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이제는 자신에게 맞는 옷 입어야

이경규는 1960년생, 만으로 51세다. 한때 함께 '일밤'을 이끌었던 주병진(1959년생)과는 한 살 차이다. 둘 다 토크쇼를 하나씩 하고 있지만 느낌은 사뭇 다르다. 주병진은 어딘지 옛날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지만, 이경규는 현역의 냄새가 난다. 당연할 것이다. 이경규는 물론 중간에 휴식기가 있긴 했지만 계속 방송의 끈을 놓지 않았다. 리얼 버라이어티 같은 새로운 장르가 예능의 트렌드로 등장했을 때도 이경규는 옛 것에 머물러 있기 보다는 그 새로운 트렌드를 도전했다. 이것이 이경규와 주병진을 가르는 지점이다.

그래도 나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51세라는 나이는 예능에서는 적은 나이가 아니다. 사실 물리적인 나이가 예능 프로그램을 하는데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이경규는 실제로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에서 식스 팩을 만드는 몸짱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주었다. 물론 체력적인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프 마라톤이나 지리산 종주 같은 미션을 이경규는 잘 수행해냈지만 역시 힘겨움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려면 못할 것이 뭐가 있겠냐마는 그렇게 해내는 것이 보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는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예능 프로그램(특히 '남격' 같은 도전이 미션인)에서 미션은 한계를 뛰어넘을 때 감동을 주기 마련이지만, 그것이 과도하게 힘겹게 여겨지거나 안쓰럽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라면 보는 이들도 불편해질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슬랩스틱에서 누군가 머리를 딱 때렸을 때 맞은 사람이 웃을 수 있어야 관객도 웃게 되는 이치와 같다. 만일 맞은 사람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린다면 과연 누가 웃을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남격'의 미션이 그렇게 과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경규라는 예능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이, 그래서 확고한 자기만의 영역과 경륜을 갖춘 인물이 '남격'처럼 몸으로 부딪치는 예능을 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가 하는 의문이다. 이런 의문의 답처럼 제시되는 프로그램이 '힐링캠프'다. 사실상 이경규가 메인으로 진행한다고 봐도 될 '힐링캠프'에서 그는 확실한 자기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무리 어려운 게스트가 나와도 자신의 캐릭터(귀찮아하고 톡톡 쏘는)를 유지하고 어려운 질문도 피해가지 않는다.

차인표가 나왔을 때, 첫 질문부터 독하게 "연기자로서 주목받기 보다는 나눔의 아이콘으로 더 주목받는 것이 아니냐"고 묻기도 하고, "라면 만드는 사람도 있는데요"라는 차인표의 응수에 되려 당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차인표가 행한 많은 일들에 대해 나이와 상관없이 존경의 시선을 던지고 있는 이경규의 모습을 보다보면 그는 '힐링캠프'의 MC라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말 그대로 빠져서 스스로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가지게 된다.

김정운 교수를 찾아가서도 처음부터 "사짜 느낌"을 거론하고 그쪽으로 몰아갈 수 있는 건 역시 이경규만한 경륜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정운 교수의 자화자찬하는(?) 특징을 콕 집어내 자신도 그런 캐릭터임을 드러내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상황을 공감하는 장면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힐링캠프'가 때로는 19금 토크를 하고, 때로는 정치인을 게스트로 데려와도 그 소재들을 넉넉히 받아줄 수 있는 이유 역시, 이경규라는 경륜의 소유자가 거기 있다는 사실이 주는 편안함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주목되는 건 '힐링캠프'에서 한혜진 같은 보물(남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적재적소에 할 이야기를 에두르지 않고 직접 물어보는)이 발굴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이경규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물론 한혜진의 그 착하고 순수한 심성이 한 몫을 한 것이지만, '힐링캠프'의 최영인CP는 한편으로 그것을 잘 받아준 이경규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경규가 '남격'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힐링캠프'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사뭇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그 안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의 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남격'은 어딘지 힘들어도 억지로 하는 듯한 인상이 짙지만, '힐링캠프'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진심으로 하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나이 오십 줄을 넘겨 젊은이들도 힘겨워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그 도전 자체에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경규 정도의 한 시대를 풍미한 개그맨이 그 경험을 잘 녹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나는 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힐링캠프'는 이경규의 그 '잘 맞는 옷'이 되어주고 있다.


