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시즌4, 출연자 매력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것들

 

복불복으로 시작해 복불복으로 끝나는 느낌이다. KBS 대표 예능 프로그램 <1박2일> 시즌4가 복불복의 늪에 빠졌다. 김종민을 제외하고 출연자들을 모두 교체했고, 제작진도 방글이 PD를 새롭게 기용해 새 진용을 꾸렸다. 물론 이렇게 새로 시작하는 체제는 초반 어느 정도의 적응기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건 출연자들도 또 제작진들도, 시청자들도 필요하다.

 

그래서 초반에 여행에 대한 새로운 기획을 내놓기보다는 복불복 게임 등을 통해 출연자들의 캐릭터에 집중하는 건 중요하다. 실제로 <1박2일> 시즌4는 충북 단양에서 진행됐던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이나 인제에서 펼쳐진 혹한기 아카데미가 거의 복불복 게임으로 채워졌다. 이동 차량을 두고 벌어지는 복불복, 점심식사 복불복, 저녁식사 복불복에 야외취침을 놓고 벌이는 복불복으로 하루를 끝내면 다음 날 아침 기상미션 복불복이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출연자들의 개성과 매력은 확실히 드러났다. 맏형이지만 게임에 연전연패하며 최약체의 허술한 인간미를 보여주는 연정훈, 새 진용 속에서 브레인으로 거듭난 김종민, ‘도톰과 제리’라는 별칭으로 티키타카 케미를 보여주는 문세윤과 딘딘, 예뽀(예능 뽀시래기)라 불리며 허당 승부욕을 드러내는 김선호 그리고 젊은 피의 패기로 다가오는 라비가 그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이 정도 캐릭터가 생겨난 상황에서 경북 안동으로 떠난 네 번째 여행도 거의 비슷한 패턴을 보여준다는 건 어딘지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복불복 게임에도 안동이라는 특색을 더하려 노력한 흔적은 보인다. 하지만 그 연결고리가 너무 작위적인 면도 있다. 예를 들어 그 곳에 흐르는 낙동강을 얘기하며 떠오르는 ‘오리알’ 복불복을 한다거나, 도산서원에서 한자 대결을 하고, 안동에 있는 이육사 문학관에서 시 암송 미션을 하는 식이 그렇다.

 

물론 안동이라는 지역과 연관이 있는 복불복 게임이긴 하지만 그것이 실제 여행과 관련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오리를 보거나 오리알을 먹기 위해 안동을 가는 이들이 몇이나 될 것이며, 도산서원이 주는 고적하면서도 편안해지는 그 공간의 맛을 생각한다면 한자 대결이 여행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이육사 문학관에서 시 암송 대결을 벌이는 것이 물론 게임의 재미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이육사의 문학이 가진 의미나 가치를 되새겨 주진 않을 게다.

 

<1박2일>은 결국 여행 프로그램이다. 시즌4로 이어지면서까지 계속 이 프로그램이 존속할 수 있는 이유는 국내 여행지를 소개한다는 그 취지가 KBS라는 공영방송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1박2일>의 핵심은 여행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초반에 새로운 출연자들이 등장해 이들을 소개하는 시간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복불복이라는 조미료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복불복은 조미료에 해당하지 <1박2일>이 가진 여행이라는 음식은 아니다. 복불복이라는 조미료에 출연자 매력만으로 <1박2일>이 제대로 된 음식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1박2일>이 여행의 어떤 면들을 찾아내야 이런 단점들이 보완될 수 있을까. 그것은 현재 실제로 그 여행지를 여행하고픈 이들이 갖는 그 정서에서 찾아내야 한다. 누군가 안동을 여행하고 싶다면 왜 하필 그 곳을 가고 싶어 할 것인가를 찾아내야 하고 그 곳을 여행할 때 갖게 되는 독특한 감정이나 정서, 분위기 같은 것을 프로그램에 녹여내야 <1박2일>은 제대로 된 국내 여행을 담는 프로그램으로 설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프로그램을 보고 나도 저 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야 여행 프로그램은 비로소 기본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당장의 시청률과 재미를 위한 복불복의 재미에 빠져들다가 여행이 아닌 게임 예능이 되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새 출연자들의 매력은 충분히 알았다. 이제 여행이 주는 묘미를 찾아야 할 때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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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급식왕’, 백종원과 고등셰프 기대감 잘 살아나지 않는 건

 

tvN <고교급식왕>이 방영된다고 했을 때 기대감은 컸다. 일단 최근 방송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는 백종원이 출연한다는 점이 그랬고, 무엇보다 ‘고교 급식’이라는 소재가 새롭게 다가왔다. 먹방과 쿡방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그래도 ‘급식’이라는 소재는 확연히 달라보였다. 입시에 지친 학생들의 유일한 하루의 낙일 수도 있는 ‘급식’이 아닌가. 남다른 정서와 감정이 얹어질 수밖에 없는 소재였다.

