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이 현 시국을 말하는 화법

 

아이들을 위해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이에요.” JTBC <비정상회담>이 토론 안건으로 올린 대통령의 자격에 대해서 미국 대표인 마크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이 위기 속의 평정심을 가진 자여야 하며 그래서 새벽에 울린 비상전화에도 늘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 밑에는 <비정상회담>이 달아놓은 의미심장한 자막이 눈에 띄었다. ‘비상시국엔 언제든 연락이 되어야.’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아마도 <비정상회담>이 토론 안건으로 각국 비정상들에게 대통령의 자격을 질문한 건 지금의 정국과 무관한 선택이 아니었을 게다.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대구의 한 여고생이 자유발언으로 했던 말처럼 최순실 게이트라고 불리고 있는 이번 사안에서 최순실은 사실 게이트의 역할을 한 것이고 실제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게 대중들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국의 비정상들에게 대통령의 자격을 묻는 일은 거꾸로 우리네 대통령에 대한 질문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미국 대표 마크가 말한 그 자격들에서 시청자들은 우리네 대통령의 해당사항을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것은 안타깝게도 다른 비정상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똑같이 발견하게 되는 비애다. 멕시코 대표 크리스티안은 토론실력을 이야기하며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할만한 대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고 경청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 말을 잘 들어야 나중에 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도 했다.

 

프랑스 대표 오헬리엉은 연설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해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포문을 연 연설문사건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의 자격이라고 말했다. 독일 대표 닉은 총리의 자질은 국민들의 희망이 되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했고 부정부패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며 제일 중요한 건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닌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일본 대표 오오기는 총리는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과의 소통은 필수덕목이라고 했고, 이탈리아 알베르토는 국제적 인지도와 권력이 있는 사람으로 유럽연합 등에서 목소리 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또 파키스탄 대표 자히드는 종교와 국가를 분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 이번 비선실세 최순실 사태에서 불거져 나온 샤머니즘논란을 떠올리게 했다.

 

<비정상회담>의 성시경은 이어서 측근비리에 대한 논제를 던지며 의미심장한 농담을 덧붙였다. “측근비리. 보통 성씨가 최씨죠. 최측근.” 그리고 미국 대표 마크가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가 남편의 저격사건 이후 점성술사에게 빠져 심지어 국정 정책에까지 끌어들였다는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처한 최순실 게이트와의 싱크로율 때문에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것은 <비정상회담>이 이번 국가적인 사태에 즈음해 그 시국을 말하는 독특한 화법이다. 직접 거론하지 않아도 비정상들이 해외 각국의 이야기를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어떤 비교점과 유사점을 발견하게 만드는 것. <비정상회담>의 토론이 그 어떤 풍자나 패러디보다 신랄하게 다가온 이유다

풍자가 돌아오니 <SNL코리아>의 진면목이 보인다

 

온 우주의 기운을 모으는 자세.” tvN <SNL코리아>에 나온 솔비는 오프닝에서 행위예술의 한 포즈를 취해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에 등장했던 황당한 문구, ‘우주의 기운을 대놓고 풍자한 것.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SNL코리아>는 방송 내내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농단 사태를 빚고 있는 현 시국을 코너마다 신랄하게 풍자해냈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로마 공주라 불리는 이 날의 호스트 솔비에 맞춘 코너로 보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갑자기 유세윤이 켄타우로스 분장을 한 채 등장해 프라다를 외쳤다. 그러면서 너희들도 빨리 우리 엄마 신발 찾아봐라고 말해 이번 사태에서 화제가 됐던 최순실의 프라다 신발을 풍자했다. 제우스 분장을 한 신동엽이 그의 뺨을 때리자 유세윤은 우리 엄마 누군지 몰라? 엄마 빽도 능력인 거 몰라?” 하고 물었다. 그래도 또 그의 뺨을 때리자 어딘가로 전화를 건 유세윤은 엄마 곰탕 먹고 있어요?”하고 묻기도 했으며, 마지막엔 이따 어디로 갈 거냐구? 이따 광화문 가려고.”라고 말해 그 시간에 광화문에 운집한 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이웃 2016vs1980’ 코너에서는 김민교가 최순실 모습으로 분장한 채 깜짝 등장해 그 모습만으로도 큰 웃음을 주었고, ‘나이트라인코너에서도 탁재훈은 김준현과 곰탕’, ‘독일’, ‘신기같은 어휘로 이번 최순실 사태를 에둘러 풍자했고, 마지막에는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검찰 수사 어떻게 진행될까요?”를 묻고는 애매하게 청와대 들어갈까요?”라고 물어 역시 풍자를 통한 웃음을 주었다.

