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비트조물주 유재석과 예능조물주 김태호의 새로운 도전

 

유재석이 비트조물주라면 김태호 PD는 예능조물주가 아닐까. 유재석과 김태호 PD의 새로운 예능 실험이 어떤 것인가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MBC <무한도전>의 자리에 새로이 들어온 <놀면 뭐하니?>는 애초의 우려와 달리 제 색깔을 드러내며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릴레이카메라라는 낯선 영상 실험으로 시작했지만, 음악 릴레이로 이어진 ‘유플래쉬’가 그 신호탄이었고 나아가 ‘뽕포유’가 이어지며 화제성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유플래쉬’가 농담처럼 이야기했던 ‘드럼독주회’가 결국 열리고, 아무 것도 모르고 드럼을 치게 됐던 유재석이 그 독주회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섰다는 사실은 사실 몇 개월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저 8비트로 정직하게 두드린 비트 위에 무수히 많은 아티스트들과 뮤지션들이 옷을 입히고 색칠을 하자 다채로운 음악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그 음악의 탄생 과정이나, 그 과정에서 보이는 다양한 악기들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하지만 더 흥미로웠던 건 그렇게 등 떠밀려 드럼 스틱을 잡게 된 유재석의 기량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는 점이다. 물론 어미 새 손스타의 아낌없는 노력이 들어가 가능했던 일이지만 유재석은 진짜 ‘드럼 지니어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질 만큼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줬다. 특히 한상원과 재즈바에서 즉흥적으로 하게 된 공연을 보면 쇼에 익숙하고 그걸 즐길 줄 아는 유재석의 재능이 음악 무대에서도 여실히 발휘된다는 걸 확인하게 했다.

 

그리고 결국 치러진 드럼독주회에서도 유재석은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게 그렇게 많은 변주된 곡들을 연주해냈다. “이제 드럼이 앞으로 나올 때가 됐다”고 본인이 얘기한대로 정중앙 전면에 드럼이 세워지고, 그것도 모자라 무대가 상승하며 불꽃 효과까지 내며 더더욱 주목하게 만드는 그 부담스런 상황 속에서도 유재석은 그 쇼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잘 하는 것도 좋지만, 드럼을 치는 것 자체의 즐거움에 빠져든 듯한 그 모습은 관객들도 시청자들도 똑같이 즐거울 수 있었던 이유였다.

 

여기에 히든 무대로 신해철의 미발표곡 ‘아버지와 나 파트3’가 등장한 건 신의 한 수가 아닐 수 없었다. 고 신해철과의 스페셜 무대가 다음 주로 예고되었고, 그 예고만으로도 시청자들은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10월 27일은 고인이 된 신해철의 5주기가 되는 날이 아닌가. 유재석의 드럼 독주회는 이로써 즐거움과 함께 의미까지 갖는 공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비트 조물주 유재석이 전면에 나와 있지만, 그 이면에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고 유재석을 지금 같은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게 만든 예능 조물주 김태호 PD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유플래쉬’에서 보여지듯이 유재석과 김태호 PD는 <무한도전> 시절의 연장선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김태호 PD는 과거 <무한도전> 같은 버라이어티 시절에 여러 캐릭터들을 세워 도전하는 모습을 그려냈지만, 지금은 유재석을 중심으로 세워두고 그 옆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참여해 도전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건 비슷해 보이지만 프로그램의 형식적 틀이 다르다.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에서 유재석을 중심으로 하는 1인 미디어의 형식으로 바뀐 것. 그래서 ‘유플래쉬’를 보면 마치 유튜브의 1인 크리에이터를 보듯 갑자기 드럼 도전에 나선 한 사람의 이야기를 가져와, 김태호 PD 특유의 방식으로 ‘일을 벌인’ 느낌이다. 결국 도전은 계속 이어지지만 그 대상과 형식적 틀이 지금 시대에 맞게 달라진 셈이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과연 어떤 걸 도전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과거 <무한도전> 시절의 도전은 물론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도전도 있었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도전을 무모해도 시도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그래서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캐릭터를 세웠고, 그들이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도전의 실패담과 성공담을 반복하며 그들의 성장기를 그려냈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의 ‘유플래쉬’를 보면 그런 엄청난 도전보다는 일종의 취미나 취향 같은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픈 도전기를 다루고 있다. 다만 달라지는 건 유재석이 취미처럼 슬쩍 시작한 도전을 김태호 PD가 엄청나게 크게 일을 벌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게 예능적인 재미와 반전을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그 도전 소재 자체는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건 도전에 대한 달라진 시대의 변화를 상당부분 담아내고 있다고 보인다. <무한도전> 시절의 도전이란 성장과 성공에 더 맞춰져 있었지만, <놀면 뭐하니?>는 그 제목에서도 풍겨지듯 취향과 과정의 즐거움에 더 맞춰져 있다. 일종의 ‘취향 도전’이랄까. <놀면 뭐하니?>의 김태호 PD가 향후 유재석을 통해 어떤 취향 저격의 도전을 시도할지 기대되는 이유다.(사진:MBC)

