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의 '먹힐까', 파스타도 배달이 가능해?

 

사실 배달의 천국인 우리에게 배달 안 되는 음식이라는 게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꺼려지는 한 가지가 파스타다. 주로 피자 같은 걸 시키면 사이드 메뉴로 살짝 추가되기도 하지만, 막상 그렇게 배달된 파스타를 먹어보면 말라버려 뚝뚝 끊기는 경우도 많고 간이 맞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과연 이 파스타를 배달음식으로 성공시킬 수 있을까.

 

tvN 예능 <배달해서 먹힐까?>는 과거 태국, 중국, 미국 등지에서 우리식의 음식이 먹힐 것인가를 실험했던(?) <현지에서 먹힐까>의 새로운 도전이다. 알다시피 코로나19로 인해 해외로 나가거나 인파가 몰려 음식을 먹으며 리액션 영상을 잡는 건 불가능해졌다.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 세계적인 캠페인으로 벌어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 상황의 역발상을 아이디어로 내세웠다. 이른바 비대면, 비접촉으로 이뤄지는 언택트 문화를 가져온 색다른 쿡방과 먹방을 시도해 보여주겠다는 것. 식당에서 영업을 하는 게 어려우니 배달을 콘셉트로 가져왔고, 그 배달음식으로서 과연 가능할까 싶은 파스타를 내세웠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다행스럽게도 이태리 요리 장인 샘킴 셰프가 합류함으로써 가능해졌다. 첫 방에 나온 샘킴 셰프가 이끌고 안정환, 윤두준, 정세운이 함께 하는 주방의 일사분란한 모습은 파스타 배달도 충분히 가능하고, 심지어 촉촉한 면발을 배달하는 동안까지 유지시킬 수도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배달음식의 특이성은 여러 메뉴를 주문했을 때 동시에 나갈 수 있게 시간을 딱 맞춰 조리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배달될 주소지와의 거리를 계산해 그 이동거리에 맞춰진 요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샘킴 셰프는 여러 음식 프로그램에서 보였던 것처럼, 특유의 섬세함을 잃지 않는 파스타를 선보였고, 배달한 후에도 촉촉한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게다가 파스타에 짝꿍으로 피자도 메뉴에 올라 윤두준이 전담하게 함으로써 가게의 구색이 갖춰졌다. 처음 시도해 실패를 겪었지만 점점 익숙해진 윤두준의 피자는 손님들의 호평에 힘입어 갈수록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샘킴 셰프에 그림자처럼 붙어 보조해주는 안정환과 주문과 포장을 전담하는 정세운의 역할도 분명했다. 그냥 출연한 게 아니라 저마다 음식과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안정환은 이태리에서 선수로 뛰었고, 윤두준은 <식샤를 합시다>에서 먹방을 선보였으며, 정세운은 배달앱 VIP였다.

 

물론 요리를 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먹힐까>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백미는 역시 음식을 먹는 손님들의 리액션이 아닐 수 없다. 언택트를 콘셉트로 하고 있어 모든 메뉴를 배달로 하는 상황에 제작진이 리액션 영상으로 채택한 건 '온라인 소셜 다이닝'이었다. 인터넷에 여러 창을 띄워놓고 배달을 받은 음식을 먹는 이들이 함께 대화도 나누고 음식 맛도 평가하는 것. 결국 직접적인 접촉은 없지만, 화상으로 대신하는 리액션이 채워졌다.

 

사실 '온라인 소셜 다이닝'이 만들어내는 리액션 영상은 지금껏 <먹힐까> 시리즈가 보여줬던 것들과 비교해 보면 약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여러 창이 띄워져 있어 다소 복잡해 보이는데다, 그 영상도 제작진이 찍은 게 아니기 때문에 원하는 각도나 촬영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간 해왔던 외국인들의 먹방이 주는 볼거리도 사라졌다. 저들은 우리 음식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빠져버린 것.

