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화> 정다빈, 이 어린 꼬마가 다 했네 다 했어

 

MBC <옥중화>에서 가장 존재감이 빛나는 인물은 누구일까. 사실 사극에서 초반 극의 무게를 잡아주는 인물들은 통상적으로 악역이거나 주인공에게 어떤 소명의식을 남겨주는 스승인 경우가 많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 인물은 그래서 극의 중심에 서기보다는 옆으로 살짝 비켜나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옥중화>는 다르다. 이 사극은 시작부터 어린 옥녀(정다빈)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옥중화(사진출처:MBC)'

물론 <옥중화> 역시 누이 문정왕후(김미숙)의 권세를 등에 업고 패악질을 일삼는 윤원형(정준호)이 악역으로 세워져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윤원형을 통해 어떤 공분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어린 옥녀가 전옥서에서 살아가며 차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가는 그 과정에 더 집중되어 있다.

 

이것은 <옥중화>가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 이유이기도 하다. <옥중화>는 단 몇 회만에 옥녀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데 성공했다. 그저 전옥서에서 자라난 작은 아이일 뿐이지만 이 맹랑한 소녀는 세치 혀로 어른들을 쥐락펴락하는 인물이다. 스승 이지함(주진모)의 추천으로 점을 잘 치는 인물로 내세워진 옥녀는 달콤한 말로 윤원형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기도 한다. 또 자신의 힘이 없다면 차도살인지계를 쓰라는 이지함의 조언을 그대로 실행해 왈패의 수장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어찌 보면 그저 힘없는 작은 아이에 불과하지만 이 아이가 전옥서에서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하는 까닭은 그녀가 거의 모든 죄수들과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죄수들은 그녀의 스승이나 마찬가지다. 소매치기에게 그 기술을 배우고 이지함에게는 머리를 쓰는 방법을 배운다. 또 비밀 옥사에 20년 간 갇혀 지낸 박태수(전광렬)를 찾아간 그녀는 다모가 되고 싶다며 무술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감방을 속된 말로 학교라고도 부른다지만 옥녀에게 전옥서는 세상에 나가기 전 그녀를 성장시키는 진정한 학교가 된다.

 

그녀를 거둬 키운 지천득(정은표), 스승이 되는 이지함과 박태수 그리고 향후 그녀와 엮어질 전우치(이세창)나 윤태원(고수) 같은 인물들이 모두 옥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 드라마 초반의 힘을 잡아줘야 할 어린 옥녀라는 캐릭터가 이 사극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어린 옥녀 역할을 맡은 정다빈은 200%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병훈 감독의 작품답게 선한 의지를 가진 주인공으로서 정다빈은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진 소녀이면서 전옥서 수감자들을 인간적으로 바라보는 착한 인물이고, 동시에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감한 실행력 또한 갖춘 인물이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밝은 기운의 소유자라는 건 사극 전체에 긍정적인 힘을 부여하고 있다.

 

<옥중화>라는 제목은 바로 이 옥녀의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준다. ‘감옥에서 피어난 꽃이란 뜻의 이 옥녀는 감옥이라는 비천한 상황 속에서 자라왔지만 보는 이들을 밝게 만드는 꽃의 형상을 그대로 닮았다. 억울하게 살해된 엄마의 아픈 과거를 갖고 있고, 전옥서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어떤 희망과 성장을 느낄 수 있는 인물로서의 옥녀. 이 인물이 현재의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옥중화라는 캐릭터에 들어있듯 힘겨워도 밝게 살아가려는 그 의지가 깊은 공감을 주기 때문이다.

 

보통 요즘 드라마들은 악역이 이끌어가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연기 호평이 악역에게 쏟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옥중화>는 악역인 정준호보다 어린 여주인공 정다빈이 더욱 돋보인다. 그것은 연기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병훈 감독이 추구하는 선한 주인공의 밝은 드라마가 가진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남은 문제는 있다. 이 정다빈의 바톤을 이어받는 진세연이 이 힘을 얼마나 더 잘 이끌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 그것이 이 사극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달콤살벌패밀리>, 드라마에서도 조폭이야기 봐야 하나

 

또 조폭인가. MBC의 새 수목극 <달콤살벌패밀리>의 정준호를 보며 아마도 시청자들은 <두사부일체>를 떠올렸을 지도 모르겠다. 그 영화에서의 정준호 이미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기서부터 비롯해 그가 출연한 꽤 많은 영화들이 대부분 조폭영화라는 것 때문이다. <가문의 영광>, <나두야 간다>, <거룩한 계보>, <유감스러운 도시> 등등 정준호와 조폭 영화는 마치 잘 어울리는 짝패처럼 보인다.