 

<SNL코리아>의 풍자는 최순실 게이트뿐만이 아니라 다양하게 이어졌다. ‘신종직업이란 코너에서는 현재의 취업난을 풍자의 소재로 끌어와 댓글관리사’, ‘결정조율사’, ‘얼굴미화원’, ‘문화조무사’, ‘욕받이 기능사등등의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직업들을 소개했다. 창조경제를 말하며 다양한 신종 직업 창출을 내걸었지만 달라진 게 없는 청년 실업 문제를 <SNL코리아> 특유의 과장된 풍자로 신랄하게 꼬집은 것.

 

어떻게 이런 풍자정신을 억누르고 있었을까. 사실 <SNL코리아>는 첫 시즌이 시작할 때만 해도 특유의 신랄한 풍자와 패러디로 화제를 모았던 바 있다. ‘여의도 텔레토비처럼 아예 대놓고 정치권을 풍자하는 내용도 있었고, 특히 장진 감독이 앵커로 등장했던 시사풍자 코미디 위크앤드 업데이트(Weekend Update)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 안철수 원장, 강용석 의원 등 뜨거운 정치적 소재들을 끌어들여 거침없는 풍자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을 느끼게 됐던 것인지, 아니면 어떤 압력이 있었던 것인지 <SNL코리아>의 풍자는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시사 풍자와 19금 코미디가 본래 NBC에서 방영되던 <SNL>의 그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냈던 점을 떠올려 보면 그 리메이크인 <SNL코리아>가 시사풍자를 하지 않게 됐던 건 반쪽짜리의 느낌을 주기도 했다. 시사 풍자가 빠지자 그저 야한코미디 정도로 인식되게 됐던 것.

 

하지만 이번 시즌에 들어서 <SNL코리아>의 변화는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사라졌던 풍자 정신이 되살아났고 급기야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시국을 대놓고 패러디하고 풍자하는 코너들이 점점 거침없어졌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정치적인 압박을 어떤 식으로든 받고 있었다는 반증은 아닐까. 물론 이런 문제제기가 나올 때마다 그런 건 없다고 잘라 말하지만, 이 일련의 흐름과 변화는 그런 의심을 당연하게 만든다.

 

어쨌든 풍자가 돌아오니 이제 제대로 <SNL코리아>다운 모습이다. 사실 어떤 정권이든 코미디의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풍자가 가능해야 그나마 답답한 서민들이 작은 위안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온 <SNL코리아>가 앞으로도 거침없는 풍자를 해주기를, 또 그것이 가능한 환경이 되기를 기대한다

<썰전>, 사이다 원하는 대중정서 제대로 건드렸다

 

<뉴스룸>에 이어 이젠 <썰전>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기점으로 JTBC의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들이 약진을 하고 있다. <뉴스룸>의 시청률이 8%를 훌쩍 넘긴데 이어, 115일 방영된 <썰전>은 무려 9.287%(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물론 집계방식이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할 순 없지만 그래도 동시간대 지상파에서 방영된 KBS <해피투게더> 4.7%, SBS <백년손님 자기야> 6.7%, MBC <미래일기> 1.7%를 훌쩍 상회하는 수치다.

