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마프>에 망라된 노희경 작가의 작품 세계

 

워낙 대단한 작가라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노희경이라는 작가의 색깔이 원숙미까지 얹어져 이처럼 빛나는 작품이 있었던가. tvN <디어 마이 프렌즈>는 드라마 작가라면 꼭 한 번 써보고 싶지만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는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노희경 작가의 인생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디어 마이 프렌즈(사진출처:tvN)'

노희경 작가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노 작가는 멜로를 그려도 남녀 간의 사랑 그 이상의 인간애를 담는 작가다. 가족드라마를 해도 가족의 차원을 넘어 사회의 양태를 잡아내는 작가다. 그런 그에게 <디어 마이 프렌즈>는 거의 모든 것들이 망라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물론 어르신들의 삶이라는 굵직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는 가족의 이야기, 사랑, 우정 같은 우리가 한 평생을 살며 겪게 되는 거의 모든 경험들이 녹여져 있다. 희자(김혜자)와 정아(나문희)의 둘도 없는 우정, 정아와 남편 그리고 부모와 자식으로까지 얽힌 한 집안의 가족사, 희자와 성재(주현)의 노년에도 피어나는 사랑, 희자와 충남(윤여정)의 친자매 이상으로 느껴지는 자매애, 난희(고두심)와 영원(박원숙)의 우정, 난희와 완이(고현정)의 자매 같은 모녀 사이, 완이와 연하(조인성)와의 장애를 뛰어넘는 사랑, 게다가 노년을 맞아 갖게 된 치매나 암의 이야기까지...

 

생각해보라. 이 많은 이야기들이 이렇게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녹여져 있는 이 드라마의 면면들을. 그 중 한 가지 이야기만 갖고도 꽤 무거운 한 편의 드라마가 나올 것만 같은 무게감이다. 하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는 그렇게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노희경 작가는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입으로 꼭꼭 씹은 음식을 넣어주듯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들을 가볍게 건넨다.

 

그 각각의 소재들이 갖는 극적 상황들이 놀랍도록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면서도 전체를 꿰뚫는 일관된 주제의식을 놓지 않는다. ‘친구의 관점으로 들여다본 인생은 그 많은 아픔들을 긍정할 수 있을 만큼 따뜻하다. 드라마 곳곳에, 장애의 문제, 가부장제가 갖고 있는 폭력의 문제, 남녀 성차의 문제 등등 현실적 문제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들이 번뜩이지만 그 양상은 갈등을 갈등으로 풀어내기보다는 그것이 죽음이라는 인생의 극점을 전제하여 얻어지는 어떤 통찰들을 통해 해결점을 제시한다는 점도 놀랍다.

 

이런 작품은 결코 단기간에 쓰일 수 없는 것이고, 단지 머릿속으로 계산해서 그려질 수도 없는 것이다. 그건 오랜 세월 동안 작품을 해오고, 또 스스로도 많은 인생의 경험들을 쌓아오면서 갖게 된 진지한 궁구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디어 마이 프렌즈>를 감히 노희경 작가의 인생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이런 점들이 이 작품 하나에 망라된 느낌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작품이 가능했을까. 최근 tvN에서 유독 드라마 작가들의 많은 인생작(?)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그널>을 쓴 김은희 작가가 그렇고 <응답하라> 시리즈를 쓴 이우정 작가가 그러하며 <기억>의 김지우 작가 그리고 <디어 마이 프렌즈>의 노희경 작가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역작들을 연속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것일까. <미생><시그널>을 연속적으로 성공시킨 김원석 감독은 필자에게 잘 하는 것을 해보고 싶은 대로 끝까지 하게 내버려두는작가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얘기한 바 있다. 곱씹어볼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tvN, 수목도 드라마 해주면 안돼요?

 

수목에도 드라마 해주면 안돼요? 최근 들어 인터넷 드라마 관련 게시판이나 댓글란에 들어가 보면 tvN에 이런 요청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tvN은 현재 월화와 금토에 드라마 편성을 하고 있지만 수목에는 편성이 되어 있지 않다.

