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놀라운 <무도>의 역발상

 

대담한 기획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보통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불미스런 일로 하차를 하거나 하면 프로그램 입장에서는 그 사실을 되도록 빨리 잊게 하고픈 게 인지상정이다. 그것이 자칫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져와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노홍철의 음주운전 하차를 오히려 하나의 기회요소로 바꿔놓은 것.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녹화 전날 술자리로 불려나온 출연자들은 과연 술을 마실 것인가.’ 사실 이 몰래카메라의 주제는 그 자체만으로 보면 아무런 아이템이 될 수가 없다. 사실 녹화 전날이라고 해도 맥주 한 잔 정도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박명수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게 뭐 이상한가하는 반응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무한도전> 입장에서 이 아이템은 굉장히 흥미로운 몰래카메라 소재가 되었다. 그것 자체가 술에 대한 경각심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노홍철이라는 맥거핀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단순한 몰래카메라는 보는 이들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하나는 술을 마시는 출연자를 몰래카메라로 당황하게 만들고 싶은 욕구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몰래카메라를 실패로 만드는 출연자를 기대하는 욕구다.

 

즉 이 몰래카메라는 실패해야 성공이고 성공하면 또한 실패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혹의 거인으로 나선 서장훈이 무려 3주 간이나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몰래카메라를 장기 프로젝트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거꾸로 말하면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상당한 자기 관리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니 3주째에 결국 몰래카메라에 걸려든 박명수, 정형돈, 하하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기본은 한 셈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몰래카메라가 가져오는 효과다. 그것은 노홍철의 음주운전 물의를 오히려 꺼내 공론화하고 심지어 거기에 불편한 정서를 가진 시청자들까지 이 몰래카메라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힘을 발휘하게 했다는 점이다. 몰래카메라라는 어찌 보면 악취미 같은 이 기획은 그래서 대중들이 길에 이어 또 터진 노홍철의 음주운전 사건으로 <무한도전>에 갖는 불편한 욕구마저 끌어들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몰래카메라가 출연자들에게도 괜찮은 경각심을 주었다는 점이다. “이제 애가 아프다고 해도 의심 해야겠다고 말한 박명수처럼 이 몰래카메라를 통해 출연자들은 평소의 자기관리에 대해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 그게 몰래카메라가 되어 찾아올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즉 이 <무한도전>의 몰래카메라 역발상은 어찌 보면 이 위기상황을 회피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직시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에서 놀라움을 준다. 사실 사건이 터지면 기억하기보다는 잊으려는 게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특히 특권층들이 어떤 불미스런 사건을 터트렸을 때 서둘러 덮어오기만 했던 건 어쩌면 이런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 발생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의 역발상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잊기보다는 기억하라는 것.

 

<무한도전> 극한알바, 근로자들 앞에 겸허해진 시간

 

연예계 생활 20년 중 제일 힘들다.” <무한도전> 극한알바 특집으로 탄광에 들어가게 된 차승원은 그 노동의 힘겨움을 이 한 마디로 전했다. 같이 들어간 유재석은 심지어 시간이 흐르지 않는 듯한 그 극한의 노동에 대해 인터스텔라야?”하고 황당한 마음을 표현했다. 어두운 막장 끝에서, 숨도 쉬기 어려운 탄가루 속에서 어떤 분들은 무려 20여 년 간을 일하셨다고 했다. 그 근로자 분들의 시간을 공유하며 유재석과 차승원은 한없이 겸허해질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굴을 까는 작업을 한 정형돈은 거기서 일하는 어머니들의 기막힌 노동에 혀를 내둘렀다. 까도 까도 고작 몇 백 그램밖에 안 되는 굴을 그 분들은 쉬지 않고 까고 또 깠다. 그 굴 한 점이 자식들의 교육비이고 생활비이기 때문이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택배 상자들을 차에 차례차례 쌓고, 또 그렇게 들어온 차에서 택배 상자들을 끊임없이 내리는 일을 한 하하는 거기서 일하는 분들에게 존경을 표했다. 그 노동을 체험한 하하는 편히 산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텔레마케터 일을 체험하며 끊임없이 죄송합니다만 연발했던 정준하는 그 감정노동이 육체노동 그 이상이라는 걸 몸소 깨달았다.