 

'썰전(사진출처:JTBC)'

이 날 <썰전>의 대박은 이미 예견된 대로였다. 지난 주 초미의 관심사가 된 최순실 게이트특집을 부랴부랴 마련했던 <썰전>이지만, 이전에 잡혀 있던 해외 일정 때문에 유시민, 전원책이 동영상으로 대체하며 남긴 아쉬움이 있었고,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들이 출연할 이번 주 방송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지난 주 살짝 맛보기로 했던 최순실 게이트관련 내용만으로도 6%를 넘겼으니 이번 주 방송이 9%를 넘긴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썰전>최순실 게이트를 다루면서도 역시 <썰전>다웠다. 최순실의 존재를 알면서도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그 청와대와 정치권의 상황을 <해리포터>의 볼드모트와 비교하고, 키맨으로 불리는 고영태라는 인물을 막장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묘사해냈다. 그들은 이번 상황을 보면 막장드라마가 비현실적인 게 아니라 리얼리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순실이 귀국을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유시민은 사전에 검찰과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고 예견하면서도 최순실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유리한 결정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것은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여겼지만 들끓는 국민여론 때문에 그럴 수 없게 됐다는 것. 여기서도 유시민은 위트 있는 비유를 통해 상황을 쉽게 설명했다. 즉 드라마의 주인공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게 이제는 시청자들이라는 것.

 

유시민과 전원책은 모두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들을 조목조목 도마 위에 올려놓고 썰어내면서 이것이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라는 것에 입을 모았다. 유시민은 일국의 대통령에게 중요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어떤 면을 봐도 인정할 수 없는 사람에게 조언자 역할을 맡긴 대통령의 책임 아니냐.”고 일갈했고, 전원책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인사 이런 것까지 쥐어줬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최순실과 정윤회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포위되고 의지하고 있었다대선 후보 시절에도 외부에서 전화가 오면 참모들과 정한 것을 바꿨다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썰전> 특유의 시사, 정치적 사안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써는그 특징은 지금의 최순실 게이트로 깊은 분노와 상실감에 빠져버린 시청자들에게는 사이다가 아닐 수 없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나온 후 삶의 회의감이 들 정도로 허탈해하던 대중들이 아닌가. <썰전>은 그 대중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거침없이 그 감정들을 드러냈다. 전원책이 말하는 올단두대는 어찌 보면 지금 사안을 보는 대중들의 격한 정서를 반영해냈다.

 

이 시국에 그저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눈에 들어올 리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진지한 척 하며 어떤 면에서는 사안을 더 복잡하게 만들거나 타깃을 엉뚱한 곳으로 돌려 물 타기를 하는 시사 프로그램들에도 시선이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보면 <썰전>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 같은 사안에 있어서 준비된 프로그램이었다. 진지하면서도 서민들의 언어들로 사안들을 친절히 설명해주고 에둘러 말하기보다는 대놓고 핵심을 건드리는 속 시원함이라니. 그 어느 때보다 사이다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정서를 <썰전>은 제대로 읽고 방송으로 담아냈다.

 

<뉴스룸>이 그 대상이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잘못된 것들을 피하지 않고 증거를 통해 제대로 지적해낸 국내 유일의 뉴스라면, <썰전>은 그 사안들을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속 시원히 풀어내는 이 시대에 걸 맞는 시사 프로그램이 아닐까. <뉴스룸>에 이어 <썰전>에 모인 관심에는 그런 의미가 들어 있다

상실의 시대, <쇼핑왕 루이>가 주는 위로란

 

지켜주고 싶다.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의 복실(남지현)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다. 그녀는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 순수함 그 자체다. 산골에서 할머니와 남동생 그렇게 셋이 오순도순 살아왔던 만큼 세상의 때가 하나도 묻지 않은 인물.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남동생 복남(류의현)마저 가출하자 그녀는 동생을 찾기 위해 상경한다. 순수하기 그지없는 복실에게 각박한 서울 살이는 모험이다.

