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는 파스타라는 요리를 그대로 닮은 드라마다. 때론 톡 쏘고 때론 부드럽게 넘어가며, 때론 팽팽한 면발처럼 긴장감이 넘치는 '파스타'. 그 독특한 맛은 어떤 레시피로 이루어져 있을까.

1. 강한 마늘향 같은 마초 요리사의 톡 쏘는 맛 : 드라마 ‘파스타’의 기본 향은 강한 마늘향 같은 마초 요리사 최현욱(이선균)의 톡 쏘는 맛.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 강한 인상을 갖고 있지만, 알다시피 이 마늘은 올리브 오일에 볶아지면 맛도 부드러워지고 향도 은은해진다. 최현욱이라는 캐릭터는 마치 마늘처럼 강한 향과 부드러운 맛을 오가면서 극에 긴장과 이완을 주는 인물이다.

2. 부드러운 올리브 오일 같은 여주인공 : 바로 그 마늘 같은 최현욱을 부드럽게 바꿔주는 부드러운 올리브 오일 같은 여자, 바로 서유경(공효진)이다. 그녀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뭐든 그 속에서 요리해낼 수 있을 만큼 강인한 내면을 가진 여성으로, 요리하면 할수록 맛있어지는 파스타처럼 이 드라마의 과정을 성장스토리를 이어가며 재미있게 만드는 인물이다. 강하기만 할 것 같은 최현욱을 말랑말랑한 멜로의 감정에 빠뜨리면서 바꿔나가고, 나아가 주방의 강압적인 분위기도 부드럽게 바꿔주는 마치 파스타를 부드럽게 해주는 올리브 오일 같은 여자.

3. 파스타 면발 같은 팽팽한 긴장감 : ‘파스타’라는 드라마의 팽팽함은 두 가지 대결구도에서 나온다. 그 하나는 요리사들 간의 위계질서 속에서 생겨나는 긴장감. 그리고 또 하나는 남자 요리사와 여자 요리사 사이에 생겨나는 긴장감. 새로운 셰프로 들어온 전형적인 마초 요리사 최현욱(이선균)은 이 팽팽한 맛을 만들어내는 인물. 그로 인해 새로 투입된 요리사들은 기존 요리사들과 부딪치게 되고,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고 주장하는 그로 인해 여자 요리사들은 모두 쫓겨나고 겨우 서유경(공효진)만 살아남는다. 한편 새로 라스페라의 셰프로 들어온 오세영(이하니)은 서유경을 사이에 두고 최현욱과 대결한다.

4. 바질이나 치즈 같은 풍미를 내는 조연들 : 기본적인 파스타 본연의 맛에 풍미를 가미하는 바질이나 치즈처럼 이 드라마에는 김산(알렉스)이나 오세영(이하늬) 같은 주연을 받쳐주는 인물들이 있다. 김산은 부드러운 치즈맛처럼 여주인공 서유경의 힘겨움을 감싸 안는 인물. 가시 위에서도 꽃을 피워내는 선인장 같은 서유경을 마음에 품는다. 오세영은 톡 쏘면서도 부드러운 바질 같은 향미를 가진 인물로, 최현욱의 호적수처럼 서면서도 사실은 그를 지지한다.

