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 일선 검사들의 노력에도 여전히 부조리한 검찰이라는 건

 

윗선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건 일선 검사들이 자신의 일만 열심히 하면 정의가 살아날까.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에서 오래도록 자기 일에 충실해왔던 김인주(정재성) 진양지청장이 검사장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쓸쓸히 물러나는 대목은 한 마디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김인주가 시쳇말로 ‘물을 먹은’ 건 진양시 국회의원 아들이 저지른 사건을 무마하라는 검사장의 청탁을 받아들이지 않고 끝내 그 범법자를 검거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인주에게 은근히 전주지청 자리를 이야기했던 검사장은 그를 천거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에 자신보다도 한참 밑엣 기수인 인물이 오른다. 그는 퇴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검사직을 포기하고 로펌에 들어갈 궁리를 한다.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진양지청 사람들은 김인주 퇴임식에 맞춰 마음을 담은 영상을 만들어 틀어준다. 하지만 김인주는 퇴직하지 않고 수원지청으로 출근할 거라고 선언한다. 후배 밑에서 지내야 하지만 그래도 감수하겠다는 것. 그 이유는 아직 자신이 제대로 된 검사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윗선에서 청탁이 들어와도 그걸 어기고 권력에 기대려는 범법자를 검거해내는 에피소드가 담으려한 메시지는 검찰의 진짜 힘이 바로 이런 일선에서 불이익을 감내하면서도 소신을 지키는 검사들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또 퇴직할 거라 여겼던 김인주 지청장이 검사로 남겠다 선언하는 것도 그 메시지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자신 같은 사람들이 끝까지 버티고 있어야 그나마 정의는 살아날 수 있다는 이야기.

 

하지만 이 이야기는 과연 현실적일까 싶은 면이 많다. 그런 식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검찰의 시스템 문제를 해결해주긴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검찰 시스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아무리 낮은 곳에서 열심히 해도 그 결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드라마에서조차 그렇게 김인주에게 청탁했던 검사장이나, 시키는 대로 말 잘 들었던 이들이 제 자리를 보전하고 영전하는 권력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만일 제대로 된 검찰 시스템이라면 김인주와 진양지청이 청탁까지 내려온 그 사건을 해결할 때 검찰 내부의 사정 또한 이뤄졌어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 김인주가 더 낮은 자리로 물러나게 되지 않았나. 그는 자신이 자리에 연연해 청탁을 받지 않게 한 차명주(정려원)에게 “명예”를 지켜줘 특히 감사하다 말하지만, 소신 있게 일하는 것으로 자신들조차 지키지 못하는 검사들을 국민들이 신뢰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검사내전>은 지금껏 검사를 다루던 여타의 콘텐츠들과 달리 지극히 일상적인 검사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검사도 사람’이라는 걸 짚어낸 것은 이 드라마가 가진 중요한 가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한 사람으로서의 검사들이 열심히 일한 죄로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는 데 박수를 치면서도 씁쓸함이 남는 건, 그런 묵묵한 노력만으로 제대로 정의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검사내전>은 이런 검찰의 부조리를 뒤틀어 비판하고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블랙코미디일까. 그런 면이 없잖아 있다. 깔깔 웃으면서도 남는 페이소스가 강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작품의 원작을 쓴 김웅 검사가 갑자기 현실에 등장해 검찰 개혁에 대해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한 말은 이 드라마를 블랙코미디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면이 있다. 물론 드라마적 변용이 있어 김웅 검사의 이야기와는 논조가 다를 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의구심은 남는다. 과연 시스템의 개혁 없이 일선 검사들의 노력만으로 정의는 살아날 수 있을까.(사진:JTBC)

‘검사내전’도 피할 수 없었던 ‘비밀의 숲’의 문제

 

