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할 땐 짠? <인생술집> 의도는 알겠는데 딜레마는

 

tvN <인생술집>은 대놓고 음주방송이다. 한 몇 년 만 시간을 되돌려보면 이런 음주방송이 지금 버젓이 나가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음주방송과 연관된 단어들은 물의’, ‘논란’, ‘하차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2013년 타개하신 라디오 DJ 이종환도 과거 음주방송을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고 <컬투쇼>의 정찬우도 한때 음주방송으로 물의를 빚은 후 사과를 한 바 있다.

 

'인생술집(사진출처:tvN)'

물론 이러한 음주방송과 <인생술집>의 음주방송은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음주방송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술집>이 음주방송을 내걸은 데는 그만한 다른 이유가 있다. 게스트가 등장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이 프로그램이 연남동 밤거리를 스케치하며 깔아놓는 내레이션처럼, 하루의 피곤함을 위로하기 위해 드는 술잔의 의미가 강하다는 점이다.

 

하지원이 게스트로 출연한 3회에서 신동엽이 건배사 같은 게 있냐고 묻자 그저 !”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이란 표현 속에는 많은 의미들이 담겨 있다고 했다. ‘인생술집이라는 네 자를 가지고 그녀는 인생 뭐 있어? 생각 좀 그만 해. 술이 앞에 있잖아. 집중!”이라는 재치 있는 사행시를 선보였다. 그녀가 건배사로 말한 !”과 사행시의 정서는 묘하게 어울린다.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일반인들의 술자리 이야기에서 여성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혼자인 처지와 사랑, 결혼 등을 말한다. 그러면서 하며 함께 술을 마시면서 한 여성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의 이 짠이 정말 짠해서 짠이 아니고 기분 좋은 짠이었으면 좋겠다.” 짠할 땐 짠. 아마도 이 여성이 말하고 있는 이 부분은 음주방송을 내거는 과감함을 통해서라도 <인생술집>이 추구하려는 바일 것이다. 힘겨운 현실에 위로가 되는 짠! 그래서 술집앞에 인생이라는 무게 있는 단어를 달았을 테니.

 

하지만 중요한 건 <인생술집>은 결국 재미를 줘야 하는 방송이고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 재미는 웃음만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느껴지는 어떤 따뜻함이나 호감을 통해 갖게 되는 즐거움, 때로는 그 시간의 흥취가 주는 포만감 등등. 재미 요소는 웃음 이외에도 많다.

 

게다가 음주방송이라는 걸 내걸었기 때문에 <인생술집>은 그저 희희낙락하는 모습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 그건 자칫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기 보다는 출연자 자신들이 즐기는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다. 물론 그 모습이 시청자들까지 즐겁게 만든다면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게 되면 시청자들은 위로가 아닌 소외감 같은 걸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인생술집>은 술 한 잔이 경계심을 허물어내는 그 순간을 통해 게스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걸 추구하지만, 음주방송이라는 지점은 어떤 면에서는 더더욱 조심스러워지는 딜레마를 만든다. 너무 재밌게 노는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이 어딘지 과하게 느껴질 수 있고, 그래서 술을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는 인생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때때로 무거워진다.

 

이것은 <인생술집>의 음주방송이 허락되는 지점이 갖는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마음껏 마셔도 된다고는 하지만 그만큼의 재미와 의미가 곁들여지지 않으면 자칫 비난받기도 쉬운 아슬아슬한 지점에 <인생술집>은 서 있다. 그래서 방송은 그저 자연스럽게 게스트를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술 마시기 전에 술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고, 항상 신동엽은 자주 하는 건배사를 물으며 적당한 시점(?)이 되면 노래를 권한다. 그건 일종의 방송의 틀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틀을 음주를 통해서라도 깨려는 의도 사이에서 제작진이 어떤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의도는 나쁘지 않다. 결국 술에 취하기보다는 사람에 취하는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것처럼 음주 자체보다 그 분위기와 흥취에서 나오는 진솔함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의도는 어떤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때론 왜곡될 위험성도 있다. <인생술집>은 그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과감하게 방송을 펼쳐나가지 못한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이 프로그램이 가진 관건이다