5. 그 밖의 맛을 가미하는 명품조연들 : 파스타에 따라 붙는 피클처럼 이 드라마에는 맛을 가미하는 다채로운 명품 조연들이 있다. 늘 쉐프 최현욱과 갈등구도를 세우는 부주방장 금석호(이형철)와 그 밑의 요리사들, 정호남(조상기), 민승재(백봉기), 한상식(허태희)이 그렇고, 최현욱이 데리고 온 이태리 유학파 요리사들, 선우덕(김태호), 필립(노민우), 이지훈(현우)이 그들이다. 이 둘로 나누어진 파트들은 드라마에 묘한 대비효과를 준다. 유학파가 비주얼과 스타일에서 서구적인 맛을 낸다면, 국내파는 친근한 토종 국산의 맛을 낸다. 이밖에도 퇴출된 여성 요리사들 이희주(하재숙), 박미희(정다혜), 박찬희(손성윤)나 사장이었다가 막내로 복귀한 설준석(이성민)은 모두 만화적으로 처리되어 웃음을 주는 캐릭터로, 드라마 '파스타'의 맛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6. 전체의 맛을 묶어주는 미드 같은 스타일 : 파스타의 맛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그것을 먹는 레스토랑의 분위기인 것처럼, 드라마 '파스타'가 그려내는 스타일은 미드식이다. 남녀 간의 멜로는 쿨하고, 라스페라라는 직장에서의 일은 살벌할 정도로 긴장감이 넘친다. 이 둘이 서로 엮어지면서 때론 긴장을 주고 때론 이완을 주는 것이 이 드라마의 묘미다. 어찌 보면 '파스타'는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의 요리사 판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특히 드라마의 매 편마다 어떤 일정한 에피소드를 제시하고, 그 끝맺는 장면에서 음악과 함께 세련되게 연출되는 스타일은 미드의 그것을 그대로 빼닮았다.

‘파스타’가 일과 사랑을 엮는 방식

‘파스타’와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여러 모로 닮았다. 먼저 음식점이 배경이라는 점이다. 커피 전문점과 파스타 전문점은 이 드라마들에 묘한 식욕을 돋우는 애피타이저들다. 그 공간에 포진한 꽃미남들과 그 속에 유일하게 서 있는 홍일점 주인공이라는 설정도 그렇다. 여기서 가능해지는 것은 일과 사랑의 공존이다. 일터라는 공간 속의 남과 여. 그것도 여러 명의 남자들과 여자 한 명이라는 설정은 이 여자 주인공의 일과 사랑이 가진 난관을 더 첨예하게 만든다. 남자들과 경쟁해야 하고, 또 그 남자들 중 하나와 사랑해야 한다.

하지만 ‘파스타’와 ‘커피 프린스 1호점’은 다르다. 가장 다른 점은 남자 주인공이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의 한결(공유)이나 한성(이선균)은 모두 한없이 여성들에게 부드러운 남자들이다. 게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꽃미남 종업원들도 모두 수직적인 위계질서와는 거리가 먼 수평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남자들이다. 하지만 최현욱(이선균)으로 대변되는 ‘파스타’의 라스페라에 있는 남자들은 위계질서 속에 서 있다. 마치 소리 지르는 게 일상인 듯 이들은 서로 자신의 위치가 높다고 으르렁댄다.

그러니 공간이 주는 분위기도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은 늘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주지만, ‘파스타’의 라스페라는 늘 전쟁터다. 주방장은 사장과 늘 대립하고, 직원들 위에 군림하며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새 주방장 현욱이 데려온 요리사들은 기존 라스페라의 요리사들과 대립하며 헤게모니 싸움을 벌인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유일한 여성인 서유경(공효진)은 편견에 얽매인 남성들의 세계와 부딪치며 살아남아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라스페라의 주방이 환기시키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던 직장의 세계, 그 위계질서의 세계 속에서 직장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상황을 라스페라의 주방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우리 사회가 가진 남성 헤게모니는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 팀장 현욱의 마초적인 권위와 그 속에서 패배하지 않고 버텨내는 이제 막 인턴을 끝낸 사원(?) 서유경의 모습이 많은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라스페라의 주방이 또한 주방장 현욱의 마음을 그대로 그려낸다는 점이다. 주방장이 바뀌면 주방의 풍경도 바뀌는 것은, 주방장의 마음이 고스란히 주방에 변화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현욱이 라스페라에 오면서 주방은 전쟁터가 된다. 그것은 현욱의 마음이 ‘전쟁중’이기 때문이다. 이 사랑과 성공에 상처 입은 요리사는 그 마음 그대로 주방에서 감정을 지워버린다. 주방에서의 사랑이 용납되지 않는 것은 그 마음이 사랑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일과 사랑을 다루는 멜로드라마의 접점이 생겨난다. 주방장 현욱의 마음을 그대로 그려내는 라스페라의 주방에서 유일하게 살아남는 존재 서유경은, 바로 그대로 현욱의 마음 속에서 살아남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드라마 ‘파스타’는 일과 사랑을 다룸에 있어서 ‘커피 프린스 1호점’이 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맛을 낸다. 현실의 축소판으로서의 주방과 상처 입은 주방장의 마음을 대변하는 주방을 일치시킴으로써, 그 이야기가 사회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동시에 멜로의 틀을 벗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 남자의 주방에서 살아남는 이야기와 그 남자의 마음을 여는 이야기가 서로 맞닿는 지점이기도 하다.

