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이 본 예능의 미래

 

미래의 예능은 어떤 형태일까. 어찌 미래를 점칠 수 있겠냐마는 때론 현재의 징후가 미래를 살짝 먼저 보여주기도 한다. <런닝맨>의 ‘미래 딱지’가 등장한 ‘미래를 보는 자’ 특집 편이 그렇다. 사실 예능의 리얼 게임에서 ‘미래를 봄으로써 현재를 바꾼다’는 것은 지금껏 시도할 수 없었던 불가능의 영역처럼 여겨졌다. <런닝맨>이 제 아무리 기존 영상 콘텐츠의 장르들, 예를 들어 멜로에서 액션, 미스테리, 추리 등등을 잘 흡수했다고 해도 SF는 무리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리얼 게임에서 미래란 늘 물음표의 영역에 남아있기 마련이다.

 

'런닝맨'(사진출처:SBS)

하지만 ‘미래를 본다’는 설정이 가능한 것은 <런닝맨>이 가진 게임쇼적인 속성, 즉 리얼과 버라이어티의 절묘한 지점 덕분이다. 게임은 가상의 놀이이면서 그 과정과 결과는 리얼이다. 즉 게임의 룰과 구성은 가상일 수 있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과정은 실제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은 룰을 어떻게 구성하고 짜느냐에 따라서 게임은 전혀 다른 스토리텔링을 할 수가 있다. 거기에는 리얼한 상황도 있지만 룰에 의해 지켜지는 상황극적인 요소도 있게 마련이다.

 

<무한도전>이 처음 이 게임쇼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거기에 확고한 캐릭터들이 있고, 그들이 새로운 상황(게임적인)에 언제든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호 PD는 이들에게 때론 유아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예를 들면 돈 가방을 갖고 튀는 설정 같은)을 부여하고, 그들이 보이는 지나칠 정도로 승부에 집착하는 진지함을 포착함으로써 그 게임이 주는 긴박감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사소한 게임에 목숨을 거는 데서 발생하는 웃음을 만들어냈다.

 

<런닝맨>은 <무한도전>에서 이 한 곁가지를 가져와 새로운 하나의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역시 여행이라는 아이템을 가져와 하나의 영역을 구축한 <1박2일>이 하는 게임이 조금은 단순하고 촌스러운(바로 그것이 <1박2일>만의 맛이다) 느낌을 준다면 <런닝맨>은 대단히 세련되고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1박2일>이 복불복 게임에 집착하게 되면 그 본분인 여행지 소개가 빠져있다는 비판을 받지만, <런닝맨>은 거꾸로다. 오히려 게임 그 자체가 식상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진화시켜야 생존할 수 있다. ‘미래를 보는 자’ 같은 과감한 시도가 가능한 것은 그 때문이다.

 

<런닝맨>이 미래 예능의 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은 그것이 원형적인 게임의 형태를 그대로 갖고 있지만 그 스토리텔링은 끝없이 변주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미래를 보는 자’의 미래 딱지는 사실 액면으로 보면, 게임에서 죽어도 한 번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아이템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미 죽은 자가 미래 딱지를 바닥에 던지며 “미래를 보는 자!”를 외침으로써 그 상황이 미래로 바뀌어 다시 반복되는 장면으로 연출되자 이 게임쇼는 전혀 다른 스토리텔링을 구현한다. SF적인 장르적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

 

사실 게임이란 아주 오래 전부터 원초적인 형태로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온 것들이다. 마치 달리기나 술래잡기, 보물찾기처럼. 하지만 여기에 카메라의 트릭과 캐릭터들의 룰에 입각한 상황극, 그리고 리얼한 반응이 엮어지면 사실상 무한한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결국 대중들이 즐기는 것은 원형적인 게임이 주는 놀이의 긴박감보다는 바로 이 스토리텔링이 주는 묘미라고 할 수 있다. 같은 것이라도 어떻게 다른 형태로 보여주느냐에 미래의 예능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런닝맨>의 ‘미래를 보는 자’는 이미 초능력자 특집에서 그 전조를 보인 적이 있다. RPG형의 캐릭터쇼가 가능한 이 게임 형태는 그러나 ‘미래를 보는 자’를 통해 좀 더 구체화된 느낌이다. ‘미래를 본 자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설정으로 일종의 업보(?) 상황으로 아줌마 부대가 달려들고, 안대를 착용한 채 이상한 곳으로 끌려가며, 때로는 서로의 이름표가 바뀌는 상황은, 이 ‘죽어도 다시 사는’ 단순한 설정을 ‘미래를 보는 자’로 스토리텔링함으로써 더 나아간 진화의 산물이자 덤이다.

