 만재도에 중국집을 차려도 되겠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현란했다. 갖가지 김치 담그기는 기본이고 물고기 회를 뜨거나 탕수요리를 해먹거나 해물짬봉에 심지어 어묵탕까지 시도하는 차승원은 만재도의 살풍경한 눈보라까지 녹여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차승원의 옆에서 바깥양반으로 유유자적하며 낚시부자를 꿈꾸는 유해진은 인생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여유를 보여준다. 그가 농담처럼 말한 돼크라테스(배부른 돼지+생각하는 소크라테스)’는 그를 잘 표현해주는 말이다. 그는 삶을 즐길 줄 알면서도 동시에 사색할 줄 아는 사람이다. 차승원이 마치 소크라테스의 안사람처럼 바가지를 긁어대면 유해진은 그걸 받아치기보다는 그냥 흘려보내며 허허함으로써 오히려 이 관계의 훈훈함을 만들어낸다. 차승원의 요리에 모든 게 녹아내리는 그 흐뭇한 웃음은 이 두 사람의 브로맨스 혹은 가상부부의 케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프로페셔널한 차승원과 유해진이 보여주는 건 중년의 여유다. 그것은 경제적인 걸 얘기하는 게 아니다. 다만 산전수전 겪으며 살아오다보니 중년의 나이에 접해 갖게 된 삶의 능숙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지금의 40대가 과거의 중년들과 달라진 게 있다면 차승원처럼 심지어 요리만드는 걸 즐길 줄 알고 유해진처럼 시골의 삶에서도 어떤 즐거움과 사색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또한 가족의 틀에서 벗어나 우정으로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한 갈증은 지금의 중년들이 추구하는 자신만의 시간에 대한 일종의 판타지를 제공한다.

 

나영석 PD40대 남성 출연자들이 가진 프로그램에서의 이점을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이미 어느 정도 삶에 대해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굳이 억지로 캐릭터를 부여할 필요가 없죠.” 어찌 보면 이 40대 중년의 여유는 뭐 하나 기댈 곳이 없어 보이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하나의 위안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살다보면 언젠가는 힘겨운 삶도 익숙해지는 단계가 온다는 것을 이들 40대 중년들은 보여주고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