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청춘>의 로망, 좋은 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란

 

마치 바보 삼형제 같다. 어딘지 모자라고 세상 물정 몰라 강가에 내놓은 아이들처럼 보여도 그들은 그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즐거워하는. 돌아온 <꽃보다 청춘>에 출연하게 된 조정석, 정우, 정상훈은 평소 잘 알던 사이인 만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 사실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여행의 가장 중요한 것이 어디를 어떻게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가느냐라는 걸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 tvN)'

조정석과 정우는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 함께 출연하면서 굉장히 가까운 사이였고, 조정석과 정상훈은 뮤지컬할 때 잘 알던 사이였으며, 정우와 정상훈은 엎어진 영화에 함께 출연하며 가까운 형 동생 사이였다. 평소 잘 되면 같이 여행이라도 떠나자고 했다는 그들이니 이제 그 꿈이 실현되는 순간에 들뜨지 않을 수 있을까. 어느 식당에 모여 몇 시간 후 아이슬란드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멘붕 상황에서도 그들은 한없이 즐거운 얼굴이었다.

 

청춘의 여행이 그러하듯이 대책 없음은 그 여행의 곤란함이 아니라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미리 숙소를 잡아 놓는다는 것이 2인용 방을 잡아 이를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떠듬떠듬 안 되는 영어로 사정을 하는 조정석을 정상훈은 형답게 농담을 툭툭 던져 웃게 만들었다. 영어 실력이 영 없어 스스로를 돌대가리라고 표현한 이 세 사람은 핫도그를 하나 시켜먹는 것도 쉽지 않았다. 돈을 냈지만 정작 주방에 주문을 하지 않아 무작정 기다리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친절한 핫도그집 직원이 있었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먹는 핫도그 한 개에 감탄하는 그들이었다.

 

무려 하루를 꼬박 넘겨 도착한 숙소에서는 그토록 조정석이 걱정했던 2인용 방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됐다. 주인이 취소된 3인용 방을 내준 것. 방을 잡고 슈퍼에 음식 재료를 사러가는 그들은 그 한 밤 중에도 거리를 뛰어가며 여행 기분을 만끽했다. 레시피 따위는 무시한다는 식으로 뚝딱 만들어낸 음식을 기가 막히다며 맛있게 먹고, 다음날 렌터카를 빌려 무작정 어디든 달려보는 그들에게 걱정 따위는 없어 보였다.

 

사실 액면으로 보면 이들의 여행은 결코 편안할 수는 없는 시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만난 지 몇 시간만에 비행기를 탄 데다 숙소도 정해지지 않아 난항을 겪었고, 영어가 신통치 않아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이 무려 세 끼를 핫도그를 먹었다는 사실은 먹는 것도 그리 풍족하지는 못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뒤늦게 영어회화 앱을 찾아 돌려 핫도그 세 개 주세요라고 하자 핫도그 월드가 번역되어 나오는 소리에 웃을 수 있으니 이 모든 어려움은 그들에겐 하나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아이슬란드라는 곳은 북극에 가까운 차갑게 얼어붙은 땅이다. 그런데 그 차가운 곳이 그 곳을 살아낸 이들에 의해 온기가 넘치고 그럼으로써 그 어느 곳보다 낭만적으로 다가오게 되었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차가운 눈보라 속을 대책 없이 달려 나가는 세 사람이 문득 두려움을 느끼다가도 서로를 의지하고 달리는 걸 멈추지 않으며 심지어 그 낯선 두려움을 즐길 수 있는 그 모습은 그래서 아이슬란드라는 땅에 내려진 따뜻한 온기와 낭만적인 사람냄새를 그대로 닮았다.

 

결국 인간이 위대한 것은 혹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서로 살을 부비며 즐겁게 살아가는 그 모습이 아닐까. 그럼으로써 그 혹독한 환경조차 낭만으로 바꿀 수 있는 힘. 아이슬란드로 떠난 <꽃보다 청춘>은 아마도 우리에게 그런 로망을 던져주고 있을 것이다. 차갑게 얼어붙은 현실에서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충분히 훈훈해진다는 것. 차가운 겨울이 겨울왕국이 될 수 있다는 것. <꽃보다 청춘>은 바보 삼형제의 대책없는 동화 같은 여행을 통해 그걸 보여주고 있다



‘시청률의 제왕’이 꼬집은 <최고다 이순신>, 그 실상

 

‘이 드라마는... 달리기에 지쳐있는 우리 사회에 위로와 희망,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기획되었다.’ 이 문구는 <최고다 이순신> 기획의도의 한 부분이다. 이 기획의도에는 행복이란 ‘더 많이 가진다고 더 높이 올라간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며’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건 ‘곁에 있는 사람의 소박하지만 진심 어린 사랑’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고다 이순신>의 기획의도는 이처럼 순수하고 심지어 소박하다.

