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급식왕’, 백종원과 고등셰프 기대감 잘 살아나지 않는 건

 

tvN <고교급식왕>이 방영된다고 했을 때 기대감은 컸다. 일단 최근 방송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는 백종원이 출연한다는 점이 그랬고, 무엇보다 ‘고교 급식’이라는 소재가 새롭게 다가왔다. 먹방과 쿡방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그래도 ‘급식’이라는 소재는 확연히 달라보였다. 입시에 지친 학생들의 유일한 하루의 낙일 수도 있는 ‘급식’이 아닌가. 남다른 정서와 감정이 얹어질 수밖에 없는 소재였다.

 

그런데 방영된 첫 회는 이런 기대감과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였다. 백종원은 생각보다 프로그램의 중심은 아니었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건 총 234팀 중 3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8팀의 이른바 ‘고등셰프들’. 프로그램은 이 8팀이 저마다 어떤 특징과 개성을 가졌는가를 소개하는데 초반의 시간들을 대부분 써버렸다.

 

물론 8팀의 색깔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해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요리인재들로 포진되어 ‘급슐랭’이라는 지칭이 허명이 아닐 듯한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이나,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글로벌 식단이 기대되는 ‘대경상업고등학교’ 학생들. 한 살 차이지만 ‘아빠와 아들’ 케미를 보여준 ‘진관&환일고등학교’ 학생들이나, 정통 한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전주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 학생들 등등. 학생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요리 실력들과 아이디어 그리고 무엇보다 뚜렷한 색깔들은 그들이 만들어낼 요리 또한 확연히 다른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리고 <고교급식왕>은 곧바로 8강 첫 대결에 들어갔다. 첫 대진조로 꼽힌 ‘최강이균’팀과 ‘밥상머리팀’. 요리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학생들이었지만 무려 1000인분을 해야하는 급식은 이들을 주눅 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칼로리와 영양, 단가까지 계산해서 만들어야 하는 급식은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니었다. 메뉴를 선정하기 위해 두 팀은 방과 후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고, 백종원은 그 메뉴들이 과연 급식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실제적인 조언을 더해줬다.

 

결전의 날, 두 팀은 경북 김천고등학교의 급식실에서 본격적인 대결에 들어갔다. 김천고의 급식을 담당하는 조리장분들이 이들을 도왔다. 점심시간에 맞춰 1000인분을 해내야 하는 미션은 흥미로우면서도 고등셰프들을 멘붕에 빠뜨리는 일이기도 했다. 그 정신없이 돌아가는 급식 조리의 과정이 채워졌고 다음 회에는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하는 이들의 대결이 예고됐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첫 방송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예고편이 갖게 했던 기대감과 달리 어딘가 남는 허전함이 적지 않다. 도대체 뭐가 빠져있는 걸까. 그 해답은 <고교급식왕>이라는 제목에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이 과연 급식을 만드는 고등셰프들만의 이야기일까 하는 데 있다. 프로그램은 첫 회에 출연해 대결을 벌이는 고등셰프들의 이야기에 집중했지만, 어쩌면 이보다 더 중요했던 건 급식을 먹는 고등학생들의 남다른 정서나 감정 같은 게 아니었을까.

 

음식은 하는 사람보다 사실 그걸 먹을 사람에 따라 다른 차원의 정서들이 얹어지게 마련이다. ‘고교급식’은 바로 그 고등학생들이 처한 상황이 더해져 그들이 대하는 급식의 의미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고교급식왕>이 만일 이 프로그램만의 특수한 정서적 지점인 고교급식을 그걸 먹게 되는 학생들로부터 찾아내 전면에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건 자칫 대량으로 하는 요리대결에 머무를 위험성이 있지 않을까. 프로그램이 어디에 집중해야할지 한번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사진:SBS)

'최고의 이혼'에 특히 중요한 적당한 거리

“새로운 시작을 축하해. 행복하세요.” KBS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서 조석무(차태현)는 느닷없이 강휘루(배두나)에게 존칭을 했다. 이미 이혼 도장을 찍었지만 같은 집에서 함께 지내왔던 그들은 완전한 이별을 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 여느 부부가 그러하듯 편하게 반말을 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강휘루가 드디어 집을 떠나 자신이 하고팠던 동화작가의 길을 가겠다 결심하면서 두 사람은 그 이혼을 실감하게 된다. 

