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바이 마마’, 귀신 판타지로 담은 신개념 가족드라마

 

시작은 귀신 이야기였다. 죽었지만 산 자들의 주변을 빙빙 도는 귀신들. 그런데 이 귀신들이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귀신들과는 영판 다르다. 보통 산자 주변에 출몰(?)하는 귀신이라면 사람들 해코지하는 호러물이 떠오르지만, 이 귀신들은 저마다 절절한 가족애를 드러낸다.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는 그래서 귀신 판타지로 담아낸 색다른 가족드라마처럼 보인다.

 

납골당을 찾아 망자의 살았을 적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유족들. 그런데 <하이바이 마마>는 유족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들을 뒤에서 꼭 껴안고 있는 망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족이 눈물 흘릴 때 망자도 눈물을 흘린다. 아마도 졸지에 자식을, 부모님을, 형제와 자매를 또 아이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면 그 망자의 눈물에 먹먹함과 함께 어떤 위로를 받을 게다. 그건 떠났다 생각했던 이들이 여전히 우리 주변에 남아 우리를 걱정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니까.

 

<하이바이 마마>는 죽었던 차유리(김태희)가 49일 간 되살아나 벌어지는 소동극을 코미디 장르로 담고 있다. 그런데 되살아난 건 차유리에게도 또 그를 떠나보냈던 유족에게도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지고 껴안고 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가 떠난 후 이미 생겨난 새로운 관계들은 차유리로 하여금 다가갈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조강화(이규형)는 오민정(고보결)과 새로 결혼을 했고, 서우(서우진)를 돌보며 살아간다. 되살아난 차유리는 그래서 저 솔로몬의 선택에 등장하는 진짜 엄마처럼 한 발 떨어진 곳에서 아이를 바라본다. 그는 딸 서우가 귀신을 보게 된 걸 걱정해 환생한 것이고, 그걸 막고 나면 돌아갈 거라 한다. 그래서 살아난 후에도 그는 부모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차피 떠날 사람이니 만나봐야 또 다시 상처가 될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신으로 있다가 살아났다는 판타지 설정을 하나 들인 것뿐이지만, 그 설정 속에서 이 드라마는 꽤 많은 가족과 친구에 대한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그냥 평탄한 부부라면 늘 그러려니 했던 일들도 이 설정 속에서는 보다 절절해진다. 되살아난 유리를 걱정해 호텔을 무시로 찾아와 불편한 건 없는지 걱정하는 남편 강화의 모습이나, 절친인 언니 고현정(신동미)과의 재회가 눈물 쏙 빠지게 되는 그런 모습들이 연출된다.

 

모정 또한 이 설정 속에서는 색다른 감정을 동반한다. 즉 딸에게 다가가고픈 욕망이 앞서면서도 그것이 모두를 위한 행복한 선택이 맞는지 갈등하게 되는 것. “그럼 서우 엄마 해요”라고 취중에 진담을 꺼내놓은 오민정 때문에 갈등하다 “정말 해도 되요?”라고 묻는 차유리의 감정 변화가 가능한 건 이 판타지 설정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망자가 된 귀신들의 모습이 가끔씩 살아있는 사람들 모습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서우가 다니는 유치원의 엄마들은 자기 자식을 위해서 다른 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서우를 내보내라고 유치원에 압력을 준다. 그리고 틈만 나면 모여서 서우의 뒷담화를 한다. 하지만 한 날 한 시에 망자가 된 필승(이시우)네 가족을 보면 자기 자식을 끔찍이 챙기면서도 서우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적이지 못한 인간과 너무나 인간적인 귀신의 대비라니.

 

이제 가족드라마의 시대는 지나갔다고들 말한다. 또 1인 가구가 급증하고 개인주의 사회가 되면서 가족의 가치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사실일까. 가족드라마의 시대가 지났다고 말하는 건 옛 방식의 가족드라마가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또 개인주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어도 그렇기 때문에 가족의 소중함과 갈증은 더더욱 커진다.