 

그런데 방영된 첫 회는 이런 기대감과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였다. 백종원은 생각보다 프로그램의 중심은 아니었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건 총 234팀 중 3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8팀의 이른바 ‘고등셰프들’. 프로그램은 이 8팀이 저마다 어떤 특징과 개성을 가졌는가를 소개하는데 초반의 시간들을 대부분 써버렸다.

 

물론 8팀의 색깔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해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요리인재들로 포진되어 ‘급슐랭’이라는 지칭이 허명이 아닐 듯한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이나,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글로벌 식단이 기대되는 ‘대경상업고등학교’ 학생들. 한 살 차이지만 ‘아빠와 아들’ 케미를 보여준 ‘진관&환일고등학교’ 학생들이나, 정통 한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전주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 학생들 등등. 학생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요리 실력들과 아이디어 그리고 무엇보다 뚜렷한 색깔들은 그들이 만들어낼 요리 또한 확연히 다른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리고 <고교급식왕>은 곧바로 8강 첫 대결에 들어갔다. 첫 대진조로 꼽힌 ‘최강이균’팀과 ‘밥상머리팀’. 요리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학생들이었지만 무려 1000인분을 해야하는 급식은 이들을 주눅 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칼로리와 영양, 단가까지 계산해서 만들어야 하는 급식은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니었다. 메뉴를 선정하기 위해 두 팀은 방과 후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고, 백종원은 그 메뉴들이 과연 급식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실제적인 조언을 더해줬다.

 

결전의 날, 두 팀은 경북 김천고등학교의 급식실에서 본격적인 대결에 들어갔다. 김천고의 급식을 담당하는 조리장분들이 이들을 도왔다. 점심시간에 맞춰 1000인분을 해내야 하는 미션은 흥미로우면서도 고등셰프들을 멘붕에 빠뜨리는 일이기도 했다. 그 정신없이 돌아가는 급식 조리의 과정이 채워졌고 다음 회에는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하는 이들의 대결이 예고됐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첫 방송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예고편이 갖게 했던 기대감과 달리 어딘가 남는 허전함이 적지 않다. 도대체 뭐가 빠져있는 걸까. 그 해답은 <고교급식왕>이라는 제목에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이 과연 급식을 만드는 고등셰프들만의 이야기일까 하는 데 있다. 프로그램은 첫 회에 출연해 대결을 벌이는 고등셰프들의 이야기에 집중했지만, 어쩌면 이보다 더 중요했던 건 급식을 먹는 고등학생들의 남다른 정서나 감정 같은 게 아니었을까.

 

음식은 하는 사람보다 사실 그걸 먹을 사람에 따라 다른 차원의 정서들이 얹어지게 마련이다. ‘고교급식’은 바로 그 고등학생들이 처한 상황이 더해져 그들이 대하는 급식의 의미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고교급식왕>이 만일 이 프로그램만의 특수한 정서적 지점인 고교급식을 그걸 먹게 되는 학생들로부터 찾아내 전면에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건 자칫 대량으로 하는 요리대결에 머무를 위험성이 있지 않을까. 프로그램이 어디에 집중해야할지 한번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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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혼'에 특히 중요한 적당한 거리

“새로운 시작을 축하해. 행복하세요.” KBS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서 조석무(차태현)는 느닷없이 강휘루(배두나)에게 존칭을 했다. 이미 이혼 도장을 찍었지만 같은 집에서 함께 지내왔던 그들은 완전한 이별을 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 여느 부부가 그러하듯 편하게 반말을 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강휘루가 드디어 집을 떠나 자신이 하고팠던 동화작가의 길을 가겠다 결심하면서 두 사람은 그 이혼을 실감하게 된다. 

