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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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부를 한 편처럼, '자백'의 압도적 완성도와 놀라운 밀도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9. 5. 14. 10:37
‘자백’이 이은 ‘비밀의 숲’ 이후 달라진 장르물 16부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다. tvN 주말드라마 의 종영에 이르러 돌아보면 이 드라마의 밀도와 완성도에 새삼 놀라게 된다. 곁가지 사건들처럼 여겨졌던 것들이 하나하나 연결고리를 드러내고, 그 속에서 무관해 보였던 인물들이 과거사로 얽혀 있는 게 조금씩 드러난다. 그리고 결국 이 모든 사건이 어느 요정에서 벌어졌던 국방비리로 인해 비롯된 총성으로 귀결된다. 거대한 한 게이트를 열기 위해 조금씩 사건을 파헤치고 어렵고 더뎌도 진실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 은 그 과정을 놀랍게도 한 호흡으로 담아냈다. 보통의 장르물의 경우 여러 사건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영화라면 한 사건을 다뤄도 되겠지만, 드라마는 적어도 16부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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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진 '기름진 멜로', 시청자 기대하는 복수극은 언제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8. 6. 28. 10:45
‘기름진 멜로’, 멜로보다 복수극을 기대하는 까닭SBS 월화드라마 가 한층 달달해졌다. 서풍(이준호)과 단새우(정려원)의 비밀연애가 본격화되면서부터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네가 너무 좋아”라고 말하는 장면은 시쳇말로 ‘꿀이 떨어진다’. 두 사람의 멜로가 더더욱 달달하게 다가오는 건 둘 다 과거 사랑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서풍은 첫사랑이었던 석달희(차주영)를 그를 내쫓은 호텔 사장 용승룡(김사권)에게 빼앗겼고, 단새우는 아버지의 부도로 결혼의 단꿈도 깨져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한강다리 절망의 끝에서 처음 만나게 된 사이다. 죽고픈 마음까지 가진 단새우에게 마지막으로 포춘쿠키를 같이 먹자고 제안한 서풍은 그 때 쿠키 속에 들어있는 예언처럼 이미 운명적인 사랑을 시작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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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진 멜로', 뭐지? 이 짜장면 같은 중독적인 맛은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8. 5. 16. 10:45
‘기름진 멜로’의 병맛, 재야고수들의 복수전은 성공할까마치 주성치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톤 앤 매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다가 조금씩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톤 앤 매너의 핵심은 희비극을 중국풍으로 버무려 놓았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은 저마다 비극적인 일들을 겪고 밑바닥으로 떨어지지만 ‘배고픈 프라이팬’이라는 폐업 직전의 중국집에서 모여 자신들을 그렇게 밀어낸 세상에 대해 복수를 꾀한다. SBS 월화드라마 는 그래서 마치 짜장면을 닮았다. 중국인들이 인천으로 들어와 터전을 잡으며 개발해낸 음식. 중국요리의 재료와 방식들을 가져왔지만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들어져 외식에 있어 국민요리라고 부를 수 있는 음식. 중국요리지만 우리나라에서나 먹을 수 있는 짜장면처럼 여러 이색적인 재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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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결코 잊어선 안 되는 피해자 가족의 아픈 상처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8. 1. 24. 11:15
‘그사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가족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자식을 먼저 보낸 사고 현장을 보는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끔찍할까. JTBC 월화드라마 에서 문수(원진아)의 엄마 윤옥(윤유선)은 멀찍이 현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 손이 떨렸다.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그에게 사고는 마치 어제 벌어진 일인 양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러니 그 떨리는 손에 애써 술병을 쥐고 의지했을 터다.그런 아내를 보는 남편 하동철(안내상)의 마음은 또 얼마나 참담할까.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에서 겨우 찾아낸 딸의 시신을 확인한 그는 못내 아내에게 그 마지막 모습을 보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만 확인하고 딸을 떠나보냈지만 아내인 윤옥은 그게 끝내 후회로 남았다. 그 마지막 얼굴을 못보고 떠나보낸 것이. 하지만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