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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월의 청춘’, 청춘 멜로로 풀어낸 시대의 아픔
    동그란 세상 2021. 6. 1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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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 청춘 멜로로 그려낸 5.18 광주

     

    청춘 멜로와 5.18 광주. 어딘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KBS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풋풋한 청춘들이 어떻게 그 시대의 아픔 앞에 고통 받았는가를 멜로의 틀로 그려낸다. 그간 5.18을 담았던 콘텐츠들과 이 드라마는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을까.

    오월의 청춘

    <오월의 청춘>, 80년 광주라는 시공간이 만든 무게감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부모가 강제로 시키려는 정략결혼 앞에 헤어질 수밖에 없는 청춘 남녀... KBS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그 액면만 보면 전형적인 청춘 멜로, 아니 다소 상투적으로까지 보이는 옛날 멜로처럼 보인다.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부터가 그렇다. 누구나 선망할만한 서울대 의대 졸업반이지만 대학가요제에 나가기 위해 휴학을 하고 있는 황희태(이도현)는 어딘지 반항기가 있어 보이는 현대판 왕자님 같은 캐릭터다. 신군부와 줄을 대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보안부대 대공수사과 과장 황기남(오만석)의 혼외자식인 그는, 막강한 권력과 부를 갖고 있는 집안의 아들이지만 어딘지 아버지를 못마땅하게 여겨 엇나가는 남자 주인공이다. 반면 고등학교 때 절친 이수련(금새록)과 학교 재단의 비리에 맞섰다가 아버지의 알 수 없는 강권으로 자퇴서를 낸 후 홀로 노력해 간호사가 된 김명희(고민시)는 현대판 신데렐라 같다. 그는 그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간호사가 됐고, 이제 유학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알고 보면 황기남과 김명희의 아버지 김현철(김원해)은 과거 악연을 가진 인물들이다. 김현철의 아버지가 빨치산이었다는 이유로 황기남이 그를 연좌제로 몰아 지금껏 핍박해온 것. 그러니 원수지간인 아버지들 사이에 선 황희태와 김명희의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만만찮은 장벽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다소 익숙하고 심지어 옛날 멜로처럼 보이는 남녀 관계의 설정을 갖고 있지만 <오월의 청춘>은 그 시공간을 80년 광주로 삼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 모든 설정들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해 5월 광주에서 있었던 아픈 시대적 비극들이 이 뻔해 보이는 청춘 멜로에 어떤 ‘절박한 정서’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이들은 너무나 풋풋하게 만나 알아가고 사랑하게 되지만, 그럴수록 이들 앞에 닥칠 거대한 비극이 눈에 밟힌다. 황기남은 마치 당시 광주를 군홧발로 짓밟은 신군부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다. 그가 황희태를 김명희로부터 갈라놓고 대신 이수련과 정략결혼을 시키려 하는 모습이나, 이를 통해 사실상 이수련 아버지가 운영해온 사업체를 강탈하려는 이야기는 신군부가 당시 저질렀던 폭력들을 그대로 닮아 있다. 그래서 이 뻔해 보이는 청춘 멜로는 80년 5월 광주라는 시공간을 가져옴으로써 시대적 비극이라는 무게감을 얻게 된다. 굳이 전면적으로 당시 신군부에 의해 저질러진 폭력들이 등장하지 않아도, 이 청춘들이 겪는 아픔 속에 시대성이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 5.18 민주화운동을 멜로로도 다룰 수 있게 된 건

    <오월의 청춘>에 대해서 송민엽 PD는 “1980년 광주를 배경으로 당시 젊은이들이 사랑하고 슬퍼하고 미워하는, 보편적인 감정을 그린 드라마”라며 “특정한 사건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봐 달라”고 설명한 바 있다. 즉 5.18 민주화운동을 전면적으로 다룬 시대극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청춘남녀의 멜로에 더 집중했다는 뜻이다. 물론 그렇다고 5.18 민주화운동의 이야기를 피하고 있는 드라마도 아니다. 황희태가 의대생이고 김명희가 간호사라는 설정이나, 황희태의 대학친구로 계엄군이 되어 광주로 투입될 김경수(권영찬) 같은 인물 그리고 김명희의 절친인 이수련 역시 독재 타도를 외치는 대학생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이야기가 80년 광주의 아픔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준다. 다만 당시 시대상을 청춘남녀의 아픈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낸다는 게 다를 뿐이다. 

