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부터 <미생>까지 금요일 장악한 케이블

 

이제 금요일 밤의 주도권은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넘어가고 있는 것일까. 물론 시청률 전체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여전히 SBS <정글의 법칙>이다. 시청률 13.5%. 하지만 예전만큼 화제성이 뜨거운 프로그램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런 시청률이 나오는 건 이미 이 프로그램이 고정 시청자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은 중장년 시청층에게도 충성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사진출처:MBC)'

MBC가 새롭게 편성한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시청률은 3%에 머물고 있다. 기획적인 포인트나 시도 자체는 괜찮게 보인다. 하지만 금요일 밤의 치열한 경쟁을 염두에 두고 보면 너무 임팩트가 약하다는 게 약점이다. 큰 기대감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

 

KBS <나는 남자다>는 유재석을 메인 MC로 두고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청률이 4% 대다. 포커스를 남자들에 맞춰 놓는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역시 스튜디오 토크쇼가 갖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들을 객석에 초대하는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효과는 별로 없었다. 무언가 형식 자체가 특화된 것이 아니라면 명 MC라도 어쩔 수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이 금요일 밤에 살아나고 있는 지상파 예능은 SBS <웃찾사>. KBS <개그콘서트> 이외에 그다지 무대 개그 프로그램으로서 주목받지 못했던 <웃찾사>는 최근 지속적인 아이디어로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현실 풍자 개그를 보여주는 ‘LTE뉴스나 혀 짧은 임금 캐릭터가 등장하는 뿌리 없는 나무같은 코너는 <개그콘서트>의 패턴화된 개그와는 색다른 묘미를 선사하고 있다.

 

MBC <나 혼자 산다>는 새로운 인물의 투입과 하차가 자유로운 형식의 이점 때문에 계속 신선함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역시 예전만은 점점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홍철의 하차가 주는 빈 자리는 확연히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제 나홀로 족에 대한 콘텐츠들이 너무 많아진 것도 프로그램의 신선함이 덜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다.

 

반면 시청률면에서도 또 화제성 면에서도 압도적인 건 최근 tvN<미생>, <삼시세끼> 그리고 종영한 <슈퍼스타K6>의 라인업이다. 케이블로서는 이례적으로 <미생>6%, <삼시세끼>7% 그리고 <슈퍼스타K6>도 평균 4.6%의 괜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시청률보다 더 고무적인 건 화제성이다. 다음날 토요일판 포털을 들여다보면 거의 이들 케이블 프로그램들의 기사들로 도배되다시피 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금요일 밤 지상파 프로그램들의 존재감은 점점 시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지상파 프로그램에 파괴력이 느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신선함이 없다는 점이다. <정글의 법칙>이나 <나 혼자 산다>처럼 처음에는 신선했던 프로그램도 반복적으로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면서 그 신선함이 사라지고 있고, <나는 남자다><띠동갑내기 과외하기> 같은 새롭게 출시된 프로그램들은 굳이 봐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육아예능처럼 뭔가 잘 되면 우 몰려 비슷한 프로그램들을 양산하면서 결국에는 더 빠른 소비로 동반 추락을 겪는 것도 지상파 프로그램들의 한계로 지목된다. 완전히 새로운 시도 자체를 하기 보다는 스타 MC를 기용하거나 이미 성공했던 아이템을 가져와 변용하는 식으로 안전함을 선택하는 것도 지상파 프로그램이 식상해지는 이유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유기농 예능에 도전해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나영석 PD<삼시세끼>, 드라마 내용상 불필요한 멜로 따위는 애초에 접어버림으로써 오히려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는 <미생> 같은 프로그램에서 이제 지상파가 배워야할 때다. 이제 안전한 시도에서 가져갈 것은 없는 상황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기존의 패턴을 유지한다면 이미 케이블로 넘어가고 있는 주도권을 되돌릴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사실과 진정성, 손석희 <뉴스9>의 경쟁력

 

사실과 진정성의 힘은 컸다. JTBC <뉴스9>의 시청률이 5%를 돌파하면서 MBC <뉴스데스크(5.6%)>SBS <8뉴스(6%)>에 육박했다. 세월호 참사 보도 이후 조금씩 상승하던 수치가 지상파 뉴스를 압도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 것. 시청률보다 고무적인 건 JTBC <뉴스9>과 진행자인 손석희 앵커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보고 믿을 건 JTBC와 손석희뿐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손석희의 <뉴스9>은 어떻게 이런 지지를 얻게 되었을까.