 

세상에 새로운 게임이 없듯 새로운 예능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방식으로 스토리텔링 하는 게임이 있고 예능이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런닝맨>은 그 끝없는 스토리텔링의 진화를 통해 우리에게 예능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당장의 다소 낯설고 어려운 지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미래의 어느 날 우리가 <런닝맨>의 영상을 보게 된다면 어떨까. 어쩌면 미래의 그들에게 웃음을 주는 예능의 원류를 거기서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300회 특집이 보여준 <무도>의 진심

 

"지금은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든든하겠지만 나 때문에 너희들의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유재석의 이 한 마디 속에는 그가 얼마나 후배들과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 애정을 갖고 있는가가 들어있었다. 지금은 함께 방송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자신이 아닌 후배들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프로그램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하하나 노홍철 같은 후배들이 남아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가기를 바란다는 것.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 말은 또한 유재석이 왜 최고의 위치에 있는가를 확인시켜 준 한 마디이기도 했다. 지금 현재 정상의 위치에 서 있지만 늘 제 자리로 내려올 것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 그의 겸손과 배려와 노력의 원천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 여겨진다. 늘 원래 있던 자리를 잊지 않고 결국은 그 자리로 올 것을 직시하는 태도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유재석은 그것을 부정하는 하하와 노홍철에게 "그런 날은 반드시 온다"고 담담히 말했다.

 

또 그가 담배를 끊은 것에 대해 하하가 "형이 점점 무서워진다"며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슈퍼맨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유재석은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다른 걸 할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꼬리잡기’편을 할 때 최소한 상대방하고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해야 재미가 있는데 그게 힘들었다는 것.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얘기다.

 

멤버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유재석의 배려는 노홍철과 하하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노홍철이 처음 <무한도전>을 할 때 컨디션을 북돋아주고 원활하게 녹화를 하려고 촬영을 하지 않을 때도 아무런 대가 없이 아무 이유 없이 유재석이 그를 배려해줬다는 것. 심지어 매니저가 없는 노홍철을 위해 직접 운전을 해주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때 왜 그랬냐는 질문에 유재석은 머쓱한 표정으로 “그냥 좋으니까 그랬겠지. 좋으니까”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에서의 멤버들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을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다.

 

사실 <무한도전>은 지금껏 그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그것은 아마도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웃음을 주겠다는 그 본분에 충실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300회 특집은 지금껏 잘 드러내지 않던 <무한도전>의 진심을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악역을 도맡아하지만 길에게 “우리가 다 같이 한 건데 왜 네가 혼자 책임을 지냐”고 얘기할 정도로 따뜻함을 보여준 박명수, 바보 역할이 굳어져버렸지만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소박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 정준하, <무한도전>이 없어질 것 같은 불안감을 토로하면서 그러면 자신의 존재도 사라질 것 같다는 정형돈까지. 그간 웃음 뒤에 숨길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맨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유재석이 있었다. 정준하가 길에게 얘기한 것처럼 결코 <무한도전>은 쉬운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무한도전>에 대한 애정은 하하의 말처럼 ‘슈퍼맨’이라도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을 하기 위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담담히 말하는 그 성실성과, 함께 하는 멤버들을 위해서는 아무런 대가없이 진심으로 좋아해주고 위해주는 그 융화력, 그리고 무엇보다 정상의 위치에서조차 늘 끝을 염두에 두는 그 겸손과 배려가 있었기에 <무한도전>이 지금껏 7년 간을 도전해올 수 있었을 것이다. 300회 특집은 그간 잘 드러내지 않았던 <무한도전> 멤버들의 진심과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위탄3>, 리틀 임재범 탄생이 의미하는 것