자동차 수리에 제대로 된 부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보험사에는 제대로 돈을 청구하는 이른바 ‘가짜 청구’ 범죄. 하지만 그 업체 사장이 그 지역의 국회의원 아들이다. 진영지청 차명주(정려원)는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하지만 국회의원의 줄을 타고 저 위에서부터 서서히 압력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검사장이 직접 전화해 김인주(정재성) 진영지청장에게 사건 무마를 명령하고, 그래도 계속 수사를 이어가는 차명주까지 만나 청탁을 한다. 담당검사가 차명주에서 이선웅(이선균)으로 바뀌지만, 또다시 차명주로 바뀌더니 그는 검거된 이들을 무혐의로 풀어준다.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한 국회의원 아들은 수배가 풀리자 유유히 귀국한다....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은 지금껏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봐왔던 검사들과는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검사들을 다뤄왔지만, 그래도 검찰 내부의 비리 문제를 끄집어내지 않을 수 없었던가 보다. 물론 코미디 설정이 들어 있고 가벼운 터치로 그려져 있어 그 무게감이 다르지만 그래도 <검사내전>에 등장한 검사장까지 개입된 사건 무마 청탁 이야기는 꽤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동차 부품을 갖고 장난을 친 범죄가 아닌가. 그 부품 하나만으로도 자칫 많은 인명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검사내전>은 이 문제를 다루면서 마침 이야기가 나오고 있던 김인주 진영지청장의 인사이동 가능성을 더해 넣는다. 지청장에서 검사장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걸 알려준 후, 전주쪽을 이야기하는 검사장으로 인해 은근히 기대하는 김인주 지청장을 보여준다. 인사이동이라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상황이니 마치 군대 말년 병장처럼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조심해야 하는 진영지청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국회의원과 검사장까지 개입된 범죄가 등장하면서 김인주 지청장과 진양지청 검사들은 모두 고민에 빠진다.

 

사실 <검사내전>이 그리려고 하는 ‘검사도 사람’이라는 메시지 때문인지 초반 검사장을 꿈꾸는 김인주와 이를 도우려 조심하는 진양지청 검사들의 이야기는 다소 ‘검사들의 변명’처럼 보이기도 했다. 외부에서 보면 청탁 비리로 보일 수 있는 것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저마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식의 이야기. 검사도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살아가는 샐러리맨들과 그리 다를 바 없다는 걸 그간 드라마가 그려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오해였다는 게 드라마 말미에 밝혀진다. 그 범법자들을 모두 검거하기 위한 작전으로 김인주 지청장과 조민호(이성재) 부장검사 그리고 차명주 검사가 이선웅을 속여 가며 일을 꾸민 것. 결국 사건이 그대로 무마되는 줄 알고 귀국하던 국회의원 아들은 공항에서 검거된다. 하지만 이로써 김인주 지청장이 꿈꿨던 검사장의 꿈은 날아간다. 그는 웃으며 자신이 읽고 있었던 전주 관련 자료들을 버린다. 그리고 드라마 첫 장면에 나왔던 것처럼 낚시터에 앉아 한가로이 낚시를 한다.

 

<검사내전>이 다룬 이 에피소드는 검사장 같은 높은 지위가 가진 힘이 있지만 검찰의 진짜 힘은 일선에서 뛰는 검사들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워낙 검찰 내 비리에 대한 뉴스들을 많이 접하고 최근 들어 국민들의 요구가 더 커지고 있는 ‘검찰개혁’ 문제를 염두에 두고 보면 과연 이처럼 검사들이 자신의 꿈이나 성공을 포기하고 소신을 선택할까 싶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룬 드라마였다. 검찰 내 비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지고 그것은 지위체계 안에서 촘촘히 연결되어 도무지 풀어낼 수 없는 실타래처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비밀의 숲>에서 이창준 서부지검 차장검사(유재명)가 검찰 개혁을 하려 나서며 검찰 비리의 그 첫 발이 아주 사소한 밥 한 끼로부터 비롯된다는 걸 통찰한 부분은 이런 비리가 일상에서부터 조금씩 엮어진다는 걸 드러낸다.

 

“모든 시작은 밥 한 끼다. 그저 늘 있는 아무것도 아닌 한 번의 식사 자리. 접대가 아닌 선의의 대접. 돌아가며 낼 수도 있는, 다만 그 날 따라 내가 안냈을 뿐인 술값. 바로 그 밥 한 그릇이, 술 한 잔의 신세가 다음 만남을 단칼에 거절하는 것을 거부한다. 인사는 안면이 되고 인맥이 된다. 내가 낮을 때 인맥은 힘이지만, 어느 순간 약점이 되고, 더 올라서면 치부다. 첫 발에서 빼야한다, 첫 시작에서. 마지막에서 빼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렇다면, 그렇다 해도 기꺼이.”