 

누군가의 따뜻한 겨울을 나게 해줬을 연탄 한 장, 식탁에 오르는 굴 한 점, 또 늦게 온다며 투덜대기도 했던 택배와, 때론 화가나 애꿎은 텔레마케터에게 항의하기도 했던 전화 한 통. <무한도전> 극한알바는 우리가 흔히 겪었던 일상의 일들을 다시 되짚었다. 그 연탄 한 장을 만들기 위해 광부들이 얼마나 힘겹게 막장에서 일을 하며, 그 굴 하나를 까기 위해 얼마나 우리네 아주머니들이 고생하는지, 또 택배 물건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허리조차 펴지 못하고 계속 되는 노동을 의미하며, 전화 한 통의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 마디가 텔레마케터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무한도전>은 보여주었다.

 

<무한도전>이 극한알바 특집을 통해 보여준 것은 그저 힘겨운 미션을 통한 자극이 아니었다. 그건 각 직업의 현장이 얼마나 치열한가를 몸소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막장 끝으로 들어간 차승원과 유재석이 그 극한의 노동 앞에서 점점 광부들의 대단함을 알게 되고, 점점 그들의 삶을 공감하게 되는 과정은 다른 설명이 필요 없었다. 그 탄가루로 점점 새까매지는 얼굴. 그래서 누가 광부이고 누가 유재석이며 차승원인지 점점 알아보기 어려워지는 그 장면만으로도 충분했다. 함께 들어간 촬영진들조차 나왔을 때는 광부들과 다름없는 모습은 마음 한 구석을 짠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우리가 자칫 잊고 살아왔던 근로자들에 대한 공감의 시간이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힘겨운 노동 덕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 유재석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 시간이었다며 이번 극한 알바를 통해 초심을 되찾은 것 같다고 말한 건 그래서다. <무한도전>이 해왔던 도전들. 그 도전은 노동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기 마련이다. 유재석은 아마도 그 노동의 의미가 새로워진 무한도전을 새삼 깨달았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힘겨운 노동의 끝에 느껴지는 행복은 소박함 그 자체였다. 탄광을 나오며 누군가 건네준 알사탕 하나에 행복감을 느끼는 유재석과 차승원. 유재석은 사탕 하나 물고 있는 게 너무 행복해라고 말했고, 차승원은 행복이 별거 없어라며 웃었다. 막장에서 이렇게 매일 일하시는 광부 분들의 이야기를 유재석이 꺼내자 차승원은 자못 겸허한 자세로 서서 진심에서 우러나는 말을 건넸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감사해야 돼. 감사하면서 살아야 돼.” 그것은 <무한도전>이 건네는 근로자들에 대한 헌사였다.

 

예측불허 라디오, <무한도전>과 찰떡궁합인 이유

 

MBC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의 남태정 PD<무한도전> 라디오스타 특집으로 1DJ를 맡게 된 노홍철의 장점으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예측불허를 들었다. 한때 <두시의 데이트>를 한 적이 있는 박명수도 라디오 방송의 묘미를 방송사고가 날 것 같은 불안감과 긴장감에 오히려 있다고 말했다. 유재석은 본 방송 전 미리 찾은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에서 추석을 맞아 뜬금없는 달 타령을 틀게 해 청취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노홍철과 박명수, 유재석이 보여주는 것처럼 라디오의 매력이란 실시간으로 흘러가는 라이브의 묘미에 있다. 물론 어떤 기본적인 얼개를 갖고 방송을 하지만 그 안을 채우는 것은 전적으로 거기 앉아 있는 DJ와 그를 둘러싼 그 날의 공기와 그와 함께 호흡하는 청취자들에 의해서다. 그 돌발적인 우연의 조합들은 결과를 목적으로 삼을 수 없게 한다. 다만 그 순간의 과정들을 함께 하고 있다는 그 느낌이 더 중요할 뿐이다.

