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코로나 시국에 던지는 작은 희망의 이야기

 

이상하게도 자꾸만 응원하게 된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포항 꿈틀로 이야기가 그렇다. 지금껏 꼭 등장하곤 했던 백종원의 분노(?)가 이번 편에서는 전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포항 꿈틀로에 등장하는 돈가스집이나 해초칼국숫집 모두 완성된 레시피를 가진 분들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초보 사장님들에 가깝다. 그런데도 백종원이 그런 것처럼 시청자들도 자꾸만 응원하게 된다.

 

그 이유는 이 식당의 사장님들의 남다른 면면 때문이다. 상권이 죽어 장사가 안 되던 2월에 찾았던 이 곳의 식당들은 한 마디로 요령부득이었다. 음식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가 하는 걸 떠나서 기본적인 맛조차 완성되지 않았다. 해초칼국숫집은 가까운 곳에 죽도 시장이 있었음에도 냉동 해물을 썼다. 당연히 맛이 있을 턱이 없었다. 돈가스집은 이미 여러 차례 망한 후 현재 돈가스를 주요리로 내세웠지만 맛도 그렇고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더더욱 장사가 될 리가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SOS를 요청했을 테지만, 방송도 이어질 수 없었다. 그런데 2월에 갔던 가게에 이제 5개월이 지나 다시 찾아갔을 때 제작진은 물론이고 백종원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장사가 바닥이었지만 이 사장님들은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고, 2월에 백종원이 찾아야 슬쩍 얘기해줬던 조언을 따라서 스스로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었다.

 

돈가스집 이야기는 벌써부터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역대급 미담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낸 가게라 막중한 맏딸의 책임감으로 고군분투하는 사장님이 지난 5월 백종원이 잠깐 위로 차 방문했을 때 내놓은 노트들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매일 같이 레시피를 고민하며 적어놓은 노트가 무려 세 권이었다. 전화통화로 "죽은 어떻겠냐"고 물었을 때 백종원이 괜찮다고 했던 그 한 마디로 죽을 연구한 사장님은 '덮죽'이라는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했고, 그 맛을 본 백종원은 놀라움 반 감동 반에 엄지 척을 했다.

 

다시 찾은 돈가스집에 백종원의 제안으로 찾아간 김성주와 정인선 역시 덮죽을 먹어본 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난 번 백종원이 고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전분을 쓰라는 조언을 따라서 만든 덮죽은 더 좋아져 있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소라와 문어를 넣은 '소문덮죽'을 먹어본 김성주는 이게 더 맛있다며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해초칼국숫집은 백종원의 제안대로 죽도시장에서 나는 해물을 활용해 새로운 해물칼국수와 비빔국수를 개발했다. 물론 아직 계량을 제대로 하지 않아 맛의 편차가 심했고 그래서 김성주와 정인선의 혹평을 받았지만, 다시 백종원의 솔루션이 더해져 홍합과 아귀로 국물을 낸 해물칼국수는 눈물 날(?) 정도로 좋은 맛을 냈다. 이제 두 가게에게 남은 문제는 많은 손님들이 한꺼번에 찾아왔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대용량 레시피를 연습하는 것뿐이었다.

 

이번 포항 꿈틀로편을 이렇게 응원하게 되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상인들이 이를 조금은 이겨내는 희망의 이야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포항이라는 지역이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큰 상처를 겪은 곳이라 시청자들로서는 더더욱 응원하고픈 마음이 크다는 것.

 

하지만 제 아무리 응원하고픈 마음이 있어도 사장님들이 그걸 충분히 받을 만큼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힘겨워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하루하루 노력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이 백종원이나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두 번째 이유다.

 

이제는 덮죽집으로 바뀌게 된 돈가스집 이야기는 다음 주에 더더욱 훈훈한 미담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암 투병을 했던 아버님이 딸이 그토록 노력해 만든 덮죽을 드시고 딸에게 쓴 편지가 공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이번 포항 꿈틀로의 이야기는 그 곳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코로나 시국에 힘겨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많은 가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사진:SBS)

만남 아닌 이별을 얘기하는 '최고의 이혼'

“조석무씨에게. 조석무씨라니 이렇게 적고 놀랬어요. 당신을 이름으로 부른 게 언제지? 너무 오랜만인 거 같아 왠지 긴장이 되네요. 일단 보고 드립니다. 저 집을 나갑니다. 방을 보고 놀랐습니까? 입 벌리고 있지 않나요? 지금 설명한 테니 입을 닫아 주세요. 있잖아요. 조석무씨 아무래도 이대로 같이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이혼하고 시간도 꽤 흘렀잖아요.”