 

코로나 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언택트를 선택된 것이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먹힐까>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시도되는 <배달해서 먹힐까?>의 관건은 이 리액션 부분을 어떻게 더 생생하고 긴장감 넘치게 만들까 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제작진 역시 충분히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채워주기 위해 미슐랭급 현지 셰프의 시식 장면을 다음 주 예고에 넣을 정도로. <배달해서 먹힐까?>는 그래서 그 제목 같은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과연 언택트로 시도된 이 스핀오프는 시청자들에게 먹힐까.(사진:tvN)

‘임금님의 사건수첩’, 봉골레 파스타와 봉블리가 사극서 만났을 때

이선균과 안재홍이 아니었다면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가능한 작품이었을까. 사실 이 코믹추리극은 사극의 틀과는 조금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임금 예종(이선균)이 셜록처럼 추리를 하고 자기만의 은신처에서 모종의 사건을 해결하는 슈퍼히어로라는 설정이 그렇고, 사관 이서(안재홍)가 한번 보면 사진처럼 기억해내는 놀라운 시력으로 그를 수행한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배트맨과 로빈, 혹은 셜록과 와트슨의 코믹 버전 사극판이라고 해야할까. 

사진출처:영화<임금님의 사건수첩>

하지만 이런 부조화를 적절한 긴장감과 웃음으로 유화시켜주는 건 다름 아닌 배우 이선균과 안재홍이다. 이선균은 특유의 그 굵직한 목소리가 갖는 임금님의 위엄(?)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우리에게 “봉골레 파스타!”로 기억되는 코믹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그 위엄이 슬쩍 슬쩍 무너질 때 이 예종이란 캐릭터는 웃음을 유발한다. 

아울러 이선균이 이처럼 웃음을 유발하는 임금님의 캐릭터를 제대로 연기해낼 수 있게 된 건 다름 아닌 그걸 받아주는 조금은 억울하고 우직하며 선량하기 이를 데 없는 사관 이서를 연기하는 안재홍 덕분이다. 안재홍은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 역할로 우리에게는 ‘봉블리’라는 캐릭터 이미지를 갖게 된 배우가 아닌가. 그 봉블리의 매력은 이 영화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퓨전을 넘어 장르 사극이 그러하듯이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조선시대에 벌어졌을 수도 있는 사건을 현재적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기이한 사건과 그로 인해 번져가는 소문들, 흉흉해지는 민심 같은 것들이 음모론과 결합하여 임금님을 옥죄는 가운데, 이를 과학적으로 풀어나가는 예종의 추리가 흥미롭다. 물론 그 과정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건 예종과 이서의 주종관계에서 비롯되는 코미디들이다. 

영화는 초반 여러 사건들과 캐릭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조금 지루함을 보이는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중반 이후가 지나고 나면 스펙터클한 사건들과 연발 터지는 코미디가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의외로 이서의 예종에 대한 충직한 모습이 뭉클한 브로맨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악역으로는 정평이 난 김희원과 최근 여러 작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배우 김홍파가 가벼울 수 있는 이야기에 무게감을 얹어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조선명탐정>이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작품들이 그래왔듯이 사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연휴나 명절 같은 시기에 별다른 부담 없이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 적합한 영화다. 대단한 메시지나 의미를 찾기보다는 가벼운 오락 기획물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 작품 역시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지금의 시국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면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정치적 메시지를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다지 문제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이런 임금님을 코믹하게 그려내는 작품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이선균과 안재홍이라는 배우를 캐스팅한 점이 주효했다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연기라기보다는 이들이 가진 독특한 코미디적인 이미지를 사극의 캐릭터와 잘 맞춘 점이 효과적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들이 벌이는 한바탕 모험과 웃음. 꿀 같은 연휴에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힘들 때 내 편인 사람, 공표진표 로코의 핵심

 

