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주말예능 성적표, 절반의 성공 혹은 실패

tvN의 주말 예능 성적표는 생각보다 너무나 초라하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1%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는 심지어 1%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애초에 야심차게 주말 예능 공략의 기치를 내세운 tvN으로서는 당혹스런 수치다. 애초에 SNS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인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나마 화제성은 있는 편이다. 하지만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는 반응도 별로 없어 점점 시청자들의 시선에서 멀어지고 있다. 

시청률은 어찌 보면 애초부터 쉽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동시간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이 오래도록 충성도 높은 시청층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야심찬 도전이라고 해도 그 채널을 돌리는 게 쉬울 리가 없다. <이타카로 가는 길>을 연출한 민철기 PD 역시 그 상황을 잘 알 것이다. 본인이 그 주말예능으로서 MBC <복면가왕>을 세웠던 연출자가 아닌가.

이건 SBS <주먹쥐고 소림사>를 담당했던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의 연출자인 이영준 PD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지상파에서 잔뼈가 굵어왔기 때문에 지상파 주말예능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전 프로그램에서 페르소나라고 불릴만한 인물들을 새 프로그램의 전면에 내세웠다. <이타카로 가는 길>의 하현우가 그렇고,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의 김병만이 그렇다.

시청률을 차치하고 프로그램만 보면 두 프로그램 모두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게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애초에 <비긴 어게인>을 떠올리게 했지만 실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른 SNS적인 감성이 묻어났고, 무엇보다 ‘록 스피릿’을 외치는 윤도현, 하현우에 이홍기까지 더해져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개성적인 색깔을 만들었다. 

음악 여행을 지속하기 위해 조악한 상황에서도 노래를 불러야 하고, 돈이 부족하니 어딘지 헝그리한 느낌을 주는 록커들의 좌충우돌 여행기가 주는 묘미가 쏠쏠하다. 카파도키아의 어느 조그마한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과 함께 즉흥적으로 노래를 부르며 교감하는 장면은 음악이 얼마나 위로와 위안을 주며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매개가 되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시원시원한 성격의 맏형 윤도현과 어딘지 엉뚱한 면이 개성인 하현우 그리고 막내지만 그 누구보다 록스피릿이 충만한 이홍기가 만들어가는 훈훈한 관계의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지상파 주말예능이 포진한 그 시간대에 보편적으로 시청자들을 잡아끌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어 보인다. 여행이라는 콘셉트에 음악을 더해 보편성을 가져가려 했지만, 록과 밴드 음악이 막연히 갖게 만드는 마니아적일 거라는 선입견이 주말예능의 벽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그래도 <이타카로 가는 길>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재미와 의미까지 모두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는 애초 화성이라는 낯선 공간을 모험하는 것 같은 영상들을 보여줘 화제가 되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맥이 빠지는 기분이다. 실제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 모의훈련이 어딘가 낯설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화성과 똑같은 환경으로 만들어진 미국 유타 화성탐사연구기지에서 매일 모의 훈련 미션을 수행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은, 과학적인 차원에서의 재미를 찾아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재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가장 큰 저항감은 결국 그것이 화성 탐사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모의 훈련’이라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진지함과 재미 사이에 어정쩡하게 놓여진 이 프로그램의 한계가 발견된다.

예를 들어 김병만과 하지원이 첫 번째 야외에서 박스를 찾아오는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전이 끊기면서 생겨난 위기상황은 진짜 화성이라면 굉장한 긴박감을 만들 수 있지만, 그 곳이 모의 훈련이라는 점에서 생각만큼 긴장감을 주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영어가 익숙하지 앉은 김병만은 기지 내에 있을 때는 별로 존재감이 없다. 언어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터널 뼈대를 만드는 등의 작업에 들어갔을 때만이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해낸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영어 소통이 원활한 하지원이 중심에 서 있는 느낌을 준다. 모의 훈련이 갖는 중대한 의미가 분명하지만, 그걸 예능으로 담기에는 여러모로 무리한 점이 있어 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너무 프로그램들이 오래되어 이제는 새로운 재미를 찾기가 쉽지 않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과 비교하면, 이들 새로운 주말예능은 그 도전만으로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 여겨진다. 하지만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렇다 치고,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는 너무 멀리 간 느낌이다. 새로움과 보편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상파가 잡고 있는 주말 시간대에 어차피 절반의 성공을 추구할 수밖에 없을 지라도, 그것이 절반의 실패가 되지 않으려면.(사진:tvN)