 


'달콤살벌 패밀리(사진출처:MBC)'

게다가 <달콤살벌패밀리>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정웅인은 또 정준호와 그 조폭영화에서 꽤 자주 동반 출연했던 배우다. <두사부일체> 시리즈가 그렇고 <유감스러운 도시>도 그렇다. 그러다 보니 <달콤살벌패밀리>는 늘 그랬던 정준호표 조폭영화의 드라마 버전 같은 느낌을 준다. <달콤살벌패밀리><두사부일체>가 그렇듯이 이중생활하는 조폭의 이야기다. 학생에서 가장으로 그 역할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러니 첫 회부터 그 이야기는 너무나 뻔해진다. 밖에서는 살벌한 조폭이지만 집안에서는 아내 눈치보고 사고뭉치 자식들 말이라면 뭐든 다 들어주는 프렌디에다 부모를 위해서는 사비를 털어 사기당한 걸 대신 메워주는 효자 중의 효자다. 즉 이 이야기는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다. 가장의 어려움을 조폭이라는 세계를 통해 극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다.

 

항간에는 이제 드라마에서도 조폭 이야기를 봐야하느냐는 볼멘 소리까지 나온다. 물론 소재의 한계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닐 게다. 하지만 이런 비판의 소리가 나오는 건 한 때 명절 때만 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개봉되던 그 많은 조폭 영화들에 쏟아졌던 비판의 연장선이다. 조폭을 미화한다는 얘기에서부터 너무 뻔한 소재를 무한 반복한다는 얘기까지. 그 비판들로 인해 조폭을 엮은 코미디 영화들은 이제 영화관에 잘 걸리지 않는다.

 

물론 <달콤살벌패밀리>가 그리려는 건 조폭 그 자체가 아닐 것이다. 기획의도에도 나와 있듯이 그것은 이 시대의 가장의 이야기다. 주먹과 칼만 휘두르지 않았지 이 시대의 가장들이 겪는 사회생활은 여러모로 조직 생활을 닮아 있다. 언제 어느 순간 자신의 목이 날아갈지 모르는 그 불안감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을 위해 뛰고 또 뛰는 게 우리 시대의 가장이니까.

 

하지만 이 설정 자체도 그리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코미디다. <개그콘서트> 등에서 그토록 많이 나왔던 조폭 소재의 코미디가 그러하듯이 비슷한 조폭 이야기라도 그 코미디가 빵빵 터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달콤살벌패밀리>의 조폭 코미디 역시 새롭지는 않다. 그저 충청도 사투리가 주는 묘미 정도랄까.

 

<그녀는 예뻤다>가 만들어낸 기대감의 후속으로서 <달콤살벌패밀리>는 너무 못 미치는 느낌이다. 그것은 너무 뻔한 소재에 늘 봐왔던 캐스팅 그리고 새롭다 할 수 없는 이야기와 코미디 설정이 그저 버무려져 있을 뿐, 이 드라마만의 고유한 색깔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니 이제 드라마에서도 조폭 이야기를 봐야 하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 너무 익숙하다보니 <달콤살벌패밀리>는 달콤하지도 살벌하지도 않으며 그럼에도 늘 패밀리가 등장하는 그런 드라마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물론 첫 회가 주는 인상일 뿐이지만 과연 이 드라마는 이런 난관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말 한 마디에 민감해진 대중정서, 왜?

