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 이대로는 멸종하고 만다

 

지금 토크쇼는 전체적으로 위기다. <놀러와>가 5% 시청률에서 고전하다 성급하게도 폐지결정이 내려진 것은 작금의 토크쇼가 처한 상황을 잘 말해준다. 이 시대의 명MC인 유재석조차 <놀러와>를 ‘위기의 토크쇼’라고 자평하며 별의 별 노력을 다 했을 정도다. 한때 20%에 육박하는 시청률과 연일 방영 후 화제가 되던 <놀러와>를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이 너무 갑작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무릎팍도사'(사진출처:MBC)

이런 상황은 <놀러와>에 강력한 대항마로 등장했던 <힐링캠프>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은 한 때 새로운 토크쇼의 아이콘처럼 등장했지만, 어느새 하향곡선을 그리더니 지금은 겨우 7%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화제성도 예전만 못하다. 무엇보다 연예인들이 게스트로 출연해 속 깊은 토로를 하는 것을 대중들은 어느새 식상해하고 있다. 심지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연예인들조차 <힐링캠프>에 출연해 자기변호의 기회를 갖는 듯한 뉘앙스는 시청자들로서는 이 프로그램이 누구를 위한 ‘힐링’을 하고 있는 것인가를 되묻게 만들었다. 프로그램의 주인은 시청자다.

 

화요일 밤을 토크쇼 격전장으로 만들었던 <승승장구>와 <강심장> 역시 그 화려했던 시절이 하나의 추억거리로 남게 되었다. <승승장구>는 6% 대의 시청률에 머물러 있고 <강심장> 역시 7% 대 시청률까지 내려갔다. 하향 평준화된 상황이니만큼 경쟁의 느낌도 사라졌다. 이렇게 된 것은 이 토크쇼들이 너무 정체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승승장구>는 언젠가부터 KBS의 다른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홍보하는 토크쇼가 되어버렸다. <1박2일>시즌2의 MC들이 하나하나 출연하고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단을 이끌었던 금난새 지휘자가 출연하는 식이다. <강심장>은 MC를 신동엽으로 교체하면서 새로운 동력을 만들려 했지만 토크쇼도 아니고 그렇다고 버라이어티쇼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가 이제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MBC가 목요예능의 잇따른 참패를 만회하기 위해 야심차게 강호동의 <무릎팍도사>를 새로 시작했지만 역시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첫 복귀에 9.3%의 괜찮은 시청률을 냈지만 다음 회에 7.8%로 떨어졌다. 이것은 역시 연예인 게스트가 출연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1인 게스트 토크쇼들에 대해 대중들이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과거 유일한 1인 게스트 토크쇼였던 <무릎팍도사> 시절을 반복하기에는 그 휴지기에 너무 많은 유사 토크쇼들이 나왔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목요일 밤의 강자였던 <해피투게더3> 역시 한때 위기의식을 느끼고 <개콘> 팀을 투입해 새롭게 토크쇼를 정비했지만 지금은 7-8%대의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무언가 변화를 줘보려고 노력한 흔적은 역력하다. 하지만 그 기본 콘셉트가 다르지 않다. 과거 ‘쟁반노래방’이나 옛 친구를 찾는 ‘해피투게더-프렌즈’ 같은 완전히 다른 형태의 토크쇼가 아니라는 얘기다. 시청자들로서는 꽤 비슷한 형식을 반복해서 보는 듯한 인상이 짙다.

 

금요일 밤의 <고쇼>는 고현정이 MC로 나선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지만 역시 그다지 성공적인 토크쇼로 자리하지 못했다. 배역을 캐스팅한다는 콘셉트가 초기 흥미를 끌었지만 역시 토크쇼는 MC의 역량이 중요한 법이다. 윤종신과 정형돈이 옆에서 열심히 보조해주었지만 역부족. <고쇼>는 결과적으로 그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지금 이 자리는 향후 이수근과 신현준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과연 이건 괜찮은 선택일까.