 

'최고다 이순신(사진출처:KBS)'

아마도 이것은 진짜 <최고다 이순신>이 애초에 그리려했던 것들일 게다. 하지만 25일 종영에 즈음해 이 드라마를 되돌아보면 기획의도가 무색해질 정도로 방향이 엇나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라마가 애초 다루려던 것은 위로와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였을지 모르겠지만, 실상 드라마가 계속 보여줬던 것은 막장에 가까운 엄마들의 부모로서 해서는 안될 패악이 대부분이었다.

 

이것은 어쩌면 애초에 ‘출생의 비밀’을 드라마 전체의 동력을 삼은 시점부터 어쩔 수 없는 엇나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순신(아이유)의 아버지가 그녀의 친모인 송미령을 구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아니 이순신의 친모가 그녀를 키워준 김정애(고두심)가 아니라는 것에서부터 야기된 것이었다. 친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부터 이순신은 그래서 가시밭길을 걷게 된다. 처음에는 김정애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다음은 둘째 언니인 이유신(유인나)가 노골적으로 그녀를 구박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드라마의 상반기가 지나가고 중반에 이르게 되면 이제 친모인 송미령의 패악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친모인 줄 모르고 이순신을 배신하고, 후에 친모임을 알게 된 후에는 딸의 입장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자기 욕심만 채우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 놀라운 일이지만 이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전체 내용이나 다름없다. 중간에 이유신과 박찬우(고주원)의 반대를 이겨낸 전형적인 결혼이야기가 들어있고, 이혼한 이혜신(손태영)의 전남편과의 갈등과 새 남자 서진욱(정우)과의 어디서 많이 보았던 로맨스가 들어있을 뿐이다. 이렇게 새로운 내용이나 메시지 없이 달려온 50부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어떤 가치나 의미를 창출해내지 못하는 드라마가 결국 가지려는 의도는 시청률로 귀결된다. 적당한 가족 드라마적 요소와 신데렐라 스토리를 섞고 그 안에 이른바 시청률을 위한 공식적인 설정들을 집어넣으면 괜찮은 시청률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안이한 선택. 이런 선택이 가능한 것은 이 편성 시간대가 사실상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KBS 주말 저녁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최고다 이순신>의 안이한 선택은 그만한 보상을 얻지는 못한 것 같다. 그간의 드라마들과 비교해 보면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현저히 떨어졌다.

 

아마 처음부터 이런 드라마를 쓰고 연출하고픈 작가나 연출자는 없을 테지만 이 드라마는 애초에 특별한 아이디어나 메시지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아이유와 조정석을 캐스팅함으로써 그 힘을 만들어내려 했지만 이야기가 받쳐주지 않는 드라마는 이들의 존재감마저 그다지 키워놓지 못했다. 아이유는 늘 구박의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고 쳐도, 조정석 같은 연기파 배우를 캐스팅하고도 이 정도밖에 활용하지 못한 데는 대본의 결함이 심각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흥미로운 건 같은 KBS의 <개그콘서트> ‘시청률의 제왕’이라는 코너에서 <최고다 이순신>의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냈다는 점이다. 드라마 제작자인 박성광은 드라마가 진행되는 걸 보면서 대뜸 이렇게 말한다. “주말드라마답지 못하게 이게 뭐야? 이래서 어머니들이 좋아하겠어? 어머니들이 좋아할만한 캐릭터 넣어서 한 번 가보자! 악녀!” 이 개그코너는 드라마에서 이순신을 선배라는 입장을 이용해 교묘하게 괴롭히는 최연아(김윤서)를 패러디하면서 심지어 “어어 재수 없어!”하고 감탄사를 내뱉는 박성광을 보여준다.

 

뜬금없이 대표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나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게 해주겠다며 보여주는 ‘엇갈림 삼종 세트’ 역시 그저 개그의 하나로 웃어넘길 수 없는 건, 그것이 실제로 <최고다 이순신>이 해왔던 시청률을 위한 장치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틀에 박힌 자극적인 공식들을 사용해 시청률이 올라가는 걸 보며 제작자인 박성광이 “아이고 재밌어. 아이고 재밌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그래서 웃음 뒤에 씁쓸함을 남긴다. 뭐가 재밌다는 말인가. 공식에 낚인 시청자들이?