<마스터>, 영화는 어째서 현실에 미치지 못했을까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영화 <마스터>는 여러 가지 흥행의 기본조건들이 이미 기획에 들어있는 작품이다. 실제 사건으로서 희대의 금융사기꾼 조희팔을 모델로 한 이야기는 요즘처럼 현실에 민감해진 대중들에게는 충분히 유인이 될 만한 소재가 아닐 수 없다. <마스터>에서 조희팔을 모델로 한 캐릭터 진현필 회장(이병헌)이 중요한 순간마다 꺼내드는 이른바 정관계 로비가 적힌 노트는, 최근 벌어진 엘시티 비리 사건에서 거론되는 이영복 회장이 갖고 있었을 것이라 추정되는 로비 리스트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사진출처:영화<마스터>

영화가 아예 대놓고 썩은 머리 이번에 싹 다 잘라낸다라고 포스터에 캐치프레이즈를 담아 놓은 건 그래서 의도적이다. 관객들은 그 문구가 지목하는 비리에 연루된 정관계 인물들이 영화 속에서 통쾌하게 말 그대로 싹 다 잘려내지는모습을 기대하게 된다. 워낙 고구마 시국인데다 갈수록 답답해져가는 정국 속에서 영화를 통해서나며 어떤 카타르시스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스터>는 그런 욕구를 충분히 채워주지는 못한다. ‘썩은 머리를 싹 다 잘라낸다고 했지만 영화 속에서 머리는 목소리만 들려올 뿐 좀체 보이지 않는다. 결말에 이르러서도 이러한 금융사기의 꼬리에 가까운 진현필 회장만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물론 정관계 로비 리스트가 적힌 노트를 입수했다는 사실은 무언가 그 썩은 머리를 향한 사정의 칼날이 날아갈 것을 예고하지만 어디 우리네 현실이 그런가. 결국 다된 수사처럼 보여도 썩은 머리들은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나가던 게 우리네 현실이 아니었던가.

 

게다가 <마스터>는 심지어 이병헌, 강동원에 김우빈까지 캐스팅해 막강한 라인업이 잡아끄는 힘이 어마어마하다. <내부자들>의 이병헌과 <검사외전>의 강동원 그리고 <기술자들>의 김우빈이 아닌가. 물론 캐릭터는 조금씩 변주되거나 완전히 다른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이들이 갖고 있는 배우로서의 아우라는 관객들의 발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한 30분 정도가 흐르고 나면 어쩐지 이들 배우들의 매력이 좀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사건들을 쉴 새 없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 사건에 인물들의 감정이 제대로 얹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강렬한 느낌이 없다.

 

이병헌은 확실히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보인다. 하지만 그건 어딘가에서 봤던 캐릭터를 영화 속으로 그저 끌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마스터>의 진현필이라는 인물만의 독특한 개성 같은 것들이 잘 설정되어 있지 않아 악역이라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 이런 문제를 가장 크게 드러내는 배우는 바로 강동원이다. 사실 강동원 하나만 써도 티켓 파워가 어마어마할 정도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마스터>에서 강동원이 연기하는 김재명이라는 형사는 그다지 인간적인 느낌도 없고 그렇다고 멋진 카리스마를 폭발시키지도 못한다. 그나마 영화적 재미를 주는 배우는 김우빈이다. 그가 연기하는 김장군이라는 캐릭터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오가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마스터>는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현실적 소재를 따오고, 제 아무리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캐스팅과 100억 대의 물량을 투입한다고 해도 이야기와 장르가 제대로 재미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때 얼마나 지루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최근 이병헌과 강동원 그리고 김우빈이 나왔던 작품들을 떠올려보면 이들이 함께 모인 작품이 이렇게 지루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툭하면 쿡방, 스타MC 집착, 슬럼프를 불렀다

 