KBS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서 강휘루(배두나)는 전 남편 조석무(차태현)에게 편지를 쓴다. 이미 이혼을 했지만 당분간 같은 거처에서 머물며 지냈던 그들이었다. 강휘루는 이혼의 사유로 조석무가 “너무 몰라서”라고 했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뭐가 꿈인지 그런 것들을 조석무는 알려 하지 않으려 했고 그래서 상처를 받았다는 것. 하지만 강휘루는 뒤늦게 자신 역시 조석무에 대해 제대로 알려 한 것이 없었다는 걸 알았다. 그가 홀로 음악노트를 쓰고 있었고, 그의 후배 임시호(위하준)가 부르는 곡이 사실은 조석무가 만든 곡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강휘루는 드디어 조석무와 이혼한 것이 온전히 그의 잘못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이제 진짜로 떠날 결심을 하게 된 것.

조석무는 자신의 속내를 굳이 드러내는 일을 너무나 싫어했다. 그는 우연히 길에서 만난 진유영(이엘)에게 자신이 딱 한 번 누군가를 때린 적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안 좋을 일을 당한 여직원에게 회사 상사가 “힘내”라고 말하는 걸 보고 그 상사를 때렸고 결국 해고당했다는 것. 그 이야기를 했지만 조석무는 진유영에게 “힘내”라고 그 속내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 “미안하다”며 돌아서는 조석무에게 진유영은 “고맙다”고 말한다. 표현을 잘 하지 않던 그가 드디어 속내를 드러내고 그 마음이 전해질 때 갖게 되는 기쁨을 경험한다.

집을 떠나기 전 마지막을 정리하듯 편지를 통해 강휘루는 조석무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을 적어나간다. “당신한테 사과한 적이 없는 거 같아요. 미안해요. 어쩌면 나 우리가 헤어진 이유를 모두 당신한테 전가했는지도 모릅니다. 알아주지 않는다고, 무심하고 이기적이라고. 같은 꽃을 보고 같이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당신을 탓했지만 생각해보니까 누구보다 이상한 사람은 나일지도 모릅니다.” 강휘루는 이제 헤어짐의 이유가 상대방의 잘못만이 아닌 나 자신에게도 있었다는 걸 인정한다.

“여러 가지로 조절이 잘 안돼요. 좋아하는 사람과는 생활하는 데서 마음이 맞지 않고 마음이 맞는 사람은 좋아지지 않아요. 애정과 생활은 항상 부딪치고 뭐랄까. 그건 내가 쭉 안고 가야하는 성가신 병처럼 느껴집니다. 당신과 함께 영화를 보며 항상 10분씩 늦었잖아요. 횡단보도를 건너가면 약속장소에 항상 당신이 서 있었어요. 아 이 사람은 나를 기다리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서 언제까지나 지켜보고 싶었어요. 그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멋진 풍경이었거든요. 당신을 몰래 보는 게 좋았습니다.”

함께 사랑하는 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걸 강휘루는 안다. 그래서 그는 “사랑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아”라고 말한 바 있다. 부부든 연인이든 사랑은 강렬하게 다가오지만 그래서 함께 부대끼며 살다 보면 모든 게 맞을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어쩌면 그렇게 다른 점들이 있어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 것일 지도. 강휘루는 그 다른 것들을 이제 인정하기 시작했고, 그러자 상대방에 대한 자잘한 고마운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맛있는 밥 고마웠어. 따뜻한 침대도 고마웠어. 무릎위에서 머리를 쓰다듬어줘서 고마웠어요. 당신을 올려다보고 내려다보고 훔쳐보고 자세히 보고 그런 것들이 무엇보다 소중한 행복이었습니다. 석무씨. 고마웠어요. 헤어지는 건 내가 결정한 거지만 조금 외롭기도 합니다. 하지만 혹시 당신을 몰래 보고 싶을 때는 또 어딘가에서...”