 

<검사내전>은 검사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독특한 드라마지만, 그 일상에 슬쩍 틈입해 들어오는 유혹들이 적지 않다는 걸 드러내주기도 한다. 거대한 비리도 그 처음 시작은 ‘밥 한 끼’ 같은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 윗선의 명령을 어기고 소신을 지키는 것으로 진양지청 같은 한직으로 물러나 있는 그 현실을 들여다보면 더더욱 그렇다.(사진:JTBC)

검사판 ‘삼시세끼’?, ‘검사내전’의 소소함이 더 끌리는 건

 

이건 검사판 <삼시세끼>를 보는 듯하다. 검사라고 하면 드라마에서 지나치게 극화된 면이 있다. ‘정의’와 ‘적폐청산’이 시대의 소명이 되어버린 요즘, 드라마에 등장하는 검사들은 양극단으로 나뉜다. 정치와 결탁해 비리를 저지르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적폐 검사거나, 세상의 부정과 범죄에 맞서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사이다 검사거나. 하지만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에서 그런 검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드라마는 시작부터 어깨에 힘을 쭉 빼놓는다. 어느 섬의 군사지역에 들어가 여유롭게 바다낚시를 즐기는 이선웅(이선균)과 김인주 지청장(정재성).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읊조리는 이선웅에게 김인주는 말한다. “낚싯대만 보고 있기에는 아까운 날이지요. 우리도 돌도 보고 물도 보고 또 달도 봅시다.” 검사가 등장하는 드라마의 첫 장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한가롭고 평화로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김인주 지청장의 말은 <검사내전>이 앞으로 어떤 검사들의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암시한다. 낚싯대가 상징하는 누굴 잡을 것인가 잡힐 것인가 같은 치고받는 권력과의 치열한 싸움이 아니라, 돌, 물, 달이 뜻하는 우리의 주변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들여다보겠다는 것. 이건 여기 등장하는 검사들이나 검찰총장조차 ‘깜박 잊고’ 찾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남해안 구석에 자리한 진영지청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갑자기 등장한 경찰들에 의해 군사지역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들이 붙잡히게 될 위기에 처하자 지청장이 과감하게 물로 뛰어들어 몇 킬로나 되는 거리를 수영해 뭍으로 빠져나오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인물들이 무엇에 목숨을 거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건 출세도 아니고, 굉장한 정의감도 아니다. 그저 ‘쪽팔림’을 면하기 위한 사투일 뿐.

 

그리고 진영지청 형사2부의 검사들의 면면이 이선웅의 목소리로 소개된다. 돌싱남 조민호 부장검사(이성재)는 젊어지려 안간힘을 쓰고, 한 때 조폭도 때려잡던 오윤진 검사(이상희)는 이제 조폭보다 무서운 육아와 사투를 벌이는 열혈 워킹맘이다. 복권에 집착하는 홍종학(김광규) 수석검사나 SNS에 사진을 올리는 일에 집착하는 ‘요즘애들’ 막내 김정우(전성우). 어느 누구 하나 우리가 봐왔던 검사 드라마에 어울리는 인물들은 없다.

 

이들이 맡게 되는 사건도 너무나 일상적인 사건이다. 첫 케이스로 등장한 ‘200만 원 굿 값 사기사건’은 무속인이 굿값만 받고 굿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소된 사건이지만, 기가 막히게 맞추는 점 때문에 형사2부 사람들은 무속인을 점점 신뢰하게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늘 힘을 빼고 있어 무슨 능력이 있을까 싶던 이선웅은 의외로 사건에서는 예리한 면을 보여준다.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재조사를 통해 무속인이 자신이 맞췄던 갖가지 사건사고들이 그의 자작극이었다는 걸 밝혀낸 것.

 

TV 뉴스에서는 2,000억 원이 오가는 비리를 캐는 검사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이 처리하는 일들은 200만 원짜리 사기극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TV 속에 등장하는 2,000억 원짜리 사건보다 이들이 맞닥뜨리는 200만 원짜리 사건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건 왜일까. 일상을 살아가는 대중들에게 2,000억 원이 저들의 이야기라면 200만 원은 우리들의 이야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 때 예능 프로그램들은 한껏 어깨에 힘이 들어가 출연자들을 가만 놔두지 않고 이런 저런 미션 속에 연달아 빠뜨리곤 했다. 그러다 갑자기 <삼시세끼> 같은 하는 것보다는 안 하는 예능이 등장했지만 대중들은 의외로 거기에 빠져들었다. 이유는 저 치열한 세계가 주는 피로감이 컸고 나아가 너무 남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비현실감 때문이었다. 차라리 소소해도 현실감이 느껴지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가 훨씬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검사내전>은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검사 소재의 장르물의 정반대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한껏 어깨에 들어가 있던 힘을 빼고 거대한 악과 싸우는 검사가 아니라 작아도 서민들에게는 더 치열한 현실일 수 있는 생활밀착형 사건들과 싸우는 검사. 물론 대단한 정의감보다는 그들 역시 일상인으로서 때론 작은 범법 행위들을 저지르지만 그래도 하는 일에 있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검사들의 이야기. 이러니 그 소소한 이야기에 더더욱 끌릴 수밖에.(사진:JTBC)

 

‘나저씨가’ 던진 화두, 당신은 편안한가 괜찮은 사람인가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오랜 만에 서울에서 다시 이지안(이지은)을 만난 박동훈(이선균)은 그렇게 물었다. 그건 마치 선문선답 같았고, 이 드라마가 질문하려 했던 화두 같았다. 많은 드라마들이 그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해피엔딩을 그려내듯, <나의 아저씨>도 그 절절함이 늘 어두운 밤거리와 골목길로 그려질 만큼 어두웠지만 그 끝은 ‘편안함’에 이르렀다. 

