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전자 미쓰리’가 보여주려는 건 현실인가 판타지인가

 

이혜리가 연기하는 이선심이라는 인물 특유의 맹한 표정 때문이었을까. tvN 수목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의 예고편은 누가 봐도 한 편의 발랄한 코미디와 성장드라마를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청일전자’라는 제목에 달린 구체적 회사의 명칭은 중소기업을 다루는 것일 테고, 아마도 어려운 현실에 처한 이 회사를 말단 경리직원인 이선심이 회생시키는 이야기일 게다.

 

실제로 <청일전자 미쓰리>는 갑질하는 TM전자 때문에 부도 위기를 맞은 청일전자와 도망친 사장 때문에 바지사장으로 대표직에 앉게 된 이선심의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시청자들을 시원하게 만드는 이선심의 한 방이나 적어도 웃을 수 있는 코미디적인 요소는 거의 발견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된 건 이선심이라는 인물이 가진 장점이 이름처럼 ‘선심’ 하나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쩌다 사장직에 앉았지만 여전히 말단 경리직원의 모습 그대로다. 말은 어눌하고 회사를 회생시켜야 한다는 마음만 있을 뿐, 회사의 재무가 어떤 사정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어려운 일만 생기면 유진욱 부장(김상경)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 달라 애원한다.

 

그래도 이선심이 가진 장점 중 하나인 선한 마음이 당장 터질 부도를 막는 이유가 되기는 한다. 협력업체 사장의 마음을 움직여 대금회수 기한을 늘려놓았던 것. 오만복 사장(김응수)이 횡령해 중국으로 도망치려던 5억 원짜리 수표가 뒤늦게 그 아들인 오필립(김도연)에게 발견되면서 이선심은 그 돈으로 협력업체에 대금을 갚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선심은 동반성장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구조조정을 하러 온 박도준(차서원) TM전자 팀장으로부터 회사 돈 3억을 횡령했다는 누명을 쓰게 된다. 같은 경리팀 구지나(엄현경)가 신입직원들의 통장을 만들어 비자금 통장처럼 사용했을 테지만, 이선심은 그런 사실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다. 결국 이선심의 선심만을 믿던 직원들도 3억을 횡령했다는 의심 앞에 신뢰가 깨져버린다. 또 이선심은 유진욱 부장을 보며 “억울하다” “도와달라”는 말만 거듭한다.

 

뒷부분에 가서 반전을 극대화시키려는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지금껏 <청일전자 미쓰리>가 보여준 건 너무 짠내 나는 중소기업의 현실 그 자체다. 게다가 대책 없고 맹하기까지 한 이선심은 그 와중에도 당하기만 하는 인물로 그려져 시청자들을 더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청일전자 미쓰리>는 도대체 무얼 그리고 싶어 하는 걸까. 중소기업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게 이 드라마가 하려던 방향일까.

 

물론 아닐 게다. 만일 현실만을 보여줄 거라면 이선심 같은 코미디 상황에나 어울릴 법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우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짠내 나는 현실을 담으면서도 적당한 사이다나 단내는 판타지로 보여줬어야 하는 게 아닐까. 현재까지의 <청일전자 미쓰리>를 두고 보면 이 드라마는 전혀 코미디가 아니다. 오히려 볼수록 답답하고 눈물 나는 중소기업의 현실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선심이라는 인물이 가진 ‘선심’ 하나로 이렇게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이 회생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적나라한 중소기업의 현실을 담아놓고 다른 카드나 무기 없이 갑자기 선심 하나로 회생되는 판타지가 그려질까 우려되는 지점이다. <청일전자 미쓰리>는 한 편으로 끝나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매회 적당한 현실과 판타지의 균형이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답답한 을의 현실을 계속 들여다보는 일 자체가 힘겨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예 코미디 설정을 배제하고 현실만을 디테일하게 담을 거였다면 모를까.(사진:tvN)

대작들 속에서 소소한 ‘동백꽃’의 놀랄만한 매력의 비밀

 

“그냥 첫 눈에 반해버렸구요? 저는 뭐 작전이니 밀당이니 어우 난 이런 거 모르겄구 그냥 유부녀만 아니시면은 올인을 하자 작심을 혔습니다.”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황용식(강하늘)의 이 대사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잘 드러낸다. 조금 모자라 보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의외로 그 구수한 시골스러움과 순박함이 매력으로 보이기도 하는 인물. 그는 동백(공효진)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걸 대놓고 털어놓는다. 이를 애써 거부하며 신중하지 못하다는 동백의 말에도 그의 직진은 꺾일 줄 모른다. “저는요 신중보다는 전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혀요. 긴가 민가 간만 보다가는 옹산 다이아 동백씨 놓쳐요. 기다 싶으면은 가야죠.”