‘놀면 뭐하니?’ 유재석 트로트가수 만들기, 트로트 붐업으로 이어지나

 

어쩌면 이렇게 재미있는 분들이 넘쳐날까. MBC 예능 <놀면 뭐하니?> ‘뽕포유’가 끄집어낸 트로트라는 세계와 그 세계의 인물들은 놀라울 정도로 재밌다. 저마다 캐릭터가 특이해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준비된 예능인 못지않은 웃음을 준다. 게다가 트로트 제작이라는 대중예술의 창작과정은 어딘가 허술해보여도 의외의 완성도를 뚝딱 만들어내는 천재성으로 웃음과 놀라움을 동시에 안겨준다.

 

유산슬이라는 닉네임을 갖게 된 유재석을 위해 태진아, 김도일, 진성 그리고 김연자가 모여 나누는 이야기는 뽕포유에 담은 트로트계의 비상한 관심을 드러낸다. 저마다 유재석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서로 제작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고 지분을 이야기하는 상황에 트로트 천재의 탄생을 기원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정작 유재석은 없는 자리에서 유산슬이라는 트로트 천재의 이야기를 섣부르게 하는 상황은 웃음을 주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그저 농담처럼 끝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건 다름 아닌 그 주인공이 유재석이기 때문이다. 유재석의 트로트 도전은 물론 본인이 하고파서 하게 된 건 아니지만 트로트업계 자체를 붐업시킬 가능성이 크다. 트로트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가 노래의 맛을 알아가고 또 작사와 작곡의 세계에 뛰어드는 그 과정은 우리가 막연히 옛 노래 정도로만 알고 있는 트로트에 대한 선입견을 깨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뽕포유’가 새로이 찾아간 작사가 이건우는 아주 짧게 방송에 등장했지만 확실한 자기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합정역 5번 출구’라는 키워드를 가져온 유재석과의 작업에서 이건우는 “기가 막히다”며 칭찬을 쏟아 부었지만 정작 가사의 대부분은 유재석이 만들어냈다. “나는 상수역에서 너는 망원역에서 우리는 합정역에서”로 시작하고 “나는 상수역으로 너는 망원역으로”로 끝나는 게 어떠냐는 유재석의 말에 감탄하며 이미 작사는 다 끝났다고 공언했다.

 

이건우가 갑자기 ‘합정역 5번 출구’에 대해 물어보겠다며 전화를 건 ‘어머나’의 윤명선 작곡가도 예사롭지 않은 웃음을 주었다. 특정 역 출구를 담은 노래제목들을 줄줄이 읊어내는 윤명선 작곡가는 그래도 “아모르파티 느낌이 난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다소 비판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지만 이건우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 듣고픈 ‘아모르파티 느낌’이란 말만 끄집어내 이건 대박이라고 추켜세웠다.

 

지난번 뽕포유에서 남다른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던 박현우 작곡가에게 작곡을 의뢰하기 위해 ‘합정역 5번 출구’ 가사를 들고 찾아간 유재석의 이야기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큰 웃음을 줬다. 사람들이 자신을 ‘박토벤’이라 부른다는 박현우 작곡가는 15분이면 된다며 뚝딱 노래를 완성했고, 거기에 맞춰 ‘합정역 5번 출구’의 중독성 있는 가사가 얹어졌다. 처음에는 어딘가 동요 같은 느낌을 주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중독성 있는 곡이었다. 진짜 15분만에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작곡이었지만, 박현우는 “10분 안에 못해줘서 미안하네”라는 말로 웃음을 줬다.

 

최근 들어 TV조선 <미스 트롯> 이후 부쩍 대중들 앞으로 성큼 다가온 트로트의 영역이 <놀면 뭐하니?>를 통해 또 다른 열풍으로 이어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어찌 보면 트로트업계에서 대가라고 하는 분들이 유재석이라는 한 인물을 위해 모두 모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음 주에는 트로트 대세가 된 송가인까지 등장해 유재석과의 듀엣을 예고하고 있으니 말이다.