 

다만 가족의 이야기를 우리 시대에 맞게 어떤 새로운 이야기로 담아낼 것인가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귀신의 환생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가져와 혈연을 넘어서는 끈끈한 가족애를 드러내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많은 가족과 친구들 사이의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인가를 끄집어내는 <하이바이 마마>라는 드라마는 확실히 색다른 가족드라마의 가치를 보여준다.(사진:tvN)

‘하이바이 마마’가 김태희를 부활시켜 전하려는 위로와 깨달음

 

“내 딸. 사랑하는 내 딸. 듣고 있지?” 딸 유리(김태희)를 먼저 보낸 엄마 은숙(김미경)은 딸이 살아있기라도 한 듯 그렇게 말한다. 그러자 죽은 딸이 은숙을 살포시 뒤에서 껴안고 말한다. “응. 나도 사랑해. 엄마도 듣고 있지?”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에 잠깐 등장하는 이 장면은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압축해 보여주는 것만 같다. 누군가를 먼저 떠나보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유족들은 망자의 방을 생전 그대로 유지하고 마치 지금도 그가 살아있는 것처럼 유지하고 때로는 말을 건네기도 한다. 하지만 이승과 저승으로 갈라져 있어 남은 자들은 떠난 이들과 더 이상 소통할 수 없다.

 

그건 떠난 이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떠날 줄 모르고 살아왔던 사람들은 졸지에 그렇게 된 후에야 남을 후회를 좀체 생각하지 못한다. <하이바이 마마>가 죽은 자를 되살려 49일 간 ‘육신의 시간’을 허락하는 판타지를 굳이 끌어온 건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보낸 사람도 떠난 사람도 그제서야 깨닫게 된 소중한 것들을 가상의 판타지를 빌어 이야기하고 있으니.

 

KBS <고백부부>를 통해서도 그러했듯이 권혜주 작가는 판타지를 통해 현재와 현실의 의미를 들여다보는 시도를 <하이바이 마마>에서도 하고 있다. <고백부부>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판타지를 통해 현실 부부의 일상을 다시금 보게 만들었던 것처럼, <하이바이 마마>는 죽었던 아내이자 딸 그리고 엄마인 유리가 육신을 가진 존재로 49일 간 살아가는 판타지를 통해 역시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귀신들이 대거 등장하고 이들이 떠나지 못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극은, 이러한 드라마가 전하려는 진정성을 담아내면서 유쾌하면서도 짠하고 또한 우리네 삶을 다시금 반추하게 하는 색다른 가족극이자 휴먼드라마의 색깔을 더하게 된다. 딸 서우(서우진)를 안아보지도 못하고 사고로 사망한 유리는 다시 육신을 가진 존재로 살아남으로써 그간 지나쳤던 자잘한 일상들이 얼마나 대단한 것들이었는가를 절감한다.

 

사랑하는 딸 서우를 안을 수 있다는 사실은 물론이고, 부모를 위해 건강에 좋은 선물을 챙기고, 생일날이면 떠난 친구를 위해 어김없이 치킨에 맥주를 놓아주는 절친 고현정(신동미)에게 안주를 선물로 주는 일이 그렇다. 물론 한 밤 중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TV를 보며 치맥을 하거나, 보고 싶은 드라마를 보는 그런 일들 또한 소중하기 이를 데 없지만.

 

<하이바이 마마>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가져오지만 권혜주 작가 특유의 코미디적 발랄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귀신들은 우리가 봐왔던 무시무시하거나 슬프기만 한 그런 존재들이 아니다. 그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우리와 별다를 것 없이 가족을 걱정하고 잘 되기를 빌고 또 먹고 싶은 것 앞에서 군침을 흘리는 그런 존재들이다. 발랄한 귀신이었다 육신을 갖게 된 유리라는 캐릭터는 물론이고 이를 연기하는 김태희가 매력을 드러내는 건 이런 색다른 지점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차유리를 부활시킨 것처럼 김태희 또한 연기자로서의 진정성 또한 부활시킨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게다.

 

그렇게 한바탕 부활한 육신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소동이 몰아친 이후, 드라마는 슬쩍 김태희의 목소리를 통해 이런 상상을 하게 된 속내를 끄집어낸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느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고마운 이에게 고맙다 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주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받기만 하는 것들이 얼마나 미안한 일들인지 나는 죽고 나서야 나를 사랑하는 이들을 통해 알았다.”

