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광자매', 너무하네.. 주말극보다 암 걸릴 판

 

주말극보다 병 걸리겠네. KBS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 시청자들의 토로다. 사실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라고 했을 때부터 민폐 캐릭터 하나쯤 나올 거라 짐작하기는 했다. 전작이었던 <왜 그래 풍상씨>에서도 동생을 자식처럼 생각하는 풍상(유준상) 주변의 인물들이 하나 같이 민폐들이었고, <왕가네 식구들>, <수상한 삼형제>, <조강지처클럽>, <소문난 칠공주> 등등 그의 작품에 민폐 캐릭터는 늘 등장해 가족이 아니라 원수에 가까운 언동으로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오케이 광자매>는 그 민폐 캐릭터의 구성이 <왜 그래 풍상씨>와 비슷하다. 평생 가족을 위해 일만 하며 여유 한 번 부리지 못하고 살아온 아버지 이철수(윤주상)가 바로 풍상의 또 다른 모습이고, 광남(홍은희), 광식(전혜빈), 광태(고원희) 이 세 자매가 풍상을 괴롭히던 동생들의 이 작품 버전이다.

 

훨씬 세게 느껴지는 건 그래도 자식들인 이 광자매들이 아버지 철수에게 하는 만행에 가까운 언동들이다. 엄마의 이혼요구를 아빠 탓이라며 받아들이라 몰아세우는 광자매들은 엄마의 실체를 모른다. 엄마가 고생만 하며 살아왔다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진짜 고생만 한 건 아빠였다. 철수가 벌어다 주는 돈을 펑펑 쓰면서 급기야 젊은 남자와 바람이 나 이혼까지 요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철수는 딸들이 충격을 먹을까봐 아내의 외도사실을 밝히지 않는데, 그것 때문에 딸들에게 갖은 가시 돋친 말들을 들어야 한다. 급기야 바람난 젊은 남자와 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해 사망하자 딸들은 엄마의 죽음 또한 이혼을 해주지 않은 아빠 탓이라 몰아세우고, 사고가 아닌 누군가 고의로 타이어에 펑크를 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심지어 아빠가 엄마를 죽인 게 아니냐고까지 의심한다.

 

하지만 철수의 고난은 그게 끝이 아니다. 일 년이 지난 후 아내의 제사를 지내는 와중에도 몰려온 딸들에게 그는 갖가지 수모를 당한다. 마치 아빠가 엄마를 죽인 살인자라는 걸 확신하는 딸들은 어떻게 제사를 지낼 생각을 하냐고 쏘아대고, 집안 가득 온통 빨간 딱지가 붙어버린 집을 보며 엄마가 죽었는데 아빠는 어떻게 돈을 펑펑 쓰고 다녔냐고 아빠를 파렴치한 보듯 한다. 사실 생전 사치를 부린 아내의 죽음으로 빚쟁이들의 빚을 갚아주고, 결혼식 날 배우자 집안의 실체를 보고 도망쳐버린 광식 때문에 피해보상(?)까지 해주느라 그렇게 된 것이라 말하지만 이 딸들은 좀체 아빠를 믿어주려 하지 않는다.

 

사실 이 정도면 다 큰 딸들에게 엄마의 실체를 말해주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충격을 줄까 싶지만, 문영남 작가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이 광자매들의 지독한 오해와 그로 인해 아빠에게 패륜에 가까운 민폐를 끼치고 독설을 쏟아내는 것이야말로 시청자들이 '뒷목 잡으며 드라마를 보게 되는' 이유가 될 거라는 걸.

 

실제로 이러한 자식이 아닌 원수인 광자매들의 '만행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고 얼마나 피눈물을 흘리는지 두고 보자는 마음을 만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시청자들도 그럴까? 3회 연속으로 연달아 민폐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고구마 파티'에 빠뜨리면서 굳이 이걸 봐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지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보수적인 시청층을 갖고 있는 KBS 주말드라마 시간대이기에 그 힘을 유지하고 있지만, "해도 너무하네" 하는 볼멘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건 당연한 상황이다. 과연 시청자들은 뒷목을 잡아가면서도 계속 광자매들이 피눈물 흘리는 그 장면을 기다리며 드라마를 볼 것인가. 아니면 굳이 볼 것도 많은 요즘 같은 시대에 주말극에서까지 고구마가 목에 걸릴 듯한 답답함을 느껴야 하냐며 시청을 포기할 것인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KBS)