 

‘트로트 어벤져스’가 이렇게 모이게 된 건, 보통 사람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행운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건 동시에 트로트업계에도 좋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프로그램도 살고 유재석의 또 다른 가능성도 발견하면서 동시에 트로트업계에도 활력을 줄 수 있다니. ‘유플래쉬’로 가요계 음악의 다양성을 끄집어낸 <놀면 뭐하니?>가 이제 ‘뽕포유’로 트로트의 붐업을 예고하고 있다.(사진:MBC)

‘놀면 뭐하니?’, 유재석과 트로트의 만남 빵빵 터진 이유

 

시청률도 빵 터졌고 웃음도 흥도 빵빵 터졌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새로 시작한 ‘뽕포유’로 6.6%(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주 3.7% 시청률에서 거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웃음의 강도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유재석과 트로트의 만남이라는 그 시도 자체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유재석이 동묘에 위치한 알 수 없는 녹음실을 방문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했다. 그 곳은 다름 아닌 한 때 <전국노래자랑> 심사위원을 했고 무수한 영화 음악을 작곡한 작곡가 박현우의 녹음실이었다. 영문을 몰라 하는 유재석의 표정은 이제 <놀면 뭐하니?>에서는 익숙한 웃음의 포인트가 됐다. ‘유플래쉬’에서도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체리필터 손스타에게 드럼을 배워 두드렸고, 그것이 가요계 선후배들을 끌어모아 ‘릴레이 음악’을 하게 만든 시발점이 됐었다.

 

이번 ‘뽕포유’는 그 ‘유플래쉬’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유플래쉬’에서 자신의 드럼 비트가 트로트로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던 유재석이었다. 또 평소 트로트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였던 그였기에 이제 트로트계 선후배들이 모여 유재석을 장차 용이 될 ‘트로트계의 이무기’로 키우는 프로젝트가 시도되게 됐던 것.

 

물론 이건 유재석의 아무런 의도나 의지가 들어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웃음을 줬다. 갑자기 진성의 ‘안동역에서’를 부르게 된 유재석은 심지어 ‘트로트 영재’라고까지 치켜세우는 박현우의 과한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특이한 건 노래방 기계 반주를 이용해 녹음을 했던 것.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녹음한 노래를 트로트계의 거성들인 태진아, 김연자, 진성에게 직접 들려주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게했다. 처음에는 아마추어라며 혹독한 평가를 이어가던 세 사람은 그러나 유재석이 직접 나타나 자신이 불렀다고 하자 갑자기 호평을 시작하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줬다.

 

결국 유재석이 쏘아올린 작은 비트 하나가 가요계 선후배들을 한 자리에 모아 노래를 만들게 했듯이, 이번 ‘뽕포유’는 트로트계 선후배들을 모아 유재석 트로트 가수 만들기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했다. 흥미로웠던 건 ‘트로트 신동’ 유재석의 행보만이 아니었다. 그 과정을 통해 방송에 얼굴을 내민 트로트 가수들의 면면 또한 놀라울 정도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것.

 

처음 유재석을 맞았던 박현우는 물론이고, 남다른 트로트의 흥을 끌어내준 태진아, 김연자에 이어 진성과 함께 만나게 된 가수 윤수현 작곡가 김도일 또한 남다른 예능감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특히 과한 리액션을 쉬지 않고 해주는 윤수현은 그 자체로 유재석을 웃게 만들었고 그 ‘우쭈쭈’로 그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유재석의 예명을 짓는 과정도 예사롭지 않았다. 작곡가 김도일이 ‘이무기’라고 하면 어떠냐는 의견에 진성이 그건 너무 부정적인 이미지라며 설전을 벌이고, 메뚜기, 사마귀, 유뽕, 유태풍, 유이슬을 거쳐 갑자기 튀어나온 유산슬이 그의 닉네임이 되었다. 또 첫 무대를 위해 의상을 선뜻 빌려주겠다고 나선 태진아를 찾아가 핑크색 반짝이 코트와 노란 중절모 심지어 팬티까지 지원받는 과정도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었다. 
  
그리고 클라이맥스가 된 유산슬의 첫 무대.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오른 유재석은 그간 선배들에게 배운 포인트들을 살려 진성의 ‘안동역에서’를 불렀고, 관객들의 호응에 유재석은 한껏 들뜬 모습을 보여줬다. 마침내 가면을 벗은 유재석에게 놀란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트로트 신동의 탄생에 관객들도 진성도 기뻐했다. 
  

<놀면 뭐하니?>의 ‘뽕포유’는 트로트 버전의 릴레이 카메라가 되었다. 유재석이 트로트를 한다는 것 때문에 시선을 끌게 되었지만, 사실 프로그램의 주역들은 거기 출연한 트로트 가수들이었다. 구수한 트로트 가락에 걸 맞는 저마다의 남다른 예능감을 보여준 이들은 우리에게 트로트의 맛을 새삼 알려주었다. 아마추어인 유재석이 비교점이 되어 똑같은 가사의 노래지만 어디에 어떻게 포인트를 살리느냐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보여줬고, 무엇보다 그들의 구수한 흥은 그들 캐릭터에 녹아 있듯이 삶 자체에 닿아있다는 걸 드러내줬다.