 

죽어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들. 그것은 실제로는 알 수 없는 일이기에 이 드라마는 판타지로 그걸 보여주려 한다. 또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게 된 많은 분들에게 드라마는 자그마한 위로를 건넨다. “내 딸. 사랑하는 내 딸. 듣고 있지?” “응. 나도 사랑해. 엄마도 듣고 있지?”라고.(사진:tvN)

고초 겪는 '김사부2' 실제 모델과 옷 벗은 '검사내전' 원작자

 

월화드라마 안에 우리네 현실이 있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2>가 우리네 의료계가 가진 자본화된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면, tvN <블랙독>은 기간제 교사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치열한 입시교육과 비정규직의 현실을 그려낸다. 한편 JTBC <검사내전>은 검사하면 떠올리는 정의를 수호하는 슈퍼히어로나 부패한 적폐의 양극단이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검사들을 그리고 있지만 그런 인간적인 풍경들은 우리가 뉴스를 통해 본 일부 권력형 검사들과의 대비로 그려지는 느낌이다. 결국 프레임 안에서는 일상의 검사들을 다루지만 시청자들은 그 프레임 바깥의 시끌시끌한 ‘검찰개혁’이라는 사안을 염두에 둔다는 사실이다.

 

<낭만닥터 김사부2>가 최근 특히 주목받게 된 건 김사부의 실제 모델인 이국종 교수가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다. 병원장의 욕설 내용이 공개되면서 쏟아낸 이국종 교수의 날선 비판들이 연일 화제가 되었다. 결국 고초를 겪으며 외상센터장을 떠나 일반의로 돌아가겠다 선언한 이국종 교수에게 대중들은 씁쓸한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거대 자본화되어 있는 병원들이 내세우는 수익의 문제와 생명을 다뤄야 하는 병원의 본질이 부딪치는 지점을 <낭만닥터 김사부2>는 거대병원과 돌담병원의 대결로 그리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국종 교수 사태를 통해 <낭만닥터 김사부2>에 더더욱 실감을 느끼고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에 빠져들게 됐다.

 

<블랙독>은 최근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건드렸다 하면 터지는 입시교육 소재 콘텐츠 중 하나다. 이미 JTBC <스카이캐슬>이 그 저력을 발휘한 바 있다. 우리네 입시교육의 현실을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새로운 직종을 가진 인물을 통해 극화한 이 작품은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블랙독>도 그 연장선이 있다. 대치고등학교에 들어온 한 기간제 교사가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아이들을 위한 선택과 자신을 위한 선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이야기다. 실제를 방불케 하는 리얼리티를 끌어와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입시 교육의 다양한 현실들을 그려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사내전>은 최근 “검찰개혁은 사기극”이라는 날선 글을 남긴 채 사퇴한 김웅 검사 원작의 드라마로 “검사도 사람”이라는 걸 그려내는 작품이다. 물론 드라마 방영 중 김웅 검사의 이런 발언이 드라마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검찰 개혁을 염원하는 국민들에게는 그 발언이 <검사내전>이라는 작품이 보여준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 수도 있어서다.

 

<검사내전>이 그리고자 한 건 저 뉴스에 등장하는 검사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용히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선 검사들이 더 많다는 것. 아마도 그건 사실일 게다. 그래서 <검사내전>은 그 내용만으로도 뉴스 속 검사들을 에둘러 비판하는 지점이 있었다. 최근 김웅 검사의 발언은 그 스스로를 뉴스 속에 등장시킨 면이 있어 아쉬움을 남기지만.

 

드라마가 현실을 얘기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드라마들이 담는 현실은 더 촘촘해졌다. 직접 경험을 통해서든 취재를 통해서든 리얼리티를 얻기 위해 노력을 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드라마를 보면 현실이 더 잘 보인다. 월화드라마에 의사, 교사, 검사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 면이 있다. 우리네 대중들이 가진 갈증들이 거기 묻어나기 때문이다.(사진:SBS)

‘사랑의 불시착’ 살리는 현빈의 진지순수·손예진의 엉뚱발랄

 