 

이처럼 라디오 방송은 그 자체가 무정형의 형식을 추구하는 <무한도전>을 그대로 닮았다. 매 회가 그 자체로 도전이고 그 도전 속에서 그 시간들이 어떤 이야기로 채워질 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따라서 만일 그 라디오 방송이 예전만큼의 팽팽한 맛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 먼저 방송이 패턴화되어 있지 않은가를 들여다봐야 한다. 예측 불가능이고 때로는 방송사고가 날 정도로 긴장감을 유발하며 때로는 뜬금없이 흘러가는 것이 그 본질이지만, 너무 안전한 틀 안에 갇혀버리는 순간 라디오는 그 본질적인 재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무한도전>MBC FM4U1DJ로 출격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무한도전>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라디오 청취자들이 동시에 반색한 것은 그 조합이 기획만으로도 양자에게 모두 괜찮은 효과를 가져올 거라는 걸 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획은 <무한도전>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 되는 셈인데다 우리가 주로 방송을 통해 귀로만 접해왔던 라디오 방송을 방송 이외의 시간을 포착하고 또 눈으로 직접 보여줌으로써 라디오를 좀 더 다양한 감각 체험으로 만들어준다. 이것은 <무한도전>으로서도 라디오 방송으로서도 모두 의미 있는 시도가 아닐 수 없다.

 

<무한도전>은 그래서 라디오스타 특집의 첫 방송으로 사전 미팅을 통한 라디오 방송의 이면을 보여주었다. 방송을 하는 DJ만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작가와 PD들을 만나고 그들과 교감하는 이야기는 그저 흘러나오는 라디오가 아니라 거기 방송 뒤에서 사람들이 살아 숨 쉬는 라디오를 느끼게 해주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배철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김경옥 작가도 있고 배순탁 작가도 있으며 정찬형 PD도 있다는 걸 <무한도전>은 정형돈을 일일 DJ로 투입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드러내 주었다.

 

어찌 보면 이 기획은 상암동 시대를 맞은 MBC FM4U의 홍보 프로젝트라고도 볼 수 있다. 하루를 온전히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는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무한도전> 팬들에게는 반색할만한 일이다. 또한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MBC FM4U에 어떤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있고 DJ들이 있으며 또 각 프로그램들 속에는 어떤 코너들이 있는가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라디오 방송의 홍보 프로젝트에 머물지 않는다는 건 거꾸로 <무한도전> 역시 이 기획을 통해 본인들이 하고 싶었던 라디오라는 영역에 도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호 PD는 언젠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무한도전>TV’ 같은 걸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루를 채워넣은 라디오 방송은 그래서 마치 ‘<무한도전> 라디오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것은 라디오 홍보만이 아니라 <무한도전>에게도 엄청난 홍보효과를 준다.

 

실로 <무한도전>과 라디오의 만남이 찰떡궁합이라는 건 이를 통해 우리가 라디오를 듣는 맛을 새롭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집이나 직장에서 일을 하며 또 자동차에서 이동 중에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일상적으로 라디오를 듣지만 그러다보니 마치 오래된 부부처럼 익숙해져버린 것도 사실이다. <무한도전>의 일일 DJ는 그래서 배철수가 정형돈에게 말했던 것처럼 라디오 방송 자체에 큰 자극이 되어주었다. 그 자극을 통해 라디오가 새롭게 들린다면 그것은 <무한도전>이 해낸 또 하나의 마법이 될 것이다. <무한도전>은 잊고 있던 라디오의 맛을 되살려주었다.

 

갈수록 폭발력 커지는 <무도> 가요제의 비밀

 

어쩌면 이렇게 늘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을까. <무한도전> 가요제는 강변북로 가요제(2007)부터 시작해 올림픽대로 가요제(2009), 그리고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2011)를 거쳐 이번 자유로 가요제(2013)가 무려 네 번째다. 그런데 이처럼 회를 거듭하면서도 그 폭발력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자유로 가요제는 일단 그 규모가 훨씬 커졌다. 3만5천여 명이 운집한 공연장은 웬만한 록 페스티벌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단 하루 게릴라식으로 치러지는 가요제의 규모가 이 정도라면 <무한도전>이라는 이름을 걸고 음악과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지는 어엿한 페스티벌을 만들어도 충분할 듯하다. 의미와 가치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듯 싶다.

