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훌륭’, 강형욱이 그건 자율이 아닌 방임이라 한 까닭
“방임해서 키우고 있다는 거예요.” KBS <개는 훌륭하다’에서 외부인을 공격하는 보더콜리 뚱이에게 ‘자율’이라며 점심 후 개들이 마음껏 산에서 뛰어 놀게 한다는 견주에게 강형욱은 그렇게 말했다. 그건 자율이 아니라 방임이라는 것.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자율이라고는 해도 차를 보면 마치 양떼를 몰던 그 습성이 그대로 튀어나온 듯 타이어를 향해 돌진하고, 외부인을 공격하며, 산으로 들어가서는 불러도 돌아오지 않아 견주가 찾아다녀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뚱이는 그렇게 ‘자율(?)’ 산책을 하고 돌아온 어느 날 다리를 다쳐 수술까지 받아야 했었다.
왜 다쳐서 돌아왔을 것 같냐는 질문에 견주는 “싸워서?”라고 추측했지만 강형욱의 답변은 단호했다. “보호자님이 풀어줘서”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그건 억울한 피해자가 아닌 “예견된 사건”이었다는 것.
물론 견주의 생각은 나름 이유가 있었다. 마음껏 자연 속에서 뛰어놀게 하고픈 마음이 있었다는 거였다. 강형욱은 도시에서도 그렇게 뛰지 않고 지내는 보더콜리가 있다고 했지만, 견주는 그런 개들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견주 가족은 풀어놓는 것이 개들의 자유를 위해 좋은 거라고 여기고 있었지만 강형욱은 거꾸로였다. 풀어놓은 것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그는 강변했다.
그 말을 납득하지 못하는 견주 가족에게 강형욱은 반대로 생각해보라고 했다. “내 개가 누구를 물고 다닐 수도 있다”는 상황을 이야기했다. “만약에 풀어놓은 개가 여기로 와서 문지(개 이름)를 물면 마음이 어떨 것 같아요? 그러다 아빠가 도와주려고 삽자루 들고 가서 탁 쳐서 그 친구가 어디 다쳐서 도망갔어요. 그러면 그 주인이 어떤 나쁜 놈이 내 개를 때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그건 자신들이 키우는 개를 소중히 여기고 그래서 자유를 부여하려 할 정도라면, 역지사지로 그 자유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보라는 강형욱의 조언이었다. 견주의 어머니는 교육을 통해 영역을 벗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다른 개들보다 영리한 개들이라며. 하지만 거기에도 강형욱은 단호했다.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울타리를 반드시 쳐야 하고 산책에는 반드시 목줄을 함으로써 통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 강형욱의 솔루션이었다.
타인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뚱이는 역시 영리한 개인 것만은 분명했다. 강형욱 앞에서는 덤비지 않는 것처럼 보이다가 뒷모습을 보이면 달려드는 행동양식을 보였다. 또한 자율운동이 많다보니 규칙을 배우는 걸 힘들어했다. 하지만 강형욱의 지도로 뚱이는 조금씩 규칙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타인이 와도 기다리라는 주인의 말에 기다리는 모습을 금세 보일 정도로.
아마도 도시에서 아파트에 살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견주들이라면 이 집의 보더콜리처럼 마음껏 뛰노는 그 모습이 어떤 로망처럼 여겨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형욱이 강조한 건 그런 자율이 아니라 분명한 통제가 되는 상황 하에서 반려견과 사람들이 나름의 관계를 통해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것은 반려견인 이상 야생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반려견은 이제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가족이 되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지칭 때문인지 우리는 가끔 반려견을 사람처럼 대하려 하기도 한다. 우리의 감정을 우리 식대로 이입하고 해석하려 한다. 하지만 강형욱이 강조한 건 가족이긴 하지만 반려견은 우리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저들의 언어를 이해해야 하고 무한한 자율이 아닌 통제를 통한 사회화가 전제되어야 반려견은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강형욱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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