 

동백은 용식의 말이 ‘돌직구’ 정도가 아닌 ‘투포환급’이라 생각한다. 심지어 ‘노상방뇨 금지’라고 적힌 담벼락 앞에서 이런 직진 고백이라니. 하지만 부양해야할 아이가 있고 혼자 살아내야 할 일만도 만만찮은 동백에게 용식의 이런 투포환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만일 멀쩡한 총각과 사귀게 됐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동네사람들이 그잖아도 술집을 하고 있는 동백에게 던지는 편견어린 시선은 더더욱 악의적이 될 게 뻔한 일이다. 그래서 먼저 선을 긋는다. “용식씨 저 미리 찰게요.”

 

하지만 그럼에도 용식의 투포환급 구애는 단념을 모른다. 동백은 결국 그를 단념시키기 위해 핵폭탄급(?) 발언을 한다. “인생, 드라마랑 달라요 용식씨. 미혼모는 뭐 취향이 없을까봐요. 생짜 총각이 애 딸린 여자 좋다고 그러면 다 노난 거예요? 결정적으로 황용식씨가 제 스타일이 아녜요.” 동백의 스타일이 아니라는 말에 자신이 그 스타일이 되겠다는 용식에게 동백은 결정적인 한 마디를 보탠다. 동백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공유’라는 것. “공유요 공유. 저는 그 나쁜 남자가 이상형이에요. 근데 용식씨는 돈도 막 꿔주게 생겼어요. 저는 차도남을 좋아하거든요. 센스 있고 세련되고 또 까칠하고 막 튕기고 그런 사람 남자 아시죠?”

 

그 장면은 다분히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를 염두에 뒀다. 그 특유의 배경음악이 흐르면서 용식은 마치 비수가 꽂혔다는 듯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는다. “사람이 어떻게 도깨비를 이겨요?” 그렇게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용식이 아니다. 돌아가려던 용식은 그러나 다시 돌아서 이렇게 말한다. “동백씨 저어기 그 개도요, 젤로 귀여운 거는 똥개여요. 본래 봄볕에 얼굴타고 가랑비에 감기 걸리는 거라구요 나중에 나 좋다고 쫓아 당기지나 마요.”

 

이 시퀀스는 <동백꽃 필 무렵>의 이번 편 부제로 붙은 ‘똥개의 전략’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용식은 공유 같은 드라마 속 판타지는 아니지만 지극히 현실적으로 늘 옆에 있어주고 지켜주는 그런 인물의 매력을 어필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물주가 가게 가득한 낙서들이 지저분하다 지적하자 대뜸 동백의 가게에 페인트칠을 해주겠다고 나서고, 그렇게 칠을 하다 발견하게 된 연쇄살인범 까불이의 메시지를 보고는 동백에게 “무조건 지킬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한다. 도깨비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늘 옆에서 지키는 남자가 되겠다는 것. 그것이 ‘똥개의 전략’인 셈이다.

 

그런데 이것은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같은 몇 백 억 단위의 대작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동백꽃 필 무렵> 같은 상대적으로 소소한 작품이 취하고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도시의 세련됨도 없고 부와 능력을 겸비한 차가운 매력을 드러내는 판타지적인 인물도 없다. 하지만 의외로 용식 같은 시골스러운 순박함으로 무장한 인물이 주는 매력이 적지 않다. 이른바 ‘촌므파탈’이 용식의 전략이자 이 드라마의 전략이라는 것.

 

특종을 잡으려는 언론이 찾아와 보호해주겠다며 연쇄살인범 까불이의 마지막 목격자인 동백에게 공익을 위해 인터뷰를 하자고 제안하자, 동백은 그것이 보호가 아닌 낙인이 될 거라며 거부한다. 하지만 자꾸만 들이대는 언론에 용식은 한 마디로 일갈한다. “사람 같잖게 보지 마셔요. 이 카멜리아 그리고 동백씨 이렇게 아무나 와서 들쑤셔대는 그런 데 아닙니다. 동백씨 이제 혼자 아니고요. 내가 사시사철 불철주야 계속 붙어 있을 거니까...” 그래도 ‘언론탄압’이니 뭐니 하는 언론에 용식은 결국 화를 낸다. “동백이 건들지 말라고 했어. 앞으로 동백이 건드리면 다 죽어. 아슈?” 그 진심이 가득한 얼굴에 동백의 마음도 살짝 움직인다.