 

종영에 즈음해 <최고다 이순신>이라는 드라마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 드라마는 어떤 면에서 최고가 되고 싶었던 걸까. 물론 최고의 위치에 오른다고 최고가 되는 건 아니라는 주제를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청률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틀에 박힌 공식만 반복하면서 이 드라마는 엇나가버렸다. 설마 ‘시청률의 제왕’이 보여주는 것처럼 시청률만 높으면 심지어 “재밌다” 생각하는 것일까. 이런 식이 계속된다면 주말극의 왕좌라는 자리조차 위태로워질 건 빤한 일이다.

아이유, 해명에도 논란만 커진 이유

 

“내가 왜 그랬을까? 우선 실수로 올린 게 맞고요. 사실 누구를 탓할 게 없는 게 제가 실수로 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냥 힘들다 이런 게 아니고요. 그냥 나는 도대체... 되게 여러사람 한테 미안한 일이잖아요. 제가 스스로 이렇게 된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가장 미안해야 할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야 할까? 아니면 내가 상처 준 사람을 사랑해준 사람들에게 미안해야 하는 걸까? 되게 그랬었어요.”

 

'화신(사진출처:SBS)'

아이유는 이렇게 얘기하며 손을 떨고 있었다. <화신>의 ‘풍문으로 들었소’라는 코너는 연예인의 루머를 끄집어내 일종의 해명을 하는 형식. 아이유는 아마도 이 코너에 가장 뜨거운 게스트였을 게다. 그도 그럴 것이 SNS 상에 올라간 은혁과 함께 찍은 사진에 얽힌 내막은 물론이고 결혼설, 임신설까지 떠돌았으니 말이다. <화신>에 아이유가 출연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쏠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방송은 <화신>에는 도움이 되었을 지 몰라도 아이유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먼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두루뭉술했던 아이유의 해명이 그다지 궁금증을 풀어주진 못했다는 점이다. 사실 명쾌하게 해명하기도 어렵고 또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것은 단지 아이유만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과도 얽혀져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애초부터 속 시원한 해명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굳이 예능 프로그램에 왜 출연해야 했을까. 그것도 사적인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든 꺼내야 하는 토크쇼에. 아이유 스스로도 말했듯이 “안 나오면 안 나왔지” 기왕에 나왔다면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왕도일 수밖에 없다. 결국 털어놓을 수 없는 해명이라면 아예 애초부터 프로그램 출연을 고사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아이유는 지금 현재 대단히 중요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 쉽게 잊혀지면 좋겠지만 SNS에 올라온 은혁과 함께 찍은 사진의 잔상은 여전히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 사진 한 장으로 인해 아이유는 과거 같은 이미지 메이킹을 고수하기 어렵게 되었다. 결국 순수하면서도 털털하고 자기 주관 뚜렷한 과거의 이미지는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이유가 연기 영역에서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고다 이순신>은 작품의 완성도가 그다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유의 연기만큼은 두드러지는 면이 있다. 물론 대단히 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이돌 출신으로 이 정도의 몰입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연기임에는 분명하다.

 

아이유의 이미지 관리에 있어서 이 연기 영역이 해줄 수 있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연기라는 영역 자체가 그 연기자에게 성숙된 이미지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어떤 삶을 연기한다는 것은 그만한 경험(간접경험을 포함해)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아이유가 연기를 하고 그 연기가 어느 정도 대중들에게 인지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연기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가수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아이유에게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말이 아닌 행동과 퍼포먼스로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과거의 이미지를 지우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토크쇼에 출연한다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해명을 했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논란만 더 커지게 된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애초에 해명할 수도 없고 해명해도 해명되지 않는 이야기를 섣불리 꺼내놓기만 할 뿐인 토크쇼에 굳이 출연할 필요가 있었을까.

<최고다 이순신>, 짜증나는 엄마들 공감가지 않는 이유

 

<최고다 이순신>은 할 이야기가 이상하고 짜증나는 엄마들밖에 없나. ‘출생의 비밀’ 코드가 전면에 깔린 이 드라마는 이순신(아이유)을 길러준 엄마인 김정애(고두심)와 그녀를 낳은 엄마 송미령(이미숙) 사이의 갈등으로 이야기를 점화시켰다. 두 엄마가 한 자식을 두고 벌이는 갈등은 저 솔로몬의 선택에도 나올 정도로 고전적인 모티브를 가진 이야기다.