사랑보다 더 강력한 게 내 편에 대한 판타지인가. 로맨틱 코미디가 그저 사랑만을 다루던 시대에서 이제 일과 사랑을 동시에 담기 시작한 지는 오래됐다. 이렇게 되면서 생겨난 새로운 양상은 현실에 치여 살아가는 주인공이 그 힘든 현실을 잊게 해주고 또 영원히 자기편이 되어줄 사람에 대한 판타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다는 사실이다.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서숙향 작가는 일찍이 <파스타> 같은 작품을 통해 살벌한 일터에서 피어나는 로맨틱한 사랑의 이야기를 달달하면서도 짠 내 나게 그린 바 있다. 거기서도 주목되는 건 그 힘든 일터에서 남모르게 그녀를 챙겨주고 그녀의 편이 되어주는 셰프라는 인물이 제공한 강력한 판타지다. 그저 사적인 남녀의 만남과 사랑의 과정이 아니라, 이제는 일과 얽혀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 사랑만큼 커진 현대인들의 욕망이다.

 

SBS <질투의 화신>은 그 배경을 방송국으로 옮겼다. 그리고 여주인공인 표나리(공효진)는 이 방송국의 구박덩이로 살아간다. 나름 프로이고 세세하게 준비해 내보내는 그녀의 일 기상예보는 아무도 주목해서 바라보지 않는다. 그것이 뉴스인지 아니면 쇼인지 알 수 없는 애매한 어떤 일로 치부된다. 그런 그녀의 기상예보를 매일 매일 보는 남자가 등장한다. 바로 어패럴업을 하고 있는 재벌3세 고정원(고경표)이 그 사람이다.

 

모두가 주목하지 않을 때 그녀를 주목해 바라봐주고, 그녀가 자신의 잘못도 아니면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의 계략에 의해 해고통보를 받을 때도 그걸 알아봐주는 인물. 아무도 챙기지 않는 그녀에게 옷을 챙겨다주고 후배와 누가 방송에 나갈 것인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일 때 은근히 그녀를 도와주는 남자. 방송 후 쓰러져버린 그녀를 안고 병원에 바래다주고 엉망진창이 됐다고 여기는 일에 대해서도 잘 했다며 다독여주는 이가 바로 고정원이다. 재력과 능력을 겸비하고 있어 뭐든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그는 표나리에게 완벽한 자기 편이 되어주는 인물이다.

 

하지만 고정원보다 더 가까이서 그녀의 진짜 편이 되어주고 있는 인물은 사실 이화신(조정석)이다. 그는 툴툴대는 성격 때문에 그녀에게 버럭 대기 일쑤지만 그러면서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녀의 기상예보 방송을 볼 정도로 그녀의 편에 서 있다.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방송을 강행한 그녀에게 응급차를 보내려고 하지만 그 마음은 그녀에게 닿지 않는다. 고정원이 그녀를 향해 직진해온다면, 이화신은 쭈뼛쭈뼛 아닌 듯 다가와 버럭대며 슬쩍 마음을 꺼내놓는 츤데레다.

 

<질투의 화신>에 첫 눈에 반하고 확 불타오르는 그런 사랑은 없다. 또 재벌3세가 가진 현실적인 능력에 휘둘리는 신데렐라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이 로맨틱 코미디에는 그녀가 하는 일을 지지해주고 편들어주며 외적인 조건, 상황과 상관없이 그녀 자신을 바라봐주는 사람에 대한 판타지가 존재한다.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봐주고 응원해주는 고정원이 그렇고, 그 고정원의 배려에 마음이 흔들리는 표나리를 보며 질투하면서 조금씩 그녀의 편에 서게 되는 이화신이 그렇다.

