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드라마, 예능 전 분야에서 성과남긴 JTBC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개국한 지 어언 5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종편이 그 지칭에 걸맞는 방송을 해왔는가 하는 데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종합 편성이라고 하면 뉴스와 드라마, 예능 같은 다양한 분야의 방송을 편성했어야 하지만, 지금의 종편은 일부 예능과 함께 뉴스 보도에만 집중하는 방송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그래서 모체인 언론사들의 방송정도로 종편을 평가하는 시선도 생겨났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하지만 이런 종편의 흐름 속에서 그 흐름과는 완전히 다른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한 곳이 바로 JTBC. 다른 종편들과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종편이라는 프레임에 넣는 것조차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JTBC는 뉴스 보도에서부터 드라마, 예능, 교양까지 전 분야에 걸쳐 성과를 남김으로써 종편을 훌쩍 뛰어넘어 심지어 지상파까지 압도하는 방송사로 자리 잡았다.

 

JTBC가 가장 빨리 방송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건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그것은 그만큼 이 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투자 대비 효과가 빠른 장르였을 뿐이다. 다른 분야 역시 JTBC는 초반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특히 엄청난 투자가 소요되는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편성해 제작했던 건 JTBC가 여타의 종편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시사와 예능을 덧붙인 <썰전>JTBC 예능의 독특한 성격을 만들어내며 화제를 모았다면 <비정상회담>은 역시 그 연장선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히든싱어> 같은 프로그램이 JTBC 예능의 시청률을 견인했다면 <마녀사냥>19금 예능의 세계를 열었고 <냉장고를 부탁해>는 쿡방 트렌드를 이끌었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자체 진화를 거듭하며 자리를 잡거나 새로운 예능으로의 변주를 꾀하는 등 다채로운 변신으로 시청자들을 지속적으로 유입시켰다.

 

사실 드라마에 대한 투자는 그 규모가 큰 데 비해 곧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여타의 종편들이 5년이 지난 지금껏 드라마를 편성하지 못하는 건 선뜻 투자를 한다는 게 커다란 리스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JTBC는 달랐다. <빠담빠담>에서부터 <밀회>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명품 드라마들이 쏟아졌다. 그런 투자에 힘입어 이제는 JTBC 드라마에 대한 대중적 신뢰까지 생겨나고 있는 상황. JTBC가 종편 프레임을 뛰어넘는 데는 지속적인 드라마 편성이라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JTBC에 대한 신뢰가 만들어진 건 손석희 사장이 영입되어 만들어낸 보도, 뉴스, 교양 덕분이다. 여타의 종편들이 지나치게 보수 편향으로 흘러가며 이른바 보수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 JTBC균형 있는 보도를 기치로 내걸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지상파도 제대로 다루지 않은 사안들을 팽목항까지 직접 가서 다뤘던 것은 JTBC 뉴스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그리고 최근 벌어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언론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며 지상파 뉴스 보도들까지도 반성하게 만들었다. 단순 보도가 아니라 한 걸음 더 들어가 심층적으로 파헤치는 보도는 지금의 뉴스 홍수의 시대에 왜 JTBC <뉴스룸>이 제대로 된 뉴스로 대중들에게 다가왔는가를 잘 설명해준 부분이다.

 

이처럼 JTBC는 지난 5년 간 예능과 드라마와 뉴스 보도까지 균형 있는 성장을 이룸으로써 종편을 뛰어넘어 지상파까지 압도하는 위상을 만들었다. ‘종합 편성이라는 말에 가장 걸 맞는 성과와 진화를 이루었던 것. JTBC에 보내는 대중들의 지지는 지난 5년 간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JTBC는 더 이상 종편이 아니다. 그저 JTBC일 뿐.

경영에서 독립된 보도, JTBC <뉴스룸>이 다른 이유

 