'힐링'의 진면목을 보여준 가슴 차인표 선생

'힐링캠프'(사진출처:SBS)

소셜테이너, 기부천사, 개념연예인 등등. 사회적인 기여나 참여를 하는 연예인들을 지칭하는 용어들은 넘쳐난다. 하지만 너무 과하기 때문일까. 이 용어들은 애초의 순수함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적 성향과는 아무런 관계없는 소셜테이너가 정치적으로 포장되는 경우도 많고, 기부천사라는 상찬 속에는 너무 드러내놓고 보여주려는 불편함도 존재하며, 개념연예인이라는 호칭 속에 인기에 대한 집착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연예인들이 대부분일 것이지만, 누군가의 호명으로 이런 지칭이 붙여질 때 그것은 자칫 본질을 흐릴 수 있다.

그리고 차인표가 있었다. '컴패션'이라는 국제어린이양육기구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오토바이와 색소폰으로 기억되는 남자, '분노시리즈'로 더 많이 회자되던 연기보다는 열정의 배우로 기억되는 남자. 그런 그가 '힐링캠프'에 나와 들려주고 보여준 두 시간은 그에 대한 모든 선입견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차인표의 진솔함과 소박함에 깃든 따뜻한 가슴은 소셜테이너나 기부천사, 개념연예인이라는 포장 따위 자체가 오히려 부끄럽게까지 여겨지게 만들었다. 차인표는 그런 호칭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그만의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작은 실천'이다.

'힐링캠프'의 서두에 끄집어 낸 '가슴'에 대한 그의 일화는 대단히 흥미롭고도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미국에서 생활할 때 뭐 하나 잘 하는 게 없어 의기소침했던 그가 어느 날 탄탄한 가슴 근육의 남자에게 매료되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몸을 만들 수 있냐"고 물었던 것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어쩌면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는 그러나 그 안에 단순한 진실을 담고 있었다. 그렇게 매일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가슴 근육이 도드라지기 시작했고, 그러자 그만큼 자신감도 생겼으며 친구들도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 그 탄탄한 가슴은 또한 무명의 자신이 배우가 될 수 있었던 차별점이 되기도 했다는 것. 물론 이 이야기가 전하는 진짜 핵심은 다른 것이다. 작은 행동 하나가 그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

"(턱걸이를) 한 번 할 수 있는 사람은 50번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한 번을 하지 못하면 하나도 하지 못하게 되죠." 턱걸이를 예로 들어 한 이 이야기의 울림이 큰 것은 우리가 흔히 거창하게 말하는 나눔이나 기적 같은 것에 대한 편견을 깨기 때문이다. 무언가 거대한 것으로 생각해왔던 그런 것들이 결국은 작은 실천 하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딸을 입양한 후, 사회적으로 칭찬을 받고 상금까지 받게 된 차인표가 그 상금 전액을 온전히 다시 더 많은 힘겨운 아이들을 위해 사용했다는 일화는 이 비유가 그저 듣기 좋은 비유가 아니라 실제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게 작은 손길이 기적으로 돌아오게 해준 딸에 대한 차인표의 가슴은 얼마나 벅차올랐을 것인가.

중요한 것은 차인표가 이런 사회적으로 귀감이 되는 행동들을 실천하면서도, 스스로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자의식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유흥업소에 가지 않는 이유로 자신이 그런데서 쓰는 돈이면 한 아이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렇다고 자신처럼 행동하지 않는 이들을 비난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자세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것은 그의 활동이 우월한 존재로서 거창한 사회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자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작은 인간으로서의 작은 실천일 뿐이라는 몸에 밴 겸손 때문일 게다.

내세울 것이라고는 빵빵한 가슴뿐이었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고, 그 가슴을 실룩거리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그가 결국 대중들에게 감동을 준 것은 그 우스꽝스럽게까지 보이는 행동 속에 담겨진 따뜻한 가슴을 우리가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힐링캠프'는 비로소 차인표를 통해 진정한 '힐링'의 진면목을 보여준 셈이 되었다. '힐링'이란 단지 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만을 포괄하는 개념이 아니다. 거기에는 인간으로서 다른 인간을 생각하는 영적인 부분도 들어가 있다. 차인표는 '나를 위한 것'은 진정한 힐링이 아니며, '타인을 생각하는 힐링'이야말로 진정 자신을 힐링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거창한 지칭이 아닌 실천으로.