 

동백은 살아오면서 늘 자신이 재수 없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어왔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용식은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프다. “저도요 다이아나비가 살아온대도 임수정이가 저 좋다고 덤벼도요, 동백씨랑 안 바꿔요.” 그 말에 동백은 “뭐 내가 자기건가”라고 말하며 부정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걸 숨기지 못한다. 그것이 <동백꽃 필 무렵>이 취하고 있는 ‘똥개의 전략’이다. 판타지로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 옆에는 실제 없는 도깨비 대신, 늘 옆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용식이 같은 따뜻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전략이 의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사진:KBS)

‘천리마마트’, 처음엔 낯설어도 익숙해지다 빵빵 터지는

 

이거 도대체 뭐지? 아마도 원작 웹툰을 잘 모르는 시청자라면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보며 당혹스러웠을 지도 모르겠다. 대뜸 대마그룹 회장이란 사람이 자사 주력 상품이라며 가져온 ‘털이 나는 광택제’를 내놓는 에피소드부터 시작하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할 법 하다.

 

그 말도 안되는 상품에 회장 눈치 보며 동조하는 권영구 전무(박호산)에 모든 이사들이 찬성할 때, 반대의사를 들고 나온 정복동(김병철). 회장은 갑자기 이것이 이사들을 시험해보기 위한 일이었다며 충언을 할 줄 아는 정복동을 추켜세우지만, 갑자기 ‘털이 나는 광택제’가 출시돼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역전된다. 결국 정복동은 이 얼토당토 않은 일로 대마그룹의 유배지나 다름없는 ‘천리마마트’ 사장으로 좌천되게 된다.

 

그런데 황당함은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망하기 일보직전인 천리마마트에 직원들을 더 뽑겠다 나선 정복동은 가수 지망생과 은행에서 명퇴 당한 대리기사, 전직 깡패 심지어는 빠야족 족장과 부족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힘겹게 대마그룹의 천리마마트에 점장으로 취직한 문석구(이동휘)는 정복동이 온 후로 놀라운 마트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부족한 카트 대신 카트 역할을 하는 빠야족들이 마트 곳곳에서 맹활약(?)을 하고, 고객만족센터에서 일하게 된 전직깡패 오인배(강홍석)는 조선시대 왕이 입던 곤룡포를 입고 왕좌에 앉아 불만을 갖고 온 손님을 발밑에 무릎 꿇리며 그 불만사항을 들어준다. 심지어 “오늘은 꽃이 되자”는 정복동은 스스로 해바라기 분장을 하고 직원들은 꽃 분장을 한 채 손님들을 맞는다.

 

이 정도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드라마의 리얼리티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멀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도대체 대마그룹 같은 대기업이 어디 있고, 천리마마트나 정복동 같은 사장이 어디 있으며, 그런 곳에 오인배 같은 전직 깡패나 심지어 빠야족 사람들까지 정직원으로 채용된다는 일이 어찌 벌어질 수 있을까.

 

이쯤 되면 <쌉니다 천리마마트>라는 드라마의 정체를 이제 받아들이게 된다. 병맛으로 가득한 웹툰의 세계가 고스란히 드라마로 들어와 있는 것. 그러니 현실성이나 리얼리티를 따질 필요는 없어진다. 대신 우리가 알고 있던 현실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이 천리마마트의 기상천외한 풍경들을 보며 웃을 준비만 하면 되는 것.

 

그래서 처음엔 기존 드라마들이 갖던 리얼리티와의 부조화로 약간의 낯설음과 당혹감을 느끼다가 조금씩 리얼리티를 포기하는 순간부터 빠져드는 기이한 병맛의 세계를 시청자들은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리얼리티의 정반대를 그려내는 마트의 풍경이 의외로 우리네 현실에 대한 은근한 풍자를 담고 있다는 걸 확인하면서, 병맛 뒤에 숨겨진 날카로움 같은 묘미도 감지하게 된다.

 

제 아무리 노력해도 하늘에 별 따기가 되어버린 정직원이 되는 길이나, 한 때 잘못된 길로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만들어진 현실, 심지어 외국인노동자로서 살아가면서 대접을 받는 일이 요원한 우리네 현실을 투영해보면, 천리마마트의 병맛 풍경은 의외로 짜릿한 판타지를 제공한다. ‘고객이 왕’이 아니라 ‘직원이 왕’이라는 이 마트의 상상초월 성장기가 자못 궁금해지고 기대되는 건 그래서다.(사진:tvN)

‘웰컴2라이프’의 정체는 판타지? 범죄스릴러? 가족극!

