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과 조화, <팬텀싱어>에 대중들이 열광했던 까닭

 

이른바 오디션 프로그램 혹은 음악예능은 끝물이라는 얘기는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슈퍼스타K>의 현재를 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도 계속해서 음악예능은 나오고 있지만 예전만큼 화제가 되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른바 오디션 혹은 음악예능이라는 그 형식적 틀이 이미 너무나 익숙해져 이제는 식상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탓이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경쟁과 서바이벌을 전면에 내세운 오디션 프로그램의 틀이나, “나 노래 잘해!”하고 외치는 듯 노래하는 음악예능의 가창력 뽐내기는 그래서 시청자들이 고개를 돌린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그런데 이런 형식적 틀을 깨버리고 음악의 새로운결을 통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다시금 끌어 모은 오디션이자 음악예능이 있다. 바로 JTBC <팬텀싱어>.

 

신의 한 수는 기존의 오디션과 달리 남성 4중창단을 뽑겠다는 <팬텀싱어>의 목표 그 자체에 있었다. ‘남성 4중창단이기 때문에 대중가수들은 물론이고 뮤지컬 배우, 성악가, 보컬 트레이너 등등 다양한 음악적 바탕을 가진 출연자들을 한 틀로 모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이렇게 다양한 개성들을 가진 출연자들은 4중창이 갖는 음악적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와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곽동현처럼 이미 <히든싱어>에서 원킬로 불리던 록커가 이동신 같은 성악가와 함께 부르는 ‘Caruso’, 뮤지컬 배우 고은성과 베이스 바리톤 권서경이 부르는 ‘Musica’ 또 뮤지컬 배우 고훈정과 카운터 테너 이준환이 부른 ‘Danny boy’ 같은 곡들은 모두 이 크로스오버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어디서도 느끼기 힘들었을 무대였다.

 

클래식과 뮤지컬 그리고 가요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를 지향하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또한 이탈리아 음악이라는 우리네 현 대중들에게는 낯설 수 있는 장르가 가진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박상돈, 유슬기, 백인태가 부른 ‘Quando I'amore diventa poesia’나 포르테 디 콰트로 팀이 부른 ‘Odissea’ 같은 곡들은 낯설지만 감미롭고 클래시컬한 이탈리아 음악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팬텀싱어>가 기존의 오디션과 달랐던 건 4중창이라는 특색에 맞게 단 한 사람의 우승자를 뽑는 것이 아니고 4명이 한 마음으로 하모니를 낼 수 있는 팀을 뽑는 것이라는 점이다. 즉 각각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4명이 함께 하게 되면 각자 장점들만을 최적화해 하모니를 구성함으로서 최고의 음악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들 단점은 고치라고 하는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주로 해왔던 방식이라면 <팬텀싱어>는 오히려 장점만을 드러내라고 하는 것이 그 새로운 방식이다. 그래서 저음이 매력인 바리톤은 그 부분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주기만 하면 된다. 굳이 고음까지를 스스로 커버할 필요가 없다는 것.

 

오디션이라는 형식이 특히 우리네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던 건 그것이 환기시키는 우리네 현실의 모습들 때문이기도 했다. 경쟁적인 현실, 공정한 심사 같은 것들이 그래서 오디션의 키워드가 되었다. 그런 오디션에서는 고음이든 저음이든 또 노래든 춤이든 심지어 끼까지 가진 팔방미인들을 요구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팬텀싱어>는 모든 걸 다 잘해내기보다는 자신이 잘 하는 걸 최대치로 이끌어 내주고 또한 타인과의 하모니를 통해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팬텀싱어>라는 오디션에 열광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단지 무한경쟁만이 아닌 개성과 조화는 지금 우리네 사회에서 희구되는 가장 이상적인 협업의 틀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오디션은 끝물? <팬텀싱어>는 오디션이 아니다

 