 

그나마 KBS의 <안녕하세요>와 MBC의 <라디오스타>를 빼고 나면 이렇다 할 토크쇼의 성공적인 모습을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토크쇼는 왜 전체적으로 위기를 맞게 된 걸까. 그것은 이미 위에 열거한 내용들 속에 그 답이 나와 있다. 토크쇼가 너무 많은 탓이다. 우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내내 토크쇼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게다가 몇몇 토크쇼는 MC만 다를 뿐 그 형식 또한 유사하다(이를 테면 <승승장구>나 <힐링캠프>, <무릎팍도사>는 그 외형은 달라도 1인 게스트 토크쇼가 갖는 대화의 방식은 유사하다). 그러니 대중들에게는 너무 유사한 토크쇼들이 반복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재석이나 강호동, 또 백전노장이라고 하는 이경규가 MC를 맡는다고 해도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과당경쟁은 서로의 토크쇼 생명력을 갉아먹기 마련이다. 결국 해법은 토크쇼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주중 예능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만일 토크쇼를 계속 하겠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시도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게스트가 나오면 무슨 얘기할 지 뻔한 그런 토크쇼는 이제 대중들의 관심 밖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이 부분에서 <라디오스타>와 <안녕하세요>가 왜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토크쇼, 이대로는 모두 멸종하고 만다.

참담한 MBC 예능 시청률, 이러다 종편될라

 

시청자들은 이제 월요일 밤 더 이상 <놀러와>에 놀러가지 않는다. 유재석이라는 발군의 MC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때 시청률이 3%(agb닐슨)대까지 떨어졌다. 당연히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좀 더 솔직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트루맨쇼>는 괜찮은 시도였다. 무엇보다 유재석의 달라진 모습(과감해졌다)을 볼 수 있었고, 권오중이라는 새로운 예능의 기대주가 발견되었다.

 

'놀러와'(사진출처:MBC)

또 다른 코너인 <방바닥 콘서트>는 소재 부족으로 <수상한 산장>이라는 새 코너로 바뀌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시청률 4.8%). 하지만 이 정도 시청률에 기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예전 <놀러와>의 위상을 생각해본다면 참담한 지경이다.

 

무엇보다 MBC 예능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 <일밤>의 끝없는 추락이다. 한때 한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서서 사회적인 파장까지 만들었던 <나는 가수다>는 시즌2로 와서는 끝없이 추락해 현재는 4%대의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물론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2>는 화제성에 있어서도 그다지 선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너무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오디션의 트렌드가 갑자기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오디션 트렌드는 가창력 대결이 아니라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개성의 발견에 더 천착하고 있다. 또한 스타일에 있어서도 고음 대결 같은 임팩트보다는 노래 하나를 해도 개성 있는 목소리로 맛있게 불러주는 그런 스타일을 원한다. <나는 가수다2>는 거기에 적응하지 못했다.

 

<일밤>의 나머지 한 코너는 지금껏 제대로 부각된 적이 없다. 그나마 <오빠밴드>나 <뜨거운 형제들> 같은 코너가 주목된 적이 있었지만 역시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 종영되어 버렸다. 최근 종영된 <승부의 신>은 <무한도전> ‘하하vs홍철’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3%의 시청률로 마감했고, 새로 시작한 <매직콘서트>는 첫 방에 5.7%로 선전한 면이 있으나 아직 그 앞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말 예능이 4%, 5%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실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MBC 예능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는 프로그램은 <무한도전>과 <라디오스타>다. <무한도전>은 15% 내외에서 꾸준하고 안정적인 팬덤을 유지하고 있으며, <라디오스타> 역시 MC들이 계속 교체되는 상황 속에서도 9%대의 시청률을 고수하고 있다. MBC에게 주중예능으로 가장 취약했던 목요일에 강호동이 복귀하며 다시 시작된 <무릎팍도사>가 자리함으로써 기대감이 높았으나 첫 회 9.3%의 시청률을 기록한 후 다음 회에 7.8%로 추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에는 1인 게스트 토크쇼에 대한 대중들의 달라진 시각이 들어있다. 과거에는 1인 게스트 토크쇼로 <무릎팍도사>가 거의 유일했지만 지금은 이게 너무 많아졌다. <승승장구>나 <힐링캠프>가 대표적이다. 이 두 토크쇼 역시 한때는 새로운 토크쇼형식으로 주목받았지만 현재는 시청률 난항을 겪고 있다. 그것은 너무 1인 게스트 토크쇼가 많이 소비되면서 그 패턴(한 스타의 일생을 깊게 들여다보는 형식)이 식상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1인 게스트 토크쇼는 형식보다는 얼마나 차별화된 게스트를 섭외하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널뛰는 예능이 되어버렸다.

