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백선생>의 맛을 구성하는 여섯 가지 레시피들

 

tvN <집밥 백선생>을 그냥 시청하는 것과 그걸 보고 한 번 따라 해보는 것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냥 보는 것이야 음식을 소재로 한 토크쇼에, 쿡방과 먹방을 덧붙여놓은 정도지만, 직접 따라서 해보는 건 마치 하나의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 같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번 성취감을 맛본 후에는 프로그램이 완전히 달리 보인다. , 양파 같은 기본 재료들도 심상찮게 보이고 그걸 볶거나 삶거나 하는 조리 과정도 새롭게 다가온다. 재료를 달리해 저 조리방법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들이 조금씩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러면서 다음 회의 재료가 공개되면 미리부터 마트로 가 그 재료를 사 놓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도대체 <집밥 백선생>이 나한테 무슨 마법을 건거야 하는 생각을 갖게 될 지도 모른다.

 

'집밥 백선생2(사진출처:tvN)'

<집밥 백선생>은 비판이 많았다. 백종원이 프렌차이즈 사업을 한다는 사실 때문에 집밥과 과연 어울리는가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또 물론 방송의 과장된 편집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슈가보이라는 별명이 만들어지면서 지금도 설탕을 넣을 때면 미묘한 머뭇거림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비판들이 있다고 해도, <집밥 백선생>이라는 프로그램이 우리 같은 요리무식자들에게 주는 효용성은 모든 걸 용서하고도 남는다. 집에서 홀로 해먹는 요리라고 해봐야 라면 끓여 먹는 정도였던 우리를 이제는 볶음 우동도 만들고 쟁반 짜장도 만들며 제육볶음 정도는 뚝딱 해치우고, 양파만 달달 볶아도 맛이 완전히 다른 카레를 내놓을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물론 이런 레시피가 새로운 것은 아닐 게다. 하지만 제 아무리 레시피가 있으면 뭐하나. 그걸 보고 실제로 해볼 수 있을 만한 동기를 부여해주지 않는다면 두꺼운 요리책 속의 수많은 레시피들은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을 게다. <집밥 백선생>은 그래서 그저 어떤 재료들을 갖고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대한 기본 레시피만으로 맛을 낸 프로그램이 아니다. 거기에는 이 프로그램만이 갖고 있는 독특하며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숨겨진 레시피들이 있다. <집밥 백선생>만의 특별 레시피.

 

1. 간편하다

<집밥 백선생>의 특별 레시피 중 가장 강력한 건 바로 간편하다는 점이다. 그 많은 만능을 제조해낸 건 바로 이 간편함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만능간장, 만능된장, 만능고추장, 만능춘장까지. 물론 음식전문가들은 이 만능의 천박함을 얘기한다. 그런 단순한 공식(?)이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음식의 세계를 폄훼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해먹는 음식이 모두 작품처럼 만들어지는 건 아니고 또 그럴 수도 없다. 특히 요즘처럼 맞벌이 가정이 늘고 있고 그래서 간편하지 않으면 해먹기 힘든 현실 속에서는 음식을 작품 대하듯 하는 이런 태도가 심지어 위화감마저 느끼게 만든다. 똑같아도 좋으니까 기본이라도 하게 해줘. 아마도 <집밥 백선생>의 간편함에 환호하는 열혈 시청자라면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을까.

 

2. 응용이 무한하다

간편하게 만능으로 일단 장을 제조해 놓고 냉장고에 넣어 두면 그 응용이 무한하다는 점은 <집밥 백선생>의 레시피를 일종의 마법처럼 여기게 되는 이유다. 만능간장 하나로 꽈리고추에 넣어 먹기도 하고, 잡채를 만들기도 하며, 가지를 조려 먹기도 한다. 만능춘장을 만들면 단 몇 분 만에 쟁반짜장이 가능하고, 짜장 라면이 짜장 떡볶이는 너무 쉬운 음식이 된다. 이건 단지 만능 장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를 테면 파 기름 내는 것 하나만 알고 있어도 볶음밥 맛이 달라지고 볶음 우동의 맛이 달라진다. 한 가지 레시피를 알고 나면 거기에 재료만 살짝 바꿔도 다른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지대를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레시피대로 따라하다가 차츰 다른 재료를 넣어 응용해보게 되는 것. <집밥 백선생>의 세계는 초심자들도 요리라는 즐거운 세상으로 인도하는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

 

