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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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진짜 지옥은 무엇인가동그란 세상 2021. 12. 4. 11:06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이 디스토피아에 담아낸 것 인간은 왜 지옥이라는 종교적 개념을 만들어냈을까. 물론 이런 질문은 논쟁적이다. 지옥의 실재를 믿는 종교적 신념에 대한 의심이 그 질문 안에 담겨 있어서다. 그래서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 논쟁적이다. 미리 말해두면 이 드라마에 흔히 불길이 치솟는 아비규환으로 그려지곤 하는 그런 진짜 지옥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지옥의 사자’라 불리는 괴 존재들이 등장한다. 갑자기 유령처럼 어떤 차원을 뛰어넘어 나타난 이들은 사전에 ‘지옥행’을 ‘고지’ 받은 사람들에게 나타나 다짜고짜 폭력을 가해 피와 살점이 튀는 처참한 광경을 마치 보여주려 작정한 것처럼 ‘시연’한 후, 손을 모아 만들어내는 빛 속에서 순식간에 뼈의 형상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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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밤' 엄태구와 전여빈이 절절하게 보여준 지옥 속 낙원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21. 4. 18. 14:34
'낙원의 밤', 박훈정 감독이 느와르로 풀어낸 사랑과 삶의 은유 우리에게 낙원은 어디에 있을까. 지옥 같은 현실을 매일 같이 버텨내면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낙원은 삶 속에 존재한다기보다는 삶 저편에 있다고 여겨질 법 하다. 흔히들 말하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의 농담 섞인 한숨 속에 담겨지는 쓸쓸한 현실 인식처럼. 박훈정 감독의 영화 은 감독 특유의 유혈이 낭자한 느와르 장르지만, 그 안에 사랑과 삶에 대한 은유를 통해 묻는다. 우리에게 낙원은 어디에 있느냐고. 여기 지옥 속에 살아가는 남녀가 있다. 태구(엄태구)는 유일한 피붙이인 누나와 조카가 살해당하자 상대 조직의 보스에게 치명상을 입힌 채 제주도로 피신한다. 그런데 태구를 보호해줘야할 조직의 보스가 제 목숨을 상대 조직에게 구걸하며 태구를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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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지옥', 잔인했지만 충분히 그럴 만했던 역대급 문제작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9. 10. 9. 10:55
타인은 지옥이다’, 타인이 지옥이 되자 자신도 타인이 됐다 종영한 OCN 드라마 는 문제작이다. 드라마 시작부터 너무 잔인하고 살벌해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된 흉흉한 뉴스가 들리는 시기에 는 더더욱 논쟁적이다. 도끼로 찍고 칼로 찌르고 감금에 고문에 살인까지 연달아 터져 나오는 드라마를 과연 보여줘야 하는가 하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가 그 비판들을 넘어설 수 있는 건 이런 잔인하고 공포스러우며 끔찍한 상황을 통해 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고시원이라는 타인과의 경계가 희미해진 공간에서 무시로 침범해 오는 이들로 인해 지옥을 경험하는 윤종우(임시완)가 그 공간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그 곳이 지옥이 된다는 걸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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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불쾌한데 보게 되는 'SKY 캐슬', 그 기묘한 몰입의 정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8. 11. 26. 09:36
'SKY 캐슬', 김정난이 실감나게 보여준 사교육 지옥의 비극이게 과연 2회가 맞나 싶다. 거의 엔딩에 가까운 몰입감이다. 새로 시작한 JTBC 금토드라마 첫 회에 아들이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며 행복에 겨워했던 이명주(김정난)는 2회 만에 결국 자살을 하는 충격적인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이유는 “당신 아들로 사는 게 지옥”이라며 집을 나가버린 그의 아들 박영재(송건희) 때문이었다. 모든 걸 다 가진 듯 보였던 박영재였지만 그는 사실 지옥에서 살고 있었다. 입시지옥. 사교육 지옥.서울대 의대 합격 소식에 SKY 캐슬에 사는 자식 둔 부모들은 모두가 그 영재의 포트폴리오를 궁금해 했다. 그것만 따르면 서울대를 가는 건 떼놓은 당상처럼 여기는 그들은, 축하파티를 빙자해 그 포트폴리오를 알아내기 위해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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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와 안아줘' 가슴 먹먹해진 장기용·진기주의 2차 피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8. 5. 26. 11:01
