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인 열풍, 이 정도면 ‘미스트롯’의 성공은 알고 보면

 

이 정도면 송가인이라는 인물이 가진 매력이 그 열풍의 진원지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물론 TV조선 <미스트롯>이 어떤 촉발점이 됐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불고 있는 송가인 열풍을 들여다보면 점점 <미스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의 이니셜은 지워져 가고 있다. 송가인이라는 인물의 매력이 <미스트롯> 출신이라는 꼬리표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어서다.

 

MBC에서 송가인의 단독 콘서트를 특별히 편성해 방영한 <가인이어라>에 대한 폭발적이 반응이 그렇다. <가인이어라>는 특별 편성인데도 불구하고 8.5%의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송가인 열풍을 입증해냈다. 그 시간에 방영되었던 MBC <같이 펀딩>이 3%대 시청률을 기록했었던 걸 염두에 두면 송가인의 티켓 파워가 얼마나 센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궁금해지는 건 이 단독콘서트 중계권이 어째서 <미스트롯>이 방영됐던 TV조선이 아닌 MBC로 넘어왔는가 하는 점이다. 본래 TV조선이 방영할 거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갑자기 확정된 게 없다고 입장이 바뀌었고 곧 MBC에서 중계하기로 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로써 그간 솔솔 피어나고 있던 TV조선과 송가인의 불화설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지만 아직까지 이렇게 변화된 사안의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송가인은 이제 TV조선보다는 MBC쪽에서 더 많이 보이는 인물이 되었다. <미스트롯> 이후 <아내의 맛>과 <뽕 따러 가세>를 연달아 출연했던 송가인이지만, 지금은 모두 하차했다. 대신 MBC의 간판 예능이라고 할 수 있는 <나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했고 최근에는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 도전하는 ‘뽕포유’에도 등장한 바 있다.

 

송가인이 가는 곳에 사람들이 모인다는 건 이제 하나의 불문율처럼 되어버렸다. 콘서트를 하면 순식간에 매진이 되어버리고,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면 화제성이 급증한다. 심지어 단독 콘서트 중계방송만으로도 일요예능 시간대를 뒤흔들어 놓는다. 사람들은 송가인, 송가인을 외친다. 그런데 이런 외침 속에서 어쩐 일인지 송가인을 배출한 <미스트롯>에 대한 이야기는 점점 지워져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현상을 <미스트롯> 열풍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신 송가인 신드롬이 전면에 나와 있을 뿐.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걸까. <미스트롯>이 트로트라는 장르를 주류로 끌어올린 건 분명 충분히 상찬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은 형식적으로 비판과 논란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 미스코리아를 그대로 패러디한 듯 가져온 형식적 틀들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 비판 속에서도 <미스트롯>을 일으켜 세운 건 오히려 출연자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송가인이라는 인물은 단연 독보적이었다. 그러고 보면 프로그램이 무대를 마련해준 건 사실이지만, 그 무대가 비판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무대를 빛낸 건 송가인 같은 출연자들의 열정이 아니었나 싶다. 송가인 열풍과 더불어 <미스트롯>이 잔상이 점점 지워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걸 말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사진:MBC)

어느 순간 식상해진 ‘전참시’, 그 이유가 뭘까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의 추락세는 명확해 보인다. 한때 13.3%(닐슨 코리아)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었지만 지금은 6%대까지 떨어진 시청률이 그렇고, 무엇보다 확 줄어든 화제성에 댓글 반응들이 이러한 추락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오비이락처럼 마침 임송 매니저가 하차하면서 뚜렷하게 생겨난 변화는 그래서 이 추락세의 이유가 마치 거기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물론 그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게다. 그만큼 <전지적 참견 시점>의 급상승을 이끌었던 주역이 바로 임송 매니저였다는 걸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 방영되고 있는 <전지적 참견 시점>을 보면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게 확실해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프로그램이 오래도록 반복되고 고정 출연자들이 계속 출연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들의 방송 분량이 어쩐지 비슷한 패턴 안에서 빙빙 돌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물론 스토리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보이는 모습이나 과정은 유사한 지점이 많다. 이를테면 이영자와 매니저 송성호가 함께 한 강연 소재의 이야기는, 두 사람의 역할을 바꿔놓은 것 빼놓고는 새로울 게 없다.

 

이번에는 이영자가 매니저가 되어 송성호 매니저의 강의 준비를 도와주고, 그가 강연하는 걸 보며 감동의 제스처를 보인다. 또 강연이 끝나고 나서 올라오는 길에 빼놓지 않고 먹방을 하러 간다. 물론 이번에는 이영자가 아닌 송성호 매니저가 추천한 수제 국수집이지만, 막상 그 곳에 가서 나오는 풍경은 다르지 않다. 이영자는 특유의 맛 표현을 하려하고 그런 맛 표현에 스튜디오에서 이를 관찰하는 출연자들은 감탄한다.