 

그 와중에도 선전하는 두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위대한 탄생3(이하 위탄3)>와 <우리 결혼했어요4(이하 우결4)>다. <위탄3>는 9%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고, <우결4>는 8%대의 시청률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두 프로그램이 이런 상승세를 타는 이유는 이전 시즌에 부진한 이유를 잘 분석하고 새로운 시즌에 확실히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위탄3>는 무엇보다 참가자들의 질을 대폭 높이고 방송분량을 압축함으로써 완성도를 높인 점이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이며, <우결4>는 출연진을 대폭 교체하고 ‘우결마을’ 콘셉트로 시트콤적인 상황을 새롭게 연출한 것이 선전의 이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두 프로그램 역시 두 자리 수의 시청률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최근 들어 지상파3사의 예능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전체적으로 빠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프라임 타임대에 3-4%의 시청률을 내는 프로그램들이 많다는 것은 MBC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MBC 예능의 추락의 이유는 물론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MBC에 대한 대중들의 곱지 않은 정서 때문이다. 파업과 파업 이후에 벌어진 일련의 조치들, 그리고 방송사를 생각하기 보다는 개인적인 신변과 권력에 더 집착하는 경영진에 대한 곱지 않은 정서는 대중들이 MBC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보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MBC는 왜 <무한도전>이 그토록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지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물론 프로그램이 우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끝없는 신뢰를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방송 자체가 그렇지만 예능은 더더욱 서민들의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제 아무리 좋은 기획의도와 완성도를 가진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전폭적인 지지가 가지 않는 것이고, 아주 사소한 실수나 잘못도 어마어마한 일처럼 비화되는 것이다.

 

종편이 시청률을 못내는 이유는 프로그램이 질적으로 떨어져서가 아니다. 방송사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이 차갑기 때문이다. MBC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와 신뢰가 점점 떨어져 나간다면 종국에는 종편처럼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것은 시청률면에서도 그렇고 방송의 성향에 있어서도 그렇다. 어서 날선 비판적 식견으로 서민들을 대변하던 예전의 MBC로 돌아와야 한다. 그것이 MBC를 살리는 일이며, MBC의 예능을 웃게 만드는 일이며, 그 예능을 보며 마음껏 대중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웃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유력 대선 후보들의 TV토론이 필요한 이유

 

박근혜와 문재인이 출연했을 때, <힐링캠프>는 마치 대선캠프나 된 것처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보통 6%에 머물던 시청률이 12%, 10%를 넘어섰다. 놀라운 수치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대선 후보로 지목되던 박근혜는 그간 너무 침묵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에 그 진면목을 보고 싶다는 대중들의 열망이 있었고, 문재인은 여기저기서 박근혜의 대항마로 지목되는 야권 후보였지만 대중들에게는 덜 알려진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또 안철수는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대중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힐링캠프'(사진출처:SBS)

물론 <힐링캠프>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문재인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질문에도 정치적인 입장을 드러낸 반면, 박근혜는 정치적인 질문에조차 지극히 상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힐링캠프>는 토론 프로그램이나 정책비전을 보여주는 그런 프로그램이 아니니까. 이것은 이미 <무릎팍도사>를 통해 대중들에게 많은 공감을 사고 지지를 얻었던 안철수가 <힐링캠프>에 출연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안철수는 당시 상식과 비상식을 설파하며 복지, 정의, 평화라는 3대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그것으로 그의 정치적 소견과 비전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이 해소될 수는 없었다.