'파스타'는 불평등을 다루는 멜로드라마다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편견이 있다. 그 남자가 꽤 감성적이고 여성들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행동할 것 같은 자상함을 가졌을 것이라는 거다. 하지만 틀렸다. 요리하는 남자라고 꼭 그런 건 아니다. 특히 요리사라는 직업의 세계로 들어가면 그 요리는 어쩌면 전쟁과 같은 것이 될 지도 모른다.

파스타라는 요리를 소재로 삼는 드라마 '파스타'는 이런 편견을 트릭으로 사용했다. 게다가 그 트릭에 동원된 배우는 부드러운 남자의 대명사격인 이선균이다. 그러니 횡단보도 한 가운데서 터져버린 비닐봉지에서 떨어진 금붕어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서유경(공효진)의 두 손을 모아 그 위에 금붕어로 놓고 물을 부어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최현욱(이선균)은, 바로 그런 요리하는 남자가 가졌을 것으로 생각되는 자상함과 감성을 지닌 존재처럼 시청자의 마음을 한껏 푸근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남자. 절대 여성의 마음을 헤아리는 그런 남자가 아니다. 남녀평등? 그런 건 자신의 주방에서는 꺼내지도 못하게 할 위인이다. 그렇게 부드럽게 보였던 이 남자는 이제 막 개점 시간이 되고 첫 주문이 들어오자 순식간에 마초적이고 제멋대로인 남자로 돌변한다.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요리가 나왔을 때는 거침없이 접시째로 깨버린다.

처음에는 이 부드러운 쉐프가 요리사들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마치 오케스트라의 그것처럼 조화로울 것이라 착각했지만, 점차 그 장면은 군인들을 지휘하는 지휘관의 행동처럼 변모한다. 그는 요리를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주문을 하고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을 몇 분만 더 지체되면 야수로 돌변하는 그런 존재로 인식하고, 끝없이 쏟아지는 주문에 맞춰 척척 대응해내지 못하면 곧 죽을 것 같은 자세로 요리하라고 소리를 질러댄다. 감성보다는 신속함을 담보해줄 수 있는 힘이 그에게는 더 필요한 것 같다.

그런 그가 이 전쟁터에 여성이란 존재를 어떻게 생각할까. 게다가 그는 연인이자 라이벌이었던 성공한 요리사 오세영(이하늬)에게 큰 상처를 입었다. 부정한 방법으로 최고요리사라는 자리를 그에게서 빼앗은 오세영은, 그에게 사랑에 대한 배신감을 갖게 했고, 최고요리사라는 자존심에 금이 가게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주방에 여성이란 존재를 의도적으로 지워버린다.