물론 강휘루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그 잔상에서 조석무는 벗어나지 못했다. 침대에서 우연히 발견된 강휘루의 머리끈을 계속 만지작거리는 건 조석무가 강휘루에게 갖고 있는 여전한 미련과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는 강휘루의 말에 그는 그걸 축하하며 “행복하세요”라는 존칭을 썼다. 그건 두 사람 사이의 실질적인 ‘거리감’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잘자요.” 조석무의 존칭에 강휘루 역시 존칭으로 이별을 고했다.

어쩌면 <최고의 이혼>이 담아내려는 이야기가 바로 이 ‘거리감’에 대한 것일 수 있었다. 강휘루는 헤어지기 전 그 거리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결혼 하면 상대가 자기 거라고 생각하잖아. 그래서 자기 마음대로 하려하고.” 그 말은 그렇게 거리감이 사라진 가까운 관계가 되면서 오히려 상대방을 잘 못 보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것일 게다. 

집을 나와 찾아가게 된 출판사에서 강휘루는 오기완(이종혁)을 만나고, ‘적당한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가장 가까운데 가장 몰랐다”고 강휘루는 조석무에 대해 말한다. 자신의 꿈인 동화작가의 길을 몰라줬다고 조석무에게 화를 냈지만, 그 또한 조석무가 음악에 꿈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려 하지 않았다는 것. 오기완은 “원래 가까우면 더 잘 안보여요”라고 말한다. 갑자기 강휘루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며 “가까우니 형체가 잘 안보이죠?”라고 물으며 ‘적당한 거리’여야 잘 보인다고 말한다.

<최고의 이혼>이 이런 제목을 갖게 된 건 어쩌면 우리네 관계의 궁극적 목표가 결혼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혼 그 자체도 아니라는 걸 드러내기 위함이 아닐까. 그것보다는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 진짜 목표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헤어지면서 서로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또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알게 되는 조석무와 강휘루의 관계가 그걸 보여주고 있다. 

<최고의 이혼>은 그 관계 구조만 보면 뻔한 4각 관계가 아닐까 오해될 수 있는 틀을 갖고 있다. 조석무와 강휘루, 그리고 이장현(손석구)과 진유영(이엘), 이렇게 네 사람이 부부였다가 헤어져 각자가 되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관계의 변주. 그래서 자칫 뻔한 4각 관계의 자극적인 늪으로 빠질 수 있었지만, 거기서 벗어나게 해준 건 바로 그 인물들 사이의 ‘적당한 거리’였다.

하지만 드라마 말미에 조석무에게 진유영이 “자보자. 일단 한번 자보자”고 충격적인 제안을 하는 장면과, 갑자기 강휘루와 이장현이 격렬한 키스를 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금껏 잘 흘러왔던 <최고의 이혼>이 결국은 4각관계의 늪으로 빠져드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다. 끝까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주면 안될까. 적어도 우리네 정서를 생각한다면.(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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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엘·배두나에게 버림받은 차태현 통해 '최고의 이혼'이 하고픈 이야기

“10년이 지나도 아무 것도 모르네. 나 너와의 사이에 좋은 추억 같은 거 하나도 없어. 헤어질 때 생각했어.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이런 남자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같은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대학시절 첫사랑 진유영(이엘)이 갑자기 내뱉은 이 말에 조석무(차태현)는 충격에 빠진다. 조석무는 진유영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걸 목격한 후, 그 찜찜함을 견디지 못한다. 결국 진유영을 찾아가 생각해준답시고 그 사실을 얘기하는데, 갑자기 진유영에게서 나온 이야기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다.

KBS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은 우리가 흔히 이혼이나 헤어짐에서 상상하는 그런 극적인 이유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보통 이혼이라고 하면 계기가 되는 엄청난 사건을 떠올린다. 무수한 드라마들이 불륜을 다루고 끔찍한 사건들을 그 헤어짐의 이유로 제시하듯이. 하지만 <최고의 이혼>은 그 사유가 자잘한 일상의 누적과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뱉은 말들, 혹은 하필이면 상대방에게 상처 줄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된 ‘기막힌 타이밍’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첫 회 만에 이혼을 하게 된 조석무와 강휘루(배두나)의 이혼 전 분위기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반복처럼 보인다. 하지만 “헤어지자”며 “시원하다”고 말하는 강휘루의 그 지점에서 되돌아보면 아주 자잘한 일상 속에 담겨진 무수한 상처들이 느껴진다. 강휘루의 앞에서 습관처럼 나오는 조석무의 한숨이나, 조금이라도 어질러진 걸 견디지 못해 잔소리를 해대며 치우고 또 치우는 조석무의 행동은 강휘루의 마음 한 구석을 짓누른다. 