 

'또 오해영(사진출처:tvN)'

tvN이 애초에 수목을 피해 월화 금토에 편성한 데는 지상파 드라마들과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도 그럴 것이 수목은 지상파 드라마들의 자존심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지금은 월화에도 수목처럼 미니시리즈를 하는 지상파들도 많아졌지만 그래도 월화는 장편에 해당하는 대하사극이나 연속극들이 편성되기 일쑤였다. 장편이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16부작 전후로 되어 있는 미니시리즈가 완성도나 밀도가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러니 지상파 드라마의 어떤 성과를 이야기할 때 수목드라마에 대한 기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아무리 시청률과 화제성이 높아도 수목드라마의 성공이 주는 상징성이 훨씬 크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KBS가 그간 그토록 부진을 면치 못하다 <태양의 후예> 한 편으로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었던 데도 그 편성시간이 수목에 들어 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최근 지상파 드라마들은 월화는 물론이고 수목까지 그다지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는 드라마들을 내보이지 못하고 있다. 월화의 SBS <대박>, MBC <몬스터> 같은 대작이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밀리는 상황은 덩치만 컸지 이렇다 할 완성도와 작품성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목도 마찬가지다. KBS <국수의 신><태양의 후예>로 기대감이 높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청률 꼴찌에 화제성도 별로인데다, SBS <딴따라>는 따뜻한 드라마이긴 하지만 미지근한 느낌으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새로 시작한 MBC <운빨로맨스>는 기대는 컸지만 역시 그 기대를 충분히 채워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나오는 이야기다. tvN이 수목도 드라마를 해주면 안되냐고. 사실 월화에 편성된 <또 오해영>은 별반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이지만 의외로 대중들의 호평을 받으며 시청률 대박을 터트렸다. 최고 시청률 7.7%(닐슨 코리아). 케이블이라는 성격을 감안해 보면 이 정도의 성적은 지상파 드라마의 대박 성적에 버금가는 기록이다. 화제성 또한 높은 이 드라마는 연일 관련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정도면 tvN이 월화드라마 편성 시간대를 어느 정도는 확보했다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금토는 tvN 드라마의 황금시간대가 됐다. <시그널>에 이어 <기억>이 큰 호평을 받았고 이어지고 있는 <디어 마이 프렌즈> 역시 괜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tvN 금토드라마의 특징은 시청률에 집착하기보다는 일정한 완성도의 성취를 가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시간대의 tvN드라마는 지금 현재 전체 드라마 지형도를 바꾸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접한 시청자들은 이제 그저 감안하고 봐왔던 지상파 드라마에 대한 눈높이 또한 높이고 있다.

 

이런 요청이 말해주는 것처럼, 만일 실제로 tvN이 수목드라마 대결에 동참하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런 요청이 그저 목소리만 아니라 실제로 이뤄지길 기대하는 까닭은 그것이 지상파 드라마들까지를 포함해 드라마 전체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높여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강호동을 위한 심폐소생술, 효과가 나는 까닭

 

강호동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지금껏 지상파들이 그토록 시도해왔지만 좀체 빛을 보지 못했던 강호동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강호동은 아주 조금씩 새로운 예능 트렌드 속에서 자연스러워지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예전의 야생(?)까지 되찾아가고 있다. 그 진원지는 의미심장하게도 tvN <신서유기>JTBC <아는 형님>이다.

 


'신서유기2(사진출처:tvN)'

<신서유기>에서 강호동은 예전 <12> 멤버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훨씬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상파에서 보였던 너무 주눅 든 모습이나 너무 과해서 지금의 예능 트렌드와 어울리지 않아보였던 강호동이 아닌가. 하지만 <신서유기>에서는 그런 강호동이 옛날 사람으로 희화화되거나 참다 참다 못해 폭발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안재현 같은 예능 초보에게도 위로를 받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런 모습이 지상파에서도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신서유기2>에서 강호동은 이 모든 모습들을 마치 자신의 모습이라고 인정하는 듯한 편안함이 엿보인다. 즉 이전에는 어떤 한 캐릭터를 마치 강박을 갖고 보여주려 했다면, 지금은 자연스럽게 상황에 따라 나오는 이런 저런 캐릭터들을 그대로 내버려둔 채 보여주고 있는 것. 자연스러움이 있는 강호동과 그렇지 않은 강호동의 모습은 확실히 다르게 다가온다.

 

<아는 형님>은 강호동에게 일종의 예능 훈련소가 되어준 느낌이다. 특별한 형식을 아예 정해놓지 않고 웃음이라는 목표를 향해 다양한 형식들을 실험해온 <아는 형님>은 최근 들어 근본 없는 개그로 주목받고 있다. 대본도 없이 게스트를 출연시켜 놓고 아무렇게나 드립을 쳐대는 이 코너는 한 마디로 빵빵 터진다. 대본이 없으니 즉흥적인 순발력을 발휘해야 하고 그 애드립이 괜찮으면 출연자들의 호평을 받지만 그렇지 못하면 즉각적으로 뺨을 맞는 등 응당의 대가를 받는다.