박동훈은 회사를 차려 대표가 됐고, 이지안은 장회장(신구)의 소개로 부산에서 취업한 회사에서 인정받아 다시 서울 본사로 오게 됐다. 박상훈(박호산)은 이지안의 할머니 봉애(손숙)의 장례식을 통해 자신이 하려던 ‘기똥찬’ 계획들을 실행할 수 있었고 별거했던 아내 조애련(정영주)과 다시 합치려 하고 있었고, 박기훈(송새벽)은 진짜로 유명해져 이제는 영화 <노팅힐>의 줄리아 로버츠 같은 배우가 된 최유라(나라)와 헤어졌지만 포기했던 영화 시나리오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도준영(김영민)과 윤상무(정재성)는 회사를 떠났고, 그 빈자리에 박상무(정해균)가 복귀했다. 정희(오나라)는 이지안과 상처를 나누고 또 출가한 겸덕(박해준)이 찾아와 꽃을 선물해주면서 그간 마음에 쌓였던 아픔들을 치유해나갔고, 박동훈의 아내 강윤희(이지아)는 유학하고 있는 아들에게 가 자신도 공부를 했고 그렇게 떨어져 지내며 부서질 뻔 했던 가족의 고리를 다시 붙여나갔다. 모든 것들이 말 그대로 ‘편안함’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러한 편안함은 과연 드라마가 엔딩에 이르러 늘상 하던 그 방식 때문에 그렇게 그려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사실 죽을 것처럼 아프던 상처들도 시간이 흐르고 지나다 보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사라지는 게 우리네 삶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 많은 욕망들이 스스로를 들볶아 상처를 더 긁게 만들고 그래서 가만 내버려두었다면 더 빨리 아물었을 상처가 계속 덧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회에 <나의 아저씨>가 봉애의 장례식을 담은 장면은 그래서 꽤 의미심장하고 인상적이다. 그것은 끝이지만 그 끝에서 사람들은 한 자리에 모여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삶을 기뻐한다. 우리네 장례식의 특징이지만 이 드라마에서도 조기축구회 아저씨들은 그 곳에서도 축구를 한다. 죽음은 완전한 ‘편안함’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니 아파할 일이 아니라, 다시 살아갈 일이다. 

장례식이라는 비극에 더해지는 희망 같은 걸 <나의 아저씨>는 그 엔딩에 담아 넣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지는 건 그 끝을 대하는 ‘괜찮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우연히 지나쳤을 수도 있는 인연을 귀하게 여기고 모여 고인을 애도해주고 남은 이를 위로해주던 사람들. 그들을 스스로를 “그렇게 괜찮은 사람 아니야”라고 말하곤 했지만, 이지안이 박동훈에게 단호하게 말했듯, 그들은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엄청.

<나의 아저씨>는 굉장한 성공 혹은 굉장한 행복을 담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행한 이들을 담았고, 그 불행으로부터 ‘편안함’에 이르는 과정을 담았다. 아픈 그들에게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것. 겸덕 같은 출가한 인물이 등장해 구도하는 모습을 보여준 건 어쩌면 이 드라마가 담으려는 이야기가 바로 그런 삶의 자세이기 때문이었을 게다. 굉장한 성취를 하려 애쓰거나, 그것을 하지 못해 좌절하는 그런 것은 진짜가 아니다. 그것보다 ‘편안해지는 것’이 진정한 삶의 행복이라는 것. 

늘 어두운 밤거리와 골목길만을 주로 보여준 드라마지만, 그 어둠 때문에 오히려 더 돋보인 건 그 안에서 힘겨워하면서도 따뜻한 온기를 보여준 사람의 흔적들이었다. 어느 햇볕 좋은 밝은 대낮에 우연히 도심의 카페에서 다시 만나 미소를 나누는 이지안과 박동훈처럼,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온 이들은 그렇게 서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충분함을 느낀다.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이 드라마의 질문은 이제 우리들에게 던져진다. 당신은 편안한가. 편안해질 수 있을 만큼 괜찮은 사람인가. 아마도. 엄청.(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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