3. 이건 마치 화학실험실 같다

남자들에게 그래도 요리가 낯설다면 <집밥 백선생>은 그 부엌을 마치 화학실험실처럼 활용함으로서 그 낯섦을 상쇄시켜준다. 계량컵으로 돼지고기 두 컵, 간장 한 컵, 양파 두 컵... 이런 식으로 죽 늘여놓고 그걸 프라이팬에 하나씩 차례로 넣어 요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요리에 익숙지 않은 남자들에게는 마치 화학실험을 하는 것 같은 흥미를 유발한다. 물론 이 화학실험은 그 결과물로 맛좋은 안주를 만들어내기도 하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4. 없어도 된다

요리 무식자에게 재료는 절대적이다. 그래서 무슨 요리를 레시피를 보고 하려고 하다가도 재료 하나가 없다면 포기하는 게 다반사다. 요리를 모르는 입장에서는 그 재료가 없으면 결코 음식이 만들어지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밥 백선생>에서는 없는 건 없는 대로 패스하는 통쾌함(?)을 말해준다. 그리고 원 재료가 없을 때 대체할 수 있는 걸 알려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굴소스가 없을 때 간장으로 비슷하게 맛을 내는 법을 알려주는 식이다. 모든 게 있어야 제 맛을 낸다는 생각에 빠져 있어 포기하게 되는 요리를 <집밥 백선생>은 쿨하게 패스함으로써 우리 같은 요리무식자들에게 용기를 준다.

 

5.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이른바 요리에 대한 신화가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다. 이를테면 엄마의 손맛같은 것이 그것이다. 물론 엄마의 손맛을 부정하거나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그걸 과도하게 신격화하는 건 요리를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장벽을 만든다.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집밥의 의미를 과도하게 엄마의 밥상으로만 상정하게 되는 것도 이런 신격화 때문이다. 하지만 <집밥 백선생>은 내놓고 누구든 따라 하기만 하면 되유라고 말한다. <집밥 백선생>은 그래서 누구나 집에서 해먹는 밥집밥의 의미로 재위치시킨다.

 

6. 고급진 것처럼 보인다

가끔 쑥스러운 듯 백선생은 우리끼리의 사기라는 표현을 쓰면서 똑같은 음식도 조금만 달리해 고급진것으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물론 전문요리사가 아니라는 것 때문에 을 알려주면서도 이런 자기 폄하를 하는 것이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 팁이 굉장히 유용하게 활용된다. 음식은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고 눈으로도 먹는 것이니. “있어 보이는 건맛만큼 중요한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있어빌리티가 또 하나의 능력으로 치부되는 시대에는 더더욱.

쿡방은 끝물? <집밥 백선생>은 다르다

 

쿡방은 끝물인가? 사실 너무 많은 쿡방, 먹방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이제 식상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tvN <집밥 백선생>을 보는 시선은 약간 다르다. 그저 방송으로서의 재미만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은 실제로 요리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요리무식자들이 주방 문턱을 넘는 것을 수월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집밥 백선생2(사진출처:tvN)'

<집밥 백선생>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은 물론 있다. 때로는 과해 보이는 양념이나 편법처럼 보이는 간단한 레시피. 그것이 집밥이라는 의미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선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집밥은 당연히 엄마의 밥상이라는 그 고정관념에서 비롯되는 일일 수 있다. 집밥을 그저 집에서 누구나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밥 정도로 내려놓고 보면 요리에 대해 느끼는 막연한 벽을 넘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요리를 너무 성역화하는 관점은 이제 넘어서야할 때가 되었다.

 