분명 노래에 점수가 매겨지고 누군가는 합격하며 누군가는 탈락한다. 그러니 그 형식적 틀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하지만 JTBC <팬텀싱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누가 붙고 누가 떨어지는가에 대한 관심보다 큰 건 이번에는 저 조합의 중창단이 어떤 노래를 들려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드디어 본격적으로 4중창단이 꾸려져 첫 선을 보인 <팬텀싱어>의 시청률이 4.4%(닐슨 코리아)로 반등하게 된 건 그런 이유다. 고훈정, 이준환, 이동신, 손태진이 구성한 울트라 슈퍼문팀이 꾸릴 무대에 대한 기대감은 이 방송을 꾸준히 봐온 시청자들이라면 그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다. 지금껏 전체를 잘 리드해온 고훈정이라는 리더십, 들을 때마다 알 수 없는 슬픔이나 경건함을 부여하는 이준환의 카운터테너 목소리에, 굵직한 남성미가 돋보이는 이동신과 감성 가득한 울림이 있는 손태진의 조합이라는 걸 시청자들은 그간의 무대를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건 혼자 솔로로 부르며 자기 기량을 뽐내는 그런 무대가 아니다. 감기에 심하게 걸려 목소리 자체가 나오지 않는 이준환군을 배려하기 위해 당일 날 곡 구성 자체를 전부 바꿔 부르는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다. 그래서 그렇게 서로를 배려한 마음들이 노래의 하모니를 통해 전달되는 장면을 보며 가사의 의미는 잘 몰라도 어떤 경건한 느낌에 바다 같은 심사위원이 눈물을 떨어뜨리는 건 공감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다시 팀을 꾸리게 되어 한 팀이 된 류지광, 김현수, 정휘, 최경록의 하이브리드 팀 역시 마찬가지다. 예쁜 음색을 가졌지만 다소 불안한 음정들이 있는 정휘의 경우 네 명이 함께 부르며 서로 빈 구석을 채워주자 오롯이 자신의 장점만을 잘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문세의 집으로를 리메이크해 부른 이 팀의 노래는 그 누구보다 하모니의 정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백형훈, 윤소호, 고은성, 권서경으로 구성된 빈센트 권고호 백작 팀은 역시 꽃미남 팀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시선을 집중시켰지만, 막상 노래가 시작되자 엄청나게 몰아치는 강렬한 무대로 좌중을 압도시켰다. 유슬기, 백인태, 곽동현, 박상돈으로 구성된 인기현상 팀은 셀린 디온의 ‘I Surrender’를 절정의 고음의 향연으로 만들어냈고, 박유겸, 오세웅, 이벼리, 기세중의 8890 팀은 김경호의 아버지를 진솔한 마음으로 불러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압도적인 실력들 하나하나가 모여 자기 실력을 뽐내기보다는 타인과 하모니를 이루는 그 무대들은 더 이상 심사위원들의 심사의 대상이 아니었다. 심사위원들은 어떻게 이런 무대에 점수를 매기냐며 힘겨워 했고 결국 4중차 오디션 끝에 떨어진 네 명으로 인해 눈물바다가 된 무대를 보며 그 안타까움에 역시 눈물을 훔쳤다.

 

<팬텀싱어>는 그래서 오디션을 뛰어넘었다. 이 오디션을 표방한 프로그램에 오디션은 없었고 또한 평가를 위한 심사도 있을 수 없었다. 다만 남은 것은 각각의 서로 다른 음색들이 모였지만 그것이 한 마음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장면과, 그 장면을 보며 관객은 물론이고 시청자 그리고 심사위원까지 한 마음이 되는 기적 같은 순간들이다. 오디션의 목적이 당락을 앞세운 자극이 아니라 더 좋은 하모니의 광경을 선사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줬던 것. 금요일이면 이제 귀호강 시간으로 자리한 <팬텀싱어>는 제목에 걸맞게 어느새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령 같은 오디션이 되었다. 다음 금요일을 못내 기다리게 만드는.