 

단 몇 분의 등장이었지만 리틀 임재범 한동근의 파괴력은 <위대한 탄생3(이하 위탄3)>의 부활을 예고하게 만들었다. 어딘지 강렬한 외모에 간질을 앓고 있다는 사연을 담담하고 밝게 밝힌 한동근은 바비킴의 ‘사랑 그 놈’을 부르며 심사위원들을 매료시켰다. 오디션 무대였지만 이례적으로 김태원은 한동근에게 즉석에서 ‘데스페라도’를 불러보라고 사실상의 노래 신청(?)을 하기도 했다.

 

'위대한 탄생3'(사진출처:MBC)

김태원은 ‘자신이 노래를 잘 하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을 찾고 있다며 그게 바로 그대라고 극찬했고, 용감한 형제는 ‘리틀 임재범’을 보는 것 같았다고 그를 추켜세웠다. 그런 극찬에 대해 정작 한동근은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멘토들의 진심어린 칭찬에 절을 하는 모습을 보였고, 마치 황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시골청년 같은 순박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고의 노래 퍼포먼스와 때 묻지 않은 순박함. 이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를 만들어내는 핵심이다. 원석을 발굴해내는 오디션의 장은 아마추어의 태도를 보이지만 실력만큼은 기성 가수를 넘어서는 그 반전의 무대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김태원의 ‘자신이 노래를 잘 하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그가 얼마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결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는 바로 한동근 같은 숨은 실력자들이 발견해내는 것이다. 소울 가득한 보이스의 매력을 보여주어 김태원으로부터 “<위대한 탄생>에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극찬을 들은 이형은도 마찬가지다. 경북 영주에서 올라온 시골 소녀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픽시 로트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소울 가득한 반전을 보여주었다. 버스커버스커 김형태의 사촌형인 김보선 역시 보기와 다르게 자작곡 ‘뭐라고’를 불러 싱어 송 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런 원석이 발견됐을 때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출해내느냐 하는 것이다. <위탄> 시즌2는 시즌1에서 이미 드러난 형식을 반복함으로써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출연자들보다 정작 멘토들이 더 부각된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었다. 출연자가 잘 부각되지 않고 ‘가르치는’ 멘토들만 보이니 프로그램이 너무 교조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다. <위탄> 시즌2에 대한 대중들의 혹평은 그들이 보고 싶은 원석의 반전 무대는 차치하고 멘토들의 ‘가르침’에 집중되는 잘못된 연출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그런 점에서 <위탄3>의 변화는 꽤 적절해 보인다. 먼저 무대의 긴장감을 세우기 위해 마련된 40초 동안 서서히 닫혀버리는 ‘합격의 문’이라는 새로운 장치가 눈에 띈다. ‘합격의 문’은 그러나 단지 긴장감을 위한 목적만을 가진 게 아니다. 참가자의 노래에 대한 심사위원과 시청자들 사이의 공감을 확인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닫혀가는 문과 참가자의 실력을 느끼는 시청자들, 그리고 그 문을 열거나 닫는 심사위원의 행위가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멘토 구성과 멘토 각자가 가진 심사기준의 차이 역시 적절해 보인다. 김태원이 매력적인 보이스와 가능성을 찾는다면, 김연우는 좀 더 가창력(기술)을 바라보는 쪽이고, 뮤지컬 가수인 김소현이 진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용감한 형제는 끼와 스타성을 보는 식이다. 이렇게 각각 다른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부딪침도 생기지만 바로 그 점이 <위탄3>만의 차별화된 오디션을 만들어준다. 김태원과 의견대립을 보이는 용감한 형제가 결국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김태원이 가능성을 본 참가자를 떨어뜨리는 모습은 그래서 향후 멘토제로 이어질 경연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물론 이제 첫 발일 뿐이다. 어쩌면 첫 회이기 때문에 주목받을 만한 참가자들을 전면에 배치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이어질 몇 회분의 오디션 무대가 지나야 <위탄3>의 가능성을 제대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몇 분 간 등장한 리틀 임재범 한동근이 남긴 여운은 <위탄3>가 제대로 첫 발을 잘 내디뎠다는 것을 말해준다. 과연 <위탄3>는 이 기대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 것인가.