 

어쨌든 박근혜, 문재인에 이어 안철수까지 연달아 출연한 <힐링캠프>는 다른 정치인들에게는 애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김문수 새누리당 경선 후보가 자신의 출연이 거부된 <힐링캠프>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토로한 것은 이제 방송출연이 갖는 정치적 함의가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원하는 방송이 더 이상 <100분토론> 같은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토크쇼 같은 대중들이 선호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어 한다.

 

이유는 대중 정치의 시대에 대중들과의 소통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들의 언어로 "새우와 고래가 누가 세냐"며 "새우는 깡이 있고 고래는 밥이다"라는 식의 농담도 준비해 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으로 자신이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이것은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가 될 수밖에 없는 지극히 일반인으로서의 소통일 뿐이다. 그 진솔한 태도는 물론 중요하겠지만 정치인의 소통이란 정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천해 보일 때 비로소 이뤄지는 것이다. <힐링캠프>가 보여준 소통이란 어쩌면 진정한 소통이 아니라 소통하는 이미지였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그 힘이 지대하다는 것은 이들 세 인물이 향후 대선의 3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부터 중요한 건, 이들이 TV라는 대중 매체를 통해 좀 더 자신들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소통하는 자리다. 대선이 가까워오고 있고 TV만 켜면 여전히 대선후보들의 행보를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정작 이들이 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나라의 미래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은 발견하기가 어렵다.

 

최근 KBS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유력 대선 후보 3인의 순차토론을 준비해오다 무산됐다고 한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참석하겠다는 공문을 보냈지만 박근혜 후보쪽은 세 후보의 토론 순서를 추첨으로 정하도록 한 KBS의 제안이 불공평하다며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박근혜 후보 측에서 심기가 불편한 것은 이해할만 하다. 그것은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가 단일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단일화 문제에 더 관심이 집중될 수도 있고, 3자 토론을 할 경우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KBS가 제안한 건 3명을 연달아 불러 진행하는 개별 토론이다. 결국 KBS는 박근혜 후보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공정성에 위배될 수 있다며 토론 자체를 취소해버렸다. 공영방송으로서 여당 후보의 눈치 보기를 했다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대중들이 이제 40여일을 앞두고 있는 대선주자들의 정치인으로서의 진면목을 보고 소통할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그 어느 선거운동보다 뜨거운 것이 바로 TV토론이다. 그 날 그 날의 이슈에 대한 후보들의 정책 대결과 토론은 연일 TV를 통해 미국 전역에 보여지고 그로 인해 지지율이 등락하는 모습은 우리로서는 심지어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TV라는 대중매체가 가진 어쩌면 가장 효과적인 쓸모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도대체 우리네 후보들은 언제쯤 대중들에게 TV라는 친숙한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정책적 비전을 보여줄 것인가. <힐링캠프>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가족 얘기를 하거나, 뉴스를 통해 재래시장을 다니며 악수나 하는 그런 모습 말고 말이다.

이경규, 토크쇼에서 펄펄 나는 이유

 

“욱 욱 욱- 쇼!. 욱쇼의 진행자 앵거 리입니다.” <남자의 자격> 패밀리합창단의 점심 자투리 시간에 맞춰 진행된 ‘욱쇼’는 이경규의 욱하는 성질과 주상욱의 욱을 붙여 급조된(?) 토크쇼 상황극이다. 먼저 패밀리합창단의 미녀 3인방으로 서효명, 아이비, 권희정을 불러낸 이경규는 자신들의 멘트에 대해 서효명이 욱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런 거 아주 괜찮아요. 중간 중간에 프로그램이 마음에 안 드시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욱쇼의 특징을 설명해주었다. 이경규는 녹화 도중 옆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거침없이 “아줌마! 녹화하잖아!”하고 소리침으로써 웃음을 주기도 했다.

