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월화드라마 ‘붉은 단심’이 보여주는 정치와 민심

붉은 단심

과연 권력 투쟁은 무얼 목적으로 하는 걸까. 종종 선거에서 우리는 공약보다 흑색선전과 비방이 난무하는 현실을 바라보곤 한다. 당선되면 국민을 위해 무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보다 왜 자신이 당선되어야 하며 경쟁자가 낙선되어야 하는가를 강변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애초 당선을 위해 내세워졌던 선심성 공약들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단 정권을 잡아야 뭐라도 할 수 있다는 게 정치인들의 변명이지만, 권력 투쟁 속에서 이기기만을 위한 대결을 벌어다 보면 정작 이들이 왜 정권을 잡아야 하는가를 까마득히 잊어버린 건 아닌가 하는 지점에 이를 데가 적지 않다. 

 

KBS 월화드라마 <붉은 단심>을 보다보면 정치에 대한 이런 단상들을 하게 된다. 명목상 왕이지만 힘이 없는 이태(이준)와 좌의정이지만 반정공신들과 함께 조정의 모든 권력을 쥐고 흔드는 박계원(장혁)이 벌이는 치열한 권력 투쟁 속에서 정작 그 투쟁의 목적이어야 할 민초들의 삶이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박계원이 쥐고 흔드는 국정농단에 의해 어머니가 스스로 독을 마시고 자결하고, 세자빈으로 맞이하려 했던 유정(강한나)의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는 상황을 겪은 이태는 어떻게든 힘을 키워 박계원과 그 반정세력들에게 복수를 하려한다. 가까스로 이태의 도움을 받아 죽을 위기를 면해 궁에서 도망쳐 나온 유정은 죽림원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시 웃음을 되찾고, 이태가 왕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보름에 한 번씩 그를 만난다. 

 

이렇게 각자의 길을 가는 걸로 알았지만, 국혼으로 이들의 관계를 엇갈리기 시작한다. 이태가 만나는 유정을 이용해 권력을 잡으려는 박계원이 유정을 자신의 질녀라고 속여 중전을 만들려 하고, 이태는 병판 조원표(허성태)의 여식 연희(최리)를 중전으로 세워 그 세력을 가지려 했지만 두 사람이 궁에서 만나 서로의 편이 갈려버린 상황을 알게 되면서 뒤틀어지는 운명이다. 이태는 복수를 위해서는 연희를 선택해야 하지만 유정을 연모하는 마음을 저버릴 수 없고, 유정은 자신이 살아남고 또 박계원이 볼모로 삼은 죽림원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중전이 되어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붉은 단심>은 결국 정적과 싸울 것인가 정인을 선택할 것인가의 기로에 선 이태의 갈등과 자신이 살아남고 연모하는 이태를 지켜내기 위해 어떤 선택들을 해내가는 유정 그리고 이런 사적 감정들까지 이용해 권력을 잡으려는 박계원의 치열한 권력 대결이 펼쳐지는 퓨전사극이다. 멜로에 정치대결이라는 소재가 엮어지면서 묵직하고 운명적인 사랑이야기가 비장하게 펼쳐지는 게 특징이고, 이런 감정적인 요소들을 아름다운 시각적 표현으로 그려내는 미적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토록 궁궐 안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핏빛 투쟁들이 진행될수록 저들의 투쟁에서 소외되고 있는 민초들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힌다. 유정은 유일하게 이런 상황을 꼬집고 이태가 진짜 민초들을 가까이서 보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과거 유정이 했던 말을 떠올려, 궁궐에 농부들을 불러 화단 대신 논을 일구게 하고 그 곳을 찾아가 농부의 얼굴을 처음 마주하며 이태가 놀라는 장면은 그래서 마치 정치의 안타까운 실체를 폭로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이렇게 생겼구나. 어찌 너희 얼굴을 처음 보는 것일까.” 농부의 갈라진 손과 주름 가득한 얼굴을 보고 나서 이태는 비로소 깨닫는다. 별 실효성도 없을 듯한 기우제를 왜하는 것이며 나아가 정치의 진짜 목표는 바로 이 백성들의 보다 나아지는 삶이어야 한다는 것을. 