없으면 더 열심히, <라스>의 비결

 

MBC 김재철 사장의 강호동은 돼도 김구라는 안 된다는 이야기 때문이었을까. <라디오스타>의 멘트 하나 자막 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상해 공연에서 마지막 비행기를 못 타서 당일 첫 비행기를 타고 오는 중이라 자리를 비운 규현을 두고 다른 MC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윤종신은 “더 이상 집나가는 형제 있으면 안 되는데.. 예전에는 살짝 비기만 해도 이상했는데.”라고 운을 띄우자, 유세윤이 받아서 “이 자리가 어쨌든 규현이만의 자리는 아니잖아요.”라고 농담을 했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그 주고받는 농담 속에 ‘열린 자리’라는 깨알 같은 자막이 들어가 웃음을 주었고, 유세윤은 규현의 빈 자리에 대고 마치 그가 있는 것처럼 “상해 클럽 갔다며. 어 진짜로? 3명이랑?”이라고 말하며 장난을 쳤다. 이것은 <라디오스타>가 빈 자리가 생겼을 때 대하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서로의 방송분량 경쟁이 하나의 설정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들은 누군가의 빈 자리를 환영하는 모습으로 장난으로 친다.

 

물론 심각한 사안으로 MC가 하차하게 됐을 때는 조금 진지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다고 그 장난이 멈추지는 않는다. 신정환이 하차했을 때도 <라디오스타>의 MC들은 서슴없이 그의 이야기를 도마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또 김구라가 빠졌을 때는 그를 <라디오스타>의 사실상 멘토로 대하면서 그의 분신(인형)을 꺼내놓고는 늘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규현이 주로 그랬다). 이것은 <라디오스타>가 김구라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누군가 자리를 비울 때 그를 깎아내리고 때로는 독설을 하는 건 <라디오스타>가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것은 김구라의 방식이기도 했다. 그는 뜬금없이 양배추(조세호)의 이름을 들먹이며 그를 웃음의 재료로 쓰기도 하고 염경환을 호명해서 깎아내리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 이들의 이름을 프로그램에서 꺼내놓는 것은 그 내용이 어떻든 그 자체로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악플보다 힘든 게 무플이 아닌가.

 

김구라가 tvN의 <택시>로 복귀하면서 많은 이들이 <라디오스타>에서 그의 모습을 다시 보기를 바라게 되었다. 물론 과거 잘못된 발언으로 인해 잠정하차하고 자숙의 기간을 가졌지만, 많은 이들이 그가 다시 열심히 방송에 임하는 모습을 보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것은 어두웠던 과거가 어떻든, 현재에 그가 많은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구라는 김재철 사장의 발언에 대해 서운함을 표현하면서도 이해한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대중들의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어쨌든 <라디오스타>만큼 MC들이 갑자기 빠져나가고 새롭게 채워진 토크쇼도 없을 법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라디오스타>가 굳건히 버텨낼 수 있었던 데는 어떤 비결이 있는 걸까. 뒤늦게 도착한 규현에게 다른 MC들은 그가 없이도 잘 진행이 됐고 분위기도 좋았다며 그를 놀렸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도 그랬다. 규현의 부재가 그다지 두드러지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그 이유는 그의 존재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노력 때문이었다. 규현이 “저 없이도 잘 하셨나요? 걱정이 되가지고.”라고 자신을 드러내려 하자, 유세윤이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저희는 누구 없다고 못하는 프로그램 아니에요.” 그러자 규현도 수긍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없으면 더 열심히 해.” 아마도 이것이 <라디오스타>가 김구라 같은 프로그램의 뿌리가 사라져도 굳건히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일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