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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이 열어놓은 조선판 좀비세상, 시즌1은 시작일 뿐

(본문 중 드라마 내용에 대한 누설이 있습니다. 드라마를 시청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죽은 왕을 되살리려는 욕망에서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죽은 자를 살릴 수도 있다는 생사초. 그걸로 살아난 왕은 그러나 괴물이 되어버린다. 죽었지만 살아난 왕. 그리고 살아났지만 죽은 왕. <킹덤>의 전제가 되는 이 설정은 그 자체가 상징적이다. 한 나라의 운명을 쥐고 있는 자가 살아있어도 산 자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 나라 전체를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가 하는 건 굳이 조선이 아니어도, 또 좀비라는 특이한 존재들이 아니어도 우리는 근현대사를 통해 알고 있지 않은가.

좀비는 ‘죽었지만 살아 움직이는 존재’라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살아있지만 죽은 거나 마찬가지인 존재’라고도 볼 수 있다. <킹덤>이 죽은 왕을 통해 담은 좀비의 의미는 후자에 가깝다. 나라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존재가 ‘죽은 거나 마찬가지’로 전락했을 때, 그 비어있는 권력에 대한 비뚤어진 욕망들이 창궐한다. 혜원 조씨의 수장으로 조선을 쥐락펴락하는 영의정 조학주(류승룡)의 욕망이 그것이다. 그는 죽은 왕을 살려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더 이어가려 한다. 그의 딸인 중전(김혜준)이 가진 복중태아를 통해 왕좌를 이어가려는 것. 조학주는 ‘비선실세’로 왕과 중전을 대신해 모든 권력을 손아귀에 쥔다.

흥미로운 건 괴물이 되어버린 왕으로부터 ‘좀비로 변하는 역병’이 민초들에게 퍼져나가는 그 과정이다. 죽은 왕을 살려낸 의원과 함께 갔던 소년이 습격을 받아 죽음을 맞이하고, 의원이 동래 지휼현으로 그 시신을 데려오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는 병자들에게 의문의 남자 영신(김성규)이 그 시신을 요리해 먹이고, 이로써 좀비로 변하는 역병이 창궐하는 것. 역병의 과정은 그래서 왕의 부재와, 그로인해 굶주리는 백성들이라는 ‘통치의 문제’를 그대로 담아낸다. 결과는 이렇게 탄생한 좀비들이 마치 세상을 뒤집기라도 할 것처럼 쏟아져 나와 피와 살점이 튀기는 아비규환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김은희 작가가 <킹덤>을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로 했던 것처럼, 이 드라마는 가진 자들이 배불리 먹는 장면들과 배고픈 민초들을 대비해 보여준다. 이를테면 백성들이 먹을 게 없어 초근목피는 물론 벌레까지 다 잡아먹는 상황 속에서도 동래부사 조범팔(전석호)이 주연을 벌이고 떨어뜨린 음식을 버리는 장면이 그렇다. 이러한 대비효과 때문에, 지휼현에서 나온 시체들이 어둑어둑해지자 하나둘 깨어나 동래부사 조범팔과 그 무리들을 공격하는 장면은, 수탈하는 저들과 그래서 배고픈 민초들의 대결처럼 읽히는 면이 있다.

<킹덤>은 물론 조선시대라는 배경에 역병을 좀비로 해석했다는 새로움이 더해져 신선함을 주지만, 그것보다 더 흥미로운 건 그 ‘배고픈 좀비’라는 존재들을 민초로 해석하면서 권력과 정치의 문제를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사극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왕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왕이나, 그래서 권력을 쥐고 흔드는 비선실세 신하의 이야기는 그리 새롭다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를 ‘좀비’라는 존재를 통해 정치 권력의 문제로 풀어낸 점은 확실히 주목할 만하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보면 사극이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해외팬들에게 더 큰 흥미를 줄 수 있는 지점이다.