 

너무 뻔해 보이는 스토리가 반복되고 있는데다, 이영자와 송성호 매니저의 역할 바꾸기 역시 너무 의도가 보이는 설정이다. 최근 <전지적 참견 시점>은 스타를 위해 헌신하는 매니저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이 180도 달라졌다. 한 때는 그 헌신이 굉장한 ‘배려’로 읽혔지만, 지금은 지나친 ‘과잉 행동’으로 읽히고 있다. 그래서 심지어 ‘현대판 노예’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물론 그건 과한 표현이고 실제 매니저가 그런 역할만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방송이 그런 부분을 부각시킨 면은 분명히 있다. 실제 매니저들이 자신들의 직업에 대한 왜곡을 걱정할 정도로.

 

그러니 이런 상황에 이영자와 송성호 매니저가 마침 역할을 바꿔 보여주겠다는 건 자연스럽다기보다는 의도적인 설정처럼 보이는 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실제라고 해도 시청자들이 그걸 실제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새삼스런 변화’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정의 의심은 <전지적 참견 시점>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제 아무리 배려가 넘치는 스타와 매니저의 모습을 보여줘도 ‘가식’과 ‘의도’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전지적 참견 시점>이 청하나 송가인 같은 새로운 출연자들을 계속 해서 게스트처럼 출연시키는 건 과연 효과가 있는 일일까. <전지적 참견 시점>이 가진 문제는 고정출연자들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진정성 의심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게스트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미 진정성이 의심되는 상황 속에 게스트가 들어가게 되면 자칫 그 게스트 역시 의외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지금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스타와 매니저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점’이 달라졌다. 그런데도 이들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간다는 게 얼마만큼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또한 프로그램이 지속되면 출연자들은 자신의 방영되는 모습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행동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실제 진실된 모습은 갈수록 퇴색될 수밖에 없다.

 

연예인 관찰카메라가 갖는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덜어내기 위해 매니저에 주목하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를 가져온 <전지적 참견 시점>은 이제 매니저 또한 방송을 의식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진짜냐 가짜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수밖에 없는 관찰카메라에서 이런 변화는 프로그램의 기반 자체를 흔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지금 현재 <전지적 참견 시점>이 추락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임송 매니저의 하차 때문이 아니고.(사진:MBC)

‘전참시’ 송이 매니저 착한 인성 만든 조부모의 남다른 가르침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마침 박성광의 <정글의 법칙> 촬영 때문에 모처럼만에 휴가를 얻은 송이 매니저가 찾아간 창원 조부모댁. ‘국가유공자의 집’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할아버지 훈’이라 적어놓은 문구들이 유독 눈에 띈다. ‘1. 거짓말 안하기 2. 부지런 하며 3. 깨끗이 하기 4. 인사 잘하며 5. 남을 돕고 6. 절약하기’가 그것이다. 


사실 새롭거나 대단한 가훈은 아니지만, 그 평범한 문구들을 굳이 적어 붙여 놓은 데서 어딘지 할아버지의 남다른 교육이 느껴진다. 경쟁적으로 살다보니 아이들에게도 공부하라는 말만 자주 하게 되는 게 도시의 흔한 풍경이 아닌가. 하지만 할아버지의 가훈은 삶의 기본이 되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그렇게 살아서 어디 성공할 수 있겠냐 싶은 현실을 말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이런 기본에 충실한 삶이 주목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박성광의 매니저 임송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도 바로 그 할아버지의 가훈을 그대로 지키며 살아가는 듯 보이는 그의 인성 때문이었다. 초보시절 잘 몰라서 실수도 연발하지만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뛰어다니며 매니저 일에 익숙해지려 노력해온 임송이었다. 화려하진 않아도 늘 단정하고 인사성 밝으며 매니저로서 박성광을 최대한 편안하게 해주려 하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역력히 드러났다. 게다가 굳이 맛있는 걸 사주겠다는 박성광에게 “오빠 돈을 함부로 쓰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던 송이 매니저였다. 

그 가훈의 문구 하나하나에서 그간 방송에서 송이 매니저가 보였던 어떤 말과 행동들이 떠오른다. 비로소 우리가 어째서 박성광만큼 그 매니저인 송이에 집중하고 있었는가가 새삼 느껴진다. 너무 되바라지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삶 속에서 송이 매니저는 기본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다. 그래서 내내 우리의 입가에는 훈훈한 미소가 피어날 수 있었다. 