2016년 한 해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들여다보면 한 마디로 말해 슬럼프라는 표현이 적확할 것 같다. 무언가 한 해를 대표할만한 새로운 예능이 탄생하지 않았고, 그저 과거의 명성을 이은 장수예능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한 때 트렌드였다고는 해도 여전히 비슷비슷한 쿡방을 내놓고, 이제는 한 물 간 스타MC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기획한다. 이래서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 깊은 슬럼프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

 

'판타스틱듀오(사진출처:SBS)'

쿡방, 먹방 트렌드가 생긴 건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tvN <삼시세끼>가 나온 게 언제인가.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tvN의 경우 이 트렌드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쿡방, 먹방 트렌드를 이끌어낸 셈이니 그 수혜 역시 당연하다 할 수 있지만, <삼시세끼>를 빼놓고 보면 다른 프로그램들은 이제 식상해졌다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물론 올리브TV에서 실험한 <8시에 만나><조용한 식사> 같은 프로그램은 나홀로족들의 문화를 반영한 참신한 시도였지만 <수요미식회><집밥 백선생> 같은 프로그램들은 화제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tvN의 쿡방, 먹방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다. 최근 등장한 <인생술집> 같은 경우 대놓고 음주 방송을 표방할 정도로 자극적이지만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밋밋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무래도 음주방송의 아슬아슬함을 인생이라는 묵직한 주제로 덮으려다 보니 재미로만 나가기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JTBCtvN의 경우에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상파로 가면 SBS <백종원의 3대천왕> 같은 프로그램은 먹방의 자극만 강조할 뿐, 너무 뻔한 이야기들의 나열이라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올해 전체 예능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건 이른바 장수예능들이 그나마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이다. KBS의 자존심을 살린 건 여전히 <12>이고, MBC는 명불허전 <무한도전>이 독보적이었다. SBS는 상대적으로 약화된 예능의 양상을 보였는데 그나마 상징적인 프로그램은 <런닝맨>이었다. 물론 최근 무리한 의욕으로 시즌2를 선보이려다가 종영을 예고하고 말았지만.

 

이런 사정은 tvN이나 JTBC도 마찬가지다. tvN의 간판예능은 여전히 <삼시세끼>이고 <집밥 백선생>도 계속 일정한 팬층을 유지하고 있다. JTBC는 최근의 시국을 타고 <썰전>이 급부상했고, 이어서 <말하는 대로> 같은 프로그램이 주목받게 되었다. 결국 tvNJTBC도 올 한 해 자체적인 힘으로 새로운 예능을 성공적으로 내놨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과거의 트렌드를 그대로 가져온 안이한 기획도 예능이 슬럼프에 빠진 이유 중 하나다. 대표적인 것이 음악예능이다. 물론 그 안에서도 다양한 변주를 통해 여전히 힘을 발휘한 MBC<복면가왕>이나, 뮤지컬, 성악까지 영역을 넓힌 JTBC <팬텀싱어>, 마지막을 상정하고 배수진을 침으로써 참신해진 SBS <K팝스타>가 있었지만, 상반기 음악예능들을 보면 <판타스틱 듀오>, <신의 목소리>, <듀엣 가요제> 같은 프로그램들은 너무 천편일률적이었다.

 

음악예능만이 아니다. 여행 소재 역시 끊임없이 반복되는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소재다. SBS <꽃놀이패>의 경우, 여행 예능이 이제 끝물에 도달했다는 걸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마치 <12><런닝맨>의 중간 어디쯤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다시피 <12><런닝맨>도 과거의 뜨거웠던 그 프로그램들은 아닌 게 지금의 현실이다.