물론 강휘루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그 잔상에서 조석무는 벗어나지 못했다. 침대에서 우연히 발견된 강휘루의 머리끈을 계속 만지작거리는 건 조석무가 강휘루에게 갖고 있는 여전한 미련과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는 강휘루의 말에 그는 그걸 축하하며 “행복하세요”라는 존칭을 썼다. 그건 두 사람 사이의 실질적인 ‘거리감’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잘자요.” 조석무의 존칭에 강휘루 역시 존칭으로 이별을 고했다.

어쩌면 <최고의 이혼>이 담아내려는 이야기가 바로 이 ‘거리감’에 대한 것일 수 있었다. 강휘루는 헤어지기 전 그 거리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결혼 하면 상대가 자기 거라고 생각하잖아. 그래서 자기 마음대로 하려하고.” 그 말은 그렇게 거리감이 사라진 가까운 관계가 되면서 오히려 상대방을 잘 못 보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것일 게다. 

집을 나와 찾아가게 된 출판사에서 강휘루는 오기완(이종혁)을 만나고, ‘적당한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가장 가까운데 가장 몰랐다”고 강휘루는 조석무에 대해 말한다. 자신의 꿈인 동화작가의 길을 몰라줬다고 조석무에게 화를 냈지만, 그 또한 조석무가 음악에 꿈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려 하지 않았다는 것. 오기완은 “원래 가까우면 더 잘 안보여요”라고 말한다. 갑자기 강휘루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며 “가까우니 형체가 잘 안보이죠?”라고 물으며 ‘적당한 거리’여야 잘 보인다고 말한다.

<최고의 이혼>이 이런 제목을 갖게 된 건 어쩌면 우리네 관계의 궁극적 목표가 결혼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혼 그 자체도 아니라는 걸 드러내기 위함이 아닐까. 그것보다는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 진짜 목표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헤어지면서 서로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또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알게 되는 조석무와 강휘루의 관계가 그걸 보여주고 있다. 

<최고의 이혼>은 그 관계 구조만 보면 뻔한 4각 관계가 아닐까 오해될 수 있는 틀을 갖고 있다. 조석무와 강휘루, 그리고 이장현(손석구)과 진유영(이엘), 이렇게 네 사람이 부부였다가 헤어져 각자가 되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관계의 변주. 그래서 자칫 뻔한 4각 관계의 자극적인 늪으로 빠질 수 있었지만, 거기서 벗어나게 해준 건 바로 그 인물들 사이의 ‘적당한 거리’였다.

하지만 드라마 말미에 조석무에게 진유영이 “자보자. 일단 한번 자보자”고 충격적인 제안을 하는 장면과, 갑자기 강휘루와 이장현이 격렬한 키스를 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금껏 잘 흘러왔던 <최고의 이혼>이 결국은 4각관계의 늪으로 빠져드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다. 끝까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주면 안될까. 적어도 우리네 정서를 생각한다면.(사진:KBS)

이엘·배두나에게 버림받은 차태현 통해 '최고의 이혼'이 하고픈 이야기

“10년이 지나도 아무 것도 모르네. 나 너와의 사이에 좋은 추억 같은 거 하나도 없어. 헤어질 때 생각했어.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이런 남자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같은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대학시절 첫사랑 진유영(이엘)이 갑자기 내뱉은 이 말에 조석무(차태현)는 충격에 빠진다. 조석무는 진유영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걸 목격한 후, 그 찜찜함을 견디지 못한다. 결국 진유영을 찾아가 생각해준답시고 그 사실을 얘기하는데, 갑자기 진유영에게서 나온 이야기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다.