이렇게 길게 써나가던 편지를 강휘루는 끝내 조석무에게 남겨주지 못한다. 그는 왜 그랬을까. 그 마음을 전하는 것이 상대방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걸 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강휘루는 편지를 남기는 대신, 자신이 만들어 놓은 오므라이스를 챙겨먹으라는 쪽지를 대신 남긴다. 때론 밥 한 끼를 챙겨주는 일 속에 더 많은 속말들이 담기기도 하는 법이다. 

<최고의 이혼>은 특이하게도 헤어지는 법을 말하는 드라마다. 대부분의 멜로드라마들이 ‘만남’을 이야기한다. 우연히 어떻게 만났고 그 만남의 순간은 얼마나 빛이 났으며 설레었던가를 말한다. 하지만 만남만큼 사랑을 완성시키는 건 어쩌면 ‘잘 헤어지는 법’은 아닐까. 헤어짐이 서툴러 때론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는 우리네 사회에서 만나는 법만큼 중요한 건 헤어지는 법이다. 서로의 소소한 일들조차 고맙게 느끼며 헤어질 수 있다면.(사진:KBS)

‘효리네2’, 연자매의 편지에 효리와 윤아는 왜 울었을까

단 며칠간의 만남이지만 정은 깊었나보다.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에서 떠나는 연자매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정이 들었을 이효리나 임윤아에게도 그 이별의 아쉬움이 왜 없었을까.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연자매를 떠나보낸 후, 조용해진 집에서 자매들이 남기고 간 편지를 읽는다. 편지봉투에서 그들의 마음처럼 툭 떨어진 하트모양 종이와 사진, 그리고 편지지에 깨알 같이 써진 글자들. 그 편지를 읽던 이효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애써 눈물 흘린 걸 숨기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 씻고 아무렇지 않은 듯 목욕을 하겠다고 이효리가 2층으로 올라간 사이, 임윤아도 연자매가 남긴 편지를 열었다. 그리고 그 역시 편지를 읽으며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그 소리가 들렸던 듯, 서로 울었냐고 되묻고, 아니라고 부인하는 두 사람은, 이상순이 들어오자 결국 울었던 사실을 털어놨다. 

시청자들로서는 못내 궁금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도대체 그 편지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었길래 이효리도 임윤아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걸까. 하지만 <효리네 민박2>은 그 이유를 굳이 밝히지 않았다. 이효리도 임윤아도 눈물의 이유를 말하기 위해 그 편지 내용을 밝히거나 하지 않았다.

일찍이 <효리네 민박2>에서는 손성제의 ‘굿바이’를 듣던 임윤아가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장면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그 때도 굳이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다만 이효리는 그것이 가수들이 가진 남다른 감수성이라고 얘기했을 뿐이었다. 당시 제작진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렇게 이유를 묻지 않은 것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사적인 일은 “본인만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방송으로 그걸 굳이 끄집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런데 바로 이런 ‘출연자들에 대한 예의’는 의외로 더 다양하고 깊은 감성을 만들어냈다. 너무 직설적인 한 가지 이유를 자세히 보여주는 것보다 그런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헤어짐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저마다의 이유를 생각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 열린 궁금증 속에 자신들의 생각과 상상을 더해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연자매와 이효리 그리고 임윤아에 대한 예의도 지켜주면서.

막연하지만 상상해보면 이효리와 임윤아가 연자매에게서 느꼈을 남다른 따뜻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연자매의 둘째 연선이 사실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는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았을 때 이효리가 느꼈을 마음이 그렇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오빠를 만나면 모른 척 했었다는 연선은 그 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다”며 그냥 지나치는 “오빠를 보면서 변함없는 사랑을 느꼈다”고 했다. “어떤 걸 해도 그냥 사랑해주고 이해해” 줬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자신은 해준 것도 없이 오빠에게 사랑만 받고 있는 것 같다며 미안해하는 연선에게 이효리는, 어려서 늘 오빠와 붙어 다녀 통역사 역할을 했다는 연선에게 “너도 준 게 많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고의 선물”은 “아무도 못 알아들어줘도 내 말을 알아들어주는 단 한명”이라는 것. 아마도 이효리와 임윤아는 그런 연선의 마음과 오빠의 마음이 그 편지와 사진 속에 함께 들어 있는 삼남매의 모습 속에서 고스란히 다시 느껴지지 않았을까.