그것은 물론 현실적으로 볼 때 법적으로도 위배되는 사항이고, 명백하게 심각한 성차별이다. 맞다. 최현욱이라는 캐릭터는 애초부터 겉으로는 부드러움을 가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의 남성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마초가 맞다. 오세영의 배신은 그것을 강화해주고 있을 따름이다. 그것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볼 때도 마찬가지다. 최현욱이란 캐릭터는 남자가 봐도 참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을 끝으로 몬다. 특히 여성인 서유경에게 하는 짓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최현욱이란 캐릭터에게서 시청자들은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왜 이다지도 마초적인 인간에게서 심지어 여성들마저 매력을 느끼게 되는 걸까. 그것이 짐승 같은 남성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소리 지를 수 있는 것도 능력일 테니까. 하지만 여기서 생각할 것은 마초라고 불리는 남성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이다. 마초라고 하면 늘 남성우월주의에 차서 여성을 노골적으로 비하하고 성희롱을 자행할 것 같지만, 그것은 상상속의 그림일 뿐이다. 마초도 부족하지만 인간이다. 아직 여성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세상을 전쟁으로만 여기는 그래서 싸워야 이길 수 있다고 믿는 그런 불쌍한 인간.

최현욱은 주방을 나서는 그 순간, 즉 요리라는 일과 떨어지는 순간, 마초에서 보통의 남자로 돌아간다. 그는 일의 세계 속에서 비뚤어져 있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평범해진다. 이것은 어떤 가능성이다. 그 가능성의 존재가 여성성을 알아간다는 것. 그래서 조금씩 변해간다는 것. 이것이 이 드라마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말단 요리사인 서유경의 성장드라마라고만 생각하지만, 이 드라마는 최현욱의 성장드라마이기도 하다.

또한 최현욱의 마초적인 모습은 물론 여성들을 모두 주방에서 내몰았지만, 거기 남아있는 남성들이라고 해서 다른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남녀 간의 불평등을 넘어서 한 조직 내에서의 상사와 조직원 간의 관계로 확장된다. 조직의 그런 권위적인 상사에 대한 경험은 남자나 여자나 모두 갖고 있는 것들이다. 남성 시청자가 서유경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남녀평등의 문제라기보다는 조직에 여전히 존재하는 권위적인 모습에 대한 공감이다. 서유경이 바로 그 권위적인 모습을 조금씩 무너뜨릴 때, 우리는 남녀를 떠나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이것은 일찍이 전문직과 멜로드라마가 만났을 때, 불평등이 다루어지던 방식이다. 불평등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방식은 투쟁 한 가지가 아니라 다양하다. 그리고 투쟁은 멜로드라마라는 장르와 잘 어울리지도 않는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이나, '외과의사 봉달희'의 이범수는 바로 이 '파스타'와 연결고리를 갖는 드라마들이다. 그들은 모두 각각의 전문직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남자들이지만 모두 여성들 앞에서 소리 지르는 마초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멜로를 통해 여성성을 알아가는 존재로 변모해간다.

물론 이것은 분명 전문직과 함께 멜로를 다루는 드라마가 갖는 한계일 것이다. 왜 그들은 꼭 멜로로 그 마초적인 남성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데 만족하고 있을까. 하지만 그것은 또한 멜로라는 장르로서는 그나마 평등이라는 가치를 생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멜로드라마라는 장르는 본래 남과 여 사이에 끼어들어 이를 방해하는 사회적 관습을 다루고, 그 관습을 뛰어넘어 남과 여가 사랑하게 되는 그 과정이 목적인 형식이다. 그리고 그 관습에서 수없이 많이 다루어진 것이 남자가 가진 자기중심적 사고관 혹은 세계관이다. '파스타'도 바로 그것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다.

'제중원, '공부의 신', '파스타'가 그리는 세 가지 성공

'제중원'의 황정(박용우)은 그 신분이 백정이다. 하지만 그가 쥐고자 하는 건 소 잡는 칼이 아니라 사람 살리는 칼이다. 백정에서 의사가 되고자하는 그 지난하고도 먼 길. 신분의 벽을 넘어야 하고,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야 하고, 서양의학이라는 벽을 넘어서야만 도달할 수 있는 그 멀고도 험한 길을 그리고 있는 것이 바로 '제중원'이다.