 

올해 들어 두 번의 선거를 치렀다. 누구는 승자가 됐고 누구는 패자가 됐다. 하지만 선거가 끝났고 승패가 나눴지만 이들의 대결과 권력투쟁은 끝이 없다. 진영 논리에 여전히 쌓인 채 상대를 깎아내는 말들이 정치권에는 여전히 난무한다. 이들은 과연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어려워진 일상을 맞이하고 있는 대중들의 얼굴을 본 적은 있을까. 정치에서 권력 투쟁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목적은 권력 그 자체가 아니라 그걸 통해 구현해내려는 민초들의 나아지는 삶이라는 걸 매번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글:PD저널,사진:KBS)

'허쉬', 기사 한 줄 쓰기가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는 건

 

도대체 진실에 근거한 기사 한 줄 쓰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JTBC 금토드라마 <허쉬>를 보다보면 디지털 매일한국의 한준혁(황정민)이나 이제 새내기 정직원이 된 이지수(윤아)가 이 매일한국이라는 언론사에서 기사를 쓰는 일이 너무나 어렵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어느 날 자신의 부고를 마지막 기사로 남긴 채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한 오수연(경수진)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지수는 그 날 그 곳에 누군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지만, 한준혁은 사실 확인을 완벽히 하고 기사를 쓸 때까지 아무에게도 그걸 말하지 말라고 한다. 자칫 그런 기사를 준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윗선의 간섭과 억압이 생길 거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간섭과 억압은 심지어 기자를 희생양으로 내몰기도 한다. 한준혁은 과거 이지수의 아버지 이용민 PD에 대해 취재하고 쓴 기사가 정반대의 내용을 둔갑해 가짜뉴스로 보도됐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그 가짜뉴스로 인해 결국 이용민 PD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끝난 게 아니라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당시 그 가짜뉴스를 만들었던 나성원(손병호)이 매일한국의 국장으로서 모든 걸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술에 취해 이지수와 한준혁이 매일한국 사옥에 '대한민국 언론을 믿지 않는다'는 포스트잇을 붙인 게 계기가 되어 밤새 플래시몹으로 사옥 전면에 포스트잇이 가득 붙여진 사건에 대해 박명환(김재철) 사장이 격분하는데 반해, 나성원이 차분하게 그 사태를 대응하는 모습은 너무나 노회한 언론 정치의 살벌함을 보여준다. 

 

그는 그 사태를 만든 인물이 이지수와 한준혁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를 덮어주고 대신 정치적으로 이들을 이용하려 한다. 이지수에게는 조회수가 많은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인센티브를 줬고, 한준혁에게는 사회부장 양윤경(유선)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고수도 의원의 후속취재를 더 확실하게 하라고 부추겼다.

 

나성원은 정치인들의 뒷배를 봐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약점을 쥐고 흔들면서 이익을 가져가려는 인물이다. 그래서 저들의 죄를 덮어주는 가짜뉴스를 쓰기도 하지만, 동시에 마치 언론의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는 것처럼 그 죄를 파헤치기도 한다. 그는 폭로도 하지만 그로 인해 얻을 걸 얻게 되면 곧바로 오보라고 정정보도를 내기도 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진실에 갈급한 이지수와 한준혁 같은 인물들이 보여주는 열정조차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는다. 고수도 의원이 채용청탁 비리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기사에 대해 오보라고 정정보도를 낸 나성원은 그래서 다시 한준혁을 전면에 내세워 그 진실을 파헤치라고 하는 것. 마치 선배로서 끝까지 보호해주고 챙겨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성원에게는 이들 모두가 총알받이인 셈이다. 

 

최근 들어 언론의 문제가 쉽게 풀어지지 않는 건, 그것이 본래 해야 할 일인 진실 보도조차 힘있는 자들(편집권자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결국 언론사도 하나의 회사라는 그 위치는 진실과 이익 사이에서 하지 말아야할 정치적 판단들을 하게 만든다. <허쉬>의 나성원 국장은 바로 그 안팎으로 정치를 하는 언론 정치의 문제를 표상하는 인물이다. 