KBS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은 우리가 흔히 이혼이나 헤어짐에서 상상하는 그런 극적인 이유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보통 이혼이라고 하면 계기가 되는 엄청난 사건을 떠올린다. 무수한 드라마들이 불륜을 다루고 끔찍한 사건들을 그 헤어짐의 이유로 제시하듯이. 하지만 <최고의 이혼>은 그 사유가 자잘한 일상의 누적과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뱉은 말들, 혹은 하필이면 상대방에게 상처 줄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된 ‘기막힌 타이밍’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첫 회 만에 이혼을 하게 된 조석무와 강휘루(배두나)의 이혼 전 분위기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반복처럼 보인다. 하지만 “헤어지자”며 “시원하다”고 말하는 강휘루의 그 지점에서 되돌아보면 아주 자잘한 일상 속에 담겨진 무수한 상처들이 느껴진다. 강휘루의 앞에서 습관처럼 나오는 조석무의 한숨이나, 조금이라도 어질러진 걸 견디지 못해 잔소리를 해대며 치우고 또 치우는 조석무의 행동은 강휘루의 마음 한 구석을 짓누른다. 

물론 조석무는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든 부르면 출동해야 하는 보안업체 직원으로 고객들의 자잘한 요구들에 힘겨워한다. 그들에게는 별 것도 아닌 요구처럼 보이지만 조석무는 그걸 위해 뛰고 또 뛰어야 한다. 그래서 조석무는 많은 걸 포기하고 살아가는 비관주의자가 됐다. 젊은 날에는 꿈도 있어 기타를 치고 음악을 했지만 지금 그의 소망은 고양이와 함께 아무도 없는 산골 어딘가에서 살고 싶다거나, 커피 한 잔에 나가사키 카스테라를 즐기고 싶은 정도다. 하지만 그것을 강휘루는 ‘별 것도 아닌 일’로 치부한다. 

그런 일상들이 오래도록 겹치고, 거기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오해가 깊어지다 결국 사건이 터진다. 동화작가가 꿈인 강휘루는 자신이 쓴 원고를 조석무가 한번쯤 읽어봐 주기를 바라며 식탁 위에 흩어 놓지만, 실수로 물을 흘려 젖은 원고를 조석무는 정리하지 않고 굴러다니는 쓰레기나 잡동사니 정도로 여긴다. 결국 폭풍우가 치던 날, 문을 두드리는 게스트하우스 손님 때문에 두려워 조석무에게 빨리 와 달라 보낸 문자의 답변으로, 문밖에 있는 화분을 들여놓으라는 문자를 받게 된 강휘루는 “헤어지자”고 말하게 된다.

이런 사정은 조석무가 첫 사랑인 진유영과 헤어지게 된 이유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어째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했는가의 이유는 진유영의 어린 시절 겪었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부였던 아버지에 그토록 의지했던 이 어린 소녀는 아버지가 상어의 습격을 받아 죽게 되면서 자우림의 노래를 좋아하게 됐고, 자신도 음악의 꿈을 갖게 된다. 

하지만 진유영이 작곡한 곡을 조석무는 그가 한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표절”이니 “쓰레기”니 하는 지독한 표현으로 폄하해버린다. 물론 조석무는 아무 것도 모르고 한 이야기지만, 그 말은 아마도 진유영의 삶 전체를 부정하는 듯한 상처로 남았을 게다. 그리고 심지어 밴드부에서 진유영이 만든 곡에 조석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싸구려 꽃무늬 변기 커버 같은 음악”이라는 말을 한다. 게다가 하필이면 상어의 습격을 받아 죽은 사람의 뉴스를 보면서 조석무는 진유영에게 “사람은 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러니 조석무를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한 진유영의 마음이 이해될 밖에.