'놀러와'와 '힐링캠프'의 추락이 시사 하는 것

'놀러와'(사진출처:MBC)

'놀러와'와 '힐링캠프'의 추락이 심상찮다. '놀러와'는 지난 1월30일 '쇼킹 기인열전'으로 14.4%(agb닐슨)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12.3%(2월6일), 10.9%(2월13일), 8.5%(2월20일) 그리고 7.6%(2월27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힐링캠프'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 빅뱅의 대성과 G드래곤이 출연해 살짝 시청률이 반등(7.2%)하기도 했지만, 윤제문이 게스트로 나오자 윤종신이 출연했을 때의 시청률(6.4%)로 다시 내려갔다. 연초 박근혜, 문재인이 '힐링캠프'에 출연했을 때 12%를 상회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걸 생각해보면 너무 빠른 하락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게스트다. '놀러와'나 '힐링캠프' 모두 토크쇼 형식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놀러와'는 그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골방이나 반지하 같은 공간을 고민하기도 했고, 게스트 섭외에 있어서도 카테고리화를 통해 공통 화제를 뽑아내는 방식을 쓰기도 했다. '힐링캠프' 역시 초반에는 '힐링'이 되는 공간으로 게스트를 초대했지만, 차츰 게스트에 맞는 공간을 찾아가는 콘셉트로 변화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수많은 토크쇼 형식의 고민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청률 변화의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한 것은 게스트다. 누가 나왔느냐가 그 날의 토크쇼의 향배를 가르는 것이 되었던 것. 이렇게 된 것은 너무 많은 토크쇼들이 난립하다 보니 충성도 높게 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시청하기보다는 게스트에 따라 선별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연예인들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토크쇼들은 더더욱 확고한 팬층을 갖기가 어려워졌다. 여기에는 제 아무리 바꾸었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연예인(혹은 영화나 드라마) 홍보'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 형식 때문이다.

따라서 비연예인이 나왔거나, 혹은 잘 나오지 않던(하지만 관심은 가는) 게스트가 나왔을 때 오히려 주목도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놀러와'에서 지난달 했던 기인 열전의 정동남씨나 통아저씨, 신바람 이박사 같은 게스트는 대표적이다. 이것은 '힐링캠프'의 박근혜, 문재인도 마찬가지다. 한편 '안녕하세요'가 그다지 큰 부침이 없이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그 게스트가 일반인이기 때문이다. 일반인 게스트 토크쇼는 이처럼 형식만 제대로 잡으면 다양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인물들의 섭외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연예인을 게스트로 섭외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토크쇼는 '라디오스타'와 '해피투게더3' 정도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이들 프로그램들이 좀 더 확실하게 '연예인 홍보'와는 거리가 먼 방식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디오스타'는 게스트를 배려하기보다는 공격하는 토크가 주를 이루고(이것이 결국 이 프로그램의 게스트 배려방식이지만), '해피투게더3'도 형식을 바꿔 개콘4인방이 투입되면서 서로 물고 물리는 토크 형태로 바뀌었다.

결국 게스트를 배려하는 편안한 토크쇼들은 물론 그 자체의 맛이 있지만, 게스트가 누구냐에 그만큼 민감해졌다는 얘기고, 거꾸로 게스트를 배려하지 않는(상대적으로) 토크쇼들은 그 형식 자체의 재미 때문에 보는 고정적인 시청층이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된 것은 이른바 '편안한 토크쇼'들이 너무 난립해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연예인들이 나와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주목받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새로움이다. 새로운 게스트가 나왔을 때 주목되고, 똑같은 게스트가 나오더라도 '재발견'되어야 지지를 하게 된다. 연예인 홍보 같은 토크쇼에 더 이상 놀러가지 않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1인 게스트 토크쇼, 왜 대세가 됐을까

'무릎팍도사'(사진출처:MBC)