 

'최고다 이순신(사진출처:KBS)'

아이를 나눠가지라는 솔로몬의 판결에 아이를 살리려고 포기하는 친모의 이야기. 드라마는 길러준 엄마보다 더 비정한 낳은 엄마의 이야기로 변주된다. 자식이 상처받을 것을 걱정해 이순신을 친모인 송미령에게 보내는 김정애가 진정한 모성임을 이 드라마는 보여준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긍정적인 엄마의 상은 딱 거기까지다. 하긴 김정애라는 엄마도 이 드라마의 초반부에는 이순신이 친 자식이 아님을 알고 그녀에게 괜한 짜증을 부리던 엄마였다. 평생을 믿어온 만큼 남편에 대한 배신감도 컸을 것이니 이해할만 하다. 하지만 다른 엄마들의 모습은 좀체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송미령은 과연 모성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인가 의심이 갈 정도다. 여전히 김정애를 찾아가는 딸 이순신을 온전히 차지하기 위해 그녀는 이순신의 아버지 역시 친 아버지가 아님을 폭로한다. 제 아무리 이기적인 엄마라고 해도 자기 욕심 차리려고 자식에게 이토록 엄청난 충격과 상처를 주는 막장 엄마가 있을까.

 

이 드라마의 엄마들이 이상한 것은 ‘출생의 비밀’ 코드 속에 활용된 엄마들의 모습만이 아니다. 두 차례나 걸친 ‘출생의 비밀’ 코드가 펼쳐지면서 이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건 이른바 ‘혼사장애(결혼하려는 연인들과 그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라고 불리는 드라마의 식상한 코드 속에 등장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엄마들이다.

 

이순신의 언니인 이유신(유인나)과 그녀를 좋아하는 박찬우(고주원)의 결혼을 반대하는 장길자(김동주)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아들이 그를 따라다니는 병원장 딸 신이정(배그린)을 마다하고 이유신과 결혼하겠다는 걸 ‘절대 불가’라며 반대하고 나선다. 이유는? 흔한 설정이지만 “내가 아들을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자기 자식만 잘났다는 이기주의다.

 

심지어 장길자는 이 문제로 절친한 친구인 이유신의 엄마 김정애에게 못할 말을 마구 쏟아낸다. 자기 자식이 귀하다면 다른 사람의 자식도 귀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텐데 이 비뚤어진 모성은 자기 욕심에만 가득 차 있다. 그것도 겉으로 보이는 빈부의 격차나 직업의 귀천 따위가 그 이유다.

 

아직 전면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순신과 신준호(조정석) 사이에 생겨날 멜로 전선에도 신준호의 모친인 윤수정(이응경)이 결혼 반대를 들고 나올 것이라는 복선은 이미 조금씩 깔리고 있다. 아마도 이 이순신과 신준호의 결혼을 두고 윤수정과 벌이는 ‘혼사장애’ 코드 역시 꽤 오래도록 드라마를 질질 끌고 갈 것이 뻔하다.

 

물론 ‘혼사장애’라는 드라마의 코드가 ‘출생의 비밀’만큼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공식인 것은 분명하다. 실로 식상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래도 이 코드를 활용하면 어느 정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선을 끌어도 ‘혼사장애’ 코드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과거와는 달라졌다.

 

과거에는 극강의 시월드를 만들어내는 시어머니의 결혼반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나마 고개가 끄덕여지는 지점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즉 결혼의 개념이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물론 결혼이 두 가족의 결합인 것은 맞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당사자들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으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혼사장애’라는 코드는 공감 없는 짜증만을 불러일으키는 공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주말극인데다, 그것도 KBS라는 막강한 간판을 달고 있으니 대충의 ‘출생의 비밀’과 대충의 ‘혼사장애’만으로도 시청률은 보장될 수 있을 게다. 하지만 그 시청률이 공감을 바탕으로 지지되는 것이 아니라 공감되지 않는 상황에 짜증이 나더라도 그저 관성적인 시청에 의지하기 시작할 때 KBS 주말극이라는 철옹성도 언젠가는 무너지게 될 것이다. 이상하고 짜증나는 엄마들만 가득한 데는 그 얄팍한 방식으로 시청률만 가져가겠다는 제작진의 불성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볼 것이라 여기는 제작진의 교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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