출세해서 고향인 창원에 돌아와 백화점에서 할머니의 빨간 내복을 사는 송이 매니저는 할머니가 자신들이 어렸을 때 입었던 내복을 늘 입으셨다고 말했다. 그게 못내 눈에 밟혀 내복을 두 벌이나 산 송이 매니저는 아끼지 말고 마음껏 입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박성광을 위한 선물도 잊지 않았다. 귀여운 문양의 니트를 산 송이 매니저는 비싼 가격에 놀라긴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고 했다. 

일찌감치 길모퉁이에까지 나와 손녀들을 기다리시는 할머니에게서는 남다른 애정이 묻어났다. 미리 챙겨둔 음식들을 잔뜩 차에 싣고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가는 길, 할머니는 송이 매니저가 준 용돈에 돈을 보태 부엌에 온수기를 단 일을 자랑하셨다. 그게 없어 화장실에서 설거지를 하곤 했었다는 할머니. 용돈으로 마을회관에서 한 턱을 냈다는 할머니의 말에 송이 매니저는 자신이 보탬이 된 것에 뿌듯해 했다. 

사실 송이 매니저가 보여준 건 대단한 게 아니다. 동생과 함께 고향을 찾아 선물을 사고 할머니를 만난 게 전부다. 하지만 그 과정이 그 어떤 극적인 이야기들보다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평범하지만 살아가면서 지켜야할 것을 지키며 사는 모습을 본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고 또 성공할 수도 있다는 걸 송이 매니저가 보여주고 있어서다.(사진:MBC)


‘전참시’ 박성광과 송이 매니저, 광고 촬영도 지지받는 까닭

보통 연예인들이 광고를 찍는 걸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양면성이 있다. 대세 연예인이 되었다는 것에 대해 축하하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저들만이 가능한 그 일들에 대한 부러운 마음이 그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의 박성광과 송이 매니저가 찍은 광고 촬영에 대한 대중들의 마음은 한결 같을 게다. 잘 되길 바라며 축하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 

이게 가능해진 건 이제 사회 초년병이라고 할 수 있는 송이 매니저에 대한 깊은 공감대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은행을 찾은 송이 매니저가 통장정리를 하고, 거기 찍힌 약 7천 원의 잔고는 사회에 갓 나온 청춘들이 겪는 현실을 실감나게 했다. 방송에도 출연해 출연료도 받고 있지만 송이 매니저는 “집세, 공과금, 주택청약”에 “엄마와 동생 용돈”까지 주고 나면 잔고가 없다며 활짝 웃었다. 

광고를 찍으면 목돈이 생길 것 같아 이를 쓰지 않고 모아두려 은행에서 적금과 예금을 알아보는 송이 매니저에게서 쓸 데는 쓰지만 남다른 미래에 대한 계획성 또한 갖고 있는 이 사회초년병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었다. 이사를 가야할 것 같아 전세대출을 알아보는 와중에 슬쩍 나온 ‘학자금 대출’ 이야기도 그저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약 7백만 원 가량의 학자금 대출이 있다는 송이 매니저의 이야기에 은행원은 대부분 대학졸업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그렇게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지금 갓 사회에 나온 청춘들이 처한 현실이었다.

웃음이 나오면서도 짠하게 다가온 건 송이 매니저가 굳이 박성광에게 한 끼를 사겠다며 한우 고깃집을 가서 보여준 모습들이었다. 어머니께서 한 끼 얻어먹으면 한 끼는 꼭 대접해야 한다고 하셨다며 굳이 고기를 사겠다며 간 음식점에서 1인분에 6만원을 하는 생갈비를 별로 놀라지도 않고 시키는 송이 매니저에게서는 박성광에 대한 고마움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갈비탕이 굳이 먹고 싶다며 손사래를 치는 박성광의 고집을 꺾고 먹게 된 생갈비가 “처음 먹어보는 소고기”라는 걸 알려주는 건 먹을 때마다 저절로 입가에 번지는 송이 매니저의 미소였다.

평상 시 음식 앞에서는 ‘전투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것과 달리, 괜스레 야채 쪽으로만 젓가락이 가는 송이 매니저에게서는 박성광을 대접해야겠다는 마음과 너무 비싸 더 먹기는 부담스러운 소고기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공존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듯, “네가 맛있게 먹어야 나도 맛있게 먹는다”고 말하는 박성광은 굳이 더 생갈비를 시키고 매니저 몰래 계산을 했다. 송이 매니저가 가진 마음도 훈훈하지만, 이를 알아주고 배려해주는 박성광의 마음 씀씀이 또한 따뜻하게 다가온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승승장구하기를 바라는 건 당연한 인지상정일 게다. 사회 초년병이 갖는 현실적인 고충과 그럼에도 해야 할 도리는 다 하려는 모습. 그리고 그걸 묵묵히 지켜봐주면서 모르게 배려하는 모습이 담아내는 따뜻함. 박성광과 송이 매니저가 광고 촬영을 하는 일조차 지지하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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