 

<질투의 화신>이 코미디보다도 더 웃기고 때론 그 어떤 비극보다도 슬프면서도 그저 단순한 사랑 이야기 그 이상의 공감대를 가져가는 건 바로 이 내편이 되어주는 사람에 대한 동경 때문이다. 거기에는 삶과 일의 문제가 끼어들고 그저 확 타오르는 사랑 그 이상의 현실적 공감과 위안이 들어간다. 시종일관 웃다가 조금씩 그 인물들의 마음에 빠져드는 건 어쩌면 현대인들이 가장 갈급해하는 그 욕망, ‘내 편에 대한 욕망때문이 아닐까.

<질투의 화신>, 공효진표 로코에 호불호 나뉘는 까닭

 

공블리의 마법은 또 통할 것인가. SBS <질투의 화신>은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화 되었다고 해도 좋을 공효진표 로맨틱 코미디. 굳이 공효진표 로맨틱 코미디라고까지 표현하게 된 건 그 뚜렷한 특징과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즉 평범한 듯 보이지만 바로 그런 점들 때문에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좌절된 현실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의지의 여주인공은 의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토록 예쁘고 귀여울 수 없는 여자 주인공의 면면이 처음에는 웃다가 후에는 빠져버리는 마법을 발휘한다.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프로듀사>에서 새내기 후배PD인 백승찬(김수현)과 술에 취해 미묘한 관계와 분위기를 만들어내던 탁예진이라는 열혈 PD 캐릭터가 그랬고,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굉장히 시크한 면들을 드러내며 정신적인 고통에 빠져 있는 장재열(조인성)을 보듬어주던 지해수라는 정신과 의사가 그랬으며 공블리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최고의 사랑>의 구애정의 사랑스러움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파스타>에서 예 쉐프!”를 연발하며 일도 사랑도 쟁취하는 서유경이란 캐릭터는 <질투의 화신>의 표나리라는 기상캐스터와 유사한 면면이 보인다.

 

같은 서숙향 작가와 함께 하는 작품이기 때문일 수 있지만, <질투의 화신>의 표나리가 방송국에서 기상캐스터라는 위치에서 겪는 설움은 <파스타>에서 서유경이 라스페라라는 레스토랑 주방에서 겪는 어려움과 겹쳐진다. 또한 서유경이 사랑에 빠질 유명한 스타기자지만 성격은 까칠하기 이를 데 없는 이화신(조정석)이라는 인물에게서 <파스타>의 최현욱 셰프를 떠올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이화신 역시 표나리의 매력에 빠져들 게 될 것이다. 공효진표 로맨틱 코미디물이 그러하듯이.

 

이처럼 어떤 면에서는 공식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공효진표 로맨틱 코미디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질투의 화신> 첫 회는 물론 이 표나리라는 인물의 힘겨운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지나치게 기상캐스터라는 직업을 과장한 면이 있고, 그녀의 엉뚱발랄함을 드러내기 위해 지나치게 남자주인공인 이화신의 가슴을 만지는 장면을 반복해 들이댄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웃음 지을 수 있는 건 전적으로 공효진이 갖고 있는 연기자로서의 매력과 그녀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이다.

 

<질투의 화신>의 이런 전형적이지만 충분히 즐길만한 로맨틱 코미디는 의외로 강점이 있다. 특히 사랑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일의 세계가 함께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는 현실성을 부가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오래도록 공효진표 로맨틱 코미디를 봐왔던 시청자들이라면 너무 비슷한 패턴 안에 들어가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 익숙함은 <질투의 화신>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약점도 된다.

 

물론 첫 회에 모든 걸 보여줬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질투의 화신>에는 의외로 고정원(고경표) 같은 극강의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인물도 존재하니 이야기는 언제든 변화할 수 있고 캐릭터도 그 속에서 다른 면면을 드러낼 수 있다. 게다가 이 작품은 공효진만 있는 게 아니다. 조정석이 연기하는 화신이라는 조금은 까칠한 기자 캐릭터가 주는 매력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연 어떨까. <질투의 화신>은 공효진표 로맨틱 코미디의 또 다른 성공으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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