<집밥 백선생2>의 첫 회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를 정확히 보여줬다. 네 명의 새로운 제자들, 김국진, 이종혁, 장동민, 정준영은 요리 자체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에게도 어떤 편안함(?)을 주는 인물들이다. 요리 앞에서 이들의 어리숙한 모습이 나올 때마다 시청자들은 웃음과 동시에 나도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토스트는 물론이고 계란 프라이 하나 해본 적 없어 보이는 모태 요리무식자 김국진은 물론이고, 닭볶음탕에 불순물도 제거하지 않고 마구 양념만 집어넣어 끓여내는 이종혁, 나름 완벽주의자에 창의적인 요리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괴작을 만들어내는 고집불통 장동민, 요리 블로거로서 허세와 폼은 가득하지만 정작 맛은 별로 없는 요리를 만들어온 정준영. 이들이 이번 시즌2에서 보여줄 변화와 성장은 고스란히 시청자들 스스로도 그런 변화가 가능할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즌2 첫 회에서 도드라진 건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이다. 잘 안하지만 하면 나름 잘한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진 이종혁이 요리를 하려는 이유는 우리가 <아빠 어디가>를 통해 봤던 준수와 탁수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기 위함이고, 한 번도 안 해온 요리를 김국진이 배우려하는 건 늘 엄마가 해주는 밥을 언제까지나 먹을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김국진의 어머니의 이야기는 그래서 <집밥 백선생>이 기획하고 있는 의도를 잘 드러내준다. 어머니가 몸이 아파 수술을 받으러간 사이 김국진이 느꼈을 집밥에 대한 새로운 생각은 그래서 공감가는 대목이다. 늘 받아먹기만 했던 집밥을 이제는 나 스스로 해먹어야 할 시기가 온 것이고, 가능하다면 어머니가 원했던 것처럼 내가 배운 요리로 맛난 걸 해드려야 할 때가 누구에게나 온다는 것.

 

결국 집밥이란 누구든 누구를 위해서든 집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요리를 지칭하는 것일 게다. 물론 실제로 이 프로그램의 레시피가 많은 요리무식자들을 위한 레시피로 활용되고 있지만 그런 정보보다 더 중요한 건 요리에 대한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깨는 일이다. 이것이 <집밥 백선생>을 그저 그토록 쏟아져 나오는 쿡방의 하나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이고, 우리가 <집밥 백선생> 시즌2를 기다려온 이유다

예능부터 드라마까지, tvN에 대한 너무 높은 기대치들

 

tvN <치즈 인 더 트랩>이 드라마 후반부에 이르러 겪은 갖가지 논란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역시 최고의 시청률과 화제를 이끌었던 <응답하라 1988>이 엔딩에 이르러 누가 누구와 결혼하느냐를 두고 벌어진 뜨거운 논쟁들은? <꽃보다 할배>부터 <삼시세끼>, <꽃보다 청춘>까지 내놓기만 하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던 나영석 PD표 예능에 대해 최근 들어 힘이 빠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치즈 인 더 트랩(사진출처:tvN)'

사실 tvN은 작년 한 해 동안만도 어마어마한 성장을 만들었다. 그 전면에 섰던 건 나영석 PD와 신원호 PD였다. 나영석 PD<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로 케이블로서는 그간 넘지 못할 벽이라 여겼던 두 자릿수 시청률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면, 신원호 PD는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거푸 성공시키며 대표적인 tvN표 드라마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나영석 PD와 신원호 PD의 콜라보레이션은 지금 방영되고 있는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확실한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두 명의 블록버스터급 프로그램들의 성공에 힘입어 <집밥 백선생>이나 <수요미식회> 같은 레귤러 프로그램들 역시 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이렇게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형국이 만들어졌고, 이제는 두 사람이 아니라도 <미생>에 이어 <시그널>까지 대박을 낸 김원석 PD표 드라마가 또 한 축의 성공을 만들어내며 tvN의 브랜드를 확고하게 만들었다. 지상파 드라마에 식상해했던 시청자들은 이제 tvN의 영화 같은 장르드라마에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연전연승과 승승장구에는 그만한 고민거리도 생기기 마련이다. <치즈 인 더 트랩><응답하라 1988>의 멜로를 두고 벌어진 설전이 말해주는 것처럼 tvN 드라마들은 비상한 대중들의 관심만큼 그것이 엉뚱하게도 논란으로 이어지거나 심지어 스포일러로 이어져 제작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이런 승승장구하는 대박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새로 들어가는 프로그램들은 높아진 기대치 때문에 부담감도 그만큼 늘어났다. <치즈 인 더 트랩>에 이어 그 바톤을 이어받은 <피리부는 사나이>가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2회만에 3.6%(닐슨 코리아)라는 꽤 괜찮은 시청률로 순항하고 있지만 이런 흐름은 또 이어질 후속작에 대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CJ로 와서 지금껏 단 한 번도 실패작을 내지 않은 나영석 PD의 부담감은 그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여전히 뜨겁지만 <꽃보다 청춘> 시리즈가 과거만큼 흥미진진하지 않다는 반응들 역시 적지 않게 등장하는 건 여러 차례 반복된 시리즈의 피로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다시 <삼시세끼>로 돌아가는 것도 그다지 좋은 선택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 CP급이 된 나영석 PD는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후배 PD들을 지원해주고 밀어주는 역할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프로그램은 1년에 하나 정도 천천히 준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당연한 선택이고 또 바람직한 선택이다. 너무 많은 기대감으로 인해 나영석 PD가 큰 부담감을 갖는 건 방송사로서도 또 그의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에게도 결코 좋지 않은 일이다.