<킹덤> 시즌1은 김은희 작가의 야심이 엿보이기도 한다. 사실 6회로 마무리되는 시즌1은 이 거대하게 펼쳐질 수 있는 이야기의 겨우 도입부분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결국 시즌1은 무언가 왕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직감한 왕세자 이창(주지훈)이 의원을 찾아 동래 지휼현까지 갔다가 역병의 실체를 보게 되고, 그의 호위무사인 무영(김상호)과 함께 이 병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는 그 모험담을 담고 있다. 그는 조학주에 의해 역모로 몰려 금군과도 대적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즌2가 더욱 궁금해지는 건 시즌1이 깔아놓은 인물들이 어딘가 비밀스럽고 저마다의 욕망들을 숨기고 있어 향후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왕세자 이창은 조학주처럼 백성을 절대 버리지는 않는다며 그들을 위해 위험한 상황 속에도 뛰어들지만, 그건 어찌 보면 조학주에 대한 철저한 증오에서 비롯되는 행동처럼도 보인다. 그는 실제로 왕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역모의 연판장에 스스로 이름을 적어 넣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 역시 자기만의 욕망을 숨기고 있다.

조학주는 딸 중전을 통해 비선실세의 욕망을 보이지만, 그렇다고 조학주와 중전이 서로를 돕는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권력의 왕좌를 두고 조학주와 중전 또한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 또 이창이 의탁한 상주의 안현대감(허준호)은 왕세자의 어린 시절 스승으로 그를 돕는 충신처럼 보이지만, 의문의 인물 영신이 살던 마을이 수몰된 일과 어떤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어딘가 제2의 조학주 같은 느낌을 준다. 이처럼 시즌1에 깔아놓은 인물들은 향후 저마다의 욕망을 드러냄으로써 이야기의 변주를 만들어낼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시즌1은 시작일 뿐이다. 김은희 작가가 <킹덤>으로 열어놓은 조선판 좀비세상은 앞으로도 여러 시즌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이야기가 적지 않다고 보인다. 결국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욕망과 무고한 민초들의 배고픔이 좀비라는 존재로 창궐하여 부딪치는 이야기이고, 좀비들보다 더 좀비가 되어가는 욕망에 눈 먼 이들의 이야기가 결국 이 거대한 <킹덤>이라는 제국이 그려내려는 세계가 아닐까. 도입 부분만으로도 앞으로 펼쳐질 세계가 기대되고 궁금해지는 이유다.(사진:넷플릭스)

Posted by 더키앙

‘도봉순’이라는 여성히어로의 탄생이 의미하는 것

JTBC 금토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은 KBS <김과장>을 잇는 사이다 드라마가 될까. 밤길 다니기가 무서운 여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도봉순(박보영)이라는 캐릭터가 행패를 일삼는 동네 깡패들을 간단히 제압해버리는 그 장면만으로도 통쾌함을 느끼지 않을까. 취업준비생으로 무시를 당해본 이들이라면 그녀가 아인소프트의 젊은 사장 안민혁(박형식)의 보디가드 겸 개인비서로 고용되었지만, 오히려 그를 쥐락펴락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오지 않을까. 

'힘쎈여자 도봉순(사진출처:JTBC)'

살짝 안민혁의 발을 밟아서 뼈에 금이 가게 되자, 도봉순이 함께 간 병원에 온통 그녀로 인해 심한 부상을 입은 이들이 넘쳐나는 장면은 그 자체로 빵 터지는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안민혁의 비서였던 공비서(전석호)는 꼬리뼈가 깨져서, 동네깡패 김광복은 이가 다 빠져서 또 안민혁은 발에 금이 가서 같은 병원에서 끙끙 앓는 광경이라니. 마침 그녀의 남동생 도봉기(안우연)가 레지던트로 있는 상황에, “누나는 병 주고 동생은 약 준다”는 식의 동네깡패 김광복(김원해)의 대사 역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여기에 새롭게 등장한 김광복의 보스인 백탁(임원희)이나 백탁의 오른팔인 아가리(김민교)의 등장은 또 다른 통쾌한 웃음을 예고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기 출연하고 있는 전석호나 김원해, 임원희, 김민교는 누가 뭐래도 이렇게 당하고 깨지는 역할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는 연기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기자들이다. 박보영이라는 대체불가 러블리와 터프함을 동시에 가진 연기자 앞에 이런 리액션이 남다른 명연기자들을 상대역으로 붙여놓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여겨진다. 

