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조건 이기게 돼있어. 네가 나를 경찰에 넘겨도 내가 이기고, 네가 날 죽여도 내가 이겨. 넌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이야."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에서 백희성(김지훈)은 도현수(이준기)에게 그렇게 말한다. 백희성의 도발에 도현수는 이성을 잃어버린다. 도현수가 그토록 사랑하고 지켜내려 했던 아내 차지원(문채원)을 그가 죽였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애초 경찰에 신고하려 했던 계획은 이성을 잃어버린 도현수가 백희성에게 살의를 드러내면서 어그러진다. 백희성의 말대로 도현수는 어떻게 해도 그를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물론 백희성이 죽였다 생각한 차지원은 살아있고, 그를 대신해 칼을 맞은 도해수(장희진)는 사경을 헤매다 깨어났다. 하지만 도현수은 그토록 꾹꾹 눌러왔던 살의를 끄집어내게 되었다.

 

사실 <악의 꽃>이라는 스릴러에서 공포감을 주는 건 백희성 같은 연쇄살인범만이 아니다. 그가 그런 괴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걸 인정하지 않고 애써 숨기려 살아왔던 부모 백만우(손종학)나 공미자(남기애)의 진실에 대한 외면이 무섭고, 제 아무리 사랑하는 남편이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게 꾸며진 함정 때문에 차지원마저 그를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무섭다. 게다가 무엇보다 공포감을 주는 건 모두가 괴물이라 의심해왔지만 끝까지 버텨내던 도현수가 백희성이 끄집어낸 살의에 의해 진짜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다.

 

그런데 이 모든 긴장감과 공포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백희성이다. 드라마 초반에는 백만의 집 비밀 공간에 산소호흡기를 한 채 누워만 있던 그는, 그 호흡기를 그의 엄마 공미자가 떼어내는 순간부터 드라마에 스릴러의 기운을 풀어놓는다. 떼어낸 산소호흡기에 죽기보다는 거꾸로 깨어난 백희성은 '죽은 자'가 살아 움직이는 마치 '좀비' 같은 공포감을 만들어낸다.

 

가사도우미가 사실 이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일을 그만둔다며 돈을 요구하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백희성이 슥 일어나는 장면은 소름끼치는 공포감을 안겨줬다. 결국 도망치는 가사도우미를 죽이고, 대신 도현수가 그를 죽인 것처럼 꾸미는 백희성의 행위들은 그것이 너무나 철저하게 짜인 계획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결코 만만찮은 인물이라는 걸 드러내준다.

 

<악의 꽃>이 멜로와 스릴러가 오가는 장르적 퓨전을 성공적으로 시도하고 있고, 무엇보다 뒤로 갈수록 스릴러의 색깔을 짙게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백희성이다. 그는 대사에도 나오듯 도현수의 '그림자' 같은 역할을 해낸다. 도현수는 연쇄살인범인 아버지 도민석(최병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쳤고 그래서 백희성이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려 했지만 그 백희성이 또 다른 그의 그림자였다. 백희성은 도민석 때문에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며 도현수 역시 그렇게 하게 만들겠다고 말한다. 자신을 죽이라는 것. 백희성은 그렇게 도현수를 자신의 그림자 안에 가두고 자신처럼 만들려 한다.

 

백희성이라는 이 드라마 속 중대한 비중을 차지한 역할을 이토록 소름 돋게 연기해낸 배우 김지훈이 다시 보인다. 그간 우리에게는 MBC <왔다 장보리>로 '주말드라마의 황태자'로 불리던 김지훈은 <악의 꽃>을 통해 그간 저평가된 배우였다는 걸 증명해내고 있다. 늘 밝은 이미지로만 굳어져왔고 그렇게 소비되던 김지훈의 연기를 깨워낸 건 백희성이라는 희대의 악역이다. 그래서 아마도 김지훈의 이번 놀라운 연기를 염두에 두고 보면 <악의 꽃>이라는 작품의 제목이 다른 의미로 읽힌다. 악역으로 피워낸 연기의 꽃 같은.(사진:tvN)

자리만 채운 주말 드라마와 예능, 방법이 없는 걸까

한 때 일요일 밤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을 여지없이 TV앞으로 끌어들였다. KBS <1박2일>이 잘 나가던 시절에는 무려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SBS <패밀리가 떴다>도 30%에 근접하는 시청률을 냈고, MBC <나는 가수다>도 20%가 넘는 시청률을 냈다. KBS <개그콘서트>는 30%가 넘는 시청률을 내며 일요일 밤 아쉬운 주말을 보내는 시청자들을 웃음 폭탄으로 달래주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일요일 밤 프로그램들을 들여다보면 그저 틀어놓곤 있지만 그만한 즐거움을 주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미 많은 시청층이 본방사수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10% 미만으로 시청률이 떨어졌고, 게다가 그만한 화제도 나오지 않는다는 건 프로그램들이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되었다는 걸 말해준다.