'오케이 광자매', 지지고 볶는 가족극에 살인사건까지

 

문영남 작가가 KBS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로 돌아왔다. 이로써 지난해부터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갖게 만들었던 문제적 작가 3인방, 즉 김순옥, 임성한,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 세 편이 모두 공개됐다. 워낙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드라마들로 정평이 나 있어서인지, 세 작가의 작품들은 일단 시청률에 있어서는 놀라운 성취를 거두고 있다.

 

가장 먼저 SBS <펜트하우스>로 돌아온 김순옥 작가가 특유의 마라맛 복수극에 빠른 전개로 시즌1에 이은 시즌2도 파죽지세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고, 임성한 작가의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자극적인 불륜 미화 소재로 8%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시즌1을 마무리했다. 문영남 작가의 <오케이 광자매>도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2회 만에 26%(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오케이 광자매>의 동력은 문영남 작가 특유의 지지고 볶는 가족극을 빠른 속도로 전개하는 데다, 특이하게도 가족극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살인사건이라는 소재까지 더해 벌써부터 남다른 화력을 예고하고 있다. 문영남 작가표 가족극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고구마 캐릭터들'이 <오케이 광자매>에는 줄줄이 등장한다.

 

마치 가부장적인 인물이 아닐까 싶었던 이철수(윤주상)라는 아버지는 알고 보니 개념 없는 세 딸, 이광남(홍은희), 이광식(전혜빈), 이광태(고원희)라는 인물들의 선입견이 만든 오해였다. 엄마가 딸 셋을 낳아 구박을 받았고 그래서 이혼을 요구하는 걸 아버지에게 받아들이라고 딸들은 얘기했지만, 사실 그 엄마는 가정에 충실하지 않았고 심지어 외도를 하고 있었다.

 

죽고 싶은 심정의 이철수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만나기만 하면 엄마 편을 들며 아버지를 쏘아대는 세 딸의 무개념은 문영남 작가 특유의 극성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시청자들은 고구마 백 개를 입에 넣은 것 같은 답답함과 분노를 느끼면서도 세 딸이 실제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겪을 후회와 반성을 기대하며 계속 보게 된다.

 

흥미로운 건 보통 주말극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주로 '핍박받는 여성들'이었던 반면, <오케이 광자매>는 거꾸로 '곤경에 처한 남성들'을 다룬다는 점이다. 바람까지 피며 이혼을 요구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 몰아붙이는 딸들 앞에서 무너지는 이철수와, 그와 형동생하는 사이로 모든 걸 쏟아 부었던 맏아들에게 결혼식에 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는 한돌세(이병준), 그리고 아는 동생이 아기 둘을 놓고 도망쳐 어쩌다 육아의 늪에 빠져버린 한돌세의 둘째 아들 한예슬(김경남) 같은 남성들이 그렇다.

 

하지만 무엇보다 <오케이 광자매>가 특이한 건, 주말극에 '살인사건'이라는 코드를 넣었다는 사실이다. 바람난 이철수의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그 죽음이 누군가 타이어에 펑크를 낸 '살인'의 징후가 드러나며 범인을 찾게 되는 코드가 들어가 있는 것. 결국 누가 살인을 저질렀는가에 대한 의심이 이어지면서 그로 인해 적나라하게 드러날 이 가족의 민낯은 보다 자극적인 이야기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통 KBS 주말드라마는 가족드라마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고, 그래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행복하며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그 공식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오케이 광자매>는 그와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여준다. 문영남 작가 특유의 지지고 볶는 가족들의 '진상'이 적나라하게 등장하고 여기에 살인사건이라는 파격까지 더하고 있는 것. 과연 이건 이미 패턴화되고 있는 주말드라마의 파격적인 변신일까 아니면 주말드라마조차 패륜적인 내용까지 담는 자극이 필요해졌다는 신호일까.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KBS)

‘왜그래 풍상씨’ 돌아온 문영남 작가의 가족극, 이번에도 통할까

‘가족은 힘인가, 짐인가?’ KBS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의 기획의도에 들어간 이 한 줄은 아마도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가장 잘 압축해놓은 것일 게다. 이 드라마는 1인 가구가 보편적 삶이 되어가고 있는 가족 해체 시대에 특이하게도(?) 가족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그것도 트렌디한 장르물들이 주로 편성되는 수목의 시간대에. 