사람의 그 깊은 마음을 어찌 다 알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당사자만이 아는 일일 게다. 하지만 아무도 못 알아들어줘도 그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먹먹해질 수밖에 없다. 오빠에게는 연선이 그랬을 것이고, 연선에게는 그 마음을 알아준 이효리가 그랬을 게다. 편지에 담긴 내용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먹먹해진 건 그 내용과 상관없이 그 눈물이 말해주는 ‘마음과 마음의 교감’을 거기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를 굳이 드러냈다면 오히려 가려질 수도 있었을 그 교감은 그래서 더 깊어질 수 있었다.(사진:JTBC)

‘무도-어느 멋진 날’, 재미와 감동에 배려까지 모두 잡은 콩트 콘셉트

초등학생이 단 한 명인 초등학교. 주민 대부분이 어르신들인 섬, 녹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이 섬을 배경으로 한 특집을 한다는 사실은 섣부르게도 그 감동적인 풍경을 예고할 수밖에 없었다. 평생 <1박2일>이나 <무한도전>이 찾아와주면 소원이 없겠다던 한 할머니는 이제 죽어도 원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생이 달랑 한 명이고 주민 대부분이 어르신들인 그 섬은 많은 이들이 떠나는 섬이고 외지인의 방문도 별로 없는 곳이 아닌가. 그 곳에서 <무한도전>이 ‘어느 멋진 날’을 보내겠다는 그 선언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일 수밖에.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실제로 녹도의 유일한 초등학생 찬희와 껌딱지처럼 그와 붙어 다니는 여동생 채희는 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고 한 편으로는 가슴 찡하게 했다. 오빠가 하는 걸 똑같이 따라하는 동생. 또래 친구가 오빠밖에 없어 어디든 따라다니는 동생의 모습은 한없이 귀여우면서도 알 수 없는 슬픔 같은 게 느껴지게 했다. 

특히 우편배달부가 되어 편지를 전하는 양세형이 육지에서 섬으로 전해진 딸의 편지를 어르신에게 읽어주는 대목은 먹먹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한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오셨고 또 자식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홀로 섬에서 지내시는 어르신. 물론 자신은 그 곳에서 이웃들과 언니 동생 하며 살아가는 그 삶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하시지만, 그런 말에서조차 자식들을 위한 배려가 묻어난다. 

그런데 이 녹도를 배경으로 한 특집을 <무한도전>이 ‘어느 멋진 날’이라는 콩트 콘셉트로 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사실 감동을 전하기 위해서였다면 ‘방문자’의 입장에서 녹도 주민들을 하나하나 만나고 그들의 사연을 들려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무한도전>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대신 콩트 콘셉트로 애초부터 녹도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로 <무한도전> 멤버들과 게스트로 찾은 서현진이 일종의 역할극을 했던 것. 바로 이 지점은 이 특집이 녹도 주민들을 진정으로 배려하는 장치가 되어 주었다. 그들의 삶을 그저 바라보며 눈물을 뽑아내기보다는 그 삶 속에 살아가는 일원으로 좀 더 담담하게 그 따뜻한 녹도에서의 하루를 전할 수 있었던 것. 

유재석과 서현진이 찬희와 채희의 선생님으로 ‘산중호걸’을 안무와 함께 부르고, 정준하가 <윤식당>을 그대로 패러디해 ‘전식당’을 차려 마을 어르신들에게 파전과 김치전을 내놓으며 수다를 떨고, 박명수가 간호사로 어르신들의 집을 방문해 일종의 ‘웃음치료’를 선보이며, 양세형이 우편배달부로 어르신들에게 뭍에서 온 편지를 전하는 그 장면들이 훨씬 명랑해질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콩트 콘셉트 덕분이었다.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예능이 감동을 전할 때 일정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집을 지어 주거나 선물을 주면서 그 반응을 들여다보는 일종의 공익적인 느낌을 주는 예능을 할 때 너무 관찰자의 시점으로 접근하면 자칫 대상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멋진 날’의 콩트 설정은 그런 점에서 보면 배려가 돋보인 선택이었다. 외부자의 시선이 아닌 동문의 시선으로 녹도의 삶을 전할 수 있었다는 그 지점이 이 특집의 웃음과 감동을 더 깊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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