KBS의 경우, 그래도 상대적으로 본방 시청층이 많이 남아있는 채널이지만, 그 채널을 채우는 프로그램들은 너무 오래되어 새로운 즐거움을 주기에는 힘에 벅찬 느낌이다. <1박2일>은 이제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그나마 주말 밤에 틀어놓기에 편안해서 보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개그콘서트>다. 5%대까지 뚝 떨어진 이 프로그램은 맨 앞부분에 ‘봉숭아학당’을 먼저 선보이는 변화(?)를 보여줬지만, 웃음의 포인트를 찾아내기 어려워 그저 향수와 추억에 더 기대는 것 같은 인상마저 주고 있다. 개그 프로그램이 웃음을 주지 못한다는 건 그 존재 자체가 의심된다는 이야기다.

SBS <런닝맨>이나 MBC <복면가왕> 역시 어느 정도의 시청층을 확보하고는 있지만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지는 못해 전성기가 지나간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새로 채워진 SBS <집사부일체>는 그래도 우리 시대의 사부를 찾아간다는 콘셉트가 참신한 편이지만, MBC <궁민남편>은 갈수록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일요일 밤에 예능으로 출사표를 던진 tvN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말사용설명서>는 한가락씩 한다는 김숙, 라미란, 장윤주, 이세영 등이 출연해 “어머 이건 해야 해”라는 슬로건처럼 하고픈 무언가를 시도하는 걸 보여준다고 했지만 그다지 ‘해야 할 것 같지 않은’ 너무 흔하고 익숙한 이야기들만 보여주었다. 한 때 유행했던 캐릭터쇼를 반복하는 느낌이다. 시청률은 1%대로 떨어진 지 오래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주말드라마도 이렇다 할 도드라진 작품을 발견하기가 어려워졌다. tvN <미스터 션샤인>이 끝난 후 방영되고 있는 <나인룸>은 tvN 드라마라기보다는 자극적인 사건들을 연달아 배치해 보여주는 전형적인 MBC나 SBS 주말드라마 같은 느낌을 준다. 빠른 사건 전개와 극단적인 상황을 연결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려고 안간힘을 쓰긴 하지만, 어딘지 자극에만 집중한 듯 정신없어 보이는 면이 있다.

주말드라마의 마지막 보루라고 얘기하는 KBS 주말드라마도 최근 방영되고 있는 <하나뿐인 내편>을 보다보면 시간이 퇴행하고 있는 듯한 드라마의 이야기에 실망하게 된다. 전형적인 신파 구조에 ‘출생의 비밀’을 더해 놓은 이 드라마는 그래서 이제 KBS 주말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주 시청층인 장년 세대들의 향수를 채우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은 아쉬움을 갖게 만든다.

한때는 주말이 가장 볼거리가 많았던 방송 시간대였지만 어쩌다 보니 지금의 주말 프로그램들은 너무나 뻔해지고 식상해졌다. 어떤 면으로 보면 앞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과거 잘 나갔던 시절을 애써 붙들고 회고하는 듯 보인다. 워낙 TV 본방 시청층이 점점 줄어들다 보니, 남아있는 시청층들만을 겨냥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의 콘셉트도 옛 방식으로 퇴행하고 있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주말에 오히려 볼 게 없어졌다는 시청자들의 볼멘소리가 공감 가는 대목이다.(사진:KBS)

많은 드라마들이 배워야할 ‘돈꽃’의 미학

도대체 이 그리스 비극을 연상케 하는 비장미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이제 2회만을 남긴 MBC 주말드라마 <돈꽃>을 되돌아보면 이 작품이 현재의 드라마 현실에 있어서 독특한 아우라를 남기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세태를 담는 가벼운 소품들이거나 고유의 문법을 따라가는 장르물이거나 혹은 자극적인 코드들로 버무려내는 뻔한 막장극 같은 것들이 안타깝게도 지금의 드라마 세상을 채우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간간히 명작들이 등장하고, 그래서 더더욱 그런 명작들이 소중하게 다가오지만.