 

'뉴스9(사진출처:JTBC)'

역시 가장 큰 것은 사실 보도의 힘이다. 세월호 보도에 대해 실종자 가족들이 실제와는 너무 다르다는 불만을 표시했을 때, 그 가족과 인터뷰를 통해 그 내용을 내보낸 것도 <뉴스9>이었다. 실종된 단원고 2학년 학생의 학부모 김중열씨를 인터뷰했고, 뭐든 구조를 위해서 해볼 건 다 해봐야 한다며 다이빙 벨 투입을 얘기했던 이종인 대표를 인터뷰했으며, 팽목항에 직접 내려가 현장에서 뉴스를 진행하면서는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언딘이 초기구조에서 시간을 지체했다는 내용을 민간 잠수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내보내기도 했다.

 

사실 기자들이 자료 화면과 함께 몇 마디 멘트를 넣어 뉴스를 전하는 건 일반적인 뉴스의 형태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 보도에 있어서 시청자들은 그 보도의 신뢰에 의문을 제기했다. 따라서 기자들의 목소리보다는 오히려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한 JTBC <뉴스9>에 훨씬 더 신뢰가 느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손석희 앵커가 진도 팽목항에 직접 내려가 현장에서 뉴스를 내보내기로 결정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JTBC 뉴스 관계자에 의하면 팽목항에서의 뉴스 진행은 본래 3일 정도만 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것은 <뉴스9> 진행을 위해 70여 명의 인력이 대거 투입되다 보니 그 이상을 현장에서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내려가 보니 너무 많은 알려지지 않은 사안들이 산적해 있었다는 것. 계속 쏟아져 나오는 놀라운 팩트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이틀을 더 연장해 5일 간을 현장에서 진행하게 됐다는 것.

 

대중들이 진정 알기를 원하는 사실 보도의 힘은 희생자 가족들이 이번 참사의 분명한 원인 규명을 위해 당시 상황을 담은 고인들의 휴대폰 동영상을 <뉴스9>쪽에 제공한 것에서 나타난다. 이 동영상을 통해 그간 선장의 증언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희생자 가족이 보내온 동영상은 너무나 가슴이 아파 그대로 보도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정지화면으로 편집해 내보내게 됐던 것. 이것 역시 다른 희생자 가족들을 위한 배려였다.

 

하지만 사실 보도보다 더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손석희 앵커와 <뉴스9>이 보여준 진정성 때문이었다. 화제가 된 팽목항에서의 손석희 앵커의 변함없는 옷25일 당일 갑자기 결정되어 진도로 가게 되면서 옷을 챙겨가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했다. 팽목항 야외는 뉴스 보도를 위한 제대로 된 스튜디오가 마련되지도 않았다. 똑같은 옷에 변변한 스튜디오도 없는 팽목항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서 담담히 진행하는 손석희 앵커의 모습은 뉴스가 외관이 아니라 그 진심어린 자세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뉴스를 전하는 <뉴스9>의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타 지상파 매체가 좀 더 큰 배에 타고 있어 흔들림이 적은 배 위에 뉴스를 전하는 모습과 <뉴스9>의 기자가 탄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흔들리는 배 위에서 뉴스를 전하는 모습은 사뭇 대비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방송사 여건의 문제이겠지만 사실 그런 것은 시청자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 열악한 상황은 진짜 사실을 전하려는 그 진심어린 태도를 오히려 보여주었다.