 

'쇼핑왕 루이(사진출처:MBC)'

그런 그녀 앞에 사고로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루이(서인국)가 나타난다. 길거리 노숙자가 되어 살아가는 루이를 복실은 단지 동생과 비슷한 옷을 입었다는 것만으로 거둬 먹인다. 그녀가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기억이 돌아와 동생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저 그 루이의 처지를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낯선 타지에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낸다.

 

<쇼핑왕 루이>의 이야기 구조는 마치 동화 같다. 산골에서 살던 집을 떠나와 모험을 떠나는 복실의 이야기가 그렇고, 역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온 루이가 사고로 기억을 잃은 채 그녀를 만나 그려가는 이야기가 그렇다. 이 동화 같은 이야기는 그래서 그 발랄한 흐름만 봐도 대충의 결론을 예측할 수 있다. 결국 복실은 동생을 찾는 것이고 루이는 기억을 찾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며 두 사람의 사랑은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쇼핑왕 루이>는 예측대로의 결말을 향해가고 있다. 이 특별히 새롭다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진부하지도 않은 이야기가 초반의 부진을 털어내고 점점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더니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놀라운 반전의 힘을 보여준 까닭은 무엇일까. 그 시작은 멍뭉이로까지 불리던 루이라는 캐릭터의 순수함이 가진 판타지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끌었기 때문이지만, 이제 결말에 가까워지면서 새삼 느껴지는 건 복실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위로가 만만찮다는 점이다.

 

프랑스로 돌아간다며 복실에게 보낸 루이의 기억 노트에는 그간 그가 그녀와 함께 지내며 했던 추억들이 단어들로 빼곡하게 적혀 있다. ‘복실, 토스트, 막심골드, 부산, 500, 장미, 컵라면, 설거지, 버스정류장, 천둥번개, 우산, 운동화, 파마.’ 그 단어 하나하나들은 루이의 기억 속에 각인된 복실과의 추억들이 묻어난다. 갈 곳 없던 그를 보살펴주고 챙겨줬던 복실에게 느꼈을 루이의 고마움이란. 루이는 어색한 글씨로 그녀에 대한 마음을 남긴다. ‘안녕. 복실 머해? 잘 지내? 보고 싶다. 가치 라면 먹고 시퍼. 밥 먹자. 미아내. 내가 마니 미안해. 내가 마니 고마워. 내가 많이 좋아해. 내가 많이 보고싶어. 복실... 이젠 정말 안녕.’

 

그 어떤 물적 보상으로도 채워주지 못할 고마움을 루이는 그 노트의 글자들로 대신한다. <쇼핑왕 루이>라는 이 드라마의 제목이 드러내듯, 물건을 파는 사람과 물건을 사는 사람으로 나뉜 세상이지만, 루이와 복실은 그것을 뛰어넘어 마음과 마음이 서로에게 이어진 소중한 존재들로 자리 잡는다. 이 부분은 요즘 같은 상실의 시대에 특히 우리들의 마음을 울리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토록 찾았던 복남이 루이 대신 죽었다고 믿게 된 그녀가 모든 걸 잃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서 시청자들의 복실을 지켜주고픈 마음은 그래서 더 간절해진다. 결국 복남은 죽지 않았고 그런 복남을 찾아낸 루이가 차중원(윤상현)과 김호준(엄효섭), 허정란(김선영) 그리고 조인성(오대환)과 남준혁(강지섭) 등을 모두 동원해 그녀를 위한 깜짝 서프라이즈 만남을 준비하는 일이 엉뚱하면서도 유쾌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시청자들의 복실을 지키고픈 마음 역시 거기에 공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믿었던 최소한의 것들까지 무너져 내리고 있는 시국이다. 상실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심지어 흘러나오는 순실의 시대라는 말 속에는 그 상실감이 자리해 있다. 그래서일까. 마치 동화 속 이야기처럼 순수함을 끝까지 지켜내고 부자든 거지든 상관없이 보듬어주는 복실이라는 인물이 주는 위로는 더 크게 다가온다. 우리에게 그녀 같은 청춘들이 그 순수함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 복실의 시대는 요원하기만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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