<힘쎈 여자 도봉순>에서 도봉순의 캐릭터는 물론 여성주의적인 입장에서 완전히 각성한 인물은 아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가까이 지냈던 인국두(지수)에게 일편단심이다. 엄청난 괴력을 갖고 있지만 자신을 이상하게 볼까봐 그걸 숨기며 지내온 그녀를 인국두는 ‘가녀린 여자’라며 보호 받아야 할 존재로 취급한다. 인국두는 만나는 여자친구가 따로 있지만 이상하게도 도봉순의 안위를 늘 걱정한다. 도봉순과 인국두의 남녀관계는 그만큼 전형적이다. 일편단심의 사랑을 하는 여성 캐릭터와 여성을 보호해야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남성 캐릭터다. 

그래서 <힘쎈 여자 도봉순>이라는 드라마가 가진 한계를 지목하는 비판적 시선도 존재하지만, 사실 그건 너무 이른 판단이다. 이미 그녀가 괴력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인국두가 도봉순의 안위를 걱정하는 말에 웃음이 나오게 될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제 도봉순은 막 그간 숨기고 있던 괴력을 사용하기 시작한 단계다. 그리고 점점 다가오는 잔혹한 살인마와의 일전을 그녀는 예감하고 있다. 

결국 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이야기는 그래서 인국두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만을 갈구하던 도봉순이 차츰 각성하고 자신의 ‘힘쎈’ 그 특별함이 숨길 일이 아닌 능력이라는 걸 인정하며 오롯이 자신의 실체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그런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여성이라면 어떠해야 한다는 그 편견과 선입견을 깨주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힘쎈’ 여자가 어때서? 하고 오히려 되묻는 드라마.

그래서 <힘쎈 여자 도봉순>은 이러한 폭력적이고 편견과 선입견에 가득 찬 세상에 대한 유쾌한 전복을 꿈꾸는 블랙코미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과장>식의 블랙코미디를 닮았다. <김과장>이 조직의 폭력적인 시스템을 독특한 김과장이란 돈키호테를 통해 뒤집는 이야기라면, <힘쎈 여자 도봉순>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역할 구분으로 나누고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과 폭력에 맞서는 도봉순이라는 여성 히어로의 전복이니 말이다. 답답한 세상, 또 한편의 통쾌한 사이다 드라마의 탄생이다.

Posted by 더키앙

무한상사’, 유재석부터 정형돈까지 보인 연기의 진정성

 

이 정도면 배우를 해도 별 무리가 없을 듯싶다. 그저 한 편의 영화라고 해도 될 법한 연기들의 향연이 이들 <무한도전> 멤버들에 의해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예전의 무한상사를 떠올려 보라. 과장된 연기가 대부분이었고, 그 목적은 당연히 웃음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번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편은 완전히 결이 달랐다. <시그널> 김은희 작가가 펜을,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연기는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함께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은 <무한도전> 멤버들을 주눅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시그널>의 김혜수와 이제훈은 물론이고 <미생>의 김희원과 전석호, 손종학 그리고 <곡성>의 쿠니무라 준과 김환희까지.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와 영화 속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들과 함께 연기를 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부담이었을까.