 

“나는 좀 속물이라 나보다 100만 원이라도 더 벌지 않으면 남자로 안 보인다.” - 안선영. “남자로 태어나 혈기왕성한 나이에 그럴 수도 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 정준호. “사인회 싫어. 공연 끝나고 피곤한데... 방실방실 얼굴 근육에 경련난다고! 귀찮다!!” - 백민정. 경솔한 발언 하나가 불러온 후폭풍은 실로 컸다. 너무 커져버린 후폭풍에 혹자들은 ‘마녀사냥’을 운운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던진 말 한 마디의 심각성을 너무나 간과한 얘기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안선영이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던진 ‘100만 원’ 발언은 아마도 이 프로그램이 가진 ‘솔직한’ 분위기 속에서 ‘능력 있는 남자’가 좋다는 표현이 과하게 나온 것이었을 게다. 하지만 구체적인 ‘100만 원이라도’라는 액수의 표현은 가뜩이나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끓는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정준호가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연예병사 제도 폐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던지면서 안마방 출입으로 논란을 겪은 연예병사들을 안타까워하며 ‘혈기왕성한 나이에 그럴 수도 있다’고 한 발언은 아마도 후배들을 챙기고픈 선배의 마음이었을 게다. 하지만 군인 신분의 연예병사들의 비상식적인 행위를 갖고 ‘혈기왕성한 나이’ 운운하며 한 발언은 가뜩이나 연예병사를 특혜로 바라보는 대중정서에 불을 붙였다.

 

뮤지컬 배우 백민정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어찌 보면 그저 지극히 사적인 소회를 적은 것이었을 가망성이 높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글은 자신들의 공연이 팬들의 지지와 성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망각한 발언이 되었다. 지지하는 팬들을 ‘귀찮다’고 표현했으니 공분이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적절치 못한 발언들이었다는 것은 발언 당사자들도 ‘사과’를 통해 이미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후폭풍이 이처럼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데는 ‘적절치 못한 발언’ 이전에 깔려있는 폭발하기 일보직전의 대중정서가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만든다. 즉 ‘적절치 못한 발언’이 그 잠재적인 대중정서를 터트린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폭발 일보직전의 대중정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린 일련을 발언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거기 어른거리는 ‘기득권’에 대한 대중들의 극도의 혐오를 읽어낼 수 있다. 돈 좀 번다고 ‘100만원’ 우습게 여기는 뉘앙스가 그렇고, 연예인이라고 군 생활도 특혜를 받는 연예병사를 지지하는 듯한 태도가 그러하며, 스타라고 몰려드는 팬들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귀찮은 투정을 부리는 듯한 모습이 그렇다.

 

아마도 과거라면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저 ‘기분 나쁘네’ 하며 지나쳤을 대중들이었을 게다. 하지만 왜 요즘은 이토록 뜨거운 후폭풍을 만들어낼까. 그것은 그만큼 ‘상대적 박탈감’에 민감해진 대중들을 말해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이른바 ‘대중의식’이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대중문화 속에서 과거의 대중들이 일종의 소비자로만 인식되었다면 요즘은 그 소비자들이 사실상 대중문화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된 데는 대중의식을 하나로 묶어주고 그것이 힘이 될 수 있게 해주는 SNS나 인터넷 같은 매체의 성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 상반기에 일어난 이른바 ‘갑을정서’는 이 대중의식이 실제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하는 것을 대중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사모님’ 논란으로 철퇴를 맞은 영남제분, 대리점 밀어내기로 엄청난 후폭풍을 맞은 남양유업 같은 사건들은 대표적인 사례다.

 

아마도 발언 후폭풍에 휘말린 연예인들이 이런 미묘한 변화를 읽었다면 차마 그런 민감한 이야기를 꺼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물며 대중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의 무개념 발언은 그래서 더 일을 크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후에야 비로소 사안의 중대함을 깨닫게 되었던 것. 이 일련의 사건들이 말해주는 대중정서의 변화를 적어도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읽고 있어야 하는 시기다.

 

이미 기획사들 사이에서는 연예인들의 인성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을 실감하는 눈치다. 사실이다. ‘적절치 못한 발언’의 문제는 말실수 자체가 문제의 근원이 아니다. 그것은 평상시의 습관이나 태도, 인성이 어떤 계기를 만나 밖으로 터져 나옴으로써 생기는 문제다. 따라서 그저 ‘말조심하라’는 것으로는 언제든 논란의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대중들은 이제 어떤 말의 이면에 담겨진 해당 연예인의 평소 생각이나 태도까지 민감하게 읽고 있다는 얘기다.