'놀러와'는 '인물열전' 2탄으로 심수봉을 초대했다. 1탄은 전유성이었다. 본래 게스트에 대한 배려와 집중도가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1인 게스트를 중심에 세워놓은 건 '놀러와'의 새로운 시도다. 물론 심수봉을 받쳐주는 게스트로 임백천과 이상우가 출연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받쳐주는 역할일 뿐 이 '인물열전'의 초점은 심수봉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그 토크쇼의 흐름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보인다. 여러 군데서 '무릎팍 도사'의 그림자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미리 조사한 게스트가 살아온 프로필을 읽어나가는 것이나 그러면서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그리고 중간 중간 이어지는 작은 코너들로 만들어내는 변화 등등. 이것은 '무릎팍 도사'가 1인 게스트를 고집하며 지금껏 뚝심 있게 해온 방식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물론 이것은 '놀러와'의 한 특집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무릎팍 도사'의 영향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놀러와'뿐만이 아니다. '승승장구' 역시 1인 게스트를 모셔놓고 네 명의 MC가 얘기하기보다는 귀를 열어놓는 프로그램으로 그 방식도 '무릎팍 도사'와 유사하다. '당신의 사전'은 키워드를 통해 게스트의 삶의 이야기를 듣는 코너로, '무릎팍 도사'가 '건방진 프로필' 등으로 게스트의 프로필을 흥미롭게 전하는 방식의 변화된 형태다. 여기에 '승승장구'만의 특별한 형식인 '몰래온 손님' 같은 코너는 이 토크쇼를 좀 더 차별화된 방식으로 만들어준다.

초반 집단 게스트를 통해 좀 더 버라이어티한 맛을 보여주었던 '강심장'에게 한참 밀리던 '승승장구'는 최근 들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물론 여전히 1인 게스트 토크쇼가 갖는 한계인 게스트 의존도가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평균적인 흐름을 보면 '강심장'이 과거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반면, '승승장구'는 어느 정도 고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젊은 층들의 유동률이 많은 '강심장'과 비교해 '승승장구'가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요일 밤에 SBS가 '밤이면 밤마다' 대신 '힐링 캠프'를 런칭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일이다. 어딘지 시끌벅적하던 '밤이면 밤마다'와는 완전히 다른 '힐링 캠프'는 1인 게스트를 모셔놓고 말 그대로 '힐링'의 느낌을 주는 편안함을 선사하는 토크쇼다. '승승장구'의 캠프 버전처럼 읽히기도 하는 이 토크쇼는 역시 그 연원을 찾아가보면 '무릎팍 도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함께 웃고 울면서 총정리하는 듯한 그 토크쇼의 흐름은 분명 '무릎팍 도사'가 만들어낸 것이다.

토크쇼는 당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 한 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했던 이른바 '집단 토크쇼'는 여러모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영향이 짙다. 1대1로 주고받는 전화 같은 과거의 소통방식은 인터넷으로 오면서 여러 개의 창이 화면 위에 열려진 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낯설지 않게 했다. 물론 집단 토크쇼는 또한 뭔가 1대1로 주고받는 방식이 갖는 홍보적인 성향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을 상쇄시키기도 했다. 어느 한 사람에게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그만큼 과도한 집중이라 여겨졌던 것.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시간을 할애 받아 각자의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집단 토크쇼는 그래서 심지어 민주적(?)인 방식이라고까지 여겨지게 됐다.

하지만 이 집단 토크쇼의 트렌드는 이제 조금씩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제 아무리 인터넷 시대라고 해도 TV는 여전히 TV인 셈이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이야기들은 오히려 배틀로 변질되고, 민주적인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한 사람의 이야기도 제대로 들어주지 못하는 예의 없는 방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정신없음은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피곤함을 재현한다. 디지털이 고도화될수록 거꾸로 아날로그를 찾듯 사람들은 다시 좀 더 편안한 토크쇼를 찾게 됐다.

모두가 집단화되고 배틀화되던 토크쇼의 경향 속에서도 꿋꿋이 1인 토크쇼를 고집한 '무릎팍 도사'가 새삼 주목되는 건 최근의 이런 새로운 경향이 그 뒤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1인 토크쇼는 그 이전에도 있었지만 '무릎팍 도사'는 과거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진화를 보여준 게 사실이다. 1인 토크쇼가 갖는 홍보적인 성향을 넘어서기 위해 적절한 긴장과 대결구도를 무릎팍 도사라는 캐릭터를 통해 장착해내고, 그 속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낱낱이 그려내는 토크쇼. '무릎팍 도사'는 그래서 지금 점점 트렌드가 되고 있는 1인 게스트 토크쇼 시대를 새롭게 열었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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