 

지난 주 방영됐던 전편이 조금은 심심하고 낯설게 느껴졌다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된 후편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긴박감과 몰입감을 선사했다. 역시 김은희 작가 특유의 쫄깃한 긴장과 반전이 있는 전개였다. 그러면서도 출연자들을 배려한 듯 <시그널><미생> 그리고 <곡성><베테랑>까지 여러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패러디 장면들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무엇보다 연쇄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모두 갖고 있던 오르골을 통해 직장인들의 처절한 현실을 담아내는 주제의식도 빼놓지 않았다. 누군가 돌려줘야 돌아가고 힘이 다할 때까지 무한 반복해서 일을 하는 그 처지. 유부장이 오르골을 보며 느꼈다는 그 감정은 아마도 우리네 회사원들 역시 공감할만한 것이었다.

 

이런 진지한 정극 속에서 최고의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보인 <무한도전> 멤버들의 연기는 더할 나위가 없었다. 초반 추격전 장면으로 극의 긴장감을 불어 넣어줬던 유재석은 권전무(지드래곤)의 사주를 받았던 하하를 설득해 마음을 바꾸게 하는 장면에서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비리를 저지르기보다는 조금 모자라게 사는 편이 낫다며 모든 게 자기 잘못이라 말하는 유재석에게서 진심이 느껴졌다.

 

하하와 정준하는 이미 연기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작품을 전체적으로 끌고 가는 연기의 힘을 보여줬다. 마키상(쿠니무라 준)에게 권전무의 전화번호 숫자를 들을 후 일본말을 못 알아듣는 정준하에게는 그것이 출국일자라고 거짓말하는 대목에서는 하하의 연기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고, 바보스러우면서도 선한 심성으로 끝까지 의문을 파헤쳐가는 정준하는 웃기면서도 짠한 면면이 느껴졌다.

 

이번 작품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역시 지드래곤이다. <베테랑>의 유아인을 패러디하는 장면에서도 그는 전혀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악역으로서 그가 서 있었기 때문에 팽팽한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지드래곤이 가진 연기자로서의 가능성도 엿보였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오랜 만에 이 작품을 통해 등장한 정형돈의 존재감이다. 그는 뺑소니로 쓰러진 유재석의 꿈에 나타나 부장님 힘내세요. 지금은 고통스럽고 힘겨워도 이겨내야 한다. 빨리 회복하셔서 다 같이 웃으면서 꼭 꼭 다시 만나요라고 말함으로써 연기에 그의 실제 진심을 담았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정형돈의 출연은 이 작품이 가진 주제의식, 즉 회사원의 매일같이 뱅뱅 돌아가는 힘겨운 삶과 여기 출연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처지를 잘 묶어내는 효과를 만들었다.

 

역대급 정극 연기였다. 이런 자세로 임한다면 연기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 그간 <무한도전>을 통해 웃음을 주었던 이들에게서 웃음이 아닌 진지함을 느끼고 그 연기에 시청자들이 빠져들었다는 건 그 진정성이 전해졌다는 걸 말해준다. 좋은 작품이었고 좋은 연기였다.

Posted by 더키앙

무한상사의 도전, 시청자들은 기꺼이 미끼를 물었다

 

예능이 이래도 되나? <무한도전>무한상사가 아예 작정하고 웃음기 쪽 뺀 스릴러로 돌아왔다. 이미 예고됐던 대로다.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대본을 쓰고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출연자들도 예사롭지 않다. 김혜수, 이제훈은 물론이고 김희원, 전석호, 손종학, 전미선 같은 자기 색깔이 확실한 배우들이 참여했으며 심지어 <곡성>으로 국내에도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쿠미무라 준이 함께 했다. 여기에 <무한도전>‘5분대기조가 되어가고 있는 지드래곤까지. 사실 기획만으로도 무한상사는 끝난 게임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래서였을까. ‘무한상사는 기존의 즉석 상황극을 통한 콩트 코미디적인 요소들을 완전히 들어내고 긴장감 100%의 스릴러를 선보였다. 어두침침한 회사 사무실에서 홀로 무언가를 보고 있던 유재석이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는 걸 의식하고 도망치는 몇 분 동안의 시퀀스는 <무한도전>이라면 조금 풀어놓고 웃을 준비를 하고 있던 시청자들을 잔뜩 긴장시켜 한 편의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이 첫 장면을 위해 유재석이 며칠을 뛰고 또 뛰며 재촬영을 했던 것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어떤 면에서 무한상사<무한도전> 시청자들에게는 이미 갖고 있는 잔상과 이미지가 존재한다. 물론 레미제라블을 직장 버전으로 패러디한 뮤지컬 형식도 있었고, 액션을 시도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시청자들에게 무한상사는 코미디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코미디에서 진짜 스릴러로 넘어가는 그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앞부분에서 확실한 긴장을 만들어내는 게 필수적이다. 유재석의 추격전은 그런 심리적 장벽을 뛰어넘기에 충분했다.