     

    그런데 이 지점은 이제 우리가 5,18 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에 비해 훨씬 유연해졌다는 걸 말해준다. 사실 5.18 민주화운동이 지상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진 건 1995년부터다. 당시 SBS에서 방영되어 ‘귀가시계’로 불리기도 했던 <모래시계>가 바로 그 장본인이었다. 이 드라마는 놀랍게도 당시까지만 해도 금기시 됐던 광주 민주화운동의 실제 영상들을 드라마 속에 그대로 담아 전해주었다. 최고시청률 65.7%를 기록했던 이 드라마는 SBS의 창사특집으로 방영되며 이 방송사의 위상을 단번에 높였고, 그 해의 백상예술대상은 TV부문 대상을 비롯해 작품상, 연출상, 남자 최우수연기상, 극본상, 남자 신인연기상을 모두 <모래시계>에 안겼다. 1995년 <모래시계>가 이런 파격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건, 1993년 들어선 문민정부 김영삼 정권이 추구했던 역사 바로 세우기로 전두환과 노태우 전직 두 대통령이 법정에 서게 된 일과 무관하지 않았다. <모래시계> 이후, 광주 민주화운동을 담은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꽃잎(1996)>, <박하사탕(1999)>, <화려한 휴가(2007)>, <26년(2012)>, <택시운전사(2017)> 같은 작품들이 그 사례다. <오월의 청춘> 같은 드라마가 이제 청춘 멜로라는 장르로 80년 광주를 다룰 정도로 유연해질 수 있게 된 건, 이처럼 시대 변화에 따라 5.18 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이를 투영한 많은 콘텐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화 운동, 이제는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기 시작하다

    사실 90년대는 물론이고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치열함은 그 시대적 비극을 엄밀한 시대극의 틀 이외의 다양한 장르가 품을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오월의 청춘>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들이 민주화 운동의 풍경들을 담아내고 있다. 지난해 방영됐던 tvN <화양연화>는 단적인 사례다. 최루탄에 의해 뿌연 연기가 퍼지고 깨진 돌들이 흩뿌려진 80년대 대학가의 익숙한 풍경으로 시작하는 이 드라마는 딩대 민주화 투쟁을 했던 청춘들이 이제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나고 그 때의 순수했던 열정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멜로로 그려냈다. 놀라운 건 당대에는 죽고 사는 절박한 문제였던 민주화 운동의 살풍경이, 2020년에 되돌아보는 시점에 의해 아련한 ‘추억’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로 보여 진다는 점이다. 물론 상처의 깊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시대적 아픔조차 한참을 지나 돌아보면 아련한 그리움으로 채색되기 마련인 기억의 마법이 작용한 탓이다. 복고는 이렇게 민주화 운동까지 하나의 향수 가득한 광경으로 품어낸다. <오월의 청춘>이 80년대라는 아날로그적인 시공간을 복고로 담아내듯이. 

     

    현재 방영되고 있는 JTBC 금토드라마 <언더커버> 역시 민주화운동을 청춘 멜로와 스릴러 장르로 담아낸다. 이 드라마는 민주화운동을 하는 대학생을 검거하기 위해 프락치로 접근했다가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된 안기부요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여인과 가족을 꾸려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아내가 공수처장이 되면서 그를 막으려는 국정원의 공작에 의해 정체가 드러나게 되면서 위기에 처한 한 남자의 고군분투가 그 내용이다. 흥미로운 건 <언더커버>가 BBC 원작 드라마라는 점이다. 즉 리메이크 과정에서 우리 식의 이야기로 풀어내기 위해 80년대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 결과적으로 보면 이런 선택은 이 작품이 리메이크작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로컬 정서를 담아내는데 효과적이었다.

     

    <오월의 청춘>은 이처럼 민주화운동이 보다 유연하게 다양한 장르들과 결합하기 시작한 지금의 달라진 시대 정서를 잘 보여주는 드라마다. 청춘 멜로로 풀어내고 있지만, 이들의 순수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앞으로 닥쳐올 5.18의 비극성이 더해진다. 물론 너무 익숙한 청춘멜로의 틀이 갖는 한계는 분명하지만, 시대성이 이 흔한 멜로를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글:매일신문,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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