 

결국 <놀면 뭐하니?>의 ‘뽕포유’는 트로트가 얼마나 친근하고 흥과 한이 넘치는 음악인가를 그 예사롭지 않은 출연자들을 통해 보여줬다. 아마도 시청자들은 첫 회가 끝나고 나서 진성의 ‘안동역에서’가 마치 입시금지송처럼 입에 착 달라붙어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지도. ‘트로트 신동’ 유재석도 흥미로웠지만, 그보다 더 반가웠던 건 예능의 새얼굴이 되어도 충분할 트로트 가수들의 면면이었다.(사진:MBC)

‘뽕따러가세’ 한과 흥 넘나들며 어디든 노래방으로 만드는 송가인

 

“송가인이어라-”라는 말 한 마디에 길거리에선 환호가 터져 나온다. 어디든 송가인이 가는 곳은 순식간에 노래방이 되어버린다. 그 곳이 한여름 태양이 작열하는 광안리 해수욕장이든, 아니면 부산의 산토리니처럼 보이는 호천마을의 노래교실이든, 심지어 떠나기 전 서울역 광장이든 아니면 부산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이든 상관없다.

 

이른바 송가인 신드롬을 확인하는 건 TV조선 <뽕따러가세>의 여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미스트롯>으로 이름을 알린 송가인이지만, 트로트의 주 소비층만이 그의 팬층의 전부는 아니다. 아이들도 부산 광안리에 나타난 송가인을 확인하고는 반색하고,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기 바쁘다. 아버님 혹은 어머님이 좋아하는 송가인이지만, 그 아이들도 자연스레 송가인을 호감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된 건 송가인이 트로트하면 떠올리는 어떤 경계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한이 잔뜩 묻어나는 ‘한 많은 대동강’과 흥이 한껏 오르는 ‘어머나’나 ‘황진이’를 부르다가 갑작스런 신청곡으로 들어오는 ‘걱정말아요 그대’ 같은 곡들도 그는 특유의 국악 발성으로 구성지게도 풀어낸다.

 

사실 우리네 가요에서 국악 발성을 기반으로 노래하는 가수나, 혹은 이른바 ‘뽕끼’라고 부르는 특유의 정서를 담는 곡들은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인기를 끈 바 있다. 송가인은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동시에 다양한 장르의 가요들을 부른다. 그것이 모두 송가인이라는 한 가수의 목소리로 합쳐지는 걸 보면서 우리는 트로트가 기성세대들만 소비하는 음악 장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뽕따러가세>를 보면 송가인이 노래만이 아니라 요즘 같은 리얼리티 기반의 예능 프로그램에도 타고난 인물이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는 언제 어디서건 어떤 연령대의 인물이건 상관없이 순식간에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때론 귀여운 모습을 보이다가도 때론 진지하게 가슴을 후벼 파는 먹먹한 상황을 넘나든다. 그게 어떻게 그리도 빠르고 자연스럽게 전환될까 싶지만, 한과 흥을 순식간에 넘나드는 국악의 면면을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물론 <뽕따러가세>에는 조금은 과한 설정들이 종종 보인다. 예를 들어 광안리 해수욕장에 가서 우연히(?) 만나게 된 보디빌더 남성들 사이에 둘러싸여 ‘어머나’를 부르는 송가인의 모습이 그렇고, 마침 그 자리에 온 수상모터를 즐기는 동호회와 한 자리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그렇다. 물론 송가인의 인기가 워낙 높아 그런 상황들이 딱딱 맞아떨어지게 벌어진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게 그렇게 자연스럽게만 여겨지지는 않는다.

 

다만 송가인이기 때문에 이런 과한 설정들도 술술 넘어가는 면은 분명히 있다. 특유의 털털함과 흥 많은 모습이 더해지면서 뭘 해도 좋게 보이는 마법을 송가인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외든 실내든 어디를 가도 노래방으로 만들어버리는 그 장면이 송가인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뽕따러가세>는 로고에서부터 노래가 나올 때 자막까지 의도적으로 노래방의 화면을 그대로 구성해 넣음으로써 송가인과 함께 노래방에서 노래를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노래는 노래방에서 듣기에는 너무나 고급스러운 가창력이다. 분위기는 노래방처럼 털털하고 넉넉한데 귀호강을 하게 되는 노래의 풍경들.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가 길거리에서 마구 아무하고나 어우러지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만든다. 송가인 신드롬은 바로 이 위계 없이 노래 하나로 우리 모두를 흡족하게 만드는 송가인 특유의 모습에서 나온다. 함께 어깨춤을 추게 만들고 함께 눈물짓게 만드는.(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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