‘이리와 안아줘’가 담은 2차 피해 문제, 현실도 마찬가지그들의 진짜 이름은 나무와 낙원이었다. 나무는 진짜 그 이름처럼 낙원을 위해 늘 묵묵히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고, 윤희재(허준호)라는 희대의 살인마인 아버지 때문에 늘 지옥에서 살아가던 나무에게 낙원은 역시 그 이름처럼 유일한 낙원이었다. 하지만 그 나무가 꺾어지고 낙원이 지옥이 되는 일은 결국 벌어지고 말았다. 윤희재는 낙원의 부모를 살해했고 낙원까지 죽이려 했지만 나무가 막아섬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게 윤희재는 체포되었지만 과연 그걸로 끝이었을까. 가해자가 잡혔지만 피해자들은 결코 그 지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살게 되었다. 나무와 낙원은 그래서 그 이름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나무는 채도진(장기용)으로 낙원은 한재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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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재벌가로 간 신혜선,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7. 10. 16. 09:29
‘황금빛’, 김혜옥의 비뚤어진 선택이 만든 신혜선의 지옥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을 듯싶다. 자신이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서지안(신혜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시방석에 앉게 됐다. 재벌가의 딸이 되어 흙수저를 벗어나 새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여기며 남다른 능력을 보여줬던 그녀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것이 모두 엄마 양미정(김혜옥)의 자식 바꿔치기 때문이었고, 자신은 그 재벌가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이라는 걸 알게 된 서지안은 그 집안에서 숨 쉬는 일조차 힘겨워했다. 왜 그렇지 않을까. 친 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그 부모가 주는 돈과 옷과 갖가지 혜택들을 편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게다. 그건 엄마의 범죄가 이제 그 선에서 머물지 않고 서지안에게도 고스란히 똑같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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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파트너' 지창욱과 동하가 빠진 기억이라는 지옥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7. 7. 7. 09:14
‘수상한 파트너’, 그들은 기억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끔찍한 사건이 만들어낸 기억의 트라우마는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바꾸는 걸까. SBS 수목드라마 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주인공인 노지욱(지창욱)과 은봉희(남지현)가 어린 시절 부모들로부터 얽힌 사건 이야기를 다루기 시작했다. 노지욱의 부모가 은봉희의 아버지의 보복 방화로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는 것이 당시 공식 보도된 내용이었다. 서로 사랑을 확인하게 된 노지욱과 은봉희는 이 과거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별을 선택했다. 제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그 과거의 고통스런 기억을 떨쳐낼 수는 없었던 것. 하지만 노지욱은 차츰 자신의 기억이 당시 조사관이었던 장무영(김홍파)에 의해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 채기 시작한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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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배우 총출동 '아수라', 어째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까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16. 10. 2. 09:32
의 호와 불호를 나눈 것들 영화 는 다닥다닥 붙어 있는 안남시의 집들을 부감으로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그 집들에는 안남시장 박성배(황정민)는 물러가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리고 카메라는 곧바로 이 안남시장 박성배의 ‘개’가 되어 일하고 있는 형사 도경(정우성)으로 옮겨간다. 재개발, 시장, 비리형사, 조폭. 시작 부분의 몇 장면은 이 영화의 이야기가 어떤 것이 될 것이라는 걸 대부분 이야기해준다. 재개발을 하기 위해 조폭들과 비리형사들까지 싸그리 제 손아귀에 쥐고 흔들어대는 절대 악 박성배의 갖가지 비리들을 덥기 위해 도경은 손에 피를 묻힌다. 그런데 그의 앞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박성배를 끌어내리려는 검사 김차인(곽도원)이 나타나면서 그는 박성배와 김차인 양자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