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여전히 구수한 나훈아, 올 추석 최고의 선물이 됐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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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구수한 나훈아, 올 추석 최고의 선물이 됐다

D.H.Jung 2020. 10. 1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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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나훈아도 대한민국도 어게인

 

역시 나훈아였다. 그간 10년 넘게 대중들의 눈에 띠지 않았던 나훈아가 아닌가. 그래서 '신비주의'라는 얘기가 나왔고 심지어 뇌경색까지 겪어 걸음도 잘 못 걷는다는 루머까지 돌았다. 하지만 돌아온 나훈아는 10년 전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는 건재한 모습을 보여줬다. 화려한 무대, 변함없이 듣는 이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따뜻한 온기를 담아 위로로 전해지는 구수한 입담까지.

 

KBS가 추석을 맞아 마련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코로나 시국이 오히려 끄집어낸 신박한 기획이 아닐 수 없었다. 올 한 해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힘겨운 상황을 겪고 있지만, 대중문화에서 트로트는 신드롬이 생길 정도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어쩌면 코로나 시국이어서 더더욱 트로트가 끄집어내는 아련한 옛 기억들이 더욱 새록새록 피어났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훈아의 이번 공연은 더더욱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10년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방송은 거의 15년만이었다. 그러니 그의 '복귀 무대'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훈아에게 동기를 부여한 건 코로나 시국으로 지친 대중들의 마음을 노래로 위로해준다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이 아니었을까.

 

그간 관객들과 호흡하고 울며 웃으며 공연을 해왔던 나훈아가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공연을 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이 기획은 상징성이 있었다. 공연 중 그는 그래서 공연 중 눈도 쳐다보고 손도 잡아보고 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하는 공연의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비대면 공연을 하게 된 이유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코로나와 싸우는 의사, 간호사 같은 영웅들이 있다는 것. 그 분들을 위해 "젖 먹던 힘을 내서 열심히" 그는 노래했다. 또 어려울 때마다 남다른 국민의식을 보여주는 대중들을 칭찬하고 위로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1등 국민"이라고 한 그는 코로나도 분명히 이길 수 있다고 했고 그래서 이 콘서트의 제목을 <대한민국 어게인>이라 붙였다고 말했다.

 

3부로 나눠져 1부 고향 2부 사랑 3부 인생이라는 주제로 구성된 점도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특별해진 이유였다. 추석에 걸맞는 오프닝으로서 '고향'을 먼저 끄집어냈고, 사랑노래에 담아낸 대중들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 그리고 노래에 대한 사랑을 그는 노래했다. 그리고 인생을 이야기했다. 어려움이 있어도 노래 한 자락으로 이겨내고 나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네 인생이라는 걸 그는 무대를 통해 보여줬다.

 

오래도록 대중들 앞에 서지 않아서 가질 수밖에 없는 궁금증에 대한 많은 이야기도 나눴다. 신비주의가 아니라 그간의 공백은 가수로서 계속 꿈꾸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했고, 세월이 속절없이 흘러가도 우리는 거기 끌려가기보다는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야 한다는 인생의 무게가 담긴 이야기도 꺼내 놨다.

 

무려 29%(닐슨 코리아)로 시청률은 폭발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단 한 번 다시보기 없이 방영되는 공연이라는 점과, 10년을 넘게 그를 기다려온 관객들, 마침 추석이라는 시즌과 코로나19로 인해 더더욱 갈증을 갖게 된 그의 공연 등등. 아마도 추석 특집으로 기획된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역대급으로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도 나훈아도 '어게인'을 외치게 되는.(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