 

MBC 월화드라마 <웰컴2라이프>는 그 정체가 애매모호하다. 처음 이 드라마의 시작은 현실에서 평행세계로 넘어오는 판타지였다. 누군가 테러로 자행한 자동차 사고를 겪고 깨어난 이재상(정지훈)이 헤어진 여자친구 라시온(임지연)과 결혼해 살고 있었고, 변호사로 심지어 가진 자들의 범법행위까지 변호하던 삶에서 이젠 그들을 잡아내는 검사가 되어 있었던 것.

 

평행세계의 판타지 설정은 <웰컴2라이프>라는 드라마가 향후 마치 <인생극장>처럼 선택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는 그런 이야기를 그릴 것이란 예상을 하게 했다. 하지만 <웰컴2라이프>는 그 예상을 깨고, 평행세계로 들어온 이재상의 이야기에만 집중했다. 이재상은 어쩌면 다시 현실로 돌아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검사직을 포기하고 율객로펌에 변호사가 될까 갈등한다. 현실로 못 돌아간다면 지금 이 세계의 삶을 자신의 선택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후 <웰컴2라이프>의 이야기는 평행세계로 들어온 이재상이 현실로 돌아가려는 노력에 집중하기보다는 검사로서 맡게 되는 사건들로 채워졌다. 타인의 관심과 동정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고 심지어 아이들을 학대하고 살해하기도 한 이른바 ‘약지엄마’ 사건은 그래서 또 다른 한 편의 범죄스릴러처럼 보였다. 이른바 ‘뮌하우젠 증후군’을 갖고 있는 약지엄마는 아이와 함께 하는 방송에서 애끓는 모성애를 연기했지만, 이재상이 이끄는 특수본은 해킹을 통해 껐던 카메라를 다시 켬으로써 그것이 모두 가짜라는 걸 만천하에 드러낸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아이를 구해내고 약지엄마를 검거하지만, 경찰서에서 탈출해 이재상의 딸을 납치하는 이야기나, 위기의 순간에 딸을 구해내는 대목에서는 액션 스릴러의 한 장면이 연출됐다. 최근 범죄 스릴러가 우리네 현실에서 벌어진 사회적 이슈를 끌어오는 방식도 이 드라마에서는 그대로 적용되었다. ‘약지엄마’는 누가 봐도 ‘어금니 아빠’ 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관심을 얻기 위해 저지르는 끔찍한 범죄의 이야기는 그토록 많은 SNS 상의 엇나간 방송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웰컴2라이프>는 판타지 장르나 범죄 스릴러 장르보다 더 가족극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재상이 점점 자신의 과거와 결별하고 제대로 된 인간이 되어가는 건 모두 가족 때문이다. 과거 약지엄마가 저질렀던 세경보육원 사건 당시 제대로 조사도 해보지 않고 라시온에게 거짓말을 했던 이재상은 결국 라시온이 다시 받아줌으로써 엇나가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었다. 찾아와 기회를 달라며 “너를 배우겠다”고 한 말에 라시온이 그 손을 잡아줬던 것.

 

검사직을 포기하고 율객로펌으로 갈까를 고민하던 이재상의 발길을 되돌리게 한 것도 가족이었다. 마침 약지엄마에 의해 딸이 납치되고 그래서 모든 걸 제쳐두고 이재상은 딸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게 됐다. 그래서 약지엄마가 검거되고 딸을 구함으로써 범죄 스릴러의 면면이 끝나는 지점에 이재상의 가족이 운동회에 참여해 딸이 그토록 원하던 자전거를 타는 가족극이 전개된다.

 

<웰컴2라이프>는 이처럼 판타지에서 범죄스릴러로 또 그것이 가족극으로 옮겨가는 정체성이 애매한 드라마다. 그래서 적당한 긴장감과 반전 그리고 따뜻한 가족극의 이야기로 어느 정도 기본은 하는 드라마라고 보인다. 하지만 어딘가 한 방이 아쉽게 느껴지는 건 다시 그 불분명한 정체성의 문제를 떠올리게 만든다. 물론 장르의 퓨전은 흥미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퓨전에서 중요한 건 얼마만큼 유기적인가 하는 점이 아닐까.(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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