 

인터넷 뉴스까지 포함해 지금 현재 뉴스를 전하는 매체들은 엄청난 숫자로 늘어났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뉴스들도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많은 양의 뉴스는 무엇이 진짜인지를 오히려 가로막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 결국 시청자들이 믿을 수 있는 건 사실보도와 진정성이다. 손석희의 <뉴스9>이 보여준 건 그 사실보도와 진정성의 힘이었다. 이 어찌 보면 뉴스 진행자라면 지극히 당연한 일에 이토록 대중들이 박수를 보내는 건, 그간 뉴스 보도가 얼마나 대중들의 신뢰를 잃고 있었던가를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심상찮은 tvN 전성시대 케이블 트렌드 만드나

 

이명한 CP의 얼굴은 싱글벙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꽃보다 할배>가 펄펄 날더니 이어 <응답하라 1994>는 후속작의 부진 같은 우려는 일찌감치 깨버리고 전작의 아성마저 뛰어넘어버렸다. 그에게 <꽃보다 할배>의 나영석 PD<응답하라 1994>의 신원호 PD 그리고 이 두 작품에 모두 단단한 밑그림을 그려주고 있는 이우정 작가 모두 KBS 시절부터 함께 잔뼈가 굵어온 동생들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금 케이블 채널의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다. 2%만 나와도 대박이라 부르던 케이블이 이제 7%는 기본이고 두 자릿수 시청률까지 노리고 있다니.

 

'응답하라 1994(사진출처:tvN)'

오는 29일 밤은 어쩌면 그래서 케이블 채널의 새로운 기록이 달성될 지도 모르는 분위기다. <응답하라 1994><꽃보다 할배>의 후속인 <꽃보다 누나>가 연속 편성되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이 형국.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이 아니던가. KBS <해피선데이>의 최전성기 시절의 그림이다. 앞에서 신원호 PD<남자의 자격>이 당겨주고 뒤에서 나영석 PD<12>이 밀어주던 그림. 그래서 이명한 CP가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두 자릿수 시청률은 그리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2년 전 이명한 CPCJ로 이적하던 시점만 하더라도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케이블에 대한 인지도가 조금씩 생기고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보편적 시청층을 겨냥하기보다는 여전히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을 상대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에는 이른바 케이블 라이크한 프로그램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제 아무리 좋은 기획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흐른 현재 상황은 바뀌었다. 이명한 CP여전히 케이블 라이크한 프로그램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보편적 시청층을 함께 가져가기 위한 노력도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tvN으로 대변되는 CJ의 케이블 운영은 그렇게 보면 꽤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초창기에는 일단 채널을 알리기 위해 다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와 마니아층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을 취했지만 어느 정도 채널에 대한 인지도가 생기기 시작하자 노선을 서서히 바꾸어왔던 것. 이른바 이명한 사단으로 불리는 KBS <해피선데이> 출신 제작진들을 대거 스카우트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송창의 대표로 상징되는 초창기 PD들이 케이블의 존재를 알렸다면, 이제 그 기반 위에서 이명한 사단이 특유의 보편적 마인드로 폭넓은 시청층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

 

tvN의 약진은 또한 KBS 시스템에서는 좀체 시도하기 어려운 참신한 도전들이 일상적으로 시도되는 케이블의 분위기가 제공한 것이기도 하다. 여전히 <12>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KBS의 분위기 속에서 <꽃보다 할배><응답하라> 시리즈는 나오기 어려운 콘텐츠임에 분명하다. 특히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를 떠올려 보라. 과연 KBS에서 예능 PD에게 드라마를 과감하게 맡길 수 있었겠는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지상파만큼 안정적일 수는 없겠지만 무언가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려는 젊은 PD들에게는 오히려 안전하다는 것이 고마울 수만은 없는 일이다.

 

물론 이번 tvN의 약진은 그 중심에 심지어 스타 PD와 작가의 반열에 오른 몇몇 제작자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나영석 PD와 신원호 PD 그리고 이우정 작가가 없었다면 이처럼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을 게다. 이명한 CP는 나영석 PD와 신원호 PD의 장점이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신원호 PD 같은 경우에는 어떤 장르를 주던 기본 이상을 만들어내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나영석 PD는 비슷한 분야 안에서 브랜딩 하는 능력이 뛰어나죠.” 여기에 예능에 정서적인 살을 붙이고 톡톡 튀는 캐릭터를 만드는데 탁월한 이우정 작가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는 드림팀이 구성되었던 것.

 

고무적인 것은 <꽃보다 할배><응답하라> 시리즈가 단순한 콘텐츠의 재미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꽃보다 할배>는 뒤늦게 실버 파워 트렌드를 만들어내면서 오히려 지상파에서 이 트렌드에 뛰어들게 만들었으며, <응답하라> 시리즈는 90년대 복고 트렌드를 전면에서 이끌어냈다. 즉 프로그램을 만든다기보다는 하나의 트렌드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이들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점이다.