 

'남자의 자격'(사진출처:KBS)

이경규는 패밀리 합창단에서 안선영이 주상욱에게 대시하는(물론 설정이다) 것에 대해 주상욱에게 ‘마구잡이 사랑’이라고 폄하하기도 했고(그러자 주상욱도 거기 맞춰 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이비에게 여기서 맘에 드는 남자가 있느냐고 묻고는 아이비가 “굉장히 힘든 질문인 것 같다”고 말하자 “그러면 우리 집사람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하고 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심지어 안선영에게 그녀의 어머니가 주상욱을 남편감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거 아니냐는 무리수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많은 막가파식의 멘트들은 이경규가 “욱쇼니까.”라고 던지는 마무리 멘트로 인해 하나의 설정으로 바뀌면서 방송 가능한 토크들이 되었다.

 

물론 욱쇼는 패밀리 합창단이라는 조금은 낯선 인물들을 소개하고 캐릭터화하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후에 합창단으로 묶여질 때 저 마다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심층 토크쇼인 셈이다. 욱쇼를 통해 우리는 이미 조금은 새침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서효명과 다소곳하면서도 엔터테이너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아이비 그리고 순애보적인 선한 마음의 권희정이라는 캐릭터를 읽을 수 있었다. “잉꼬부부신데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다른 여자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차태현의 아버지가 대단한 예능감의 소유자라는 것도 알 수 있었고, 환희와 준희가 여전히 그 나이 또래의 아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욱쇼는 패밀리 합창단의 가외적인 코너로서 대단히 효과적인 장치다.

 

그런데 이 욱쇼를 통해 또 하나 드러나는 것은 이경규라는 발군의 MC가 가진 토크쇼에서의 가능성이다. 토크쇼란 진정성 있는 대화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또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그걸 재미로 변환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욱쇼는 이경규의 성격을 그대로 프로그램화함으로서 그 진정성을 느끼게 하면서도 그것을 재미로 풀어낼 수 있는 토크쇼 형태로 묶어낸 형식이다.

 

이경규 본인이 게스트에게 말했듯이 방송 중간에 마음에 안 들면 얘기를 한다거나, 녹화 도중 방해하는 이가 있으면 소리를 친다거나 심지어 게스트가 한 어떤 말에 질투나 화 같은 속내를 드러내는 건 어쩌면 이경규가 실제 방송에서 하기도 했던(과거 일이지만 그는 프로그램 전체를 좌지우지하기도 했다) 그 모습 그대로일 게다. 이 진심을 드러내면서 그것을 “욱쇼입니다.”라는 멘트 하나로 토크쇼화 하는 것. 이것은 이경규가 토크쇼라는 형식 속에서 자유자재로 캐릭터와 진심을 섞어낼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또한 이 날 욱쇼에 등장한 게스트들의 면면을 보면 이경규가 토크쇼를 통해 소화할 수 있는 대상이 거의 전 세대 남녀노소에 걸쳐 있다는 걸 보여준다. 거기에는 환희 준희처럼 어린 아이들에서부터 왕종근의 아들인 왕재민과 이광기의 딸 이연지 같은 사춘기 청소년들, 또 그 아버지들 세대는 물론이고 서효명, 아이비, 권희정, 이준 같은 젊은 세대에 이르기까지 욱쇼라는 형식 속에 잘 어우러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욱쇼. <남자의 자격> 패밀리 합창단에 자투리로 등장한 이 작은 코너가 정규 프로그램화되어도 충분한 편안함과 재미와 진솔함을 보여준 데는 거기 이경규가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토크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모두 성공하지는 못하고 있는 현재, 욱쇼는 토크쇼의 자격을 보여주었다. 그러고 보면 <힐링캠프>가 시청률에서 매번 대박을 치고 있지는 않아도 현 토크쇼들 중에서 가장 존재감 있는 토크쇼가 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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