 

지상파와 비교해 소소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몇 년 전이라면 tvN의 이런 성과는 부담이라기보다는 축하할 일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상파와 본격적인 대결구도를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높아진 위상만큼 그걸 지켜내기 위한 고민도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그 흐름이 지속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집밥 백선생>이 낮춰놓은 요리에 대한 진입장벽

 

보통 육개장이라고 하면 세 시간은 족히 공을 들여야 만들 수 있는 요리다. 고기를 푹 삶아야 하고 그렇게 삶아낸 고기는 일일이 먹기 좋게 잘라내야 한다. 국물을 내고 갖가지 재료들을 손질해 넣고 다시 끓여내야 비로소 육개장이 탄생한다. 물론 특별한 날에 엄마들이 정성을 들여 끓여낸 육개장 맛을 따를 건 없을 게다. 하지만 혼자 사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가족이 함께 산다고 해도 맞벌이 부부들이 많아져 누구 하나 이렇게 시간 들여 요리를 할 여력은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그러니 정식은 아니지만 단 20분의 속성으로 그 육개장 맛을 내는 백종원표 레시피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20분에 뚝딱 만들어낸 육개장이 저 엄마들이 정성들여 끓인 육개장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사먹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 요리는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 또한 중요하다. 스스로 그럭저럭 만들어 끓여낸 육개장은 비록 간소화된 것이라도 우리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20분 육개장이 갖고 있는 이 간편함은 아마도 <집밥 백선생>의 백종원 레시피가 갖는 가장 강력한 힘일 것이다.

 

요리는 어렵다? 사실 어려움보다 더 큰 문제는 귀차니즘이다. 삼시세끼를 해먹는다는 것은 물론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일 수 있겠지만 요리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귀찮은 일거리일 수 있다. <집밥 백선생>이 정곡을 찌른 곳은 바로 이 귀차니즘이다. 백종원의 역할은 대단히 특별한 요리를 선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 익숙한 일상적인 요리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것에 있다.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집밥 백선생>은 꽤 많은 레시피들을 공개했다. 우리를 처음 놀라게 한 건 만능간장처럼 한 번 만들어놓으면 두고두고 이런저런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 간편함이 요리에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이후에도 파스타를 라면 끓이듯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만능오일’, 다양한 고기 양념에 사용하는 만능소스같은 만능 시리즈를 소개했다. 이처럼 만능이 많아진 건 요리에 문외한인 남성들을 제자로 키운 덕(?)이다. 복잡한 건 딱 싫어하는 남자들에게 만능같은 요리 공식은 머리에 쏙쏙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만능시리즈들에 주목하는 건 남자들만이 아니었다. 꽤 오랫동안 요리를 해온 주부들도 이 만능 시리즈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간편함 때문이었다. 굴전 하나를 만들어도 그냥 굴전이 아니라 초간단 굴전을 선보인다. 큰 사발에 굴을 넣고 부침가루를 넣어 조물조물 반죽하고 사발 한 켠에 계란을 풀어 계란 묻힌 굴을 기름에 부쳐내면 끝. 도대체 굴전 하나 만드는데 사발 하나로 계란 부치듯 쉽게 만든다는데 눈이 가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혹자들은 이처럼 간편한 레시피가 본래 음식의 고유한 맛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집밥 백선생>이 백종원표 간편한 레시피를 알려주는 건 본래 음식의 고유한 맛을 지워버리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그 간편함을 더해 요리의 문턱을 낮춰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렇게 요리의 세계에 첫발을 디디고 혹 시간 여력이 있다면 더 본연의 음식을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집밥 백선생>1월 말을 기점으로 휴식을 갖는다고 한다. 6개월 남짓의 시간들이었지만 그간 꽤 많은 레시피들을 알려주었고 그것이 요리의 저변을 확대시킨 것도 분명하다. 된장찌개를 하나 끓이는 것도 또 김치로 전을 부치는 것도 그 레시피 자체보다 힘든 건 요리에 뛰어들기 위해 넘어야 하는 심리적인 진입장벽이다. <집밥 백선생>은 그 간편한 레시피를 통해 진입장벽을 한층 낮춰놓은 점에서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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