아마도 보통의 작가가 수목극에 가족드라마를 하겠다고 했다면 결코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을 게다. 하지만 문영남 작가다. 항상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막장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늘 기대 이상의 시청률을 만들어내는 작가이고, ‘민폐캐릭터’가 항상 등장해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하는 비슷한 드라마 공식을 활용하지만 그래도 일정 부분의 메시지를 던지는 작가다. 무엇보다 그저 그런 가족드라마가 아니라 화제를 일으키는 가족드라마를 쓴다는 점이 문영남 작가가 가진 힘이다. 

실제로 <왜그래 풍상씨>는 2회 만에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와 캐릭터들을 일목요연하게 담아냈다. “동생을 자식처럼 착각하며” 살아가는 착한 중년 아저씨 풍상(유준상)을 중심으로 뒷목 잡게 하는 민폐캐릭터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이름에 캐릭터의 성격을 넣는 문영남 작가의 특징대로 동생들은 저마다 풍상(아마도 바람 잘 날 없는 인물이라는 뜻일 게다)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도박 중독으로 하다못해 카센터 하는 풍상의 가게에서 타이어를 훔쳐다 내다팔아 도박을 하는 진상(오지호), 하는 일없이 자격지심만 강해 사기나 치고 다니며 할말 못할 말 쏟아내는 화상(이시영), 그나마 정상적으로 성공한 의사의 삶을 살고 있지만 어쩌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정상(전혜빈) 그리고 배다른 자식으로 아버지가 버리려하는 걸 풍상이 거둬 키운 막내 외상(이창엽)이 그들이다. 

민폐캐릭터는 동생들만이 아니다. 집을 나간 후 소식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죽어 돌아온 아버지가 그렇고, 그가 죽자 남긴 유산은 없나 다른 남자와 찾아온 어머니 노양심(이보희)이 그렇다. 그나마 이 힘든 삶을 버텨내는 생활력 강한 풍상의 아내 분실(신동미)이 있지만, 그도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분실은 무려 18년 간이나 동생들을 거둬 살고 있지만 이제 자신의 친정아버지 보구(박인환)를 모시고 싶어한다. 그런데 어쩐지 이 친정아버지도 풍상의 짐이 될 인물처럼 보인다. 이런 바람 잘 날 없는 집안에서 풍상의 딸 중이(김지영)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 

<왜그래 풍상씨>는 그래서 전형적인 문영남표 가족드라마의 틀을 가져온다. 민폐캐릭터들이 줄줄이 서서 풍상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하지만 풍상이라는 캐릭터가 특이하다. 이 정도면 가족이 아니라 원수로 보일 정도인데, 그는 “그래도 가족”이라며 함께 모여 밥 한 끼를 하는 걸 행복으로 여긴다. 도대체 풍상은 왜 이러는 걸까. 

<왜그래 풍상씨>는 그 제목에 담겨있는 것처럼 풍상이라는 인물이 왜 가족이 더 이상 힘이 아니라 짐이 되기도 하는 가족해체시대에도 이토록 가족에 집착하는가를 그린다. 가족드라마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지금, 그것도 주로 트렌디한 장르물을 담던 수목 시간대에 이 드라마가 들어와 있는 건 그래서 자못 도발적이다. 이건 역발상일까 아니면 시대착오일까. 