물론 여기에는 일본 원작 특유의 독특한 정서가 깔려 있다. 즉 일본인들의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 그 정서가 깔려 이런 관계가 틀어지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석무가 충격을 받는 건, 그가 무심하거나 나쁜 사람이거나 해서가 아니라 다만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로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몰라서다. 알고 보면 조석무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가 병에 걸린 반려견을 어딘가로 데려가 버린 일 때문에 지금껏 그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그 충격적인 경험은 조석무에게 알 수 없는 분노와 체념, 깔끔한 것에 대한 집착, 부정적인 사고방식 같은 것들을 만들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최고의 이혼>이 하려는 이야기는 무얼까. 그건 아마도 ‘연민’이 아닐까. 본래 비극이 가진 가장 큰 기능은 위에서 인간사를 내려다보며 그들이 저도 모르게 어쩔 수 없는 아픔이나 슬픔, 관계의 비틀어짐 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갖게 되는 ‘연민’의 감정이다. 누가 잘했고 잘못 했고가 아니라 한 치 눈앞의 비극적 상황들을 모른 채 그 속으로 발을 들이는 인간의 소소함을 들여다보며 느끼는 연민의 감정. 

<최고의 이혼>은 우리에게 벌어지는 비극적인 선택들이 굉장한 사건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자잘한 일상들 속에서 저도 모르게 벌어지는 ‘인간적 한계’로 인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살아가고, 뒤늦게 그 이유들을 발견하며 충격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렇게 알아가며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다. <최고의 이혼>은 그래서 제 아무리 잘 사는 것처럼 보여도 그 실체를 보지 못하는 ‘최악의 결혼’의 반대말처럼 다가온다.(사진:KBS)

‘슈츠’, 미드의 정서적 한계를 넘게 해준 실감나는 현실

KBS 수목드라마 <슈츠>는 어딘가 우리 정서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그건 아무래도 유명 미드 원작의 리메이크라는 데서 오는 한계일 게다. 사건들이 한 회에도 두세 개씩 등장해 중첩되고, 이를 동시에 해결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삶의 진리’ 같은 걸 끄집어내는 <슈츠>는 확실히 완성도가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정서적 이질감 같은 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우리네 변호사들의 현실을 담고 있다기보다는 미국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듯한 느낌 때문이다. 이런 이질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가 최강석(장동건)이다. 그의 대사를 들어보면 일상어투라기보다는 명언을 의식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말투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물론 그것이 뭐든 자신이 최고라고만 여기는 이 캐릭터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미드 원작이 갖는 정서적 한계점이 분명하지만, 최근 <슈츠>는 검찰과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면서 그 이질감이 저절로 극복되는 신기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최강석의 검사 시절, 사수였던 오병욱(전노민)의 비리를 발견하게 되면서부터다. 그가 결정적인 증거들을 빼돌려 판결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사실을 최강석이 알게 된 것. 최강석은 그럼에도 감찰에 들어간 오병욱의 비리를 증언하지 않으려 했지만, 홍다함(채정안)은 당시 자신이 모아온 비리증거들을 내놓음으로써 오병욱 스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검찰 전체가 최강석을 적으로 만들어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제아무리 비리를 저질렀지만 자신의 사수의 등에 칼을 꽂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최강석 변호사와 사건으로 맞붙게 되는 검사들이 사력을 다해 그를 이기려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필이면 오병욱이 과거 빼돌린 증거 때문에 감옥에서 이미 10년 넘게 복역한 이의 재심을 최강석이 맡게 되면서 검찰과의 갈등은 더 증폭되었다. 재심은 마치 검찰이 한 잘못을 인정하는 일처럼 여겨졌고, 그걸 당시는 검사였지만 지금은 변호사가 된 최강석이 맡았다는 것에 더 반발하게 된 것. 

의도적으로 선별된 에피소드이겠지만, ‘검찰과 맞서는 변호사’의 이야기가 최고의 몰입을 만들어낸 건 그 사안이 우리네 현실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로 지목되기 때문일 게다. 저 검찰 비리의 문제와 그 적폐 청산이라는 소재로 대중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tvN <비밀의 숲>을 떠올려 보면 지금 <슈츠>가 담고 있는 이 에피소드가 어째서 미드 리메이크임에도 불구하고 정서적인 공감대를 만들어내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과거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순 없지만 현재로부터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순 있다.’ <슈츠> 9회에 달린 소제목은 그래서 의미심장해졌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검찰과 스스로의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지려는 최강석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과연 이 팽팽해진 대결의 끝에서 최강석은 ‘새로운 결말’에 이를 수 있을까. <슈츠>가 미드 원작의 한계를 벗고 우리네 정서와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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