'병원선' 하지원 뜬금 키스, 차라리 러브보트라고 하던지

기승전멜로. 우리네 드라마에 대한 비판에 항상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다. 물론 멜로 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문제는 특정 장르물로 흘러가는 듯 싶었던 드라마가 어느 순간 갑자기 흐름을 멈추고 멜로로 빠져드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이런 ‘멜로의 틈입’을 허용했고, 어느 정도는 시청자들도 이를 즐기는 편이었다. 하지만 요즘 시청자들은 확실히 달라졌다. 장르물은 장르물 특유의 긴장감으로 즐기고 싶어 하고, 멜로라면 차라리 제대로 된 멜로를 그리라고 한다. 

'병원선(사진출처:MBC)'

그런 점에서 보면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다 멜로로 방향을 틀어가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건 자연스러워 보인다. 지난 회 마지막 부분만 보면 <병원선>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의학드라마가 가진 긴박감이 드디어 제대로 펼쳐지는가 싶었다. 아이들을 태우고 소풍을 떠나던 버스가 사고로 구르면서 ‘병원선’ 사람들의 응급 처치 상황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긴박한 상황은 의외로 빨리 정리됐다. 버스 안에 남아 있던 한 아이를 구조하러 들어간 곽현(강민혁)이 송은재(하지원)의 도움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기도 삽관에 성공하는 장면이 흘러나왔지만 이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마침 현의 생일을 맞아 두 사람은 아름다운 섬의 정원을 돌며 조금씩 마음을 열고, 급기야 곽현은 송은재에게 입을 맞춘다.

물론 의학드라마가 오로지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만을 담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장르적 특성을 살려 주된 사건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남녀의 멜로로만 한 회가 거의 채워지는 건 장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시청자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특히 ‘병원선’이라는 지금껏 의학드라마가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독특한 소재를 다루면서 좀 더 그 특수한 상황에 천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병원선>이지만 러브보트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병원선>이 아쉬운 건 어디선가 봤던 상황들이 자주 클리셰로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송은재의 상황은 이미 <낭만닥터 김사부>의 윤서정(서현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밀려나 오지로 가게 된 의사가 결국 그 곳에서 진정한 의사의 길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 캐릭터가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전편에 깔려 있는 서울의 병원과 시골 오지의 병원 사이에 만들어지는 대결구도도 그렇다. 그것이 제아무리 지금 우리네 의료의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이야기는 이미 너무 시청자들에게 익숙하다. 

<병원선>이 그 제목처럼 달리 보였던 건 초반 배 위에서 벌어진 몇몇 수술 장면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바다 위를 떠다니며 의료 사각지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해내는 그 소재에 비해 특이점들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뜬금없는 키스와 같은 멜로의 급 전개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곽현의 약혼녀로 소개하는 영은(왕지원)의 등장은 그나마 남았던 기대감마저 빼버린다. 

멜로를 하려면 차라리 그냥 제대로 멜로장르로 정면승부를 하는 편이 낫다. 굳이 ‘병원선’이라는 특이한 배 위에까지 올라가서 멜로를 할 필요가 있을까. 과거에도 의사 가운 입고 멜로 한다며 ‘무늬만 의학드라마’라는 이야기가 나오곤 했지만, 요즘은 더더욱 통하지 않는 게 바로 이 기승전멜로다. 시청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병원선’, 그저 오지 소재의 의학드라마 같지 않은 이유

“치료가 아니라 실험이겠지. 논문에 칸 채우고 싶어 몸살 났잖아.” 송은재(하지원)가 국내에서는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엑시투 간절제술’을 통해 직장암 말기환자 설재찬(박지일)을 수술하려고 하자 이를 막으려는 김도훈(전노민)은 비꼬듯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송은재는 오히려 그에게 이렇게 쏘아붙였다. “논문에 칸 채우는 게 뭐가 나쁩니까? 언제나 처음은 있죠. 두려워해야 하나요?”