 

말 한 마디에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린 당사자들은 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논란에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황스러움은 그들이 그만큼 평소에 자신들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대중들의 마음을 읽지 못한데서 생긴 일이다. 그러니 이것을 단지 말 한 마디의 실수라고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안이한 태도는 언제고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쾌도난마>, 출연만 하면 논란이 되는 이상한 방송

 

장윤정 가족에 이어 이번에는 정준호다.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도대체 무슨 마가 끼었길래 출연자마다 논란의 주인공이 되는 걸까. 군 복무 중 안마시술소를 찾아간 연예병사들에 대해서 정준호는 “남자로 태어나 혈기왕성한 나이에 그럴 수도 있다”며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정준호는 “젊은 친구들을 실수 하나로 평생 가슴 아프게 한다는 것이 연예인 입장에서 가혹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쾌도난마(사진출처:채널A)'

후배 아끼는 마음이야 인지상정이겠지만 이건 전혀 맥락이 맞지 않는 얘기다. 남자와 혈기왕성한 나이 그리고 안마시술소의 조합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데다가(그렇다면 혈기왕성한 남자들은 안마시술소를 찾는 게 당연한 일인가), 여기서 언급한 ‘남자’는 일반인이 아니고 군인이다. 자신도 있다는 경험은 도대체 무얼 말하는 것일까. 그저 안마시술소에 갔던 경험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군 복무 중 안마시술소를 갔던 경험을 말하는 걸까.

 

물론 이것은 아마도 정준호의 후배 아끼는 마음이 과해 나온 실언이었을 지도 모른다. 또 연예병사 제도를 그저 폐지하기보다는 보완해서 유지하는 것이 군인들을 위해서도 좋다는 소신을 얘기하다 불현듯 튀어나온 돌발 발언이었을 수 있다. 정준호의 개념 문제일 수 있겠지만, 생방송이라는 환경은 늘 이런 위험성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앵커의 역할이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 나왔을 때 그것을 적절히 중화해주거나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잡아주는 것.

 

과연 박종진 앵커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을까. 이상한 건 박종진 앵커는 중재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추기는 역할에 가깝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용서가 참 없는 나라다. 사회적으로 용서를 해주는 게 있고, 잘못하면 잘못된 부분에 있어서 리모델링을 하고 가야 하는데 다 때려 부수는 정책인 것 같다.” 연예병사 폐지 문제에 대해서 뜬금없이 ‘용서가 없는 나라’를 운운하는 것도 전혀 논리적이지가 않은데, 아예 앵커의 입에서 ‘때려 부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면 그것은 감정을 의도적으로 싣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이것이 앵커로서 과연 할 말일까.

 

장윤정 어머니와 동생을 출연시켜 마치 가족을 파탄 내겠다는 듯 자극적인 폭로를 일삼고는 “사실이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연락 달라”는 막가파식의 방송은 그래서 방통위로부터 중징계까지 받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중징계든 뭐든 상관없이 논란을 의도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논란이 될 만한 방송을 몰랐을 리도 없고 논란이 되어도 또 다른 논란거리를 찾는 건 그래서 시청률을 끌어 모으기 위한 일환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시청률을 끌어올리거나 혹은 화제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논란이 될 만한 것들도 방송에 올리는 이 프로그램의 위험성이다. 특히 시사문제에 있어서 어떤 균형을 잡기 보다는 자극적인 일방의 이야기를 던짐으로써 논란을 의도하는 건 대단히 위험하다. 게다가 어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증언까지 일방적으로 방송한다는 것은 차라리 폭력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일정의 편집과정을 통해 문제의 소지를 없앨 수 있는 완충지대가 전혀 없는 생방송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언제 어떤 발언으로 일파만파 사건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이번 연예병사 관련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전혀 사안에 대한 이해 없이 과도하게 이야기를 던진 정준호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어떤 변명을 해도 생방송이라는 특징을 그토록 방송을 많이 해온 정준호가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 통제력을 상실한 채 폭주하는 <쾌도난마>라는 방송의 책임이 없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출연자들이 논란의 주인공이 되는 이상한 방송 <쾌도난마>. 이대로 방치해도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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