경쟁 뛰어넘는 하모니, <팬텀싱어>가 주는 위로

 

3중창의 미션을 끝내고 순위에 따라 살아남은 네 팀들은 탈락 위기에 처한 두 팀 6명 중 한 명씩을 골라 4중창 팀을 만들어야 한다. JTBC <팬텀싱어>의 남성 4중창단을 만드는 궁극적인 목표가 점점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4중창 팀을 꾸리는 과정은 어찌 보면 잔인해 보인다. 6명 중 선택받은 네 명은 4중창 팀에 각각 들어가 다시 노래할 수 있지만 남은 두 명은 탈락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결국 마지막 두 명으로 남은 이들은 김현수와 류지광. 그들은 물론 아쉬움이 남지만 마음은 이미 접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 때 마지막 반전이 일어났다. <팬텀싱어>는 남은 두 사람을 탈락시키기보다는 이미 예선전에서 탈락한 이들 중 두 사람을 다시 구제해 또 하나의 4중창단을 만들기로 했던 것. 이 사실이 발표되자 김현수와 류지광의 얼굴은 환해졌고, 또한 소식을 들은 살아남은 다른 4중창단 출연자들도 모두 기립해 박수를 치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물론 이런 선택들, 즉 탈락 위기에 있는 출연자를 구제해주는 풍경이 완전히 새롭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미 패자부활전의 형태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종종 써오던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텀싱어>의 이 선택이 다르게 느껴졌던 건 거기 담겨진 진심어린 환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순간 경쟁자라는 것도 잊었고 심사위원과 출연자라는 위치도 잊고 기꺼이 그들의 부활을 반겼다. 어째서 이런 정경이 가능해졌던 걸까.

 

그 첫 번째는 <팬텀싱어>라는 프로그램이 오디션 형식의 서바이벌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해도 도대체 서바이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무대를 선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동신과 곽동현이 부른 카루소나 백인태, 유슬기가 부른 소월에게 묻기를’, 고은성, 권서경의 ‘Musica’, 손태진, 김현수의 꽃이 핀다’, 박상돈, 유슬기, 백인태의 ‘Quando I'amore diventa poesia’, 이동신, 고훈정, 이준환의 ‘Luna’ 등등. 하나하나가 공연 무대라는 착각이 들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심사위원들은 물론 심사를 하지만 그 압도적인 무대에 그저 감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니 이러한 실력자들을 탈락시키기보다는 차라리 그들을 다시 모아 한 팀을 더 부활시키는 선택이 합리적이라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건 심사위원도 원하는 일이고 시청자들도 원하는 일이며 심지어 거기 경쟁자로 나서 있는 출연자들도 원하는 일이다. 경쟁은 경쟁이지만 그 자체보다 더더욱 새로운 무대를 보고픈 욕망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탈락자 구제의 훈훈한 풍경이 기꺼이 받아들여지게 된 까닭은 이 프로그램이 표방하고 있는 것이 결국은 경쟁이 아닌 하모니이기 때문이다. <팬텀싱어>의 독특한 구조는 윤종신이 말하듯 혼자 기량으로 잘 한다고 해서 살아남는 오디션과는 사뭇 다르다. 그것보다는 함께 어우러지고 타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배려함으로써 만들어내는 절정의 하모니가 당락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서바이벌의 구조가 진행될수록, 솔로에서 듀오로, 듀오에서 트리오로 이렇게 한 단계씩 하모니의 강도를 높이는 것도 독특한 형식이다. 이렇게 되면 경쟁과 하모니의 균형이 점점 만들어진다. 위로 올라갈수록 경쟁해야 하지만 동시에 하모니 역시 더 중요해진다. 이런 특징은 떨어뜨리기보다는 함께 한다는 의미를 심지어 경쟁자들에게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팬텀싱어>의 훈훈한 정경이 가능해진 까닭이다.

 

그러고 보면 <팬텀싱어>은 그간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보여준 풍경과는 상당히 궤를 달리하는 스토리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건 이 오디션의 궁극적 목적이 실력의 우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남성 4중창단이라는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기려 하기 보다는 배려하는 오디션이고 자신의 기량만을 뽐내기보다는 타인의 기량을 드러내게 해주는 오디션. <팬텀싱어>에서만 볼 수 있는 이런 풍경은 살벌한 경쟁적 현실 속에 놓여진 대중들을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해주는 힘이 아닐까

툭하면 쿡방, 스타MC 집착, 슬럼프를 불렀다

 

2016년 한 해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들여다보면 한 마디로 말해 슬럼프라는 표현이 적확할 것 같다. 무언가 한 해를 대표할만한 새로운 예능이 탄생하지 않았고, 그저 과거의 명성을 이은 장수예능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한 때 트렌드였다고는 해도 여전히 비슷비슷한 쿡방을 내놓고, 이제는 한 물 간 스타MC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기획한다. 이래서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 깊은 슬럼프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