6% 시청률(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4회만에 8.4%로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첫 시청률은 아무래도 현빈과 손예진이라는 배우가 출연한다는 사실이 주는 기대감이 만든 수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지속적인 시청률 상승과 화제가 이어지고 있는 건 이 작품이 가진 재미요소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첫 회에 대한 대중적 호불호는 분명히 나뉘었다. 현 시국이 남북한 긴장국면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그랬고, 판타지와 병맛이 뒤섞인 듯한 코미디 설정이 그랬다. 하지만 윤세리(손예진)가 리정혁(현빈)의 집에 ‘불시착’하듯 들어와 마을 사람들에게 약혼녀라 소개되면서 본격화된 로맨틱 코미디는 시청자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사랑의 불시착>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역시 캐릭터와 그 케미에서 비롯된다. 리정혁이라는 북한 총정치국장 아들은 북한 소재 버전으로 새롭게 해석된 판타지 남자주인공의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북한 내 권력자의 아들이지만 민경대대 5중대에서 복역하고 있는 이 인물은 연애 좀 해본 듯한 윤세리의 시각으로 보면 순수와 순진이 뒤섞인 남성이다. 무뚝뚝하고 별로 웃지 않으며 매사 진지하지만 그러면서도 보이지 않게 마음을 쓰는 인물. 게다가 그는 스위스에서 유학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세상 사람들이 로망하는 권력자의 아들이면서 순수하고 순진하며 진지하면서도 로맨틱한 감성까지 갖춘 판타지적 존재가 바로 리정혁이다.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불시착한 윤세리는 꼬리가 아홉은 달린 듯한 여우짓(?)을 하면서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는 캐릭터다. 리정혁과 부대원들의 그 순진함 속에서 윤세리가 허세를 부리거나 머리를 굴려 그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상황들은 그래서 이 ‘북한에 떨어졌다’는 무거운 상황을 가벼운 코미디로 전환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윤세리와 리정혁 그리고 그 부대원들과의 케미는 그래서 이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몰입하게 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윤세리를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마음을 쓰는 리정혁의 모습은 드라마 속 북한 동네 아줌마들이 표현하듯, “심장을 나대게” 만든다. 검열을 들어온 조철강(오만석) 앞에서 자신의 약혼녀라고 말하거나, 배를 타고 월남하려다 발각될 위기에 처하자 키스를 해 연인처럼 위장하고, 장터에서 길을 잃은 윤세리를 찾아내기 위해 등대처럼 향초를 켜 들고 서는 모습은 다소 과장되어 있지만 리정혁이라는 캐릭터에는 의외로 어울리는 면이 있다.

 

윤세리와 부대원들 간의 케미도 시선을 잡아끄는 중요한 재미요소들이다. 조개에 불을 붙여 구워 익혀 먹고 그 조개껍질에 소주를 마시는 그런 풍경이 촌스럽지만 그래서 더더욱 즐겁게 느껴지고, 그런 해물에는 소비뇽블랑 아니면 안 마신다는 윤세리가 소주 한 잔을 마셔보고 “여기 설탕 탔니?”라고 말하는 대목이 주는 웃음이 그렇다. 여기서 표치수(양경원) 같은 캐릭터는 윤세리의 허세를 북한 군인의 시선으로 툭툭 건드리고 눌러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웃음과 은근한 통쾌함을 선사한다. 한국드라마에 푹 빠져 마치 남북한 언어의 통역사 같은 역할을 하는 김주먹(유수빈)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사랑의 불시착>은 물론 상당한 북한의 현실과 언어 등을 고증하려 노력했던 흔적이 역력하다. 평양의 카페 메뉴판이나, 장터의 풍경들, 꽃제비의 현실 등등. 특히 북한 언어들을 이렇게 드라마를 통해 우리의 언어와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그 고증 위에 이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와 판타지를 섞어 놓았다. 한 마디로 북한에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시도인데, 이런 퓨전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갑자기 윤세리가 어디서 구한 지 알 수 없는 낙하산을 리정혁과 함께 타고 뛰어내리는(이 장면은 꿈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장면 같은 비현실적인 상황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약점들을 충분히 덮어주는 건 캐릭터들의 매력이다. 리정혁이 든든히 진지함을 떠받치고 있다면 윤세리의 엉뚱발랄함이 그 위에서 설렘과 웃음을 주고, 부대원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코미디 설정들을 풍부하게 한다. 심지어 이들을 도청하고 있는 정만복(김영민)이 끝말잇기 하는 저들의 이야기를 적고 있는 장면까지 코미디가 녹아들어있다.

 

<사랑의 불시착>은 자잘한 상황들이 주는 웃음과 설렘이 하나하나 모여 한 편을 구성하고 있는 듯한 작품이다. 그래서 전체 큰 틀의 서사의 관점으로 보면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상황들이 그려지지만, 의외로 그 안을 들여다보면 계속해서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역시 캐릭터와 연기자들의 힘이 큰 작품이다. 현빈과 손예진의 밀고 당기는 로맨틱 코미디에 시청자들은 저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고 있다.(사진:tvN)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