'병원선(사진출처:MBC)'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의 이 대화는 마치 새로운 수술을 두고 모험이라도 시도를 해보려는 의사와 이를 위험하다고 막는 의사의 진보-보수 논쟁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송은재가 그토록 위험한 수술을 하려는 건 환자를 생각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실적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그녀는 이렇게 큰 케이스를 성공시켜 쫓겨난 서울대한병원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물론 이런 속사정은 김도훈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환자의 생명을 걱정해서 송은재를 말리려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만일 그 수술을 성공이라도 하게 돼서 다시 서울대한병원으로 복귀하면 자신의 입지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겉으로는 도전이니 모험이니 생명이니 하고 있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서로 대립하고 있는 것. 

이런 송은재에게 곽현(강민혁) 역시 반대의사를 드러낸다. 그는 송은재에게 “선생님이 실패하면 설재찬이라는 사람이 죽는 거예요”라며 그 도전의 대상이 다름 아닌 생명이라는 걸 환기시킨다. 그러자 송은재는 “과학은 실패를 통해 진보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곽현은 거기에 대해 “이런 비정한 진보라면 거절합니다.”라고 응수한다. 

병원에서 환자의 수술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이고, 그것도 진보와 보수의 논쟁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그 실상은 저마다 ‘생존하기’ 위한 안간힘이라는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아마도 이런 상황을 보며 정치권의 진보 보수 대립을 떠올리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저렇게 대립할 동안 이제 죽을 지도 모를 누워 있는 환자는 어쩌면 그들의 생존 게임 아래 방치된 국민들이라는 느낌마저 들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송은재가 왜 이렇게 실적에 목숨을 걸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권력 시스템의 문제다. 저들만의 공고한 권력 시스템 안에서 내부고발자가 된 그는 남다른 실력에도 불구하고 변방으로 밀려났다. 애초에 실력만으로 온전히 자신을 세울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역시 김도훈의 밑에서 그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하고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도무지 환자의 생명을 두고 진실을 덮을 수 없었던 그의 마지막 양심이 그를 이런 변방으로 내몰았다. 

그래서 서울대한병원이라는 권력시스템은 우리네 사회의 권력 구조를 그대로 떠올리게 한다. 그 권력 구조를 더 명쾌히 보려면 거기에 ‘여성’이라는 관점 하나를 더 집어 넣어보면 쉬워진다. 송은재는 그 남성성의 공고한 권력 시스템이 작동하는 곳에서 저 스스로도 남성성의 작동방식대로 살려하다 어느 날 엄마의 죽음을 통해 최후로 남은 여성성의 한 자락이 밖으로 나오게 되고 그래서 밀려나는 캐릭터라고도 읽을 수 있다. 

반면 이 섬마을을 다니는 오지의 병원선이 가진 시스템은 이런 남성성의 권력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권력을 쥐기 위해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눈앞에 촌각을 다투는 환자가 있는 것이고 그들이 하나하나 소중한 생명이며 자신은 다름 아닌 그 생명을 지키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의사이기 때문에 의료행위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저 남성성의 권력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서울대한병원이 생명을 소외시키고 있다면 이 병원선은 그 소외된 생명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여성성의 공간이다. 

<병원선>이 가진 대결구도는 그래서 단지 송은재와 김도훈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이 서울대한병원의 시스템과 병원선의 시스템 사이의 대결이고, 남성성과 여성성의 대결이기도 하다. 송은재는 그 중간에 서 있다. 다시금 실적을 통해 그 권력 시스템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이 곳에 남아 생명을 돌보는 의사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가. 그 선택 하나에 따라 환자가 대상이 되느냐 아니면 목적 그 자체가 되느냐의 차이가 생긴다. 