 

그 극점은 가까스로 회사를 빠져나온 유재석이 허무하게도 달려드는 차량에 치이는 장면이다. <무한도전>, 그것도 무한상사의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유재석의 이런 충격적인 사고 장면은 이야기를 되돌려 그가 왜 그런 일을 당하게 됐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어떤 일들이 뒤에서 진행되고 있고 그래서 오르골을 받은 직장 동료들이 하나씩 의문의 죽음을 맞는 과정이 이어지고 마치 <곡성>의 한 대목을 끌어온 듯 쿠니무라 준이 무한상사에서 사고를 겪은 이들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장면은 시청자에게 확실한 미끼를 던졌다.

 

프로 연기자들의 연기야 명불허전이지만 그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연기는 또 하나의 도전이다. 연기가 어색하다는 걸 스스로 밝힌 박명수나 광희조차 이 작품에서는 웃음기 뺀 진지함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는 건 역시 연기 경험이 있는 정준하와 하하다. 특히 정준하는 특유의 바보스럽고 어눌한 모습으로 어딘지 짠하면서도 웃음을 주는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이 무한상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그걸 추적해 나가는 것으로 사실상 극의 중심에 서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무한상사에서 의외의 발견은 유재석의 연기다. 그저 웃음 주는 콩트 코미디만 능한 줄 알았지 이처럼 정극에서도 의외의 단단한 연기를 보여줄지는 몰랐다. 앞부분의 긴장감을 확실히 만들어놓은 장본인이고, ‘무한상사특유의 상황극적인 웃음 속에서 한 순간에 팀원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유부장 역할로서 그는 괜찮은 몰입감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본격 스릴러 영화나 드라마만큼의 짜임새나 기상천외한 반전의 이야기를 무한상사가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는 건 너무 과한 일이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이처럼 웃음기 쪽 뺀 스릴러에 도전하고, 거기에 실제 현업에 있는 작가, 감독, 배우들이 기꺼이 호응해줬다는 사실은 충분히 의미 있고 박수 받을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로써 <무한도전>은 예능에 또 하나의 영역을 확장해냈다. 그 도전만으로도 시청자들은 기꺼이 무한상사가 던지는 미끼를 물었다.

Posted by 더키앙

<무한도전> 무한상사, 역대급일 수밖에 없는 이유들

 

<무한도전>이 또 새로운 도전의 역사를 쓰게 됐다. ‘무한상사가 역대급 액션 스릴러로 만들어진 것. 본편이 시작되기 전 방영된 무한상사메이킹 영상만으로도 이미 기대감은 최고조다.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대본을 쓰고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무한상사는 그저 예능이 아니라 제대로 된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도전을 하게 됐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메이킹 영상에서 유재석이 괴한들의 추격으로부터 도주하는 장면을 무려 3일에 걸쳐 찍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한상사가 가진 진지함을 엿볼 수 있다. 그저 영화를 패러디한 예능에 머물기보다는 진짜 영화를 찍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것. 여기에 김혜수, 이제훈, 쿠니무라 준, 전석호, 손종학, 전미선, 김희원 같은 저마다의 존재감을 갖고 있는 배우들의 출연은 웃음기 제대로 뺀 본격 스릴러물의 긴장감까지 얹어주었다.