종영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는 이화신(조정석) 앵커가 뉴스 마지막 멘트에 부정을 저지른 기업들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담는 장면이 나온다. 본래 정해진 멘트를 훌쩍 벗어나 자신의 소신대로 꺼내놓는 날카로운 비판에 국장은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 국장은 곧바로 사장의 전화를 받는다. 이화신 앵커의 멘트 몇 개로 광고 수 십 억이 날라 갔다는 것이다. 결국 이화신 앵커는 유치원으로 전근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드라마의 내용이지만 이런 일들은 방송사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뉴스가 기업광고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 기업이 부정을 저질러도 뉴스가 소신대로 그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건 그래서다. 물론 기업에 관한 뉴스가 이럴 정도인데,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뉴스는 오죽할까. 이번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통해서 지상파 뉴스들이 일제히 비난을 받은 건 그 오래도록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묵인했거나 했다는 점에서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 때문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방송사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경영을 해야 하는 입장과 동시에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국정과 기업의 감시자 역할을 해주는 일이 부딪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경영이 최우선이 되면 방송사가 보도 부문에서 국정과 기업의 감시자가 아니라 홍보 역할을 하게 된다는 걸 여러 차례 목도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꺼내 보도한 JTBC <뉴스룸>은 무엇이 달랐길래 이런 소신있는 보도가 가능했던 걸까. 누구나 알다시피 이번 게이트는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가 그 대상이다. 그러니 자칫 일개 방송사에게는 사활이 걸린 보도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런 소신 보도가 가능해진 건 다름 아닌 손석희 앵커 덕분이다. 그가 없었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그 어떤 언론도 쉽게 꺼내놓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거기에는 독특한 JTBC만의 뉴스보도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JTBC의 사장이 누구냐고 물으면 손석희 앵커를 지목한다. 액면대로는 맞는 이야기다. 손석희 앵커는 JTBC의 보도부문 사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도부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는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JTBC에는 전체를 총괄하는 대표이사 김수길 사장이 따로 있다. 굳이 대표이사가 있는데 이렇게 굳이 손석희 앵커를 보도부문 사장으로 세워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손석희 앵커가 JTBC로 오면서 스스로가 원했던 편집권 독립때문이다. 즉 누가 뭐라고 해도 뉴스 보도에 있어서는 모든 재량권을 손석희 앵커가 갖는다는 뜻이다. 물론 책임도 손석희 앵커가 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편집권 독립은 투명하고 소신 있는 뉴스 보도에 있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전제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JTBC<뉴스룸>이 보인 행보를 통해 우리가 느끼는 건 언론의 독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JTBC 보도는 언론의 진정한 역할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알면서도 숨겨지거나 아니면 감시 기능 자체를 아예 가동하지 않는 언론의 문제를 드러낸 셈이다. 경영으로부터 독립된 보도. 또 그런 보도를 소신 있게 하는 것이 인사 상 불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 시스템. 지금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구축해야할 일이 아닐까.

시사의 시대, tvN이 보인 한계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렸던 걸까. tvN 드라마의 추락이 예사롭지 않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시청률이다. 월화드라마의 자리를 확고하게 만들었던 <또 오해영>이 무려 9.9%(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종영한 이후, <혼술남녀>는 그나마 5% 최고시청률을 기록해 체면을 차렸지만 <막돼먹은 영애씨15>2.2%로 주저앉았다.

 

'안투라지(사진출처:tvN)'

물론 시즌15를 맞는 <막돼먹은 영애씨>가 가진 tvN에서의 상징성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작품은 tvN 월화드라마가 <또 오해영> 같은 드라마로 확보한 이 편성시간대의 보편성과 화제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라는 게 분명해졌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나름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갖고 있는 작품이지만 어딘지 마니아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것.

 

새롭게 시작한 <안투라지>는 시청자들의 혹평이 이어지며 시청률 0.7%까지 떨어졌다. 지금껏 tvN에서 최저시청률을 기록한 <잉여공주>를 밑 돌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체면을 차린 건 종영한 <더 케이투>. tvN이 확고히 잡고 있는 금토드라마 시간대에서 5% 시청률을 유지했다.

 

tvN이 새롭게 기대를 걸고 있는 작품은 김은숙 작가가 쓰고 공유가 출연하는 <도깨비>. 하지만 이 작품은 122일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따라서 2주 간의 공백이 생기게 됐다. 이 빈 자리를 채우는 건 tvN의 변함없는 간판 프로그램인 <삼시세끼>. 이번 주 금요일은 이례적으로 아예 <삼시세끼>어촌편3를 정주행하는 편성표를 내보였다. 따라서 낮 12부터 밤 11시까지 <삼시세끼>어촌편31회부터 6회까지 계속 이어진다.

 

지금 tvN의 고민은 드라마가 최소한 지금까지의 tvN표 드라마 브랜드를 유지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 원인은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 시청자들의 눈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 가 있다. 하지만 오락 채널인 tvN은 아예 이를 담을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채널은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른바 시사의 시대를 맞아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통틀어 가장 선전하고 있는 건 JTBC. <뉴스룸>은 연일 최고시청률을 갈아엎으며 9%를 유지하고 있고, <4시 사건반장>이나 <5시 정치부회의>까지도 각각 2.9%, 4.0%로 기존 시청률의 두 배 이상을 넘어섰다. <썰전>은 최순실 게이트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무려 9% 시청률을 냈고,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역시 2%대를 유지하던 시청률이 6%까지 치솟았다.