 

또한 여전히 스타MC에 기대려는 속성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미 스타 MC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 시청자들도 좀 새로운 얼굴들을 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여전히 리스크를 줄인다는 명목 하에 스타MC를 먼저 염두에 두는 기획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MC를 내세우게 되면 그들의 스타일을 반영하게 되고 결국 프로그램들은 비슷비슷해진다. 게다가 한 프로그램만 나오는 게 아니라 여러 프로그램에 동시다발적으로 출연하는 스타 MC들의 특성은 전반적으로 예능프로그램들을 식상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슬럼프는 어찌 보면 도약을 위한 과도기적 상황일 수 있다. 즉 변화라는 것은 결국 저점을 찍었을 때 비로소 실행단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의 달콤했던 성공의 기억들을 지워내야 한다. 그리고 열어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것이 리스크일지라도 감수하지 않으면 슬럼프는 벗어나기가 어렵다

<화랑>은 어째서 청춘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하는가

 

천인은 그냥 짐승처럼 죽어야 하는 거야? 그깟 성문 좀 넘은 게 죽을 일인가. 왜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건데!” 둘도 없는 친구 막문(이광수)의 죽음 앞에 무명(박서준)은 절규했다. 그 절규에 대해 막문의 아버지인 안지공(최원영)은 이렇게 얘기했다. “그게 이 신국의 구역질나는 질서다.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화랑(사진출처:KBS)'

KBS <화랑>은 이렇게 한 청춘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죽음을 맞은 막문이 원했던 건 그저 아버지와 누이를 만나는 것이었다. 천인 출신인 어머니와 함께 어린 시절 망망촌에 버려졌고, 가족을 찾기 위해 넘어서는 안되는 왕경을 넘어 들어온 것이지만, 그는 삼맥종(박형식)의 얼굴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다.

 

유일한 성골인 삼맥종은 자신을 죽이려는 살수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굴을 숨긴 채 살아가는 인물. 막문이라는 한 청춘의 어이없는 죽음과 이를 목도한 무명의 절규는 <화랑>이라는 드라마가 겨냥하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골품제라는 걸 명확하게 해준다. 무명은 막문의 죽음 앞에 각성하게 되고 이 무참한 신분제 속에서 현실에 대한 복수를 꿈꾸게 된다.

 

<화랑>이 그리고 있는 세계는 물론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보다 더 참혹한 신분사회다. 그래서 천인으로 태어나면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없는 곳이 정해진다. 만일 왕경 같은 곳으로 마음대로 들어왔다가는 죽음을 맞이해도 항변할 길이 없다. 무명은 하지만 이런 한계와 경계를 인정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막문이 왕경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귀족에게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무명은 말한다. “왕경에 들어온 천인을 베는 게 니들 법이면 이 선을 넘어온 귀족을 베는 건 내 법이다. 베고 싶으면 넘어와서 베. 다 상대해줄 테니까.”

 

무명이 주령구(지금으로 치면 16면체 주사위)를 던지는 인물이라는 건 그가 정해진 운명을 걷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포한다. 성골이냐 진골이냐 아니면 반인이냐 천인이냐 같은 것들이 모두 운명을 결정해버리는 사회. 그 곳에서 이제 앞날이 창창한 청춘들은 절망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태생으로 정해지는 사회에서 무명은 그걸 거부하고 주령구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태후는 신라를 보다 강성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화랑을 모집하려 한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 위화공(성동일)화랑(花郞)’의 의미를 이렇게 풀어냈다. “꽃같이 아름다운 사내. 지혜롭고 어진 제상. 아름답고 특별한 존재. 신국의 미래”. 그것은 아마도 청춘이라면 누구나 추구할 수 있어야할 존재일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무명이나 막문 같은 청춘들에게 화랑이란 언감생심 꿈꿔서도 안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국 <화랑>은 신라시대의 화랑이란 특수한 청춘들을 통해 현재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반추하게 하는 드라마다. 골품제라는 견고한 신분제도는 지금의 현실로서는 금수저 흙수저로 나뉘는 자본의 신분제로 재현되고 있다 말할 수 있다. 능력이 있어도 노력을 해도 넘어설 수 없는 한계가 보이는 현실. 이것이 골품제와 무엇이 다를까.

 

세상에는 너 따위가 열어서는 안 되는 문이 있다. 네가 그 문 앞에 있다.” 삼맥종의 엄포에 무명은 말한다. “사람이 넘지 못하는 길, 가지 못하는 곳, 열어서 안 되는 문, 그딴 게 있어도 된다고 생각 하냐. 다 개소리라 생각한다.” 그가 던지는 일갈이 지금의 현실에도 귓가에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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