 

무한상사에 이전부터 회장님 아들로 등장해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는 지드래곤이 합류했다는 소식 역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요소다. 그간 무한상사에서 그가 해온 연기가 예능으로서의 과장 같은 걸 보여줬다면 이번 특집에서는 지드래곤의 진짜 연기를 보게 될 전망이다. 촬영장에서 이제훈이나 김희원 같은 연기자들과 마주한 지드래곤은 그래서 그런 자리에 자신이 함께 하고 있다는 걸 너무나 쑥스러워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막상 큐 사인이 들어가면 진지한 얼굴로 연기하는 지드래곤을 볼 수 있었다.

 

지드래곤처럼 <무한도전> 멤버들의 연기 또한 지금껏 해온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몰입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무한상사라는 웃음을 기반으로 한 상황극적 요소들 역시 빼놓지 않을 거라는 건 사무실 장면을 찍는 메이킹 필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장된 애드립 속에서도 정색하며 다시 분위기를 정극 분위기로 바꾸는 정준하와 유재석의 연기는 이 작품이 어떻게 코미디와 정극의 요소를 넘나들고 있는가를 확인하게 해주었다.

 

이번 무한상사특집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건 역시 <무한도전>다운 도전의 확장이 또 하나의 성취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사실 무한상사특집은 2011년 가벼운 야유회 상황극 콘셉트로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씩 회를 거듭하면서 <무한도전>의 중요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그러면서 성장해나갔다. 특히 무한상사는 지난 2013년에는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한 뮤지컬을 시도하며 그 장르적 폭을 넓혀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번 2016년 시도되는 무한상사는 예능이 시도하는 한 편의 영화 같은 무게감을 얹었다.

 

처음엔 장난처럼 슬쩍 슬쩍 해왔던 시도들이 차츰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그러다 일이 커지는건 우리가 <무한도전>을 통해 자주 봐왔던 일들이다. 마치 농담처럼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이 동반 출연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마치 토크쇼 같은 웃음을 주더니, 이제 그게 더 이상 장난이 아닌 사건이 되어가고 있는 걸 <무한도전> 메이킹은 보여주었다.

 

무한상사의 진화는 <무한도전>의 새로운 도전 전개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무한도전>은 물론 지금도 매번 새로운 아이템에 도전하지만 동시에 이 프로그램이 그간 쌓아뒀던 빅 아이템들을 조금씩 변주하거나 진화시켜 판을 키우는 방식의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테면 <무한도전> 토토가가 젝스키스의 재결합을 만들어낸 토토가2로 진화하고, ‘못친소 페스티벌이 시즌2가 만들어지고 배달의 무도가 역사 특집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변주들이 시도되고 있는 것. 이번 무한상사특집은 작은 상황극이 점점 성장해 이제 뮤지컬이나 영화 같은 어엿한 장르에 도전하는 장기적인 성장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메이킹만으로도 이런데 본편은 어떨까. 물론 지나친 기대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무한도전>은 지금껏 그 기대를 저버린 적이 별로 없었다. 과연 이번 무한상사는 이런 기대를 제대로 채워줄 수 있을까. 만일 이 부담감을 이겨내고 진지한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를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은 이 시도를 또 하나의 역대급으로 기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더키앙

<미생>, 멜로, 지상파, 스타가 아니어도

 

요즘 지상파 드라마 관계자들을 만나면 한결 같이 나오는 얘기가 <미생>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이미 밝혀진 것처럼 <미생>은 지상파에 모두 제안되었다가 결국 tvN에서 리메이크된 작품이다. 지상파 관계자들은 이때만 해도 과연 그게 드라마로도 성공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대성공을 거둔 <미생>을 놓친 것에 대해 지금은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미생(사진출처:tvN)'