진보 보수 논쟁을 하면서도 정작 국민이 소외되어 있는 현실을 살아가고, 그 남성성이 지배하는 권력 시스템 안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면서도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실적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있는 우리네 현대인들에게 <병원선>의 이야기가 낯선 오지에서 벌어지는 의학드라마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병원선' 윤선주 작가라면 의사들 멜로로 풀진 않을 거다 

MBC 새 수목드라마 <병원선>은 그 소재가 독특하다. 이 드라마가 소개되기 전까지 병원선이라는 존재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존재하며 의료상황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섬을 중심을 의료 활동을 벌이는 이 병원선은 그래서 그 소재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그런 배가 있고 그 배를 타고 소외된 지역을 찾아다니며 의료행위를 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지해주고 싶은 소재니까. 

'병원선(사진출처:MBC)'

게다가 병원선이라는 존재가 상정하는 건 의학드라마라는 우리에게는 익숙하면서도 극적 상황들이 가능한 장르물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섬과 섬 사이를 오가는 배로서의 병원선이 있기 때문에 바다가 주는 그 풍광이나 때 아닌 자연재해 같은 또 다른 극적 상황이 가능해진다. 물론 섬사람들과 병원선 사람들이 갖게 되는 끈끈한 인간애나 휴머니즘은 당연해지는 기대요소다. 

또한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매력과 성장과정 역시 기대요소 중 하나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외과의 송은재(하지원)가 병원선으로 오기까지 보여준 면면들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손을 벌벌 떠는 신참 앞에서 수술 도중 그런 손이 환자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다고 호통치며 척척 수술을 해내는 장면만으로도 이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충분히 빠질 수 있었던 것. 

최연소 과장이 되고픈 욕망을 가진 인물이지만 섬마을에 사는 엄마가 수술이 필요해 보내는 마을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그녀는 결국 엄마의 죽음 앞에서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린다. 그녀가 병원선으로 자청하여 오게 되는 그 과정은 그래서 성공에 대한 욕망을 좇는 현대인들에게는 어떤 공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런 치열한 삶이 행복을 찾아주지는 않는다는 것. 그래서 병원선으로 와 섬사람들을 위한 의사로서 살아가는 일은 챙기지 못한 엄마에 대한 부채감으로 시작된 일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첫 회만으로도 독특한 의학드라마로서 기대감이 넘치는 작품이지만, 동시에 남는 불안요소들도 적지 않다. 우리네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멜로가 그것이다. 연애라는 것과는 담을 쌓고 지내온 송은재라는 캐릭터가 병원선에서 만나게 되는 곽현(강민혁)과 결국 멜로관계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지점은 기대와 불안감을 동시에 갖게 만든다. 

물론 멜로를 원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지만, 최근 들어 본격 장르드라마에 대한 요구 또한 적지 않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던 아버지의 아들로서 곽현은 실력과 외모 평판까지 사실상 모든 걸 다 가진 인물이다. 그런 그와 송은재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에 대한 관심은 그래서 커질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은 멜로의 등장이 이야기를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던 드라마들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적어도 <병원선>에서의 이야기만큼은 적절한 선이 유지됨으로써 본래 하려고 했던 휴머니즘과 성장드라마에 초점이 맞춰지기를 기대하는 면이 있다. 만일 이 부분의 균형이 깨진다면 이 좋은 소재의 드라마가 평이한 멜로로 흘러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하는 힘은 <병원선>의 작가가 우리에게는 <불멸의 이순신>, <황진이>, <대왕 세종>, <비밀의 문> 같은 주제의식이 유독 강한 작품들을 내놓은 윤선주 작가라는 점이다. 병원선이라는 특별한 공간 위에서 청년의사들이 보여주는 생명에 대한 예의나 그를 통한 성장기는 그래서 <병원선>에 대한 가장 큰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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