<돈꽃>은 오랜만에 보는 정통 비극이다. 이 드라마의 서사구조는 그리스 비극의 그것을 거의 닮았다. 세상 밖으로 내쳐진 주인공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오는 과정이고, 자신을 버린 자들에 대한 처절한 복수극이다. 그런데 그 복수의 대상이 친족 간에 벌어진다는 점에서 드라마는 훨씬 근원적이고 원초적이다. 

이런 점들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건 주인공인 강필주(장혁)와 정말란(이미숙) 그리고 강필주와 장국환(이순재)의 관계다. 강필주는 자신의 가족을 모두 비극으로 몰아넣은 정말란에게 복수하기 위해 오랜 세월을 가깝게 지내온다. 그건 마치 부모 자식 같은 관계이면서도 연인 관계이기도 하다. 결국 강필주가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면서 이 모든 관계를 깨버린다. 이건 정말란에 대한 복수지만, 그 과정에서 관계의 당사자였던 강필주 역시 적잖은 상처를 입게 된다.

이건 강필주와 정말란의 아들 장부천(장승조)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오며 형제 같은 우정관계를 만들어왔다. 물론 겉으로는 강필주 스스로 ‘장부천의 개’라고 지칭하며 그를 위한 삶을 살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애증만큼 끈끈한 형제애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죽을 위기에 처한 장부천을 강필주는 애써 구해낸다. 물론 그들은 청아그룹의 권좌를 놓고 죽고 사는 싸움을 벌여야 하는 운명이지만.

강필주와 나모현(박세영)의 관계는 더더욱 애처롭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나모현에 의해 강필주는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자신이 청아그룹과 얽히게 된 것도, 그래서 진짜 사랑이라 여겼던 장부천과의 부부관계도 모두 강필주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라는 걸 확인했고, 장국환(이순재) 명예회장으로 인해 자신의 아버지가 자살시도까지 하게 된 사실을 확인한 나모현으로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강필주를 파국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강필주는 청아그룹의 꼭대기에 오르게 되지만 그건 자신의 성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복수극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복수극은 자신이 한 평생을 들여 만들어온 관계들을 깨는 것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는 자신 또한 파괴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강필주가 정상을 향해 오르고 또 복수극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자신을 파국으로 모는 과정과 동일하다. <돈꽃>이 정통적인 비극의 틀을 갖추고 그 어떤 드라마보다 비장해지는 건 이런 드라마의 비극적 구조 때문이다. 

그런데 어째서 복수의 완성과 정점으로 오르는 성공의 과정이 동시에 파국의 과정이라고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는 것일까. 그건 이 드라마의 제목 속에 그 답이 들어가 있다. 모두가 꿈꾸는 꽃처럼 화려해 보이는 욕망이 사실은 돈으로 만들어진 허상이고 거짓이라는 것을 이 드라마는 얘기하고 있다. 그러니 <돈꽃>이 특별한 가치를 가진 드라마라는 것은, 자본이라는 물질적인 세상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아낸 흔치않은 비극이라는 점 때문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자손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는 장국환 회장이라는 캐릭터는 이 <돈꽃> 세상의 추악함과 비정함을 현시하는 인물이다. 그는 순혈만을 인정하고 혼혈은 심지어 그룹을 위해 제거해야할 대상으로까지 여기는 인물이다. 필요하면 정략결혼을 시키고, 또 필요하면 장인에게 자살을 사주하기까지 하는 인물. 갖가지 몸에 좋은 것들을 챙겨먹고 모든 걸 말 한 마디로 다 할 수 있는 권력을 쥐고 있지만 그는 <돈꽃> 세상이 만들어낸 괴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드라마는 그 거대한 괴물과 마주하고 그를 무너뜨릴 신탁을 받은 강필주라는 운명적인 영웅의 서사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로 우리네 드라마에서 오랜만에 보는 무게감 있는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비장미 넘치는 연출과 절제미가 뛰어난 연기들의 조합이 만들어낸 <돈꽃>의 미학은 갈수록 가벼워지기만 하는 드라마들이 배워야할 덕목이 아닐까 싶다.(사진:MBC)

‘황금빛 내 인생’, 가진 자들의 위선 고발하는 서민 자매들

최도경(박시후)이 “자꾸 신경 쓰인다”고 말할 때 서지안(신혜선)의 얼굴은 무표정 그 자체다. 얘기를 들어주는 그 얼굴에 감정은 1도 섞여있지 않다. 최도경은 내놓고 자신의 호의와 마음을 드러내는 중이지만, 서지안은 안다. 그가 입만 열면 말하는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것도 또 이런 호의도 사실은 위선적이라는 걸. 최도경은 입만 열면 자신은 해성그룹의 오너가 되도록 태어났다고 말한다. 그래서 정해진 혼사도 사업 계약하듯 당연히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것이 결국 가진 자의 위선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서지안은 알고 있다. 