 

이 정치적인 선택들을 하는 언론의 권력 앞에서 한준혁이나 이지수 같은 기자들이 외치는 '진실 보도'에 대한 목소리들은 너무나 가녀리게 느껴진다. 그들이 제아무리 진실을 가져와 기사를 써도 저들이 제목을 바꿔 정반대의 가짜뉴스를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허쉬>의 답답함은 바로 이 부분에서 생겨난다. 늘 술을 마시며 답답한 속을 토로할 수밖에 없는 일선 기자들의 한숨이 가득 채워지고, 진짜 팩트가 모두 드러나고 기사를 다 쓸 때까지 어떤 이야기도 밖으로 내지 말아야 할 정도로 기사 한 줄 쓰는 일이 어려워진 언론의 현실이라니. 

 

벌써 <허쉬>에는 두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하나는 가짜뉴스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채용에 있어서 실력이 아닌 스펙으로 재단하는 시대착오적인 회사의 불공정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각성하는 기자도 저 거대한 '정치 언론'의 괴물 앞에 무력하게만 느껴진다. 이건 드라마의 지지부진함 때문인가 아니면 현실이 그렇기 때문인가. 그것이 무엇이든 드라마도 현실도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사진:JTBC)

‘보좌관2’ 질깃질깃한 김갑수의 아킬레스건은 따로 있다

 

“저 놈 참 질긴 놈이네. 밀어버려.” JTBC 월화드라마 <보좌관2>에서 성영기 회장(고인범)은 자신이 사주한 괴한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칼에 찔려 둔덕 아래로 굴러 떨어졌지만 다시 기어올라온 장태준(이정재)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차가 장태준을 향해 돌진해오는 순간 드라마는 다음 회를 예고했다.

 

“참 질긴 놈”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게 <보좌관2>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법무부장관으로 앉아 있지만 그 권력을 이용해 비자금을 끌어 모으고, 자신의 허물을 덮기 위해 검찰을 이용하는 송희섭(김갑수)이 딱 그렇다. 장태준이 송희섭의 오랜 보좌관인 오원식(정웅인)의 계좌를 추적해 송희섭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었다는 증거를 찾아냈고, 오원식을 압박해 성영기 회장에게 송희섭이 자신을 제거하려 한다는 걸 알리기까지 했지만 송희섭은 질기게 살아남는다.

 

애초 차명계좌를 발견했을 때도 송희섭은 그것이 강선영(신민아) 의원의 부친과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더 조사하면 강선영이 다칠 수 있다고 오히려 장태준을 협박했다. 어떤 공격이 들어와도 이를 받아내고 오히려 역공을 펼치는 송희섭의 만만찮은 노련함은 결코 이 인물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걸 예감하게 만든다.

 

그건 장태준과 강선영이 모두 심각한 상처를 입고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겨울 수 있는 위기에 내몰리게 된 이유다. 하지만 장태준 역시 거기서 멈춘다면 그건 송희섭이 원하는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 순간 자신이 버텨내던 많은 것들이 희생될 것이라는 것도. 그래서 물러설 수가 없다. 심지어 피투성이가 되어 땅바닥에 내쳐졌어도.

 

<보좌관2>가 가진 힘은 이 질기고 팽팽한 대결구도에서 만들어진다.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송희섭이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이 드라마의 기둥이나 마찬가지다. 엄청난 위기에 몰렸다가도 금세 풀어나 역공을 펼치는 이 캐릭터가 가능한 건 다름 아닌 ‘법무부장관’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어서다. 법을 수호해야 하는 위치지만, 그는 법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 한 나라의 법을 집행하는 이들이 부패하면 어떤 농단이 벌어지는가를 이 드라마는 아프게도 보여준다.

 

그런데 이렇게 무소불위에 질깃질깃한 송희섭 장관의 아킬레스건은 의외로 가까이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든다. 그건 항상 송희섭을 보좌하며 그 일거수일투족을 봐온 운전기사 이귀동(전진기)이라는 인물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그는 차 안에서도 또 차 밖에서도 송희섭 장관이 누군가와 만나 밀담을 나누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걸 빠짐없이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당장 생계가 어려워진 이귀동을 그러나 송희섭 장관은 별로 챙겨주지 않는다. 늘 구박하고 다른 곳에서 갖게 된 분노를 대신 터트리는 샌드백처럼 이귀동을 취급한다. 이 정도면 이 인물이 자꾸만 송희섭 장관의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는 모습이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는 과연 이 질깃질깃한 송희섭의 아킬레스건이 되어 팽팽한 대결구도를 기울게 만들 것인가.