 

JTBC가 거둔 성과는 단지 시청률만이 아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며 얻게 된 방송사의 신뢰도는 향후 JTBC의 드라마나 예능, 교양 같은 여타의 프로그램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때 TV 뉴스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JTBC <뉴스룸>은 이 시대에 맞는 선택과 집중으로 그 한계를 뛰어넘으며 역시 방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뉴스와 시사 같은 중차대한 사안들에 대해 국민의 귀와 입이 되어주는 것이란 걸 확인시켜줬다.

 

한 때 tvN의 승승장구는 평시에 그만한 재미와 의미를 담보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이 채널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하나의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현재, tvN은 속수무책이다. 오락으로 전문화된 케이블 채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게 보이는 한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tvN은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의 형식에 시사적 소재를 담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시청자들이 마음껏 웃기도 힘든 시국이 아닌가. 이럴 때 JTBC가 가진 <썰전>같은, 그 시국을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면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하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이번 정권의 CJ에 대한 압박의 증거들을 보면 왜 tvN이 이런 시사 소재의 프로그램을 예능의 형식을 통해서라도 갖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 이해가 된다. 심지어 <SNL코리아> 같은 예능에서의 시사풍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던 분위기가 아니었던가

드라마가 시시해진 이유

 

종영한 <더 케이투>에 대해 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던 이정진은 자신이 맡은 악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현 시국 이야기를 꺼냈다. “전개, 스토리보다는 시국이 아쉽다. 저희 드라마에 나쁜 사람이 많이 나오는데 별로 안 나빠 보인다. 차라리 저희 드라마는 착하다. 나랏돈을 쓴 게 아니라 자기 돈을 쓰지 않았냐. 그리고 전 국민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두 윤아만 괴롭혔지.”

 

'뉴스룸(사진출처:JTBC)'

아마도 인터뷰를 한 기자는 당황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평소에 뉴스나 정치에 관심이 많은지를 물었다. 하지만 이정진은 그렇지 않다고 부정했다. “아니다. 그 전엔 정치에서 여당, 야당도 몰랐다. 요새 뉴스가 너무 버라이어티 하니 그렇다. 뉴스를 안 볼 수가 없지 않나. 돈 받고 극장에서 해도 웬만한 흥행 영화보다 잘 될 것 같다.”

 

이 짤막한 인터뷰 내용에 담겨진 것처럼, 사실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가 심지어 시시하게 여겨진다.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저건 드라마일 거야 했던 그런 이야기들이 뉴스에서 연일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7시간의 비밀같은 뉴스의 타이틀은 거의 한 편의 영화제목을 방불케 한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성형외과이야기나 심지어 프로포폴같은 단어들은 대통령이라는 지칭과 만나면서 엄청난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정진의 말대로 이런 뉴스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이번엔 2011년 방영됐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하지원)이다. 김은숙 작가의 히트작인 이 드라마에서 길라임은 남자 주인공인 김주원(현빈)과 영혼이 바뀌는 캐릭터다. 아버지가 화재 사고로 죽고 맨주먹을 살아온 털털한 스턴트우먼. 그녀는 김주원이라는 재벌2세를 만나고 영혼이 바뀌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JTBC <뉴스룸>은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이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2011년 초부터 차움병원을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왜 하필 길라임이었는가, 그리고 거기에는 어떤 캐릭터와 박 대통령 사이의 심리적 동질감 같은 것들이 존재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사실 그걸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사실 누군가가 가명으로 당대에 화제가 되는 드라마의 주인공 이름을 쓰는 경우는 흔하다. 그것은 애정의 표현일 수도 있고 그저 어떤 가명이라도 찾다가 문득 떠오른 이름일 수도 있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대통령과 길라임이라는 어쩌면 잘 어울려 보이지 않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라면 보다 중요한 일들에 이름을 올려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그 이름의 연관성보다 대통령에 붙은 길라임 같은 단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어떨까 실로 비애스럽다.

 

<더 케이투> 같은 드라마에서도 대통령의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 드라마에서는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게 실종되고 정치 쇼만을 일삼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많이 봤던 장면들이지만 요즘 들어서는 더더욱 시시한 느낌을 준다. 그것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들이 우리 눈앞에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걸 생생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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