호의라면 상대방이 그 배려를 받아야 호의라고 할 수 있지만, 최도경이 내미는 호의는 자신을 위한 일이다. 재력을 가졌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제’까지 실천하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기애가 그 호의의 실체라는 것. 진짜 호의를 베풀 것이라면 먼저 서지안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데 최도경은 ‘젠틀맨’이라는 자신의 허상에만 붙잡혀 있다. 서지안이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는 이유다. 서지안은 그 허상뿐인 가진 자들이 호의라며 내미는 화려한 식탁과 옷과 돈과 차가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세계라는 걸 알았다. 그러니 괜히 건드리지 말라는 것.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지안의 가족들은 출생의 비밀이 터지면서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건 가진 자들의 위선을 고발하고 나선 서지안과 서지수(서은수)라는 자매에 대한 새삼스런 발견이다. 서지안이 최도경을 밀어내며 그 위선을 고발하고 있다면, 서지수는 해성그룹의 재벌가의 딸로 들어가 뼛속까지 가진 자의 허위로 똘똘 뭉쳐 있는 노명희(나영희)와 그 세계를 공격하는 중이다. 

밥 먹을 때는 소리를 내지 말라고 하고, 마치 그들은 먹는 것조차 다른 걸 먹는다는 식으로 훈계를 하려 드는 노명희에게 서지수는 “왜 그래야 하는데요?”라고 되묻는다. 서지수를 해성그룹의 딸로 바꾸기 위해 그의 물건들을 허락도 없이 방에서 치워버리자 굳이 쓰레기차까지 쫓아가 그걸 가져와서는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가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면서 이렇게 “함부로 남의 물건을 버리는 건 예의냐”고 따진다.

자신이 엄마라고 강변하는 노명희에게 “낳기만 하면 엄마냐”고 되묻고 그럴 거면 나가라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나갈 테니 방 하나 구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자신이 성장하는 동안 한 게 아무 것도 노명희에게 그 정도는 요구할 수 있다며. 특히 자신을 길러준 부모들을 단죄하려 했었다는 걸 들은 서지수는 대노하며 “그럴 자격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화를 낼 자격은 “자신 뿐”이라는 것.

<황금빛 내 인생>이 흥미로운 건 이 서지안과 서지수라는 평범했던 서민층 자매가 사건을 겪으면서 좀 더 자신의 진면목을 발견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지안은 늘 당당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자신 안에 존재했던 ‘속물근성’을 발견하고는 그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그런 자신에 대한 부정은 이제 주변 사람들에 대한 부정으로까지 이어진다. 가족이라고 모든 게 용서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는 새삼 깨닫는다. 결국 가족이라고 해도 자신은 자신 스스로 서야 한다는 걸 그는 알게 된 것.

서지수는 늘 순응하며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잘 적응해 밝게 살아왔지만 이 일을 겪으며 자신 안에 있는 의외로 당당한 면모들을 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늘 언니의 그늘 아래서 커왔지만 이제 스스로 서야한다는 걸 그는 알고 있다. 그래서 갑자기 부모가 둘이 생긴 상황 속에서 결국 중요해진 건 자신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서지안과 서지수는 이 아픈 성장통을 통해 자신의 일을 찾아가고 있다. 서지안은 그토록 희구했던 대기업 입사가 허구였다는 걸 알게 되었고, 목공일 같은 본래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는 걸 발견해가고 있다. 서지수는 예전부터 그랬지만 환경이 갑자기 바뀌었다고 해서 자신이 하려 했던 제빵의 길을 접지 않는다. 아니 어떤 면에서 보면 그 일을 할 때만이 자신이 행복하다는 걸 알고 있다. 

<황금빛 내 인생>은 그래서 ‘황금빛’의 허구에 한때 눈이 멀었던 이들이 그 실체를 파악하고 저마다 ‘내 인생’을 찾아내려 하고 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황금빛’ 인생일 것이니. 금수저 흙수저로 나누어 금수저에 대한 환상을 드러내는 현실이지만, 그 금수저가 가진 위선을 이토록 신랄하게 건드리는 드라마도 없을 게다. 그 어떤 사회극보다 신랄해진 주말드라마라니. 서지안과 서지수의 일침이 은근 통쾌하게 다가오는 이유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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