 

'판타스틱듀오(사진출처:SBS)'

쿡방, 먹방 트렌드가 생긴 건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tvN <삼시세끼>가 나온 게 언제인가.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tvN의 경우 이 트렌드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쿡방, 먹방 트렌드를 이끌어낸 셈이니 그 수혜 역시 당연하다 할 수 있지만, <삼시세끼>를 빼놓고 보면 다른 프로그램들은 이제 식상해졌다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물론 올리브TV에서 실험한 <8시에 만나><조용한 식사> 같은 프로그램은 나홀로족들의 문화를 반영한 참신한 시도였지만 <수요미식회><집밥 백선생> 같은 프로그램들은 화제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tvN의 쿡방, 먹방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다. 최근 등장한 <인생술집> 같은 경우 대놓고 음주 방송을 표방할 정도로 자극적이지만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밋밋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무래도 음주방송의 아슬아슬함을 인생이라는 묵직한 주제로 덮으려다 보니 재미로만 나가기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JTBCtvN의 경우에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상파로 가면 SBS <백종원의 3대천왕> 같은 프로그램은 먹방의 자극만 강조할 뿐, 너무 뻔한 이야기들의 나열이라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올해 전체 예능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건 이른바 장수예능들이 그나마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이다. KBS의 자존심을 살린 건 여전히 <12>이고, MBC는 명불허전 <무한도전>이 독보적이었다. SBS는 상대적으로 약화된 예능의 양상을 보였는데 그나마 상징적인 프로그램은 <런닝맨>이었다. 물론 최근 무리한 의욕으로 시즌2를 선보이려다가 종영을 예고하고 말았지만.

 

이런 사정은 tvN이나 JTBC도 마찬가지다. tvN의 간판예능은 여전히 <삼시세끼>이고 <집밥 백선생>도 계속 일정한 팬층을 유지하고 있다. JTBC는 최근의 시국을 타고 <썰전>이 급부상했고, 이어서 <말하는 대로> 같은 프로그램이 주목받게 되었다. 결국 tvNJTBC도 올 한 해 자체적인 힘으로 새로운 예능을 성공적으로 내놨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과거의 트렌드를 그대로 가져온 안이한 기획도 예능이 슬럼프에 빠진 이유 중 하나다. 대표적인 것이 음악예능이다. 물론 그 안에서도 다양한 변주를 통해 여전히 힘을 발휘한 MBC<복면가왕>이나, 뮤지컬, 성악까지 영역을 넓힌 JTBC <팬텀싱어>, 마지막을 상정하고 배수진을 침으로써 참신해진 SBS <K팝스타>가 있었지만, 상반기 음악예능들을 보면 <판타스틱 듀오>, <신의 목소리>, <듀엣 가요제> 같은 프로그램들은 너무 천편일률적이었다.

 

음악예능만이 아니다. 여행 소재 역시 끊임없이 반복되는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소재다. SBS <꽃놀이패>의 경우, 여행 예능이 이제 끝물에 도달했다는 걸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마치 <12><런닝맨>의 중간 어디쯤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다시피 <12><런닝맨>도 과거의 뜨거웠던 그 프로그램들은 아닌 게 지금의 현실이다.

 

또한 여전히 스타MC에 기대려는 속성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미 스타 MC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 시청자들도 좀 새로운 얼굴들을 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여전히 리스크를 줄인다는 명목 하에 스타MC를 먼저 염두에 두는 기획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MC를 내세우게 되면 그들의 스타일을 반영하게 되고 결국 프로그램들은 비슷비슷해진다. 게다가 한 프로그램만 나오는 게 아니라 여러 프로그램에 동시다발적으로 출연하는 스타 MC들의 특성은 전반적으로 예능프로그램들을 식상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슬럼프는 어찌 보면 도약을 위한 과도기적 상황일 수 있다. 즉 변화라는 것은 결국 저점을 찍었을 때 비로소 실행단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의 달콤했던 성공의 기억들을 지워내야 한다. 그리고 열어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것이 리스크일지라도 감수하지 않으면 슬럼프는 벗어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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