역발상으로 본다면 <왜그래 풍상씨>는 의외로 가족해체시대에 오히려 갖게 되는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 드라마로 보일 수 있다. 풍상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헌신적인 가족애는 이제 현실에서 찾기 쉽지 않은 모습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먹먹함을 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를 현실성 없는 이야기로 보게 되면 이 드라마는 시대착오적인 느낌으로만 다가올 수 있다. 과연 시청자들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까. 문영남 작가의 수목극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KBS)


<캐리녀> 최지우, 그녀가 캐리어를 끄는 까닭

 

근데 꼭 뭐여야만 하는 겁니까? 아무 것도 아니면 안 되는 거냐구요? 꼭 변호사, 검사, 의사 이런 게 되야 하는 거냐구요? 내가 좋아하는 일 하면 안 되는 거냐구요?” MBC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 차금주(최지우)는 직업을 묻는 형사에게 그렇게 되묻는다. 바람 난 남편 때문에 집을 나와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그녀는 왠만하면 쿨하게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으려 했다. 하지만 남편의 내연녀가 아기까지 가진데다 너무나 뻔뻔하게 이혼을 요구하는 모습에 분노해 남편의 차를 박살낸 죄로 경찰서에 오게 된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사진출처:MBC)'

조서를 꾸미는 형사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차금주의 말에 금세 목소리 톤이 바뀐다. “그럼 변호사님이셨어요?” 그러나 변호사 아니라는 말에 다시 말투가 바뀐다. 비서도 경리도 아니라는 차금주에게 계속 직업이 뭐냐고 추궁하자 그녀는 아무 것도 아니라며 누군가의 아내이자 바람 핀 남편의 아기가 곧 태어날 거란 사실에 분노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될 자격이 있다는 걸 입증할 방법이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 짧은 장면은 <캐리어를 끄는 여자>가 갖고 있는 현실 인식이 담겨 있다. 무언가 간판을 요구하는 사회. 그래서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험을 봐 그 간판을 따내야 하는 현실. 법정드라마가 주인공인 차금주라는 인물을 변호사나 검사가 아닌 사무장으로 세운 건 그래서다. 그녀는 로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사실상 해결하는 인물이다. 찾아내지 못해 난항을 겪었던 사건의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고 거짓 증언을 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증인의 마음을 돌려 양심선언을 하게 만들기도 하는 인물.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실제적인 역할을 하는 차금주는 사실상 진짜 현실의 무대에서는 뒤편으로 밀려나 있다. 변호사가 있어야 사무장이라는 자신의 존재가 가능한 현실이기 때문에 지금껏 이복동생인 박혜주(전혜빈)를 변호사로 만들어 뒤에서 실제로 일을 해왔지만, 그녀는 박혜주로부터 사무장이라는 처지를 조롱받는 입장에 처해 있다. 이겨도 그녀의 사건이 되지 못하는 차금주의 아픈 처지를 박혜주는 가시 같은 말로 콕콕 찔러댄다.

 

이것은 일의 영역에서만이 아니다. 그녀는 남편을 위해 헌신해왔지만 그 남편은 그녀가 감옥에 다녀온 사이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 살림을 차린다. 사실상 자신이 다 꾸려온 집안이지만 그녀는 내연녀가 떡 하니 자리한 집을 나와 고시원에서 살아간다. 일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그녀는 그녀 스스로 자조하듯 아무것도 아닌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 그녀를 경찰서에서 빼내 집까지 바래다준 함복거(주진모)에게 그녀가 자고 갈래요?”라고 불쑥 묻는 질문에는 그녀의 절실함이 담겨있다. 자신의 존재감을 그렇게 해서라도 느끼고 싶다는 것.

 

그녀가 늘 뒤편으로 밀려난 까닭은 이른바 시험 공포증으로 고시에서 연거푸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호사나 검사가 아니라도 그녀는 자신이 하고 있는 사무장이라는 일에 깊은 만족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그녀 말대로 변호사, 검사, 의사가 아니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녀를 세상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이렇게 번드르르한 간판을 가진 직업이 아니라도 실제로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거기서 능력을 발휘하는 삶에 대한 재조명이다. 도대체 직업의 위계라는 것이 어디에 있을까. 법정에서 변호를 하든 그 변호를 할 수 있게 현장에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든 그건 똑같은 일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

 

그녀의 간판이 아니라 능력을 봐 주는 두 인물, 함복거 대표와 마석우(이준) 변호사와의 멜로가 판타지를 주는 건 그래서 단순한 남녀 관계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그녀의 진가를 알아봐주는 그 시선에서 만들어지는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일과 사랑이 얽혀지는 그 지점에는 그래서 간판 사회에 대한 작가의 날선 비판 의식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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