 

무엇보다 과거와 달라진 음악들이 주목된다. 유재석이 댄스곡을 고집한다거나 박명수가 일렉트로닉 하우스 장르를 반복했다면 식상해질 수도 있는 가요제였다. 하지만 유재석이 부르는 R&B는 괜찮은 느낌을 주었고, 프라이머리의 색깔이 묻어나는 레트로 힙합을 박명수가 부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첫 무대에 올랐던 김C와 정준하의 실험적인 무대는 실로 압권이었다. 정제되면서도 세련되고 또 다채로운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펼쳐 놓음으로써 좋은 시작을 알렸다. 퍼포먼스가 좋았던 정형돈과 지드래곤의 무대, 노홍철과 장미여관 그리고 하하와 장기하와 얼굴들이 선보인 파워 넘치는 록 스피릿, 그리고 보아와 길이 보여준 춤의 경연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무한도전> 멤버와 아티스트들의 조합, 그리고 그 관계에서 나오는 스토리텔링도 갈수록 세련되어지고 있다. 아마도 여러 차례의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생겨난 일일 것이다. <무한도전> 가요제에 함께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반색할 가수들의 풀이 넓어진 것은 음악적인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 메인 게스트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게스트에만도 이소라, 다이나믹 듀오, 김조한 같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할 정도가 아닌가.

 

자유로 가요제에는 지드래곤이나 보아처럼 국내 대형 기획사의 화려한 가수들이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미여관 같은 이제 막 대중들에게 인지되는 인디밴드가 참여하기도 한다. 그러니 장미여관의 육중완의 옥탑방에서 노홍철이 YG 사옥을 가리키며 게찜을 먹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게 된다. 하하와 장기하와 얼굴들이 정형돈과 지드래곤이 점심을 먹는 YG 식당을 급습하는 장면도 말이다.

 

여기에 유희열이나 김C 같은 이미 예능을 통해 믿고 보는 캐릭터들의 가세는 자유로 가요제의 예능을 남다르게 만들었다. 특히 감성변태 유희열과 유재석이 곡 선정을 하면서 서로 댄스와 R&B를 고집하다가 <100분토론>(?)까지 하는 이야기나, 제주도를 여행하며 김C의 독특한 음악 세계에 점점 빠져 들어가는 정준하의 이야기, 그리고 정형돈과 지드래곤이 퀴어코드를 활용해 마치 연인처럼 밀당을 하는 이야기는 큰 웃음은 물론이고 발표될 음악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보통 시즌제를 하는 가요제나 오디션 프로그램이 빠지는 늪이 바로 이 반복과 패턴화로 인해 생겨나는 피로감일 것이다. 제 아무리 파괴력을 보여준 소재라도 반복하면 힘이 빠지는 것이 당연지사. 과거 <남자의 자격>이 했던 하모니편은 단적인 사례이고, 최근에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시즌을 거듭하면서 예전 같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어떻게 <무한도전> 가요제는 회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더 승승장구할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한도전> 가요제 특유의 기대감을 빼는(?) 방식에서 기인한다. 보통 시즌제 프로그램이 작게는 몇 달마다 길게는 1년 정도를 두고 반복되지만 <무한도전> 가요제는 휴지기가 2년이다. 그만큼 이전의 열기가 충분히 가라앉은 상황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즌제에서 휴지기가 중요한 것은 준비기간이 필요해서이기도 하지만 한껏 올라가 있는 기대감을 상대적으로 누그러뜨리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래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한도전> 가요제의 기대감을 빼는 방식에서 더 중요한 것은 독특한 스토리텔링 속에도 들어있다. 보통의 가요제라면 기대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연출하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나는 가수다>다. <나는 가수다>는 출연자들이 방송국을 찾아오는 순간부터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장면, 리허설 등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며 가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거꾸로다. 멤버들은 가수들을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한없이 기대감을 뺀다. “과연 저렇게 해서 노래는 나올 수 있을까”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자유로 가요제에서 보듯이, 막상 무대에서 발표된 곡들은 기대 이상의 결과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토리텔링은 예능적으로 접근하고(기대감을 낮추고) 무대는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낸 최고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방식. 여기에 <무한도전> 멤버들과의 이야기까지 가사로 녹여진다면 웃음과 즐거움을 넘어 감동까지 주는 무대가 완성되는 셈이다.

 

방송에 있어서 비슷한 소재를 갖고 회를 거듭하면서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다. 하지만 <무한도전> 가요제는 그 독특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통해 이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무한도전> 가요제는 가요제 형식의 <무한도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게다. 이것은 또한 무수한 시즌제를 추구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에게도 분명 충분히 생각해볼만한 형식 도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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