<미생>의 성과는 단지 한 드라마의 성취에 머물지 않는다.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 제작자들이 해왔던 관습적인 접근을 대부분 깬 데서 나온 성과이기 때문이다. <미생>을 통해 배워야할 점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는 멜로 없이도 된다는 것이다. 애초에 <미생>이 지상파에서 제작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멜로의 부재때문이었다. 지상파 관계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멜로를 넣어달라고 주문했지만 멜로 없이 해달라는 윤태호 작가의 강력한 요구사항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수락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tvN에서 방영된 <미생>에 만일 멜로가 들어갔으면 그 집중력이 상당부분 흩어졌을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직장동료로서의 장그래(임시완)와 안영이(강소라) 그리고 장백기(강하늘)가 각각 서 있었기 때문에 그들 각자가 가진 직장생활의 고충들과 성장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삼각 멜로에 허우적대게 하지 않은 건 윤태호 작가의 말대로 작품의 성패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었던 셈이다.

 

두 번째로 <미생>을 통해 배울 수 있었던 건 리메이크도 하기 나름이라는 점이다. 사실 <미생>은 드라마로 제작되기 전부터 이미 1백만 부가 팔린 만화였다. 이것은 그만큼 인지도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드라마 제작자들에게는 이미 많이 알려진 작품이라는 장애요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다메 칸타빌레>를 리메이크했다가 실패한 <내일도 칸타빌레>를 보라. 그만큼 원작의 무게감은 리메이크에게는 짐이 되는 법이다.

 

하지만 <미생>은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고 평가받았다. 그것은 새로운 내용을 추가했다기보다는(물론 약간 다른 내용들이 있지만), 드라마적인 극적 구성을 강화했다고 보는 편이 낫다. 이 극적 구성 때문에 웹툰이 가진 마치 바둑을 두는 듯한 지적인 흐름은 감정선이 묻어나는 장면들로 보여질 수 있었다. 같은 내용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미생>은 실증해보인 것.

 

세 번째는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라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미생>이 만일 지상파에서 했다면 그만한 성과를 얻었을까 하고 의문을 제기한다. 즉 지상파는 상대적으로 시청층의 연령대가 높고 드라마 소비에 있어서도 패턴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상파가 <미생>에 멜로를 요구한 것은 기획적인 패착이 아니라 바로 이런 플랫폼적인 특성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어떤 드라마는 지상파보다는 아예 케이블 같은 비지상파가 훨씬 더 플랫폼으로서 우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즉 플랫폼에 끼워 맞추는 콘텐츠가 자칫 바로 그 점 때문에 실패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플랫폼보다 우선되는 것이 콘텐츠라는 점이다. 콘텐츠가 먼저 완성되고 거기에 맞는 플랫폼을 선택한 <미생>은 그래서 드라마 제작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미생>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미 발굴된 얼굴들이 오히려 낫던이 드라마의 캐스팅이다. 김대명, 변요한, 박해준, 류태호, 김희원, 손종학, 정희태, 최귀화, 전석호, 오민석, 태인호, 황석정, 이승준... 우리는 <미생>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무수한 배우들이 이토록 많다는 걸 이 작품을 통해 깨달았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봤던 얼굴들이 여기저기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그림이다.

 

이렇게 미 발굴된 얼굴들은 이미지 노출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작품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웹툰에서 지금 막 걸어 나온 것 같다는 평가는 바로 이 미 발굴된 얼굴들의 미친 존재감 덕분이었다. 즉 지상파 드라마들도 새로운 얼굴의 발굴이 드라마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를 <미생>을 통해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미생>의 성공은 드라마의 새로운 성공방정식을 만들었다. 기존의 틀을 고집하며 깨지 못했던 지상파들로서는 한번쯤 숙고해야할 부분이다. 멜로가 없어도 지상파가 아니라도 또 스타가 아니라고 해도 작품만 좋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미생>은 보여주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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