 

만일 이런 일이 실제로 드라마에서 벌어진다면 그건 내부고발이 갖는 의외의 힘을 말해주는 대목일 수 있다. 물론 내부고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을 단단한 권력의 외피를 가진 이들에게 약점이란 어쩌면 일상화된 갑질 속에 힘겨워하다 결국 결심하게 되는 내부의 고발일 수 있으니. 송희섭만큼 점점 그 운전기사인 이귀동이 주목되는 이유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니 말이다.(사진:JTBC)

‘꽃파당’, 졸지에 왕이 됐지만 개똥이를 그리워한다는 건

 

사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사극은 이제 익숙해졌다. <성균관 스캔들>에서부터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 게다가 최근에는 <신입사관 구해령>까지. 이들 사극들은 구체적인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다만 조선이라는 배경만을 활용한다. 그 위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는 그래서 다분히 현대적인 관점을 담아내기 마련이다.

 

그 현대적인 관점이란 현재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무언가 열심히 노력하려 해도 바뀌지 않고 공고한 어른들의 세상은 그래서 이들 조선시대 배경의 로맨스 사극이 사랑이야기를 통해 담아내려는 주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들은 사랑하려 한다. 하지만 조선이라는 배경은 사적인 사랑의 선택을 좀체 용납하지 않는다. 신분이 다르고 정파와 얽혀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JTBC에서 새로 시작한 월화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이하 꽃파당)>도 그 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평범하게 살아가다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 개똥(공승연)과의 혼삿날에 궁으로 끌려와 졸지에 용상에 앉게 되는 이수(서지훈)와, 사라진 그가 혹여나 잘못되진 않았나 걱정하며 찾아다니는 개똥이. 그리고 이들의 혼사를 맡았던 조선 최고의 중매쟁이 마훈(김민재), 고영수(박지훈), 도준(변우석)의 혼담공작소 꽃파당.

 

결국 이야기는 서로의 운명이 달라 헤어지게 된 개똥이와 이수가 그 신분의 차이를 넘어서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일 게다. 거기에 꽃파당이 개입하면서 생기는 사건들이 있을 테고. 아마도 이수와 개똥이 사이에 끼어들게 된 마훈과의 삼각관계가 갖는 긴장감 또한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는 흔한 로맨스 사극의 틀을 가져왔지만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면면들은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다. 이를 테면 왕이 됐지만 그 왕노릇보다 개똥이를 잊지 못해 그리워하는 이수라는 인물이 그렇다. 그가 그 자리에 오게 된 건 자신의 뜻이 아니라 왕과 세자가 죽고 비어버린 왕좌에 허수하비처럼 그를 앉혀 놓고 국정을 농단하려는 마봉덕(박호산) 같은 야심가 때문이다. 그래서 이수의 행동은 마치 신물 나는 정치보다는 개인적인 행복(사랑 같은)이 더 중요하다 여기는 지금의 청춘들의 정서를 담고 있다.

 

이것은 마봉덕을 아버지로 두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그 집을 뛰쳐나와 남자 매파라는 일을 하고 있는 마훈에게서도 똑같이 보이는 면면이다. 정치가 백성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헬조선에서 마훈은 마치 개개인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것으로 그나마 손에 잡히는 행복이 더 중요하다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장 사적인 것이 또한 정치적이라고 했던가. 이들의 사적인 행복 추구는 그걸 가로막는 어른들의 정치적 행보 속에서 그 자체가 정치적인 행위가 되어버린다. 이수가 왕의 위치에 머문다는 건 마봉덕의 허수아비로 살아가는 걸 거부하고 저잣거리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던 개똥이를 찾아가는 이야기는 그래서 정치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꽃파당>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건 로맨스 사극이 갖는 그 달달함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달달함을 가로막는 조선 사회의 억압들이 신분제 사회가 갖는 무게감으로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를 그려낼 것으로 보인다. 현실에 치여 사랑을 하는 일조차 버거워진 지금의 청춘들이, 그 이유가 정치 같은 어른들이 해온 일련의 잘못된 선택들 때문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그 각성은 그래서 지극히 사적인 사랑이야기를 정치적인 이야기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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