물론 조석무는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든 부르면 출동해야 하는 보안업체 직원으로 고객들의 자잘한 요구들에 힘겨워한다. 그들에게는 별 것도 아닌 요구처럼 보이지만 조석무는 그걸 위해 뛰고 또 뛰어야 한다. 그래서 조석무는 많은 걸 포기하고 살아가는 비관주의자가 됐다. 젊은 날에는 꿈도 있어 기타를 치고 음악을 했지만 지금 그의 소망은 고양이와 함께 아무도 없는 산골 어딘가에서 살고 싶다거나, 커피 한 잔에 나가사키 카스테라를 즐기고 싶은 정도다. 하지만 그것을 강휘루는 ‘별 것도 아닌 일’로 치부한다. 

그런 일상들이 오래도록 겹치고, 거기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오해가 깊어지다 결국 사건이 터진다. 동화작가가 꿈인 강휘루는 자신이 쓴 원고를 조석무가 한번쯤 읽어봐 주기를 바라며 식탁 위에 흩어 놓지만, 실수로 물을 흘려 젖은 원고를 조석무는 정리하지 않고 굴러다니는 쓰레기나 잡동사니 정도로 여긴다. 결국 폭풍우가 치던 날, 문을 두드리는 게스트하우스 손님 때문에 두려워 조석무에게 빨리 와 달라 보낸 문자의 답변으로, 문밖에 있는 화분을 들여놓으라는 문자를 받게 된 강휘루는 “헤어지자”고 말하게 된다.

이런 사정은 조석무가 첫 사랑인 진유영과 헤어지게 된 이유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어째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했는가의 이유는 진유영의 어린 시절 겪었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부였던 아버지에 그토록 의지했던 이 어린 소녀는 아버지가 상어의 습격을 받아 죽게 되면서 자우림의 노래를 좋아하게 됐고, 자신도 음악의 꿈을 갖게 된다. 

하지만 진유영이 작곡한 곡을 조석무는 그가 한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표절”이니 “쓰레기”니 하는 지독한 표현으로 폄하해버린다. 물론 조석무는 아무 것도 모르고 한 이야기지만, 그 말은 아마도 진유영의 삶 전체를 부정하는 듯한 상처로 남았을 게다. 그리고 심지어 밴드부에서 진유영이 만든 곡에 조석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싸구려 꽃무늬 변기 커버 같은 음악”이라는 말을 한다. 게다가 하필이면 상어의 습격을 받아 죽은 사람의 뉴스를 보면서 조석무는 진유영에게 “사람은 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러니 조석무를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한 진유영의 마음이 이해될 밖에.

물론 여기에는 일본 원작 특유의 독특한 정서가 깔려 있다. 즉 일본인들의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 그 정서가 깔려 이런 관계가 틀어지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석무가 충격을 받는 건, 그가 무심하거나 나쁜 사람이거나 해서가 아니라 다만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로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몰라서다. 알고 보면 조석무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가 병에 걸린 반려견을 어딘가로 데려가 버린 일 때문에 지금껏 그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그 충격적인 경험은 조석무에게 알 수 없는 분노와 체념, 깔끔한 것에 대한 집착, 부정적인 사고방식 같은 것들을 만들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최고의 이혼>이 하려는 이야기는 무얼까. 그건 아마도 ‘연민’이 아닐까. 본래 비극이 가진 가장 큰 기능은 위에서 인간사를 내려다보며 그들이 저도 모르게 어쩔 수 없는 아픔이나 슬픔, 관계의 비틀어짐 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갖게 되는 ‘연민’의 감정이다. 누가 잘했고 잘못 했고가 아니라 한 치 눈앞의 비극적 상황들을 모른 채 그 속으로 발을 들이는 인간의 소소함을 들여다보며 느끼는 연민의 감정. 

<최고의 이혼>은 우리에게 벌어지는 비극적인 선택들이 굉장한 사건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자잘한 일상들 속에서 저도 모르게 벌어지는 ‘인간적 한계’로 인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살아가고, 뒤늦게 그 이유들을 발견하며 충격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렇게 알아가며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다. <최고의 이혼>은 그래서 제 아무리 잘 사는 것처럼 보여도 그 실체를 보지 못하는 ‘최악의 결혼’의 반대말처럼 다가온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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