 

<꽃보다 누나><응답하라 1994>의 합동작전은 과연 지상파를 넘을 수 있을 것인가. 사실 요즘은 지상파 예능에서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니 만일 이 괴물 같은 프로그램들이 두 자릿수 시청률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어쩌면 케이블이 지상파를 압도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이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과연 이 일은 실현 가능한 일이 될 것인가.

<안녕하세요>, 세상은 넓고 이상한 가족도 많다?

 

“아빠 니 방에서 야동 볼 거니까 들어 오지마.” 상식적으로 아빠가 아들에게 야동 운운하는 장면은 보통 가족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충분히 개방적인 가족도 있을 게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지상파에 나와 공공연하게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이 고민남은 아빠 못지않게 엄마도 술과 놀기를 너무 좋아해 고민이라고 했다. 술 마시고 무단횡단하다 사고를 당해 허리 부러지고 이가 빠졌지만 그 상황에서도 몰래 병실을 빠져나가 술을 마셨다는 것.

 

'안녕하세요(사진출처:KBS)'

물론 이런 고민남의 고민 토로에도 불구하고 이 부모는 당당했다. 애들이 다 컸고 자기 인생을 즐기면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 그럴 수 있다. 각자 자기 집안만의 교육법이나 분위기가 있으니 그것을 갖고 뭐라 할 수는 없을 게다. 하지만 그 고민의 내용도 어느 정도는 지상파의 수위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전국고민자랑’이라는 테마가 붙어 있지만 그것이 가족 간의 사적인 일들을 마구 파헤치고 드러내게 만드는 장치로만 기능해서는 곤란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날 출연한 막말 남편의 사연은 너무 지나쳐 보기에 불편한 수준이었다. 밥 먹을 때 “소가 여물 먹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자고 일어나 부어있으면 “붕어 대가리 같다”고 말하는 남편. “진짜 못생겼다. 얼굴 치워라. 밥맛 떨어진다.” “주름 자글자글한 것 좀 봐라. 살이 디룩디룩 쪄서 굴러다니겠다.” “덩치도 남자 같고 너한테 깔려 죽겠다.” 아내가 폭로한 남편의 막말은 부부가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거의 언어폭력에 가까웠다.

 

여기에 대해서 남편은 “아내가 관리를 안 하는 것 같아서” 일부러 세게 말했다고 변명했지만 거기에 공감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결국 이 막말 남편의 사연을 소개한 고민녀가 이 날 방송에서 새로운 1승을 거두었다. 어찌 보면 막말 남편의 사연을 버젓이 온 국민에게 얘기한 부인 역시 상식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의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내밀한 이야기들을 공공연하게 떠벌리게 만드는 걸까.

 

이것은 사실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이 굴러가는 동력이기도 하다. 서로 앞 다퉈 좀더 센 고민을 털어놓는 것으로 그들은 승리의 상금을 가져간다. 고민을 털어놓는 것은 긍정적인 표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것은 가족의 사생활 폭로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지상파, 그것도 KBS라는 공영방송에서 <화성인>처럼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가족 사생활을 폭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폭로의 대상이 되는 다른 가족을 출연시킨다. 일방적인 폭로가 아니라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를 살리는 것.

 

이것은 훌륭한 장치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고민을 털어놓으려는 의도가 보일 때도 많다. 결국 고민이 소통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과정을 그려내는 것과, 지나친 폭로가 그저 자극적인 재미에 머무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이 프로그림은 그 수위가 아슬아슬하다는 점이다.

 

내용보다 중요한 게 형식일 수 있다. 당당하게 야동 보는 아빠나 막말하는 남편 같은 내용보다 더 자극적일 수 있는 것은 이런 이야기를 경쟁적으로 방송에 나와 쏟아낼 수 있는 방송의 형식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족 간의 소통이라는 좋은 기획의도로 시작했던 <안녕하세요>. 하지만 때로는 그 의도가 무색하게 이상한 가족들의 쌍방향 폭로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피로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은 전혀 안녕할 수 없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기도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