한계를 넘어 성장해나가는 황정이라는 인물. 이 드라마틱한 성장드라마에 힘을 부여하는 것은 이 이야기가 그저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극 중에도 언급되지만 본래 서양의사들의 시작은 칼을 잘 다루는(?) 이발사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아직 서양의학이 도입되기 전인 구한말의 상황에 서양의 이발사와 비슷한 조건을 갖춘 직종은 백정이다. 칼을 잘 다루고, 바느질도 잘 하는 데다, 무엇보다 생명에 칼을 댈 수 있는 담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근대적 의료교육기관이었던 제중원이 세브란스 병원이 되었을 때, 박서양이라는 인물이 백정의 아들로 들어와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 일곱 명 중의 한 명으로 졸업했다는 기록이 있다. 근대의 격동기에 백정의 아들에서 의사라는 길까지 걸어간 박서양이라는 인물의 성장 이야기가 '제중원'에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공부의 신'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학교인 병문고의 오합지졸 학생들이 최고의 명문이라는 천하대에 들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백현(유승호)은 부모 없이 할머니와 함께 집마저 쫓겨나게 된 상황이지만 강석호(김수로)의 도움으로 천하대 특별반에 들어와 공부를 하게 된다. 풀입(고아성)은 작은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어머니 때문에 괴로워하고, 찬두(이현우)는 춤과 노래에 빠져있지만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열등감을 갖고 있다. 봉구(이찬호)는 부모의 방임으로 스스로 어떤 욕망을 갖고 있는지도 잘 모른 채 살아간다.

이 학생들이 꾸는 꿈은 지독하게도 현실적이다. 이 드라마는 굳이 '꿈을 꾸라'는 식의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 대신, '천하대에 들어가라'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바로 이 점은 우리 시대의 성장에 대한 양면적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다. 천하대라는 특정 일류대에 가는 것이 현실적인 성장이 되는 사회, 하지만 그로 인해 진정한 성장(자신의 꿈을 펼쳐나가는)은 잠시 보류되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담겨져 있다. "저게 현실이야"하고 긍정하다가도, "그래도 저건 좀"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건 바로 이 성장에 대한 두 가지 측면이 상충하기 때문이다.

'파스타'는 파스타 요리사가 되기 위한 서유경(공효진)의 성장드라마다. 그녀는 3년이나 이태리 음식점 라스페라에서 보조로 일해오지만 드디어 프라이팬을 잡게 된 순간, 새로운 쉐프 최현욱(이선균)에 의해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최현욱은 "자신의 주방에 여자는 없다"고 외치는 인물. 그러니 이 성장드라마에서 서유경의 장벽은 바로 최현욱이다.

그런데 이 최현욱이라는 버럭남은 묘한 매력을 갖는다. 따라서 서유경이 요리사라는 직업으로서 성장해나가기 위해서 최현욱은 부딪치고 깨지고 넘어서야 할 인물이지만, 그저 한 여성으로서 멜로적인 판타지를 갖게도 하는 인물이다. 서유경의 성장드라마와 그녀의 최현욱과의 멜로드라마는 이렇게 잘 어울리는 레시피처럼 드라마 속에서 녹아든다. 직업적 성취와 사랑의 쟁취를 성장의 두 축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파스타'라는 드라마는 맛을 낸다.

신년 벽두부터, 이처럼 드라마들은 모두 성장에 대한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은 구한말이라는 과거의 시제로 날아가기도 하고, 지금 이 땅의 교육현실로 돌아오기도 하며, 라스페라라는 자그마한 조리실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 꿈을 꾸는 이들이 모두 백정, 열등생, 주방보조라는 측면은 이 사회의 낮은 자들의 감성을 건드린다. 그리고 그들을 꿈꾸게 한다. 이것이 성장드라마가 현실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현실이 갑갑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꿈을 기대하게 된다. 그것은 또한 현실이 그만큼 꿈꾸기 어렵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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