 

상황극 속에서 자유롭게 던져지는 애드립들은 강호동에게 을 강화시켜주는 힘이 되어준다. 물론 늘 기발한 드립을 치지는 못하지만 그럴 때마다 다른 출연자들이나 자막이 일제히 강호동을 공격해주기 때문에 그것조차 하나의 웃음이 된다. 이런 틀 안에서는 민경훈처럼 예능 초보도 조금씩 나아지고 성장하는 모습만으로도 큰 웃음을 주는 존재로 탄생될 수 있다. 하물며 프로라고 할 수 있는 강호동이니 그가 살아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흥미로운 건 이 두 프로그램의 수장들이 과거 강호동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두 PD라는 점이다. <신서유기>의 나영석 PD는 과거 강호동과 함께 <12>의 최전성기를 구가했고, <아는 형님>의 여운혁 PD는 역시 강호동과 <무릎팍도사> 같은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명장들이다. 게다가 이 두 PD는 현재 예능에 있어서 그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tvNJTBC 예능을 주도해온 인물들이기도 하다.

 

역시 예능 프로그램은 누가 출연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누가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걸 강호동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영석 PD와 여운혁 PD가 해내고 있는 강호동의 심폐소생술’. 그것이 이렇게 효과를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는 좀 더 자연스러워지고 편안해진 강호동의 모습을 기대해도 될 듯 싶다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드라마 혈전, 시청자들에겐 복

 

명품드라마를 넘어 인생의 드라마라고까지 얘기됐던 <시그널> 효과였던가. <시그널>이 끝나자 tvN 드라마들 거침없던 질주는 주춤해진 느낌이다. 그 바톤을 이어받은 <기억>3.8% 시청률(닐슨 코리아)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2.9%까지 떨어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치즈 인 더 트랩>tvN 월화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6.8%까지 시청률을 냈던 것에 비해 그 바톤을 이어받은 <피리부는 사나이>3.3%에서 시작해서 1.4%까지 곤두박질쳤다.

 


'대박(사진출처:SBS)'

<시그널><치즈 인 더 트랩>의 놀라운 선전, 또 지난해 주목받은 <두번째 스무살><오 나의 귀신님> 같은 작품들을 떠올려보면 이제 tvN 드라마는 지상파를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한 채널의 드라마의 위상은 한두 드라마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일관된 흐름이 있어야 비로소 만들어지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기억><피리부는 사나이>의 성적은 아쉽다.

 

물론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라는 걸 잘 보여주는 드라마가 <기억>이다. 이 드라마는 완성도와 디테일이 놀랍고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메시지도 상당히 진중하다. 최근 들어 이만큼의 성취도를 보여주는 드라마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한 채널의 드라마가 제대로 존재를 드러내려면 대중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기억>은 아쉬운 작품이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어울리는 작품이다. 드라마가 갖고 있는 현실적인 정서 같은 것들이 이 작품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날아다니는 상황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게 현실적이란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몰입시키지 못하고 있다. 볼거리가 아닌 정서적인 몰입이 드라마의 관건이라는 점을 두고 보면 <피리부는 사나이>의 추락은 당연해 보인다.

 

tvN 드라마처럼 비지상파의 약진 때문에 지상파가 위기감을 느낀 건 분명하다. 이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지상파 주말드라마들의 토요일 시청률은 뚝 떨어졌다가 일요일에는 다시 오르는 이른바 퐁당퐁당(?)’ 시청률이다. 김수현 작가의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의 시청률표를 보면 <시그널>의 영향이 얼마나 극적인가를 잘 확인할 수 있다. <그래 그런거야><시그널>이 방영됐던 토요일 시청률에서는 뚝 떨어졌지만 일요일 시청률에 피치를 올리면서 서서히 회복했다. <시그널>이 끝난 후 <그래 그런거야>는 이제 10% 시청률을 넘겼다. 물론 여기에는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봄철의 토요일이 지상파 콘텐츠들에게는 춘궁기가 된다는 요인도 섞여 있지만 tvN 드라마들의 약진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하지만 <시그널> 종영 후 주춤하는 사이, 지상파 드라마들이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KBS <태양의 후예>가 주중드라마로서는 예외적으로 30% 시청률을 훌쩍 넘겨버렸고, 월화드라마들의 대전이 새롭게 시작되면서 새삼 지상파 드라마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연달아 사극을 편성한 SBS <대박>과 박신양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그리고 <대조영>에서부터 <자이언트>, <기황후> 같은 대작드라마로 기대감을 한껏 높이는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50부작 <몬스터>가 동시에 시작되는 것.

 

최근의 이런 드라마 라인업들은 지상파 드라마들의 반격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화려해졌다. 물론 tvN 드라마들이 가진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높은 완성도의 장르 드라마들이 늘 비슷비슷한 소재와 장르들만 반복해온 것처럼 여겨지는 지상파드라마와 비교되며 긍정적인 성취를 거두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맞대응하듯 지상파드라마들 역시 기대할만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건 시청자들로서는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런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혈전은 우리네 드라마의 체질을 더 튼튼하게 해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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